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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우리는 ‘을’이 아닌 ‘갑’이다

 

지난 5월 15일 보건복지부는 본래 2015년 실시 예정이었던 인턴제 폐지와 관련해 의대·의전원협의회(이하 의대협)와 시행시기에 대한 공동 설문조사와 정책 토론회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입법예고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의대생들에 적용되는 법안에 대하여 당사자인 학생들이 직접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른’들이 결정하는 정책 결정에 있어 대부분 갑이 아닌 을의 존재가 되어야만 했던 ‘학생’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학생들의 노력이 정책의 보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크게 시사하고 있다.

 

이미 ‘을’이 되어버렸거나
‘을’을 자초하는 학생들  

 

관료주의와 소통의 부재,
정치계에 의료 전문인 부족으로
학생들 답답함 느껴

 

물론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의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찾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목소리를 낸다 하더라도 복잡한 절차와 관료제에 가로막혀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서남의대 사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월, 재학생들은 개강을 앞두고 교육권 보장을 위한 요구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각 부서에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돌렸다. 재학생 대표는 8개 부서를 전전해야만 했고 결국 부서를 통한 직접 전달이 아닌 민원 접수로 신고가 들어가야만 했다. 신고에 대한 신속하고 명확한 응답 또한 들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사태 해결에 필요한 생산적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할 간담회에서는 기존 주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미 촘촘히 짜여 있는 판에 학생이 낄 수 있는 자리는 매우 좁았고 간담회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대체 우리가 무슨 논의를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라는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뿐만 아니라 지난 5월 4일 인턴제 폐지와 관련한 의대협 총회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학생들이 인턴제 폐지와 그에 따른 현재 PK 실습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으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기존의 설명회 보고서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었고’, 의대생의 실습 체계 등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해 보였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의료와 관련된 여러 정치 부서에 의료계 및 의대생 현실에 대해 잘 아는 전문인의 수가 부족한 것도 학생들과의 소통의 제약점으로 작용했다.

 

학생들의 관심 부족과
의견 수렴 과정에도 책임 있어

 

이번 외부적 한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턴제 폐지안 개정 요구처럼 학생들이 직접 정책 결정에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그와 같은 결과를 얻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원일 현 의대협 회장은 정부와의 문제보다도 의대생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어려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설문 조사를 실시하기 전 충분한 사전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학교 학생회장을 통해 설명을 할 것을 공지했으나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점이 있다. 이전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각에서 나오는 의대협의 대표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일부 동의하였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으로 인턴제 폐지 등과 같은 사안에서 의대생의 의견을 모으고 정부와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창구는 의대협이 유일함을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공부에 치이는 의대생들 모두가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란 어렵다”라고 언급하며 “의대협 집행부의 역할은 그와 같은 사안들에 대해 학생들이 관심을 갖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고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힘쓰는 것”임을 밝히며 의대협에 대한 신뢰와 관심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갑’이 되고 싶은 학생들,
우리가 ‘갑’이 될 순 없을까?

 

입법 과정에 의견을 투입하고 정책 피드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비단 정치인들만의 일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정치참여 방법인 선거로부터 정당의 청년비례대표까지 조금만 둘러보면 학생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도 투표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공약을 가진 후보의 당선을 돕는 참모로서 대선 캠프에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고, 각 각 당의 대학생 정책 자문단, 대학생 위원회의 위원이 되어 선거 유세원으로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 정당 내 대학생위원회 :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은 대부분 대학생위원회를 가지고 있다. 대학생위원회는 대학생 권리 증진을 위해 존재한다. 정당 내에 있는 모임이지만 당내 기구로서 자치적인 활동을 보장 받는다. 그리고 대학생, 청년을 위한 정책 연구를 하고 실제로 정당에 제안하기도 한다. 대학생정책자문단에서 발표한 정책 중 다수가 실제 입법이 이루어지거나 중요 참고 사항으로 쓰였다. 카드 수수료 인하, 마이스터 고교 설립 정책, 파생 금융 개정 정책, 대학생 부재자 투표 개선 방안이 이루어 졌다. 실제로 2010년 6월 지방 산거에서 대학생 부재자 선거 개선 방안이 수렴돼, 대학교에 부재자 선거 투표소가 설치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대표적인 대학생위원회로는


새누리당의 ‘블루엔진’
(cafe.naver.com/blueengine),
‘청년 정치 아카데미’
(cafe.naver.com/saenuriuniv),
민주당의 ‘가온’
(club.cyworld.com/gaoncouncil),
‘대학생 정책 자문단’
(club.cyworld.com/openup)
등이 있다. 

 

◇ 국회의원 인턴 : 대학생이 국회 인턴이 되기는 쉽다. 대학생은 ‘인턴보좌관’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실의 무급인턴을 할 수 있으며 인턴을 뽑는 것은 의원인 고유의 권한이다. 의대생의 경우 국회의원실로 선택실습이 가능하며 해당 의원실 측에 동기를 적어 보내 의결과정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 (92호 성역(聖域)없는 선택실습, 어디까지 가봤니? 참조)

 

◇ 국회 의정 모니터 활동 : 국회 의정 모니터는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주최하는 국정 감사 활동이다. 국회의 전반적인 일 중 특히 국회 상임위원회를 꾸준히 모니터하면서 상임위의 활동 자료를 분석·종합하여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활동 내용이다. 신청은 법률연맹 홈페이지(www.goodlaw.org) ‘봉사활동 신청’ 코너에서 받고 있다.

 

◇ 사회운동, 시민단체 활동 : 1인 시위나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사회 운동의 방법이다. 사회운동의 범위는 넓고, 시민단체 활동의 종류는 많다. 따라서 본인이 바꾸고 싶은 부분에 맞는 시민단체를 찾아 자신의 힘을 보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 확대, 반값등록금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대학생들이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주장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치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정책 결정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박형수 수습기자/아주
<peter10cjswo@naver.com>

5.4 의대협 봄 총회 스케치

표류하는 의대협과 의대생

 

지난 5월 4일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협회(이하 의대협) 정기 대의원 봄 총회가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향설의학관에서 개최되었다. 총 21개 학교의 대의원과 의대협 국장들이 참여했고, 의대협 재정, 인턴제 폐지 등 여러 현안이 논의된 이 총회에서 그동안의 의대협의 성과와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의대협, 정부 정책결정에
의대생이 참여할 수 있는 길 닦아
 
이번 봄 총회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인턴제 폐지’였다. 총회에 참여해 인턴제 폐지안에 대한 설명 시간을 가진 보건복지부 고득영 과장은 그간의 추진 경과를 보고하며, 2011년 초기의 인턴제 폐지 태스크포스는 학생 대표가 빠진 채로 성급하게 입법예고 시도를 했던 점을 인정했다. 2012년 초 인턴제 폐지 논의에 학생들을 포함하라는 언론의 지적과 의대생들의 청원이 있었으며 이후 재구성된 이차 태스크포스에는 의대협 회장이 의대생들의 대표자격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의대협은 이 태스크포스에서 시행시기 조정과 R / NR TO조정, 그리고 수련병원의 수련정보제공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후 계속된 시행계획 발표와 질의응답에서 고 과장은 최종적으로 의대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2015년의 인턴제를 폐지할 계획이며(현 본3부터 시행), 2014년에 정책시행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과 탐색 기회의 축소와 TO 문제에 대한 대의원들의 질문에 고 과장과, 같이 참석한 왕규창 서울의대 교수는 “과 탐색기회 축소의 부작용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실습에 임할 경우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TO에 대해서는 별도의 인원을 따로 편성하여 부작용을 최소화 할 계획”이라 답변했다.
총회를 진행한 조원일 의대협 회장은 질문을 3개까지만 허용했는데, 이후 대의원들이 질의응답시간이 너무 짧았음을 지적하자 “질의응답시간이 길어질 경우 보건복지부가 학생들과 충분한 토의를 거쳐 합의를 이루었다는 식으로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며 “의대협은 학생들의 최종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장을 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41개 의과대학중 21개 의과대학
참여... 겨우 의결정족수 넘겨
일각에서 대표성의 문제 제기돼
 
이번 봄 총회에는 총 21개 학교의 학생회장 혹은 회장 대리가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는 총 41개 의과대학 수의 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서, 회칙 상 규정된 의결정족수(총 대의원의 반 이상 출석)을 겨우 넘는 수치이다. 그러다 보니 조 회장이 대의원들에 “절대로 중간에 가면 안된다”라고 말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현재 의대협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 의대협에는 41개 의과대학이 모두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의대협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을 ‘대표’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번 총회에서 제기된 회비문제이다. 의대협 총회에서 의대생 한 명당 5000원의 회비를 걷기로 대의원들이 결정한 바 있으나, 4월 30일 작성된 의대협 중앙계좌 결산안에 따르면 41개 의과대학중 불과 21개 의과대학에서 회비가 걷혔으며, 그나마 납부한 학교들 중에서도 전원이 아닌 일부 학생만 납부한 학교가 여럿 있었다.
의대협과 의대생의 불통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의대협은 페이스북 계정과 각 학교의 집행부원들을 통해 일반 의대생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지만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봄 총회 이후 의대협은 인턴제 폐지 설문조사를 시행하며. 각 학교 학생회장들에게 설문 참여를 독려할 것을 부탁했으나 본지 확인 결과 설문조사에 대한 공지를 받지 못한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또 이 설문조사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의대협 페이스북 계정에서 중복투표와 비의대생의 투표 가능성, 그리고 편향된 문항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의대생들은 이에 대한 의대협의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
인턴제 폐지, 서남의대 사건 등 최근 의대생이 합심하여 목소리 내야할 상황이 심심찮게 늘어감에 따라 의대생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익을 대변할 단체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의대협이 이러한 취지로 움직이고 어느정도의 시도와 성과를 낸 것은 괄목할 만하나 대표성이나 그 활동에 대해 좀 더 세심히 되돌아보고 의대생 대표단체로서의 정체성 및 실효력 획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박형수 수습기자/아주
<peter10cjswo@naver.com>

의대생, 왜 연애에 열광하는가?

QOL, 선배님의 말씀, CC의 닭살 행각이...

 

 

‘썸남썸녀‘, ‘어장관리‘, ‘금사빠‘, ‘모쏠‘, ‘철벽녀‘, ‘초식남‘ 등. 위에 나열한 단어들은 모두 ‘연애’에 관한 신조어이다. 이러한 단어들 중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단어는 흔치 않다. 게다가 연애 관련 강좌, 웹툰, 페이스 북 페이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연애, 그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직업인 ‘픽업 아티스트’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이처럼 지금 대한민국, 그리고 의대생은 연애 열풍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의대생! 왜 우리는 이토록 연애에 열광하는가?

 

QOL(Quality Of Life)!

 

QOL이란 단순히 수명을 오래 이어 살아가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최근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의사들의 치료 방식이 단순 수명 연장에서, 수명 연장과 더불어 QOL까지 신경 쓰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그런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어. 먹고 살기 바쁜데.’라 말하던 과거와는 달리 사회가 점차 발전함에 따라 ‘그런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생긴 것이다. 즉, 그저 살아가기보다는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관심이 그대로 연애에 반영된 것이다. 과거로부터 사랑, 그리고 연애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QOL에 관심을 가지게 되자마자 바로 연애에 주목하는 현상은 이상하지 않다.
의대생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회의 일부분인 의대생들 또한 이러한 사회 현상에 동조하여 연애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나 상대적으로 QOL이 낮다고 평가되는 의대생의 삶이기에, 이에 대한 보상 기전으로 다른 쪽에서 QOL 향상을 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선배님이 그러래요!

 

의대에서 선배란 하늘과 같은 존재이다. 이는 의대, 특히나 수련 받는 의사들의 교육과정 자체가 선후배간의 도제식 교육으로 이루어지기에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이다. 물론 점차 사고가 개방적이 되어가고, 학교 또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달라 선후배 관계가 편하게 성립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의대에서 선배의 말 한마디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러한 선배들은 지금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거 의대생 신문과 메디칼타임즈에서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본과생 666명 중 182명이 예과로 돌아간다면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연애 다음으로 운동을 하겠다는 학생이 130명, 돈을 벌겠다는 학생이 96명인 것을 보면, 선배들은 지금 건강보다도 물질적 풍요보다도 연애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심사는 곧바로 후배들에게까지 이어진다. “선배님, 예과 생활 어떻게 보내야 알차게 보낼 수 있어요?”는 후배들이 오티, 혹은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가장 흔히 하는 질문이다. 마찬가지로 “예과때가 좋았지.. 나는 만약에 예과로 돌아간다면...”라는 말은 선배들이 오티, 혹은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가장 흔히 꺼내는 화제거리이다. 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666명 중 182명, 즉 대략 27%정도가 “나라면 연애를 할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말을 듣게 된 후배들이 자연스레 연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으휴, 쟤네 닭살 봐. 내가 연애를 하든가 해야지!”

 

의대에는 생각보다 많은 CC(Campus Couple)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의대생들은 대부분 같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CC가 언제나 눈에 띄기 마련이다. 나는 연애에 전혀 관심이 없었더라도 옆에서 계속 애정행각을 하는데 어찌하겠는가. 눈꼴 사납고 옆구리 시려서라도 내가 연애에 관심을 두게 된다.
게다가 술자리가 많은 의대 생활의 특성상 술자리를 가지다보면 CC 혹은 의대 내의 썸남썸녀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로 화제에 오르게 된다. 즉, CC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알콩달콩하고 달달한 연애 이야기, 혹은 수줍은 썸남썸녀 관계의 이야기를 건너건너 들으며 괜히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QOL, 선배들의 이야기, CC라는 세 가지 요소를 살펴보며 우리가 연애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물론 이 세 가지 이외에도 우리가 연애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야 어찌되었건 우리는 연애 관련 신조어에, 연애 관련 웹툰에, 페이스북 페이지에 그리고 픽업아티스트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연애 열광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윤 기자/울산
<chosy08@e-mednews.com>

의과대학 강의평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의과대학 수업은 여러 교수들의 강의로 이뤄진다. 교수마다 교육철학, 가르치는 방식, 평가방식도 상이하다. 교수들의 전달력에 따라 학생들의 이해도가 확연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공부를 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지만 교수들의 안내자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의학교육실은 의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이를 표준화하는 역할을 하며 교육에 관한 일을 총괄하고 있다.

의과대학 교실의 풍경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많이 달라졌다. 가르치는 편에서 보면 강의 전달 도구가 판서와 OHP에서 피피티로 변했다. 배우는 편에서는 손 필기에서 컴퓨터 필기나 피피티 필기가 가능해진 것이 큰 변화이다. 그리고 하나 더, ‘가르치는 것’에 대한 인식이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강의를 주로 수용하기만 하는 입장이었다면 요즘에는 강의 평가를 통해 해당 교수의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강의에 대한 피드백은 의학교육실, 학생회 등을 통하거나 학생 개인이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강의 피드백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적극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나지만 학교에서 시행하는 설문조사를 통한 강의평가에는 모든 학생이 참여하게 된다. 9개 학교 본과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평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과목마다 강의평가가 시행되고 있는 학교가 8개 학교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강의평가 빈도는 과목이 끝날 때 마다 시행하는 학교가 4개, 한 학기에 한번 시행하는 학교가 5개이다. 평가방식은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4개 학교, 오프라인 설문지로 하는 경우가 7개 학교이며 평가내용은 객관식 만족도와 주관식 평가를 함께하는 학교가 8개, 객관식 만족도만을 확인하는 학교가 1개이다.

강의평가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건의에 의해 해당 강의의 시수가 줄어든 경우, 수업을 잘 하는 교수님을 모범적인 사례로 들어 상을 수여하는 경우, 교수님에 따라 수업 형식을 바꾸기도 하고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개선하는 경우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강의평가에 만족도는 ‘불만족’이 4개 학교, ‘보통’이 3개 학교, ‘만족’이 2개 학교이다. 실제 커리큘럼이나 교수의 수업내용 개선 사례가 있고 형식적인 면에서는 학교별로 크게 다른 점은 없는데 만족도가 상이하게 나왔다. 이는 강의평가에 대한 교수들의 반영정도가 다르고 실제로 강의평가가 교수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도 강의평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학생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으로는 과목당 교수님이 워낙 많아 강의평가 시행 시점에서는 교수와 수업이 기억나지 않아 강의평가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과 단점을 지적하지 않고 ‘좋은게 좋지’ 하면서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꼽았다.

강의평가를 하려니 수업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하고 나니 와 닿는 변화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강의평가는 학생들이 수업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교수와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강의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의학교육의 큰 방향을 잘 잡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멀리 내다볼 줄 알고 작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은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는 열려 있다.

 

이유정 수습기자/서울
<yujeong@gmail.com>

 

축구는 Messi에게,
논문검색은 MeSH에게!

 

MeSH를 이용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Pubmed 검색하기

 

지존본4 진기에게 떨어진 날벼락

 

꼬꼬마 예과생 때의 기억은 잊고 술자리에서 후배들 괴롭히는 재미로 살고 있는 본과 4학년 진기. 멋지게 가운을 차려 입고 첫 병원 실습에 긴장감과 함께 출근하던 기억도 한 때, 이제는 PK 생활에 관록이 붙어 의국의 감시망을 피해 적절한 삶의 질을 유지하는 방법도 체득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교수님께서 이번 주에는 증례발표 시간에 리뷰로 아름답고 앙증맞은 논문을 한 번 스스로 찾아와 보라고 주문하시는 것이 아닌가?
네O버 지식인에 물어볼까? 아니라면 전지전능한 위O피디아를 찾아볼까? 어떻게 물어 물어 구O 스콜라 검색을 해보았지만 아뿔싸! 논문의 본문을 구할 수가 없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흘러 벌써 동이 터오고, 이제는 출근을 준비해야 할 시간인데……
 
‘짝 턴 세용이는 어떻게
다 해왔지?’

 

결국 증례발표 시간에 염치없는 리뷰로 교수님께 혼나고 말았다. 그런데 짝 턴 세용이는 논문을 하나도 아니고 무려 세 개나 찾아와 적절하게 버무려서 발표하고, 나만의 것이었던 교수님의 사랑마저 독차지 하는 것이 아닌가.
한 번만 논문을 실어도 삼대가 영광이라는 NEJM, 교수님들도 긴장하고 들으신다는 Diabetes, 그것으로도 모자라 최신 기초연구 결과를 Nature에서 찾아와서 학생이 교수님께 강의를 하다니. 이 구역의 똑똑함을 담당하는 나를 어떻게 능가한 것일까.
비법은 Pubmed 검색이었다. 세용이에게 자존심을 굽히고 빌고 또 빌어 비법을 전수받게 되었는데, 막상 보니 비법이라 할 것도 없다. 그냥 접속해서 검색하면 결과가 나오는 것이, 무척이나 신통하다. 아, 내가 진작 이것을 알았더라면 교수님의 사랑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


‘후배 기영이도 알고 있었다니!’

 

그날 저녁 동아리 술자리에서 아끼는 후배 기영이에게 선배로서 오늘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제 기영이는 나의 선례를 반추하면서 Pubmed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멋진 후배가 되겠지? 그러나 오산이었다. 기영이가 내 말을 듣자마자 반문한다.
“형, MeSH로도 검색 해보셨어요?”
MeSH는 또 뭐야? 세용이가이건안알려줬었는데? 그 자식 나에게 진짜 비법은 빼고 전수해준 건가?
 
Pubmed에서 MeSH 검색하기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http://pubmed.com에 접속하면 다양한 논문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한 논문의 본문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주제에 관해 어떤 논문들이 있는가 검색하고자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료의 양은 너무 방대하고, 거기에서 내 취향과 목적에 맞는 논문을 찾아내는 것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랄까. 너무나도 어렵다.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MeSH 검색이다.
MeSH란 의학 주제명의 표목으로, 저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 자연어 용어를 하나의 용어로 통일시켜 검색의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더불어 subheading을 제공하기 때문에 특정 주제에 대한 진단, 치료, 혹은 검사 등으로 결과를 더 제한하여 검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에 대해 검색하고 싶을 때, 어떤 저자는 당뇨병을 DM이라고 표현하고, 다른 저자들은 diabetes 혹은 diabetes mellitus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기존 검색법을 사용하여 검색한다면 이론적으로 각각의 용어에 대해 일일이 검색해야 하나, MeSH를 사용한다면 하나의 통일된 표제어로 검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Figure 1. MeSH term을 검색하기 위해서는 검색 초기화면에 보이는 ①의MeSH database로 접속하여야 한다. 혹은 ②에서 MeSH를 선택한 채로 검색하여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Pubmed 검색화면에서 MeSH 검색을 설정한 뒤에, 우리가 찾고자 하는 키워드를 넣으면 된다. 이후, 검색 결과 화면에서 내가 원했었던 MeSH term을 선택하면 끝. 근데 이 뿐만이 아니다. MeSH term을 클릭해보면 다음과 같은 subheading들이 존재한다.
 

Figure 2. Type 2 DM에 대한 MeSH term 화면
Figure 2.에서, ③의 Subheadings 메뉴를 보면 원하는 주제에 적합한 subheading을 선택하여 당뇨 중에서도 치료법이나 진단법, 병인론 등에 한정하여 검색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이 항목들은 복수로 선택이 가능하며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당뇨 전반에 관한 검색을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환자가 앓고 있는 제 2형 당뇨병에 관하여 새로운 약물 치료법에 관한 논문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면 Figure 2의 ③에서 Drug therapy만을 선택하여 검색한다면 그냥 검색하였을 때보다 본인의 의도에 더 적합한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 중에서 필요한 논문을 가리는 데에 드는 시간 역시 확연히 줄어든다. 이후 ①의 Add to search builder를 선택하면 MeSH tag가 달린 상태로 검색어 빌더에 추가된다. ②의 Search PubMed를 클릭하면 빌더에 쓰여진 대로 검색을 수행하며, 위에 보이는 빌더는 검색 연산자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직접 입력하거나 수정할 수도 있다.
더불어, 이렇게 검색된 논문의 전문을 얻기 위해선 보통 학술지 사이트에서 결제를 하거나, 허가된 아이디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의과대학 도서관에서는 외부 접속 프로그램이나 학교 대표 아이디 등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으니, 이와 관련된 사항은 모교의 의과대학 도서관에 문의하면 쉽게 해결된다.

 

권의종 기자/가톨릭
<isnell@e-mednews.com>

스터디... 하시나요?

함께 모여 공부하는 그룹스터디

 

본과 4학년인 의대생 안모군은 최근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국시준비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국시는 한참 남았고 학교에서 보는 시험은 많지 않아, 혼자 공부하기에는 집중도 잘 안되고 효율이 떨어진 탓이다. 주변 옵세시브한 친구들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그룹스터디를 해왔다고 해서 ‘나도 시작해볼까?’했지만, 그룹스터디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괜히 친구들하고 모여서 잡담만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각종 스터디 모임이 활발한 타 단과대학과 달리, 의과대학은 그 학습량이 방대하고, 암기가 주된 공부법을 이루는 특성상 학생들이 모여 토론하며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의과대학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교육과정에 PBL(Problem Based Learning)등의 그룹학습법을 도입한 학교가 많고, 학생들 자체적으로도 그룹스터디를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년별 그룹스터디의 특성

 

주로 본과 1, 2학년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처음 배우는 과정인 만큼, 학교시험대비 위주의 그룹스터디가 활성화 되어있다. 학교별로 친한 동기들끼리 시험 전에 야마 답을 맞춰보고, 각자 궁금했던 내용을 토론하고, 학년 내에 여기저기 떠도는 자료들을 공유하는 형태의 스터디가 대부분이다.
본과 3, 4학년은 국가고시대비 그룹스터디가 활성화 되어있다. 본과 3학년 학생들은 PK일정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여서 실습 뛰었던 내용들을 KMLE교재나 본1,2때 공부했던 교재를 통해 공부하는 형태의 그룹스터디가 많고, 본과 4학년 학생들은 1학기에는 KMLE교재를 통한 국시준비, 2학기에는 OSCE/CPX를 대비한 그룹스터디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멤버의 구성

 

스터디 멤버는 평소 친한 학생들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분과 관계없더라도, 학년이 높을수록 실습 등의 개인일정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여서 공부하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그룹스터디를 꾸준히 해온 전남대 본과 4학년 배성아 학생은 스터디 인원은 ‘3~4명이 딱 좋다’고 말한다. 스터디의 생명은 꾸준함인데, 이보다 인원수가 많으면 일정관리가 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만약 구성원이 6~7명이 넘은 그룹이라면 시간상 정보공유를 하기 보다는, 서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예를들어 문제집 진도 체크) 형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스터디 멤버 vs
나쁜 스터디 멤버

 

그룹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이 꼽는 좋은 스터디 멤버의 조건은 ▲성실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가 많은 학생 ▲학습능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학생 ▲인간성 좋고,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 등이었다. 반대로 함께 공부하기 힘든 멤버의 특성으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불성실한 학생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이기적인 학생을 꼽았다. 모든 사회생활이 그렇듯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좋은 그룹스터디가 될 수 있다고 많은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그룹스터디 공부법

 

대다수의 그룹스터디들은 비슷한 공부법을 채택하고 있었다. ▲모임 때마다 KMLE 교재 중 일정 범위를 정한 후, 각자 공부하고 풀어오는 방식 ▲멤버별로 각각 일정 범위를 할당하고, 그 범위의 내용에 대해 각각 체계적으로 공부해 와서 멤버들에게 설명해주는 방식 ▲이전의 모의고사나 KMLE 기출문제 오답정리 하면서 공부하는 방식 등 이었다. 다만 스터디 그룹별로 진도는 차이가 있었는데, 각기 멤버들 일정에 맞춰서 그때그때 페이지수를 정해서 공부하는 그룹도 있고, ‘언제까지 KMLE교재 1독’ 등의 특정 목표에 맞게 스터디 일정을 짠 그룹도 있다. 모임 장소도 천차만별이었다. 서울 강남역이나 홍대, 신촌 등의 스터디카페를 미리 대여하여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곳도 있고, 학교 도서관의 동아리방이나 그룹스터디 방을 이용하기도 했다. 가장 특이했던 어떤 그룹은 룸소주방을 예약해서 스터디 후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내부규칙

 

체계적으로 잘 진행되는 그룹스터디들은 엄격한 내부 규칙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대다수 그룹들은 주로 벌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모임에 지각 또는 결석하면 얼마, 미리 정했던 진도를 맞추지 못하면 얼마 하는 식의 벌금제도를 운영 중인 곳이 많았다. 벌금액수도 범칙자가 꽤나 부담을 느낄만한 수준으로 정한 곳이 많았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실제로 어떤 그룹은, 미리 예치금을 걸어놓고 그 예치금에서 벌금을 차감하는 형식으로 규율을 만들어서 벌금이 미납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한 곳도 있었다.

 

그룹스터디의 성공원칙 5가지는 ▲시간과 장소를 고정시키는 것이 좋다. ▲ 벌금을 걷어라. ▲성취 가능한 목표를 정하라. ▲커리큘럼이 명확해야 한다. ▲너무 친해지지 마라. 이다. 수학자 유클리드는 “공부에 왕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공부가 제아무리 멀고 험한 길이라도 함께 가는 동반자가 있다면, 그 발걸음만큼은 따뜻한 봄 햇살 아래서 산책하는 것만큼 가볍지 않을까?

 

박정원 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