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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서당개, 실습생의 현주소

   

기계를 다루는 법을 배울 때 매뉴얼만 보고 그 기계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몇 번은 그 기계를 만져보고 써 보면서 사용법을 익힌다. 하물며 인체는 기계와 다르기에 멋모르고 함부로 만지다 고장을 내서도, 감정 없는 사물로 대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선배 의사들의 지도와 감독 하에 실제 상황을 접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임상실습은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들 속에서 임상실습은 실체적 실용적 의학의 표상인 동시에 지속가능한 의료의 전제조건이 된다. 하지만 상황은 말처럼 이상적이지 않다. 실습을 도는 학생들이 모인 자리라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고, 스스로를 병풍에 비유하는 자조 섞인 농담도 들린다. 어느 정도 실습생활에 관록이 붙으면 이번 주에 돌게 될 과가 얼마나 힘든 지부터 일단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잘 도망을 쳐서 편하게 한 주를 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영특함도 발휘되게 마련이다. 무엇이 상황을 이렇게 씁쓸하게 만드는 것일까?

 

목표의 부재

   

문제의 원인을 짚어보기 위해 기자가 만난 7개 학교의 12명의 실습생들은 회진이나 티칭, 수술참관, 외래 등 실습을 구성하는 여러 항목들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았다(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하 모두 익명 처리함). 그 평가들 속의 뒤죽박죽 엉켜 있는 요구들은 실습을 도는 구체적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게 공유돼 있다면 실습에서 기대하는 바가 이토록 천차만별을 보이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실습을 이루는 항목에 대한 이들의 평가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먼저 몇 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교수님이 특정 내용을 설명하는 티칭(렉처)’에서는 별로 실습의 의미를 발견하기 힘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병원에 나오는 가장 큰 목적은 환자를 대하는 법이나 배운 이론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라고 봤을 때, 강의실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병원에서 하는 것은 실습의 목적과 잘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EMR을 보면서 하는 증례 위주의 설명은 이론만으로는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져 도움이 된다고 받아들이고 있기도 했다.

한편, CPX/OSCE의 도입이 과마다 실습교육의 체계화에 일조한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학생들이 그 과에서 알아야 할 실제적인 임상적 지식이나 술기, 이를테면 호흡기내과에서 객혈의 감별진단이나 소아과의 신체진찰 등을 실습 중에 교육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항목화 된 시험이라는 목표가 교수나 전공의들로 하여금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인식과 학생교육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게 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실습 자체를 평가하는 방법이 모호한 것을 문제로 삼는 시각도 있었다. 평가는 평가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지만 그 평가의 기준이 되는 항목들을 통해 학습목표를 보다 명확히 한다는 기능도 있다. 특히 상황이 가변적이고 교육내용을 체계화하기 힘든 실습에는 이런 기능이 더 절실하다. 실습에서는 대개 케이스발표나 논문 발표, 혹은 태도라는 항목으로 평가받는데 이것은 실습을 통해 얻어가야 할 것들에 대한 다소 간접적이고 주관적인 측정지표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뚜렷한 목표 제시와 그를 통한 동기부여가 안 되는 상황에서,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무엇을 어디까지 해야 할 지 가늠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건의 불확실성 

 

실습교육의 질에 변수가 되는 한 가지 요소는 환자에 관한 문제이다. 환자를 통한 공부를 하려고 해도 특정 질병이나 상태를 가진 환자가 실습 시기에 없으면 처음부터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령 알레르기내과를 도는 짧은 기간에 약발진(Drug eruption)으로 내원한 환자가 없으면, 매우 흔하고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질환임에도 증례를 접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의 바깥에 있는 문제이다. 더 큰 장애물은 임상실습은 암묵적으로라도 환자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특성에서 비롯된다. 이런 문제는 산부인과와 같이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깊이 연관되는 상황에서 특히 저명하게 표출된다. 환자도 많고 과 분위기도 좋아서 실습할 때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 환자의 거부로 정작 가장 중요한 분만과정을 참관하지 못한 어느 학생의 안타까운 사정은 환자의 인격권과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가 충돌해 일어난 비극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의사라면 기본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간단한 술기나 처치를 환자나 보호자들의 눈치에 치이면서라도 할 수 있었다면 차라리 다행인 셈이다. 어떤 경우에는 보호자의 성격이 예민한 경우 등 특정 상황에서는 교수나 전공의가 아예 학생에게 시도의 기회를 주는 것조차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이는 학생의 교육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 환자가 누려야 할 의료의 질까지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떤 사정일까? 스웨덴은 환자가 대학병원에 내원하면 의대생이 먼저 예진을 하고 그 다음에 교수를 만나는 시스템이다.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부 학교 일부 과에서는 필요나 상황에 따라 학생에게 예진을 경우도 있지만 이들과 비교해보면 학생이 환자를 직접 대할 수 있는 기회가 확연히 적다. 혈액배양 같은 기본적인 술기도 오스트리아에서는 학생들이 하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턴의 역할인 것도 이런 차이를 뚜렷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여력의 부족\

 

강의실은 일차적인 목표가 교육에 있는 것과는 달리, 병원에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더 다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이론적으로야 대학병원은 학생교육을 위해서도 존재하는 기관이지만, 문제는 그러기에는 현장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 세 시간만에 많게는 100명의 환자까지 외래를 처리해야 하는 교수님이나, 병동 주치의 한 명이 50명에 달하는 입원환자들을 챙겨야 하는 열악한 처지. 이들이 이런 여건과 싸워가며 억지로라도 기회를 마련하지 않는 한 교육의 양과 질 확보는 요원한 이야기다. 교수나 전공의가 잉여의 시간을 내어 학생교육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은 그야말로 잉여가 된다.

학생교육을 총괄하는 인력이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이 느끼는 교육의 질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전자의 경우 학생들은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그 과의 일이나 특수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워 가는 반면, 후자는 상대적으로 방치된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근처에 있는 것도 방해인 것 같아서 잠깐 어디 가있으려 하면 연락이 와서 학생들이 실습시간에 어디 가 있냐고 혼나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가면 또 할 일 없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는 대기시간뿐만 아니라 회진이나 외래, 수술 등을 참관하는 상황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참관에 교수나 전공의의 설명이 병행되면 이해도 되고 지속적으로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데, 설명이 없이 그냥 따라다니면 무엇을 봐야 하고 지금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가 없어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수님이 오늘은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하자와 같이 딱 정해주는 날이 가장 효율도 높고, 집중도도 높다고 했다. 그리고 회진부터 수술까지 교수님을 따라다니면서 늘 어려웠던 것이 학생의사라는 모호한 신분. 어디부터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매 상황마다 고민된다는 게 실습생의 애로사항이었다.

 

의지의 문제?

 

교육심리학에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다. 교육자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과가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인데, 임상실습 학생들에게 있어 교육자인 교수나 환자들이 업무와 병원환경이 주는 스트레스에 치여 어떤 기대치와 지향점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는 지난한 현실들은 곧 배움의 의지 둔화로 연결됐다. 본과 1,2학년에 비해 시험부담이 덜한 만큼 정신적인 압박감은 적지만, 학생도 의사도 아닌 애매한 위치를 요구받는 실습생들은 정서적으로 지친다는 이야기는 그런 배경 속에서 들려왔다. 그다지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 불편한 마음으로 오래 서 있는 학생들은 체력적으로까지 지치게 되고, 결국 수술이, 외래가, 하루일과가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는 괴로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남 탓만 할 문제는 아니다. 누가 챙겨주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건 그만큼 자신이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얻어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도 된다. 환자가 배정되었을 때 남이 작성한 의무기록을 보고 5분 만에 레포트를 내는 사람과, 매일매일 30분씩 환자와 이야기하고, 직접 고민해보고 환자가 물어보는 걸 찾아서 알려주기도 하면서 많은 걸 얻어가는 사람은 당연히 다를 것이라는 의견은 그런 시사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권리는 누가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어나가는 것인데, 배울 권리를 누리려는 학생들의 의지가 충만하지 않다는 것은 많은 실습생들의 생각이 일치한 몇 안 되는 부분이었다.

 

이젠 바뀌어야,

아니 바꾸어야 할 때 

 

목표, 여건, 여력과 의지. 충실한 교육을 위한 필요조건들 중 어느 것도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위협받는 건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양질의 교육이고, 이는 결국 장래의 환자들에게 주어질 의료의 질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인턴을 폐지하고 전문의 비율도 점차 조정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간간이 전해져오는 가운데, 국민의 보건의료를 책임질 의대생들의 실습교육이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인턴이 없어지면 전공 선택에 관한 고민의 기회까지 축소될 걸로 예측되는 마당에, 의대협 Task Force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실습교육 강화를 위한 대응책에 관한 별다른 논의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실습생이 인턴을 거치지 않으면서 다소 약해질 수 있는 기본술기를 보완할 수 있도록 예비면허의 형태로 어떤 자격이 주어질 것이라는 엉성한 추측만 들려올 뿐이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강의실에서 2, 병원에서 2년 도합 4년을 의학공부에 쏟아붓고 해마다 3000명씩 의사로 배출되는 이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의대만 졸업해서 무엇을 할 수 있냐고. 그렇다면 감별진단은 세 가지 정도로 추려진다. 서당이 이상하거나 풍월이 과분하거나 아니면 의대생들이 실은 견공 정도 또는 그 이하의 지능이거나. 의대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든다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결국 답은 앞의 두 가지 쪽에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병원 상황은 변수가 많고 유동적이다. 병원이나 과마다의 특수성에 따른 제약도 있고 또 그곳을 찾는 환자의 구성이나 기대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런 환경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으로 의대생에게 잘 다듬어진 실습교육을 제공하도록 요구한다면 비현실적인 주장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식을 공유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의대생의 임상실습에는 대학생의 교육받을 권리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현재 환자의 권리와 미래 환자의 권리의 충돌이라는 문제까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진경 기자/계명

<jinkyeong@e-mednews.com>

 

 

의대생들이 말하는 임상실습 이모저모

 

이런 실습 어때요?

 

응급의학과 CPR 시뮬레이션


한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실습과정 중에는 간호대학생들과 함께 팀을 꾸려서 advanced CPR을 하는 시뮬레이션 실습이 있다. 대상이 모형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실제 상황과 똑같이 진행된다. 실제 CPR실에서 각자 역할을 나누어 진행되는 약 30분 동안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진지하게 임한다. 간호대 학생들과 함께 한다는 점이나 실제 상황을 재현해본다는 점 등에서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미리 가보는 병원 견학


국내 몇 대학에서는 임상실습을 돌기 전에 며칠간의 병원 실습과정이 있다. 학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병원이라는 상황에 노출되는 경험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실제 몇 시간 안 되는 실습시간이지만 반듯하게 다려진 정장과 가운을 입고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설렘과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목적이 없는 병원 구경이기 때문에 별 의미 없는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타 대안?


오전에 한 수업내용을 오후에 실습 도는 것은 어떨까? 해부학을 배울 때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오후에 실습했던 것처럼 이를 임상학기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하는 의견이 있었다. 이론과 실습이 병행된다면 글로만 배우는 피상적인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의학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100명이 동시에 ‘순환기학’ 강의를 들을 수는 있어도 동시에 ‘순환기내과’를 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하진경 기자/계명
<jinkyeong@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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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화려한 꿈, 제2회 젊은 의사 포럼

 

지난 10월 6일 일산 킨덱스에서 열린 제 2회 젊은 의사 포럼에 1600여명의 의대생이 초대되었다. 순수 의대생의 힘으로 전국 의대생의 약 10%가 모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이다. 작년 서울대에서 열린 제 1회 젊은 의사 포럼에 300여명의 의대생들이 모인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참가자가 다섯 배 넘게 늘어났고,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질적인 면에서도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의대생들은 일산이라는 지리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지방에선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행사장을 찾았다.

 

우.물.탈.출 - 병원안 개구리들
세상을 탐하다

 

6일 열린 이 행사는 강연, 페어, 와인파티로 나뉘어져 열렸다. 이날 개최된 강연에선 김미경 교수의 “당신의 꿈에 융합을 더하다”, 홍혜걸 기자의 “의사들이 해주지 않는 건강 이야기”, 나영석 피디의 “꿈을 말하다”, 서경덕 교수의 “한국 홍보 전문가의 도전과 꿈” 등의 강연이 이어졌다. 일부 강연은 학교 수업만큼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강연이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홍혜걸 기자의 강연을 듣고 나온 의대생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을 치켜세웠고, GKMSO에서 주최한 ‘미국에서 의사하기’ 강연에선 초롱초롱하게 눈을 뜨고 열심히 필기하는 의대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석해균 선장의 주치의이자 드라마 골든타임의 최인혁 과장의 모델로도 유명한 아주대학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 센터장 이국종 교수님은 중증외상환자의 치료에 대해 강연할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Donald fauntleroy duck”이란 강연 제목으로 ‘권위만 앞세우는 의사가 아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의사가 되자’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준비된 동영상에선 수술복을 입고 직접 기타를 치는 교수님의 색다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강연장 바깥에서는 의대협에서 준비한 페어가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대협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8개 이상의 페어 부스를 돌고 확인도장을 받은 참가자들에겐 아이패드 경품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저녁 7시부터는 ‘전공의의 품격’이라는 제목으로 전공의 노동조합 필요성과 결성 가능성 및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엔 좌장인 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총장 최주현씨를 필두로 전(前) 대한전공의 노동조합 위원장 이학수씨, 전국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 위원장 유지현씨, 새진보창당추진회의 공동대표 국회의원 노회찬씨,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씨, 대한공보의협의회 선한수씨가 패널로 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엔 대한병원협회법제이사인 김필수씨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오지 못했다.

 

우리가 하나되는 시간, 와인파티
그리고 젊은 의사 선언문

 

강연이 끝난 늦은 저녁 킨덱스 제2전시장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와인파티는 클럽 같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는데, 이곳에선 각 학교의 댄스 락 동아리들의 수준급 공연이 이루어졌고, 코리아 갓 탤런트 2시즌 파이널 무대의 주인공 PID 와 오렌지 카라멜의 무대도 이어졌다. 늦은 시간이라 참여인원이 적고 장소가 너무 넓어 그룹이 띄엄 띄엄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 단점이었으나, 수준 높은 공연과 좋은 음악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7일 정오에 열린 젊은 의사 총회에선 각 학교 대의원들이 주로 참석하여 “인턴제 폐지, 포괄수과제, 교육권리 찾기, 사회와의 소통” 이라는 의대협 아젠다를 발표했고, 이 자리엔 공보의 대표와 전공의 대표분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마지막엔 의대협과 대전협이 젊은 의사의 방향성을 밝히는 젊은 의사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이틀간의 짧고 굵은 여정을 마쳤다.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

“폴리클이라 미안합니다”

 

산부인과 실습을 통해 바라본 배움의 기회

 

아침 7시 30분 폴리클 K군은 산부인과 의국으로 향한다. 예정된 컨퍼런스가 끝나고 8시부터 회진을 돈다. 8시 30분 회진을 마친 K군은 바로 산부인과 초음파 환자 대기실로 향한다. 초음파 대기실에서 K군을 기다리고 있던 레지던트 선생님은 단 한 마디를 남긴 채 초음파실로 들어간다.
“폴리클 선생님, 선생님이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대기실에 남겨진 K군은 종일 환자 대기실에서 혼자 공부를 하다 5 시쯤 출석 확인을 받고 나서 집에 갈 수 있었다.

지난 9월 4일, 전주 지방 법원은 분만 과정에 산모 동의 없이 실습생들을 참관시킨 병원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산모 측에 손을 들어주었다. 출산 시 제3자의 참관이 산모의 수치심을 자극하여 정신적 침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산모의 동의를 미리 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사실 산부인과 시술 과정에 실습생 참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소송 이전에도 인터넷 청원 등을 통해 산부인과 실습 참관을 막으려는 사회적인 움직임들이 있어왔다. 심지어 지난해 국립대 병원 국정 감사에서는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이 분만장 내 학생 참관 실습을 위한 별도의 규정은 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산부인과 실습생 참관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지속적으로 위축되던 산부인과 실습 커리큘럼이 이번 판결로 인해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그나마 폴리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이제는 폴리클에게 빈 방을 내주고 방치하는 병원들도 생기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대학 병원과 연계하여 폴리클 실습을 맡고 있는 로컬 산부인과에서는 이번 판결 이후 폴리클 학생들의 수술실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수술실과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던 실습생 교육이 단순한 면담으로 대체되고 출석체크 후 돌려보내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병원 내 실습도 예외는 아니다. 회진과 수술 참관 이외에 실습생 일정이 거의 없는 대학 병원도 있다. 실습 여건이 나은 병원에서는 여학생들의 내진이 허용되고 있지만, 남학생들의 내진 참관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대신에 남학생들은 초음파실을 찾은 환자를 순서대로 대기시키는 잡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학생들은 환자들의 부담스러운 시선과 실습생 참관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부담스러운 교수님의 시선 사이에서 더 난감해질 뿐이다.
실습생 참관을 금지하고 있지 않은 한 대학 병원에서는 오히려 학생들이 이런 분위기를 의식하여 참관을 꺼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어디까지 실습생이 참관할 수 있는지 정해지지 않아 우왕좌왕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시선을 의식한 레지던트 선생님들에 의해 명찰을 뒤집거나 명찰을 달지 않은 채로 참관하도록 지시받기도 한다.  
산부인과 실습에 대해 학생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학생들이 참관할 수 있는 영역의 축소로 인한 교육적인 소외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환자, 선생님들 시선 사이에서 ‘죄 없는 죄인’이 되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산부인과 실습 과정에서 느끼는 산부인과에 대한 첫 인상 때문에 평소 산부인과에 관심 있어 하던 학생들조차 차후에 있을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산부인과 지원이 고민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턴제 폐지를 앞두고 각 의과대학에서는 의학 교육 내실화를 위해 임상실습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의 입장과는 달리 갈수록 산부인과 실습은 위축되어 가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것은 실습생 참관에 대한 환자의 오해와 불만을 해소하고 것이다. 이를 위해 정신과 실습 이전에 작성하는 환자 정보에 대한 서약서를 작성하고 환자의 동의서를 받는 등의 대안들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이 실습생 참관을 거부할 수 있어 학생들은 산부인과 교육으로부터 더욱더 소외될 수 있다. 환자들의 자율선택권에 따라 환자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실습생들도 당당하게 실습에 참관할 수 있는 건강한 교육 여건을 위해, 환자와 의사, 학생 간의 합의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의대생신문
<editor@e-mednews.com>

우리학교 추석연휴는 며칠?

 

 

올해 추석은 9월 30일이었다. 슬프게도 일요일이었고, 안그래도 짧은 연휴 3일 중 2일이 주말이었다. 연휴가 짧아 섭섭한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기다리고 있던 것은 10월 3일 개천절. 이로서 ·10월 2일은 징검다리 ‘휴일’이 된다.
그렇지만 ‘휴강한 것은 보강’이 원칙으로 통하는 의대는 과연 10월 2일에 휴강했을까? 의대생신문은 각 학교 대의원을 통해서 예과, 의학과 1학년 및 의전원 1학년, 의학과 2학년 및 의전원 2학년의 휴강 여부를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53% 는 수업, 47%는 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별로 살펴보면 예과는 58%가, 의학과 1학년 및 의전원 1학년은 48%가, 의학과 2학년 및 의전원 2학년은 38%가 휴강하고 5일간의 여유를 즐겼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예과1학년과 2학년의 학사일정이 상이한 경우 예과2학년을 기준으로 통계를 냈음.

 

│기자수첩│

 

어떤 ‘젊의포’ 안내팀원의 비하인드 스토리

 

10월 5일 금요일, 지방에서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오니 시간은 어느덧 5시. 학교선배와 함께 용산역에서 일산 킨텍스로 향했다. 젊은의사포럼(이하 젊의포)을 미리 준비하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안내 스텝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킨텍스에 처음 가는 입장이라 바짝 긴장이 되었다. 막상 킨텍스에 가보니 ‘멘붕’을 실감했다. 젊의포에 참석하기로 했던 사람은 1500여명 정도라고 미리 들었던 터라 어느 정도는 정신적으로 버틸 수는 있었지만 킨텍스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내가 이 곳을 어떻게 안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회의감마저 들어 버렸다. 그리고 안내팀은 30여명.
하지만 계속 멘붕상태만으로는 있을 수 없는 법! 일단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부분은 출입구가 매우 많다는 점과 가장 먼저 2층이 1층 같아 보이는 특이한 건물구조였다. 실제로 필자가 처음에 도착했을 때 혼란스러웠던 이유가 바로 수많은 출입구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음 날 있을 강의와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을 염두에 두었고 안내팀장님의 지도하에 킨텍스 주변 진입로를 살펴보고, 킨텍스 주변의 편의시설과 화장실 등 각종 필요한 것들의 위치를 파악하다 보니 벌써 하루가 지나 토요일 오전 1시가 넘어버렸다.
킨텍스를 떠나서 숙소로 향한 젊의포 기획단은 각 팀원들끼리 서로를 소개하는 라포 시간을 가졌다. 아침이 되면 당장 스텝으로서 활동해야 하니 스텝끼리 서로 얼굴이라도 알아야 더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를 3-4시간 정도 가지고 수면을 취했다.
당일 오전 7시 반부터 집결한 스텝들. 우리가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인지 2층 접수하는 곳까지 안내하고 첫 강의가 열리는 곳까지 잘 안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문제는 강의가 끝난 다음의 일이었다. 수많은 참가자들이 한 강의실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이 때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쏟아내었고 실수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잘 해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많은 강연들이 모두 마무리되었을 때에도 하지만 안내는 끝나지 않았다. 바로 참가자들을 와인 파티장으로 안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안내팀원들은 오후 8-9시쯤 되어서야 와인파티에 참가할 수 있었다. 서로 지인들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하고 스텝들끼리도 서로 어제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와인파티를 보냈다.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정말 긴 하루였지만 스텝으로 참가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시절의 추억거리를 하나 또 만들었다는 데에 보람찼던 하루였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

우리가 어떻게 공부하는지 궁금하니? 궁금하면 500원!

 

 

보건의료계열 국가고시 준비 양상 비교

 

얼마 전 10월 2일. 국시 100일 행사로 학교가 떠들썩했다. 후배들의 국시 100일 선물과 응원을 받으며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고, 풀어졌던 마음을 다 잡으며, 공부하고 계실 선배님들. 선배님들은 어떻게 국시 준비를 하셨을까? 또 다른 의약계열 과들은 어떻게 국시준비를 하고 있을까? 의대, 치대, 약대, 간호대의 국시 준비 양상을 비교해보자. (시험일정, 발표일, 응시료, 시험과목 2013년 기준/합격률, 응시인원 2012년 기준)

 

의대 국시 준비 양상

 

국시 준비는 개인차도 크지만 학교별 커리큘럼에 따라 차이가 커요. 실습이 5월초에 끝나는 곳부터 9월 중순에 끝나는 곳까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준비 양상이 다르죠. 실습을 일찍 마치는 학교는 여행을 가거나 쉬다가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반면에 9월 중순에 실습이 끝나는 학교는 실습 도중에는 체력과 시간상의 문제로 국시를 제대로 준비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빠르면 3월부터, 보통은 6월부터 미리 조금씩 봐두기도 하고요. 그러다 실습이 끝나면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는 식으로요.
실습이 끝나면 학교에서는 하루에 3~4시간 수업해요. 정리 위주로 수업하는 교수님도 있고, 아닌 분도 계시구요. 졸업고사랑 컨소시엄을 봐서 성적 낮은 사람들만 재시 수업형식으로 하기도 해요. 사실 수업이 생활리듬 유지하는 정도로 출석체크도 안 해서 갈 사람만 가고 안 갈 사람은 안 가고 그래요. 퍼시픽 읽고 필요한 부분 정리가 국시 준비 핵심이죠. 
공부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데 스터디를 조직하기도 하고 혼자 하기도 해요. 어떤 학교는 학장님이 스터디를 모두 짜서 제출하라고 하셔서 모두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요. 사실 스터디는 지식 습득보다는 공부하면서 힘든 점에 공감하고 안심하기 위해 해요. 하지만 아무래도 국시가 다가올수록 혼자 공부하게 되는 거 같아요.
의대 국시는 필기 말고 실기도 긴 기간 동안 나눠서 보게 되는데요, 보통 학교에서 1주일에 한 나절씩 준비하게 하는 과정이 있어요. 평소에 연습하던 거라 부담이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같은 날 시험 보는 사람들끼리 팀을 짜서 기자재 빌려다가 1~2주 정도 따로 준비하기는 해요.
그 외에 준비하는 건 영어 점수에요. 토익 점수가 좋으면 가산점이 있어서 수련 받고 싶은 병원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치대 국시 준비 양상

 

대개 일반적인 치과대학의 경우, PK 및 원내생, ST case(원내생 진료)가 정리되어야 본격적으로 국시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실습 때는 바쁜 실습 일정에 치여 공부하기가 힘들거든요. 각 학교마다 수업과 실습이 끝나는 시기가 다른 데 보통 9월 전에는 다 끝나서 빠르면 8월, 늦어도 9~10월 사이에는 시작을 해야 합격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 개인마다 준비 기간을 다르게 잡는 사람도 많은데, 전공의 수련을 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국시 준비 보다 병원생활을 중시해서 준비가 늦기도 해요.
학교에서는 학장님이 셀 수 없이 많은 모의고사로 압박도 많이 주시고, 교수님들이 없는 시간을 내셔서 많이 가르쳐 주세요. 하지만 이것도 학교마다 다르겠지요. 스터디는 보통 하는 편이고요.
책은 교과서, 가이드라인(국시 기출문제 모음, 해설, 교과서 정리), 학습부 자료(각 대학 학습부가 압축 정리한 자료) 이 세 가지로 공부를 해요. 국시 문제는 과목별로 정해진 책에서 출제되니까 교과서는 보통 그 책으로 통일되고, 각 대학별로 졸업 준비 위원회 또는 학습부가 따로 있어서 대학별로 책을 만들고 각 대학이 모여서 상의 후 자료와 예상 기출 문제를 내놓습니다. 학습부는 본3이 하는 학교도 있고, 본4 중 잘 하는 사람이나 자원하는 사람들 위주로 요약본과 필기로 자료를 만들어요. 치대도 졸업 후 수련을 하기는 하지만, 의대보다는 선택 사항인데다 국시 성적이 크게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경쟁 구도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자료를 같이 만들고 서로 도와가면서 하는 게 가능한 거 같아요.
치대는 각 지역에서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모든 치대생들이 서울 한 학교에 모여서 보게 되요. 그래서 지방에 있는 치대생들은 시험 며칠 전에 서울에서 몇 명씩 같이 호텔에 방을 잡고 공부하다가 시험을 보러 가요. 잠자리도 익숙해지고 페이스 맞추려고요. 이때 숙소에서 최종 정리 자료를 나눠주게 되는데 이걸 받아 한번 보고 가려고도 미리 올라오죠. 흔히 호텔 스터디라고 하는 게 이거에요.

 

약대 국시 준비 양상

 

전국에 20개 약대가 있고 당연히 학교별로 준비 방법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다수인 서울소재 모 학교를 제외하곤 어느 정도 표준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약사고시는 총 12개 과목으로  1과목당 40% 이상 맞추지 못하거나, 총점 60%에 미치지 못하면 탈락하게 됩니다. 타 보건의료인 국가고시에 비하여 과목이 12개로 세분화되어 있어 과락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학교마다 차이가 있긴 하나 본격적인 공부는 9월을 전후로 시작합니다. 여유 부리는 친구들은 추석이 지나고 시작하기도 하고 배짱 좋은 친구들은 기말고사가 종료되는 11월에 시작하기도 합니다. (대학원 진학 혹은 MEET, DEET에 더 비중을 두는 친구들은 늦게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고시 모의고사를 진행하거나 과목별 특강을 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성적이 부진한 수험생의 경우 지도교수의 면담이 이루어지고 스터디에 강제 편입됩니다. (보통은 생화학, 약물학 등 기초가 튼튼해야 이해할 수 있는 과목들 위주로 친한 사람들끼리 자연스레 구성되고요.) 국시공부에는 학교 측보다 학생들이 조직한 졸업준비위원회의 역할이 큽니다. 졸업준비위원회는 각종 SUMMARY와 문제집을 비롯해 국시에 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등 학생들의 국시 합격에 많은 도움을 주곤 합니다.
한정된 시간에 집약적인 공부를 해야 되는 국가고시 공부의 특성상 교과서를 들여다 보는 수험생은 극히 일부이고, 보통 앞서 말한 각 대학의 각 과목 분과회에서 출판한 SUMMARY와 문제집을 중심으로 공부합니다. SUMMARY 혹은 소스라고 불리는 이 자료는 예전부터 선배들에게서 물려받은 것도 있고, 정리 잘하는 사람들이 정리한 것을 복사해서 만들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이 자료로 공부하고 분과회 문제집을 통해 실력을 확인하곤 합니다. 20개 약학대학 졸업준비위원들로 구성된 졸업 준비 위원회에서는 여름부터 각종 과목별 SUMMARY와 문제집, 출제정보를 서로 공유하는데 이 자료도 꼭 보고 들어가는 자료입니다. 약대는 국시가 그냥 면허증 자격시험이고, 약국을 제외한 다른 곳이나 제약회사에서 일하려면 약시 점수보다는 학부 점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약시에는 경쟁이 크게 없습니다. 상대평가가 아니라 자격증 시험일뿐이니까요. 물론 약국을 잘 하려면 공부를 더 해야겠지만요.
다만 암기가 중요시되는 과목의 경우 워낙 외울 분량이 많아 이야기를 지어내 암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라틴어 학명을 필수적으로 외워야 하는 생약학과 미생물학의 경우 웬만한 이야기로는 학명과 성분 등을 연상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19금 내용이 주를 이루는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도 합니다.) 유기의약품제조학의 경우 복잡하게 생긴 유기구조식을 통째로 외우다 보니 앞서 언급한 19금 스토리를 그림을 통해 시각화해서 암기합니다. 

 

간호 국시 준비 양상

 

국시준비는 실습 끝나는 시기에 따라, 또는 학교별,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두세 달 전부터 슬슬 시작해서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요. 학교 실습이 11월 중순쯤에 끝나는 데 2주정도 후에 학교 시험을 보고 12월 초에 학기가 마무리 되거든요. 들어가는 병원은 학점, 영어성적, 봉사활동, 자기 소개서, 병원에서 하는 인적성평가, 면접으로 8~9월이면 최종합격이 벌써 다 결정되기 때문에 국시 패스만 하면 병원도 최종 합격이에요. 국시 끝난 후에는 거의 바로 병원 OT가 시작되구요. 국시에서 떨어지면 면허가 없으니까 병원에 합격했어도 꽝이기에 국시는 꼭 붙어야 하지만, 국시 성적에 연연하진 않아요. 스터디는 도서관 출석을 서로 확인하려는 용도로 했고, 모의고사는 학교에서 3번 정도 봤어요. 시험을 학교 지역에 따라 다르게 보는 점은 의대와 같네요.

각 과의 특성상, 또는 학교와 개인별로 준비 양상이 다르지만, 모두 같은 마음은 무사 합격!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계실 선배님들을 응원합니다. 모두 힘내세요!

 

- 이 기사는, 일부 국시 준비 학생들과 졸업하신 선생님 몇 분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 되었기에 각 학교나 지역, 개인에 따라 상세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한의대 국시 준비 과정은 정보원을 구할 수 없이 부득이하게 생략합니다.)

 

박상아 기자/을지
<ann1208@e-mednews.com>

Chapter 5. 의료급여제도

 

정의

 

의료급여(Medical Care)는 간단하게 정의 내리면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의 질병·부상·출산 등에 대한 진찰·검사, 약제·치료재료의 지급, 처치·수술과 그 밖의 치료, 예방·재활, 입원, 간호, 이송과 그 밖의 의료목적의 달성을 위한 조치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국민보건의 향상과 사회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의료보험 vs 의료급여

 

의료보험과 의료급여가 동일시되거나 혼동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의료보험은 의료급여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뿐 두 개념은 확실히 다르다. 아마도 이 착각의 원인은 영어로 Medical Benefit이라는 용어가 우리말로 의료급여라고도 번역되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의료급여(Medical Benefit)는 건강보험제도에 있어서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피보험자가 일정 약정 하에 받는 금전이나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한편 의료급여(Medical Care)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7조에서 정하고 있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자활급여 중의 하나로 ★저소득 국민의 의료문제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제도로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이다.

 

의료급여의 분류


2010년에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의료급여제도의 혜택을 받는 국민은 총 167만명으로 1종은 107만명, 2종은 60만명으로 집계되었다. 1종과 2종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중에서 근로능력이 없는 자를 1종 수급권자로 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중 1종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를 2종 수급권자라 하며, ★1종 수급권자에 대하여는 급여비용의 전부를, 2종 수급권자에 대하여는 급여비용 중 일부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비용을 의료급여기금에서 부담한다는 점이 그 차이점이다.

 

의료급여 이용절차

 

의료급여제도를 적용받는 국민들은 원칙적으로 제1차 의료급여기관(의원,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보건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상위기관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 의료급여의뢰서를 하위기관에서 발급받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원에서 의료급여의뢰서를 발급받은 후에 제2차 의료급여기관(병원,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제2차 의료급여기관에서 의료급여의뢰서를 발급받은 후에 제3차 의료급여기관(25개)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한편 환자의 병증이 호전될 경우에는 상위기관에서 의료급여회송서를 발부하여 하위기관으로 회송할 수 있다.
그런데 몇몇 경우에 대해서는 제1차 의료급여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제2차 의료급여기관이나 제3차 의료급여기관에 즉시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그 항목은 각각 응급환자, 분만하는 산모, 희귀난치성 질환자, 한센병환자, 국가유공자 중 상이등급을 받은 자 등이다.

 

의료급여 상한일수

 

의료급여 일수는 병·의원을 방문하여 진료받은 일수와 입원 일수, 그리고 투약일수를 모두 합산한 일수를 말한다. 1년에 수급권자가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한일수는 경우에 따라 조금 다르다. ★먼저 희귀난치성질환 107개와 만성 고시질환 11개에 대해서는 각각 질환별 연간 365일이며 그 이외의 질환에 대해서는 모두 합산하여 연간 365일이 상한일수이다. 의료급여 상한일수를 초과하여 의료급여를 받아야 할 경우 상한일수를 초과하기 전에 시·군·구청에서 연장승인을 받아야 한다. 희귀난치성질환 107개와 만성 고시질환 11개에 해당하는 환자는 1회에 한하여 90일을 연장할 수 있으며, 그 이외의 질환자는 90일 연장을 두 번 할 수 있다.

 

의료급여기관 이용 시 본인부담금액

 

★1종 수급권자의 경우 입원비용은 전액 국가에서 부담하며, 외래의 경우 제1차 의료급여기관은 1000원, 제2차 의료급여기관은 1500원, 제3차 의료급여기관은 2000원을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각종 검진을 위해 특수장비(CT, MRI, PET)로 촬영하는 경우, 입원 시에는 전액 국가가 부담하지만 외래 시에는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한 약국에서는 약값으로 500원만 부담하면 된다.
★2종 수급권자의 경우 입원비용은 의료기관 종류에 상관없이 10%를 본인이 부담하며, 외래의 경우 1차 의료급여기관은 1000원, 제2차 의료급여기관과 제3차 의료급여기관은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하면 된다. 각종 검진을 위해 특수장비(CT, MRI, PET)로 촬영하는 경우, 입원 시에는 10%를 본인이 부담하고 외래 시에는 15%를 본인이 부담한다. 또한 약국에서는 약값으로 500원만 부담하면 된다.

 

본인부담 보상급제도와 본인부담 상한제

 

1종 수급권자가 진료를 받을 때, 매 30일마다 본인부담금액이 2만원을 초과한 경우 초과금액의 50%를 환급받을 수 있고 5만원을 초과한 경우 초과금액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한편 2종 수급권자가 진료를 받을 때, 매 30일마다 본인부담금액이 20만원을 초과한 경우 이 역시 초과금액의 50%를 환급받을 수 있고 매 6개월마다 본인부담금액이 60만원을 초과한 경우 초과금액 전액을 환급 받을 수 있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

진리는 멀고 시험은 가까운 우리네들을 위한 “메모라이”

 

오동통한 슈크림을 먹으며 심하게 프리하게 이 글을 쓴다. 시세가 오른 갑오징어의 뇌막을 뜯고, 뇌신경과 척수신경을 결합해 보니, 부교감신경이 억제되어 멜론맛 스무디가 덜 땡겼다. “아, 드러워!, 여긴 미친 코너야!”>

 

때는 2012년, 야심한 밤 글월 한 줄을 정성스레 써서 신문 아이템 제출에 올렸다. 편집장 가로되, “이 괴이한 글월은 무엇을 의미하는고?” 차분히 답하길, “Neural Crest 넘버링을 의미하나이다.” “어찌하여 그렇단 말인가?” “오동통은 Odontocyte, 슈크림은 Schwann cell, 심하게 프리는 Sympathetic chain and preaortic ganglia.......” “오호 통재라, 그대의 신묘한 재주를 이곳에서만 썩힐 순 없으리라. 어서 의대생신문(醫大生新聞)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여라.”
라고 하여 이 기사를 쓰게 되었다. 그러나 배운 것은 해부학·생화학·생리학밖에 없는 비루한 본과 1학년생이 심오한 암기의 지혜를 깨닫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 때, 편집장이 “메모라이” 라는 말을 건넸다.

 

외우는 백과사전 메모라이

 

메모라이(http://memori.co.kr)는 ‘외우는 방법을 소개하는 백과사전’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클릭해서 들어 가보면 체계적인 ‘암기법’들이 정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인 페이지에서는 최근에 등록된 각종 암기법들과 그림이 있는 암기법, 평점이 높은 암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좌측에는 암기법들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카테고리별로 찾아갈 수 있도록 분류를 해 놓아서, 원하는 암기법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키워드 검색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보통 암기법들은 친한 선배들을 통해 구전해서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다. 암기법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각자의 취향마다 암기법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암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는 생각은 쉽게 하기 힘들다. 하지만, 메모라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국 의대생들의 암기법들을 공유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날마다 시험 준비로 정신없는 의대생들에게 효율적인 암기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의대생의, 의대생에 의한, 의대생을 위한

 

메모라이는 의대생이 만든 사이트다. <사이트 이념>에서는 “앎이라는 것은 짤막한 지식들을 외우고, 그 원리를 파악하고, 다시 그것들을 통합하면서 이루어집니다. 세상에는 방대한 지식을 나열하고 설명하는 책은 많지만, 그것을 외우고 통합하는 마지막 단계는 공부하는 사람의 몫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이 사이트는 그 마지막 단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를 모아서 공유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라고 사이트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밑에는 “국가고시 44일을 앞둔 2008년 11월 25일, 서울대 의학과 4학년 안상진”이라고 쓰여 있다.
메모라이는 사이트 이념에 맞게, ‘암기법의 공유’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간단한 인증절차를 통해 회원가입을 하고 나면, 메모라이에 있는 여러 암기법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또, 자신만의 암기법을 등록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무료문자’ 기능을 지원하여 검색한 암기법을 손쉽게 휴대폰으로 전송할 수도 있다.

암기가 싫고, 어렵고, 짜증난다면 메모라이를 적극 활용해 보도록 하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의대생들의 애환이 녹아든 암기법들을 읽어 가면서, 잠깐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