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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의대 예과 2학년들의
‘특별한’ 병원 실습

대구가톨릭 의과대학에서는 4월 중순에서 6월 중순이면 예과 2학년들이 병원에 출몰한다!
아직 본격적인 의학교육을 받지 않은 꼬꼬마 예2가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이유는?
바로 병원지원부서 실습을 위해서다. 예과 2학년들은 총 7조로 나뉘어, 병원 지원 7부서를 매주 금요일마다 체험하게 된다.

1. 영양과
가장 먼저 영양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환자의 식단을 어떻게 짜는지 파악한다. 그런 뒤에 식당에서 조리된 음식을 배식판에 나눈다. 이 때 환자 특성에 따라 식단이 조금씩 다르고 그에 맞추어 배식이 된다.(예를 들어 당뇨환자는 저염식 식단으로 나온다) 배식판에 음식을 다 나누고 나면 직접 병실을 돌면서 배식을 한다. 이 외에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 상담이나 영양 교육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2. 약제과
약제과는 병동 조제 팀, 외래 조제 팀, 주사제 혼합 조제 팀, 정보 팀, CR/임상/교육 팀, 약무 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파트의 일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고 견학한다. 특히 주사제 혼합 조제 팀을 둘러볼 때는 직접 무균실습 복을 입고 무균조제를 해본다. 약제과의 주 업무인 약물 조제뿐 아니라 약품 관리, 임상연구 업무까지 많은 부분을 세세하게 알아 볼 수 있다.

3. 간호부
수간호사 선생님에게 간호부란 무엇인지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서, 응급실부터 가본다. 응급실의 구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구 운반 등을 해본다. 그런 뒤 투석실과 중환자실에 가서 말기 환자들이나 혼수상태의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데 이때 충격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4. 원무과
의료보험, 의료보호환자의 진료절차와 진료비 관리에서부터 의료보험 요양급여 기준 및 진료수가 수준까지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 외래접수 및 수납업무의 흐름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병원의 현실적인 모습을 접할 수 있는 실습이다.

5. 원목실
대구 ‘가톨릭’ 대학병원이기에 다른 학교에는 없는 원목실이 있다. 병원 내에 작은 성당이 있고 주로 자원봉사업무는 원목실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병실을 돌면서 기도 봉사자들과 함께 환자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거나, 병원 곳곳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을 안내해드리는 봉사 실습을 해본다. 특히 기도 실습은 처음으로 직접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고 얘기를 나누는 체험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6. 의무 기록실
의무 기록이란 무엇인지, 의무 기록이 어떻게 작성되고, 배열되어 보관되고, 관리되는지 배우며, 의무 기록이 어떤 식으로 활용 되는지도 배운다. 접수된 외래 환자의 차트를  각 과로 이송하는 일을 직접 본다. 또한 기록부에서 질병 및 수술을 분류하고, 퇴원 차트를 정리하는 것, 그리고 통계를 내고 차트를 해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실습을 통해 환자를 관리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의사와 의무관리실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7. 장례식장
장례식장에서는 보호자 동의하에 시체 염하는 것을 견학하고, 입관식에 참관하여 입관예절을 배운다. 또한 시체 안치실에 직접 들어가본다. 다른 실습을 돌 때보다 분위기가 무겁고 엄숙하며, 학생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 실습을 하면서 많은 학생들은 종합 병원이 단순히 의사와 환자만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님을 깨닫고 종합 병원 시스템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결국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협조와 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로 참관과 견학 수업으로 이루어진 이 과정은 ‘인간 이해’라는 과목의 수업 중 일부로 태도, 보고서, 출석 등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평가로 보는 우리나라 의학교육

6월은 잔인한 달, 바야흐로 평가의 달이다. 그런데 교육평가는 학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에 대한 성취도 평가뿐만 아니라 교수에 대한 강의 평가,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와 의과대학 평가 그리고 세계대학평가 심지어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은 어떠한 평가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평가들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의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_1] 학생평가_ “넌 비실비실(B+,C0,B0,C)하지? 난 시들시들(C-,D+,C0,D+)해!”

의과대학생활의 핵심은 끊임없는 시험이라 할 수 있다. 의학지식은 의사로써의 전문성 함양에 있어 핵심이기에 중간, 기말고사 혹은 블록별 평가, 연말의 기초의학종합평가, 마지막으로 국가고시까지 단순암기에 대한 학업성취 정도를 객관식 지필고사로 검사 받는다. 이 외에도 퀴즈, 땡시, 오랄, 증례발표, 조별토론 등 다양한 형태의 방식이 활용되고 있으나 서열화를 지향하는 평가방식은 경쟁심과 이기심을 조장하여 의사로써 환자의 고통과 질병의 문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 태도를 익히기 어렵다.
한편, OCSE/CPX 실기시험이 시행된 이후 기존의 지식중심의 의학교육이 실질적인 술기의 함양의 강조로 변화되었다. 알기만 하는 의사가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의사로 양성하겠다는 것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여 각 학교에서는 해당 임상술기 교과목을 확대하고 임상술기센터를 마련하는 등 학생들의 실질적인 임상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올해 4월 ‘의료인문학문항 의사국시 포함을 위한 심포지엄’에서는 의사의 길을 걸으려는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변화에 반응하고, 사회구성원과 호흡하는 의사로 자라나는 방법을 익히는 방식을 평가항목에 포함시켜 배워나가자고 주장한다. 최근 카이스트학생들의 자살 및 의대생들의 집단 성폭행사건으로 학생들에 대한 의학인문학교육과 윤리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된 가운데, 지성과 술기, 인성 등의 요소를 어떠한 비중으로 평가하고 교육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_2] 강의평가_ “제 점수는요”

평가의 대상이었던 학생이 평가자로 역할이 뒤바뀌는 기간이 있다. 바로 학기나 과정이 끝날 무렵에 시행되는 강의평가 시간이다. 물론,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교수 및 학생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강의자에게는 학생들의 교수평가결과가 기존의 임상, 연구능력과 더불어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 받기 때문에 마치 학점을 받는 학생처럼 긴장하고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한편, 학생에게는 직접 수업을 개선하는 경험을 통해 과정에 대한 책임감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의평가는 93년 한신대에서 처음으로 국내대학에 도입된 이후 물리적 방법이 종이, OMR을 거쳐 포털사이트로 빠르게 변화된 데 비해 내용에 있어 큰 변화는 없었다. 즉, ‘매우불만족-불만족-보통-만족-매우만족’중에서 교수를 항목별로 평가하고 점수화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강의평가를 시행하고 공개하는데 있어 반발이 거셌으며 08년 강의평가결과실명공개의 논란 속에서 특히 대다수의 의과대학은 학문적 특수성을 근거로 독자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일부 교수에 한해서만 결과물을 열람할 수 있게 하였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강의평가에 있어 변화의 흐름이 모색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올해부터 강의평가 명칭이 ‘강의정보 공유를 위한 설문’으로 변경된다. 설문의 목적 자체가 교수의 평가가 아니라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설문문항에 있어서도 ‘만족도-피드백-도전-학생의 몰입과 노력-변화와 성장-비차별의 원칙’으로 새롭게 개편되었다. 기존의 교수의 열의 및 전달효과 내지는 시험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문항 대신 학생이 수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습득한 부분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주관식으로 작성된 설문의 결과는 공개하여 자유롭게 수업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였다.


 
[#_3] 의과대학인증평가_

의과대학인증평가원은 전국 41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적절한 교육여건과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대학의 책무성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관한 표준화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최소치를 표준화하여 교육의 질을 일정 이상으로 향상시키려는 노력으로 특히 부실의대의 경우 퇴출시키거나 개선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올 초 발표 된 2010년도 제2주기 4차 의과대학 인증평가 결과 평가대상 17개 대학 모두 필수 기준과 권장 기준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설정하고 있는 평가기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충족했으나 교육과정과 관리 운영을 위한 충분한 예산확보, 학업성취도평가, 학습분진학생의 구제, 전임교수 연구실적, 교수의 연수비용지원, 업적평가제도 등과 관련된 우수기준은 15개교 이상의 대학 모두 우수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평가는 법적으로 더욱 강화될 계획이다. 현재 자율평가제로 시행되던 의과대학인증평가가 의무화 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을 개정안과 의대 인증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부실 의대 졸업생은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_4] 세계대학평가_

우리나라 의학교육이 세계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영국 글로벌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11 세계대학평가 생물학·의학·심리학평가결과에 따르면 의학분야에서 세계 1위인 하버드대는 학계평가 및 졸업생 평판도 100점, 논문당 인용수 84점인데 비해 국내 최상위 대학의 경우도 학계 평가 28점, 졸업생 평판도 26점, 논문당 인용 수 29점 수준으로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였다.
또한 더욱 큰 문제는 가장 최상위권의 입시성적을 가진 국내우수인력을 선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내의 생명과학분야의 다른 학과와 비교했을 때, 대학교육의 효과성이 유독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적에 대해 한국연구재단 배영찬 본부장은 기초의학에 대한 연구 부족과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중단을 하나의 요인으로 언급했다. 특히, 이번 평가의 경우 의과대학이 없으나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MIT가 3위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교육학자 타일러에 따르면 교육평가는 교육목적의 달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현재 많은 평가들이 의과대학교육협의회와 각 대학에 조직된 의학교육실을 중심으로 수행되며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에 그 목표가 올바른지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등수화 시키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변화하는 미래사회의 의료를 담당하게 될 의대생으로 어떠한 목적을 기준 삼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덧붙여 한국의학교육협회에서 주관하는 제 27회 의학교육학술대회가 ‘한국 의학교육의 성찰과 나아갈 길’을 주제로 6월 9일에서 1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허은실 기자/아주
<hershi@e-mednews.com>

카이스트 사태, 의대는 안녕한가

지난 1월, 카이스트에서 생긴 일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실업계 출신 로봇천재로 입학때 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한 학생의 극단적인 선택. 카이스트 개혁의 실패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한국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내는 경고음이었다. 하지만 학교당국과 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감만 표명할 뿐 학생들의 정신건강이나 유족들을 위한 대책에는 무관심했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이어 두 번째, 세 번째 희생자가 생기더니, 지난 4월엔 네 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학교당국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는지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부랴부랴 대안마련에 들어갔다. 총장추천 교수 5명과 평교수 5명, 학생 3명으로 구성된 13명의 혁신위원은 한달 여의 회의 끝에, 지난 5월 19일 “차별적 등록금을 없애고 학생들에게 부담을 되는 영어강의를 교양과목에 한해서 줄이겠다.”는 내용의 결론을 발표했다. 총장의 동의하에 학교와 학생이 함께 협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교수와 학생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28일 서남표 총장은 이마저도 “의결사항을 일괄적으로 이사회에 미루겠다”며 즉각적인 시행을 거부했다.

급속한 개혁이 낳은 부산물

카이스트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어날 사건이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올해로 5년째 카이스트 총장을 맡고 있는 서 총장은 취임당시부터 떠들썩한 인물이었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수재,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맡으면서 모두가 반대했던 사안을 밀어붙였던 저돌적인 인물.
이런 사람이 카이스트에 와서 어떤 변화를 일구어낼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의 밀어붙이기식의 행보에 걱정스런 반응도 많았다. ‘학교 기숙사가 모자라는 것은 연차초과자 때문이다. 연차초과자가 학교에 남지 못하게 하겠다.’ ‘국민의 세금을 받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충해서는 안 된다. 일정 수준이하의 성적을 받는 학생들에겐 차별적 등록금을 부과하겠다.’ 그가 총장에 취임한 지 5년,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가장 큰 변화가 뭐냐고요? 무엇보다 학생들 간의 유대가 줄어들었죠. 동아리 활동도 침체되었고요.” 카이스트 학생들은 대부분이 가족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한 친분 쌓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학업 부담 때문에 자유로운 동아리 활동의 기회마저 빼앗겨 버린 것이다.
면학분위기가 좋아진 것도 아니다. 점수를 잘 받아야한다는 압박에 본인 스스로 힘으로 과제를 하지 않고 베끼기에 바쁘며, 심지어 대리시험까지 등장하고 있다. 창의적인 사고의 공간이 되어야할 대학이 점수를 따기 위해 기계처럼 공부하는 고등학교와 다를 바가 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의 거리도 멀어지고 장학금을 받지 못해 부모님과도 소원해진 학생들이 많아진다. 결국 몇몇 학생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만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A 30%, B 40%, C 30%라는 엄격한 상대평가제도에서 3.0 이상, 즉 B0 이상을 지키기 위해 공부하는 이들의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두 번째 희생자의 경우 일반고가 아닌 과학고 출신에다 성적까지 좋아서, 그가 죽음을 택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평소에 그를 지켜보았던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그 역시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서남표 총장의 정책에 자주 분노를 표현했었다고 한다.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했으나, 서남표 총장의 취임이후 1년에 한번 꼴로 늘어나더니 5년이 지난 2011년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서 총장의 책임이 없다고 하기 힘들다.

과도한 경쟁사회...
그 속에서 의대생은?

4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번 사태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유는, 이것이 한 학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과도한 경쟁 속에 내몰린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프리즘과 같았기 때문이다. 경쟁으로 인해 지친 사람은 카이스트 학생들 뿐 만이 아니다.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에서부터, 스펙을 쌓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취업준비생, 한 등수라도 더 올리기 위해 책상위에 바짝 몸을 붙인 고등학생, 자유롭게 놀 시간을 빼앗긴 채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초등학생들까지.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그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살률에 있어 2004년 이후 OECD국가 중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0명을 모아놓으면 그 중 1명은 결국 자살로 죽는다.
사실 의과대학내에서의 경쟁은 그 어떤 곳 보다 치열하다. ‘유급’이라는 의대만의 특수한 제도로 인해서 절대적인 점수와는 상관없이 하위 5%의 학생은 무조건 유급시키는 학교도 존재한다. 의대에서 유급을 시행하는 이유는 재수강을 할 수 없는 학사일정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서 네임 밸류를 높이기 위한 학교간의 경쟁도 한몫을 한다.

의대생들의 정신건강

이 때문인지 2007년 전국 34개 의과대학 71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실태보고서에선 최근 1개월간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을 경험한 학생이 전체의 2.9%, 최근 1년간 6.5%, 일생동안은 10.3%로 조사되었다. 이것은 일반인 우울증의 2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1개월간 자살사고를 경험한 학생이 4%, 자살계획 0.8%, 자살시도 0.2% 약 30명 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의대생 10명중 한명은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의미이며 100명중 4명이 최근 자살을 생각했다는 뜻이다.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가 75%, 가정·성장과정에 대한 불만이 44%, 지나친 경쟁에 따른 피로가 44%, 자아정체성의 혼란이 23.2%였으며, 우울증의 비율은 남자보다 여자에서, 본과 4학년보다는 본과 1학년, 자취나 하숙을 할 경우, 그리고 특례입학자에서 높았다. 우울증을 경험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학업성적도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의대생에게 우울증이 많은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대협회(AAMC)가 발간한 ‘Academic Medicine 2003-2004 2월호’에 실린 의대 재학생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 의대생 우울증은 10%인데 반해 의대생은 21.2%로 비 의대생에 비해 2배로 높았다.
많은 의대생들이 우울증과 자살사고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부실한 상태이다. 전국 41개의 의과대학 중, 우울증 조기 발견 선별검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은 7개,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단 2군데에 불과하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바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핫라인이 설치되어 있는 대학 역시 몇 곳밖에 없다. 미국에선 하버드, 예일, 듀크, 미시간 대학 등에서 우울증 조기 발견 프로그램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의대생들의 우울증 해결책은?

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형성’이다. 카이스트에서 그러한 비극이 일어난 원인은 학생들 간의 유대가 사라진 것과 연관이 없지 않았다.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고등학생의 자살률이 오히려 대학생 보다 적다는 사실이다. 고등학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왜 오히려 자살률이 적을까? 바로, 담임선생님과 반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전홍진 교수는 “대학교 내에선 네트워크 형성이 아주 중요해요. 예를 들어 멘토 교수님을 정한다든지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겠고, 이를 예과 시절부터 본과로 이어지도록 해야겠죠. 학력 평가 방법도 다양화해서 서로 협력해서 공부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평가항목에 넣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형성을 증진시키는 것 이외에도, 우울증 조기 발견 선별검사 프로그램, 자살예방 프로그램, 핫라인과 같은 시스템이 전국 의과대학에서도 운영될 수 있게 개개의 의과대학과 의과대학 연합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예를 들자면, 하버드 대학은 매주 무작위로 선정된 75명의 학생들과 20분간 전화통화를 하여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적극적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만약 학생이 심각히 자살을 생각하거나 정신적으로 지쳐있다면 그 학생과 즉시 만난다. 그리고 만약 학생이 만성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원한다면 보통 일주일 내에 그 학생을 만나서 상담을 해 준다. 또한 현재 하버드에서는 정신과전문의 11명을 포함하는 의료진이 학생들의 정신과 상담과 진료를 전담하고 있다.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

병실에 울려 퍼지는 사랑의 목소리

연세의대-간호대 연합 아카펠라 동아리 ‘이브닝콰이어’

최근 음악과 노래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들이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음악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한 개인의 온 마음을 다한 노래 한 곡은 다른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고, 내면에 깊이 내재되어 있던 감성을 한껏 끌어올려 인간으로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느끼게도 한다. 방송 중 잠깐 잠깐 보여지는 방청객들의 눈물은 바로 그런 눈물일 것이리라.

이러한 음악의 힘을 일찍부터 알아본 사람들이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학생들이 모여 만든 아카펠라 찬양 동아리 ‘이브닝콰이어’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그 어떤 금은보화로도 살 수 없는 값진 보물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뜨거운 사랑이다. 매 주 금요일 저녁이면 세브란스 병동을 돌며 환자들에게 아름다운 찬송가를 들려주며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한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일년 내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병동을 돌며 그들이 가진 사랑을 무한정 나누어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병남 지휘자를 비롯한 임원진 3명 학생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 아카펠라를 하신다는 점이 참 독특한데요, 동아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1960년대의 의대, 간호대 선배님들께서 처음에는 의료봉사를 하는 동아리로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실 청소 같은 궂은 일부터 시작하셨다고 해요. 그것이 지금의 아카펠라 라운딩의 아이디어로 발전하여 현재의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회원은 약 100명 가량이 되고, 의대, 간호대 학생들과 교회음악을 전공하신 분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 다들 학업에 치여서 음악 공부를 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충하시나요?
해 마다 지휘자가 한 명씩 의대생 중에서 뽑히게 되요. 저희도 참 신기한데 꼭 누군가 한 사람은 스스로 공부를 해서 다른 회원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줍니다. 지휘자는 발성법, 호흡법은 물론 회원들을 파트별로 나누어서 개별 지도도 하고 매 라운딩 공연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매 주 라운딩을 돌기 전 모두가 30분씩 모여 연습을 하며 발성과 호흡을 배워나갑니다. 짧은 연습 시간일 수 있지만 1년, 2년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새 저희도 모르게 음악적 소양이 이만큼 쌓여 있더라고요.

- 어떤 활동을 하시는 지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매주 세브란스 병동을 돌며 찬송가를 불러주는 라운딩입니다. 매 주 금요일 저녁에 하는 데 다음 날이 시험이어도, 축제기간 동안이어도 절대 빠지는 일이 없습니다. 강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자진해서 참여해주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은 저희 나름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신학기에는 신입생 환영회를 열고, 2학기에는 저희의 창립기념 행사인 Birthday Party를 비롯하여 홈커밍 라운딩 행사 등을 합니다. 이 외에도 저희는 외부에서 찬조 공연 요청이 자주 들어오기 때문에 교회에서 특송을 부르기도 하고 여러 단체의 의미 있는 행사에 나가 뜻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 이브닝콰이어는 유독 동아리 회원들간의 유대가 강하기로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비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의 가장 큰 모토가 ‘사랑과 가족’입니다. 수직적인 관계가 보편화 되어있는 의대, 간호대 학생들의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브닝콰이어에서는 선후배라는 말 보다는 가족이라는 말이 더 편하고 익숙합니다. 저희의 독특한 전통이 이런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데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해요. 신입생들이 동아리에 들어오면 재미있는 장기자랑 후, 각 회원마다 엄마나 아빠가 생깁니다. 엄마나 아빠는 본과 4학년, 간호 4학년 이상의 선배님들만 할 수 있는데요 엄마, 아빠가 정해지면 한 가족이 만들어지고 옆의 다른 가족과는 사촌지간, 이모, 삼촌 관계도 맺어지면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신입생들이 학년이 올라가면 또 자신들의 자식이 생기고 그렇게 대물림이 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선후배들간의 끈끈한 가족애가 유지됩니다. 또 하나, 엄마, 아빠가 생기면 이름을 새로 받게 되는 데,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애칭을 받고 동아리 활동하면서는 주로 그 이름을 불러주게 됩니다. 그 속에서 저희들만의 에피소드들도 많아지고 서로 소통할 기회도 많아지게 되죠.

- 환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가슴에 남는 사연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 어떤 것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 주세요.
라운딩이외에도 환자나 환자 보호자분들께서 직접 저희에게 병실에 찾아와서 찬양을 해 주기를 요청하실 때 찾아가기도 하는 데 그런 활동은 ‘리퀘스트’라고 해요. 얼마 전에 본과 3학년 선배가 실습 중에 신생아 환자를 보게 되었는데, 태어나자마자 간부전으로 인해 간 이식 수술을 막 받은 상태였어요. 이식 후 생명의 위기를 넘기기 직전에 리퀘스트를 받아서 저희가 찾아가 진심을 다해 찬양을 했습니다. 몇 주 뒤에 경과가 좋아져서 다시 리퀘스트를 받게 되었는데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저희의 작은 움직임이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한 번은 라운딩을 돌던 중 어떤 병실에서 막 환자분이 세상을 떠나셔서 리퀘스트를 하게 되었는데 보호자분들께서 정말 고맙다고 하시면서 좋은 곳으로 떠나셨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상심이 크신 분들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껴졌습니다.

- 하시는 활동이 모두 무보수 봉사활동이던데 이브닝콰이어에게 봉사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여행 중에 만난 재활원 원장님께서 봉사를 베풀어 주는 사람들을 “자기 만족을 위한 동업자” 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요. 저희에게 봉사란 주는 기쁨을 스스로가 느끼고 싶어서 하는 활동입니다. 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라운딩을 하는 동안 환자 분들이 저희에게 감사하다고 연신 말씀해주시는 걸 들을 때가 많은 걸요. 특히 저희가 의대, 간호대 학생들인 만큼 환자를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며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도 깊이 느낄 수 있게 하고 스스로를 채워가는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개인의 기쁨을 위한 활동이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음악이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세요.
저희에게 음악이란 기쁨 그 자체입니다. 음악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곳에서 느끼는 즐거움보다도 크고 강하답니다. 슬플 때면 노래를 하며 위로 받기도 하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찬양을 하며 마음을 편하게 진정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음악은 저희가 타인들과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다리이기도 해요. 벌써 이브닝콰이어를 하면서 음악이 보여주는 기적과 놀라운 힘들을 여러차례 보고 경험했기 때문에 아마 졸업해서도 계속 지금처럼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 저희가 느낀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8월 27일 토요일 저녁 7시에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저희의 공연이 있습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저희의 사랑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니 많이 보러 오셔서 마음 한 구석에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가시기 바랍니다. 또한 어느 분이시든 저희 활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www.eveningchoir.org를 찾아주세요.

조을아 수습기자/을지
<lovelyeac@e-mednews.org>

달콤살벌한 연인, 간호사와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의 생생솔직 앞담화

의사와 간호사. 의대생활 일이년 짬밥이면 그 두 집단 간의 달콤 살벌한 관계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수없이 거쳐 간 의대-간호대 커플의 달콤한 관계와, 복수의 복수를 거듭하는 살벌한 관계. 극과 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뜩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비오는 신촌 거리의 한산한 커피숍에서 병동 간호사 선생님, 보건 교사 그리고 내시경실에서 근무하시는 간호사 선생님. 이렇게 세 분과 함께 조심스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았다. 간호사 그리고 의사에 대해서.

내 어릴 적 꿈...
- 간호대로 진학하기로 결정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학창시절에 잠시 중국에 나가있던 적이 있거든요. 그 곳에서 전염병이 돌았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옆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내가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도밖에 없었고요. 그 때 느꼈던 그 무력함이 큰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간호대 진학...
- 교과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학교마다 다르지만 1학년 때는 해부·생리·생화·미생물학 같은 기초의학, 간호영어, 간호학 개론 같은 걸 듣고요. 2학년 때는 병리, 약리, 성인간호학, 아동간호학, 정신건강간호학 같은 임상과목을 배우고. 보통은 3학년 때부터 병원실습을 나가면서 학교수업을 병행하게 되요. 매우 드물지만 저희도 유급하는 학생들도 있죠.
의학이랑은 학문자체의 기본적인 바탕은 같지만 ‘의학’을 보는 포커스가 다른 것 같아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하고 간호를 통해서 사람이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느냐는 다르잖아요?

간호사 그리고 ...
- 졸업 후 진로에는 무엇이 있나요?
보험 관련 일을 한다거나, 외국계 제약회사, 보건소에서 일 할 수도 있고요. 임용고시 시험을 봐서 보건교사를 하기도 하죠. 보통은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 간호사가 많고요.

- 대학병원 ‘과’ 지망할 때, 선호하는 소위 ‘인기 과’가 있나요?
개인차가 커요. 의사가 전공 선택하는 거랑은 다르게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지원하거든요. 전문 간호사 제도가 이제 있긴 하지만 보통은 로테이션되서 여러 과를 돌거든요. 과마다 급여가 다르진 않으니깐 그것보다 처음에 입사할 때는 전문적인 일을 배울 수 있는 ER, ICU 같은 데 지원하지만, 빡세니깐 나중에는 타과로 빠지거나 하죠.

- 병원에서 수련과정은 어떤가요?
‘신규 간호사 - 경력 간호사 - 파트장 - 과장’순 으로 되는데요. 과마다 학교마다 몇 년차 때 수간호사를 하는지는 달라요. 요새 수선생님은 박사까지 하시더라고요. 대학원은 다 기본이고. 간호사가 원채 인력 자체가 젊으니깐 대학원, 포닥까지도 하는 추세예요.

- 전문 간호사 제도는 어떻게 다르나요?
대학원을 가고 자격증 시험을 봐서 그 전문 자격증을 따야 되요. 병원 다니면서 해도 되고. 졸업하고 대학원 나오고 나서 해도 되고요. 그런데 해당과에 임상경력이 최소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되요.
간호사의 하루...
- 3교대를 하시는 병동 간호사 선생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3교대는 day, evening, night로 보통 8시간씩 딱딱 나눠요. day인 경우에는 6시부터 2시까지 일을 하고, 그 전에 인계를 받아야 되니까 출근은 5시 반에 하는 거죠. 대부분 힘든 night는 한 달에 4번이상은 안주고요. 3교대가 빡빡하긴 한데, 생활이야 뭐 거기에 맞춰서 하는 거죠.

-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과마다 학교마다 많이 달라요. 그래도 무엇보다 환자를 ‘간호’하는 게 주 업무죠. 정기적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약물 주사도 저희 일이예요. 각종 검사를 보조하기도 하고 수술 간호사는 수술실에서 보조를 서죠. 의사랑 같이 케이스 연구를 하기도 하고요. 금연교육이나 식이조절 같은 일상 생활교육도 간호사 담당이에요.

- 간호사로서 느끼는 보람은?
환자들이 고맙다고 말해주거나 도와주려고 할 때? 혼나거나 힘들 때 위로해주거나 반갑게 맞아주면서 내 입장을 이해해 주려고 할 때 든든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요. 물론 일 잘했다고 칭찬받을 때도 보람을 느끼고요.
내시경실 같이 전문성이 강한 파트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자부심도 생기고 내가 인정받고 있구나를 느끼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다른 병원 펠로우 선생님이 우리병원에 수련 차 나왔는데 같이 내시경검사를 하다가 제가 조언을 준적도 있어요.

- 펠로우 선생님이시면 그래도 상당한 경력도 있으실 텐데, 자존심 상해하시진 않던가요?
적당한 선을 지키죠. 그렇지만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그 분보다 제가 경력이 더 오래되었으면 도움 드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분들도 능력있는 간호사를 두는 걸 더 선호하시니까 오히려 더 좋아하세요. 그러면서 서로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해 나갈 수도 있고요.

간호사 그리고 의사...
- 간호사와 의사, 특히 인턴과 역할 분담이 굉장히 모호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직무 기술서가 있어서 1년차에 하는 일, 스태프가 하는 일이 다 있어요. 그런데 그게 병원마다 좀 차이가 있어요. 채혈이나 culture는 저희 병원에선 간호사 일인데 다른 병원은 그걸 의사가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경계가 특히 전문 간호사가 도입되고 나면서 좀 더 모호해졌어요. 드라마 ‘뉴하트’에서 전문 간호사가 심장제세동기 사용한 것 기억나세요? 전문 간호사였는데 의사 없이 시행했다고 문제가 됐었잖아요. 아직까지는 과도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전문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도 병원마다 다르고 서로의 역할도 아직 분명하지 않고요.

- 많이 마주치다보니깐 부딪히는 일도 많을 수밖에 없나 봐요
오늘 있었던 일 얘기하면 또 울화가 치미는데요.(웃음) 4년차 레지던트가 환자 L-튜브를 교환해야한다고 가져다 달라 더라고요. 그런 일은 본인도 할 수도 있는데 저희한테 콜벨을 눌러서 얘기를 하세요. 저는 얼마큼 필요한지 모르니깐 필요한 만큼 잘라서 쓰시라고 크게 가져왔어요. 그런데 보호자 앞에서, ‘센스 없게 이렇게 크게 가져왔다고’ 얘기를 정말 크게! 하시는 거예요. 너무 기가 막혔죠. 서운하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들이 쌓이면 아무래도...

- 간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라서 인 것 같기도 해요. 일단 저희 학생들은 대부분 잘 모르거든요.
지금 근무하는 의사선생님들도 저희 역할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거 때문에 부딪히는 일들도 많고. 서로 내일이니 니일이니 하면서. 그런 것들을 서로 의사소통해서 풀어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가요?
그 거에 관해서도 에피소드가 있죠. 어제는 인턴이었던 사람이 오늘부터 레지던트로 바뀌는 그 시점이었는데요. 인턴한테 노티를 해야 되는 거를 다음 날 레지던트로 바뀐 사람한테 노티를 했어요. 그러니깐 ‘인턴한테 하세요’하고 전화를 확! 끊어버리는 거예요. 조금은 얄밉더라고요. 하루 차인데 좀 받아주지 하는 생각도 들고.

- 그래서 일부러 자는 인턴 깨우는 식의 복수(?)를 하시기도…?
서로 힘든 거 다 아니까 일부러 그러진 않아요. 노티할 때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는 건데 오히려 그 쪽에서 ‘뭐 그런거 가지고 노티하냐, 자는데’는 식의 반응이면... 인턴도 솔직히 잘 모르면서 그렇게 안 해 줬으면 좋겠어요.

- 피곤하니까 서로 예민해지나 봐요. 그러면 혹시 PK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학생이니까요. 저희 간호사들이랑은 교류가 많지 않아요. 일을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PK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 환자와의 관계는요?
보통 간호사가 환자랑 더 친밀하고 더 자세하고 알고 하죠. 간호사 역할의 특성상 그런 면이 있으니까요. 어떨 때는 의사가 오히려 아침에 회진돌기 전에 저희한테 전화해서 ‘오늘 환자 컨디션 어떠냐, 어제는 어땠냐, 대변은 얼마나 봤느냐’를 묻는 경우가 있어요. 원칙적으로는 의사가 회진준비하면서 직접 보러 와야 하는 건데 말이죠. 묻는 말에 얘기는 해주지만, 그냥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해요.

- 병원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나요?
별로 없어요. ‘서로 알아서 해라’ 이런 식이예요. 근데 병원차원에서 1년에 한두 번씩 1박2일로 워크숍 같은 거는 가요.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의사, 사무직 직원 등등 모든 부서 사람들이 다 와서 조별로 모여서 얘기도 나누고 해요.

간호사 그리고 편견...
- 병원 나갈 때는 화장해야 된다?
음...병원마다 병동마다 달라요 (개인적으로 저는 한 번 혼난 적이 있긴 해요^^;) 계속 환자들을 마주하는 입장이잖아요.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여야 되니까요. 아무래도 간호사가 더 지쳐 보이면 환자들이 오기 싫겠죠.
 환자들은 자기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깐 저희가 아파도 자기가 아프다고 티를 못 내죠. 조금 힘들어도 그 아픈 거를 계속 끌고 주말까지 버텨야 되요 대체인력이 없으니까요. 직업적인 사명감인거죠.

- 간호사는 이직률이 높다?
아무래도 힘드니까요. 3교대가 힘들죠. 적성에 너무 안 맞는 거 같아서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요. 간호대 다니면서 그만 두는 사람도 가끔 있어요. 실습 돌다가 피보고 쓰러지고 그런 사람들이요. 그런데 간호사 되고나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사회적 여건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 간호사는 여자들의 세계다?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학교 다닐 때부터 여자들끼리의 특유의 경쟁이 있죠. 성적 경쟁이 특히 심해요. 과제 같은 것도 대충하는 애들은 거의 없고 족보나 정보 교환 같은 것도 그렇고요. 간호사가 되고서는 군기가 세지는 경향이 있어서 좀 무서워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다른 파트로 로테이션 됐을 때 적응 할 때까지 눈치 봐야 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여자들끼리만 있으니깐 행동하기 편하다는 점도 있어요.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깐 배려도 많이 해주고요.

- 남자 간호사도 있지 않나요?
남자 간호사도 꽤 있죠. 병원에서 남자를 회복실, 응급실, 마취과, 수술실 같이 힘든 과로 보내는 경향은 있는데 가서 하는 일은 여자 간호사랑 비슷해요. 요즘 남자 간호사가 많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간호사는 여자가 많으니까요. 남자로써 힘든 면도 많겠죠. 그런데 캐릭터 자체가 여자랑 잘 맞고 수다스럽고 하면 잘 맞아요. 오히려 저보다도 더 여성스러운 남자 간호사 선생님들도 있거든요. 남자 선생님들은 보통 끝까지 남진 않고요, 보험회사나 소방 공무원 같은 다른 길로 많이 가시더라고요.

- 의사 간호사 커플이 많다?
커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아무래도 서로 직업 환경이 비슷하니까 공통점도 많고 하니 더 편하겠죠. 그런데 병원이라는 곳이 소문에 좀 많이 민감하잖아요? (웃음) 커플이 가끔씩 있다해도 몰래하죠. 비밀리에! 정말 결혼하겠다고 날짜 잡히면 오픈하고요.

Epilogue...
서먹하리라 걱정했던 인터뷰가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면서 놀라우리만큼 스스럼없는 여자들의 수다가 되었다. 가히 앞담화라 할 수 있을 만큼 서로에 대해, 병원에 대해 많은 이야길 나누었고 우리가 서로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돌아 볼 수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 이처럼 가까울 수 있을까 싶다가도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인 것일까? 적절한 비눗물 한 방울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