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리베이트를 범죄로 몰아가는
리베이트 쌍벌제 철회하라
지난 9월 한 달 간, 전국의사총연합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 위헌소송 제청 및 소급적용 반대라는 구호아래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 릴레이시위를 벌였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무엇이기에 의사들을 길거리로 나오게 만들었을까?
리베이트 쌍벌제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각종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료인도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취득한 경제적 이득을 전액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이에 상당하는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하여 리베이트를 근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9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8명에게 벌금 800만원~3000만원을 선고하였다.
이렇게 단편적으로만 놓고 보면, 리베이트 쌍벌제가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제도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리베이트 쌍벌제가 정말로 합당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리베이트는 매우 중요한 판매 촉진 수단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 보조금 지급이 그러하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보조금이라는 “리베이트”를 고객들에게 줌으로써 가입고객을 증대시키고, 가입 고객들로부터 매달 통신비를 받음으로써 수익을 늘려 나가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렇듯 리베이트는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이용된 마케팅 전략 중 하나에 불과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리베이트는 나름대로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의약품의 경우, 리베이트를 통한 판매 촉진작용으로 신약의 시장진입이 원활해지면 그 과정에서 생긴 이익을 제약회사의 의약품 개발과 사후 관리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찬성론자들은 의사들에게 제공되는 리베이트가 결국 약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환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약품가격을 “정부”에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리베이트는 제약회사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그 부담이 환자에게 전이되는 경우는 결코 없다. 그런데 리베이트 쌍벌제는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약값인상의 주원인이 리베이트이기 때문에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여 이를 근절해야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책임을 떠넘기기일 뿐이다. 제약회사에서는 비용 등의 증가를 이유로 약값 인상을 요구하는 데, 정부는 거의 매년 인상된 약값을 인정해준다. 약값의 결정 주체인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떳떳이 인정하고 그들이 말하는 책임을 같이 지지 않는 이상 리베이트 쌍벌제는 사라져야만 하는 악법에 불과하다.
외국에서는 리베이트가 중립적인 단어로 쓰인다. 유난히 우리나라에서만 “리베이트=뇌물”로 통용되는데, 실제로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리베이트를 이미 줬을 것이고, 리베이트를 이미 받았을 것이다. 휴대전화 보조금 안 받은 대한민국 국민이 몇이나 있겠는가. 리베이트라 해서 모두 부당한 것은 아니다. 리베이트를 마치 뇌물과 같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
'95호(2013.10.17)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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