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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님께 듣는 새로운 의사 군복무제도 이야기

의대를 다니고 있는 남학생들에게도 군복무는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일반적으로 졸업 후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3년을 복무하는데, 최근 이 대신 다른 방식으로 군복무를 대신할 수 있는 '과학기술 대체복무제'라는 제도가 생겼다고 한다.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최초로 시작된, 아직은 생소한 이 제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현재 그곳에 계시는 신의철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Q. ‘과학기술 대체복무제’라는 제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는 의대생들이 많습니다. 이 제도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과학기술 대체복무제’란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 군복무를 위해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가는 것 대신 대학원에서 4-5년 연구활동을 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예전에는 공학, 이학계열 사람들만이 이 혜택을 받았지습니다. 그런데 제도가 바뀌면서 의사도 지원할 수 있게 되고, KAIST의 의과학대학원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받게 된 것이에요.

Q. 그렇다면 이런 제도가 생기게 된 배경 혹은 계기가 있나요?
A. 당시 과학과 의학이 접목되는 추세였기에 많은 의사 분들이 당시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셨던 유욱준 교수님께 알음알음 찾아와서 과학적인 지식들을 가르쳐달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이들을 대상으로 워크샵 강의 등을 하면서 유 교수님께서 ‘의사들이 제대로 과학을 배우면 나중에 의학과 과학을 잘 융합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거죠. 그래서 2006년 KAIST의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고 1기 입학생을 뽑았어요. 그런데 추진 과정에서 군복무 문제가 걸림돌이 되니 관련 군복무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신 거예요. 그래서 3기 입학생부터 군대법이 바뀌어 이때부터는 의사가 군복무를 이곳에서 4년간의 연구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이곳에 오는 의사들은 오기 직전까지 기초과학보다는 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전공이 ‘의학’인 의사를 군대를 면제해주면서까지 투입하는 것이 국가나 과학 전체적으로 봐서 실용적일까요?
A. 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의사로서 활동하기 때문에 이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에요. 이건 의학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과학기술을 위한 것입니다. 군복무를 면제해주면서까지 해서 나라가 얻고자 하는 것은 이 사람들이 당장의 4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내놓는 결과물이 아니라, 후에 이 사람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나라 입장에서 보면 최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부상하는 신약개발과 같은 분야에서 의학과 과학 양쪽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데 그런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생물학만 배우면 의학을 잘 모르고, 의학만 배운 사람들은 주어지는 혜택 없이는 과학자로서의 교육을 잘 받으려 하지 않아요. 설령 의과학자로서의 공부를 하고 싶어도 군대의무 때문에 나이가 현실적인 장애물이 됩니다. 그래서 군복무 면제라는 카드를 이용해서 두 학문의 융합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내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Q. 그러면 이 제도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재는 어떤 것일까요?
A. 우리는 여기를 거친 후에 개업의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아요. 개업의가 과학자로서의 활동을 하는 건 힘드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졸업 뒤 환자는 전혀 보지 않고 연구만 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것은 4년 동안 임상을 떠나 과학을 제대로 배우고, 다시 돌아가서 임상 공부를 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현재 교수로 계신 분들 중에는 이런 분들이 많지 않아요. 후에 교수가 되어도 환자를 보면서 병원 안에 실험실을 차려 연구할 수도 있고 그러면 지금 계신 분들이 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질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겠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원하는 건 이곳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가서 나중에 교수가 되었을 때 그런 역할을 하길 바라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기본적으로 임상의사가 연구의사도 하고 싶다고 한다면 꼭 이 과정을 거쳐야겠다 싶더라고요. 하지만 한국엔 그런 기회가 별로 없어요. 우린 군복무할 시간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여기서 주는 거예요.

Q. 대체 복무제 근무자를 선발하는 특정기준이나 지원 자격이 있나요?
A. 병역법의 나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의대, 치대, 한의대 졸업한 의사면 됩니다. 따로 시험은 보지 않고 이력서를 보는데 이력서 말고도 수련의 시절 썼던 논문이 있다면 그것도 좋고 자기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건 다 제출하게 해요. 서류전형 후에는 면접을 봐요. 학생 때 공부를 잘 하면 좋겠지만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니고, 얼마나 과학에 열의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봐요. 한 가지, 작년까지는 영어성적이 일정점수 이상이어야 지원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영어 성적이 없더라도 입학하고 2년 이내에 취득하면 되는 걸로 규정이 바뀌었어요.

Q. 군대나 군의관을 가게 되면 적기는 하지만 월급이 나오는데 이곳 학생들에게도 그러한 금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나요?
A. 연구에만 관심이 있으면 정말 좋은 제도지만 금전적인 문제가 있기는 해요. 일단 KAIST는 대학원등록금이 없고 조교비 명목으로 나라에서 용돈이 40만원 정도 나옵니다. 그리고 연구실마다 연구비에서 대학원생 인건비를 주게 되어 있어요. 이건 연구실의 교수님이 받아온 연구비에 따라 너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보통 120만원 정도가 돼요. 그러면 160만원 정도가 되는데, 군의관이나 공보의가 적어도 200만원 초반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금전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죠.

Q. 이 제도가 시행된 지 몇 년 안 됐는데 보시기에 전체적으로 취지에 맞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착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지금까지는 그렇죠. 그런데 해보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하나 있어요. 의대 교육과정을 받으면서 의학 공부 방향으로 맞춰져 가는게 있어요. 그래서 의학과 과학을 둘다 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더라고요. 어쨌든 그게 어렵긴 해도 논문도 쓰고 하며 생각한대로 잘 진행이 되고 있어요.
처음 1,2기는 병특제도가 없었기에 지원이 미미했어요. 그런데 3기부터 병특 제도가 적용되면서 점점 늘어나 작년엔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정원도 늘렸죠. 내년 신입생을 뽑는데 몇 명이나 지원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문의 들어오는 것을 보면 올해도 많이 지원할 듯 싶어요.

Q. 교수님이 보시기에 미흡하다거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A. 일단 우리가 미비하지만 노력하고 있는 건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을 뽑는 거예요. 보통 레지던트까지 마치고 오는 분들은 자기 분야가 많이 갖춰진 상태에서 오기 때문에 자기분야가 아닌 것, 예를 들어 뇌종양을 연구하던 사람이 갑자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에 대해 연구하려면 재미없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이 필요한데 각 분야를 커버할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지 않아요. 앞으로 그런 각 분야들을 다 커버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을 많이 뽑을 계획이에요.

Q. 그러면 이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국가에서 도와주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으신가요?
A. 나이제한을 좀 완화시켜줬으면 하는 것이죠. 또 다른 것은 이 사람들이 졸업했을 때 어떻게 될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해요. 미국에는 연구만 하는 나 같은 의사 말고 환자도 보면서 네이처지에 좋은 논문도 내는 의사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별로 없죠. 사람들의 지식, 열정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연구하기에 힘들어서 그런 거예요. 미국은 의료비가 많이 비싸고 우리나라는 싸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박리다매를 해요. 대학병원 입장에선 연구도 좋지만 일단 병원이 살아남아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러므로 보통 대학병원의 의사들은 환자를 많이 보는 상황에서 연구를 병행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과학의 운용을 다 갖추고 나갔는데 지금 의료제도 하에 넣어버리면 능력은 있는데 발휘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니까 사람을 키우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키운 사람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장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해요.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학생 개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매우 좋은 제도예요. 의대생이 제대로 된 의과학자가 되려고 한다면 이것보다 좋은 제도는 없어요. 박사학위도 받고 군대도 해결하고, 카이스트라는 학벌을 추가하는 것도 절대 손해보는 일이 아니죠. 다만 손해 안 본다는 건 과학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에서에요. 군의무를 1년 더 지게 되니까요.
의학은 본인이 하기 싫어도 부모님 의견이나 사회적 위치, 경제적인 면에서도 할 수 있는 학문이에요. 그런데 과학이란 건 자신이 하기 싫으면 할 수 없어요. 과학에 대한 열정, 욕심이 없으면 과학은 절대 성공할 수가 없죠. 따라서 열정없이 오면 우리학교에게나 학생 본인에게나 서로 손해가 되는 일이 되죠. 그래서 내가 군의무를 1년 더 지더라도, 좀 손해를 보더라도 여기 오려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사실 3년보다는 4년이라는 현행 제도가 좋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가치관을 학문적인 명예를 얻는 데 둔다면 이런 교육을 받는 다는 것이 참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문서영 기자/을지
<celeste@e-mednews.com>
박상아 기자/을지
<sanga1208@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