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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1 : 의원? 병원? 클리닉?

 

A : 저기 봐! 저기 간판들 보이지? ○○의원, ○○소아과의원, ○○병원, … 너 의원과 병원의 차이를 알고 있어?

B : 음.. 개원한 의사가 전문의 자격을 갖추었으면 병원, 그렇지 않으면 의원 아니야?

A : 아니야. 의료법 제 3조를 살펴보면 ‘병원’은 입원환자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 의원은 29인 이하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라고 정하고 있어. 그러니까 병원과 의원의 차이는 병상수라는 거지!

B : 그렇구나. 병원이랑 의원의 차이는 알겠는데 클리닉이랑 의원의 차이는 뭐야? 요새 광고들을 보면 「비만 클리닉」이나 「통증 클리닉」 같은 것이 많이 보이던데 그런 곳을 신뢰해도 되는 거야?

A : 아~ 클리닉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구나!

의료기관의 명칭 표시에 대한 것은 의료법 제 35조와 시행규칙 제 29조에서 규정하고 있어. 의료기관의 명칭표시는 의료기관의 종별에 따르는 명칭(종합병원, 병원, 치과의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조산원)위에 고유 명칭(성명 또는 고유명사)을 붙이는데, 이 경우 의료기관의 종별 명칭과 혼동할 우려가 있는 고유 명칭은 사용하지 못해. 그렇기 때문에 「○○클리닉」, 「○○클리닉 의원」과 같이 간판에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왜냐하면 클리닉은 의원의 영어 표현으로, 규정된 의료기관의 종별 명칭도 아닐 뿐더러 고유 명칭으로 쓰였을 때 종별명칭과 혼동할 수 있거든.

B : 그럼 내가 본 잡지나 전단지들에 「○○ 클리닉」이라고 광고하던 것이 다 불법인거야?

A : 그렇진 않아. 2007년에 발표된 '의료광고 심의기준'을 보면, 광고에는「○○ 클리닉」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완화됐거든. 또 '클리닉' 앞에는 질병이나 신체부위를 표시할 수 있게 되어서 네가「비만 클리닉」, 「통증 클리닉」같은 문구를 많이 봤던 거지. 그렇지만 아직 간판 같은 옥외 광고물에 표시하는 건 허용되지 않아서 「○○ 클리닉」이라고 표시된 간판은 볼 수 없을 거야.

 

상식 2 : 학문... 외과 의원?

 

B : 저기 보이는 학문외과의원말야 혹시 항문외과의원을 말하는거야? '항문'이라고 하면 읽는 사람이 불쾌할까봐 저렇게 쓴 것 같은데 그래도 진료과목 명을 저렇게 바꾸어 놓아도 괜찮나?

A : 그런게 아니야~ 먼저 의료기관이 표시할 수 있는 진료과목부터 알려줄게. 의료법 시행규칙 30조를 보면 알 수 있지!

병원, 의원에서는 「일반내과, 신경과, 정신과, 일반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마취과, 산부인과, 소아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비뇨기과, 진단방사선과, 치료방사선과, 해부병리과, 임상병리과, 재활의학과, 결핵과, 가정의학과, 핵의학과, 산업의학과, 응급의학과」만 진료과목으로 표시할 수 있어.

만약 의원이나 병원의 개설자가 전문의라면 그 의료기관의 고유 명칭과 의료기관의 종별명칭 사이에 자신의 전문 과목을 삽입할 수 있어. 그리고 의료기관의 고유 명칭은 특정 진료과목 또는 질병명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있어. 그래서 「소화내과」, 「소아의원」 등의 이름은 사용할 수 없어.

B : 아, 그럼 ‘항문외과’는 고유 명칭과 종별 명칭 사이에 표시할 수 있는 진료과목이 아니라서 「○○ 항문 외과 의원」이라고 할 수 없구나. 그리고 ‘○○ 항문’을 외과 의원 앞에 붙는 고유 명칭으로 쓸 수 없는 건, 고유 명칭으로 질병명과 비슷한 것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지?

A : 한 번에 잘 이해했구나! 그래서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항문'을 연상시킬 수 있는 말인 '학문'을 사용하는 거야~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병리수가 인하 발표 이후 3개월, 현장과 대화하다

지난 6 1,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는 산부인과의 자연분만 수가를 2년에 걸쳐 50% 인상키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같은 날, 건정심은 이와 더불어 7월부터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의 밑바탕이 되는 병리조직검사의 수가를 15% 인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소속된 병리과 의사들은 6 8일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하고,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같은 달 11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전격 파업 철회가 결정되고 결국 14일에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되었지만, 그들의 복귀는 수가 문제의 해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건정심의 수가 인하 결정 이후, 세달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금 병리 수가 문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실제 수탁검사기관을 운영하고 계시는 병리과 A 선생님의 병원 문을 두드렸다. 병리수가에 대한 건정심 조정 이후 평균 15% 정도 수가가 인하되었으며, C5911(검체 1개에서 3개까지의 생검 수가 코드)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가 인하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자 선생님께서는 천천히 입을 여셨다.

 

C5911이라는 게 1개에서 3개까지 검체의 생검 의뢰 점수에요. 이 검사가 가장 기본이고 근간을 이루고 있어요. 진짜 병변에서 얻는 게 아닌, 통상적인 룰아웃을 위하여 얻는 검체는 보통 출혈 등의 위험이 있기에 환자에게서 4, 6개씩 얻지는 않아요. 따라서 C5911, 이게 우리한테는 가장 기본이고 자존심이 되는 사항이거든요.”

 

선생님께서는 잠시 말씀을 멈추시고, 책꽂이에서 서류 뭉치를 하나 가지고 오셨다. 서류의 첫 페이지에는 건정심에서 발표한 수가 조정안의 상세한 내역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여기를 보면요, 하반기 보험 수가를 건당 2000( 15%)씩 인하했어요. 이게 모이면 상당한 액수가 되거든요.”

 

보여주신 표의 맨 첫머리에는 C5911이 기재되어 있었다. 검사 당 이만원을 간신히 넘겼던 수가가, 조정 이후에는 만팔천원 수준으로 인하되어 있었다. C5911뿐만 아니라 다른 병리 수가 역시 전체적으로 인하되어, A4 용지 한 장을 인하된 수가 코드가 꽉 채우고 있었다. 명목상 15%라 해도 실제로 체감하는 수가 조정의 타격은 그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지 않을까. 기자의 질문에 A 선생님께서는 잠깐 숨을 고르신 후에, 차분하게 말씀을 이어가셨다.

 

병원마다 조금씩 틀릴 수는 있지만 우리 병원의 경우 C5911이 전체의 90%, 그러니까 수탁 의뢰가 들어오는 검사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대학병원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그래서 대학병원에서는 이 C5911을 정상으로 돌려달라는 의견에 대해 그렇게 찬성하지는 않아요.

병리 수입은 다른 데와는 달라서, 비보험 항목이 있는 게 아니라 이게 그대로 매출이 되요. 또 그 매출이 그대로 노출이 되니까…… 실질적인 영향은 대학병원과 우리(수탁검사기관)가 다르고, 우리 사이에서도 조금 다를 순 있겠지만 보통 20%내지 30%정도 매출에 타격을 입는다고 보면 되요. 사실 갑자기 매출이 15%만 줄어든다고 해도 엄청난 액수 아니겠어요?”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수가 조정에 대한 복잡한 심정이 점점 배어 나오고 있었다. 단순한 매출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몸담고 있는 병리학 전반에 대한 걱정 같았다. 사실, 수가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해마다 각 진료과별로 보험 수가 조정 문제가 잡음을 일으켜왔었는데, 왜 유독 이번 병리 수가 조정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에 대해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셨다.

 

그래도 매년 아주 조금씩 인상을 해주긴 했었는데 내린 것은 처음이에요. 왜 인상을 해주었냐면, 병리 수가가 애초에 너무 낮게 책정이 되어있었거든요. 학생들이니까 잘 모를 수도 있겠네요. 옛날에는 병리를 하는 사람들이 다 공부하는, 소위 학구적인 사람들이었어요. 병리라는 학문이 완전히 임상에 치우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기초도 아니잖아요. 공부하면서 임상을 접할 수 있으니까 학구적인 선생님들이 그런 데에서 매력을 많이 느꼈었나 봐요.

정부에서 처음 의료보험을 제정할 때 수가를 결정하기 위해 각 과마다 교수들을 불렀는데, 우리는 교수님들이 한 분도 가지 않으셨어요. 어떻게 병리를 하는 사람이 돈을 가지고 얘기하냐는 거였죠. 비즈니스 감각이 너무 부족했던 거죠. 그건 우리, 선배들의 잘못이죠. 그래도 너무 낮게 책정이 되었기에 조금씩이나마 올려줬었어요. 이렇게 내린 건 처음이고요.

도저히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병리에서 보고 진단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데……”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으시냐는 질문에, 선생님께서는 숨가쁘게 말씀을 이어가셨다.

 

    건정심의 인하 결정 이전에도, 의료보험 재정에서 병리 수가가 차지하는 부분은 전체의 0.5%가 채 되지 않았다.

 

보험 수가를 가지고, 파이제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재의 파이제 상황에서는, 내 것을 얻으려면 남의 것을 뺏어야 하니까. 지금의 보험 체제로는 환자도, 의사도 서로 이득을 보지 못하잖아요. 주변에 교수님들 보면 보험료로 몇 십만원씩 내는데, 보험료 재정은 부족하고. 정부에서 일하는 분들 중 똑똑하신 분들이 해결을 해야 하는데……

학회나 교수님들도 그렇고, 비상대책위원회도 그렇고 이제는 어디를 믿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같은 병리과라고 해도 전공의 하는 선생님들, 대학에 계신 분들, 개원해 있는 사람들의 입장이 각자 달라요. 심지어는 개원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울이냐, 지방이냐 따라서 또 입장이 갈리거든요.

사실 이번 인터뷰도 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어요. 이제는 흥미도 없고, 너무 허탈해요. 얘기를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요. 이번 사태로 몇몇 병원에서 병리과 1년차들이 꽤 많이 관두었다고 들었어요. 자기들이 보기에도 선배들이 답답하고, 비전이 없어 보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수가 문제로 병리학계가 각성을 했다는 거에요. 일부 교수님들은 아직까지도 의식이 없으신 것 같지만, 많은 교수님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 같아요.

공부 자체는 정말 중요하고, 재미있는 과에요. 특히나 나처럼, 실제로 병원에서 환자를 만지는 게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과거든요. 이제는 좀 비즈니스 감각도 있고, 정치나 경영에 대해 안목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많이 바꿔나갔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우리 늙은 사람들은 별로 희망이 없는 것 같아(웃음).”

 

병리과 개원의 역사는 짧다. 첫 개원 이후 현재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했으며, 아직까지 전국에 개원한 검사 기관이 몇 십 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가 인하를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영세한 검사 기관을 위하여 C5911같은 기본적인 수가 점수는 일부 상향조정하고, 다른 항목들의 수가를 더 인하하자는 의견도 제시되었으나 현재까지는 제대로 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는 모든 상황이 표류 중이며, 3개월 뒤에 다시 조정을 보는 것으로 합의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해마다 불거지는 보험 수가 문제에서, 올해의 대상이 된 병리학계의 출혈이 어떻게 치유될 것인지는 아직도 전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권의종 기자/가톨릭

<isnell@e-mednews.com>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이진석 교수님 인터뷰

어느 종합병원 응급실, 50세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환자가 의식이 없는 채로 실려 온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응급 뇌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모든 준비가 신속하게 진행된다. 수술을 위해 남은 것은 보호자의 수술 동의서 뿐. 하지만 가족들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죽어요.” 의사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진다. 10여분이 흘렀을까. 수술 도구들이 응급실을 빠져나간다. 가족들은 서로 할 말을 잃는다. 비용 때문에 수술을 포기한 것이다.

 

낮은 보장성, 국민건강권의 위기

“병원에서 의사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일들이 경제적 문제에서 올 수 있습니다. 병원비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런 ‘윤리적’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 교실 이진석 교수는 지난 17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울산 지역 모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여 개인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조금씩 올려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자고 제안했다.

 


 

2008년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2.2%, 병원비가 총 100만원이 나오면 이 중 62만 2천원은 국민건강보험이 지불하고, 나머지 37만 8천원은 환자 본인이 직접 부담하게 되어 있다. 이는 OECD 국가 회원국 전체의 평균 보장성이 80%이고 중증 질환의 경우 90%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보장성이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중증 질환에 걸렸을 경우 병원비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진보개혁 세력은 지난 10년간 국가 재정을 늘려 보장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해 왔는데, 정부에서는 재정이 부족하다며 외면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시급합니다. 2008년에는 보장성이 62%였지만, 2010년에는 50대 후반으로 내려올 것이고 3~4년 뒤면 50% 중반대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병원의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확대 정책 등은 국민건강보험의 존재 여부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획기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1만 1천원이 기적을 만든다

“2010년 기준으로 국민들이 보험료를 1만1천원만 더 내면 국민으로부터 6.2조원,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6.3조원이 확보되어 입원 진료비 기준 90% 이상으로 보장성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MRI, 초음파, 노인틀니 등 환자 부담을 늘리는 비보험 진료를 비롯하여 환자간병까지도 모두 국민건강보험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입원비와 외래비를 합쳐서도 본인 부담액이 연간 100만원을 넘지 않게 됩니다.” 1만 1천원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소요되는 재정 규모를 산출하여 법에서 규정한 국민, 기업, 정부의 부담률을 계산해 얻어낸 값이다. 현재는 정부의 재정 부담률이 20%로 정해져 있지만, 30%까지 확대될 경우 국민이 내야하는 추가 부담분은 더욱 작아지게 된다.


 

혹시 보험료 인상의 부담이 국민들에게 크지는 않을까? 이진석 교수는 1인당 매월 12만원씩 내는 민간의료보험료의 일부만 돌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저희 운동을 접한 분들의 반응이 좋은 이유는, 국민들의 민간보험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고소득층의 경우에도 소득이 많을수록 민간보험료의 부담이 크게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만약 가입자들이 민간의료보험에 추가로 6.2조원을 더 납부하면 어떻게 될까? 민간의료보험에서 가입자들이 돌려받는 급여는 4.7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비로 보면 약 0.75이다. 반면에 국민건강보험에서는 6.2조원을 내고 12.0조원을 돌려받기에 가입자들이 얻는 보험료 대비 급여 몫은 평균 1.9배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보수언론은 다양한 현실적 문제를 제기하며 공격하고 있다. 이런 비판들에 대해 그가 내놓은 답은 명쾌했다.

Q.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 불필요한 의료 이용량이 증가하지 않을까?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어서,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던 ‘비급여’ 항목이 대거 건강보험 적용 항목으로 들어오면, 그 때부터는 사회적 관리를 받기 시작합니다.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게 되는 것이죠. 보장성이 강화되면, 불필요한 의료 남용이 오히려 줄어들게 됩니다.”

Q. 저소득층과 영세 중소기업은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까?

“1만 1천원은 평균치입니다. 절대빈곤층인 최하위 5%는 1인당 3천원 정도를 더 내게 됩니다. 물론 그것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빈곤층에는 건강보험료를 면제하고, 하위 5~15%에 해당하는 상대빈곤층에는 건강보험료 대출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영세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입니다.”

 

무상의료의 꿈, 풀뿌리 운동으로

“경제적 장벽 때문에 의료이용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무상의료’의 실제 개념입니다. 국민들은 과거 민주노동당이 제안했던 무상의료에 공감은 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했죠.” 하지만 과거의 무상의료에 비해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이를 실현할 구체적 실현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고 참여하기가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저희는 이 운동이 단체 중심, 정책 전문가 중심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주체로 나서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이 사항을 생활의제로 받아들이면서 ‘민간의료보험료 얼마 내는 것 보다 건강보험료 얼마 내는게 훨씬 이득이더라.’ 이렇게 이야기가 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현재 시민들에게 알리고 지역 모임을 만드는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미 서초․강남․송파에서 처음으로 지역 모임을 만들기로 결정이 된 상태다. “서초․강남․송파에서 첫 발을 뗀 것이 아이러니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쪽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보험료처럼 부자들이 조금 더 내고 가난한 사람들이 좀 더 적게 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수용성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2010년판 노블리스 오블리제 운동이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봅니다. (웃음)” 이 날 울산 지역을 비롯하여 16일에는 제주, 17일에서 강원에서 지역 준비 모임 형성을 위한 간담회가 열려 지역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의사와 국민이 함께 행복한 의료 공간

“현재와 같은 의료제도 하에서는 의사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국민의 의학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가 많이 아파야 의사가 돈을 벌고, 환자에게 좀 더 많은 검사와 시술을 해야 의사가 돈을 버는 구조이지요. 이런 구조에서는 의사가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간에 의사와 국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권유하는 검사와 시술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의사와 병원의 수익을 위해 나에게 권유하는 것인지 계속 의심을 하게 되지요. 이런 이해관계의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치의 제도와 같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도 필요하고, 건강보험재정 확충을 통한 보장성 강화도 필요합니다. 특히, 건강보험재정이 확충되어야 적정 수가를 보장하는 것도 가능하고, 의사들이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정상적인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합니다. 이런 여건들이 충족되어야 의사와 환자 관계도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

의사와 국민이 함께 행복한 의료 공간, 그가 꿈꾸는 세상이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으로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관심이 있거나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홈페이지 www.healthhanaro.net 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진한 기자 / 대구가톨릭

< redpill@e-mednews.com >






과잉보급으로 인한 건보 재정 악화.... 의협은 수가 타당성 연구에 참여 요구


7월 25일 복지부는 CT, MRI, PET 등과 같은 고가 의료장비에 대한 수가를 재산정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동네병원에 까지 이러한 장비들이 지나치게 보급된 현 체제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CT는 1,788대로 OECD평균치의 1.6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MRI 나 CT 의 보급 역시 현실은 비슷하다. 장비가격 자체도 떨어진데다, 의원 간의 경쟁 역시 여기에 한몫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동네 병원과 같은 1차 의료기관에서의 검진 후에 상위 기관에서 중복검사를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CT 급여로 인해 8,496억원이 건보급여로 나갔고 MRI 급여로는 2347억원, PET로는 1645억원이 나갔다. 특히 CT의 경우엔 2003년 3079억원의 세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복지부는 심평원의 심사평가연구실을 통해 검사 및 청구빈도와 원가분석 등을 거쳐 타당성을 고려해 검사 수가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의료계는 원가보존이 안 되는 수가현실로 인해 촉발된 문제를 장비의 단순 빈도 증가로 재산정하는 것은 부조리하다며 반발했다. 또, 개원가 에서는 인상된 원가 등을 고려한다면 수가가 인하될 시에는 진통을 면치 못할 것이라 했다. 이들은 오래된 장비를 퇴출하고 지속적으로 품질관리가 필요한 마당에 수가를 인상하지 못할망정 오히려 인하한다면 동네병원들은 고사할 것이라며 우려 했다.


또한 PET의 경우 2006년에 재평가를 거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지만, 여기에 MRI, CT등을 산술평균 식으로 한꺼번에 적용한다면 진료의 질 자체가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수가 연구에 의료계의 참여와 자세한 조사수단 등을 공개할 것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민태홍 수습기자/순천향
<minth@e-mednews.com>


최근 3년 사이 7곳의 대형병원이 JCI인증 받아 의료서비스 질의 선진화 vs 비용대비 효과는 미지수

최근 우리나라 대형병원에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이하 JCI)인증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07년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처음으로 인증을 받은데 이어 최근 2년 사이 고려대안암병원, 화순전남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천길병원(뇌질환센터), 인하대병원, 서울성모병원이 JCI인증 병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현재 JCI인증을 추진하거나 인증이 진행되고 있는 곳도 상당수이다.

- JCI는?

JCI는 미국 의료기관의 의료수준을 평가하는 비영리법인이자 현재는 JC(Joint Commission)로 개편된 JCAHO(Joint 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Health Organization)가 1994년 만든 국제 의료기관 인증시스템이다. 미국을 제외하고도 싱가포르, 아일랜드, 타이완, 브라질 등 2010년 8월 기준 전 세계 43개국 345개 의료기관이 이 인증을 받았다. JCI는 외국의 보험사들이나 외국인들이 의료관광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길 만큼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의 국제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즉, JCI인증제도는 의료관광을 통해 해외환자를 유치하려는 대형병원들의 목적과 잘 부합하는 인증제도인 셈이다.

- JCI의 평가항목

JCI의 평가항목

세계적인 수준의 환자안전 목표

치료의 연속성과 접근성

치료과정

교육과 환자의 권리

정보와 인적자원의 관리

경영자의 리더쉽

감염관리

협력적인 경영

시설관리

JCI의  인증평가항목은 크게 9가지, 1200개가 넘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환자안전과 관련된 항목을 가장 중요시한다. 때문에 환자가 병원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환자 입장에서 전 과정을 엄격하게 심사한다. 또한 이러한 심사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초 인증 후 3년여에 걸쳐 환자 권리, 감염 관리, 약제 관리, 시설 안전, 인사 관리 등에 대한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지속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3년간의 모든 평가가 끝난 후에야 최종적으로 인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 꼭 필요한 인증?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통상 JCI인증을 받으려면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수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평가기준이 우리나라의 의료현실과는 부합하지 않아서 높은 비용대비 효과를 얼마나 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주장도 있다. 세계 10대 의료관광국 중 하나인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단 16곳의 의료기관 만이 JCI인증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정부의 움직임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정부는 우리나라의 의료현실과 국제적 기준 모두에 부합하는 새로운 의료기관인증제도를 올 1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존의 의료기관평가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있어왔다. 정부는 기존 제도를 개선하고 선진화해서 해외인증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고,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개선의 노력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인증제도는 기존의 평가제도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안전영역기준을 강화하고 임시적 대응보다 지속적인 운영과정을 점검 할 수 있는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인증제도가 의료기관의 서비스 질 개선에 유용하게 이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원 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침과 뜸 같은 대체의료시술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이 나왔다.

지난 7월말, 헌재는 무면허 침사행위를 하다가 기소된 김모씨가 “의료법 27조가 환자의 치료수단 선택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위헌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결정을 내야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제한을 두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비록 합헌결정이 나긴 했지만 위헌결정을 낸 재판관이 더 많아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 헌재에 가기까지...

이번에 위헌심판을 신청한 김모씨는 구당 김남수 씨가 대표로 있는 비영리 봉사단체 ‘뜸사랑’의 부산ㆍ경남지부장으로, 약 1,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침과 뜸 같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2008년에 기소되었다. 침과 뜸은 정식한의사만 시술할 수 있고 자원봉사자는 이 같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27조를 위반한 혐의였다.

이에 대해 김모씨는 “모든 무면허 의료행위를 치료결과에 상관없이 일률ㆍ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부산지법에 냈고, 이를 부산지법이 받아들여 헌재로 제청결정이 넘어가면서 의료법에 대한 심판이 시작되었다.

침사와 구사(뜸사)를 뜻하는 침구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면허가 있었으나, 1962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돼 그 이전에 침구사 면허를 취득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의료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면허 없이 침뜸을 놓는 침구인은 대략 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 합헌결정배경

헌재가 합헌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가에 의해 확인되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국민보건에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밖에 없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이라고 합헌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위헌결정을 낸 5명중 4명의 재판관들 “침구와 같이 위험성, 부작용이 낮은 의료행위까지 의료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현행 의료법이 의료행위를 너무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문제시했다. 또 다른 1명은 “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이전에 있었던 헌재의 결정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총 5차례의 위헌법률심판이 있었는데, 5번 모두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합헌결정을 내렸었다. 그래서 이번에 과반수인 5명이나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헌재도 대체의학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헌재관계자는 “대체의료에 대한 인식변화와 더불어 국민의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 각계 반응

헌재의 결정이 발표된 날, '뜸사랑‘대표인 구당 김남수 선생은 “헌재가 사실상의 위헌결정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위헌정족수 6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과반수인 5명이 위헌결정을 낸 것은 침과 뜸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침뜸요법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하는 한편 유력 종합일간지 1면에 ‘(한의사의)침뜸 독점은 사실상 위헌’이라는 광고를 내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반면 의료 5단체(대한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는 8월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불법의료척결을 위한 의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헌재의 결정은 무자격자의 의료시술과 관련된 숱한 논쟁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책무인 의료행위를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 국가로부터의 검증도 없이 해도 된다는 발상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위험천만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한한의사협회는 대체의학계가 광고를 낸 바로 다음날 동일 종합일간지 1면에 ‘합헌결정은 당연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 맞불을 놓았다.

우리나라 의료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대체의학을 열어주면 돌팔이 시술이 남발될 수 있는 만큼 의료법 27조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막을 최소한의 장치”라며 “위헌결정이 날 경우 대체의학은 물론, 문신 등 이른바 유사의료행위를 금지하는 근거도 없어져 혼란이 불보듯 뻔하다”며 합헌결정을 반겼다.

 

◆ 앞으로가 문제

이번 판결을 보면 대체의학을 바라보는 헌재의 시각이 점차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는 결정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때이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도 “의료 위사행위 또는 보안대체의학에 대한 연구와 검증을 통해 의료행위에 포함시키거나 별도의 제도를 만들어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체의학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지금의 논란을 잠재우고 의료계와 대체의학계의 분열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를 의료행위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대체의학계는 침구술이 위험성이 낮고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이를 양성화해서 대대적으로 보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침구술이 엄연한 의료행위이기에 국가가 인정하는 정규교육을 거쳐야만 시술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대체의학을 국가가 인정한 의료인에게만 시술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타당한가도 고려해야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의료단체와 대체의학계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국가가 나서서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중재를 해서, 상호가 인정하고 만족해 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의료계와 대체의학계가 감정싸움으로 가는 것을 막고 환자들이 안전한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의료법 27조 :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으며 이번 헌재판결에 중점이 된 법조항이다.

 

                                                                                                                             염승돈 수습기자 / 인하대

<youmsd@e-mednews.com>


리베이트의 개념부터 쌍벌제 논란까지


의료계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제약업계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 이와 관련하여 리베이트 쌍벌제가 국회에서 의결되며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리베이트는 무엇인가, 그리고 의료계 리베이트는 무엇이 문제인가, 하나씩 살펴보자.

 

색다른 마케팅 기법, 리베이트

 

요즘은 어떤 물건이라도 제 값을 주고 사면 바보가 되는 시대다. 예를 들어 정가가 10000원인 물건을 구매한다고 생각해 보자. 3000원을 ‘할인’ 받아 7000원에 구매할 수도 있고, 아니면 3000원을 포인트나 상품권 등의 ‘바우처’로 받을 수도 있다. 혹은 10000원을 내고 1000원 어치의 상품을 ‘덤’으로 더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도 있다. 10000원을 내고 물건을 구매한 뒤, 추가적인 서류 작성 등을 통해 3000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조금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방법, 이것이 '리베이트(Rebate)'다.

왜 이런 방법이 존재하는 것일까. 정가가 10000원인 물건을 구매하는 두 가지 선택항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그 자리에서 3000원을 할인 받아 7000원에 구매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10000원에 구매한 후 추가적인 서류 작성 등을 통해 5000원을 리베이트 받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두 번째 선택항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구매 후에 실제로 추가적인 서류 작성 등을 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50%가 5000원을 돌려받는다 해도 판매자는 사실상 2500원을 할인해 준 것이라 첫 번째 선택항 보다 이득인데, 미국의 경우 전체 소비자의 1/3 정도만이 리베이트를 받는다고 한다. 즉, 리베이트는 소비자에게도 판매자에게도 좋은 마케팅 기법이다.

또한 리베이트는 할인이나 바우처, 덤 등과 달리 고객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리베이트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나이, 거주지 등을 파악할 수 있기에, 이 또한 판매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장점이 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리베이트가 매우 흔하게 사용되는 마케팅 기법이다.

 


왜 의료계의 리베이트는 문제가 되는가

 

리베이트는 물품 판매는 물론 해상/육상 운송업, 보험업 등의 여러 서비스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의 일부를 환급받는 ‘부시 리베이트’, 초중고 학생이 있는 가정이 교육 기기인 아이패드를 구매 시 일부 금액을 돌려받는 호주의 ‘아이패드 리베이트’ 등도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리베이트는 구조적으로 큰 특징이 있다. 의료계에서 소비자인 ‘환자’는 판매자인 ‘제약회사’로부터 약을 구매하지만, 그 약의 선택은 의사의 처방에 의한 것이다. 그렇기에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리베이트의 방향이 실제 소비자인 환자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소비를 지시하는 의사에게로 가는 것이다.

아무리 감시체계를 많이 만들어 이를 금지하더라도, 제약회사가 약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의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구조는 ‘의료’라는 직업이 갖는 전문성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국 의료계에서 리베이트가 특히 심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정부, 의료업계, 제약업계의 암묵적 합의 하에 약가를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한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제도를 국민의 반발 없이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하여 ‘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라는 의사에게 불리한 체제가 구축된 것과 관련이 있다. 즉, 의사들은 낮은 수가를 받으며 일을 하지만, 제약회사가 비싸게 판 약값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는 것이다. 이 ‘3저’ 모순은 지난 몇 십년간 지속되었고, 이러한 리베이트 관행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다른 이유로는 약 개발 보다 카피약 판매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행태가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가장 오래 사용되어 왔으며 연구도 많이 된 오리지날약을 처방하는 것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부담스럽더라도,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처방약은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도 불가능하기에, 제약회사는 리베이트를 통해 카피약의 시장 진출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국내 제약회사는 신약 개발 없이 카피약 만으로도 유지가 되며, 의사는 새로운 약 시도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의과대학에서는 약효가 비슷한 여러 제약회사의 카피약 중 어떠한 것을 써야하는가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는다.

 

리베이트의 남용, 그리고 리베이트 쌍벌제의 도입

 

2008년 8월 말,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익명으로 전달된 편지 한 통이 있었다. 제약회사의 직원으로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의사들의 리베이트 남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전공의들의 경우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인 리베이트로 현금과 기업카드를 드립니다. (중략) 회식의 경우 저희가 기업카드를 주죠. 한도를 말씀 드리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물론 허다하죠. 심지어는 두 배까지 쓰기도 합니다. 이러면 당연히 제가 채워놓는 거죠. 한 달 월급이 그대로 선생님들이 사용한 카드대금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의국에 음료수 간식은 매주 채워야 하구요. 또한 외국의 전공의 선생님들은 점심 저녁을 식당 한 곳에 달아놓고 배달시켜 먹습니다. 매일 점심저녁을 먹고 장부에 기입을 하죠. 그러면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장부 결제는 당연히 저희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몫입니다.

위에 말씀 드린 회식, 간식, 식사장부 결재는 정기상납과는 별도로 해드려야 합니다. 실행되지 않을 시는 바로 다음 주부터 약이 환자에게 안 들어갑니다. 저도 살아남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어 드리죠.”

실제로 이러한 비용들이 약값의 20%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로, 제약회사는 리베이트에 의한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영희 국회의원은 지난 2월 4일 리베이트의 수수자와 제공자 쌍방을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신고자에게 큰 보상금을 주는 내부 포상금제 등이 포함된 내용을 발의했고, 4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되었다. 리베이트 쌍벌제의 시행은 올해 11월 28일 부터다.

 

 

리베이트 쌍벌제의 내용을 보면 수수자에 대한 자격 정지와 처벌이 대폭 강화되어 있다. 기존에는 리베이트가 적발 되더라도 제약회사만이 피해를 입었다면, 이제는 제공받은 의사 또한 처벌을 받기에 의사도 쉽게 리베이트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분노하는 의사들, 하지만...

 

의사들의 분노는 적지 않았다. 동아제약 등 리베이트 쌍벌제를 적극 추진한 5개 제약회사를 ‘5적’이라 칭하며 이들의 약을 처방하지 않겠다는 말도 나왔고, 파업을 시도하자는 의견도 있다. 기본적으로 의료계 리베이트는 ‘저수가’라는 한국의 의료현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고, 이는 정부 또한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보상 차원에서 묵인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수가 문제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갑자기 리베이트 문제만 지적하며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이 상황에, 의사들은 분개하는 것이다.

또한 위의 편지에 대해서도,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직접 의사들의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레지던트 2~3년차 선생들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아십니까. 수술 방에 틀어박혀 햇빛도 못보고 월급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기혼자라면 도저히 생활이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그 선생들이 하루에 살려내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한 달에 몇 백 만원을 받아도 모자랍니다. (중략) 그렇다고 해서 의사 선생님들이 아무 약이나 쓰는 게 아니에요. 영업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돈부터 요구하는 선생님은 1% 미만입니다. 제가 500여명의 선생님들과 만나 영업을 했지만 그런 선생은 없었어요.”

그러나 이런 분노 속에서도, 리베이트를 찬성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불법적인 일을 찬성하는 것이기에 국민들에게 의사의 이미지만 먹칠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카피약 대신 오리지날약 처방이 급증하는 것은 오히려 그동안 리베이트의 영향이 컸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뿐이며, 의사의 파업은 항상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였다.

인제대학교의 이기효 보건대학장은 “차라리 이번 계기를 통해 자정선언에 나서고 수가 문제 등을 치밀하게 거론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며, 리베이트를 포기하는 대신 그 탄생 배경이었던 비정상적인 수가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울산시 의사회의 조사에 따르면 52.8%의 의사가 수가만 정상화 된다면 리베이트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의사들의 뜨거운 논의 속에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은 3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