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가져다 준 편안함과 깨달음
어둠속의 대화 체험기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80%는 시각 정보이다. 나머지 20%의 감각을 일깨우는 곳이 바로 ‘어둠속의 대화’체험전시장이다. 전시에는 8명이 한 조로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지난달 23일 본지 기자 5명이 함께 본 전시를 체험하였다.
‘진정한 어둠’을 경험하다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 안은 정말 깜깜하다. 그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겪어 본 어둠은 진정한 어둠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90분간 ‘로드 마스터’라는 안내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전시를 체험하게 된다.
무뎌졌던 감각기관으로 느낀 낯선 일상
눈을 감는 것과 뜨는 것에 차이가 없는 전시장 내부. 무언가 보려고 애쓸수록 눈은 더 피곤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되어 시각 이외의 감각을 사용하여 체험을 진행하게 된다. 로드마스터의 말소리를 들으며, 벽을 짚거나 지팡이를 이용하여 자신이 나아가야 할 곳을 알아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방향에서 말소리가 들려오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무뎌졌던 감각기관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늘 밟던 흙, 보고 지나쳤던 벽지의 느낌이 이런 것이었다고 알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것이 시각에 가려져 느껴지지 않았는지 온 몸으로 깨닫게 된다. 눈 이외의 감각기관으로 느끼는 일상적 공간과 사물은 낯설다. 원뿔을 옆에서만 봐서 삼각형으로 알고 있다가 위에서 원을 봤을 때, 낯설고 충격적이지만 이내 같은 도형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생각지 못했던 편안함
어둠 속에서 걷기 시작하면 긴장되고 몸이 잔뜩 움츠러든다. 누구나 갖고 있는 어둠에 대한 공포 때문일 것이다. 어디에 부딪히면 어쩌지 하고 걱정도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수한 시각 정보로부터의 해방에서 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길을 헤매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고 앞서 가면서 어떤 길인지 알려주는 사람도 있다. 가다가 부딪혀도 화내는 사람은 없다. 보이지 않지만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 나는 어디 있고 그들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마음이 놓인다. 타인이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하고 의지하는 대상이 되었을 때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내려놓아야겠다는 깨달음
우리는 잘생겼거나 예쁜 사람에게 열광한다. 명품 로고와 화려한 포장을 열망한다.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의 핸드폰, 시계, 옷을 찾아 헤맨다. 어둠속에 서 있을 때 이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눈을 감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것들을 위해 애쓰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백 번은 더 들었을, 진부하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외면을 화려하게 가꾸는 것보다는 내면을 진실하게 가꿔야겠다고. 체험을 마치고 나니 시각만이 아닌, 오감으로 행복과 미래를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어둠속의 대화’ 체험전시는 신촌 버티고에서 오픈런으로 진행되고 있다.
※ 공식 홈페이지 http://www.dialogueinthedark.co.kr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75호(2010.06.07.) >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영화를 통해 바라본 진정한 아름다움 찾기 (1) | 2010.06.09 |
---|---|
우린 문화로 인권 운동한다 (0) | 2010.06.09 |
한여름밤의 공포 공포영화의 고전 (0) | 2010.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