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 견지의 무상급식을 이념화 하지말라
무상급식에 관한 서울시의 주민투표가 유효 득표율 33.3%에 미치지 못해 투표함도 열지 못하고 끝났다. 이번 주민투표는 ‘복지 포퓰리즘’을 앞세운 여당에 대한 반발과 함께 정당성이 결여된 투표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의 결과였다.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애당초 무상급식의 주무처는 서울시 교육청이다. 서울시의 역할은 예산 지원일 뿐, 시장의 거취를 걸면서까지 사활을 걸 사안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세훈 시장은 이미 서울시 의회의 무상급식 조례가 무효라고 대법원에 소송을 걸어놓았다.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건 주민투표법에도 위반되는 사안이다. 주민투표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설령 ‘소득 하위 50% 무상 급식안’이 지지를 많이 받더라도 교육청이 독자적 예산에 따라 무상 급식안을 추진한다면 서울시가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애초에 교육적 견지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으로 헌법 31조 3항에 따라 ‘무상’으로 시행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2014년까지 의무교육이 시행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하고자 했다.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연장선상인 ‘의무급식’인 셈이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은 무상급식과 관련해서 “집에서는 부와 가난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학습 받을 지라도 적어도 학교에서만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주민투표의 유효성을 차치하더라도 무상 급식안에 찬성해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린이들이 받을 상처와 낙인보다 경제적 정치적 논리가 결코 앞설 수 없다. 둘째, 부모의 소득에 따라 아이들을 구별 짓는 것은 계급의 대물림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셋째, 집권 여당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들을 지지하는 부자들의 세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언론은 복지병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막는다고 외치지만,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복지 재정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사회가 아이들 급식을 두고 아전투구를 벌이는 동안 프랑스 부자들은 세금을 더 내겠다고 밝혔다. 로레알의 최대주주를 비롯한 프랑스의 부호 16명은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낼 수 있도록 특별 기부를 신설해달라”는 내용의 기고를 주간지를 통해 발표했다. 프랑스와 유럽의 시스템에 혜택을 많이 받은 자신들이 사회가 어려울 때 마땅히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정세는 이런데 한국은 영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내년의 소득세, 법인세 등을 인하하지 않으면 추가로 4조원의 세금이 확보 됨에도, 집권여당은 재정악화의 책임을 복지 지출로 떠넘기고 있다.
'82호(2011.09.05)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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