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에게 추천한다
의대생 책을 읽고 영화를 보라
매주 반복되는 시험, 세미나, 보고서로 점철된 학기도 이제 막바지!! 기다리던 방학이 다가온다. 못 만나던 친구도 만나고, 가고, 휴식도 취하고 방학계획으로 가득 찼겠지만, 그 사이에 책 한 권, 영화 한편 끼워 넣어보면 어떨까? 시험과 전공 책들로 둘러싸여 몸도 정신도 피폐해지고 사색할 시간도 의욕도 점점 사라지는 의대생들에게 각 학교 각 과의 의대 교수님들이 권한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동물농장과 1984
추천자 : 을지의과대학 신경해부 백태경 교수님
조지 조웰의 “동물농장(1945)과 1984(1949)”는 나처럼 탈법적 군산복합체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반공”이란 도그마로 국민들을 호도하던 시절에 초·중등 교육을 받아온 이들에게는 스탈린 치하의 소련의 비참한 폭정을 비판한 책이란 이유로 퀴즈 프로그램 등에 단골로 등장하던 메뉴였다. 그런 탓인지 반항적 기질로 충만했던 사춘기이자 탐식성·잡식성 인문학 습득시기인 나의 중·고교시절에 오웰의 작품은 나의 관심 목록에서 늘 하위에 위치하고 있었고 작가를 소위 기득권 계급(“보수”와는 다릅니다!)의 대변자로 오인하고 있었다.
낙방을 거듭하다 어렵사리 의대에 진학한 이후, 예과시절에는 당시 내가 속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병리상태를 핑계로 오히려 의대 공부보다는 철학과 사회학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당시의 유행에 따라 자연히 사회주의적 철학에 경도된 평범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이 시기에도 지식에 대한 식탐은 여전하여 관심분야인 사회주의 계통의 서적뿐만 아니라 “손자” 의 “지피지기의 교훈”에 따라 대각에 위치하는 사상의 서적들도 탐독하던 도중 오웰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고 그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오웰은 두뇌가 비상하여 “이튼”을 졸업하였다는 학벌 외에는 일생 동안 민주주의와 사회주주의 가치와 이상을 한시도 포기한 적이 없는 골수까지 철저한 사회주의자요 공화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하여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적, 사회주의적 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항쟁을 옹호한 “카탈로니아를 위한 찬가(1938)”를 발표하기도 했던 그가 당시 많은 지식인들에게 이상적 사회주의의 국가로 오인되어 추앙되던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 대한 비판을 담은 “동물종장”의 집필은 많은 동지와 친구들을 상실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에게는 용기 있는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감내해야 할 의무였다.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오웰은 전 생을 통하여 공산주의를 포함한 사회주의적 가치를 포기한 적이 었다. 그가 비판한 것은 수탈적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의 탈로 위장한 전체 주의에 의한 인간성과 인간 자유의 말살이었다. 인간의 자유의지, 창의성과 개성의 존중에 기반한 노력의 존중을 기반으로 하여 발전한 자본주의가 금권력을 독점한 기득세력의 착취와 수탈이라는 내재적 위험성을 내포한 것처럼, 평등에 기반한 인간성의 회복을 가치로 하는 사회주의가 사상적 권력을 독점한 세력에 의한 전체주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비판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웬은 사회주의의 올바른 가치인 인본주의적 가치를 사랑한 진정한 사회주의자였다.
이와 같은 오웬의 자성적 비판에 대한 인식은 당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나의 시각이 보다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나 역시 과거의 동료들로부터 수정주의적 회색주의자라는 비판을 받는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작금에 우리나라에서 양 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잡배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정황들은 현세적 목적을 달성함에만 혈안이 되어 이상적 근본가치를 망각한 채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도그마의 함정에 빠진 군상들의 출현에 대한 오웬의 선지자적 직관을 증명하는 듯하여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그러므로 오웬이 비판하고 우려하였던 이데올로기라는 사탕발린 탈로 위장한 권력에의 의지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재 진행형의 화두이다.
자본주의의 탈을 쓰고 있던, 사회주의의 이름을 빌리고 있건 간에 오웬이 비판한 인간성 말상을 꾀하는 전체주의는 아직도 다양한 형태로 세계 각 처에서 횡행하고 있음을 볼 때 선지자의 직관은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식인의 주된 책무 중 하나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함이다. 비록 과거에 비하여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고는 하나, 고등교육을 받은 의과대학생과 의사는 대표적 지식인 그룹임을 자각하여 사회를 보는 건전하고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폭넓은 식견은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으로 얻어질 수 있다. 현재의 자각에서 비롯된 미래 개선의 의지가 우리 후손들에게는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음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선생의 길을 가는 자로서 누리는 가장 큰 축복은 후학들이 훌륭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함을 지켜 보면서 늙어가는 것이다. 나의 제자들이 오웬의 비판과 우려를 극복하고 발전된 사회를 건설함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자라나길 기대하면서 이 책들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되어, 건전한 시각과 다양한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희망으로 오웬의 고전들을 추천한다.
100세 현역 의사의 스트레스 내려놓기 연습/ 히노하라 시게야키
새로움의 충격(Shock of the New) / 로버트 휴즈
추천자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조직한 교실 김호덕 교수님
100세 현역 의사의 스트레스 내려놓기 연습
저자 히노하라 시게야키 선생은 1911년 생이니까 올해 만 100세의 현역의사이다. 웬만한 젊은이보다 더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하루일과를 보내는 그는 지금까지 300권에 가까운 에세이 집을 펴내기도 했다. 100년을 살아오며 터득한 스트레스에 무릎 꿇지 않고 일상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며, 어떤 스트레스건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줄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으로 스트레스도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히노하라 선생은 100여년을 살아오며 터득한 행복론도 펼친다. ‘행복의 문턱을 낮추라’는 것이 핵심이다. 행복이란 각자가 느끼는 주관적 감각이므로 스스로 행복을 쉬이 느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면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으로 가득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이 책에서는 10개의 장에 걸쳐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비결을 자신의 인생경험과 의사로서 만난 환자들을 바탕으로 잔잔하게 풀어간다. 이야기들은 10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의 세상살이에서 경험했던 진솔한 삶의 조각조각들이 진하게 우러나 있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분투하며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큰 감동을 준다.
새로움의 충격
영국방송협회(BBC)의 TV 기횔물로 방영되었던 방송 원고를 보완하며 펴낸것이다. 소위 모더니즘 미술의 총체적 이해를 위해 이와 관련된 주제를 여덟가지로 나누어 각각에 대해 포괄적이고 입체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시각을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휴즈는 미술 분야 뿐만 아니라 문학,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술을 문화사적 지평에서 해부하고 있다. 가장 뛰어난 예술이란 시대가 안고 있는 수천가지 문제들을 다루어 내는 의식있는 예술이며, 바로 지난주에 있었던 폭발로 찢겨진 예술이며 어제 있었던 충돌 사고로 잘려나간 사지를 다시 끌어 모으는 예술이어야 함을 그는 강조한다.
수술, 마지막 선택 / 강구정
의사가 사라진다/ 앤디 케슬러
추천자 :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생화학 교실 예병일 교수님
수술, 마지막 선택-공존에 대하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외과 교수인 저자가 각종 수술과 관련된 질병을 소개하신 책이다. 일반인들을 위해 수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함과 동시에 수술에 얽힌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비롯한 의료상황을 잘 그려 놓았으므로 앞으로 사람을 대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 의학도들에게 공감능력과 지식을 동시에 키워 주는 책이다.
의사가 사라진다 – 프로네시스를 위하여
“미래에는 의사가 사라진다”가 아니라 “미래에는 의사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다”를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는 영상술이나 진단분야에서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은 의사라는 사람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의사가 기계와 기술에 의존하게 될 것임을 주장한다. 이 주장이 실제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미래 의료계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Dangerous method / 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추천자 : 중앙대병원 정신과 나철 교수님
“Dangerous method” 는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분석심리학의 대가 칼 구스타프 융의 전기 영화로 두 대가의 존경과 질투,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숨겨진 실존인물 사비나 슈필라인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조명한 작품이다.
존 커의 원작소설 ‘가장 위험한 방법(A Most Dangerous Method)’을 각색한 크리스토퍼 햄튼의 희곡 ‘토킹 큐어(Talking cure•대화치료)’를 영화화한 것으로 정신과 레지던트들에게도 추천하시는 영화이다.
박상아 기자/ 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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