시간이 흐를수록 homogeneous(균질, 동일)해져 가는 우리들. 하지만 남다른 생각으로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치는 heterogeneous한 의대생들도 강의실에 존재합니다. 2010년, 의대생 신문이 6회에 걸쳐 빼어난(秀) 재능과 남다른 생각을 가진 그들을 지면에 소개합니다. 이름하여 수(秀)상한 의대생! 그들의 생각의 좌표를 함께 따라가 봅시다.
의대생, 지도 밖으로 행군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서의 6주
세계보건기구(WHO)는 명실 공히 세계 보건, 의료, 건강에 있어 ‘본부’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그 ‘본부’에서 인턴생활을 경험하고 온 의대생이 있다. 가톨릭 대학교 김석일 교수님께서 자리를 마련해 주신 덕분에 전기밥솥과 유레일패스를 들고 가 제네바에서 꿈같은 6주를 보내고 왔다고 한다. 가톨릭대학교 본과 4학년 강동훈 씨를 만나보았다.
- 6주간의 인턴기간 동안에는 무슨 일을 하신 건가요?
학교 선택실습 5주를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해서 동기생 이종인 학생과 6주간 다녀왔는데, 거기서는 ICD(세계질병분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를 11판으로 개정하는 일을 했어요. 의학 용어를 모두가 공용할 수 있게 통일하고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의 언어로 디지털화 시키는 작업이죠. 저희는 의대생이라 먼저 베타 테스팅해보고 가이드라인과 문제점들을 보고했어요.
- 인턴들끼리 생활도 궁금해요.
다들 경제적으로 지원받고 오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서로 네트워킹이 잘 되어있어요. 숙소, 휴대폰, 자전거 같은 것도 서로 물려주고 정보 교환하고 그래요. 인턴 드링크 데이(Intern Drink day)도 있어서 다른 국제기구 인턴들하고 어울릴 수도 있죠. 코카시아인이 제일 많긴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 아랍계 인턴들도 꽤 있고요. 의대생들 말고 IT나 business 전공한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한 가지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이런 인턴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물가도 너무 비싸서 어딜 쉽게 같이 못 나간다는 게 핑계라면 핑계죠. (웃음) 후배들은 적극적 자세로 그들과 어울리고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왔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대신 유레일패스로 주말마다 유럽 곳곳으로 여행을 다녔어요. 장보러 파리도 가고,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맛있는 맥주도 많이 먹고 말이죠.
- 재밌는 에피소드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운이 좋아서 WHA(World Health Assembly)랑 기간이 겹쳤어요. 전세계 보건담당 인사들 다 모이는 자리거든요. 우리나라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님도 오시고요. 그리고 MDG(Millenium Development Goal)※ 중간 평가도 그때 마침했었어요. 정말 운이 좋았죠. 거기에 ‘앗! 한국 사람이다’하는 분도 계셨어요. 인사드리려 갈려했는데 그 분이 MDG평가 3번째 날에 발표를 하실 때, ‘I'm from DPRK(북한)’라고 하시더라고요. 한창 천안함 사건 터진 그 때여서, 괜히 인사했다가 큰일날까봐 아는 척도 못했어요. (웃음)
- 가기 전 준비과정과 6주의 인턴과정. 어떻게 보면 사서 고생한 셈인데요?
‘뭣 하러 그렇게 힘들게 하냐’는 사람들 있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에요. (웃음) 평범하게 실습을 돌 수도 있고, 아버지 병원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고요. 그런데 그러긴 정말 싫었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놀 수 있는 기횐데, ‘놀려면 유럽 가서 제대로 놀아야지!’라고나 할까요. 무엇보다도 저는 순수하게 그냥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전부터 남들하고 같기 싫었거든요. 시험이 중요한 건 알겠지만 거기에 목숨 걸고 집착하는 게 싫고 답답했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난 너희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부 말고도 다른 중요하고도 멋진 일들이 많다는 걸 말이죠.
-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마디?
의학적 지식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으로서 더 많은 경험, 견문을 쌓는 것도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세상은 넓고, 대단한 사람도 많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책도 많아요. 그리고 세상에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누리는 것들을 기본적으로 누리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저 눈 앞의 족보에만 집착하지 말고 저 멀리 드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정민 기자/중앙
<moon_jm@e-mednews.com>
도전하라!
세계보건기구(WHO)
■ 인턴 지원방법
- 대부분의 외국은 4+4의 의학전문대학원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학교 졸업생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한국 6년제 의과대학은 4학년이상 지원가능하다.
- 한해에 400여명의 인턴을 선발한다.
- 꼭 의대생만을 뽑지는 않지만 의대생은 아무래도 지원자들 중 유리한 면이 있다.
- 기간 : 여름 5월-10월 (12/1 - 1/31 지원) 겨울 11월-4월 (8/1 - 9/30 지원)
- 어떠한 사람들이 지원하나?
1) communication
2) teamwork
3) Multicultural experiences
이 세 가지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나서보자! 영어는 수준급의 고급영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지내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만 되도 가능하다고 한다. 겁먹지 말고 한번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tip. 꼭 제네바 본부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필리핀에 있는 서태평양지역에 지원해도 된다. 그곳은 지원하는 한국 사람 비율도 많고 보다 수월하다고 한다.
※ MDG (Millenium Development Goal) : 2000년 밀레니엄 정상 회의에서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자 수를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로 세운 8가지 세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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