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사진 : 색이 사라진 사진, 그리고 그것을 찍는 사람들
21세기. 우리는 컬러의 홍수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핸드폰, 광고, 텔레비전, 유튜브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화려한 색감, 빠르게 변화하는 영상과 이미지들을 접하며 화려하고 순간적인 색깔에 매료된다. 이러한 세상에서 흑백 필름 사진은 세상을 역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에 흑백사진은 천천히 매료되고 그 시간 속에서 더 깊게 각인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명한 흑백 사진 작가와 그 삶을 통해 그들의 사진 미학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Henri Cartier-Bresson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노력했는데,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으로 유명한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은 원래 미술을 전공했던 화가 출신의 사진가로 기하학적 구도와 비율을 잡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당대 유명한 사진작가들과 국제보도 사진가 단체 <MAGNUM>을 설립했다.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을 이야기할때 그의 유명한 사진집<결정적 순간>을 제외하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결정적 순간”은 그의 사진 철학이 스며들어가 있다. 그는 촬영 대상의 움직임 중 가장 좋은 순간을 가장 적절한 시간에 포착했다. 그것이 대상 자체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순간으로 현실을 조작하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진은 이미 세계에 내재한 자연스러운 질서가 우리 눈앞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감동을 자아낸다. “스쳐 지나가는 실재의 외관에 모든 능력이 집중되는 순간에 숨을 죽이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그의 사진 미학을 보여준다.
Robert Capa[로버트 카파]
-‘삶의 한가운데’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종군 사진기자 중 한 사람이자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과 함께 <MAGNUM>의 창립멤버이다. 헝가리 출신 유태인인 로버트 카파는 독일로 정치적 망명에 길에 올랐고, 트로츠키의 연설 장면을 촬영하게 되며 사진의 세계로 접어 들게 되었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제1차,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시기로, 그는 자연스럽게 보도 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가 종군 사진기자 유명해진 것은 스페인 내란에서 총탄을 맞아 스러지는 병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라이프>지에 실리면서이다. 그는 그 뒤로 중일 전쟁, 제 2차 세계대전, 이스라엘 독립전쟁,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하였다. 그의 사진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병사들 가까이에서 찍었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찍은 그의 사진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 전쟁의 긴장,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그의 사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진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촬영한 사진이다. 그 때 현상과 인화과정의 문제로 필름이 흔들려서 나왔는데 이는 오히려 전쟁의 긴박감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로버트 카파는 인도 차이나 전쟁에서 지뢰를 밟아 41세로 사망하였는데, 그의 삶을 기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철한 기자정신을 카파이즘 이라고 한다.
Willy Ronis[윌리 호니스]
-“일상에서의 행복”
“만약 당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해맑은 웃음에서, 햇볕이 내리 쬐는 탁자 위 꽃병에 꽂힌 튤립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에서, 집위에 드리워진 구름에서 감동을 받을 것이다.”
세계 3대 휴머니즘 사진작가이자 프랑스가 사랑한 사진작가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매체에 작품을 게재한 윌리 호니스는 휴머니즘의 가치를 사진으로 보여준 대표적 작가이다. 그는 파리지엥들의 삶과 파리가 갖고 있는 매력을 담은 사진들을 찍으며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표현하는 사진작가로 인정받았다. 그의 사진은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잡아낸다. 빵을 들고 뛰어가는 아이의 모습,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 자극적인 이미지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주변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진에 스며있는 따스함과 사랑스러움은 보는 사람의 마음도 행복감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연필심으로 그려낸 듯한 파리의 모습은 그가 왜 프랑스가 가장 사랑한, 프랑스의 위대한 사진작가인지 알게 해준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시대에, 어떤 사진이 찍혔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돈을 들여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과정에 드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흑백 필름 사진은 지금 시대와는 동 떨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시기이기에 합리성과 편리성, 화려한 컬러, 빠른 변화를 포기한 흑백 사진에서 향수를 느끼고 색다른 감동을 느끼는 지도 모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옛 그대로 정지된 듯한 사진은 아날로그적인 감동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흑백 필름의 인화와 현상 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빛이 없는 깜깜한 암실에서 오랜 시간 후 나온 흑백 사진은 빠르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과는 동 떨어져 있는 듯 하며 삶의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을 느끼게 해준다. 흑백 사진 감상과 함께 그 여유도 함께 즐겨보도록 하자.
박상아 기자/을지
<ann1208@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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