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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5호(2013.10.17)/오피니언 2014. 4. 23. 00:37 Posted by mednews

모든 리베이트를 범죄로 몰아가는
리베이트 쌍벌제 철회하라

 

지난 9월 한 달 간, 전국의사총연합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 위헌소송 제청 및 소급적용 반대라는 구호아래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 릴레이시위를 벌였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무엇이기에 의사들을 길거리로 나오게 만들었을까?
 
리베이트 쌍벌제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각종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료인도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취득한 경제적 이득을 전액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이에 상당하는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하여 리베이트를 근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9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8명에게 벌금 800만원~3000만원을 선고하였다.
이렇게 단편적으로만 놓고 보면, 리베이트 쌍벌제가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제도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리베이트 쌍벌제가 정말로 합당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리베이트는 매우 중요한 판매 촉진 수단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 보조금 지급이 그러하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보조금이라는 “리베이트”를 고객들에게 줌으로써 가입고객을 증대시키고, 가입 고객들로부터 매달 통신비를 받음으로써 수익을 늘려 나가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렇듯 리베이트는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이용된 마케팅 전략 중 하나에 불과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리베이트는 나름대로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의약품의 경우, 리베이트를 통한 판매 촉진작용으로 신약의 시장진입이 원활해지면 그 과정에서 생긴 이익을 제약회사의 의약품 개발과 사후 관리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찬성론자들은 의사들에게 제공되는 리베이트가 결국 약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환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약품가격을 “정부”에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리베이트는 제약회사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그 부담이 환자에게 전이되는 경우는 결코 없다. 그런데 리베이트 쌍벌제는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약값인상의 주원인이 리베이트이기 때문에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여 이를 근절해야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책임을 떠넘기기일 뿐이다. 제약회사에서는 비용 등의 증가를 이유로 약값 인상을 요구하는 데, 정부는 거의 매년 인상된 약값을 인정해준다. 약값의 결정 주체인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떳떳이 인정하고 그들이 말하는 책임을 같이 지지 않는 이상 리베이트 쌍벌제는 사라져야만 하는 악법에 불과하다.

외국에서는 리베이트가 중립적인 단어로 쓰인다. 유난히 우리나라에서만 “리베이트=뇌물”로 통용되는데, 실제로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리베이트를 이미 줬을 것이고, 리베이트를 이미 받았을 것이다. 휴대전화 보조금 안 받은 대한민국 국민이 몇이나 있겠는가. 리베이트라 해서 모두 부당한 것은 아니다. 리베이트를 마치 뇌물과 같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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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0) 2014.04.23

편집자가 독자에게

95호(2013.10.17)/오피니언 2014. 4. 23. 00:36 Posted by mednews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 숫타니파타 (법정 스님 역)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도 말며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또는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갖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전에 경험했던
즐거움과 괴로움을 내던져버리고
쾌락과 우수를 떨쳐버리고
맑은 고요와 안식을 얻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눈을 아래로 두고
두리번거리거나 헤매지 말고
모든 감관을 억제하여
마음을 지키라
번뇌에 휩쓸리지도 말고
번뇌의 불에 타지도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 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
한번 타버린 곳에 다시는 불이 붙지 않듯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의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은 종종 일상의 부대낌으로 얼룩집니다. 얼룩도 가지가지인데, 스스로가 직접 느끼는 일상의 크고 작은 희노애락부터 직접 의식하지 못하는 숨은 마음이 외부에 투사(projection)되어 나타나는 모든 감정들까지-참 다양합니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얼룩을 방치하면 때가 굳어져 더욱 다루기 힘든 번뇌로 커져 버리는데, 그래서 사람으로 살아있는 동안엔 의식을 싹싹 닦아 깨끗이 비우는 주기적인 청소가 필수입니다. 

제가 마음을 청소하는 방법은 읽기와 명상입니다. 읽기의 대상은 묵은 때의 종류에 따라 선택되는데, 많은 글들 중에서도 불교 경전이 가장 효율이 좋으며 다변적 응용이 가능한(?) 청소시스템이더군요. 독자분들에게 혹여나 도움이 될까 싶어 최근 즐겨 읽었던 숫타니파타를 실어보았습니다.
  
숫타니파타(Sutta-nipata)는 최초의 불교 경전입니다. 숫타(Sutta)는 팔리어로 ‘경(經)’, 니파타(nipata)는 ‘모음’을 뜻하여 ‘부처님 말씀을 모았다’라는 의미죠. 한국에도 여러 가지 역본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법정 스님의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은 역본의 일부이고요.    

본몬에 나오는 번뇌들- 탐냄, 속임수, 갈망, 애착, 즐거움, 괴로움, 쾌락, 우수, 헤매임 -은 모두 ‘Ego’, 혹은 ‘가짜 나’에서 비롯됩니다. 이들은 매우 교묘해서 누구나 속기 쉽습니다. ‘신념’이라는 탈을 쓰고 나타나 나와 남을 헤아리는 걸 방해하고 맑은 진리를 가리죠. 그 결과 항상 혼탁한 마음으로 고뇌하는 어려운 삶을 살게 됩니다.

진리는 단순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상태에선 고요하고 맑은 행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만약 내가 그렇지 않은 상태라면 그것은 지금 내가 잘못된 길 위에 있다는 것을 ‘진짜 나’가 알려주는 것입니다.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아서, 남들이 잘 몰라서 내가 고통 받는다’는 생각은 ‘진짜 나’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것이죠. ‘가짜 나’는 남 탓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당장은 편하고 쉽게 위로받지만, 그는 스스로를 알지 못해 ‘위로 -> 진리 모름 -> 힘든 삶 -> 위로’의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이 고리를 깨는 것은 오로지 ‘진짜 나’뿐입니다. 모든 얼룩을 제거하고 드러난, 비어있는 맑은 바탕, 그게 바로 진짜 나입니다. 행복은 진짜 나에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고요. 불교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본래는 ‘진짜 나’의 삶을 살았었다고 합니다. 다만 오래토록 찾지 않아 가려졌을 뿐이죠. 언제 행복이 오나,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마음을 닦아봅시다. 

모든 번뇌를 단칼에 꺾어버리고 용맹 정진으로 나아가는 삶! 함께 추구해보아요.

 

김정화 편집장/한림
<editor@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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