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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의료제도

108호/의료사회 2015. 12. 7. 23:46 Posted by mednews

세계 각국의 의료제도

 

 

 대한민국은 의료제도로 1963년 12월 법률 제 1623호로 공포된 의료보험법을 토대로 공적 보험의 성격을 띠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1977년 제정되어 2000년 7월 마침내 전 국민 의무가입성의 의료보험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또한 의학 교육과정으로는 6년제 의과대학이나 4+4년제의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면 다른 나라들에는 어떠한 의료제도가 있을까? 특징적인 나라들의 의료제도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보험제도와 함께 비교해보면 다양한 맛으로 어우러진 세계의 의료 제도 비빔밥을 맛있게 즐겨 볼 수 있을 것이다.

 

1) 미국의 의료제도
미국은 의료보장제도로 인두제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인두제란 의료기관에 정부나 사보험회사들이 각각의 가입자 수 만큼 일정한 금액만큼 측정하여 의료비를 미리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병원이나 의원에 환자가 많이 올수록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로 되어 있어 진료의 횟수를 줄이고 예방의학이 많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때 의료기관에 의료비(수익)을 주는 집단이 바로 보험회사들이다. 보험 중에는 Medicare나 Medicaid와 같은 공적의료보험이 있는가 하면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나 PPO(Preferred-Provider Organization)와 같은 사적의료보험들이 있다. 하지만 전국민 의무가입인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과는 달리 미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Medicare는 65세 이상의 노년층에게만, Medicaid는 저소득층에 국한해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국가가 지정하는 병원에서만 보험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혜택 또한 미미하다. 사기업 의료보험은 공적의료보험보다는 보장범위가 넓지만, 비싼 가입비와 보험 적용의 까다로움 때문에 의료 혜택을 받기가 공적보험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2007년에 개봉한 식코(Sicko)인데 바로 HMO에서 파생되는 문제점과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미국의 의학 교육과정은 일반 대학 4년제를 졸업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여 4년을 수학하는 4+4 체제가 일반적이다.

 

2) 영국의 의료제도
영국은 국가에서 의료 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시민이거나 6개월 이상 영국에 체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가가 운영하는 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일 기관이 비용을 충당하는 기관제 보험 중에서는 가장 크고 오래된 제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모든 서비스는 80%이상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치과, 안과와 입원 치료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혜택을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 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인이 병원을 지정하여 등록을 해야 하고, 그 병원을 통해서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진료가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응급 상황에서도 치료를 받으려면 장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돈을 더 부담하더라도 즉시 치료가 가능한 사적 의료보험기관에 가입하여 사립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한다. 영국의 의학 교육과정은 의과대학에서 이루어지며, 보통 5년 또는 6년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예과가 따로 없다는 것이 특징이며, 1학년 때부터 의학을 배우기 시작한다.

3) 쿠바의 의료제도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의료 또한 이념을 표방하여 전 국민 무상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치료 위주의 의학보다는 예방 위주의 의학을 중시하고 있다. 실제로 쿠바는 이런 분야에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여 1962년 최초로 소아마비를 완전 퇴치하고  또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의 치료율 또한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명예를 얻었다. 쿠바에는 가족주치의 제도라는 특별한 의료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의사 한 명이 일정 커뮤니티(마을과 비슷한 단위)를 총괄하여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1차 의료서비스랑 비슷한 개념이며, 전국에 약 440개의 종합 진료소를 설치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국민들의 건강상태도 지속적으로 확인하여 자신이 맡고 있는 커뮤니티 내 구성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한다. 최근에는 의료품의 수입이 크게 줄어 양의학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한의학과 비슷한 대체 의학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전 국민이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기에 금전적인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반면에 의사가 전문인이 아닌 공무원으로 편성되어 저임금을 받기 때문에 의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여 의료의 질이 하락한다는 단점도 있다. 쿠바의 의학 교육과정은 의과대학 6년제이며, 교육과 관련된 비용(등록금, 식비, 기숙사비)가 전액 국가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또한 일정 금액의 생활비도 국가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25세 이하라는 나이 제한과 가난한 농촌 출신만 의과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제약 조건이 있다.

 

이영민 기자/한림
<leeyeongmin3@gmail.com>

 

 

 

Human care를 실현하는 외국의 이색 병원들

 

 

 대형병원에 방문해 본 적이 있는가? 간단한 진료 하나를 받으려 해도 이곳에 갔다, 저곳에 갔다 정신없이 안내를 따르고 나면 진이 빠지기 마련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대형병원을 사람을 고치는 공장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위안을 해 보지만 서운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단순히 병만 고치는 것이 아닌, 내가 진정한 care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외국의 대형 병원들도 있다. 일본의 가메다 병원과 캐나다의 숄다이스 병원이 바로 그 예이다.

 

가메다 병원
(Kameda Medical Center)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병원으로 꼽히는 가메다 병원은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의 치바현 가모가와시에 있다. 그러나 이 인구 35,000명의 도시에 있는 가메다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하루 최대 3만명의 외래환자가 온다. 일본의 국공립병원 70%, 사립병원 40%가 적자인 이 상황에서 왜 가메다 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일까? 답은 고객만족에 있다.
 가메다 병원의 모든 입원실은 21평방미터이며 보호자가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환자 동의 하에 24시간 면회를 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병원을 찾은 고객들, 환자들의 눈을 윈도쇼핑으로 즐겁게 해주기 위해 1층에는 잡화점들이 즐비해있다. 아기 환자의 경우 일 때문에 같이 있을 수 없는 보호자들을 위해 24시간 내내 CCTV를 이용해 엄마가 집에서도 아기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가메다 병원의 배려는 이렇게 의료부문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아프더라도 지인에게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환자의 마음을 고려하여 내방객이 있는 환자를 위해 뷰티 살롱도 운영하고 있다. 치료로 머리가 빠진 환자에게는 가발도 제공한다고 한다. 또한 간병을 하다 보면, 의료를 하다보면, 환자든 가족이든 의료진이든 기력이 떨어지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고객들의 마음을 헤아려 음주가 가능한 환자, 보호자 등을 위하여 병원 내에서 심야 술집도 운영한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고객을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가 가메다 병원을 특별하게 만든다.
 가메다 병원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13층이다. 어느 말기암 환자가 13층을 둘러보더니 오늘 당장 입원하겠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가장 전망 좋은 이 13층이 이 병원의 영안실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병원에서 영안실을 지하에 두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특별한 일이다. 그러나 가메다 병원은 말한다. 이 13층은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지하실에 있는 영안실과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영안실. 어디를 택하고 싶은가?
 가메다 병원의 모토는 ‘Always say YES' 라고 한다. 이 모토가 출발점이 되어 오늘날의 가메다 병원을 이룬것이다.  효율성에 급급한 오늘날의 대형병원 속에서 이런 환자 배려는 의료기관의 모범 사례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숄다이스 병원
(Shouldice Hospital)

 숄다이스 병원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숀힐에 있는 탈장 전문 병원이다. 탈장 부문에서 전문성을 확보하여 세계 제일의 탈장전문병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것만이 숄다이스 병원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타 캐나다 병원의 외과환자 평균 재원일수가 5-8일, 입원비용은 3500달러인데 비해 숄다이스병원은 재원일수가 3-5일 정도이고 입원비용도 1200달러 정도에 그친다. 병상수가 89병상 정도이지만, 12명의 전문의들이 연간 7천 5백건의 수술을 하고 있는 이 병원은 캐나다에서 가장 효율적인 병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환자가 직원의 일까지도 한다. 수술 전 체모는 직접 깎아야 하고, 수술 후에는 수술실에서 직접 걸어 나와야 하며, 식사도 병실이 아닌, 공동식당에 가서 해야 한다. 심지어 새로 온 환자에게 병실생활과 치료에 대한 안내도 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환자가 해야 할 일이 많은 병원인데 정말 환자들이 좋아할까 싶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년 퇴원한 환자들끼리 모여서 숄다이스 동창회가 개최될 만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 이유는, 오히려 병원이 환자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수술과 통증에 대한 불안, 그리고 지루한 병원 생활이다. 병원은 환자의 입장에서 잘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 때 고참환자가 신참환자의 멘토가 되어준다. “수술을 하고 하루가 지나면 통증이 사라질꺼야. 하루만 참으면 돼” 이런 진심과 경험이 담긴 말 한마디는 의사와 간호사의 설명보다도 큰 위안이 된다. 또 탈장수술 후 자주 걷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니 공동식당까지 스스로 이동하도록 하게 하고 환자들이 서로 공동체를 형성하게 하여 병원생활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해준다.
 숄다이스 병원은 환자 중에서 비슷한 경력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을 뽑아 함께 지내게 하고 식사시간이나 저녁 미팅 시간에 환자 서로가 알고 지내도록 배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유대감이 형셩될 수 있다. 이런 병원의 특이한 제도 때문에 숄다이스 병원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은 받지 않는다.
 이런 특별한 병원 경영 덕분에 환자들의 병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의사나 간호사는 탈장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고 환자들은 자신의 집에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또 숄다이스 병원은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치료에 만족한 환자들이 새로운 환자를 불러오게 되어 전세계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유명한 병원이 되었다. 가메다 병원과는 또 다르게 환자의 입장을 고려한 병원인 것이다.

 

함지현 기자/순천향
<hamji224@naver.com>

 

 

 

예뻐지려 사용한 ‘셀프성형기구’, 도리어 얼굴 망쳐

 

정부기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 피해자만 울상

 

 

 9월 10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의 보좌관이 셀프성형기구를 직접 착용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셀프성형기구는 저렴한 가격으로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홍보 전략으로 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이용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셀프성형기구, 뼈와 연골
손상까지 일으킬 수 있어

 

 와이어로 눈두덩을 눌러 쌍꺼풀을 만드는 안경, 코를 높이는 코 뽕, 아름다운 입꼬리를 만드는 미소 운동기, 헤드폰 형태로 광대를 눌러 V라인을 만드는 얼굴 골격 축소기 등 다양한  셀프성형기구가 시중에 유통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셀프성형기구와 관련하여 각막 손상, 코피, 턱관절 장애, 피부염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뼈나 연골 등이 완전히 자라지 않은 성장기 청소년이 장시간 사용할 경우 정상 성장이 방해되거나 오히려 비대칭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합법적 상품표시 제품,
단 1 개 밖에 안돼

 

 한국소비자원이 온·오프라인에서 유통 중인 셀프성형기구 35개 제품의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제조연월·제조자명·주소 및 전화번호·제조국명·사용상의 주의사항이 모두 표시된 제품은 1개에 불과해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자를 통한 피해구제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효능·효과를 과장’한 제품이 15개,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광고한 제품이 6개, ‘추가적인 실증이 필요한 특허·인증 내용’을 광고한 제품이 2개, ‘안정성이 입증된 것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제품이 1개로 확인되었다.

코뽕 사용으로 인한 출혈얼굴축소기구 사용으로 인한 치아 함몰

 

부작용 있어도 보상받기
힘들어, 정부부처 나몰라라

 

 셀프 성형기구는 대부분 피부에 직접 부착하거나 신체 내부에 삽입하는 제품임에도 소관 부처가 불명확해 별도 안전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제대로 된 시장 감시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해 보건복지부는 ‘개인들이 스스로 하는 미용행위이기 때문에 미용업의 관할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셀프성형기구가 의료기기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안전, 품질표시대사공산품으로 관리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없음’이라 말해 각 정부부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실정이다.

 셀프성형기구에 의한 소비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부처 선정, 안전기준 설립 및 시장 감시 강화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김나영 기자/한양
<qnskdud12@naver.com>

 

 

의학박물관이 있다고?

108호/의료사회 2015. 12. 7. 23:34 Posted by mednews

의학박물관이 있다고?

-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 가다

 

 

 서울대병원은 알아도,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 맞은편에는 시계탑 건물이 서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병원 건물인 대한의원 본관이다.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은 그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대한의원은 1907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칙명으로 설립된 종합병원이다. 대한의원은 개화기 의료 근대화를 위한 국가적 노력의 결실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맥을 잇고 있다. 1992년 서울대병원이 소장하고 있던 의학 관련 유물과 자료 및 기증품을 보존, 전시할 목적으로 의학박물관이 설치되었다. 의학박물관은 근대 의료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상설 전시와 연 2회 특별전을 진행하며, 방학 기간에는 다양한 주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물관에서는 현재 상설 전시와, 제중원 설립 13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사진전 『꿈, 일상, 추억-서울대학교병원 130년을 담다』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 의학의 역사를 고스란히
네 곳의 상설 전시관

 

 상설 전시는 근대 서양의학의 도입, 일제강점기와 의학, 한국전쟁 이후의 의료, 서울대학교병원의 출범과 발전 이렇게 네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고종과 조선 정부는 1876년 문호개방 이후 국가적 차원의 개화 프로젝트를 세우고 실천에 나서면서, 의료 근대화도 추진했다. 1884년 《한성순보》를 통해 양의 양성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갑신정변 당시 미국북장로회 의료선교사였던 알렌이 정계의 거물 민영익을 구함으로써 서양식 국립병원 설립이 가속화되었다.
 갑신정변을 주도했다가 실패한 홍영식의 집에서, 1885년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이 개원했다. 제중원은 고종과 조선 정부에게는 서양 의학을 도입하고 공공의료를 계승하는 통로였고, 미국북장로회에게는 기독교 선교의 발판이었으며, 다른 외국 열강들에게는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제1전시실에는 제중원 이후 대한제국의 새 국립병원이었던 광제원, 최초의 근대적 국립 의학 교육기관이었던 의학교와 그 초대 교장이자 우두법을 우리나라에 도입한 지석영에 대한 소개도 마련되어있다.
 1906년 광제원, 의학교와 부속병원, 대한적십자병원은 서양 근대의학에 입각한 최신식 대규모 병원인 대한의원으로 통합된다. 1916년에는 ‘조선총독부 전문학교 관제’에 따라 경성의학전문학교가 설립되었다. 3·1 운동 이후 조선총독부는 ‘문화통치’를 표방하여 1922년 조선교육령을 개정하였고, 1924년 경성제국대학을 창설하였다. 경성제대 의학부에서 조선인은 정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입학이 제한되었고, 일본인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더라도 승진의 제약이 있어서 조선인 교수는 없었다.
 경성제대 의학부는 16년간 314명의 조선인 의사를 배출하였다. 독일의학을 수입한 일본의학의 영향으로, 독일식 의학용어는 해방 후 영어로 대체되었더라도 아직까지 우리나라 의학용어에 일본어가 많이 남아있다. 또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간의 높은 장벽도 일본의학의 잔재로 평가되고 있으며, 의사의 권위적인 이미지도 일제강점기 ‘칼 찬 의관’의 영향이다. 제2전시실에서 볼 만한 것으로 1928년 로제타 홀이 설립한 경성여자의학강습소 1회 입학생 15명 중 한 명인 박순정 선생의 의사시험 합격증을 빼놓을 수 없다.
 제3전시실에서는 전쟁을 거치면서 참전국의 의학을 두루 접하고 선진의학에 눈뜨면서 급속히 발전한 한국의학이 소개되어있고, 제4전시실에서는 1954년 서울대학교와 미네소타 대학 사이에 체결된 프로젝트를 통해 전쟁피해를 극복하고 선진의학을 받아들인 이후부터 한국의학이 오늘날까지 발전한 과정이 소개되어있다. 전시실 마지막에는 하버드의대 최초의 한국인 교수가 된 인물로, 1980년대 중반에 백내장과 녹내장 동시 수술법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김철 박사께서 평생 모은 안경 일체의 기증품이 전시되어있다.

 

 

역사사진전 『꿈, 일상, 추억-
서울대학교병원 130년을 담다』

 

 병원의 변화상을 담은 ‘병원 공간의 변화’, 진료 장면을 주제로 한 ‘의사와 환자’, 병원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병원의 일상’이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제중원부터 서울대병원까지의 병원의 다양한 모습과 구성원들의 활동이 담긴 생생한 사진들을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 의학의 역사와 서울대병원의 변화상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이다.
 현재 서울대병원이 있는 곳은 원래 창경궁의 후원이었던 함춘원과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신 경모궁이 있었다가 1907년 대한의원이 세워진 이후 백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국가의 병원이 자리하고 있는 터전이다. 서울은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옛 모습을 잃어가지만 그 곳은 병원이라는 한 역할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진료 장면을 담고 있는 흑백사진들 속에서 지금과는 다른 진료도구, 의료진의 복장, 수술장과 병실, 대기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서울대병원의 일상 사진들을 통해 보다 나은 진료와 보살핌을 위한 병원의 따뜻한 노력에 공감할 수 있다. 김진호 명예교수가 20여년의 재직기간 동안 서울대병원 소식지인 병원보에 병원의 새 소식과 일상, 의학상식 등을 재치 있게 만화로 풀어낸 ‘함춘만평’ 모음도 좋은 구경거리이다.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 휴관일은 일요일, 공휴일, 노동자의 날(5.1), 개원기념일(10.15), 노조설립일(11.30)이다.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

 

 

 

전공의 특별법, 우여곡절 끝 국회 본회의 통과

 

법안은 통과되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

 

 12월 3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이하 전공의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로써 3월 12일 처음 세상에 공개된 전공의 특별법이 앞으로 의료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법안의 통과로 전공의 근무시간은 기존 100시간에서 80+8(교육 목적)시간으로 줄어든다. 이뿐만 아니라 야근 등의 이유로 연속 근무하는 시간도 36시간을 넘지 못하게 된다. 응급실에서도 최대 12시간 근무 후에 12시간은 반드시 쉬어야 한다. 당직 일수는 주당 최대 3일, 휴일은 주당 최소 하루를 보장받게 되며, 특히 휴가는 연 14일로 늘어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전공의 특별법 제정에 대해 ‘수련과정이 법의 보호 아래 인간답고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이뤄질 기틀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송명제 대전협 회장은 "시작이 반이다. 없는 것으로 치부되던 전공의들의 인권을 찾고 체계화된 수련과정을 통해 젊은의사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된 출발점에 서 있다"며 "법안의 부족은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전협과 함께 전공의 특별법 국회 통과에 앞장 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역시 이번 법안 통과에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의협은 그동안 전공의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 공청회 개최,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상시 협조체계 마련,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 및 국회 전달, 사회적 여론 조성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 의협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공의의 정상적인 수련은 물론 전공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의료의 안전을 담보함으로써 의료계 역사상 길이 기록될 사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전공의 특별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한병원협회는 4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법안이 ‘모든 수련병원에 대한 배려와 의료계 현실을 외면한’ 법이라고 밝히며 유감을 표명했다. ‘수련시간을 근로로 인정해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이번 법안이 ‘환자진료 공백, 양질의 전문의 교육 저해, 수련 병원 포기 등 국민건강 관리체계에 심각한 피해가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병원 관계자들은 인력 공백으로 인한 병원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은 공포 후 1년으로 정해졌다. 다만 수련 시간 등에 관한 사항의 경우 병원계의 우려를 반영하여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국경없는의사회 구호진료소 폭격

 

 

 지난 10월 3일 미군에 의해 아프가니스탄의 쿤두즈시에 세워진 국경없는의사회의 구호진료소에 공습이 가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인해 총 30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의료진은 13명인 것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시체 7구가 아직 있다는 점과 실종된 의료진이 1명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총 사망한 의료진은 8명일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진 2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보다 많은 수의 환자와 보호자가 죽거나 다쳤다고 전했다.
 9월 28일부터 쿤두즈시에서 일어난 전투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는 구호진료소 응급실에서 376명 가량을 치료했으며 공습 당시에는 구호진료소에 105명의 환자와 140명 가량의 의료진이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당시 구호소에 아무도 무장한 사람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습 시작 당시 카불과 워싱턴 디씨의 미군 관료에 구호진료소의 GPS 위치를 송신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습은 그 이후로 30분 가량이나 더 이어졌고 국경없는의사회는 그 과정에서 환자들을 최대한 이송하도록 노력하였다고 주장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쿤두즈시에 세운 구호진료소는 동북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구호진료소였으며 이곳에서 2011년부터 15,000회 이상의 수술을 시행됐고 68,000명 이상의 응급환자가 진료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0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활동을 시작하였고 환자의 인종이나 종교, 정치적 이해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해왔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자 온전히 개인 기부에만 의존하여 왔고 어느 정부로부터 활동금을 받지 않았다.
 미군은 11월 25일 이 사태에 대해서 비참한 실수였다는 평과 함께 교전 당시 구호진료소를 탈레반 주둔지로 착각했고 정보 송수신 시스템의 오류가 이러한 사고를 빚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성명을 발표한 캠벨 사령관은 성명문 발표 후 기자회견 자리를 떴고 더 이상의 추가 발언은 들을 수 없었다. 단지 미국 사령부 대변인인 윌슨 쇼프너 장군은 교전 당시의 특수 작전 부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전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1949년 제네바 재협약에 근거해 재정된 국제인도법에 따라 전쟁 희생자에 대한 보호 정신을 무참히 짓밟은 미군의 잘못은 국제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의사결정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탈레반 소탕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미군의 주장이 과연 사실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미군이 과거 이란 공군이 미군함을 공격, 침몰시켰던 것에 대해 보복성으로 이란 민간항공기를 격추시켰던 전력이 있고 아직 수많은 인도주의 구호진료소가 전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이번 사태는 미군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이번 사태는 미군을 비롯한 많은 전쟁 세력으로 하여금 수많은 의료진의 인도주의적 노력과 그들을 둘러싸는 전쟁의 참혹함이 동일선상에 놓여서는 안된다는 경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형 기자/한양
<sihyeongjeon@gmail.com>

 

 

 

[딴짓하는 의사들]

- 의학전문기자 김두환

 

 

 임상 외에 다양한 진로에 관심 있는 의대생이라면 김두환 기자의 “딴짓하는 의사들”을 접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평소에 애독자이기에 다음 편에는 어떤 특이한 분야에 계시는 의사 선배님이 소개될지 기대하는 편이다. 그러던 중 메디게이트 뉴스에 계신 김두환 기자님을 “딴짓하는 의사들” 형식으로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인터뷰 제안에 흔쾌히 받아들여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의대생신문입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Q. 요즘 기자님의 “딴짓하는 의사들”이라는 기사가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데요. 저도 조사하기 전까지는 기자님이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임상과 기자를 동시에 하고 계신건가요?
 전공의를 마치고 공중보건의 할 때가 임상을 마지막으로 했던 때 인거 같아요. (공보의가) 끝나고 비임상을 준비하면서 생계를 위해서 중간 중간에 파트타임 잡을 했던 적은 있지만, 임상은 지금 떠난 상태에요. 다시 돌아갈 생각도 없습니다. 전 이제 이쪽에서만 근무를 하고 싶어요.

Q. 특별히 비임상 분야에 진출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전문의까지 마치셨는데 진료를 포기하기 쉽진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비임상을 결정했던 이유는 제가 일단 의대생 때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고 원하는 과를 선택할 점수가 안 되었다는 걸 알아서 그랬어요. 임상을 하면서 단순히 생계를 위해 보통 의사가 되는 것보다 비임상에 진출을 하면 흔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는 임상이라는 일 자체보다는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어요. 그래서 저는 좀 일찍 학생 때부터 (비임상을) 결정했어요.

Q. 언제부터 기사를 쓰시기 시작하신건가요? 본인이 원래부터 글재주가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제가 글을 많이 안 써봤기 때문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 못 쓰는 사람인지 그동안 사실 몰랐었어요. 제가 메디게이트라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싶어서 일을 시켜달라고 요구를 했었는데, 메디게이트가 마침 그 때 뉴스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저를 고용하면서 기자로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메디게이트 일도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글을 쓰게 됐어요. 제가 글을 처음에 몇 달을 써본 결과 저는 글재주가 굉장히 없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깨달았어요. 하지만 제가 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생각을 해봤더니, 저희 같은 의료전문지는 주로 의료인이 많이 보기 때문에 제가 그들이 관심 가질만한 주제나 기사를 쓰더라도 그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걸 캐치해서 쓸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것은 제가 능력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일을 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장점을 살려서 제가 글을 쓰고 있고요. 글 솜씨는 제 주위 평가도 그렇고 스스로의 평가도 그렇고 잘 쓰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Q. 기자님의 대략적인 일과 좀 알려주세요.
 저는 일단 집이 회사랑 굉장히 멀어요. 보통 6시 반에 일어나서 집에서 7시 반에 나오고, 회사에 9시까지 도착해요. 보통 제가 일주일에 기사를 항상 쓰는 건 아니고 반절 정도 쓰거든요. 한 3일 정도 게재를 해요. 그리고 요즘 기사들은 독자들이 스스로 (사이트에) 오는 것보다는 퍼진 글을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sns를 통해서 제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까지 퍼 나릅니다. 이메일 체크를 아침에 좀 하고요, 저희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뭔가 한 가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메디게이트 뉴스와 관련된 취재거리가 있으면 그 날 어떤 장소에 취재하러 갔다가 기사를 쓰고요. 그렇지 않은 날은 의사들이 좋아할 메디게이트와 관련된 컨텐츠를 만들거나 저희 client(고객)인 제약사를 만나서 메디게이트라는 사이트를 소개를 해주거나, 어떤 방법으로 그런 회사들이 우리 의사들에게 마케팅할 수 있는지 회의를 좀 하고 있습니다.

Q. 메디게이트뉴스에서 굳이 전문의까지 딴 의사를 기자로 쓰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많은 월급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서로 조건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는 vertical 포털이라고 불리는 사이트거든요. 보통 네이버나 다음이 포털사이트라 불리는데, 그런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포탈 중에서 카테고리를 하나로 줄이고, 전문성을 높인 사이트를 vertical 포털사이트라고 해요. 메디게이트는 의사들을 상대로 하는 vertical 포털사이트이고요. 그래서 당연히 의사들의 favor(관심사)를 알고 싶었기에 의사를 채용하고 싶었지만, 다양한 여러 조건 때문에 그 동안 채용이 잘 안됐어요. 마침 제가 취직을 준비하다가 잘 안돼서 우연히 메디게이트에 있는 초빙 구직 사이트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서 검색을 하다가 과연 이 메디게이트라는 사이트는 뭘까 호기심이 생겨서 제가 메디게이트에 먼저 연락을 했고, 어떤 포지션 타이틀이나 페이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테니 채용해보지 않겠냐 이런 제안을 했어요. 그때 마침 메디게이트에서는 의사를 채용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지만, 뉴스를 또 창간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에 서로 조건이 맞아서 제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여기에 기자님 말고도 전문의까지 따신 분들이나, 의대 졸업하신 분들이 더 있나요?
 저희 메디게이트와 메디게이트 뉴스는 생긴 이래로 단 한 번도 의사를 채용해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최초의 의사에요. 저 말고 간호사는 한 분 계세요. 전에 약사 출신은 몇 번 계셨던 것 같아요. 현재로서도 그렇고 제가 최초의 의사입니다.

 

Q. 메디게이트 뉴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시나요?
 원래 메디게이트라는 포털 사이트가 있었는데, 포털 안에서 뉴스 컨텐츠를 의사들한테 보여주긴 했어요. 그런데 그런 뉴스가 저희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뉴스가 아니었고, 다른 전문지로부터 서비스를 받아서 제공을 해줬어요. 몇 년 전에 한 매체에서는 저희 메디게이트라는 사이트가 의사들한테는 워낙 유명하니 이름을 빌려다가 (뉴스를) 창간했던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그 때 메디게이트 뉴스가 사실 있었어요. 저희 회사 소유가 아니었고, 다른 회사 소유였죠. 하지만 그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서 저희 회사에서 다시 이름을 회수했고, 메디게이트 뉴스라는 회사는 이름을 저희가 회수했기 때문에 이름을 메디컬 타임즈로 바꿨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메디게이트 뉴스를 창간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의사들한테 더 맞는 뉴스 컨텐츠를 제공하는 게 낫지 않겠나 이런 생각들이 좀 있었거든요. 기존에는 의사들이 조금 컴플레인 같은 게 있었어요. 왜 이런 의사들을 욕하는 기사를 쓰고, 의사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 아니면 의료의 현황을 잘 모르는 기사를 이렇게 기재를 하느냐 컴플레인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메디게이트가) 자체적으로 창간을 결정하게 됐고, 그때 제가 조인을 해서 작년 10월부터 근무를 했어요. 작년 10월부터 4개월간 뉴스 홈페이지를 제작을 하고 올해 2월에 오픈을 했던거죠.

Q. 올해부터 “딴짓하는 의사들”을 연재하기 시작하셨는데요. 비임상을 희망하는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더라고요. 예과 1학년인 저도 알 정도니까요. 혹시 “딴짓하는 의사들”을 쓰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 역시 비임상을 준비를 했었어요. 보통 제약의사를 준비하는 의사들은 일찍부터 준비하는 경우는 없어요. 대게 전문의를 따고 나서 진료를 하다가, 그거(진료)에 대한 차선책으로 고려를 하던가 호기심에 단기간에 알아보고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저는 일찍부터 하고 싶었음에 불구하고 직업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이 없었어요. 비임상에 종사하는 의사들도 많이 없었고, 인터넷 검색을 해도 자료가 많이 없었어요. 저 스스로가 비임상을 준비를 했었고, 그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저 같은 의사들이 좀 있지 않을까? 진로를 고려하지만, 자료에 대한 욕구불만이 있는 의사들이 있지 않을까? 최근에 임상이 조금 안 좋아지다 보니 비임상을 고려하는 의사들이 많은 것 같아서 제 경험도 살려보고, 현재에 비임상 의사도 많고, 그런 환경에서 제가 기획을 하게 됐어요.

Q. 지금은 번외편까지 총 6명의 인터뷰를 진행하셨는데요. 혹시 앞으로 몇 명이나 더 하실 계획이신건가요?
 앞으로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횟수에 제한을 해놓고 하지는 않았어요. 일단은 그 때 그 때 사람이 출현을 할 때마다 하게 될 것 같고요. 저희 대표님은 농담 식으로 이게 양이 꽤 되면 나중에 책으로도 내보자고 하시는데.  아직까지 의사가 비임상 분야에서 하는 진로과정이 한정되어있지만, 또 갑자기 의외의 영역에서 의사들이 그 영역을 개척을 한다면 그 분야가 인터뷰 주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특별한 제한을 걸어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Q. 변호사 이동필씨나 제약의사 노정임씨 등 비임상 부분 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분야에 진출하신 분들을 딱 집어서 인터뷰하시더라고요. 이 분들을 알게 된 경로가 궁금합니다.
 여러 가지의 경우가 있는데요.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같은 경우에는 메디게이트 사이트와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보를 그렇게 얻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회사에 어떤 의사들이 있다더라라는 정보를 얻게 돼서, 제가 홍보팀이나 그 분 이름을 페이스북 검색을 통해서 직접 메시지를 통해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고요. 어떤 경우에는 학회 같은 데를 가서 어떤 세션을 보고 저 분 인터뷰를 해도 되겠다 싶으면 제가 명함을 드려서 인터뷰 기획 의도 같은걸 설명드리고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다른 경우에는 주변 분 의사한테 도움을 청했을 때 그 분들이 직접 구해주셔서 연결을 해주시는 경우가 있어요.

Q. 저희 의대생신문이 의대생을 대상으로 쓰는 신문인만큼 기자님의 의대 생활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혹시 의대 다니실 때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일단은, 많은 사람들하고 어울려 다니지는 않았어요. 저는 삼수해서 들어왔거든요. 대게 의대에 들어가 보면 삼수들은 좀 삼수들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저도 그렇게 많이 어울렸고요. 학교 수업은 거의 잘 안 들었어요. 본과 때도. 제가 본과 1학년 때 내신 7등급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 등급이 계속 떨어지더라고요.
 본과 3학년 되니 다행스럽게 유급을 당한 적은 없는데, 아 내가 좋은 임상의사가 되기는 글러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나마 제가 관심 있던 과가 성형외과였는데, 그 과를 하기는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면 나는 다른걸 해보자.
 그런데 저도 그렇고 의대생들도 그렇고 처음 의대를 들어오면 한 번 좌절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자기가 항상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상위권에 있다가, 의대에 들어오면 그 중에 반은 평균 이하의 삶을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저도 그런 좌절들을 조금 겪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는 좀 중간의 사람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려면 내가 의사들의 영역에서 중간 이상 살기는 힘들겠고. 그러면 의사가 덜 있지만 의사가 필요 하는 영역에 진출을 하면 그 중에서는 빛이 날 수는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좀 일찍 학생 때 비임상을 결정을 했고, 학창시절에 저는 공부 외 다른 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호기심이 많아서 공부 빼놓고는 많은 걸 했었어요. 특히 그 때는 제가 학생으로 처음 들어올 때부터 인터넷이 엄청나게 대중화되던 시절이었는데, 피씨방도 많이 생기고, 외부에서 정보를 찾는 걸 좋아했어요. 예전에는 어떤 정보를 찾으려면 책값이 비싸지는 않지만, 돈이 조금 있어야 정보를 취할 수가 있었는데. 인터넷이 생기면서 학생처럼 돈이 없는 사람한테도 자기 의지만 있으면 다양한 정보를 취할 수 있게 해주잖아요. 그 때 저는 이런 저런 사이트들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깊이는 없지만 좀 넓게 정보를 취득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의 20대 초중반 의대시절을 보면 의대 안에서의 생활보다는 그런 의대 밖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삼수를 하셨구나. 삼수까지 하시면서 의대에 진학하신 이유가 있으셨나요?
 허무한 대답일 수가 있는데, 저는 의대에 가보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요. 재수 때까지는 제가 미술을 하고 싶었는데,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좋은 과에 가야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것은 딴 곳에 있는데, 내가 지금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삼수까지 해보니, 2년이나 늦게 대학교를 들어가서 일반과를 들어가면 군대에 2년 갔다 와야 되고, 내 인생에 있어서 20대 초반이라는 삶이 없어지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의대에 간)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의대를 가면 군대를 늦게 갈 수 있구나. 일단 의대에 들어가서 일단 딴 거를 해볼까?

Q. 이렇게 들으니 기자님의 대학생 모습이 조금은 상상이 갈 것 같네요. 그렇다면 전문의로 가정의학을 전공하신 이유가 따로 있으셨나요?
 제가 비임상을 하려고 생각을 해보니 제약의사라는 영역이 가장 흔하고 많은 것 같아서 제약의사라는 직업을 타겟팅해서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했어요. 제가 조금 알아보니 그 쪽에 진출하더라도 전문의 자격증이 필요하고, 그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과가 가정의학과라는 얘기를 들어서, 더구나 가정의학과는 다른 과보다 수련기간도 조금 짧아요. 1년 정도 짧거든요. 가정의학과는 특별히 과 자체가 얇고 넓게 본다는 특성도 마음에 들었지만, 임상 자체를 하려고 보다는 제약의사를 준비하려고 전문의를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기자님이 쓰신 기사를 읽으면서 기자님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 하더라고요. 제 주변에도 기자님 인터뷰 간다니까 부러워하는 몇 분 있던데.. 포털에 검색을 해도 정보가 잘 안 나오는 만큼 신비주의셨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갈 수 있었습니다. 의대생 후배들을 위해서 인터뷰까지 허락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정서윤 기자/순천향
<syjung49@naver.com>

 

 

 

난치병아 게 섰거라

108호/의료사회 2015. 12. 7. 23:21 Posted by mednews

난치병아 게 섰거라

 

 

 의학의 발전은 끝이 없다. 과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 치사율이 너무 높아 유행하지 않은 에볼라 등 절대 치료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불치병들이 차례차례 함락되고 있다. 그렇다면 근래에는 어떤 치료제와 약들이 개발되었을지 알아보자.

 

▲들어라 그대여

 몸의 감각에 이상이 일어난다 했을 때, 어떤 것이 가장 불행할까 생각해보면 시각 다음으로 청각이 떠오른다. 그만큼 청각은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고 잃어버리거나 기능이 약화 되었을 때 파장이 크다. 지금까지는 치료 방법이 하나밖에 없었다. 달팽이관을 대신할 의료기기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기기가 고막에서 전달된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사용자의 뇌의 신경들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얼핏 들으면 완벽해보이지만 기기를 통해 해석된 소리가 기계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콜롬비아 의과대학 로렌스 교수는 소리의 풍부함을 유지하면서 청각을 회복시킬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치료법은 환자의 내이에 무해한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는 달팽이관에 존재하는 소리감지 유모세포를 발달시키는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그의 치료 목표는, 전달된 그 유전자가 새로운 유모세포들을 발생시켜 최종적으로 환자가 청각을 회복하는 것이다. 로렌스 교수는 “만약 유모세포를 새로 생성할 수 있다면, 이식과는 비교과 되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저희는 청각 유모세포를 재생시킬 수 있는 새의 특성을 인간에 적용시키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라고 말했다. 로렌스 박사의 치료법이 후천적인 요인에 의한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선천적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치료법 또한 연구 중에 있다.
 제프리 홀트 박사는 선천적 청각장애를 가진 쥐에게 일부 청각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제프 박사는 “저희가 하는 일은 기능을 잃은 세포들에게 적합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주입함으로서 기능을 회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번 성과는 한 유형의 청각장애에 대한 것이었으며 현재 다른 형태의 청각장애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가 환자들에게 완벽한 청각을 되돌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아 물렀거라

 올해 7월, 워싱턴 DC에서 국제 알츠하이머 학회가 열렸다. 학회에선 정말 많은 신약들이 발표되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건 solanezumab라는 항체였다. 이 항체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뇌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데, 이 단백질이 뇌세포들을 죽이는 플라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신 항체가 기존의 약들과 특별히 다른 방법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약들은 부기, 두통, 출혈 등 부작용들을 갖고 있다. 처음 18개월 실험에서 이 항체는 쓸모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험기간을 2년으로 늘리자, 이 약을 섭취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와 기억이 느리게 악화되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고 전 세계적인 학회에서 이것만 발표되고 주목을 끈 것은 아니다. azeliragon이라는 약은 또 다른 다크호스였다. 플라크를 공격하는 다른 약들과 달리, 이 약은 알츠하이머의 발달과 강하게 연관된 뇌염증을 감소시켰다. 18개월의 복용 후, 환자들은 병의 증상이 상당한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이에 깊이 감명 받은 미국 식약청은 제약회사에 800명 상당의 실험에 대한 ‘빠른 길’을 열어주었다. 허가를 신속히 해주고 규제를 완화해 주었단 말이다.
 알츠하이머뿐만 아니라 다른 뇌장애 또한 치료해주는 NPT088이라는 약도 발표되었다. 약이 효과가 있는 뇌장애에는 파킨슨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등 상당히 중요한 병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약들과는 다르게 베타 아밀로이드 이외에도 플라크들의 공통적인 구조를 표적으로 삼는다. 이렇게 여러 시도들이 있었고 성과를 내는 단계까지 왔으나, 아직 증상을 멈추거나 병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의 가장 큰 이유는 알츠하이머가 유전자, 생활습관, 음식, 운동량 등 너무나도 많은 요인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바나나에서 만병통치약이?
 과학자들은 바나나로부터 광범위한 바이러스들을 죽일 수 있는 ‘꿈의 약’을 만들어냈다. 그 바이러스들에는 C형간염, 플루, AIDS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로 놀라운 성과이다. 약의 주성분은 바나나에서 추출해낸 단백질 BanLec이다. 물질이 실제로 발견된 것은 5년 전이나 당시에는 많은 부작용들을 일으켰었는데, 이제 와서야 그 부작용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BanLec은 쥐 실험에서 수많은 바이러스들에 효과가 있음을 보였고 일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로 기대 받고 있다.
 이 단백질은 위험한 바이러스들의 표면에 존재하는 당 물질에 결합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에 단백질이 부착되면, 성질이 변하게 돼 무해해지므로 면역체계가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듀크 대학의 마르코비치 박사는 “현재 플루를 치료할 약이 절박하게 필요합니다. 타미플루만이 현재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인데, 상태가 심한 환자에게선 저항성이 생겨 문제입니다.” 라며 새로운 치료제의 발견을 반겼다. 그리고 또 “BanLec은 재해 상황, 군사 환경 등 정밀한 감연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광범위한 적용범위라는 특성이 매우 적합하기에 훌륭한 약이다” 라며 신약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 박사 조나단 볼은 신약의 효과를 인정하지만 한계 또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인간에게 적용하기엔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면역체계가 이 단백질을 외부 물질로 인식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죠.” 아직은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밌는 사실은, BanLec은 바나나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변형시킨 것이기에, 바나나를 먹는 것으로 같은 효과를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신약, 신 치료제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C형 간염 치료율을 80프로 까지 끌어올린 약도 있으며 심지어 암을 치료하는 약까지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발견들의 공통점은 ‘아직 갈 길이 멀다’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노력, 인가의 발전의지를 생각하면 만병통치약의 발견은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안제성 기자/한양
<greatjason@naver.com>

 

 

 

인공지능, 히포크라테스를 따라잡다

 

딥 러닝의 모식도. 인공지능에게 점을 학습시키면 선을 찾아낸다.

 

 

딥 러닝(Deep learning)을 익힌 A.I, 의료계 출격준비 완료

IBM 인공지능 왓슨-본과 2학년 의대생 수준의 지식 갖춰실제 환자 케이스로 임상실습 훈련에 들어갈 예정

 

 조직검사를 통해 폐암으로 확진된 환자가 종양내과 전문의를 방문한다. 의사는 곧바로 준비된 태블릿을 꺼내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불러낸다. 환자의 특징적인 기록은 이미 EMR(electnonic medical record: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되어있었지만 이번 내진을 통해 정보가 업데이트 되었으므로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종양내과의는 빠르게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고, 왓슨은 기존에 학습된 정보를 토대로 분석을 시작한다. 항암치료 시 머리카락이 쉽게 빠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주었으면 좋겠다는 환자의 의견이 접수되었다. 몇 분 후, 왓슨은 환자의 개별적인 주문사항을 고려하여 현재 상태에서 권고할 수 있는 치료 방안의 옵션들을 각각의 신뢰도와 함께 출력한다. 더불어 환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임상 시험의 목록 리스트도 추가적으로 제시한다. 
 흡사 영화 <아이언 맨>의 똑똑한 로봇 집사 ‘자비스’를 떠올리게 하는 ‘왓슨’은 2013년 2월, IBM 에서 데모 동영상과 함께 첫 선을 보였다. 현재까지는 실제로 구현되는 시스템으로 보기에 다소 무리가 있으나, 딥러닝(Deep learning) 시스템을 갖춘 인공지능(A.I)은 이와 같은 형태로 헬스케어 산업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간략한 요약본인 셈이었다. 이른바 스스로 학습이라고 일컬어지는 '딥러닝'은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받을 경우 이를 바탕으로 학습을 반복하여 기계 스스로 새로운 상황을 인지·판단할 수 있도록 지능화하는 기술을 뜻한다. 왓슨은 이 시스템을 토대로 60만 건의 의학적 근거, 42개 의학 저널과 2만 건의 임상시험 데이터, 14700시간의 임상사례를 익혔으며 이미 의사국가시험기출 문제로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다. 미국 「포브스(Forbes)」 지와의 인터뷰에서 메릴랜드 대학(University of Maryland)의 영상의학자 엘리엇 시에가(Dr. Eliot Siega) 박사는 현재 왓슨이 습득한 의학적 지식수준에 대해서 ‘기초 의학 과정을 마친 전 세계의 본과 2학년 의대생’ 가운데 가장 똑똑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의과대학의 수련과정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임상사례들을 학습시켜 실제적인 환자 진단으로 연결할 예정임을 언급하였다. 

 

IBM의 딥 러닝 인공지능, 닥터 왓슨(Dr. Watson).

 

딥러닝(Deep learning) A.I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 ‘루닛’기계의 결핵·유방암 전문진단 임박해

 

 IBM의 왓슨이 딥러닝(Deep learning) 경쟁의 신호탄을 울린 가운데, 국내에서도 신생벤처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아 일약 스타덤에 오른 기업 ‘루닛’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루닛은 현재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대형 병원들과 기술 협력을 맺고 결핵·유방암을 전문으로 진단하는 SW(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테스트에 돌입한 상태다. 환자의 상태를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영상사진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전문의들의 숙련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의 실수’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의학적 근거산출이 있어야 한다. 판단을 돕는 인공지능은 이 순간을 위해 도입된다. 수천 장에 이르는 조직검사, CT, MRI, X-ray 결과를 딥러닝으로 학습하였기 때문에 해당 케이스 환자의 영상데이터를 입력하면 가능성이 있는 유사한 질병들을 확률(%)과 함께 출력해낼 수 있다. 현재 루닛은 수만 장의 결핵·유방암 환자의 엑스레이 데이터를 대한결핵협회 및 병원 측으로부터 받아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 분석하는 중에 있다. 우선적으로 정상세포와 변이세포의 차이점에 대한 집중 학습을 마칠 것이다. 이후에는 전체적으로 변이를 보이는 조직을 찾은 후, 신체의 어떤 부위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유방암 조기 진단뿐만 아니라 초기 단계의 변이 현상에 대해서도 객관적 분석이 가능해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 세계에서 결핵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연 평균 150만 명에 달한다.”며 “환자 수에 비해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수 있는 궁극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윤경 기자/조선
<psyche1221@naver.com>

 

 

 

성화 뒤에 드리운 그림자, 도핑

108호/의료사회 2015. 12. 7. 23:03 Posted by mednews

성화 뒤에 드리운 그림자, 도핑

 

 

 

 세계반도핑기구(World Anti-Doping Agency, WADA)는 지난 11월 9일 러시아가 국가적 차원에서 도핑을 저질렀다며 2016년 브라질 올림픽 육상 종목들의 출전 금지를 권고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던 5명의 선수가 당시 도핑을 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이 이유였다. 출전 금지자 명단에 포함된, 당시 800m 금메달을 딴 마리아 사비노바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대회 여자 800m부문 금메달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 사건에는 러시아 자체 반 도핑기구도 연루되어 있었고, 국제육상경기연맹(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thletics Fedeations, IAAF) 라민 디악 前 회장이 직접 10만 유로를 받고 은폐해준 것이라는 의혹이 있어 프랑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라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주마 흥분제 Dop이 어원
올림픽 최초 검사는 1968년

 

 서부 아프리카의 Zulu족은 자신들의 종교 의식을 위해 포도 껍질과 코카 잎의 성분을 이용한 ‘Dop’이라는 술을 마셨고, 그들을 식민 지배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이 말을 전 세계에 퍼트렸다. 이후 1889년에 영어사전에 경주마에 사용되는 아편 등 마약류의 혼합물을 ‘Doping’이라고 등재하게 된 것이 우리가 아는 도핑의 어원이다.
경주마에 대한 도핑 테스트는 1911년 시행되었으나, 사람에 대한 약물검사는 1966년부터다. 앞서 언급했던 IAAF가 도핑을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한 것은 1928년이었으나, 실제로 도핑을 감시하는 검사가 도입되기까지 50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이는 생화학적 진단 기술의 미비도 있었으나, 무엇보다도 도핑이 부도덕한 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정신' 그리고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일반적인 인식과는 조금 달리, 제대로 된 도핑 테스트가 도입된 것은 전 세계 국가들이 새삼스레 공정한 스포츠 정신을 되새기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1960년 로마 올림픽 사이클에서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선수의 사인이 각성제 과다복용에 의한 심정지로 밝혀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었다. 1966년 사이클 경기에서 최초의 도핑 테스트가 수행되었고, 올림픽에 도입된 것은 2년 후인 1968 프랑스 그르노블 올림픽이 시초다.
 WADA는 자신들의 목표로 공정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핑이 없는 완전히 이상적인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것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외에 경쟁을 하지 않는 친선 경기들에 대한 가이드라인 또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약물의 오용과 남용으로 인해 몸이 망가지거나,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혹은 불의의 사고를 겪는 스포츠인이 없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또 다른 목표이기 때문이다.

 

벤 존슨, 랜스 암스트롱
그리고 박태환까지

 

 유구한 도핑의 역사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도핑 사건은 아마도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의 ‘인간 탄환’ 칼 루이스와 그 라이벌 벤 존슨이 맞붙은 경기였을 것이다. 마라톤과 함께 올림픽의 꽃으로 보이는 남자 육상 100m에서 벤 존슨이 가져간 금메달은 그의 도핑이 밝혀지며 칼 루이스의 것이 되었다. 그러나 벤 존슨을 너무 비난하지는 말자. 칼 루이스 또한 도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뚜르 드 프랑스 7연패를 차지한 사이클의 황제 랜스 암스트롱의 도핑 사실이 밝혀져 이제까지의 모든 기록을 말소당하고 명예를 잃은 것 또한 유명한 사건이다. 최근 개봉된 ‘챔피언 프로그램’이라는 영화가 이 추락한 영웅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가장 유명한 최근의 도핑 파문은 박태환 사건일 것이다. 박태환 측은 2015년 1월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았다는 WADA의 발표에 맞서 꾸준히 병원측의 과실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세계수영연맹은 박태환이 처음 스테로이드 양성 판정을 받은 2014년을 기준으로 18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은 모두 박탈당한 상태이다.

 

약물부터 자가수혈까지
광범위한 도핑의 세계

 

 도핑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약물일 것이다. 신체의 근육량을 증가시키거나, 신진대사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키거나, 혹은 집중력을 증가시켜주는 약물들이 해당한다. 이를 성과 증진(Performance-enhancing)형 약물이라고 한다.
 금지 물질 가장 첫 번째에 위치하며 또한 가장 유명한 것은 Anabolic androgenic steroid, 즉 박태환이 의도적으로 주사 받았다고 의심받는 물질이다. 테스토스테론 등이 포함되며, 근육의 성장에 관여한다. 보디빌딩 선수들 중 과연 정말로 안 맞는 사람이 있냐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철저한 운동과 식단관리 이상 가는 근육의 성장을 보장하지만 심근 등의 불수의근도 커져 선수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 외 EPO나 성장호르몬 등의 peptide, beta-2 agonist(양궁, 사격, 당구 등 집중력이 필요한 스포츠에서는 beta-blocker), Hormone & Metabolic modulator, Cannabinoid (마리화나) 등이 금지물질이다. 특별히 이뇨제나 Masking agent 등 소변 샘플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검출을 막는 물질들도 금지 약물에 포함된다.
재미있게도 이런 약물들 외에도 다른 도핑 방법들이 있다. WADA는 올해 배포한 2016년 ‘Prohibited list’에 두 가지 카테고리를 두었다. 첫째는 금지 물질(Subtance), 두 번째는 금지법(method)이다.
 성과 증진형 금지법에는 자가 수혈이 있다. 선수 본인의 혈액을 채취했다가 경기 직전에 투여받는 것이다. 선수는 일시적으로 더 강력한 지구력을 가지게 된다. 앞서 언급한 랜스 암스트롱은 사이클이 스테로이드 도핑 테스트를 처음 도입한 종목인 만큼 검사가 까다로운 것을 의식했는지 이 자가수혈법과 EPO 주사를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2016년에는 Gene doping이라 하여 핵산이나 유전자 조작한 세포를 주사 받는 것 또한 금지목록에 추가되었다.

 

선수의 양심에만 맡길 수 없다
의사의 윤리정신도 중요

 

 2015년 유출된 IAAF 보고서에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열린 육상 경기에서 도핑 테스트에 참가한 5,000명의 선수들 중 무려 800명이 도핑이 의심되며, 전체 메달 중 1/3을 도핑 의혹 선수들이 가져갔다는 내용이 있었다. 도핑이 기록에 직결되는 영향을 미치는 육상에서도 이렇다면,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다른 종목의 실제 도핑 실태는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E-sports 경기에서 집중력 향상 약물을 복용한 사례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모든 이해관계에 우선해야 할 숭고한 스포츠정신을 해치는 도핑을 무조건 선수들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하나의 종목에 평생을 바친 이들이 약물을 바라보는 심정은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심지어 이번 러시아나 과거 동독의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독려했다.
 그러므로 적절한 감시체계를 통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IAAF의 디악 회장의 2배, 20만 유로(2억 5천만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IAAF 반도핑 부서 책임자 가브리엘 돌레가 바로 의사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환자의 진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