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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알아보는 의료생활 속의 법 ①>

딱딱한 판례, ★을 위주로 말랑말랑하게 읽으세요!

 

▲ 경피자극요법 치료기. 패드형과 침형이 있다. 위 사진은 패드형.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 2002도2014, 2002.08.23.]

★<사건일지>
2000년 3월 7일 오전 10시경, 의사 A가 경영하는 을지의원에서 물리치료사 B가 A의 지시 하에 환자 C의 좌측 옆구리에 길이 약 6cm 가량의 침 4개를 깊이 0.5cm 가량 4군데 꽂는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하였다.


<1,2심에서의 판단>
1) 의사인 피고인 A가 물리치료사인 피고인 B에게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통증유발점 부위에 침을 사용하는 것을 지시하고, 도자전극에 연결하여 경피자극요법 및 경피신경전기자극요법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2) 이 사건 의료행위는 의료법에서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사실을 인정했다.
★3)다만,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3조에 따라 의료기사들에게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의사의 지도하에 의료행위 중의 일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을 인정했다.
3) 1심과 2심에서는 피고인 A가 처음에 오더쪽지에 ‘늑간 신경통, 오른쪽’이라고 표시하고, ‘hp(핫팩), us(심층열치료), tens(전기자극)’라고 기재하는 방법으로 물리치료 방법을 기재하여 피고인 B으로 하여금 그에 따라 물리치료를 하게 지시하였다가 그 후 물리치료실에 직접 와서 환자의 나이,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경피자극요법만 사용하라고 지시를 변경한 사실을 인정했다.
4) 피고인 B도 의사인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경피자극요법만 사용한 사실과 경피자극요법만 사용하는 경우 전기자극요법보다 위험성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인정했다.

★결론 : 이 사건 의료행위가 물리치료사가 할 수 있는 업무범위 내의 행위임을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3심에서의 판단>
1)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의료기사들에게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의사의 지도하에 의료행위 중의 일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을 인정했다.
2) 다만 그 행위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적고, 의료기사는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 등에 대해 지식과 경험을 획득하였으며,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로 인한 인체 반응 확인 및 이상 유무를 판단하며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3)따라서 물리치료사가 제한적으로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는 인체 외부에 물리적인 힘이나 자극을 가하는 물리요법적 치료방법만을 인정했을 뿐, 약물을 인체에 투입하는 치료나 인체에 생물학적 또는 화학적 변화가 일어날 위험성이 있는 치료 또는 수술적인 치료방법은 이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4) 이 사건 의료행위를 의사인 피고인 A가 통증 부위만을 기재한 쪽지만 보내 주면 ★물리치료사인 피고인 B가 자신의 판단으로 동통점을 찾아내서 그 동통점에 침을 0.5cm 깊이로 꽂는 행위로 판단했다.
6) 그런데 표피로부터 0.5cm 정도 깊이의 인체에는 사람에 따라 또 부위에 따라 신경 조직이 분포되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그런 인체 부위에 침을 꽂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7) 또한 혹시나 이 사건 의료행위와 같이 ★비의료인이 인체 내부 깊숙히 침을 꽂아넣는 경우에는 그 침이 혈액이나 신경 조직 등에 직접 접촉하여 화학적 혹은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를 가지고 물리요법적 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8) 또 물리치료사의 경우에는 ★침을 인체에 꽂아 넣음으로 인한 결과에 관한 통제력이나 위험한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의료행위는 물리치료사가 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볼 수밖에는 없다고 밝혔다.
9) 비록 물리치료사가 전기치료나 기계·기구치료를 할 수 있고, 이 사건에서 침을 인체에 꽂는 행위가 저주파를 발생시키는 전기 기계에 연결시켜 전기자극을 가하기 위한 전극을 인체에 연결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침을 꽂는 행위 자체는 전기자극을 가하는 행위와는 별개라고 판단했다.

 

★ 결론 : 따라서 이 사건 의료행위는 물리치료사 B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의사A는 물리치료사 B와 공모하여 의료법위반죄를 범한 것으로 판결했으며 원심을 파기하였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

 

<DDx. 의료계 감별진단 ①>

2015년 인턴제 폐지

Differential Diagnosis-감별진단.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해당되는 여러 가지 질병을 비교하여 환자의 상태에 가장 부합되는 질병을 찾아내는 과정. 의대생신문은 2013년 의료계의 이슈들을 보다 공정한 시선으로 전달하기 위해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찬반 의견을 심층 분석하는 연재기획을 마련해 보았다.

 

C.C. (Chief Complain) 2015년 인턴제 폐지

Hx. (History) 인턴제 폐지에 관한 시행령이 조만간 입법예고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인턴제는 도입한 것은 1958년이다. 그 후로 반백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인턴제가 ‘정말로 효과적인 수련제도인가’에 대한 의문이 90년대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2009년에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현행 인턴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 의학회 보고서를 근간으로 2011년에 인턴제 폐지안이 정부에 제출되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보건복지부 주도 아래 ‘전문의 제도 개선 TF’가 신설되어 작년 1월 2014년 시행을 목표로 인턴제 폐지를 입법예고하려 했으나 의대생들의 집단반발로 연기되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 1월, TF의 마지막 회의가 종료되었고 다음 달부터는 “모니터링 TF”로 전환된다. 이는 인턴제 폐지가 사실상 입법예고 단계만 남겨두고 있으며 관련사항들 일부가 확정되었음을 의미한다.
인턴제 폐지 시점이 2015년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 같은 내용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제도시행의 적용 당사자가 될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다. 지난 1월 의대협 주관의 의대/의전원생 349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턴제 폐지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핵심은 정책시행은 준비 작업을 거쳐 2016년 이후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59%로, 인턴제 폐지에는 동의하나 보완책이 미비함을 짚었다.

 

DDX. (Differential Diagnosis) 실효성 있는 필요의 정책 vs 선시행 후보완의 시기상조 정책

 

찬  성

장점보다는 단점이 큰 인턴제도, 1년 낭비할 이유 없어
인턴의 장점은 해당 병원의 여러 과를 돌면서 진로탐색을 하며 학생신분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여러 술기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의과대학의 교육목표인 일차의료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술기의 대부분은 학생시절에도 충분히 습득가능하다. 실제로 PK와 인턴의 일이 중복된다는 의견이 심심지 않게 들려온다. 또한 인턴이 ‘진짜’ 술기가 아닌 ‘잡무’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아 효율적이지 못한 교육기간이 늘어나는 셈이다. 인턴제 폐지를 통해 불필요한 수련기간을 단축하며 이를 통해 오히려 정규 PK실습환경의 내실을 다질 수 있다.  

열악한 전공의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첫 걸음
인턴제 폐지는 또한 그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전공의의 열악한 수련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예정대로 인턴제를 폐지할 경우 현재 09학번 의대생들부터 “NR(New resident)0"이란 명호로 병원에 입사하게 된다.
현재 Resident 수련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과도한 업무시간, 진료과 편중 및 전공의 교육과 교육평가의 부실, 여성전공의 결혼과 육아문제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의사 중 전문이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데에도 일조한다. 인턴제폐지의 신속한 시행은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전공의 수련생활에 대한 실질적인 개편 논의를 촉진할 수 있는 전략적인 이점이 있다.

과도기 혼란은 누구나 거치는 일
인턴제폐지에 대해 가장 많은 우려를 표하는 이들 중 하나는 의과대학생들이다. 과도기라는 명분으로 평생의 전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에서 특정 학번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완책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전문의 제도개선 TF에서보다 적극적이고 상세한 윤곽이 잡히고 있으며 2015년에 시행 시 큰 혼란 없이 운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  대

선(先)시행 후(後)보완 정책으로 혼란 유발
인턴제 폐지 후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에 긍정적인 면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도기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 하느냐다. 모든 정책 및 제도 개혁에 따른 혼란은 선시행 후보완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인턴제 폐지 역시 선례들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
인턴제도 폐지는 단순히 인턴이 담당했던 업무를 누가 어떻게 인계받느냐가 아닌 PK임상실습 개편, 전공의 수련과정 개편까지 아우르는 이슈이며 오히려 후자에 더 중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할 정책이다. 그러나 시행시기를 2년 남짓 남겨둔 지금 첫 경험자가 될 본3의 임상실습 커리큘럼 재편성이나 평가방법 표준화와 같은 의학교육에 관한 논의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

발 좁은 정부와 소극적인 의료계
TF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의대협 전 의장 남기훈 씨는 “생각보다 TF에 참여한 단체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많이 준비해오지 않아서 적잖이 놀랐다.” 며 “의료계에서도 정책 변경에 대해서 결과만 놓고 정부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준비과정에서 충분한 역할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보완책 마련에 있어 인턴제 폐지를 적극 추진하는 몇몇 단체의 소수 교수님들에게만 자문하는 정부의 행정 뿐 아니라, 자신과 직접 관련이 적은 제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의료계의 모습이 학생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의료계 전반의 목소리를 두루 포섭하는 정부의 포용력과 후배의사와 우리나라의 의료를 위해 목소리를 내어주는 의료계의 적극성 없이는 인턴제 폐지가 무사히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최혜란 수습기자/조선 <hr0616@naver.com>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 향방은

 

박근혜 정권의 보건의료 관련 국정운영 청사진이 지난달 26일 발표됐다. 내용의 핵심은 획일적인 수가체계를 바꿔 취약지와 필수의료 분야의 지원 정도를 높이겠다는 것인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 각 단체마다 평가가 엇갈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발표를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중 큰 줄기와 시행계획, 이에 따르는 논란들을 정리해봤다.
 
1.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비급여는 제외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은 현행 75% 보장 수준을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 순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단, 진료비 보장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제외한 필수의료 진료비에 한정했고 비급여 보장여부는 정부 출범이후 실태조사를 통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贊(찬성)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보장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데다, 무상의료에 따른 도덕적 해이 등이 우려되므로 비급여 항목만큼은 보장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확대 시 올해 3조 9000억원, 2014년 4조 5000억원, 2016년 7조 7000억원 등 4년간 21조 8000억원에 이르는 추가재정이 소요된다. 보사연은 이 추가재정분을 건강보험료로 충당할 경우, 보험료 15% 인상이 불가피하다고도 덧붙였다. 학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감안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정책손질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소아환자 입원료 면제정책’만 봐도 6세 미만 소아입원환자의 본인부담을 전액 면제하는 정책을 폈지만 관련 진료비가 급증해 1년 만에 일부 본인부담제로 정책을 전환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한편, 찬성측도 “특정질환에 한해서만 진료비를 국가가 부담할 경우 공짜의료로 인식, 의료 과다이용 등의 부작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적지 않은 우려를 표현했다.
反(반대) 시민사회단체들은 상급병실료 등 3대 비급여 제외 소식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3대 비급여를 제외할 경우, 100% 보장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을 내 “중증질환 환자는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로 지불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대로 4대 중증질환 본인부담률을 0%로 만들고 국가가 100% 전액 책임진다고 해도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2.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상한제 세분화
박근혜 정부는 소득에 따라 3단계(200만원, 300만원, 400만원)로 세분화된 현행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7단계(50만원~500만원)로 세분화했다. 기존 3단계에 비해 저소득층의 상한선은 더욱 낮추고 소득이 있는 층의 상한선은 높이는 방안을 택했다.
贊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부터 주장해 온 ‘맞춤형 복지’의 일환으로, ‘필요성이 낮은 곳에 낭비되는 예산을 거둬들여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자’는 의중이 반영된 정책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 당선 전 문재인 후보도 비슷한 공약을 내 건 이력이 있어, 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데다, 절차를 마치면 약 67만 명이 진료비 경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3. 어르신 어금니 임플란트 무료화
어르신 임플란트도 2014년 75세, 2015년 70세, 2016년 65세 등으로 대상연령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단, 대상치아를 ‘어금니’로 제한했는데, 이는 재정논란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75세에도 무제한이 아닌 ‘어금니 2개’로 혜택을 한정했다. 
贊 반값 임플란트 등 저렴한 수가를 경쟁력으로 하는 치과에서는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디치과 네트워크 관계자는 “노인 임플란트 건보 적용은 고령사회 가속화와 맞물리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건보 적용은 당연한 것이며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反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는 최근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노인 임플란트 보험 공약은 무지하고도 무식한, 급조된 선심성 공약”이라며 비난했다. 첫째, 75살 이상 노인의 경우 평균 9.27개의 치아가 빠져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를 감안할 때, 2개만 혜택을 줄 경우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환자입장에서 느끼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건치는 “치아를 많이 잃어 임플란트가 필요한 저소득층 노인들은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혜택을 받기 어렵고, 어금니 쪽에 한두개만 하면서 치료비용의 절반가량을 댈 수 있는 고소득층만 혜택을 보게 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앞니 쪽에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데, 어금니부터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앞쪽에는 뼈가 튼튼하고 위험한 구조물이 없어 임플란트는 주로 송곳니나 앞니 쪽에 심는다. 어금니부터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4. 1차 의료 활성화와 수가체계 개선
박근혜 정부는 1차 의료 활성화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수가체계 개선 등을 보건의료 관련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보건소와 동네의원, 병원, 대형병원의 기능을 재정립해 ‘혁신형 건강플랫폼’ 모델을 만들고 의료기관 종별 혹은 진료과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수가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贊 의료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보건소는 진료보다 예방중심으로 활성화하고, 1차 의료는 동네의원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가체계 개선 역시 대한의사협회가 1년 넘게 정부에 지적한 문제이므로 적극 환영하고 있다. 출범하는 박근혜 정권이 의료관련 개선 과제를 보는 시각이 의료계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라 세부 추진현황 등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

천연물신약, 양약인가 한약인가?

 

지난 1월 17일 전국 한의사들은 정부의 천연물신약 관련 정책에 항의를 표시하며 집단 파업했다.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천연물신약 무효화와 정부의 불공정 정책 규탄을 위한 범한의계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집회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었으며 한의사를 비롯한 한의대생 등 약 1만여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번 집회에서 비대위는 ▷천연물신약을 한약제제로 선언하고 양방의료에서 사용을 중지할 것 ▷국내 한의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할 것 ▷천연물신약의 용어를 한약제제로 규정하고 관련 법규정을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집회이전에도 천연물신약 정책과 관련하여 다수의 성명서를 보도한 적이 있다.
천연물신약이란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 의하면 천연물 성분을 이용하여 연구·개발한 의약품으로서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을 말한다. 현재까지 발매된 천연물신약은 총 7개(조인스, 스티렌, 레일라, 모티리톤, 아파톡신, 시네츄라, 신바로)이다. 의사가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나, 한의사의 경우 비급여로 처방해야 한다.
한편 천연물신약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의 시선은 매우 다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천연물(한약, 생약 등) 또는 한약처방을 활용하여 만들어졌고 ▷기존 한약의 제형을 변화시킨 것에 불과하므로 천연물신약이 한약제제이며 천연물신약에 대한 한의사들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측에서는 ▷천연물신약의 구성성분은 한약이 아닌 한약제제의 추출물이며 ▷해당 성분을 생리학, 약리학 등의 양방 이론에 따라 가공하여 천연물신약을 만들었으므로 의사들이 천연물신약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현주 기자/원주
<sonnets_71@e-mednews.org>

 

손만 씻어주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합니다.

컨테이젼, 신종플루, 그리고 방역 시스템

 

“부는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저서 ‘위험 사회’ 로 유명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와 같이 말하며 앞으로 인류사회가 겪게 될 위기는 지역이나 계층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다가 올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대기오염, 오존층 파괴, 핵무장,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의 위험은 피해 대상이 특정하지 않고 광범위 할 뿐만 아니라 그 대책 또한 쉽게 마련할 수 없다는 성격을 갖고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영화 컨테이젼을 통해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가져 올 ‘평등한 위험’을 군더더기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사실 혜성 충돌을 소재로 한 ‘딥 임팩트’나 기상이변을 다뤘던 ‘투모로우’ 와 같은 기존 재난영화에 익숙했던 관객이라면 마치 의도적으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거부하는 듯 한 냉소적인 내용 전개에 쉽게 지칠 수 있다.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케이트 윈슬릿, 기네스 펠트로, 맷 데이먼, 주 드로와 같은 유명 배우들에게 영웅적이거나 주인공다운 모습이 아닌, 혼란한 세상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다양한 사람들을 연기하도록 함으로써 그 누구도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공포를 연출했다.
영화 컨테이젼에서는 미국 질병관리본부(이하 CDC)가 바이러스 확산 및 백신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큰 줄거리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어떨까?
영화에서 보여준 격리를 비롯한 ‘방역 대책’, ‘R-0 수치의 중요성’, 그리고 ‘바이러스 실험실’ 을 중심으로 2009년에 겪었던 신종플루 사태를 되돌아보자.
 
■ “네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 뭐지?” “환자들과 바이러스에 노출된 이들을 격리시키는 거요.”
 
CDC국장인 치버박사가 메어스 박사에게 현장 책임을 맡기면서 오고간 대화이다. 2009년 4월 24일 WHO가 멕시코에서 돼지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였으며, 이 바이러스는 과거 돼지나 사람에서 확인된 바이러스와 성격이 다른 바이러스라고 발표하였다. 이에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곧바로 멕시코 전역을 여행제한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또 입국자의 검역을 강화 및 환자 격리를 통해 해외 유입을 차단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전파 차단 조치’를 실시하였다. 이에 확진 환자로 확인된 승객과 동일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추정·확진 환자에 대해 의료 기관 격리를 실시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였다. 동시에 각종 언론 매체를 활용하여 신종플루 예방 수칙을 홍보하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감염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되자 정부는 국가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경계’에서 ‘심각’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갔다. 이에 행정안전부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동시에 각 시·도 및 시·군·구에도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여 범정부적 총 대응체제를 가동하였다. 급성열성호흡기질환자에게 진단검사 없이 의사의 임상적 판단만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도록 지침을 개정하였고, 효과적인 신종플루 환자 치료를 위해 거점병원을 지정, 운영하는 등 앞선 조치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였다.

 

■ 이 질환은 표면을 통해 전달된다고 봐야해요. 호흡성이죠. 보통 사람은 하루에 2~3000번 얼굴을 만져요. 깨어났을 땐 1분에 3~5번 만지죠. 그런 상황에서 손잡이를 만지거나 식수대, 엘리베이터 버튼, 그리고 서로를 만지죠. 그렇게 전염된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병에 걸릴 수 있다면, 한명의 감염병 환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을지를 알아야 해요. 이걸 R-0 라고 하죠. R-0를 통해 필요한 백신의 수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거예요.
R-0는 basic reproduction number의 준말로 ‘모든 인구가 감수성이 있다고 가정할 때 한명의 감염병 환자가 감염가능 기간 동안 직접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수’를 말한다. R-0값을 통해 바이러스의 규모와 필요한 백신 수를 추측할 수 있다. R-0수치가 1보다 크면 질병의 유행이 시작되고, 1보다 작으면 유행을 예방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R-0값이 10인 유행병이 있다면, 한 사람의 감염자에 의해 10명의 추가 감염자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에 총 국민의 90%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10명중 1명 이하의 비율로 감염되어 R-0가 1이하가 되고 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다. 역학조사를 통해 R-0값을 비롯하여 질병의 빈도, 전파 방법, 예후, 관리 방법의 효과를 평가 할 수 있으므로 감염병 유행 시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영화에서도 메어스 박사와 오랑테스 박사가 각각 미국과 홍콩에서 집요하게 역학조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피해자의 동선과 접촉했던 사람들을 파악함으로써 바이러스가 미칠 영향과,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유럽 CDC는 신종플루의 R-0를 1.6 정도로 추정하였고 우리나라도 그와 비슷하게 예상하여 전국민의 35%에게 예방접종을 시행하였다.  

 

■ “우리는 아직 바이러스를 배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집어넣은 세포를 모두 죽이거든요. 돼지, 닭, 모든 것을요. 바이러스를 배양하지 못하면 실험도 불가능하고, 백신도 만들지 못합니다. ”
(CDC의 엘리 헥스톨 박사가 대책회의 중에 바이러스 연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사)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와 스위스의 세계보건기구는 오늘 샌프란시스코의 서스만박사가 실험실에서 MEV-1 바이러스를 배양하는데 성공했음을 밝혔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임원이 말하길 이것은 백신 개발의 시작점이고, 인체에 적용하려면 수개월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CDC국장인 치버박사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깨닫고 최고 위험도의 바이러스를 다룰수 있게 설계된 BSL-4 실험실에서만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하지만 그 아래 단계인 BSL-3 등급 실험실에 있던 서스만 박사는 마지막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바이러스 배양에 성공하여 백신 개발의 문을 연다.
BSL은 생물 안정등급(Biosafety level)을 말하며 위험도에 따라 1에서 4까지 분류한다. 해마다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BSL-2등급 실험실에서 다룰 수 있으며, 신종플루나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에는 BSL-3등급 이상부터 취급 가능하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 서울, 경기, 전북, 광주 4 곳의 질병관리본부 산하 연구실 포함, 총 10 곳의 BSL-3 등급 실험실이 있었고, 강아지 신장세포(MDCK cell)를 이용해 신종플루를 배양·실험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BSL-4 등급의 실험실이 없지만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설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리를 위해 영화 대사를 일부 축소, 생략 및 수정 하였습니다. )

 

조원민 수습기자/경희
<science5019@naver.com>

깨어나세요 쉘든

91호(2013.03.06)/의료사회 2013. 3. 18. 22:03 Posted by mednews

깨어나세요 쉘든

의학, 공학적 지식을 융합시킬 수 있는 의공학 소개

 

▲ 쉘든-미드 ‘빅뱅이론’에 등장하는 천재 괴짜 과학자.

공학자가 꿈이었던 김쉘든(가명, 24세)씨는 수능 전날까지만 해도 당연히 공대에 진학할 줄 알았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미쳐 날뛰는 수능점수가 그를 의사의 길로 인도하고 말았다. 음주와 게임으로 예과시절을 보내고 어느새 본과생이 되고 나서야 그는 깨달았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암기에 찌들어 족보 낭독머신이 되기엔 그의 대뇌는 지나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길을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오늘도 쉘든은 술로 전두엽을 가라앉힌다.
굳이 내가 쉘든이 아니더라도, 의학공부 중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생길 수 있다. 혹시 누가 알까 당신이 ‘혁신적 의료기기개발에 성공한 의사’로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지. 여기 의학과 공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의공학을 소개한다.

의공학 산업은 임상의학분야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인체에 대한 생물학적, 의학적 지식과 공학적 기술을 응용하여 모든 기구, 기기 및 장치를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의료공학, 의용생체공학, 생체공학, 생체의용공학, 생체의공학, 의료시스템공학 등의 명칭이 비슷하게 섞여서 사용되며 영어로는 biomedical engineering이라고 한다. 학부에서부터 의공학과 소속으로 해부/생리 같은 기초의학과 공학을 공부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원자핵공학, 재료공학, 물리/화학/수학 등의 전공자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박사 학위과정을 밟는다.

병원의 대부분 의료장비는 의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전자공학 기술이 적용되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의 환자감시장비나 심전도/뇌파기 같은 생체계측 장비들, x-ray/CT/MRI와 같은 영상장비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혈액검사기 같이 화학이나 광학지식이 필요한 기계뿐 아니라, 인공호흡기, 호흡검사기, 체외순환장치 같은 것들을 연구하고 제작하기 위해서는 유체역학 같은 공학적 지식도 필요하다. 인공장기의 일종인 인공심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전자, 제어계측, 기계공학, 그리고 재료공학의 지식이 통합되어야 하며, 그 밖에 치과에서 쓰이는 임플란트나 정형외과의 인공관절 (무릎 혹은 고관절)은 재료공학의 연구영역에 해당된다.

 

의료장비 개발 뿐 아니라
과학 연구에도 초점을 맞춰야

 

흔히 ‘의공학’을 ‘의료장비연구’의 동의어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개 의학적인 연구 수행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임상의학연구 자체가 공학적인 지식이 없이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공학을 전공한 분들이 의사들과 같이 연구를 하게 되고, 그 연구성과가 정립이 된다면 의료장비의 개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의학과 공학의 가교,
떠오르는 블루오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의공학 전공 후 광주과학기술원 조교수에 재직 중인 이보름 교수는 의공학의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던 기존 산업분야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시장이 존재하는 의료장비분야에 국내 대기업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연구 경향 상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공자들이 모여서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순수한 의학자와 공학자들이 모여서 연구에대한 논의를 하는 경우 대화조차 잘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았고, 의공학자가 둘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의사입장에서는 직접 공학도들을 상대하기가 어려우니 거리가 멀어도 같은 의사출신의 의공학자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이보름 교수는 ‘나 같이 순수하게 의대를 나온 사람이 공학을 공부하기에는 사실 진입장벽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의학과 공학을 모두 공부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만약 충분한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이라며 총평했다.

 

실제로 부딪혀 보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대학의 의공학교실에 문의하는 것이다.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 의공학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만약 자교에는 의공학교실이 없다면? 다른 학교에 지원해도 문제 없으며, 병역 대체 복무를 통해 부딪혀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의료시스템학과에서는 전문의 취득자들에게 병역특혜를 주는 MD/PhD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군대기간에 박사학위도 받고 의공학분야 공부를 해보고 싶다면 지원을 해보는 게 어떨까. 병역특례가 아니어도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학원 과정에 입학할 수 있으니,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이보름 교수는 의공학을 배우려면 의사출신에게 배우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의사출신의 교수가 아니면 의학도들의 상황에 맞는 의공학 수련을 제공하기 어려울 텐데 제가 아마도 그에 대한 적임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전영준 기자/중앙
<yjipnida@e-mednews.org>

 

대체조제, 날선 공방전 속으로

 

지난 1월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주최로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한 의약품 사용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의사와 약사가 의견 차이를 보였다. 발단은 지난 수가협상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가인상에 대한 부대조건으로 대체조제를 20배 늘리기를 요구한 것이었다.

대체조제란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적은 의약품을 약사가 성분·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것이다.

먼저 대한약사회 이모세 보험이사는 “의료계는 약효의 차이 등의 이유를 들어 대체조제를 반대하나, 이는 생동성시험이나 비교용출시험과 같은 객관적 자료보다 개인의 임상적 경험을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보험이사는 의사들이 리베이트 때문에 약 처방을 줄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이사는 “약제비는 제약업계와 처방 문화 유통구조, 급여정책 등 여러 요소가 얽혀있는 문제”라면서 약품비의 증가 원인을 만성질환자와 고령화 속도 증가로 처방 품목이 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OECD 국가 GDP 대비 의약품비 비중이 낮다고 밝히며, 대체조제를 20배 이상 늘린다고 해도 대체조제 인센티브 지출은 40억원으로 오르고, 약품비 절감액은 7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제 대신 저가약 1일처방 인센티브제를 제안했다. 저가약으로 처방해서 하루에 절감한 금액을 알 수 있도록 하여 동기부여를 유도하는 제도다. 이 이사는 이 제도를 실시하면 약 2조원의 약제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계의 도덕성을 비판한 이모세 보험이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환자가 처방받은 고가약을 저가약으로 조제해준 후 건강보험공단에는 허위 청구한 사례를 들며 맞받았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진이 건강보험정책 부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동일 성분 내 저가의약품 대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무화가 어렵다면 대체조제 통보의무를 폐지하거나 전화나 팩스를 이용한 직접 통보방식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처방전에 성분명을 명시하도록 기재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준혁 기자/중앙
<silmarllion@e-mednews.org>

 

>>> 최신논문

 

말기암 42%가 보완대체요법…생존율엔 차이 없어

국내 말기암환자 10명 중 4명꼴로 항암식품이나 명상 등의 보완대체요법을 쓰고 있지만 정작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암통합케어센터 윤영호 교수팀이 2005~2006년 전국 12개 병원에서 말기암으로 판정 받은 481명을 조사한 결과 42%가 보완대체요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로마나 비타민, 건강기능식품 등의 생물학적 요법이 가장 많았고, 요가와 명상 등의 심신요법, 한약이나 침술 등의 대체요법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생존율 비교결과에서는 보완대체요법을 받은 그룹이 평균 76일, 받지 않는 그룹이 평균 67일로 나타나 양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보완대체요법을 받은 그룹은 보완대체요법을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피로도는 더 높고, 인지기능은 더 낮았다. 윤영호 교수는 “이는 보완요법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더 심한 수준의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종양 연보’ 2월호에 발표됐다.

 

다이어트 음료가 몸에 더 안 좋아

인공감미료가 함유된 다이어트 탄산음료가 설탕이 들어간 일반 탄산음료보다 2형 당뇨병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연구진이 1925~1950년 출생한 중년 여성 6만 6천명을 대상으로 14년간 조사한 결과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매주 500㎖ 마시는 여성은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같은 양 마시는 여성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15% 높았다. 다이어트 음료를 마실 경우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것도 문제였다. 실제로 다이어트 탄산음료 그룹의 매주 평균 섭취량은 2.8잔으로 설탕 탄산음료 그룹의 1.6잔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수아 클라벨 샤펠롱 박사는 “다이어트 탄산음료는 가당 음료보다 건강에 좋다고 인식돼왔지만 실제 과학적으로 밝혀진 유익한 효과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임상영양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생체공학적 ‘인공 눈(眼)’ 전 세계에서 곧 시판

최초의 ‘생체공학적 인공 눈’(bionic eye)이 조만간 각국에서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세컨드 사이트 메디컬 프로덕트(SSMP)’ 사가 개발한 ‘아르고스(Argus)Ⅱ’라는 제품이다. 이는 이미 유럽에서는 관련 기관의 승인을 받았고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국도 곧 승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60개의 전극과 특수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인 아르고스Ⅱ는 망막 광(光)수용체 기능이 퇴보하는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에게 주로 쓰일 예정이다. SSMP사의 브라이언 메치 부사장은 “아르고스Ⅱ는 이미 60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에게 시력을 찾게 해줬다. 개인에 따라 효능이 다르게 나타나긴 했지만 일부 환자는 신문 제목을 읽을 정도로 놀라운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는 미국에만 10만여 명에 달해 아르고스Ⅱ의 수혜자는 앞으로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단점은 비용인데, 일부 유럽 국가의 아르고스Ⅱ 판매 예상금액은 7만3천 유로로 우리 돈 약 1억 780만원 이다. 미국 내 가격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매치 부사장은 밝혔다.

 

지나친 TV 시청, 남성의 정자 생산에 악영향

TV 앞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성(性)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조사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이 18∼22세 건강한 청년 189명을 상대로 수년 간 운동과 식사가 정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실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주당 TV 시청 시간이 20시간 이상인 남자는 전혀 TV를 보지 않는 청년에 비해 정자 농도가 거의 절반 정도 줄었다. 운동시간도 정자의 수, 농도와 관련이 깊었는데, 1주에 15시간 이상 운동을 하는 청년은 주당 5시간 이하로 운동하는 청년에 비해 정자 농도가 훨씬 짙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산화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에 의해 생긴 산화 물질이 이에 대응하는 항산화 물질보다 많아진 상태를 흔히 ‘산화 스트레스’라고 하고, 이는 암 등 각종 성인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드리 개스킨스 연구원은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남성의 성 세포를 보호하는데 운동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반면 식습관과 체중, 흡연과 정자 농도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 보건의료 단신
 
새 간호인력 제도 추진, 2018년 간호조무사 폐지

현행 간호조무사 제도를 2018년에 폐지하고 간호인력 체계를 3단계로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간호인력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간호사-간호조무사’로 분리 운영되던 현행 간호인력 체계를 앞으로 ‘간호사-1급 간호실무인력-2급 간호실무인력’의 3단계로 개편할 방침이다. 이 방침에 따르면 간호사는 현행대로 대학 4년의 교육과 실습을 받아야 하고, 새로 도입될 1급 실무간호인력은 대학 2년의 교육과 실습을 받은 사람, 2급 실무간호인력은 간호특성화 고등학교 또는 고교 졸업자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교육기관(학원)에서 소정의 교육을 마친 사람이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노인인구의 증가와 만성질환의 확대 등에 따라 간호서비스 수요가 급증해 이런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성형수술 제한 법 발의

특정 연령대에 따라 미용성형을 할 수 있는 부위를 법으로 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이재영 국회의원은 최근 의료인이 미용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할 때 정부가 정하는 ‘성형부위에 따른 연령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조항도 마련됐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곧바로 반대성명을 내면서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성형을 예방하기 위한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는 엄연히 성형수술에 대한 필요성과 부작용 등에 대한 의료인의 진료 결정권을 침해하고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용성형은 환자의 자기 결정권과 의사의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 국가가 법으로 규율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이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