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기억은 그 사건만 떠올려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일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오늘 아침의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 날 저는 친구들과 여름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 보는 건 어떠냐면서 한참 인터넷으로 제주도 배편을 알아보고 있던 중에 한 친구가 갑자기 “야, 제주도 가는 배 침몰했대!”라고 외쳤습니다. 모두가 웃기지 말라고 그게 얼마나 큰 배인데 가라앉냐고, 여행 계획 짜는 데 초치지 말라며 비웃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친구가 진짜인 것 같다고, 잠깐 멈추어 보라며 저를 말렸습니다. 연이어 모든 방송이 중단되고 보도되는 세월호 침몰 소식. 도대체 이런 일이 몇 번째냐며 투덜대는 것도 잠시, 엄청난 수의 실종자 수가 보도되고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사망자의 수를 보며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이런 사고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등 소설에서 꾸며내도 소름이 돋을 듯한 일들을 겪어내며 자라왔습니다. 그런데도 대형 재난에는 ‘내성’이라는 게 없는 지 세월호 참사에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더욱이 그랬던 것이 제게는 아직도 삶의 낙이 되는 행복한 추억인 수학여행을 가다가 그랬답니다. 학교 동창들끼리 모여서 오랜만에 여행을 가다가 그랬답니다. 그 여행의 종착점이 이 세상이 아닐 줄 누가 조금이라도 알았을까요. 합동 분향소를 방문하던 날, 일면식도 없는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 제주도에 배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고, 그 당시에도 이 배는 왜 이렇게 낡았냐고 불평만 했지 한 번이라도 안전에 대해서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조금이라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건의라도 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만 같은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내가 그 희생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제는 주변을 조금은 더 주의깊게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엔 “나는 아니겠지, 내 가족의 일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많았다면 이제는 “언제 내 일이 될 지 몰라, 다음은 내 차례 일 수도 있어” 라는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부실하게 매달려 있는 간판을 한 번 더 보고 조심하게 되고, 배를 탈 때는 탈출용 망치와 구명조끼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공공 장소에 가면 소화기, AED, 비상구 위치를 항상 보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예민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예비 의사인 만큼 재난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어야만 할 것 같아 늘 주의 깊에 살핍니다. 국가적인 대형 재난의 발생에는 단연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압니다. 정부의 정책이 변하고, 새로운 정책이 자리 잡히고 실행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변화는 개인 개인의 행동의 변화가 모여 전체의 분위기가 변화되는 것입니다. 의대생 신문의 2만 독자분들의 개개인의 작은 변화가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늘 불안에 떨며 살 필요는 없지만 한 번만이라도 내 일이 될 수도 있고,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온 몸이 오싹해지면서 안전에 대해 신경쓰게 되지 않을까요. 안전 신문고를 활용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미리 신고하여 예방할 수 있다면 단순히 신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수많은 예비 희생자들을 구해낸 것이니 그 보람도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각종 매체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송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근황들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될 때 까지 한 동안 잠잠해지겠지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그냥 일회성으로 추모 집회를 열고, 위령제를 지내는 것도 좋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나부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조을아 편집장/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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