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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2013.04.23)/커버스토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5.12 성역(聖域)없는 선택실습, 어디까지 가봤니? 1

성역(聖域)없는 선택실습, 어디까지 가봤니?

 

뿌린 만큼 거두고 아는 만큼 보이는 선택실습의 세계

 

선택실습이란 본과 3,4학년에 이루어지는 임상실습 과정 중 하나로, 학생이 선택한 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8주까지 전국의 의대생들이 유일하게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골라서 배울 수 있는 기회. 주어진 것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일에만 익숙한 의대생들은 그 때 다들 무엇을 ‘선택’할까?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해 줄 ‘선택실습’의 세계를 소개한다. 

선택실습이 이뤄지는 분야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기초의학 분야
▲ 임상의학 분야 
▲ 비(非)의료기관 및 해외 파견

 

불타는 학구열 & 호기심 끝판왕인 당신을 위한 선택지, 기초의학분야
 
기초의학 분야는 교내의 기초의학 교실이나 대학의 자연과학 계열의 연구실에서 이뤄진다. 생화학/생물학 시간에 짧게 맛봤던 기초의학 연구과정을 심화 학습할 기회가 된다. 또는 임상의학교실의 연구실에서 임상과 기초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자교 감염내과학 교실에서 선택실습을 하고 있는 의전원 3학년 학생은 ‘쯔쯔가무시 감염환자의 새로운 진단도구 개발을 위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관련 논문을 찾아 읽고 직접 실험을 설계/수행하며, 최종적으로는 논문을 써서 저널에 발표할 계획이다. 분자생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실험실 환경에는 익숙했다. 그러나 이론을 실제 임상 사례에 접목하는 것은 처음해보는 일. 그는 자신의 지식이 응용되고 실제 결과물로 도출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위 학생은, 본과 2학년부터 방학마다 실험실 생활을 했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따라서 4주 남짓한 선택실습 기간 안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므로 임상실습 시작 전부터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공 및 병원 선택의
reference, 임상의학분야

 

임상의학 분야의 선택실습은 주로 대학병원 혹은 외부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다. 평소 관심 있었던 전공과목 혹은 병원에 지원하는 경우다. 대다수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다. 자교에 없는 전공과나 흔치 않은 케이스를 공부하기 위해 특정 분야로 전문화 되어있는 의료기관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화상전문병원’ 이나 ‘서울대 어린이병원’ 등이 그 예이다. 장원석 학생(중앙대 본4)은 우주과학에 대한 흥미를 바탕으로 ‘항공우주의료원’에 선택실습을 다녀왔다. 항공우주의료원은 청주에 위치한 공군사관학교 내의 병원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훈련 중에 가볍게 다친 건강한 20대 장병들이다. 한편, 전투가 조종사의 건강검진, 정비사들의 소음성 난청 및 유해물질로 인한 질환 발생 여부 확인, 부대 내 수질 검사 등의 예방의학적 일들을 수행한다. 학생은 군의관의 진료에 참관하는 것 뿐 아니라 훈련센터에서 실제로 가속도 체험, 비행착각훈련, 야간 시각훈련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는 “(실습기간 동안) 의사로서 항공우주의학 분야로 진출했을 때 어떤 진로가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관심이 있지만 직업으로 삼기는 두려운 것들이 있다면 선택실습을 통해 경험해보길 추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취약 계층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역 다시 서기센터’(이하 센터)에 다녀온 학생도 있다. 센터는 노숙인을 위한 진료소로, 간단한 진료 뿐 아니라 추가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주변 병원이나 서울의료원 등으로 연결시켜준다.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가야할 때 학생이 동행한다. 이 때 환자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병원 실습과의 차이점. 2주간 센터로 실습을 다녀온 한 학생은 “어려운 환경 속에 놓인 이들의 삶과 질병의 연관성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견문 넓히는
비(非)의료기관 및 해외 파견

 

비(非)의료기관 및 해외 파견은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선택실습이 가능하고, 본인이 원한다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상호협약을 체결한 상대국 학교에 일정 인원의 학생을 파견한다. 이 기회를 통해 해외의 의료제도 및 의학교육 과정에 대해 알 수 있으며, 현지의 문화도 접한다. 여가시간을 내기 힘든 본과 생활 중, 교육과 여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학교에서 비용을 전부 지불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일정 정도의 경비 부담이 있다. 지난겨울에 미국 South Florida University의 observation-ship으로 선택실습을 다녀온 한 의대생은 “해외 파견의 경우, 자기 주도적으로 질문하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얻어가는 게 상대적으로 적을 수 도 있다”며 스스로 배우려는 노력이 없으면 자칫 해이해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그 밖에 의료정책 및 의료계 관련 기관에서의 실습도 가능하다. WHO, 질병관리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의 국내/외의 보건관련 기관에서도 선택실습이 이뤄진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에서 실무과정을 관찰하거나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그러나 이런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필요한 모든 절차를 진행해야 할 때가 많다.

올 해 2월부터 6주 동안 WHO로 선택실습을 다녀온 문하용 학생(중앙대 본4)은 WHO에 가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턴쉽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합격하는 방법이다. 이 때,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제출한다. 평가항목은 총 4개로 ▲학력 ▲경력(봉사할동, 동아리 등 활동내용) ▲영어구사능력 ▲컴퓨터 활용능력(워드, 엑셀, 프로그래밍 등)이다. 하지만 지원자가 많은 탓에 합격이 어렵다. 두 번째로, WHO 내의 관심 부서 스텝과 접촉해 자신을 소개하고 인턴쉽에 합류할 수 있도록 어필하는 방법이다. 스텝과 충분히 의사소통을 거치고 나면 채용담당자에게 연결해준다. WHO 공식 홈페이지에 각 부서 직원의 이메일이 게재되어 있어 이를 이용하면 된다. 대부분의 인턴은 두 번째 루트를 통해 WHO에 오게 된다. 한편, 문하용 학생은 많은 학생들이 영어 때문에 지레 겁먹는 경우가 많다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WHO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비영어권 출신이라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다. 토익, 토플 등의 공인영어 점수는 요구하지 않고, 평균적인 의대생 정도의 영어실력이면 충분하다. 단지, 실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영어로 의사소통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정도”라고 말했다. 국제 보건의료 이슈에 관심 많은 학생이라면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했다.  

한편, 새누리당 문정림 국회의원실로 선택실습을 다녀온 한 학생은 “국회 선택실습은 정립된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의원실 측에) 부탁하는 과정이 막막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자기소개와 함께 선택실습을 국회의원실로 정하게 된 동기를 적어 직접 의원님께 메일로 보내 허락을 받았다. 또, 학교에서는 의원실로 공문을 보내줘서 공식적으로 선택실습을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선택실습 동안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했지만, 사람들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작은 법 조항 하나가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든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어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밋밋한 일상에서의 탈출구,
적극적인 자세가 선택실습의
활용도 높인다

 

위의 사례들은 학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결국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임을 시사한다. 꽉 짜인 일정대로 수업을 듣고 때가되면 시험을 보는 것이 일상인 의대생.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교육과정을 소화하다보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지해진다. 그렇다 해도 약간의 적극성과 용기만 있다면 선택실습은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는 창문이자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해주는 해방구가 될 수 있다. 자칫 쉽고 편한 것을 쫓아 흘려버릴 수 있는 선택실습 기간. 무엇을 할지 새롭게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최혜란 수습기자/조선
<hr0616@naver.com>

 

외부기관 및 해외파견 선택실습 사례

■ 의료 관련 기관

-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
- 질병관리본부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 WHO
- 의료계 관련 언론사 인턴기자
- 대한의사협회 
- 해외 병원 및 의대 파견
 (주요 파견 국가는 미국, 호주, 일본, 독일 등)
- 지역병원

■ 의료 비관련 기관

- 법과대학
- 변호사 사무실
- 주요 방송사 다큐멘터리 제작 스텝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