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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깨기는 기본, 맛과 멋은 덤. 커피 이야기

시험을 앞두고 교실에서 밤샘공부에 몰두하던 A군. 기지개를 켜다 보니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가 박카스를 내밀면 그녀에게 ‘그냥 커피’가 되겠지만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내민다면 그는 그녀의 ‘티오피’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졸음을 쫓아 줄 뿐 아니라 풍부한 맛과 향, 거기에 멋과 낭만까지 두루 갖춘 커피. 커피가 어떻게 졸음을 쫓아 주는지부터 알아보자.
커피 하면? 카페인!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물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쓴 맛이 나는 흰색 결정으로 커피 열매 안의 씨앗, 찻잎, 코코아와 콜라 열매, 마테차 나무, 과라나 열매 등에 들어 있다. 식물에서 카페인은 해충을 마비시켜 죽이는 천연 살충제 역할을 한다. 사람이 섭취할 경우 중추신경계와 신진대사를 자극하여 피로를 줄이고 정신을 각성시켜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깨게 하는 것이다. 또한 사고의 흐름이 빠르고 명확해지며 집중력, 지구력도 높아진다.

체내로 유입된 카페인은
어떻게 작용할까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은 위와 소장에서 45분 이내에 흡수되어 온 몸의 세포에 도달한다. 따라서 섭취한 지 1시간 정도 지나면 효과를 나타낸다. 카페인의 체내 반감기는 나이, 간 기능, 임신 여부 등에 따라 개인차가 크지만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할 때 4.9시간 정도이다. 카페인을 섭취하고 서너 시간이 흐르면 그 효과가 떨어지게 되고 8시간 정도 경과하면 체외로 배출된다.
카페인은 뇌 안으로 독소나 세균 등의 침입을 막아주는 혈액뇌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카페인의 구조는 아데노신의 구조와 매우 비슷해서 뇌에 침투한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억제제로 작용하게 된다. 아데노신은 신경의 활성도를  감소시켜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카페인을 섭취하면 뇌혈관의 활성도가 높아지게 된다.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과다 복용은 피해야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카페인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 카페인중독은 짜증, 불안, 신경과민, 불면증, 두통, 심장 떨림 등 다양한 증상을 수반한다. 게다가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위궤양이나 식도염을 야기하기도 하고 이뇨작용을 촉진하여 비타민과 칼슘의 흡수를 방해해서 골다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의 하루 권장허용량을 넘기려면 커피를 5잔 넘게 마셔야 하므로 커피만 마실 경우 여간해서는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초콜릿, 콜라나 사이다, 홍차, 아이스크림 등에도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이들을 함께 섭취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커피 전문점이나 편의점에 가 보면 커피의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을 고를 지 망설이다가 결국 늘 마시던 것을 고르기 일쑤이다. 기자는 본인의 체험 및 커피를 즐기는 주위사람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맛, 가격, 잠깨기 효과 3가지 항목을 최하 1점과 최고 5점 사이에서 평가해 보았다. (주관적 평가이므로 개인마다 효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쮆 자판기 커피 :

자판기 커피는 커피믹스를 이용하여 만든 커피로 달콤한 맛과 구수한 향이 일품이다.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맛이다. 또 150원에서 3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어서 부담 없이 한 잔 마시기에 좋다. 커피와 설탕, 프림의 황금비율은 잠 깨기에도 효과만점. 하지만 자판기 커피는 양이 너무 적어 강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식사 후 입가심을 겸해 나른함을 피할 때나 찬바람 부는 날,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릴 때 따뜻하게 즐기기에 적당하다.

쮆 캔커피 :

 캔커피의 대명사 레쓰비. 잠 깨기에는 그럭저럭 쓸만하지만 맛은 떨어지는 편. 제대로 된 커피의 맛보다는 설탕 맛이 난다는 평이 많다. 보다 강력한 효과와 제대로 된 맛을 위해 레쓰비에 커피믹스를 타서 마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근 캔커피는 맛없는 커피라는 오명을 씻게 해 줄 새로운 커피가 등장했으니, 조지아 커피이다. 이 커피는 레쓰비에 비해 커피 맛이 진하고 단 맛은 덜하다. 또 오리지널, 라떼, 맥스 중 골라 먹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1000원 이하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캔커피의 매력 포인트이다.

쮆 컵커피 :

 대표 제품은 프렌치카페. 이외에도 카페라떼, 바리스타, 스타벅스 디스커버리 등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대부분 제품에 우유가 많은 양 포함되어 있어 커피보다는 커피우유에 가까울 정도로 부드럽다. 거기에 캬라멜, 초콜릿 등의 달콤한 향이 더해진다. 게다가 포장까지 예뻐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커피 함량이 높지 않아서인지 잠을 깨게 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2000원을 넘지 않는다. 졸음을 쫓기 보다는 맛과 멋을 위해 마시는 커피.

쮆 병커피 :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이 있어서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마시기 좋다. 대표 제품은 티오피와 칸타타이다. 두 제품 모두 약간 묽은 듯한 아메리카노에 설탕만 첨가해서 캔커피나 컵커피보다 단맛을 줄인 커피가 인기 제품. 하지만 역시 잠을 확실히 깨게 해 주는 것은 블랙커피이다. 특히 칸타타의 더치블랙은 더치커피 특유의 맛과 향을 잘 살리면서 매우 진하기 때문에 잠깨기에 특효. 파는 곳이 많지 않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효과를 원한다면 마셔보길 권한다. 가끔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유리병에 들어 있는 스타벅스 커피는 심한 단맛과 많은 양이 특징이다. 가격이 비싸 선뜻 손이 가지는 않는다.

쮆 전문점 커피 :

 피곤할 때마다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흠이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택한다면 잠 깨는 데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메뉴를 택한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라떼나 모카 등에도 커피 샷이 들어가기 때문. 시럽, 휘핑크림, 두유 등을 선택해서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진한고 풍부한 커피 맛을 좋아한다면 스타벅스나 커피빈을, 가벼운 커피 맛을 좋아한다면 엔젤리너스을 찾으면 된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의대생의 특징 중 하나는 ‘술’이다. 물론 술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 의대생들도 많이 있지만, 술은 우리 의대생들에게 엄청난 양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데 도움을 주며, 서로간의 친밀감을 쌓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 술 때문에 탈도 많고 재미도 있는 의대생활. 각 학교별로 그 학교만의 특이한 주도. 즉 술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다른 학교의 술 문화는 우리 학교와 어떻게 다를까?

순천향대
- 공평한 술 따르기
순천향대는 선배가 술을 따르던, 후배가 술을 따르던 한 손으로 따르기를 ‘강요’한다. 이것은 격식 없는 술자리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생긴 순천향대만의 술 문화라고 한다. 좋은 취지에서 생긴 문화지만 그 문화에 너무 익숙해 있다보니 바깥 술자리에서 웃어른에게 한 손으로 따라버리는 실수를 가끔 할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연세대
 - 술은 개인의 취향
연세대는 기독교 재단의 학교다보니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는 비교적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는 것은 개인의 성향이라고 하니, 술 때문에 고생하는 연세대의 의대생은 비교적 적다. 물론 술을 좋아하는 의대생은 비교적 자유롭게 술을 마신다.

울산대
- 선배의 요청 전에는 절대
울산대에는 술을 마실 때 ‘절대 후배가 먼저 술병을 들지 않는다.’라는 문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윗사람의 잔이 비었다면 아랫사람이 술을 따라주지만, 울산대에서는 선배의 잔이 비었더라도 후배는 선배가 따라주기를 요청하기 전까지는 선배에게 술을 따라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문화는 학생들간에만 통용되는 문화이고, 학생외의 분들과 술을 마실때는 이러한 문화가 통용되지 않는다.

원광대
- 공연의 시작과 끝은 초지일관
원광대의 풍물동아리에서는 공연 전에 술을, 특히 막걸리를 잔뜩 마신다. 그 뿐만아니라 공연 중에도 마시는데, 취한 상태로 공연을 하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전통적인 믿음 때문이다. 이렇게 공연을 하고나면 공연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술에 취해 정신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올 봄에 이 풍물동아리의 한 신입생은 공연 전에도 음주를 하고 공연 중에도 음주를 해서 그날 공연이 끝난 후의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한다.
모두의,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모임

원광대의 테니스 동아리에서는 매번 모임때마다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대우를 해주기 위하여 거기에 온 모든 학생들을 위한 사발식을 해준다. 예과 1학년은 물론이고 그 위의 학년까지 모두 심지어는 병원선배님들까지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발식을 한다. 만약 사발식을 할 명분이 없다면 만들어서 한다. 예를 들자면 ‘해부학 진입식’, ‘PK 진입식’은 물론이고, ‘아빠 진입식’, ‘비교해부학 진입식’ 등 이런 명분으로 사발식을 한다.

전남대
- 응원에는 막걸리가 필요
전남대는 체육대회 기간에 학생들이 막걸리를 마실 수 있게 막걸리를 판다. 그런데 특히나 여학생들이 경기할 때 남학생들이 그 옆으로 와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응원가를 부르고 춤도 추며 여학생들을 응원한다고 한다. 막걸리가 일종의 스팀팩 역할을 하는 셈이다.

술의 종류에 따라
마시는 문화도 가지각색

전남대에서는 소주를 마시냐 맥주를 마시냐에 따라 따라 마시는 문화도 다르다. 소주를 마실 때, 후배가 선배에게 소주를 따를 경우에는 소주의 상표를 오른손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소주병을 잡아야 한다. 반면 맥주를 마실 때에는 맥주의 잔이 500cc던, 2000cc던, 3000cc던 모든 잔을 한 손으로 따라야 한다. 이런 문화를 처음 접해 본 신입생들은 학기초에 무거운 3000cc잔을 한손으로 드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전북대
- 술은 자유롭게
전북대는 술에 대해서는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술을 거절하는 것도 물론 비교적 자유롭지만, 술을 권하는 것도 또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한다. 그래서 술을 권하는 정도에 따라 그 사람의 주량이 달라진다.

중앙대
- 뒷끝은 깨끗하게
중앙대의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는 뮤직캠프를 갔을 때, 마지막날에 신입생들은 사발식을 한다. 이 때 이 사발식은 평범하지 않다. 수박을 가지고 와서 그 속을 다 파놓아서 먹고, 남은 수박껍질로 사발잔을 삼아서 수박의 여운이 남은 수박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이 사발식을 할 때 '빵빠래'라 불리는 추임새를 넣어준다고 하는데,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중앙대 의대의 공통적인 전통으로 교향곡의 한 부분을 변형시킨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수박맥주를 먹으면 의외로 맛이 괜찮다고 하는데, 궁금하다면 도전~

충남대
- 술자리에서도 센스가 필요
충남대에서는 어느 술자리에서든 잔 돌리기가 필수이다. 낮은 학년이 높은 학년에게 술을 돌리는데, 이 때 잔을 받으면 술을 준 상대방에게 반드시 답주를 줘야한다. 이런 식으로 주다보면 대개 모임에서 가장 높은 본과 4학년 같은 경우에는 잔을 너무 많이 받아 처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럴 때에는 후배는 조금씩 따라 주는 센스를 발휘해야한다.

신입생을 위한 사발식 등은
공통적인 술 문화

각 학교마다 특이한 술 문화가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공통되는 특징도 있다. 1학기 학기초에 신입생의 입학을 환영하기 위해 사발식을 행하는 것은 대부분 학교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술 문화 이다. 또 일반적인 술 예절과 마찬가지로 선배가 후배에게 술을 따라줄 때 선배는 한 손으로 따르고 후배는 두 손으로 받는 것은 공통적인 문화이다.

김영태 수습기자/원광
<funky@e-mednews.com>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님께 듣는 새로운 의사 군복무제도 이야기

의대를 다니고 있는 남학생들에게도 군복무는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일반적으로 졸업 후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3년을 복무하는데, 최근 이 대신 다른 방식으로 군복무를 대신할 수 있는 '과학기술 대체복무제'라는 제도가 생겼다고 한다.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최초로 시작된, 아직은 생소한 이 제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현재 그곳에 계시는 신의철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Q. ‘과학기술 대체복무제’라는 제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는 의대생들이 많습니다. 이 제도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과학기술 대체복무제’란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 군복무를 위해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가는 것 대신 대학원에서 4-5년 연구활동을 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예전에는 공학, 이학계열 사람들만이 이 혜택을 받았지습니다. 그런데 제도가 바뀌면서 의사도 지원할 수 있게 되고, KAIST의 의과학대학원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받게 된 것이에요.

Q. 그렇다면 이런 제도가 생기게 된 배경 혹은 계기가 있나요?
A. 당시 과학과 의학이 접목되는 추세였기에 많은 의사 분들이 당시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셨던 유욱준 교수님께 알음알음 찾아와서 과학적인 지식들을 가르쳐달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이들을 대상으로 워크샵 강의 등을 하면서 유 교수님께서 ‘의사들이 제대로 과학을 배우면 나중에 의학과 과학을 잘 융합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거죠. 그래서 2006년 KAIST의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고 1기 입학생을 뽑았어요. 그런데 추진 과정에서 군복무 문제가 걸림돌이 되니 관련 군복무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신 거예요. 그래서 3기 입학생부터 군대법이 바뀌어 이때부터는 의사가 군복무를 이곳에서 4년간의 연구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이곳에 오는 의사들은 오기 직전까지 기초과학보다는 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전공이 ‘의학’인 의사를 군대를 면제해주면서까지 투입하는 것이 국가나 과학 전체적으로 봐서 실용적일까요?
A. 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의사로서 활동하기 때문에 이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에요. 이건 의학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과학기술을 위한 것입니다. 군복무를 면제해주면서까지 해서 나라가 얻고자 하는 것은 이 사람들이 당장의 4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내놓는 결과물이 아니라, 후에 이 사람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나라 입장에서 보면 최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부상하는 신약개발과 같은 분야에서 의학과 과학 양쪽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데 그런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생물학만 배우면 의학을 잘 모르고, 의학만 배운 사람들은 주어지는 혜택 없이는 과학자로서의 교육을 잘 받으려 하지 않아요. 설령 의과학자로서의 공부를 하고 싶어도 군대의무 때문에 나이가 현실적인 장애물이 됩니다. 그래서 군복무 면제라는 카드를 이용해서 두 학문의 융합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내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Q. 그러면 이 제도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재는 어떤 것일까요?
A. 우리는 여기를 거친 후에 개업의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아요. 개업의가 과학자로서의 활동을 하는 건 힘드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졸업 뒤 환자는 전혀 보지 않고 연구만 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것은 4년 동안 임상을 떠나 과학을 제대로 배우고, 다시 돌아가서 임상 공부를 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현재 교수로 계신 분들 중에는 이런 분들이 많지 않아요. 후에 교수가 되어도 환자를 보면서 병원 안에 실험실을 차려 연구할 수도 있고 그러면 지금 계신 분들이 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질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겠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원하는 건 이곳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가서 나중에 교수가 되었을 때 그런 역할을 하길 바라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기본적으로 임상의사가 연구의사도 하고 싶다고 한다면 꼭 이 과정을 거쳐야겠다 싶더라고요. 하지만 한국엔 그런 기회가 별로 없어요. 우린 군복무할 시간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여기서 주는 거예요.

Q. 대체 복무제 근무자를 선발하는 특정기준이나 지원 자격이 있나요?
A. 병역법의 나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의대, 치대, 한의대 졸업한 의사면 됩니다. 따로 시험은 보지 않고 이력서를 보는데 이력서 말고도 수련의 시절 썼던 논문이 있다면 그것도 좋고 자기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건 다 제출하게 해요. 서류전형 후에는 면접을 봐요. 학생 때 공부를 잘 하면 좋겠지만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니고, 얼마나 과학에 열의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봐요. 한 가지, 작년까지는 영어성적이 일정점수 이상이어야 지원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영어 성적이 없더라도 입학하고 2년 이내에 취득하면 되는 걸로 규정이 바뀌었어요.

Q. 군대나 군의관을 가게 되면 적기는 하지만 월급이 나오는데 이곳 학생들에게도 그러한 금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나요?
A. 연구에만 관심이 있으면 정말 좋은 제도지만 금전적인 문제가 있기는 해요. 일단 KAIST는 대학원등록금이 없고 조교비 명목으로 나라에서 용돈이 40만원 정도 나옵니다. 그리고 연구실마다 연구비에서 대학원생 인건비를 주게 되어 있어요. 이건 연구실의 교수님이 받아온 연구비에 따라 너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보통 120만원 정도가 돼요. 그러면 160만원 정도가 되는데, 군의관이나 공보의가 적어도 200만원 초반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금전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죠.

Q. 이 제도가 시행된 지 몇 년 안 됐는데 보시기에 전체적으로 취지에 맞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착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지금까지는 그렇죠. 그런데 해보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하나 있어요. 의대 교육과정을 받으면서 의학 공부 방향으로 맞춰져 가는게 있어요. 그래서 의학과 과학을 둘다 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더라고요. 어쨌든 그게 어렵긴 해도 논문도 쓰고 하며 생각한대로 잘 진행이 되고 있어요.
처음 1,2기는 병특제도가 없었기에 지원이 미미했어요. 그런데 3기부터 병특 제도가 적용되면서 점점 늘어나 작년엔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정원도 늘렸죠. 내년 신입생을 뽑는데 몇 명이나 지원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문의 들어오는 것을 보면 올해도 많이 지원할 듯 싶어요.

Q. 교수님이 보시기에 미흡하다거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A. 일단 우리가 미비하지만 노력하고 있는 건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을 뽑는 거예요. 보통 레지던트까지 마치고 오는 분들은 자기 분야가 많이 갖춰진 상태에서 오기 때문에 자기분야가 아닌 것, 예를 들어 뇌종양을 연구하던 사람이 갑자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에 대해 연구하려면 재미없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이 필요한데 각 분야를 커버할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지 않아요. 앞으로 그런 각 분야들을 다 커버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을 많이 뽑을 계획이에요.

Q. 그러면 이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국가에서 도와주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으신가요?
A. 나이제한을 좀 완화시켜줬으면 하는 것이죠. 또 다른 것은 이 사람들이 졸업했을 때 어떻게 될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해요. 미국에는 연구만 하는 나 같은 의사 말고 환자도 보면서 네이처지에 좋은 논문도 내는 의사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별로 없죠. 사람들의 지식, 열정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연구하기에 힘들어서 그런 거예요. 미국은 의료비가 많이 비싸고 우리나라는 싸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박리다매를 해요. 대학병원 입장에선 연구도 좋지만 일단 병원이 살아남아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러므로 보통 대학병원의 의사들은 환자를 많이 보는 상황에서 연구를 병행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과학의 운용을 다 갖추고 나갔는데 지금 의료제도 하에 넣어버리면 능력은 있는데 발휘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니까 사람을 키우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키운 사람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장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해요.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학생 개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매우 좋은 제도예요. 의대생이 제대로 된 의과학자가 되려고 한다면 이것보다 좋은 제도는 없어요. 박사학위도 받고 군대도 해결하고, 카이스트라는 학벌을 추가하는 것도 절대 손해보는 일이 아니죠. 다만 손해 안 본다는 건 과학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에서에요. 군의무를 1년 더 지게 되니까요.
의학은 본인이 하기 싫어도 부모님 의견이나 사회적 위치, 경제적인 면에서도 할 수 있는 학문이에요. 그런데 과학이란 건 자신이 하기 싫으면 할 수 없어요. 과학에 대한 열정, 욕심이 없으면 과학은 절대 성공할 수가 없죠. 따라서 열정없이 오면 우리학교에게나 학생 본인에게나 서로 손해가 되는 일이 되죠. 그래서 내가 군의무를 1년 더 지더라도, 좀 손해를 보더라도 여기 오려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사실 3년보다는 4년이라는 현행 제도가 좋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가치관을 학문적인 명예를 얻는 데 둔다면 이런 교육을 받는 다는 것이 참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문서영 기자/을지
<celeste@e-mednews.com>
박상아 기자/을지
<sanga1208@e-mednews.com>

아스클레피오스 VS 헤르메스

의과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를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또는 의대생 중 일부는 세계보건기구 휘장에서 지팡이를 감고 올라가는 한 마리의 뱀 형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론의 아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폴론은 그의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까마귀의 거짓말에 속아 부인을 죽이지만 바로 후회하고 부인의 뱃속에서 아들을 꺼낸다. 켄타우로스 케이론(Chiron) 손에서 길러진 아스클레피오스는 그에게서 의술을 배우기 시작하였고 죽은 사람까지 살릴 실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그는 제우스가 던진 벼락을 맞고 죽게 되는데, 죽은 사람을 살려낸 대가로 황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설과 아스클레피오스 덕분에 인간이 불사의 능력을 갖게 될 것을 제우스가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스클레피오스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한 아폴론의 요청과 그의 생전 선행을 기리기 위해 제우스는 그를 밤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준다. 오피우커스(Ophiuchus), 바로 뱀주인자리이다.
별자리에서 보이듯 아스클레피오스는 지팡이를 감고 올라가는 뱀을 상징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가 죽은 사람을 살리는 능력을 가지게 된 이유 때문이다. 어느 날, 환자를 치료하던 아스클레피오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뱀을 죽였는데, 다른 뱀이 죽은 뱀을 치료하기 위해 약초를 가지고 오는 것을 보고 죽음을 이겨내는 비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기원 6세기경,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신으로 숭배되고 그리스 도처에 그의 신전이 번성하게 된다. 커다란 신전이 있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에피다우로스(Epidauros)는 숭배의 중심지로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아스클레피오스에 대한 고대 사람들의 믿음은 현대까지도 이어져 지금도 우리는 그를 의술의 신으로 여기고 있다. 아스클레피오스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의술의 신의 상징이 지팡이를 감고 올라가는 뱀 한 마리인데, 왜 대한의사협회의 표식은 지팡이를 감고 올라가는 두 마리의 뱀일까.
지팡이를 뱀 두 마리가 감고 있고 꼭대기에 날개가 달린 표식은 전령의 신 헤르메스(Hermes)의 지팡이다. 헤르메스는 죽음의 안내자와 상인, 도박꾼, 도둑의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으나 1902년  레이놀즈(Raynolds) 대위에 의해 미 육군 의무대에서 의학의 상징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대한의사협회는 1996년 바뀐 네 번째 휘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1947년 공모를 통해 결정한 카두세우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당시 미군정 하에 있었던 시대적 배경에 의해 미 육군 의무대의 휘장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의학의 상징으로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카두세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는 계속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세계보건기구나 세계의사회 그리고 미국,일본, 중국, 영국 등 주요국가의 의사협회는 아스클레피오스 지팡이를 사용하는 반면에 한국, 일본, 중국의 의무부대와 국내 여러 보건관련 단체에서는 헤르메스의 지팡이인 카두세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일례로, 1912년 미국의사협회는 상업, 도둑, 기만, 죽음을 의미하는 카두세우스가 치료를 행하는 분야를 나타내는 데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카두세우스를 본래 의학을 상징하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로 바꾼 사건이 있다.

강수진 기자/전남
<pi1125@e-mednews.com>

한국이 배출한 최초의 국제기구 사무총장은 누구일까? 바로 WHO의 수장 고 이종욱 박사이다. 2003년 당선되어 결핵,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어린이 질병, 조류 독감, 에이즈 퇴치 등에 힘쓰다 2006년 5월 21일 WHO 총회를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져 운명을 달리한 이종욱 박사. 그는 비록 세상에 없지만, 이종욱 키즈라 불리는 많은 재원들이 국제보건에 뜻을 품고 국제기구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까다로워 보이는 국제보건기구 진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디서 일하나?

가장 많이 알려진 국제기구는 단연 WHO.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고, 전 세계 6개의 지역 사무처가 있다. 한국이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 사무처는 필리핀 마닐라에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신영수 박사가 서태평양 지역 사무처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외에도 보건전문가가 진출할 수 있는 국제기구는 국제노동기구(ILO), 세계은행(IBRD), 유엔개발계획(UNDP),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가 있다.
국제보건기구 진출에
필요한 요건

▶ 학위 : 대부분의 국제보건기구에서는 의학사(M.D.)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고, 보건학 석사학위(MPH)가 있다면 유리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보건대학원에 다니면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직원채용 의뢰나 인턴십 의뢰 등이 많으니 주목할 만하다. 보건 분야에서 국제적인 대학원은 영국 런던대 위생 및 열대 의과대,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등이 있다.
▶ 언어 : 영어는 필수. 제 2외국어는 UN 공용어(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중 불어가 유리하고, 그 다음이 스페인어이다.
▶ 전문훈련 : 국제보건기구가 다루는 분야는 매우 넓다. 그중 주로 문제가 되는 분야는 전염성 질환, 만성질환, 건강증진, 그 밖에 보건의료정책과 체계, 여성보건, 가족계획, 영유아 보건, 재활 등이다. 따라서 이런 분야에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관련된 공중보건학과 정책, 제도 등에 대한 이해와 경험도 도움이 된다.

국제보건기구 진출 방법은?

▶ 공석공고(Job Vacancy Notice) : 결원이 생기거나 새로운 자리가 신설되거나 이 자리를 메울 내부의 적임자가 없을 경우 공석공고를 통해 국제적인 공모를 하게 된다.
공석정보는 해당 국제기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직접 통해서 확인하거나, 국제공무원제도위원회(ICSC)에서 운영하는 종합 정보사이트(http://icsc.un.org/joblinks.asp)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ICSC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는 유엔 및 유엔관련 국제기구 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기구들도 열거하고 있어 많은 참조가 된다. 공석공고는 우리나라 외교통상부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응모기간이 약 4주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공지사항을 체크해야 한다. 국제기구인사센터를 직접방문하거나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기구 채용등록 양식을 작성하여 제출함으로써 풀(pool)에 등록을 마칠 수 있다.
▶ JPO :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s Program)는 국가의 비용부담 하에 국제기구에 수습직원으로 파견되어 정규직원의 일을 보좌하거나 분담하면서, 정규직원과 동등한 조건으로 근무하는 자를 일컫는다. JPO프로그램은 보통 선진국들이 자국인의 진출이 부진한 국제기구와 협정을 체결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국제기구에 응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JPO지원에 앞서 한국 정부가 자신이 원하는 국제기구와 이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1차 시험은 JPO 응시자를 위한 특별 TEPS 시험, 2차 시험은 국문면접, 영어필기, 영어면접으로 이루어진 필수과목(75점)과 제2외국어 인터뷰, 학위, 전문분야 자격증, 유관분야 근무경력, 입상경력으로 이루어진 추가배점항목(25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2년간의 JPO 근무종료 이후 기구 내 잔류는 본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
▶ 인턴십 : 세계보건기구는 일반적으로 소수의 보건관련 대학원 재학생에게만 인턴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모든 WHO 사무소가 인턴십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므로 희망하고 있는 지역사무소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한다. WHO의 현 직원과 가족관계가 있는 지원자에게는 인턴십 지원자격이 주워지지 않는다. 인턴십은 대부분 서류로만 선발되기 때문에 이력서에 키워드만 적는 것이 중요하며, JPO 가산점을 위해선 같은 기구 내에 6개월 이상 근무해야한다. 무보수를 원칙으로 하며, 정실인사 배제원칙의 일환으로 인턴십 만료 후 3개월 내에는 기구 내 어떤 부서의 채용시험에도 응시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의하여야 한다. 

외교통상부는 홈페이지에 “국제기구채용정보”를 열어놓고, 매년 국제기구진출 세미나를 열어 국민들의 국제기구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기구 진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수시로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고, 이 외에도 지인을 통해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과의 채널을 열어두는 것도 중요하다. 국제기구는 검증된 인력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커넥션이 무시 못할 만큼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29@e-mednews.com>

시간이 흐를수록 homogeneous(균질, 동일)해져 가는 우리들. 하지만 남다른 생각으로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치는 heterogeneous한 의대생들도 강의실에 존재합니다. 2010년, 의대생 신문이 6회에 걸쳐 빼어난(秀) 재능과 남다른 생각을 가진 그들을 지면에 소개합니다. 이름하여 수(秀)상한 의대생! 그들의 생각의 좌표를 함께 따라가 봅시다.

의대생, 지도 밖으로 행군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서의 6주

세계보건기구(WHO)는 명실 공히 세계 보건, 의료, 건강에 있어 ‘본부’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그 ‘본부’에서 인턴생활을 경험하고 온 의대생이 있다. 가톨릭 대학교 김석일 교수님께서 자리를 마련해 주신 덕분에 전기밥솥과 유레일패스를 들고 가 제네바에서 꿈같은 6주를 보내고 왔다고 한다. 가톨릭대학교 본과 4학년 강동훈 씨를 만나보았다.

- 6주간의 인턴기간 동안에는 무슨 일을 하신 건가요?
학교 선택실습 5주를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해서 동기생 이종인 학생과 6주간 다녀왔는데, 거기서는 ICD(세계질병분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를 11판으로 개정하는 일을 했어요. 의학 용어를 모두가 공용할 수 있게 통일하고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의 언어로 디지털화 시키는 작업이죠. 저희는 의대생이라 먼저 베타 테스팅해보고 가이드라인과 문제점들을 보고했어요.

- 인턴들끼리 생활도 궁금해요.
다들 경제적으로 지원받고 오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서로 네트워킹이 잘 되어있어요. 숙소, 휴대폰, 자전거 같은 것도 서로 물려주고 정보 교환하고 그래요. 인턴 드링크 데이(Intern Drink day)도 있어서 다른 국제기구 인턴들하고 어울릴 수도 있죠. 코카시아인이 제일 많긴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 아랍계 인턴들도 꽤 있고요. 의대생들 말고 IT나 business 전공한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한 가지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이런 인턴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물가도 너무 비싸서 어딜 쉽게 같이 못 나간다는 게 핑계라면 핑계죠. (웃음) 후배들은 적극적 자세로 그들과 어울리고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왔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대신 유레일패스로 주말마다 유럽 곳곳으로 여행을 다녔어요. 장보러 파리도 가고,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맛있는 맥주도 많이 먹고 말이죠.

- 재밌는 에피소드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운이 좋아서 WHA(World Health Assembly)랑 기간이 겹쳤어요. 전세계 보건담당 인사들 다 모이는 자리거든요. 우리나라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님도 오시고요. 그리고 MDG(Millenium Development Goal)※ 중간 평가도 그때 마침했었어요. 정말 운이 좋았죠. 거기에 ‘앗! 한국 사람이다’하는 분도 계셨어요. 인사드리려 갈려했는데 그 분이 MDG평가 3번째 날에 발표를 하실 때, ‘I'm from DPRK(북한)’라고 하시더라고요. 한창 천안함 사건 터진 그 때여서, 괜히 인사했다가 큰일날까봐 아는 척도 못했어요. (웃음)

- 가기 전 준비과정과 6주의 인턴과정. 어떻게 보면 사서 고생한 셈인데요?
‘뭣 하러 그렇게 힘들게 하냐’는 사람들 있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에요. (웃음) 평범하게 실습을 돌 수도 있고, 아버지 병원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고요. 그런데 그러긴 정말 싫었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놀 수 있는 기횐데, ‘놀려면 유럽 가서 제대로 놀아야지!’라고나 할까요. 무엇보다도 저는 순수하게 그냥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전부터 남들하고 같기 싫었거든요. 시험이 중요한 건 알겠지만 거기에 목숨 걸고 집착하는 게 싫고 답답했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난 너희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부 말고도 다른 중요하고도 멋진 일들이 많다는 걸 말이죠.

-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마디?
의학적 지식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으로서 더 많은 경험, 견문을 쌓는 것도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세상은 넓고, 대단한 사람도 많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책도 많아요. 그리고 세상에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누리는 것들을 기본적으로 누리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저 눈 앞의 족보에만 집착하지 말고 저 멀리 드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정민 기자/중앙
<moon_jm@e-mednews.com>

도전하라!
세계보건기구(WHO)

■ 인턴 지원방법
- 대부분의 외국은 4+4의 의학전문대학원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학교 졸업생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한국 6년제 의과대학은 4학년이상 지원가능하다.
- 한해에 400여명의 인턴을 선발한다.
- 꼭 의대생만을 뽑지는 않지만 의대생은 아무래도 지원자들 중 유리한 면이 있다.
- 기간 : 여름 5월-10월 (12/1 - 1/31 지원) 겨울 11월-4월 (8/1 - 9/30 지원)
- 어떠한 사람들이 지원하나?
  1) communication
  2) teamwork
  3) Multicultural experiences

이 세 가지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나서보자! 영어는 수준급의 고급영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지내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만 되도 가능하다고 한다. 겁먹지 말고 한번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tip. 꼭 제네바 본부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필리핀에 있는 서태평양지역에 지원해도 된다. 그곳은 지원하는 한국 사람 비율도 많고 보다 수월하다고 한다.

※ MDG (Millenium Development Goal) : 2000년 밀레니엄 정상 회의에서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자 수를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로 세운 8가지 세부사항

사회적기업 ‘우리동네’ 대표 안병은 선생님

수원 아주대 앞에는 스타벅스보다 잘 나가는 카페 ‘우리동네 커피집’이 있다. 커피맛 좋고 아기자기한 내부에 친구들과 오랫동안 수다 떨기에도 좋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알고 있을까? 우리동네 커피집은 직원 중 한 명 이상 정신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사실을.
우리동네 커피집은 사회적기업 ‘우리동네’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대표인 정신과 전문의 안병은 씨는 카페뿐 아니라 학원, 정신과의원까지 차린 문어발식 경영가다. 예전엔 편의점과 운동화 빨래방, 세탁소도 했었다. 모두 정신장애인들이 일하고, 공부하고, 건강문제를 상담하는 생활공간이다.

마음이 아픈 이웃도
능력껏 일할 수 있는 동네

‘우리동네’는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을까.
“정신장애인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직업이 무척 중요해요.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은 고용장벽이 너무 높아요. 장애인을 뽑는다 해도 지체장애나 지적장애를 오히려 선호하지 정신장애는 꺼려요.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은) 왜 고용을 안 하느냐, 또는 고용해도 왜 유지가 안 되느냐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지요. 그럼 뭐가 어려운지 내가 한번 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된 겁니다.”
사회적기업이란 한마디로 ‘커피를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커피를 파는 기업’이다. 기존의 복지관이나 사회복지단체처럼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지만, 외부 후원이나 펀드에 의한 운영은 최소화한다. 대신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우리동네’는 지난 2009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생산적 복지의 개념이죠. 사실 인증이라는 것 자체가 중요하진 않아요. 우리나라에서만 2007년부터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 그럼 개인적으로 사업하실 수도 있는데 굳이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공성(Public)의 개념을 담고 싶었어요. 이것을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그릇이 현재는 사회적기업이에요. 그래서 도덕적인 문제나 재정적 부담을 제가 짊어져야 하는 상황인데도 선택을 한 거죠.
그리고 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돈도 안 돼요. 하지만 사람들은요, 그 빈틈을 놔두지 않아요. (정신장애인을 고용한 편의점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 ‘환자 가지고 장사한다’고… 그런 게 싫었어요.”

- 의사로서 ‘진료’ 부분보다 ‘재활’이라는 분야에 집중하시게 된 계기는요?
“체 게바라는 쿠바를 혁명에 성공하게 한 혁명가이지만 결국엔 의사였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치료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약물치료, 안 되면 입원치료. 그럼 그다음에는 뭐냐는 거죠. 재활 ‘치료’예요. 치료의 연속선상이에요.

그 사람의 삶까지 보듬어야
온전한 치료

온전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삶까지 치료해줘야 해요. 저는 그 삶을 배제한 치료는 공허했어요. 실제로 그들의 삶을 생각하는 치료를 하고 싶었어요. 농담으로 ‘그.삶.치’다 - 그들의 삶 속에서 치료하자? 또 영어로는 T.T.L(Treatment in Their Lives)이라면서, 허허허. 그러다 보니까 모든 것이 치료라고 생각해서 그들의 직업뿐만 아니라 그들의 노동이 저평가되는 현실도 바꿔보고 싶고, 그들에게 적합한 직업군도 개발하고 싶고요. 결국 그들이 잘 살 수 있고, 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게 큰 틀이에요.”
안병은 씨는 장애인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에이블아트(Able art)’라는 곳에서도 ‘장사꾼’으로 활동 중이다. 장애인도 예술작업을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장애인 예술가의 전시·공연사업을 기획하는 등 기존의 ‘곰탱이 눈깔 붙이면서’ 보호받는 일보다 좀 더 새롭고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조기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동네 희망학원’을 열어 다른 아이들처럼 방과 후 공부할 곳을 마련하고, 지역주민의 정신건강문제를 다뤄보고자 최근 ‘우리동네 정신과의원’을 개업했다.
여러 일을 하느라 힘드시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속가능 하려면 단순히 선의를 호소하기 보다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피집 가는 데 사회적기업이라는 것 땜에 가진 않잖아요. 우리의 뜻에 공유해주면 더 좋은 거지만 팔아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거죠.”
우리동네 커피집은 이런 신념 하에 홍대 앞 일대와 일본의 카페들을 직접 탐방하며 연구한 결과물이다. 반응이 좋아 현재 프랜차이즈 식으로 뻗어나간 커피집만 네 군데이고, 그 중 하나는 1호 점에서 일하던 직원이 사장님으로서 홀로서기했다고 한다.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믿어주기

-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세요?
“카페가 사람들로 꽉 찼을 때?(웃음)
내가 정말 힘들게 치료한 친구가 취직하면서 무척 좋아할 때? 어제도 한 친구가 카페 채용이 결정 났는데, 일 잘한단 소리를 듣고 있지만 분명히 고비가 올 거예요, 증상을 못 이기고 그만둘 수도 있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우리 같이 살자’ 그래요, 힘들면 입원했다 다시 퇴원하면 되는 거에요. 그렇게 힘든 과정을 몇 번이고 넘기면서 점점 좋은 모습 보이고 날 믿어주면 고맙죠. 실제로 ‘아 선생님, 약 좀 더 올려야겠어요.’라고 하기도 해요. 이런 얘기 들어보는 의사가 몇이나 될까요? 약에 대해 서로 상의하고, 환자에게 주도권을 많이 주고, 같이 믿으면서 사는 거죠. 어찌 보면 사이비 같애, 사파죠 사파.”

- 만약 정신과가 아닌 다른 과 의사셨다면 어땠을까요.
“다른 과를 갔더라도 똑같은 삶을 살았을 거에요. 만약 의사가 아니었다면요? 문제없어요. 사람은 무엇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어느 병원에서 무슨 과를 하느냐 하는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 꿈이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고, 그리고 동남아나 네팔에 가서 커피집이나 한번 해보고 싶어요. 우리도 의료선진국에서 많이 배웠잖아요, 근데 의사들은 맨날 중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이런 생각만 하고 있어요. 모든 것이 자본과 결탁이 되어있어요. 우리동네가 했던 모델이 동남아에서도 도움이 된다면 우리 시스템을 주어야죠. 거기에도 분명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 마지막으로 의대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사회에 관심을 좀 뒀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생각하고, 질병만 보지 말고. 이 사회가 바로 환자가 살아가는 공간이니까요.”

정다솔 기자/중앙
<astronova@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