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확산과 대응,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에볼라 출혈열(Ebola hemorrhagic fever)로 라사, 마버그 등 다른 출혈열 바이러스와 함께 생물안전도(Biosafety level*) 4에 해당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이다. 말 그대로 출혈과 열을 동반하는 이 질병은 치사율이 60%를 넘어서는 중증 감염병으로 지금 전 세계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에볼라의 일반적 특성과 함께 어떤 경로로 유행 하게 되었는지, 현 상태는 어떠한지, 우리나라의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에볼라
에볼라는 1976년 자이르에서 사망한 벨기에 수녀의 샘플에서 Peter Piot 박사가 발견한 RNA 바이러스로, 자이르에 흐르는 에볼라 강 이름을 따서 붙인 Zaire ebolavirus에 의해 발생한다.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이 원인으로 추측될 뿐이며, 자연보유숙주는 유바 바이러스 연구에 근거하여 과일박쥐(fruit bat)가 가장 유력한 병원소로 지목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체액이나 혈액을 통해 전염되므로 주사기를 공유하거나 밀접한 접촉으로 감염이 되며,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잠복기는 2~21일로, 평균적으로는 8~10일이며, 증상 발현 이전인 잠복기 동안에는 전염력이 없다. 감염 후 수일 이내 38.6℃ 이상의 고열과 피로감, 식욕저하, 구토, 위통, 두통, 근육통, 인후통이 시작되며, 구토, 비출혈성 설사, 발진, 출혈이 발생한다. 점상출혈(petechiae)부터 자반성 출혈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신장이나 간 기능 장애, 백혈구 수와 혈소판 수 감소, 다발성 장기부전 및 패혈성 쇼크 등의 합병증으로 6~16일 내에 사망한다. 현재 승인된 백신이나 치료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개발한 3가지의 단일클론 항체로 만들어진 지맵(ZMAPP)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생존률을 43% 증가시켰다. 그러나 아직 사람에서 안정성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발생현황
1976년 발견 이후 수차례 중부 및 서부 아프리카인 수단, 콩고, 가봉, 우간다에서 유행이 발생하였으나 2014년의 유행은 한 번도 발발했던 적 없는 기니에서 시작하였다. 에볼라 출혈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최초 발생자를 식별하지 못했고, 유행으로 확인되기까지는 14주가 지연되었다. 2014년 3월 말 에볼라 유행이 발표되었을 때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중이었으며, 인구 200만의 기니 수도인 코나크리를 중심으로 주변국 및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어갔다.
그러던 중 6월, 라이베리아 관료인 패트릭 소여는 창궐지역인 몬로비아로부터 출발하여 비행 중 증상을 나타내어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에 도착하여 쓰러져 5일 후에 사망하였다. 이는 비행을 통해 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던 사건으로서 나이지리아 전염확산의 시초가 되었다. 10월 8일을 기준으로 WHO에서 시행한 집계에서 사망자는 4032명으로 그 동안 발발하였던 에볼라 유행의 사망자를 모두 합친 1700여명을 훨씬 넘어서는 기록으로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아프리카 지역 외에도 유럽과 아프리카의 활발한 교류, 확산 방지를 위해 투입된 인원과 의료진들로 인해 감염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7월 서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미국 의사 켄트 브랜틀리와 간호사 낸시 라이트볼은 에볼라에 감염되었으나, 다른 환자의 혈청 수혈 및 zmapp 치료 등으로 완치되었다. 그러나 10월 8일 토마스 던컨이 확진 후 9일 만에 사망하여 미국 내 첫 에볼라로 인한 사망이 발생하였다. 또한 10월 6일 스페인에서 유럽 첫 에볼라 감염환자가 발생하였고, 11일 브라질에서도 에볼라 의심환자가 발생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 조짐이 보여 경계 태세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실정이다.
각국의 대응
대부분의 아프리카에서는 감염 유행인 주 3국(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하거나 입국 금지 및 주요 공항 및 국경 폐쇄를 함으로써 전염경로를 차단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확산 방지를 위한 지원금 기부 및 보건 전문가 파견을 통해 인도적 지원 또한 놓치지 않고 있으나 영국항공에서 에볼라 발발지역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시키는 등 대응은 단호히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슷한 지원 및 대응을 하고 있으나, 최근 에볼라 환자의 초기 검진이 잘못된 사례 등 초기대응이 늦다는 비판이 일어 좀 더 공격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에볼라는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되므로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한 감염될 우려는 적다. 아프리카에서는 장례식 때 시체를 씻는 의식이나, 열악한 공중보건 환경으로 손 씻을 물도 여의치 않은 상황 등이 유행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다른 나라에서는 이처럼 감염자가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모두 없는 상황이며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응책이다.
우리나라의 대응
우리나라의 경우 8월 1일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에 대해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하였으며, 법무부와 협조하여 입국대상자를 사전에 파악해 검역에서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부산으로 입국했던 라이베리아인 출신 남성이 체류 기간 중 체온 점검을 받지 않고 잠적하여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다.
게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잠적한 라이베리아 출신 남성이 2명이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어 검역과정에 심각한 불신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아직 BSL 4의 실험실이 없는 상황이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환자 발생시 검체 시험을 질병관리본부의 신경바이러스과에서 행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BSL level 3에 해당하는데, BSL 4에서는 완전히 밀폐된 실험복을 착용하며 별도의 산소공급을 위한 공기튜브가 있는 반면, level 3에서는 그런 복장은 하지 않는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에볼라 발생 대처 가이드라인 중 대부분이 미국의 CDC 가이드라인 번역본이므로 실제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의 의료기관과 항공사 등의 기관에서 그에 맞는 대처를 할 수 있는 실정인지 의문이 간다.
부산에서는 20일부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에는 에볼라가 발병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대표단이 방문할 예정으로 에볼라 의심 환자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여 대응 훈련을 실시하였다.
대비는 외국인들이 한국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에볼라 관련 관리대상 국가로 지정한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나이지리아(라고스 지역) 등 4개국 출신에 대해서는 입국 시 체온을 측정한다. 체온이 38도 미만이면 '무증상자'로 분류해 체류지 보건소에 명단을 통보한다. 보건소는 잠복기(출국일 이후 21일) 동안 매일 전화로 추적 관찰한다. 입국 시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역학조사관이 다른 증상도 있는지 확인하고, 에볼라 환자 접촉 여부 등 위험요인을 조사한다. 의심환자로 분류되면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원으로 이송해 격리치료한다. 에볼라 '발병 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입국자들은 발열감지기를 통한 고온 여부 확인, 스스로 작성한 건강상태 질문서를 수거하는 방식으로만 조사한다. 4개국 이외 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입국 당시 고열 등 증상이 없으면 추적 관찰을 받지 않게 된다.
만약 회의가 열리고 있는 벡스코 회장에서 발열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보건소 요원이 참가자에게 다가가 국적을 물은 뒤 신속히 비닐장갑과 바이러스 차단용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을 확인한다. 발열이 확인되었다면 요원은 즉각 부산시 에볼라 핫라인 등으로 발열 참가자 발생보고를 하고 119 소방본부에 발열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구급차를 요청했다. 통역관도 불렀다. 요원은 통역관과 함께 발열환자에게 에볼라 대응지침에 따라 병원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바이러스를 차단할 보호복 등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게 했다. 이어 발열 참가자의 이전 동선과 발열시점 등을 체크한 뒤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고
그러고 나서 발열 참가자가 다녔던 행사장, 화장실 등을 소독액으로 방역하고 착용했던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벗어 폐기물 상자에 담는다. 여기까지가 환자 발생시의 대응 가이드라인이고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실제상황을 가정하여 훈련하였다.
훈련은 마쳤지만 에볼라 지정병원인 부산대병원에는 격리병상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부산 내 다른 병원에도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이루어지는게 고작인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한울 기자/중앙
<hanulpark11@gmail.com>
* Biosafety level이란
Level 1 : 건강한 성인에게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생물체 (예 : 비병원성 대장균)
Level 2 : 사람에게 감염되었을 경우 증세가 심각하지 않고 예방 또는 치료가 비교적 용이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생물체 (예 : 비브리오, 홍역)
Level 3 : 사람에게 감염되었을 경우 증세가 심각하거나 치명적일 수도 있으나 예방 또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생물체 (예 : 탄저균, SARS 바이러스)
Level 4 : 사람에게 감염되었을 경우 증세가 매우 심각하거나 치명적이며 예방 또는 치료가 어려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생물체 (천연두, 에볼라
▲ 에볼라 감염시 나타나는 증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