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기억은 그 사건만 떠올려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일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오늘 아침의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 날 저는 친구들과 여름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 보는 건 어떠냐면서 한참 인터넷으로 제주도 배편을 알아보고 있던 중에 한 친구가 갑자기 “야, 제주도 가는 배 침몰했대!”라고 외쳤습니다. 모두가 웃기지 말라고 그게 얼마나 큰 배인데 가라앉냐고, 여행 계획 짜는 데 초치지 말라며 비웃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친구가 진짜인 것 같다고, 잠깐 멈추어 보라며 저를 말렸습니다. 연이어 모든 방송이 중단되고 보도되는 세월호 침몰 소식. 도대체 이런 일이 몇 번째냐며 투덜대는 것도 잠시, 엄청난 수의 실종자 수가 보도되고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사망자의 수를 보며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이런 사고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등 소설에서 꾸며내도 소름이 돋을 듯한 일들을 겪어내며 자라왔습니다. 그런데도 대형 재난에는 ‘내성’이라는 게 없는 지 세월호 참사에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더욱이 그랬던 것이 제게는 아직도 삶의 낙이 되는 행복한 추억인 수학여행을 가다가 그랬답니다. 학교 동창들끼리 모여서 오랜만에 여행을 가다가 그랬답니다. 그 여행의 종착점이 이 세상이 아닐 줄 누가 조금이라도 알았을까요. 합동 분향소를 방문하던 날, 일면식도 없는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 제주도에 배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고, 그 당시에도 이 배는 왜 이렇게 낡았냐고 불평만 했지 한 번이라도 안전에 대해서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조금이라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건의라도 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만 같은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내가 그 희생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제는 주변을 조금은 더 주의깊게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엔 “나는 아니겠지, 내 가족의 일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많았다면 이제는 “언제 내 일이 될 지 몰라, 다음은 내 차례 일 수도 있어” 라는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부실하게 매달려 있는 간판을 한 번 더 보고 조심하게 되고, 배를 탈 때는 탈출용 망치와 구명조끼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공공 장소에 가면 소화기, AED, 비상구 위치를 항상 보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예민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예비 의사인 만큼 재난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어야만 할 것 같아 늘 주의 깊에 살핍니다. 국가적인 대형 재난의 발생에는 단연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압니다. 정부의 정책이 변하고, 새로운 정책이 자리 잡히고 실행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변화는 개인 개인의 행동의 변화가 모여 전체의 분위기가 변화되는 것입니다. 의대생 신문의 2만 독자분들의 개개인의 작은 변화가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늘 불안에 떨며 살 필요는 없지만 한 번만이라도 내 일이 될 수도 있고,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온 몸이 오싹해지면서 안전에 대해 신경쓰게 되지 않을까요. 안전 신문고를 활용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미리 신고하여 예방할 수 있다면 단순히 신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수많은 예비 희생자들을 구해낸 것이니 그 보람도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각종 매체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송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근황들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될 때 까지 한 동안 잠잠해지겠지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그냥 일회성으로 추모 집회를 열고, 위령제를 지내는 것도 좋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나부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조을아 편집장/을지 

<medschooleditor@gmail.com>

'104호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0) 2015.06.16

사설

104호/오피니언 2015. 6. 16. 10:09 Posted by mednews

점심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머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나는 한 끼의 식사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먹는 편이다. 그래서 매일 찾아오는 식사시간마다 이런 고민을 하며 메뉴를 고른다. 집에서 간단히 해 먹을 수도 있고, 근처 간단한 식당에서부터 약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곳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찾아본다. 간단한 김밥 등의 분식류부터 파스타, 피자, 중국음식, 가정식 백반 등. 나를 고민에 빠뜨리는 메뉴들이 정말 많다.

이 고민에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를 찾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역설적으로 매일같이 해왔던 고민 그 자체의 역할이 컸다. 간단하면서도 선택하기 힘든 답을 찾기 위해 긴 시간 스마트폰을 뒤지며 정보를 찾았고, 직접 가서 먹어봤고, 지인으로부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어느 집의 파스타가 괜찮으며, 저 식당은 가성비가 좋다더라 등등. 덕분에 나는 구체화된 많은 선택지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의대생들에게 오늘 점심 메뉴와 같이 참 식상하고도 어려운 질문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 단연 으뜸인 것들이 ‘무슨 과 의사가 될 것인가?’와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이다. 벌써부터 지겨움이 느껴지는 이 질문들. 전자는 주로 타인이 질문하는 것에 가깝고, 후자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에 가깝다. 두 질문은 무척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명절만 되면 강제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무슨 과’에 대한 답은 많은 의대생들이 이미 고민하고 있다. 일가친척들이 둘러앉아 모두들 내 입만을 바라보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모두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 뒀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실습에서의 경험, 선배들이나 동기들과의 상담, 주변 사람들의 인식, 경제적인 문제,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정보를 찾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점심 메뉴’ 수준까지는 다양한 선택지를 찾아보았을 수도 있다. 반면, ‘어떤 의사’에 대한 질문은 어떤가. 이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 의과대학에서 이와 비슷한 질문을 갓 입학한 예과 학생들에게 던진 적이 있었다. ‘가장 본받고 싶은 의사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많은 학생들이 이태석 신부나 이국종 교수를 꼽았더랬다. 의대에 입학한지 5년이 되어 이런 질문을 주변 의대생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무슨 답을 하고 있을까? 지금 전공의인 한 친구는 학생 때부터 나는 나중에 ‘로컬의 제왕’이 되겠다고 생각해왔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없다’는 답변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 놀라웠다.

이미 많은 의과대학에서는 이 고루한 질문을 바탕으로 의료인문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의과대학 평가에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많은 학교에서 비교적 한가한 예과기간 뿐만 아니라 본과기간에도 일주일에 몇 시간을 할애하여 이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책을 통해 여러 부문의 길을 가고 있는 의사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윤리적 다툼이 있는 문제로 토론을 하며,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기도 한다.

물론 문제점도 있긴 하다. 의료인문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교수는 ‘의료인문학을 가르칠만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고 하기도 했다. 주제에 관한 고민도 있다. 이를테면, 작금의 의료현실을 보여주어 예과생들을 차가운 염세주의자로 만들어 버릴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보다 중요한 포인트가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윤리적인 문제는 관점이나 상황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 없다. 과거엔 살인과 같은 행위로 비난 받았지만, 지금은 점점 인정받고 있는 ‘존엄사’처럼 말이다. 과거엔 환자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의사가 진정한 의사라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로컬의 제왕’도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슈바이처를 위인전으로 읽어 왔지만, 요즘은 다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없다’나 ‘모른다’라는 것이다.

교육자는 이런 수업들의 당위성을 잘 이해하게 해주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하였으면 좋겠다. 가치판단은 될 수 있으면 고민하는 학생들의 몫이어야 하며, 그것 또한 성급하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의대에 입학하였다는 나무라기보다는 최소한 그것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며 생각해보게 해야 한다. 게다가 이런 관점들이 양립 불가한 것도 아니다. ‘배부른 소크라테스’는 왜 안 되는 것인가?

하지만 고민하는 우리들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실제로 이런 수업의 참여가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매주 연속된 시험들 사이에서 귀찮음 직도 하다. 하지만 의과대학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고민은 현실화되어 간다. 아마 실제로 의사가 된 뒤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는 우리들에겐 ‘오늘 점심 메뉴’만큼이나 가깝고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참여하는 만큼, 넓고 다양한 메뉴를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방청소, 돈벌기, 성공적

104호/문화생활 2015. 6. 16. 10:09 Posted by mednews

방청소, 돈벌기, 성공적


제 아무리 패션은 돌고 돈다지만 유행이 지난 옷을 ‘언젠가 다시 유행하겠지’ 라며 쌓아 두기엔 옷장은 너무나 비좁다. 게다가 체형의 변화에 따라 옷을 사다 보면 어느 샌가 문을 열자마자 수 많은 옷들을 토해내는 옷장과 마주하게 된다.

또, 어릴 때 읽던 위인전이나 삼국지 전권, 가지고 놀던 레고나 장난감 등은 추억을 빙자한 번거로움으로 인해 공간만 차지하는 처치곤란 물품이 되기 일쑤다. 꼭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점점 늘어만 가는 새로운 소지품들을 위한 공간마련을 위해서라도 헌 물건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어차피 나는 쓰지 않을 물건이라면, 기부와 나눔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물품기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물품기부’란, 쓰지 않을 물건을 특정 단체에 기부하면,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여 판매수익금을 물품기부자의 명의로 다양한 자선단체에 기부해주는 것이다.

기부자에게는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는 김에 ‘기부’라는 가치 있는 활동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다른 기부자가 내놓은 물건 중 필요한 물건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물품기부가 활성화 되면 될수록 그 가치가 네트워크로 커지는 구조이다. 또한 기부 물품을 판매한 금액에 대해서는 기부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기부자는 연말정산에서 이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정리하지 않고 두면 전혀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갖지 않지만, 이를 정리하면서 동시에 ‘나의 자산을 기부했다’는 명목으로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서 매우 간단하게 물품을 기부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물품기부 사이트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기관 및 단체를 이용하는 방법


1. 아름다운 가게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부단체. 유아용품을 비롯해 의류, 생활잡화, 도서/음반, 주방용품, 소형 가전제품, 소형 가구 등을 취급한다. 기부는 온라인 신청, 아름다운가게 매장으로 직접 기부, 전화 신청으로 이뤄진다.

기부한 물품은 전국 아름다운 가게 매장에서 판매하며, 수익금은 기본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저소득층, 수급자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한다. 물품을 기증하면, 기부영수증을 발급하며,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의 : 02) 1577-1113


2. 굿네이버스 좋은 마음 센터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의 아동/청소년 심리치유 저문 기관으로 정서,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가정에 전문적인 심리치료와 프로그램, 교육을 제공한다. 좋은마음센터 서울동작지부에서는 가정에서 안 쓰는 장난감을 기부 받아 놀이치료에 활용한다. 인형, 로봇, 레고 등 종류에 상관없이 기부할 수 있다. 기부는 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택배를 이용하면 되고, 장난감 수가 많을 경우 전화로 신청하면 센터에서 수거해간다.

문의 : 02) 814-1391


3. 베이비트리 

육아 전문 사이트 베이비트리와 [반갑다 친구야]가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헌 가방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은 헌 가방을 택배로 전달해 기부하면 된다. 책가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어른용 가방 일부는 바자회를 열어 판매하며,

수익금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단체에 기부한다. 또 전 세계 아이들에게 보내기 힘든 옷이나, 신발, 가방 등은 이주여성쉼터, 노숙인 쉼터 등에 전달해 나눔을 이어갑시다. 


모바일,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방법


1. G마켓 ‘give 마켓’


지난해 6월, 온라인 쇼핑 기업 g마켓이 ‘기아대책 행복한 나눔’과 함께 오픈한 중고 물품 기증 서비스. 의류, 생활, 잡화, 도서/음반, 소형 가전, 식료품 등 다양한 중고 물품을 전화, 온라인을 통해 기부 신청하면 되고, 착불로 물품을 보내거나 서울, 경기 등 일부 지역은 직접 방문해 수거한다. 기증된 물품은 서울 5개 지점의 행복한 나눔 매장에서 판매하며, 판매수익으로 조성된 기부금은 미얀마,아로스,코트디부아르 등 해외 아동식수지원사업에 쓰인다. 

문의 : 02) 1899-3495 

www.gmarket.co.kr


2. 박씨닷컴 

소셜 기부 전문 사이트로 기부처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사이트 안의 ‘나눔 더하기’ 페이지에서 참여하고 싶은 기부 캠페인을 선택해 기부하면 된다.

의류, 잡화, 생활용품, 책, 음반, 악기, 스포츠용품, 소형 가전과 가구, 식품류 등을 기부할 수 있으며, 기부 신청서를 작성해 택배로 보내면 된다.

기부한 물품은 박씨닷컴에서 중고로 등록해 판매하고, 판매 금액 중 판매 경비를 제외한 금액이 기부자 명의로 기부된다. 

문의 : 031) 926-3450 

www.bakssi.com


3. 도너도넛



물품, 쿠폰, 재능 등을 기부할 수 있는 소셜 플랫폼. 도너는 기부자, 도넛은 기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중고 물품을 올리고 본인이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면 판매 금액 전액이 기부된다. 도너도넛이 후원하는 8개 사회 복지단체 또는 판매자가 후원하고 싶은 캠페인을 지정해 기부하면 된다. 모든 기부 내용은 SNS로 공유되고, 판매자, 구매자끼리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도너도넛을 검색해 다운로드 하면 된다.

문의 : 010-6401-9807 

www.donordonut.com


이외에도 새터민, 미혼모, 소년가장을 위한 물품기증 단체 등, 애초에 특정 소외계층을 지원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도 있으니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단체를 골라 기부 활동을 펴 나간다면 된다. 


이장원 기자/중앙

<wonwon95@naver.com>

'104호 >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리마켓, 가치를 찾아서  (0) 2015.06.16
점수 좀 따고 싶다면 꽃놀이 가기 전 필독!  (0) 2015.06.16

플리마켓, 가치를 찾아서

104호/문화생활 2015. 6. 16. 10:07 Posted by mednews

플리마켓, 가치를 찾아서



브랜드보단 특별함을, 단절보단 소통을 찾는 공간


최근 들어서 소비문화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에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명품소비’, ‘과시소비’ 등 무조건 비싼 것을 구매하는 문화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교적 저렴하지만 오직 나를 위한 나에게 특별한 소비, 다시 말해 ‘가치소비’가 소비의 주류로 잡아가고 있다. 따뜻한 봄 날, 우리는 가치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플리마켓>을 찾아갔다.


플리마켓(flea market). 중고품만을 취급하는 벼룩시장의 의미를 넘어 플리마켓에서는 머핀·마카롱·쿠키와 같은 디저트류, 더치커피, 핸드폰 케이스, 직접 제작한 캔들이나 방향제 등의 판매가 이루어진다. 물론 쇼핑몰에서 제고가 남은 옷들이나 중고품을 판매하는 기존 벼룩시장의 모습도 녹아있다. 또 한 가지 기존의 상점들과 다른 플리마켓의 특징은 어느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손수 만든 작은 엽서라도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 직접 플리마켓에 참여할 수 있다. 제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거래를 한다는 점도 플리마켓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요소이다.



“하나 밖에 없는 나의 것을 찾을 수 있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플리마켓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면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들이 판매자가 손수 제작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액세서리 재품들뿐만 아니라 디저트, 캔들, 방향제들 모두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공장에서 기계로 생산되는 제품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작자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월 21일 홍대앞 예술시장 플리마켓에서 만난 김미향(49)씨는 ‘직접 손수 만들어 오다보니 특이한 것도 많고 예쁜 것도 많기 때문에’ 플리마켓을 찾는다고 말했다. 천안에서 온 이소연(21)씨 역시 플리마켓을 방문하는 이유로 ‘아기자기하고 직접 만든 물건이다 보니 신기한 것도 많고 시중에서 파는 것들보다 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백화점에서는 물건을 사는 느낌이 들고 여기서는 한 사람의 꿈을 사는 느낌”


이소연씨는 이어서 ‘점원과 손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만난다는 점을 플리마켓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물건을 사면서 판매자와 가깝게 이야기하며 살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김범식(26)씨는 플리마켓과 관련하여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상업적인 느낌이 드는 백화점과는 달리 플리마켓에서는 꿈을 사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플리마켓에 와서 작품을 사며 젊은 작가들이 이를 기반으로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캔들 판매 셀러로 참여한 김미진씨 역시 만든 사람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점을 프리마켓의 매력으로 꼽았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짐은 물론이고 그 순간의 추억이 담기기 때문에 나에게 더욱 가치 있는 물건이 된다는 것이다.



소통을 위한 시장, 사람을 위한 시장


산업이 발전하고 물질주의가 시대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굳어지면서 소비행위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물품과 화폐를 주고 받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더불어 홈 쇼핑·인터넷 쇼핑이 널리 퍼짐에 따라 소비자는 타인과 마주하지 않아도,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않아도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플리마켓에서 여러 가지 물품을 구경하다 보면 인터넷, 백화점 쇼핑을 하며 느낄 수 없었던 인간애를 느낄 수 된다. 마켓 한쪽 편에서 펼쳐지는 인디 가수들의 공연은 이에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아마 시골장터의 분위기가 이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판매자와 구매자 구분 없이 모두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고 상품은 단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하나의 매개에 지나지 않았다.


홍대를 중심으로 플리마켓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대전, 대구, 부산 등의 광역시는 물론이고 제주도에 역시 플리마켓이 열린다. 굳이 구매하지 않더라도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보며 산책하기에도 좋다. 꽃 날리는 이번 주말, 한가하다면 주변 플리마켓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공동체 속에서 가치 있는 ‘나’를 찾고, 그런 ‘나’에게 진정한 가치를 선물하는, 이곳은 플리마켓이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

'104호 >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청소, 돈벌기, 성공적  (0) 2015.06.16
점수 좀 따고 싶다면 꽃놀이 가기 전 필독!  (0) 2015.06.16

점수 좀 따고 싶다면 꽃놀이 가기 전 필독!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달 즈음 지난 지금, 당신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새로운 혹은 잘 지속되고 있는 사랑을 축복하며 빠질 수 없는 코스에 도움될 만한 팁을 하나 알려주는 시간을 가지겠다. 바야흐로 봄 데이트의 필수 코스 중에 하나가 바로 꽃놀이. 그리고 당신은 누군가. 바로 의.대.생. 아는 척 하나로는 누구에게도 지기 싫은 당신, 이제 그 혹은 그녀 앞에서 아는 척 한번 제대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비록 약을 전공하는 약대생은 아니지만 약학과 의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닌가. 

“이거 봐봐. 이 꽃이 이런 효과로 이런 약의 원료로 쓰이고 있어.” 라고 한마디씩 은근슬쩍 던져주면 뻘쭘한 침묵도 깨고 지식도 뽐내고 일석이조라 할 수 있겠다. 


그럼 쉬운 꽃부터 가볼까. 



이미 져버렸겠지만 땅에 떨어진 목련 꽃잎을 보면서 “지금은 이렇게 떨어져서 볼품없지만 목련은꽃봉오리일 때가 정말 예뻐. 봤었니? 이 목련과에 속하는 신이 라는 꽃의 꽃봉오리를 말린 것이 코막힘에 효과가 있어서 축농증 약의 원료도 되.” 라며 사뿐히 떨어진 잎을 밟으며 지나가보자.


또 새빨간 양귀비 꽃밭을 만나면 “저 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양귀비야. 양귀비의 덜익은 꼬투리에서 나오는 유액을 말려 만든 것이 아편인데, 헤로인으로 많이 알려진 마약의 성분인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어. 모르핀은 병원에서 많이 쓰이는 진통제 중에 하나야. 이 아편의 효과가 얼마나 좋았는지 중국의 하층민들이 아편의 효과에 중독되어서 이에 청나라가 강력한 아편 단속 정책을 펼치고 영국과 중국을 오가던 마약상들을 홍콩으로 쫓아냈는데 이에 영국은 아편 단속에 반발하며 ‘무역항을 확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1839년에 제1차 아편 전쟁을 일으켰지.” 라며 세계사로도 살짝 영역을 넓혀 보자.  




그리고 조금 공부한 이라면 낯설지 않을 그 이름, 디기탈리스. 생각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꽃을 보면서 상대의 부모님 건강까지 한번 챙겨볼 수 도 있다. “부모님 심혈관계는 괜찮으시니? 이 꽃은 이래봬도 심장에 관련된 약들에 많이 쓰여. 일례로 디곡신이라고 이 디기탈리스의 화학성분의 유도체인 심장 약이 있는데 쉽게 말해서 심장이 펌프질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이야. 울혈성 심부전이나 심방세동 또는 조동에 의한 빈맥의 치료 그리고 예방에 많이 쓰여. 또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에도 종종 쓰이곤 하지.” 


자, 이제 조금 어려운 꽃으로 넘어가보자. 



“사프란 많이 들어봤지? 우린 세제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이 사프란이라는 꽃의 암술머리를 말린 건 사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야. 향수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만들 때 쓴다는 건 조금 생소하지? 또 약의 성분이 되기도 하는데 진통, 축농증, 비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네.” 



또 꼭 대추열매처럼 생긴 정향나무의 꽃봉오리를 마주치게 되면 “피곤할 때 입술에 물집이 생기곤 하지? 헤르페스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건 한번쯤 들어 봤을텐데 바로 그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향바이러스제로 쓰이기도 하고, 국소마취와 약한 진통작용이 있어 치과에서 국소마취제로도 쓰인대.” 라고 월권행사까지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 보라색 꿀벌처럼 생긴 꿀풀을 보게 된다면 설명할 것이 많다. “이 꿀풀의 꽃대는 이뇨작용, 항균, 항바이러스, 항산화작용까지 다재다능해서 갑상선염증이나 임파선염에 치료약으로 쓰이고 있다.” 


이쯤 되면 상대방도 ‘이젠 충분히 많이 들었어. 그만해도 되.’ 라는 마음의 소리를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터. 이제 식물 이야기는 접어두고 미리 준비해 간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 뚜껑을 열 시간이다.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104호 >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청소, 돈벌기, 성공적  (0) 2015.06.16
플리마켓, 가치를 찾아서  (0) 2015.06.16

병원의 사람들



영남대학교 병원 호흡기 센터종양전문간호사 우혜덕 선생님


Q. 저는 ‘전문간호사’라는 직종이 있는지 몰랐었는데 아마 저를 비롯해 실습을 돌아보지 않은 학생들은 생소할 것 같습니다. 전문간호사는 일반 간호사와 다른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전문간호사를 하게 되셨나요?

A. 전문간호사는 73년에 마취 정신, 보건 분야의 간호원을 효시로 200년에 전문간호사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2005년에는 제 1회 전문간호사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 있는 종양전문간호사는 2006년부터 배출되었구요. 제가 종양 분야 전문 간호사가 되려고 할 쯤엔 우리나라에 전문간호사를 배출하는 간호대학원이 3군데 밖에 없었고 대구엔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계명대학교에서 전문간호사 과정이 개설된 거에요. 지원 자격이 최근 10년 이내 해당분야에서 3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저는 10년 동안 무균실에서 일했기 때문에 바로 지원했죠.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뽑는 거라서 총 5명을 뽑는데 30명이 지원했죠. 별 기대를 안했는데 운이 좋게 붙었더라구요. 나머지 동기 4명은 다 동산병원 출신이었어요.(웃음) 대학원을 2년 동안 다니면서 총 33학점을 이수해야 했어요. 암에 대해 각 분야의 의대 교수님한테 수업을 들었죠.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계속 듣고 듣고 하다보니 어느새 제 지식이 이만큼 늘어나 있던 거 있죠.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해요. 전문간호사의 취지는 임상 경험이 풍부하고 해당분야에 대한 높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환자, 보호자, 지역사회에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어요. 

지금 전문간호사를 고용하는 데에 정부의 지원이나 보험수가 적용, 업무 권한에 대한 것이 없어요. 그래서 일부 전문간호사들이 자기의 전공을 살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임상에서 일반간호사와 같이 일하고 있어서 딱히 차이가 이거다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일반 간호사들 역시 자기 업무에 열심히 하고 업무 효율성이라든가 자기 계발에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문간호사들은 임상을 하면서 본인의 필요에 의해 공부를 시작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이죠. 그런 분들이 많아지면 환자별 필요한 간호나 교육을 시행할 때 evidence base의 양질의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문간호사는 임상 실무 제공자, 교육자, 협력자로서의 업무를 합니다. 


Q. 그러면 ‘종양전문간호사’이신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저는 기관지 내시경실에 기관지 내시경과 초음파 기관지 내시경을 할 때 검사 assist와 환자 준비, 검사 전후 교육,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와 1대 1 교육, 응급상황 대비 물품 준비 및 확인, 내시경 장비 관리, 청구 등의 업무를 주로 보고요 항암호흡기 세미나실에서 시민과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폐암 강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보수교육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종양전문간호사로 일하시면서 이럴 때 정말 힘들다!/정말 보람을 느낀다! 언제인가요?

A. 보람을 느낄 때는 당연히 환자분들이 다 낫고 퇴원하는 걸 볼 때죠. Follow-up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실 때 ‘나 왔어~!’하고 인사할 때 정말 반가워요. 힘들 때는 병원이란 곳이 생사가 있는 곳이니, 특히 여기는 폐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많아서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전에 폐선암 4기로 진단받은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그 때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1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아주머니 딸들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본인도 살려는 의지가 강했죠. 아주머니 가족들을 만나서 병을 비록 되돌릴 순 없지만 열심히 항암치료 받고 본인 의지가 강하면 더 오래 사실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주머니 딸들이랑도 자주 그 뒤에도 만나서 이야기했어요. 결국 그래서 그 분 3년을 사셨어요. 어느 날 딸이 전화가 오더라구요, 자기 엄마 돌아가실 것 같다고. 그래서 병실로 갔는데 의식도 없고 바이탈도 불안정했어요. 그래서 아무머니 손 꼭 잡고 마음속으로 할 말 전하고 딸보고도 어머니께 작별 인사하라고 했죠. 나중에 딸이 전하는 말이 제가 내려가고 30분 뒤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대요. 저를 기다리신 것 같다고.. 그럴 때면 마음이 참.. 묵직하고 그런데 그럴수록 좀 더 제 마음을 다독입니다. 제가 너무 우울해지면 다른 환자분들을 볼 때 영향이 갈 수 있으니까요. 


Q. 의사선생님과의 협력이나 관계가 업무에 중요할 것 같은데 함께 일하시면서 갈등이 있던 적은 없으셨나요?

A. 이제껏 갈등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오히려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 것은 있었어요. 2009년에 격리다인실 설치가 감염률 감소와 병원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QI 활동을 했어요. 현재 혈종 김민경 교수님과 밤늦게 까지 통화하고 의견을 나누고, 소화기 센터 전임으로 계신 손세훈 교수님과 함께 모든 자료 준비부터 통계, 파워포인트까지 같이 만들고 연구발표에서 장려상을 수상했어요. 상금으로 이십 만원인가 삼십 만원을 받았는데 술  한잔 신나게 했죠(웃음). 지금도 참 반가운 사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간혹 파견을 가서 보면 환자치료와 관련해서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거나 또는 왜 말을 그렇게 하냐는 등 감정싸움이 발생하는 걸 봐요. 모두 지쳐있다 보니 사소한 일에 감정이 상하는 걸 많이 봤어요. 이건 결코 본인을 위해서나 특히 환자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아요. 힘들더라고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서로 말이 통하거든요. 저에게 아주 친한 병원 후배가 있는데 내가 말을 딱히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같은 사람이라 서로 힘이 많이 되요. 우리 학생도 공부하시면서 꼭 저와 같이 대화없이 통하는 친구를 만드세요. 아마 큰 힘이 될 겁니다.  



Q. 같이 일하면서 보니 이런 의사랑 나는 일하고 싶다! 어떤 의사인가요?

A. 우리 애들(선생님과 같이 일하시는 후배 간호사선생님들)에게 물어봤는데 이걸 꼭 좀 넣어달라고 하더라구요(웃음). 리더십을 가진 멋진 선생님, 환자와 보호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선생님, 끊임없이 연구하시며 최신 지견에 밝은 선생님,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예절을 갖추는 선생님, 까칠하지 않고 일은 힘들지만 서로 배려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선생님이 참 좋습니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은 배로 따지면 선장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선장의 지시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멋진 선장님들이 되어주세요. 


Q. pk실습을 도는 학생들 또는 예비의사들에게 현장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으신 점은?

A. 맹자의 삼락 중에 세 번째 득천하영재 이교육지란 말이 있습니다. 대학 병원 교수님들은 모두 이 세 번 째 군자의 락을 즐길 수 있는 분입니다. 병원이라는 사회에 첫 발을 디디면 많이 어색할 거예요. 그래도 본인이 직접 다가가서 물으세요. 그분들의 짧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의 소중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Broncho 전에 x-ray, CT 등등 미리 검사하시거든요, 그 때도 뒷전에 있지 말고 가까이 다가와서 교수님 옆에 슬쩍 붙어보세요.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최선을 다하세요. 최선을 다하면 나중에 후회가 적습니다. 아픈 환자를 위해 뛰어든 곳입니다. 평소 건강관리 잘하시고 학업에도 충실하시고 병원에 오시면 환자들에게 멋진 의사선생님이 되어주세요. 또한 Broncho방 지나시다가 냉커피 생각나시면 검사 중이 아니라면 대접할게요^^


이유정 기자/영남

<lyjeong81@nate.com>

구글 글래스로 수술하고, 3D 프린팅으로 이식 받고, 로봇으로 소독 한다


ECRI 선정 2015년 10대 유망 기술


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는 비영리 기구로 신 의료기술에 대한 분석을 하며, 매년 병원 경영자를 대상으로 10대 유망기술을 발표한다. 이 기구에서 2015년도에 발간한 해당 간행물에 소개된 10대 유망 기술에는 ▲소독 로봇 ▲3D 프린터 ▲미들웨어 ▲퇴원 후 진료관리 ▲구글 글래스 ▲비만 치료 장비 ▲조기 암 관리 ▲대변 이식술 ▲인공 췌장 기술 ▲원격의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친숙한 기술인 로봇, 3D 프린터, 구글 글래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유망한지, 의학적인 증거는 있는지,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기술에 대해서는 아래 표에 의학적 근거 수준과 비용에 대해서 정리하였다.





소독 로봇


최근 미국에서 내시경으로 인한 병원 내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이하 CDC)에 따르면 25명 중 1명의 환자는 병원 내 감염을 적어도 한번 이상 경험하며 미국에서 1년에 약 75,000명이 병원 내 감염으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독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될 뿐더러 소독하는 직원의 병원 내 감염 등 안전도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소독을 해주는 로봇이다. 

소독 로봇은 크게 두 가지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외선을 이용하고 다른 하나는 과산화수소 증기를 사용한다. 자외선을 이용한 방식(TRU-D™)은 병원균의 흔한 종류인 항생제내성포도상구균(MRSA)과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이하 C.difficile)을 각각 25분, 45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자외선에 제논(Xenon)을 추가한 제품은 5분 만에 C.difficile을 포함한 모든 병원균을 처리할 수 있다. 과산화수소 증기를 이용하는 방식(Q-10™)은 공기 중으로 과산화수소 증기를 냈다가 다시 흡인하는 방식으로 살균한다. 가격은 자외선을 이용한 방식(TRU-D™)은 대당 약 1억 360만원(125,000불), 과산화수소 증기를 이용하는 방식(Q-10™)은 대당 약 5,130만원(47,000불)이다. 

이 두 방식 모두 물질들이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방을 쓰고 있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자외선을 이용한 로봇은 CDC에서 지원받아 그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간 결과 90%이상의 살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의학적 효과를 뒷받침하는 높은 수준의 증거는 없고, 소독 후 어떤 방식으로 관리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위의 방법을 대체할 다른 옵션으로 나노 기술을 이용한 소독약 코팅이 있다. 특히 코팅이 된 표면은 화학물질에 잘 견디며 많게는 몇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비용측면에서 봐도 저렴하기 때문에 로봇을 대체할 만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3D 프린터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FDA)은 2014년 10월, 의료 분야에서 3D 프린터가 연구되고 있는 분야를 수술 전 환자 맞춤식 연습 모델, 환자 맞춤식 이식 장치, 세포를 이용한 장기 생성 분야를 꼽았다. 이 3D 프린터는 방식에 따라 단면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 있고, 재료가 되는 물질을 녹인 후 굳히면서 모양을 만드는 방식, 미세입자로 만들어서 공기 중에 스프레이 형식으로 뿌려서 만드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비용은 정교함의 차이에 따라 약 100만원(1000달러)부터 약 10억원(1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다양하다. 

2014년 11월 미시간 대학의 의료진은 기관기관지연화증(tracheobron chomalacia)에 걸린 2명의 환아에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만든 기관지 모형을 이식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존스 홉킨스 의료진은 3D 프린팅을 이용하여 외이를 만들고 전기적으로 소리를 감지하는 장비도 같이 이식하였다. Wake Forest대학 병원 연구진과 미군은 화상 상처에서 자가 줄기세포를 3D 프린팅에 이용하는 기술을 선보였고, 미국 국립 어린이 병원 소아심장내과,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들은 심장 기형에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중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의학적 근거수준은 아직 증례 보고들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의 증례보고는 얼굴이나 턱뼈 등 치과영역에서 많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FDA에서는 환자 안전의 위험성이 있는 재료나 감염 등을 막기 위해 규제안을 마련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글래스


구글 글래스는 2013년 이후 상품화 되지 않아 그 인기가 식었다. 그리고 2014년 11월 로이터(Reuters)에서 구글 글래스 상품화 사업에 참여한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구글은 의료 분야에서는 아직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의료 관리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아직 희망은 있다. 이 구글 글래스는 특히 손 없이 기록을 하거나 원격모니터링(수술 중) 두 가지 분야에 적용 될 수 있다. 구글 글래스는 단순히 안경과 카메라를 합친 것이 아니라 눈의 움직임을 파악 할 수 있으며 핸드폰과 블루투스 연결도 된다. 그리고 음성 인식 기술도 지원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어폰이 있어서 피드백을 들을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동작과 명령을 인식한다.  

2014년 1월부터 구글 글래스를 이용하여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병원 의무기록을 작성하게 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에서 환자의 관리는 35~70%로 증가하였고 의무기록 작성에 소요되던 시간이 33%에서 9%로 감소하였다. 같은 년도에 초음파-유도 중심정맥관 삽입에 구글 글래스를 이용한 군과 기존의 방식을 사용한 군간의 비교임상시험도 있었다. 또한 구글 글래스 장착시 컴퓨터 화면을 볼 필요가 없어서 환자를 직접 보면서 진료할 수 있었다. 수술 분야에서는 원격으로 실시간 지시를 할 수 있었으며 병리학 전문의에게 외과의사의 시선으로 저장된 사진을 전송할 수 있어서 바로 암 수술의 절제면에 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 뉴욕 Montefiore 소아 병원 의료진은 배터리 수명의 문제, 개인 정보 보호의 문제, 낮은 오디오 품질, 느린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을 문제로 꼽았다. 비용은 개당 약 163만원(1,500달러)로 추산된다.


문선재 기자/중앙

<mgstoner@naver.com>





▲자외선 소독 로봇(TRU-D™)                          ▲ 과산화수소 증기 소독 로봇(Q10™)














▲ 기관기관지연화증 환아에 삽입된 아 기관

재주는 의사가 부리고 생색은 정부가?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2014 한국의 의사상’에는 ‘사회적 책무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의료는 공공성을 가집니다. 의사는 봉사해야 하고, 때로는 희생도 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선의는 이용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공의 책임을 민간의사의 희생에 떠넘기는 것은 우리에게 퍽 익숙한 풍경이지만, 최근 의사의 도덕성을 볼모로 한 지도층의 선심쓰기성 공약의 남발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최근 이슈가 된 사건들을 되짚어 봅니다. 


-----------------------------------------------------------------------------------------


<1> 아덴만의 여명, 그리고 그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 대한 기록을 건조하게 돌이켜본다. 2011년 1월 15일, 화물선 삼호 주얼리호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당한다. 납치 6일 후 대한민국 해군은 청해부대 UDT/SEAL팀의 급습으로 해적 8명 사살, 5명 생포 후 인질 21명 전원을 구출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군과 정부는 이를 훌륭한 안보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분명 좋은 성과를 낸 작전이지만, 국민들은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항로를 지그재그로 설정해 시간을 끌고, 해적들 몰래 한글 통신으로 배의 상황을 알려 작전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석해균 선장이 작전 중 총알 6발을 맞아 중태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석 선장이 치료받던 오만에 급파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에어 앰뷸런스 긴급 이송을 주장, 석 선장은 국내 이송 후 4일간의 대수술 끝에 의식을 회복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아주대병원에 방문하여 ‘석 선장이 걸어 나와야 아덴만 여명 작전이 종료된다’고 그를 격려했고, 8개월간의 기나긴 회복기간을 거치고야 석 선장은 마침내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여기까지가 팍팍한 세상에 부족했던 영웅담을 더해준 아덴만 여명 작전의 밝은 부분, 즉 여명이다.


여명에 드리운 그림자


치열한 수술실에는 무영등이 구비되어 있지만 바깥세상에는 빛이 있으면 그만큼의 그림자가 있다. 4년의 세월동안 뉘엿뉘엿 진 해는 석양의 그것마냥 특히 더 긴 그림자를 남겼다. 지난 2월 26일, 학교법인 대우학원은 아주대병원의 대손상각 2억 4천만 원을 승인했다. 그 중 석해균 선장의 치료비가 2억 2천만 원이다. 아주대병원은 4년간이나 치료비를 지급받지 못했고, 결국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으로 분류해 회계상 손실처리를 한 것이다. 

이송 비용은 한 술 더 뜬다. 이국종 교수가 오만에서 ‘내 돈이라도 낼 테니 석 선장의 이송을 서두르자’고 강력히 주장할 때, 청와대와 외교부는 이국종 교수의 명의로 에어 앰뷸런스를 대여하되 대한민국 외교부가 비용지급 보증을 서는 것으로 일을 진행했다. 이 비용은 치료비보다도 많은 4억 4천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외교부에서는 이 돈을 지급하지 않았고, 스위스의 앰뷸런스 대여업체는 이국종 교수에게 비용 결제 독촉장까지 발송했다고 한다. 결국 그 비용은 한국선주협회에서 지불했다.

요즘 만화나 영화를 보면 옛날처럼 초인적인 육체와 초인적인 정신을 겸비한 무적의 영웅은 별로 없다. 딜레마에 빠져 고뇌하는 영웅이나, 영웅의 세계 뒤에 펼쳐진 어두운 정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인기다. 그런데 현실은 한 술 더 뜬다. 당시 이 교수가 ‘자신의 돈이라도 낼 것’이라고 했을 때, 그리고 수술의 좋은 경과에 환호하던 국민들 어느 누구라도 정말 그가 그 돈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물론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해줄 수는 없다. 분명 이 교수는 ‘자신의 돈이라도 낼 것’이라고 말했으니, 정부는 보증을 서되 그것을 꼭 지급할 의무는 없는 것이 맞다. 그러나 당시 군과 정부는 아덴만 여명 작전을 대대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고, 대통령은 ‘그가 걸어 나와야 작전이 종료된다’는 아주 멋들어진 말로 그가 퇴원하기까지 8개월 동안 많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국제적인 사고가 있을 때마다 국비를 지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집권당과 성질은 다르지만 김선일씨 피랍, 샘물교회 사건 등에서 국민은 지키지도 못하고 호구처럼 돈만 쓴다는 무능한 군과 정부의 이미지를, 외세로부터 국민을 믿음직하게 보호하는 방패로 바꾸어주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석 선장과 아주대병원측에 최소한의 성의는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의사의 사기에 관련한 것이다.


메스에 마지막 남은 명예까지


요즘 정부는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 가천대 길병원, 경북대병원, 단국대병원, 목포한국병원, 연세대 원주기독병원을 권역외상센터 기관으로 지정한 뒤 2013년 아주대병원, 을지대병원, 전남대병원, 2014년 경북 안동병원을 차례로 지정했고 2016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해 17개까지 권역외상센터를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각 권역 외상센터에는 시설 및 장비 설치에 80억원을 지원하고, 매년 의사 23명까지 최대 27억원의 인건비를 지급한다. 

유럽에서 성공한 모델인 권역외상센터를 국내에 도입하면 보다 많은 환자들의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니 참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근무할 외상 전문의가 없다는 것이다. 2015년 현재까지 대한외상학회가 배출한 전국의 외상 전문의는 201명인데, 앞으로는 2년간의 추가 수련을 거쳐야 외상 전문의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므로 전공자가 더 늘어날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또한 모든 외상 전문의들이 골고루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외상센터에 근무해 주는 것이 아니므로, 17개 권역외상센터의 전문의 TO를 모두 채우기도 긴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무엇이 200명의 외상 전문의조차 제대로 수급할 수 없게 만드는가? 비정상적인 수가에 대한 이야기는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적어도 한동안, 그리고 아마도 오래도록 개선을 기대하기가 힘들 것이니 다른 측면을 보고자 한다. 필자는 이번 아주대병원의 대손상각 처리에서 그 원인을 본다. 메스를 잡은 이에게 돈은 줄 수 없으니 ‘의사로서의 도리’ ‘명예’같은 것을 강조하지만, 그마저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15년 전, 법원은 보라매 병원의 평범한 집도의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15년이 지나 정부는 자신들의 홍보에 활용한 유능한 외과의사를 빚 독촉장에 고뇌하게 하는 빚쟁이로 전락시켰다. 척박한 환경에 억척스레 피어난 영웅담을 더 빛내주지는 못할망정, 굳이 구질구질한 이야기로 만들어버려야 할 이유를 상상하기 어렵다.

어쩌면 미담에 취해 메스를 쥘 사람들이 부조리한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수가를 정상화할 의지가 없으니,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는 따뜻한 배려. 그것마저도 다 좋으니 다만, 의로운 일을 해낸 이들이 비참한 기분만은 들지 않게 해 주도록, 자부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예를 먹고 살라 할 것이면, 명예는 주어야 할 것 아닌가.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e-mednews.com>


-----------------------------------------------------------------------------------------


<2>청년의사, 중동으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3월 19일 열린 청와대에서 진행된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되어 위 같은 ‘깨알 지시’를 내렸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국내에 국한하여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청년들이 해외에서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라는 주문이다.


중동 진출의 선두는 의료계


젊은 의사들도 ‘중동으로 가는 청년들’에 포함되었다. 정부는 ‘전문인력의 현지정착’이라는 타이틀 아래 IT, 금융, 항공 분야와 함께 보건·의료 분야 인력을 중동에 보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부가 가장 먼저 손을 쓰기 시작한 부분은 보건·의료 분야다.

이에 이어서 지난달 27일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의 참여아래 ‘청년인력 해외진출 전담팀’을 꾸렸다.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 경제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후속대책이다. 전담팀의 추진내용으로는 언어교육, 정착지원, 교육비 및 정착지원금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있다.

박 대통령은 3월 초 중동 순방 당시 의료 분야에 관한 논의를 상당 부분 마무리 짓고 돌아왔다. UAE와 가장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데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UAE는 한국 의사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중동에서 별도의 자격인증 필요 없이 의료 활동을 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한국의 의료 인력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0년까지 국가적으로 병원의 수를 현재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간호 인력은 일정 수가 이미 파견된 상태이다. 3월 25일 9명의 간호사를 처음으로 파견한 데에 이어 조만간 4명을 더 파견할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여성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 간호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의료 환경 고려 안한 

시기상조 대책.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중동 정책을 두고 국내의 의료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외과 계열로 진출하는 젊은 의사들의 수가 턱없이 적은데 전부 중동으로 보내버리면 우리나라에서 수술은 누가 하겠냐는 것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 어느 누가 중동으로 가고 싶어 하겠냐는 이야기도 있다. 중동으로 파견될 시 보수가 한국에 비해 1.5배에서 2배 정도 많기는 하나 현장 물가가 비싼 만큼 한국에서의 생활수준보다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경력을 위해서 간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지원자수를 채울 수 있을까 염려스럽다는 의견이다.


현재 중동진출은 순항 중


여러 걱정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사들의 중동 진출은 단계별로 착실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은 미국 유럽 등지의 세계적 병원들을 제치고 UAE 셰이크 칼리파 병원의 위탁 운영권을 따냈고 올해 2월부터 정식진료를 시작했다. 현재 의사 35명을 포함해 간호사, 보건직, 사무직 등의 보건·의료 인력 170명이 파견되어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에 2016년 개원 목표로 150병상 규모의 병원을 건립 중이다. 서울 성모병원도 UAE 현지에 한국형 선진 건강검진센터 설립해 선발대로 22명의 의료진이 나가있는 상태이다.

올해 4월에는 순천향대병원이 한화와 손잡고 이라크 비스마야 지역에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계획을 밝혔다. 2018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약 150명의 의료진이 파견된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


-----------------------------------------------------------------------------------------


<3> 옆집의사는 ‘5분대기조’



서울시가 내년까지 응급환자나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재난 분야 교수, 전직 소방관 등 전문가 인력풀과 포크레인 등 중장비 정보를 전산망에 입력해 위급 시 한 번만의 연락으로 주위에서 신속히 도울 수 있도록 하는 민간 자원 관리시스템이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통합시스템을 통해 ‘옆집 의사’에게 응급상황을 알릴 수 있으면 면 구급대원보다 심폐소생술을 빨리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우리가 노예냐


그러나 의료계는 응급상황 발생 시 도의적인 차원에서 의료인이 자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민간자원 활용 방안을 제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의사는 24시간 365일 응급대기를 해야 하냐’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의사 A씨는 “탁상행정의 끝이다. 응급환자 발생 시 옆집에 의사가 산다는 이유로 이 사람에게 응급환자를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를 했을 때 법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응급환자까지 커버해야 한다는 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의사나 간호사, 소방관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염려가 있고 오히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CPR 교육 및 재난교육을 강화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통합자원관리시스템에 대해 민간과 일절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서울시의 관치독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이 시스템이 군사 독재 시절 민간 자원을 국가 마음대로 ‘징발’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민간 자원을 공무원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약탈하고 휘두르겠다는 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자원관리시스템 방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 방안을 제안한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서울시의 ‘통합자원관리시스템’ 계획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으로서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반강제적으로 민간인에게 떠넘기려는 몰염치한 발상”이라며 “세계 그 어디에서도 민간인을 강제 동원해 응급의료와 재난구호에 나서도록 하는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주거의 자유와 개인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서울시가 도시형보건지소에 쏟아붓고 있는 많은 돈을 응급의료센터에 투입하고 상시 대기하고 있는 응급의료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자발적 모집임을 강조


하지만 서울시는 이 사업의 목적은 1차적으로 재난상황 및 응급상황 발생 시 그 피해를 낮추는데 있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행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그 대상 중 의료인을 포함한 전문가가 포함되는 것은 희망자를 중심으로 통합자원관리시스템 가입 동의서를 받고 시행하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의사나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부각된 것 같은데 1차적으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전문가를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모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응급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초기 대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며 재난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소정의 교육을 시킨 후 동의를 얻어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을지

<kim_je@e-mednews.org>

신입생의 3월. 어떻게 지나갔나요? 




얼마 전 각 포털 메인에 “대학 OT 참가 신입생 술 마신 후 쓰러져 의식불명”이란 기사가 떴다. 최근 기사지만 어쩐지 너무나 익숙한 기분이 드는 것은 본 기자만의 착각은 아닐 터-. 매년 술 먹던 신입생 병원 실려가- 라는 기사는 매번 3월이면 포탈 메인을 차지하고는 했다. 대학에서는 이에 대해 음주 자제를 권유하며 대학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입생이 선배 술을 받아 먹다 병원으로 실려가는 일이 올해에도 또 발생하며 신입생에게 술 강요하는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켰다. 

의대는 좁은 의사사회와 바로 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대의 특성상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어느 대학 못지 않게 강하다. 음주 문화에서도 어느 곳에 뒤지지 않음은 논의 없이 사실이다. 어느 대학 못지 않게 술을 많이 마실 것만 같은 의대의 신입생 환영회. 의대들의 신입생 환영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전국 여러 의과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문화를 수소문 해 보았다.


 서울 A 대학

“신입생 입학 전 연 1회 MT 형식으로 학생회(본2) 주도하에 아래 세 학년이 전부 OT를 다녀온다. 첫째 날엔 주로 이 세 학년끼리 진행되고 이튿날엔 본4를 포함한 선배들과도 어울리게 된다. OT때 술 문화는 다소 강압적이지 않지만 종종 그러한 경우도 있긴 한편. 특별한 게 있다면 “포스트”라는 이름으로 둘째 날 밤에 조별로 밖을 돌아다니며 학생회의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 동안 조별로 게임 등에서 쌓아온 점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 그 순위에 따라 미션의 편하고 힘든 정도가 결정된다. 예전에는 이 포스트가 꽤 힘들고 무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으나 최근에는 점차 장기자랑 위주로 함께 웃으며 진행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서울 B 대학

“신입생과 만남을 갖는 자리는 총 세 번 정도. 학교 처음 와서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쳐 주는 자리인 신입생 간담회. 동문회, 향우회, 동아리는 무엇인지 중요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예과 2학년 과대단이 가르쳐 주고 간단한 뒤풀이가 있다. 두 번째는 새터. 신입생부터 본과 1학년 학생이 참여한다. 예전에는 1박 2일로 갔으나 올해는 안전사고랑 음주 문제로 무박으로 진행되었다. 세 번째는 신입생과 윗 학년의 선배들이 한 학년씩 만나는 상면식. 1차에서 선배들과 밥을 먹다 FM과 장기자랑을 하고 사발식을 한다. 냉면 그릇에 소주 1병을 먹는 식인데 과거 2병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 사건 사고도 많고 마시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점차 줄어드는 듯 하다. “


 서울 C 대학

“학생회에서 학교 생활팁 알려주고, 교수님들이 몇 가지 주제에 관해 강의해주신다. 조별로 도미노 쌓고 장기 자랑한 뒤 뒤풀이로는 다 같이 아이스크림카페를 간다.” 


 경기도 A 대학

“신환회는 홀을 빌려서 본과 1,2학년은 필참, 3,4학년은 선택적 참여로 진행. 학년간 1:1로 매칭되는 번짝을 뽑고 간단히 이야기 하고 헤어지게 된다. 술은 먹고 싶은 사람만 마시는 자유로운 분위기”


 충청도 A 대학

“2박 3일 OT를 다녀오고 학년별로 대면식을 한다. 참여는 필참이나 사정을 미리 말할 경우 빠질 수 있으며 분위기는 자유로운 분위기.”


 충청도 B 대학

“따로 신입생 환영회는 없고 2박3일 MT를 가서 게임도 하고 술도 먹고 지령게임 같은 것을 한다. 각 동아리 공연을 보고 스터디 팀도 뽑게 된다. 자유로운 분위기이나 신입생들만 하게 되는 지령게임(지령지를 써놓고 뽑아서 신입생이 지령을 수행하는 것. 헤어진 전 애인 따라하기등)이 조금 짖궂은 편.”


 충청도 C 대학

“신입생환영회의 성격을 가진 모임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신입생 환영회이고 두번째는 대면식이다. 신입생환영회는 동아리마다 있고 대면식은 매주 토요일 각 학년과 신입생이 만나게 되며 대면식은 선후배 보통 필참이다. 대면식 때 OT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선배들은 신입생이 주의해야 할 점, 잘못한 점을 말하고 사람을 한명한명 짚어서 이야기를 한다. 이때 신입생들이 지켜야 하는 여러 조건이 있는데, 모두  정장 차림(여학생의 경우 단화, 노메이크업, 머리는 검정색으로 반드시 묶어야함, 블라우스는 안되고 셔츠 입으며 바지 정장일 것)으로 등을 의자 등받이에 대지 못 하는 바른 정자세로 몇 시간 동안 앉아있어야 한다. 주도는 처음에 술을 마시느냐 전혀 안 마시느냐(건강상, 종교상 이유) 로 나뉘게 되고 술을 마실 경우 선배들(100여명 이상) 모두에게 찾아뵙고 술잔을 받아야 하며 안 마시는 사람은 물잔으로 대신한다. 동아리 대면식에서는 사발식을 하는데 사발에 선배들이 술을 말아주면 동기들끼리 나눠서 술을 먹게 된다. 술을 못 먹어도 끝까지 마셔야 하며 대단히 형식적이고 규율이 정해져 있으며 위계질서가 뚜렷하다”


 충청도 D 대학

“신입생들과 선배들이 만나는 모임이 OT, MT, 대면식까지 여러 번 있는 편. OT는 2박 3일 동아리 공연, 장기자랑, 게임, 술자리로 다른 학교와 비슷하나 첫날 호명식이라는 것이 있다. 신입생들이 모두 정자세로 서있으며 한 명씩 나와 돌아가며 선배들 앞에 나가 인사 드리고 선배들 이름을 부르도록 하는 것인데, 선배 이름을 틀리면 다음 후배가 이어서 하게 되며 밤 늦게까지 진행이 된다. 그 후에는 신입생 장기자랑 술자리를 가지며 뒤풀이를 한다. 둘째 날에는 캠프파이어를 하고 선배와 후배가 각각 원을 그리며 서서 인사하고 번호 나누며 2일간 못 만났던 선후배끼리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된다. MT는 입학 1달 후에 가게 되는데, 모두 정좌를 한 상태에서 신입생들이 한 명씩 나와 1달간 잘못 한 일 3가지를 말하고 막걸리를 대야에 받아 마시게 된다. 후배들이 마시기 힘들어 할 경우 선배들이 나눠서 도와주기도 하며 이 MT는 특별한 사유 없는 한 필참이다. 최근 학부모 항의로 음주를 자제하도록 학교와 학생들끼리 노력하고 있다.”


 경상도 A 대학

“장기자랑이나 동아리 공연, 강의 등이 진행되고, 해오름식이라고 짝학번끼리 악수하고 고사지내는 것을 한다. 술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게 된다.”


 경상도 B 대학

“신입생환영회보다는 예비대부터 시작해 동문신환회, 동아리 신환회, 상면식까지 신입생은 근 1달간 선배들과의 술자리가 일주일에 평균 3번정도로 지속된다. 술을 안 마실 선택권을 처음에 주는데 남자는 해당사항 없고, 여자는 왠만큼 술을 못 마시지 않는 한 마셔야 하며 한번 안 마시면 술을 절대 마셔서는 안 된다. 술자리에서는 선배들을 모두 찾아가 술잔을 받아야 하며 받지 않으면 찍히기 때문에 열심히 마시게 된다”


 경상도 C 대학

“신입생을 위한 행사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학교차원에서 말 그대로 학교소개나 일반적인 학사일정을 소개하는 ①OT. 신입생들 모두 1박2일동안 공부,대외활동,타지에서 온 후배들을 위한 대구생활가이드 등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도 듣고 준비한 장기자랑을 펼치는 ②역량캠프. 단순 술자리인 ③예과엠티, 동아리별 신환회가 있다. OT나 역량캠프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으며 다른 행사에서도 신입생만 억지로 마시거나 하는 분위기는 없애는 추세. 학교차원에서 계속 술 없고 실용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처음 시도한 역량캠프는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강원도 A 대학

“신입생 전체 환영회는 없다. 다만 신입생과 본과 2학년끼리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처음엔 신입생이 선배에게 인사하는 것부터 해서 ?번! 출석 부르면 후배가 일어나서 소개를 하게 되고 소개가 끝나면 앉는다. 출석 부르기가 끝나면 연사라고 선배가 학교생활에 조언을 해주고 끝나면 조별로 술집, 카페등 나뉘어서 뒤풀이를 한다. 예전에는 평판이 안 좋으면 출석 부르기시 이름을 여러 번 부르거나 출석번호 끝까지 진행되다가도 처음부터 다시 하기도 하였는데 점차 유해져 이런 것은 거의 사라진 분위기이다.”


 강원도 B 대학

“신입생 환영회가 2박3일간 진행된다. 레크레이션 춤, 학교소개 등 간단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학교 술문화에 대해 배우며 강당에 설치된 동아리별 부스에서 동아리 설명을 듣는다. 특이한 문화로는 선배들이 같은 조 신입생들에게 춤을 가르쳐 주며 그렇게 배운 춤을 신입생들은 다른 조방에 들어가 추며 사발식을 하게 된다. 사발식에 쓰이는 술 제한은 소주 1병으로 예전에는 제한이 없다가 최근 생기게 되었으며, 그 후 선배들에게 인사를 가 술을 주고 받고 소개를 하게 된다. 각 학년별로 미팅이라 불리는 대면식이 있는데 이 역시 6-7명씩 조를 짜서 이루어 진다.”




모든 학교를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학교에서 술을 권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다. 과거 있었다고 해도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분위기였고, 일부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강압적이기도 하지만 이를 없애기 위해 학생회 차원에서 또 학교 차원에서도 모두 노력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매년 반복되는 기사가 경각심을 준 것인지, 혹은 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 것인지 점차 변화되는 분위기였다. 

반면에 여전히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선후배 관계를 강조하는 신입생 환영회도 있었다. 종교적 이유 혹은 건강상 이유로 못 마시는 것은 이해하나 안 마시거나 덜 마시는 것은 이해하지 못 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사발식등 억지로 술을 강요하기도 하였고 술자리를 강압적으로 느낀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를 다지기 위해서는 필요악이며, 힘들게 들어온 의대인 만큼 지나는 하나의 관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대면식 등 선후배가 만나는 자리가 거의 없는 대학이나 자유로운 분위기의 대학에서는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가 잘 형성되지 않고 선배 존중이 거의 없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위 대부분은 신입생이 아닌 선배들한테 얻은 자료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거나, 전혀 술을 억지로 권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사실 본 기자를 포함한 선배들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신입생들은 여전히 힘들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입생 환영회의 본 목적은 새내기들을 만나고, 신입생들에게 학교 소개, 동아리 소개를 하고 빠른 학교 적응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적응 과정이 신입생에게 힘들다면 이것이 과연 새내기들에게 즐거운 대학 생활의 시작을 열어줄 수 있을까? 오래도록 내려온 전통은 물론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목적-신입생 환영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경상도 C 대학에서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실제로 신입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학생회와 학교가 함께 노력하여 올해 새로운 시도를 하였고 이에 모두 즐겁고 만족한 신입생환영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올 3월 신입생들은 어땠는지? 즐거웠다면 이 즐거움 그대로, 즐겁지 않았다면 즐거움을 내년 3월 신입생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상아 기자/을지

<ann1208@e-mednews.com>

의대생과 한의대생의 만남, <썰전>의 비하인드 스토리






- 연건 사회과학학회 <움틈> 장 조철민 씨 인터뷰


지난 3월 3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 401호에서는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더 이상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의대생과 한의대생 팀은 각자 준비한 논거를 가지고 맹렬하게 토론에 임하였고, 이 날의 분위기는 훈훈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만큼 행사에 대한 관심도 높았기에 불필요한 오해도 발생할 수 있어 행사 준비팀에서는 학생 이외의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를 준주최한 연건사회과학학회 움틈의 장인 조철민 학생을 만나 보았다.


Q. 행사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고, 주변의 반응도 꽤 뜨거웠던 것 같다. 어떻게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는가?

A. 사실 이번 행사는 동아리 세미나 주제로 출발했다. 연건사회과학학회 움틈(이하 움틈)에서는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갖는데, 주제는 움틈 회원들이 그때그때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들로 정한다. 작년 12월부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라는 주제로 페이스북이 떠들썩했었다. 이 내용은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었고, 움틈 회원들도 관심이 있어 세미나의 주제가 되었고, 그게 발전해서 이번 토론회가 되었다. 마침 3월이 동아리 홍보에 중요한 기간이라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한 행사가 필요하기도 했던 시점이기도 했고.


Q. 의대생 입장에서 한의대생을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물며 이런 민감한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 명백하다. 어떻게 한의대생분들과 만나서 토론회를 준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A. 마침 우리 움틈 회원 중에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의전원으로 들어온 형이 한 분 있었다. 이 형이 지난 겨울 움틈 TS(1박 2일로 세미나를 하는 것)에서 이 주제로 발제를 했는데, 자기가 한의대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합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다 3월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진짜 연락을 했는데 마침 경희대 한의대 쪽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동아리가 있어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이렇게 진행이 되었다. 


Q. 한의대 사람과 만났을 때 분위기는 어땠는가?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살벌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A. 그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움틈 회원의 후배분들이긴 했지만 의사와 한의사가 대립각을 계속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만남이 아닌 싸움이 될 수도 있어 처음에는 좀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것 같다. 연락을 받은 한의대쪽 동아리 이름이 <한의학정책연구팀>이기도 해서, 그런 느낌이 더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자주 만나서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첫 만남때도 싸우는 분위기로 가지 말자는 이야기를 먼저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고 이렇게 행사가 잘 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Q. 행사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A.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일의 분배였다. 올해 본과 3학년이 되면서 동시에 동아리장을 맡게 되었는데, 병원에서 주로 실습을 하다 보니 동아리방에 자주 들르지 못하게 된 것이 운영을 힘들게 했다. 서울대의 경우 학생 수가 많아서 한 학년을 네 개의 턴으로 나눠서 각자 다른 순서로 병원실습을 도는데, 동아리 회원들 턴이 달라서 일정 조율이 쉽지가 않았다. 자주 얼굴을 보아야 서로 의견도 짜내고 일도 잘 분배하여 할 수 있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 한 쪽이 분배를 궁리하고 한쪽이 일을 도맡아 하는 구조가 되어 힘들었다.

의견 수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장 움틈 내에서 회원들끼리 의견 모으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거기에 외부 사람들인 한의대생들의 의견도 통합하자니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약간의 강제성을 띠고 여러 번 만나면서 조금씩 의견을 조율했는데, 바쁜 의대 일정에서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Q. 행사 준비할 때 의협과 한의협에서 각각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것은 무슨 소린가?

A. 어렵사리 한의대생과 만나 행사 준비를 하고 거의 행사 다가온 시점에 의협 소속의 무슨 위원회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토론회를 한다고 하니 의대생이 한의대생 쪽에 말려서 이용당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고, 자신이 한의사 쪽 주장의 허무맹랑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한의협에서도 의사들의 오류를 보여주는 자료를 보내준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학생의 입장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여러 생각을 해 보자는 취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른들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일이 커질지는 몰랐다. 움틈 회원들도 걱정을 많이 했고, 자칫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언론에 잘못된 방식으로 노출되어 문제가 되는 것도 염려를 많이 했다. 이 문제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인데, 언론사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보도를 하면 행사의 취지 자체가 퇴색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본 행사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학생이 아닌 분들의 출입을 제한하였다.  


Q. 의대생으로서 절절하게 공감한다. 특히나 병원 실습을 하다 보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해야 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행사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행사가 잘 진행된 것 같은데, 행사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A. 사실 서울대 의대 동아리인 움틈에서 주최해서 서울대 건물에서 세미나를 한 것인데, 오히려 한의대쪽 사람들이 더 많이 와서 놀랐다. 그걸 보면서 한의대쪽에서는 이렇게 관심이 많은데 정작 의대 쪽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만 같아 좀 섭섭했다. 또 움틈은 의대/치대/간호대 연합 동아리인데, 의대를 제외한 치대와 간호대 사람들은 별로 없어서 치대와 간호대 쪽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사실 이번 행사 자체가 동아리 홍보를 위해 한 것도 없지 않은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생각했던 것만큼의 홍보 효과 달성은 못한 채 마무리된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쉬운 점은 있다.


Q. 그래도 차차 관심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신문사에서도 행사에 관심이 있어 오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되어 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행사에서는 의사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아닌 한 사람의 학생으로서 개인적 입장은 어떠한지 듣고 싶다.

A. 사실 나는 의대생이지만 독특하게도 한의학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이다. 의대 수업을 듣거나 의대 사람들을 만나면 한의학을 근거 없는 허구의 학문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이것은 의대 내에서 하나의 헤게모니로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 한의학에 대해 정확히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한의학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느낀다. 실제로 피곤하고 아플 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 사람들은 많이 있고, 치료르 받고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은 것을 보면 허구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한의학도 나름의 체계가 있고 의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체계가 다르다는 점 자체는 인정하고 그 속에서 내재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Q. 행사 소감은?

A. 여태까지 소감에서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세미나는 그래도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주제 선정에서 진행, 토론까지 움틈 한분한분의 도움이 컸다. 다들 추진력이 엄청난 것 같고 지식이 많아 좋다. 한의대 사람들이랑도 친목을 쌓는 기회가 된 것도 좋았다.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




<행사 소개> 이번 행사는 서울대 연건 동아리 ‘움틈’과 경희한의대 동아리 ‘한의학정책연구팀’ 학생들이 공동 기획한 행사로 요즘 의료계의 뜨거운 이슈인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다루었다. 이들은 먼저 이러한 논의가 일어난 배경을 제시하고 한의사들의 의료기기에 대한 찬성의 입장과 반대의 입장을 각각 제시하였으며 토론을 통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주제를 논의하였다.


 

'104호 > 의대의대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입생의 3월. 어떻게 지나갔나요?  (1) 2015.06.16
의대생의 가계부  (0) 2015.06.16
Medstudentitis  (0) 2015.06.16
퍼시픽을 요약한 정리집에 동화를 더하다  (0) 201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