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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과의 알콩달콩한 연애 : <뉴 페이스 사용 설명서>

 

봄바람 살랑이며 괜스레 가슴 떨리는 계절, 봄이 왔다. 여기저기 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잠들어 있던 연애세포들마저 기지개를 편다. 연애는 하고 싶은데 소개팅은 불편하기만 하고,  알고 지내던 사람 중에는 인연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알고 보니 봄이 혼자 오지 않고, 그대를 위하여 상큼한 신입생들을 데리고 왔다. 이러한 그대를 위하여 신입생과의 연애, 그 시작부터 끝까지 행동 지침을 소개하겠으니, 이른바 <뉴 페이스 사용 설명서>이다.

 

1. 신입생 환영회
- 인상을 남겨라!

신입생 환영회(이하 신환회)에 왔다. 선배가 되어 바라 본 신입생들은 한없이 귀엽기만 하다. 하지만 그대들에겐 목적이 있기에 마냥 귀여워할 수만은 없다. 보통 마음에 드는 이성이라면 짧은 시간 내에 눈에 띄기 마련이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아라. 만약 마음에 드는 이성 후배가 없는 것 같다면, 안타깝지만 다시 소개팅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만약 눈에 들어노은 이성 후배가 나타났다면 이제부터 <뉴 페이스 사용 설명서>를 따르기 시작할 때다.
신환회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은, 인상 남기기이다. 신입생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만 무수히 많기 때문에 이름을 외우기조차도 벅차다. 잘못하다간 신입생의 기억속에 그대의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신환회가 끝나 버리는 수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입생의 뇌리에 그대를 각인 시켜야 할까? 지금부터 알아보자.

★패션에 집중할 것!
우선, 패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신환회에서 신입생이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이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이렇게 주어진 정보가 많을 경우 이미지 중심으로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대들의 이름보다 그대들의 패션이 먼저 신입생의 머릿속에 각인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옷을 잘 입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신환회 때에는 모두가 신경써서 옷을 입고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대들만의 개성을 살려 특징을 표현해야한다. 예를 들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안경, 얼굴형에 맞는 개성 있는 모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특이한 악세서리 등을 이용하라.

★자주 노출하라!
패션으로 인상을 남겼으면, 이제는 그대를 자주 노출시켜야 할 때이다. 용기를 내어 그녀, 혹은 그 주변에 착석하라. 신환회에서 만약 같은 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고, 같은 조가 아니라 해도 인사차원에서 왔다는 식으로 찾아가면 주변에 앉는 것은 쉬운 일이다. 이 때, 주변자리 착석에 성공했다고 신이 난 나머지 마음에 드는 이성 후배에게 온갖 집중을 쏟는 것은 금물이다. 이러한 집중은 오히려 신입생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직은 신입생의 눈에 그대를 자주 노출 시키는 것으로 만족할 때이다. 앉은 자리의 분위기를 적절한 위트를 통해 주도하며, 자신의 매력을 조금씩 어필하면 된다.

★관심 표현과 전화번호 교환하기
이렇게 자주 만나게 되다 보면 서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싶은 타이밍이 온다. 그렇다면 이제 적절한 수준의 관심을 표현할 때다. 같은 자리에 있을 때에 자연스럽게 그 또는 그녀에게 약간의 집중을 쏟는다든지, 혹은 어느 정도의 술자리 매너를 보여주어 자신을 어필해볼수 있다. 혹은 좀 더 나아가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다주는 정도도 도전해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러워야 하며 적절한 타이밍에 전화번호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 이 단계까지 성공했다면 일단 신환회는 성공이고, 그대의 봄에도 슬슬 꽃 향기가 스며들고 있다. 

 

2. 신입생 환영회 이후
- 부담 덜어주기, 편안하게 다가가라!

신입생 환영회에서 성공적으로 번호를 얻어낸 그대. 이제는 여타 연애와 같은 방식으로 그 혹은 그녀에게 다가가면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상대가 신입생이고, 의대 내에서의 캠퍼스 커플이므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신입생의 부담을 덜어 주어야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는 연애에 대한 환상도 있지만, 선배들에게 캠퍼스 커플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듣고서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을 갖게 된다. 따라서 편안하게 다가서는 전략이 매우 필요하다. 연애는 원래 오빠 동생 혹은 누나 동생 사이에서 시작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의대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신입생들에게 선배가 아닌 오빠 혹은 누나로서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의대의 캠퍼스 커플도 다른 커플들과 다를 게 없음을 무의식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자연스럽게 데이트 약속을 잡을 정도의 수준이 된다면 그대들도 드디어 봄이 다가왔음을, 그리고 꽃이 활짝 피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딱 하나, 고백뿐이다.

 

3. 연애의 시작, 고백
- 분위기의 3법칙을 중심으로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고백 방법이 존재한다. 영화나 소설에서 본 고백 종류만 헤아려봐도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고백을 선택할 것인가.
사실 남녀 관계는 다양한 것이라 고백의 방법을 일률적으로 정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고백할 때의 팁을 소개하자면, 분위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나 연애에 대한 환상이 있는 신입생들에게는 분위기가 더욱 중요하다. 그냥 술 먹다가, 길 가다가 하는 고백은 앞으로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성공적인 고백을 위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분위기의 3가지 법칙을 여기 소개한다.
분위기의 3법칙이란, 바로 ‘저녁, 조명, 정숙’이다. 따가운 햇살보단 부드러운 달빛이 좋고, 밝은 형광등 보단 은은한 할로겐등이 좋다. 시끌벅적 한 곳보다는 잔잔한 음악이 나오거나 아예 조용한 곳이 고백하는 데에 있어서 더욱 효과적이다. 고백이 많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이런 상황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그대들의 따뜻한 봄을 위한 <뉴 페이스 사용 설명서>이다. 연애를 글로 배우는 것은 이 설명서를 마지막으로 하고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설레고 두근대는 신입생의 마음, 그리고 봄이 다가와 한층 들뜬 그대들의 마음이 만나 캠퍼스 내에 부드러운 꽃 향기를 풍기기 바란다.

 

조성윤 기자/울산
<chosy08@e-mednews.com>

 

의대생이여. 듣고, 생각하고, 말하라!

제1회 의대생토크캠프를 다녀와서

 

제1회 의대생토크캠프가 1월 26일 대구에서 1박 2일 동안 개최되었다. 대구 부산지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학생 총 15명과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선생님 총 9분이 참가하였다. ‘의대생토크캠프라, 처음 듣는데?’ ‘정말 이야기만 하는 캠프인가?’ ‘누가 주최하는 거지?’ 이 모든 궁금증을 타파하기 위해 1월 26일 그 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 보자.

 

1월 26일 금요일.
대구 수성구의 한 세미나 룸

p.m. 1:30 먼저 인의협 김진국 선생님의 강의 ‘의사들은 왜 비난받는가’로 캠프의 문이 열렸다. 강의는 소설 '꺼삐딴리'나 여러 명사들의 잠언을 인용하기도 하면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왜 의사들이 선망과 질시의 외줄타기를 해오고 있는가에 대해서 분석해보고, 해방 이후 의료계의 변천과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의료계의 지난날을 돌이켜 보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또한 의사의 권위는 여러 가지 법과 제도가 만들어준 것에 더 가깝기 때문에 그  권위의식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 재고해보았다. 

“평소에 ‘왜 우리 의사와 사회는 이런 관계인걸까’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강의를 듣고 의사와 사회의 관계가 현재와 같이 악화된 원인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의사들이 흔히 가지는 권위의식의 근원 등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 강의였다.”   

p.m. 2:30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
<가장 존경할 만한 혹은 가장 부당한 동네 의원 만들기>라는 주제로 조별활동이 진행되었다. 가상의 동네의원을 만들어서 지역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의원을 만들 것인지 의논해보는 시간이었는데, 실제 임상 의사로 활동하는 선생님들로 이루어진 조는 사회적 기업과 연계하기 등의 학생들은 미처 떠올리지 못한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계획들이 조합되어있는 병원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의대 입학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훗날 개원의사가 되었을 때 어떠한 병원을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처음으로 해 봤다. 또 실제로 나중에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p.m. 4:00 김종명 선생님의 ‘의사의 미래, 정말 불안한가?’라는 제목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의 핵심은 의사나 의대생들이 느끼는 불안의 근원이 무엇이며, 그 해결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불안을 낳는 요인으로, 축적되는 의사 수, 비효율적인 의료수급정책, 동네 개원가 문제, 수가 문제, 의료의 시장화, 국민의 불신 등을 방대한 통계자료를 근거로 여러 가지 각도로 제시하였다. 여러 가지 통계를 통해 봤을 때 우리나라 의사 수가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과잉으로 느껴지는 원인은 의료수급 정책이 공급을 담당하는 시장에 맡겨져서 인력의 재분배가 조화롭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 외에도 저수가 문제를 비급여 항목과 행위량을 늘리는 것으로 보상받고 그로 인해 진료시간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도 했다.

“궁금했던 주제에 대한 강의였다. 속 시원한 해답이 있진 않았지만 의대생들이 갖고 있는 불안에 대한 원인을 통계와 자료를 기반으로 하나하나 짚어주신 점이 좋았다.”
“의료가 시장화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셨는데, 현 자본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의료의 시장화는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p.m.6:30 우석균 교수님의 ‘왜 박근혜가 승리했나?’ 라는 정치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연은 대선결과에 대한 원인을 되짚어보면서 진행되었지만 생각보다 라디칼하게 주장을 펼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대신 대선 기간 동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세대론을 뛰어넘어서 정치적 양극화가 초래된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뒤이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의료계 현안에 대한 고찰과 의료계에서 자주 도마에 오르는 의료 민영화나 IT융합의료서비스(원격진료)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마무리를 맺었다. 

”생각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긴 하지만 지나간 일에 대해 그 원인을 다시 생각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모습 그 자체가 좋았다.”

p.m. 8:00 강의가 끝난 후, 우리들만의 토크 타임!
선생님과 학생들이 섞여서 둥그렇게 모여앉아 성적이나 유급에 대한 스트레스, 학교와 병원의 권위주의 등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거리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발언 후에는 선생님들이 마치 학교선배들처럼 진지하게 경청한 후 그에 상응하는 발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동등한 일원으로 대해주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다른 학교의 의대생들과 솔직하게 얘기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1월 27일 토요일.
대구 임재양 외과의원

a.m.10:30 이른 아침, 두 개의 십차로가 교차하는 지점의 어느 좁은 골목에 위치한 전혀 병원 같지 않은 한옥식의 외과병원을 방문했다. 예쁜 부엌이 있는 별당이 안뜰을 사이에 두고 병원과 마주보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당뇨환자를 위한 힐링푸드 교실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시골에서 잘 되던 외과병원을 정리하고 고수입보다는 평생을 일하는데 보람을 느끼며 살고자 유방암 클리닉을 연 선생님은 초기에는 하루에 기껏해야 한두 명의 환자를 봤다고.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맡은 바를 꾸준히 해 나가다보니 지금은 그 때와 180도 다른 진료실 풍경이 만들어졌다고 하셨다. “지금 의사들, 먹고 살기 힘든 것 절대 아니다. 다만 옛날의 부귀영화를 꿈꾸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이제는 정도(正道)를 걷는 사람이 대접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자기만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그 길을 꾸준히 걷기만 하면 언젠가는 모두가 알아주게 되어있다.” “‘많이 일했으니 이젠 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자.’고 느끼는 중년이 되기가 싫었다. 지금 생각해도 난 지금도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것 같다. 이렇게 한옥식 병원도 짓고 힐링푸드 교실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느껴지지 않는가. 여러분도 충분히 그렇게 살 수 있다.”

“짧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 강의였다. 직접 이렇게 독특한 병원에 와서 체험도 해보고 이야기를 들으니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어떤 과가 뜰까. 어떤 과가 가장 편할까. 같은 고민을 흔히들 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접목시켜서 나의 길을 잘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 끝나고 다들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처음으로 치러진 행사라 각 선생님들이 맡은 강의분량이 일정치 않았던 점이나 ‘토크’캠프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학생들의 발언 시간이 부족했던 점 등 아직 조금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평소에 잘 접할 수 없었던 강의와 이야깃거리, 생각거리가 있던 캠프였다. 의대생토크캠프 기획자 이현석 선생님에 의하면 8월 중에 제2회 의대생토크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며, 캠프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의대생들은 누군가가 강압적으로 가르쳐야 할 대상이기 보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친구들이다.’ 이므로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여 풍성한 시간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우리 교육권 보장해주겠다면서 왜 보장하는 방안이 없나요?

서남의대 학생들의 의견을 듣다

 

지난해 12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가 있었다. 주요 내용은 의대의 경우 부속병원이나 협력병원에서 실습 교육을 할 수 없는 경우 1차 위반 시 학과 총 입학 정원의 50% 모집 정지, 2차 위반 시 의학계열 학과를 폐지하는 처분 기준을 신설하는 안건이었다. 이 법에 따라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은 2012년 12월 당시 의과대학의 존폐가 문제시 되었다. 그 때부터 2013년 1월 초순까지 191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는 107명이 학과 폐지를, 71명이 학교정상화 방안을 지지했으며 13명이 기타의견을 냈다. 폐과 자체에 대해서 큰 거부감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1월 21일 발표된 교과부의 특별 감사에는 학교에서 학점과 학위를 취소시키지 않을 경우 폐교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학과 폐지 건에도 잠잠했던 학생들은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우리학교 이제 문 닫나요?”, “우리 이제 다른 곳에서 수업 듣는 거에요?” 등등.
특별 감사 이후 정부 측은 학생 교육권 보장을 위한 간담회를 수 차례 열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여한 교과부 관계자나 국회의원들 및 의평원 관계자는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일단 폐교를 빨리 시키고 보자.”는 대책 아닌 대책을 제시했다. 건물을 부술 때에도 어떻게 해체할지 정한 뒤에 부수는 법인데 “폐교 후 조치”에 대해서는 어떠한 확답도 없었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자 실시한 간담회의 취지에 심히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행태는 학생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한편 국회에서 개최한 간담회와는 별개로 재학생들끼리 지역별로 간담회를 열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다.(아래 사진) 회의에서는 2월 말 교과부에 “관선이사 파견을 촉구해 달라”는 내용을 주된 골자로 하는 요구사항에 대한 찬반투표가 실시되었다. 총 189명이 참여(투표율 81.47%)했고 이 중 147명(약 78%, 표 참고)이 요구사항에 찬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남의대생은 “우리학교는 해부학을 본과 1학년 때 배운다. 몇몇 학교는 해부학을 예과 2학년 때 배운다. 만약에 폐교가 내년도에 이루어지고 예과 2학년생들 중 일부가 이미 해부학 과정을 배운 학교로 편입조치 된다면 불가피하게 예과 2학년을 다시 들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대책 없는 폐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학생은 “일단 어떻게든 학생들이 피해 없이, 특히 유급 없이 졸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이 상태로 별다른 방안 없이 폐교를 운운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불안감만 안길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과부에서 부실한 교육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실습교육이었다. 실습 교육 병원을 전주예수병원으로 옮겼으니 일단은 법적으로 하자 없는 것 아니냐?”면서 각종 언론 및 이해단체에서 서남대 폐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불쾌해하였다. 그리고 그는 “일단 교과부에서 관선이사를 파견하고 전주 예수병원*을 확실히 실습 교육 협력 병원으로 인정해주기만 하면 학생들 교육권이 자동적으로 보호되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

※ 대학설립·운영 규정 제4조에 따르면 의학에 관한 학과를 두는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은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7조 제1항에 따른 인턴과정 수련병원의 지정기준을 만족하는 병원에서 실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주예수병원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이다.

지금의 행복을 즐기자! 국시수석의 카르페디엠

2013년도 의사고시 수석 원광대 김시호 군 인터뷰

 

“김시호 군 되시죠? 저는 의대생신문사 박민정입니다. 수석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인터뷰 가능하신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D (스마일 이모티콘)”
이렇듯 국시수석과의 첫 대면은 물음표였다. 수석이라면 진중하고 무거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인터뷰는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2월 중순 일원동 먹자골목 카페에서 만난 김시호 군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유쾌한 소년이었다.

 

Q. 국시수석이라는 결과를 받았을 당시에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사실 공식전화를 받기 전에 학장님을 통해서 수석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또 그전에 가채점한 결과가 95.5%가 나왔고, 지난 5년간 수석들이 95%를 넘은 적이 없어서 내심 기대도 하고 있었구요.
국가고시를 보기 전엔 전국 모의고사를 두 번 쳤는데 그 때 2,3등이 나와서 잘 치겠구나는 생각은 했지만 일등할거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죠. 학교에서 공부 잘하냐구요? 뭐 4.33점(4.5만점)으로 수석 졸업할 예정이긴 합니다.

 

Q. 수석 졸업 예정이시라면 언제부터 성적을 잘 받으신건가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저는 2학기 수시 2차로 들어왔어요. 소위 말해서 문닫고 들어온 셈이죠. 1학년 1학기 땐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그것 때문에 괜한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했구요. 저는 친구들보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좋지 않으니깐 자괴감에 빠질만도 했죠. 하지만 상황이 바뀐 건 1학년 2학기였는데, 친구들이 반수를 준비하느라 학과공부에 신경쓰지 못할 때 성적이 많이 올라서 2등을 했어요. 등수를 잘 받으니깐 더 탄력을 받아서 공부를 열심히 즐겁게 하게 된 것 같아요.
등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시험에만 목매진 않아요. 공부하는게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죠. 가이드 라인을 실생활에 접목시키기만 하면 되는 의학이 제 스타일과 잘 맞기도 했구요. 이런 얘기하면 좀 부끄럽긴 하지만 제가 추상적인 사고력을 요하는 수학 물리 화학 이런 과목에 정말 약해요. 수능에서도 언어는 좋았지만 수학과 화학 점수가 좋지 않았구요. 하지만 의학은 흥미로운 것 같아요. 실제에 접목시킬 수 있으니까요.

 

Q. 학과생활 이외에 대학교 생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전 대학교 생활을 정말 신나게 보낸 것 같아요. 친구 따라 풍물패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내가 악기를 잘 다루지 않아도 주위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동아리 활동 이외에도 배운게 많아요. 해금, 피아노, 킥복싱, 이 정도? 킥복싱은 본4때 배운건데 국시 한 달 전까지 체육관에 나갔어요. 피아노는 본과 1,2학년 때 집 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 배웠구요.

 

Q. 해금, 피아노, 킥복싱. 특기가 정말 많으신 것 같은데 평소엔 어떤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나요?

피아노치기, 그리고 맥주 마시며 시쓰기. 공부하고 피곤할 땐 30분정도 맥주마시고 자는게 최고죠. 글쓰는 걸 정말 좋아해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소설도 한번 써보고 싶어요. 제가 워낙 독특한 편이라 대중적인 소설을 쓸 자신은 없지만요 (웃음)


Q. 국시준비기간 어떻게 보내셨나요?

8월 국시 대비 파이널 수업 이후에 실기시험을 앞두고 일주일 정도 학교에 나가지만 그 외의 시간은 전적으로 자유였어요. 전 실기시험을 가장 처음에 쳐서 이후엔 필기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일단, 공부는 집에서 해요. 집에서 하면 흐트러지기 쉬운 단점을 공부방과 자는 방을 나누는 걸로 해결했어요.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편은 아니에요. 아주 열심히 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루 일과를 말하자면 10시에 일어나서 두 시간 정도 공부하고, 12시에 점심을 먹고. 공부하다가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킥복싱 갔다 오고, 또 공부하다가 6시 저녁시간, 7시부터 공부하다 9시에 친구와 함께 헬스장에 다녀오죠. 10시부터 12시까지 공부하고 맥주 한 캔 정도 마시고 쉬다가 잠들어요. 국시 얼마 남지 않았을 땐 새벽 2시까지 공부하기도 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2시간 공부하고 쉬다가 2시간 공부하는 식이었죠. 이렇게 해야 더 능률이 오르는 것 같아요.

 

Q. 의대 치대 동시 수석, 원광대의 비법은?

치대 수석까지 같은 학교에서 나와 주목을 덜 받아 별로였어요. (웃음) 농담이고, 뭐 때문이었을까요? (달변이었던 그가 잠시 뜸을 들였다) 원광대가 사실 지난해 대출제한학교에 걸렸거든요. 의치한의대 로스쿨 까지 가진 학교로서는 사실 수치에 가까웠죠. 하지만 그래서 더 오기가 발동한 것 같아요. “너희 학교 대출제한에 걸렸더라”는 장난이지만 뜨끔한 친구들의 문자가 더 자극이 되었구요. 다행히 이번 해엔 원광대가 구조개혁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아서 다들 전화위복이었다고 얘기해요. 그 외에는 틀린 문제집 문제를 학교 시험에 내는 교수님들의 세심한 배려가 도움이 되었구요.

 

Q. 국시수석, 앞으로의 인생은?

사실 국시수석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담담했어요. ‘그렇구나’ 정도? 하지만 인터넷 창에 제 이름 검색했을 때 바로 나오니까 기분이 정말 좋더라구요. 누나한테도 이런 식으로 수석 소식을 전했죠. ““네이버에 내 이름 검색해봐”” 하지만 이렇게 좋은 기분도 한 순간이에요. 지금은 좋은 것 보다 부담감이 더 커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막연하지만 전 영양과 운동에 관심이 많아요. 단순히 약만 처방하는 의사가 아니라 영양과 운동도 동시에 관리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개척해야 할 분야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요즘은 누나가 추천해준 영양에 관한 책을 보고 있어요. (인터뷰 당시에도 앞에 그 책이 놓여있었다)

 

Q.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리고 좌우명을 말해주세요.

인터뷰 정말 길게 하시네요.(웃음) 마지막 질문인가요? 일단 좋아하는 건 술, 특히 공보가주, 익산역 앞 엘페강 500cc 맥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 싫어하는 건 계피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좌우명은 지금의 행복을 즐기자! 오늘이 즐겁지 않은데 내일이 무슨 소용이죠? 하나은행 광고에 나오는 ‘중요한 건 내일인데’ 이 멘트, 이거 정말 아닌 것 같아 (웃음)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

 

김시호의 매력적인 공부비법

 

1. 꾸준히 열심히 하라
시험기간 이외에 평소에도 감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1-2시간씩 매일 꾸준히 공부했어요. 시험기간엔 남들 하는 만큼 했구요.

2. 중요한 것 중심으로 공부하라
족보 정말 중요해요. 족보가 괜히 족보겠어요? 중요하니까 족보지. 그리고 수업시간에 잘 듣는게 중요해요. 교수님들이 수업시간에 이야기 하시는 건 중요한 것들이거든요. 피곤해서 수업시간에 졸더라도 반드시 필기는 해요. 공부 잘하는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해요. 필기 같은걸 공유해야 하니까요.

3. 원리보다 가이드 라인이 중요하다
저는 가이드 라인을 충실히 따라가는 공부를 해요. 원리 즉 “왜”를 따지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의과대학 공부엔 도움이 되지 않아요. 합의된 결론을 충실히 실제에 접목시키는 것.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4. 나만의 정리노트를 만들자
다른 국시 수석들 얘기를 들어보면 ‘퍼시픽만 보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제가 보기엔 비법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아닌가? (웃음) 아무튼, 저는 저만의 정리 노트를 본과 3학년 실습 돌 때부터 만들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이때부터 국시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방법은 문제집을 모두 푼 다음에, 문제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내용을 정리하고, 파워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첨부하는 식으로 정리노트를 만드는 거죠.

5. 교과서와 최신 가이드라인을 활용하라
문제집과 파워만 봐서는 부족해요. 교과서와 가이드라인 활용을 추천해요. 다른 문제집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퍼시픽 문제집을 보면 틀린 답이 많아요. 사실 학교 교수님들이 시중 문제집에 답이 틀리게 나온 문제를 학교 시험에 출제하셨고, 저는 여기에 문제집에 나와 있던 답을 골랐다가 틀린 적이 많아서 더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임신 2주기인 여성이 커다란 복부 종괴를 발견했다. 그 다음에 필요한 조치는?’는 문제에 보통은 난소암이라 생각하고 탐색 개복술을 답으로 골라야한다고 생각하고 퍼시픽 답도 그렇게 나와있었지만 진짜 답은 MRI였죠. MRI는 radiation 이 없으니까 임산부에게도 가능하잖아요?
파워도 틀린 내용이 정말 많은 거 아세요? 그래서 교과서를 보면서 파워에 틀린 내용이 나왔다 싶으면 화이트로 지워서 다시 정리해 넣었어요. 전 마이너 과목까지 교과서를 다 가지고 있어요. 이비인후과 비뇨기과까지 다 합하면 14권 정도 있어요. 교과서를 보는 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는다”에요. 중요한 건 DOC, TOC 아닌가요? 필요한 내용 중심으로 찾아서 보죠. 너무 바쁠 땐 병태생리는 스킵하고 보는 것도 추천해요.
아무튼 교과서와 가이드라인 활용을 강력 추천합니다. 전 교과서와 자료를 찾으면서 공부하느라 동선이 무지 넓었어요. 공부동선이 넓어서 체력의 필요성도 절실히 느꼈죠.(웃음)

양자택일? 혹은 일거양득?

퍼시픽과 동화사이 어디쯤에서 고민하는 당신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각 영역별 final 모의고사 문제집이 필수이듯, 국시에도 필독서가 있다. KMLE 문제집이 바로 그것. 분명히 국시도 수능처럼 각 과목별로 정해진 교과서에서 출제되지만, “다른 비법 없이 학교 수업 열심히 듣고, 교과서만 충실히 공부했어요.”라고 말하는 국시 전국 수석 학생은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정석대로 공부하기엔 머릿속에 넣어야 할 지식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KMLE 대비 문제집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KMLE 대비 문제집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여기선 국시 대비용 기본서로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이용되는 두 가지 책의 장단점을 소개해 본다.

 

1. Pacific KMLE 예상문제 풀이

의대생들 사이에서 흔히 ‘퍼시픽’이라 불리는 책이다. 출판사는 퍼시픽북스이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드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가장 ‘HOT’한 문제집으로 국시를 준비하는 대다수의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이 책으로 시험 준비의 방향을 설정한다고 한다. 가히 ‘기본서 중의 기본서’ 라고 할 만하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꼽은 이 책의 장점은 필요 없는 내용은 과감히 빼고 요점만 간략히 잘 정리 되어 있다는 점 이었다. 올해 국시를 치른 수험생 정모씨는, “퍼시픽은 대화체로 서술되어 있어서 읽기가 수월하고, 굵은 줄과 같은 강조표시가 비교적 명확해서 보기 좋았다.”며 “외우는 법도 깨알같이 쓰여 있어서 중요한 내용이 머릿속에 쉽게 외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요 없는 내용을 과감히 빼버린 점은 올해 국시에선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2012년판 퍼시픽 ‘예방의학’ 편의 내용은 올해 국시에서 출제된 내용을 커버하기엔 부실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 의대생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엔 “퍼시픽을 아무리 판다고 해도 올해 예방의학이나 의료법규는 다 못 맞췄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일부 학생들은 퍼시픽의 문제 해설이 빈약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다른 문제집에 비해 꽤 높은 가격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2. New plus 동화 KMLE

의대생들 사이에서 흔히 ‘뉴플’ 혹은 ‘동화’라고 불리는 책이다. 출판사는 고려의학이고,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국시준비 문제집이다. 동화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시 대비 문제집의 표준이었던 책이라고 한다. 다른 문제집은 흑백으로 출판되는데 반해, 동화는 컬러이고 분량도 더 많은데 가격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타 문제집에 비해 실린 내용이 방대하고 자세히 쓰여 있어, 요점위주의 공부가 아닌 폭 넓은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선배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국시를 치른 수험생 오모씨는, “상대적으로 퍼시픽보다 내용이 많고 자세한 점이 동화의 장점이다. 올해 국시의 경우 예방의학만큼은 동화로 철저히 대비한 학생이라면 문제풀기가 더 수월했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동화는 오타나 잘못된 내용이 퍼시픽에 비해 많고, 내용 설명도 딱딱해서 읽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화는 상대적으로 해설이 자세하고 난이도가 높은 문제들이 많은 점은 좋지만, 오답이나 오탈자가 많은 점이 문제라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박정원 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

미덥지 않은 국시원, 무엇이 문제인가

제77회 의사 국가시험 합격취소 사태

 

지난 1월 23일 제 77회 의사 국가시험의 합격자가 발표됐다. 하지만 성적을 확인한 학생들 중 일부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확인한 점수가 가채점 점수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의문을 품은 일부 학생들은 한국 보건의료국가 시험원(이하 국시원) 홈페이지에 이의를 제기하고 국시원에 찾아가 직접 답안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국시원의 전산 채점 과정의 오류가 발견되었고, 국시원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국시원의 공신력은 추락한 뒤였다.
문제는 그것뿐 만이 아니었다. 3037명의 합격자 중 5명의 합격이 돌연 취소된 것이다. 전산 채점 프로그램 오류를 수정하여 재채점한 결과 합격자 중 5명이 불합격자로 판명된 것이다. 정정 직전까지도 합격자로 알고 있던 5명의 응시자들이 순식간에 불합격이란 날벼락을 맞았지만, 국시원은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사과문만 발표했을 뿐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조차 없는 실정이다.
국시원의 부실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11년 국시원은 의대생들이 실기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며 전체 의대생을 범죄자로 매도했다. 충분한 지식과 능력을 있는 인재를 선별해야하는 국가시험 과정에서 제대로 된 평가기준이 공시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가시험을 그런 원칙조차 무시한 채 실기 시험을 진행했다.  
만약 올해와 같은 채점 오류가 시험문제가 공개되기 이전에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지난해부터 시험 문제 공개로 학생들은 직접 자신의 점수를 가채점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이런 부실한 시험 채점 과정이 그 이전에 있었더라면 어느 누구도 이런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채 누군가는 불합격자임에도 합격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합격자임에도 불합격자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1월 28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에서는 부실한 국시원의 시험 운영 실태에 대한 성명서를 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의 주최로 국가시험 개선을 위한 국시원과 의대협의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 기회를 통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고충이 국시원에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국시원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차례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불식되기도 전인 지난 2월 20일 국시원은 스마트 폰으로도 이용 가능한 모바일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접근성 좋은 스마트 폰으로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하였다고 발표한 국시원. 국시원이 진정 ‘스마트(?) 국시원’이 되고자 했다면 이러한 이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하기 전에 국가시험 관리자로서 공신력을 잃지 않기 위한 준비해야 하지 않았을까. 등 돌린 의대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가시험 투명화와 체계적인 시험 진행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시점이다.

 

노원철 기자/전남
<happywonchul@e-mednews.org>

스마일 오케스트라, 희망을 연주하다

 

★ 스마일 오케스트라의 탄생
스마일 오케스트라를 이끈 단장 이승현 (을지의대 본4) 씨는 “대부분의 의과대학에 관현악이나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관현악기 연주에 관한 재능기부를 취지로 스마일 오케스트라를 시작하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스마일 오케스트라의 선한 취지를 접해들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양방언씨가 흔쾌히 학생들과 협연을 결정해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샀다.
약 20여일 동안, 스마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주중에는 개별적으로 연습하고 주말에는 모여서 연습을 하는 등 공연일자에 맞추어 부단히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기획단은 지휘자 섭외, 연습 공간 확보 및 단원-지휘자 일정 조율 등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공연을 잘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 스마일 오케스트라 공연, 힐링포르테
2013년 1월 13일 일요일 광진구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스마일 오케스트라의 공연 “힐링포르테”가 열렸다. 약 550여명의 관객이 찾은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었다. 김동혁 지휘자의 열띤 지휘 아래 1부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Sleeping beauty, op.66 No.6 “Valse”」외 두 곡을, 2부에서는 양방언씨와 협연한 두 곡 「Swan yard」, 「Wish to fly」외 두 곡이 연주되었다.
특히 2부에서는 양방언씨가 협연을 마치고 스마일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소감을 밝혔다. 니혼의과대학을 졸업하는 등 피아니스트로서 독특한 이력을 지닌 그는 공연 현장에서 “이 학생들을 보면서 25년 전 자신을 보는 것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의대 공부를 하다가 홀로 음악에 빠졌었지만 이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무엇인가 해주고 싶기에 서로 모여서 음악을 연주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견스럽고 한편으로는 부럽다”고 말하며 단원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을 관람한 청중들은 놀라움과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마추어에 불과한 의대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이었지만 연주 실력은 매우 출중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 마무리
40여일에 불과했던 기획기간과 30일도 채 되지 않는 연습기간을 거쳐 희망을 연주한 “힐링 포르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스마일 오케스트라 단장 이승현 씨는 공연 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주말마다 자발적으로 서울에 모여서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참가하는 등 고생이 많았고 지휘자께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한 “기획팀장 정유지 씨를 비롯한 기획단원들에게 고맙다.”며 이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또한 양방언 씨는 “이후 스마일 오케스트라의 활동이 더욱 더 알려지고 실천되기를 응원한다.”면서 스마일 오케스트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희망의 연주가 더 널리 퍼져 울리길 기대해본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