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문제, 색안경을 벗어야 해답을 찾는다
지난 1일,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흉악범 오원춘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중국인 불법체류자 신분의 그는 밤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던 20대 여성을 납치하여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사형의 존폐에 대한 논란은 별개로 두더라도, 극악무도한 범죄를 지은 이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편, 이처럼 들끓는 여론과 함께 고개를 내민 것이 있으니 소위 ‘불법체류자’로 일컬어지는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감이 바로 그것이다. 전 인구의 2.5%에 달하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체류하며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관점은 얼마나 유효하고 적절한 것일까?
작년에 형사정책연구원에서 펴낸 자료에 따르면 노동시장 개방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체류인에 의한 범죄의 증가율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살인의 경우 이들의 인구대비 범죄율은 내국인에 비해 두배정도의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편견과는 달리 이들에 의한 범죄 자체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범죄의 1% 정도로, 체류 외국인 비율 2.5%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치를 나타낸다. 국내체류 외국인의 대다수가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연령대에 속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이들이 일으키는 범죄는 내국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불법’체류인에 의한 범죄율은 전체 체류인 중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율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우리의 통념과는 상반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체류인들이 특별히 흉악범죄를 많이 일으킨다고 느끼는 것은 언론에서 이들에 의한 사건을 더욱 크게 보도하는 등 외부적 변수에 의한 착시효과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흉악범죄가 많아지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강력범죄율이 높다는 것을 근거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흉악범 집단으로 보는 것은 또다른 형태의 폭압이라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집단에서 범죄의 발생 비율이 높은 것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 알려진 사실이다. 도덕적 규범이 불안정한 아노미 상태에서 일탈행위가 많이 일어나는 것 또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사회학적 이론이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근무환경이 열악한 직업에 내국인이 종사하지 않으려 하면서 발생한 인력 부족을 외국 노동력의 유입을 통해 충당해 왔다.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착취의 늪에서 허덕이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문화가 현실과 충돌하는 상태에 놓인 이들이 범죄를 일으켰을 때 그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구조적 요인을 지적하지 않고 해당 집단의 문제만으로 간주하는 것은 단일민족 이데올로기에 기댄 낙인에 가깝다.
대외무역의존도가 세계 정상급인 우리나라로서는 노동시장의 개방은 국가경제의 존속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이런 시점에서 저개발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향한 막연한 사회적 분노는 우리 사회의 통합이나 체류인에 의한 범죄 예방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권단체의 감성팔이’로 치부하며 대안 없는 적개심만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색안경일 뿐이다. 차라리 그 불안의식을 합리적인 이주정책과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한 고민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실질적인 국민의 안전과 복리에 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87호(2012.06.07)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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