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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각은 지배당하고 있다

생각하는 바에 관해서는 자유롭지 못한 인간
내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은?

깨져버린 달걀의 우리 사회

 콜럼버스는 달걀을 세웠다. 비록 달걀의 밑 부분이 깨지긴 했지만 말이다. 혹자는 그것을 발상의 전환, 획기적 아이디어로 추켜세운다. 하지만 홍세화씨는 말한다. 그것은 다만 자연의 섭리에 맞선 인위적인 폭력이었다고. 그 폭력으로 인해 피식민지 사람들에 대한 착취와 억압이 시작되었다고. 그리고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 모양이라고.
 깨진 부분에 속한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한 채 하루하루를 고통과 불행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불만할 여력도 없다. 그보다 조금 위에 있는 중산층 사람들은 자신도 깨진 부분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항상 불안해한다. 그들에게 물적 소유는 최대의 관심사이고 자본 앞에 자발적으로 복종한다. 그 위를 차지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의 20%뿐이지만, 그들은 우리 사회의 80%를 지배하고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왜 민주주의 사회에서 80%의 사람이 20%의 사람에게 지배당하고 있는가? 어떻게 민주주의 하에서 20%가 80%를 소유하는 일이 일어났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의 생각은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그것은 현실세계다

 몇 년 전 이랜드 어머니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 홍세화씨는 직접 질문을 던졌다. 그 동안 어느 정당에 표를 던져왔느냐. 그들의 시위를 도와주던 민주 노총을 비롯한 진보 정당에 표를 던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가장 많이 지지한 당은 지금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 8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문제에 직면하기 전까지 20%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에 무엇을 생각하는가? ‘왜 파업을 일으켰을까?’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파업=무질서=불안’이라는 공식에 의거해 ‘웬 파업이야! 괜히 불편하겠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한겨례 신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운동권 신문, 편파적 신문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가. 그렇다면 그 생각은 당신이 직접 한겨례 신문을 구독해 보고 스스로 내린 판단인가.
 인간이 생각하는 동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칸트가 지적했듯이 인간은 ‘생각하는 바에 관해서는 자유롭지 못한 존재’다. 생각해 보라. 당신의 생각은 어떻게 당신의 생각이 되었는가? 폭넓은 독서, 열린 자세의 토론, 직접 견문, 혹은 성찰. 이 경로들을 통하여 형성된 것인가?



제도교육과 미디어, 그리고 ‘왜?’의 죽음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하는가, 존치되어야 하는가.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활발한 토론이 있어 왔다. 하지만 답은 없다. 인문 사회과학의 모든 문제가 그렇다. 생각과 논리를 요구하는 정답이 없는 학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해 이러한 문제를 낸다. ‘다음 나라들 중에 실질적으로 사형제가 폐지된 나라는?’ 이 문제를 맞힌 학생은 사형제에 대해 얼마나 생각을 해봤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미디어는 많은 지식을 준다. 어떤 책을 읽지 않아도 그 내용을 알 것 같이 해 주고, 어떤 대상을 조사해 보지 않아도 그에 대한 정보를 준다. 그 덕에 우리는 많이 유식한 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실제로 무지하다는 자각은 물론 무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 그 문제는 둘째 치고 그렇다면 과연 그 정보들을 필터링하고 가공한 자를 믿을 수는 있을까?
 아기들이 ‘엄마’라는 단어 다음으로 많이 쓰는 단어는 ‘왜?’이다. 아기들은 모든 게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하늘은 왜 파랗고 비는 왜 오는가, 손가락은 왜 다섯 개인가. 그러나 우리가 들어온 대답은 이러한 것들이었다. “그건 원래 그런 거야.”, “몰라도 돼.”, “크면 다 알아.” 그리고 그 아기들이 사회에 나가 비정상적인 현실과 마주했을 때, ‘왜?’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왜 내 생각이 되었는가?

 그 동안 머릿속에서 아무 의심 없이 머무르던 생각을 깨끗이 지우기란 불가능 하다. 그 생각들을 뒤엎고 새로운 생각들로 덮어 쓰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 생각이 많이 바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홍세화 씨는 항상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을 요구한다. ‘내 생각은 왜 내 생각이 되었는가?’ 어떤 존재에 대한 판단을 했다면 무슨 근거로 그렇게 한 것인가, 그 근거는 옳은 것인가 끊임없이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
 매트릭스의 세계, 하루 빨리 모피어스를 만나야 하고 빨간 약을 선택해야 한다.

※ 본 기사는 홍세화 씨의 ‘생각의 좌표’를 읽고, ‘2010보건의료진보포럼’에서 홍세화씨의 강연 ‘생각의 좌표-내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듣고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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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74호(2010.04.19.)/오피니언 2010. 4. 30. 10:20 Posted by mednews

 

김예슬을 지지한다

 시계 바늘은 벌써 새벽 세 시를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3월 12일 산부인과 시험 날.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뜬눈으로 지샜던 수많은 밤들과 별다를 것도 없는 날이었지만 그날은 왜 그리도 힘들었을까요. 내려앉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뜨며, 수없이 고민했습니다. ‘눈을 좀 붙여야 하나... 아니야, 공부해야지.’
 그런데, 의과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누구나 한 번 쯤은 하게 되는 이 고민의 근원을 생각해보면, 슬프기가 짝이 없습니다. 바깥에서 본다면 한 사람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는 예비 의료인들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이 그렇지 못함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요. 시험 전날의 그 밤은,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서로가 서로를 밟고 일어서기 위한 각축장일 뿐입니다.

 그 이틀 전, 고려대학교 김예슬양이 교정에 대자보 한 장을 남기고 자퇴했습니다. 그녀는 경쟁만을 부추기는 대학과 사회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대학 교정에 붙은 한 장의 대자보는 적지 않은 울림을 일으켰지요. 그 파장만으로도 김예슬씨의 이야기는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20대, 모든 대학생의 것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입학과 동시에 ‘의사’로서의 미래가 보장되는 우리에게는 그들의 고민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과대학도 역시 목적 없이 달리는 경주마들의 경연장의 축소판이 아닐까요. 바깥의 친구들이 수만명과 경쟁하며 ‘스펙’을 쌓는다면, 의과대학에서는 50명 100명의 동기 사이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학교마다 분위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서로 도와주고 챙겨주는 분위기의 학교도 있고, 족보 때문에 서로 싸우고 얼굴을 붉히는 학교도 있지요. 하지만 그 밑에 깔린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의사가 되겠다는 철학은 없이, 유급과 재시를 피하고 성적표에 찍히는 알파벳을 결정하기 위해 바둥댈 뿐입니다.
 
 김예슬씨의 결정에 대해 소설가 공지영씨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386세대의 방법인 대자보를 택한 점은 아쉽다. 지금의 20대 만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김예슬 선언’이후 많은 대학생들이 인터넷 까페 등에 모여 지지를 보내는 한 편 새로운 행동을 취할 방법을 강구중입니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 1%’라고 자부하는 우리 의대생들은 어떤가요. 방법론에 접근하기는커녕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의사’로서의 길이 보장된다고 해서,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우리 세대의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로서, 같은 대학생으로서의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들의 고민과 우리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지요. 게다가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 의료 민영화와 원격 진료 등이 진행된다면 졸업 후 우리가 처할 의료환경도 엄청난 경쟁의 장이 될 것이 뻔해 보입니다.

 한 달음에 현실에서 이상으로 달리기는 힘이 듭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김예슬씨에게 지지를 보내는 일 뿐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세대가 드디어 기성세대에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 때, 그저 방관자로만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편집장 김민재
<editor@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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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74호(2010.04.19.)/오피니언 2010. 4. 30. 10:18 Posted by mednews

 

감동으로 다가온 ‘환자체험’을 배우자

 지난 달 초, 국내 한 대학병원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의예과 신입생들이 병원으로 몰려가 직접 접수를 하더니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누워 입원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관동의대에서 시행된 <가치관 재정립을 위한 집체 체험연수>의 일환이었다. 병동에 입원한 학생들은 환자들과 면담을 통해 그들의 고충과 바람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이 대학 신입생들은 보호자, 간병인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나눔을 실천하는 명사들과 만남을 통해 인성을 재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모든 체험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감상과 포부를 적어 타임캡슐에 보관했다. 대학 측은 졸업 후 의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학생들에게 다시 나누어줄 것을 약속했다.
 기존의 의과대학에서 행해지던 인성 강화 프로그램과 차별화 된 이 프로그램은 의학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비의료인들이 의학과 술기를 배우기 이전에 피행위자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역지사지의 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의학교육이 잊고 있었던 ‘공부’의 참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옛 현인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피력했다.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든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덕행과 수양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공부(工夫)’다.
 안타깝게도 다른 모든 근대화된 고등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공부(工夫)’보다는 ‘훈육(訓育)’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교육과정 상의 한계는 환자들이 의사들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사를 속되이 일컫는 ‘칼잡이’와 같은 말에는 영혼이 없는 일부 의사들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의대생이 ‘칼잡이’가 아닌 참의사가 되는 도상에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있다. 때문에 그 길을 올곧게 닦는 일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의과대학 당국은 진정으로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의사의 영혼을 회복할 수 있는 ‘공부’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 의과대학의 실험이 예비의료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 의료, 거꾸로 갈 셈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개혁 범안에 정식 서명함으로써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이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이번 개혁안은 10년간 9400억달러를 투입해 무보험자 3200만명에게 보험 혜택을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빈곤층에게 제공하는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의 수혜 대상을 늘리고 중산층에겐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한 민간 보험회사들을 규제하는 조처도 마련되어, 계약자를 상대로 한 보험업계의 횡포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OECD에 가입된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이다. 때문에 직장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에 들지 못하는 사람은 민간의료보험을 이용하여야 하지만 이마저도 비싼 보험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결국은 의료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미국 인구의 17%인 5400만명이 의료 보험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의료보험 개혁안을 채택함으로써 미국은 지난 100년간 숙원사업이었던 전국민 보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개혁의 의의는 크다. 민영화의 최전선에 있던 미국이 시장에서 운영되는 의료 시스템의 비인간성과 비효율을 인정하고 공공성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6일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시키고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번 개정안에는 원격 진료 및 의료 기관의 부대사업 허용, 의료기관 간의 합병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의료기관이 병원경영지원사업 등의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이번 개정안에 시민단체는 민영화의 서곡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당사자인 의협은 원격 진료 도입에는 반대하지만 다른 쟁점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손익 계산 후에 1차 진료의에게 불리할지 모를 원격진료 안에는 반대하고, 의사에게 유리할 수 있는 의료 민영화 관련 사안에는 조심스레 찬성표를 던지는 모양세다.
 많은 의사들과 몇몇 의대생들은 의료 민영화가 되면 의사에게 유리한 진료환경이 펼쳐질 것이라며 반가워한다. 하지만 민영화는 의료의 운영주체를 자본에게 넘겨주겠다는 것이지 의사에게 주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민영화로 이익을 보는 이들은 대형병원과 민간 보험회사, 소수의 유능하다고 인정받은 의사들이다. 절대 다수의 의사들은 병원에 고용되어 경영진의 지침에 맞춰 진료하는 샐러리맨 ‘의사’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의료 민영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온다. 진료비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몇몇의 환자들은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민영화의 수순으로 당연지정제 마저 폐지된다면 건강보험에 의지해 살아가는 평범한 국민들에게 병원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의사단체와 공화당의 반대가 있었지만 미국 민주당 행정부는 세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공동체가 함께 건강해지는 길을 택했다.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는 의료인’이라는 명제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의료의 공공성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지켜가야 한다. 의료권마저 승자독식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의사가 꿈꾸는 진료환경은 결코 의료 민영화를 통해서 실현될 수 없다. 의료 민영화 환경에서 의사는 노동자일 뿐 주인이 아니다. 민영화의 최전선에 있던 미국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한국의료는 오히려 시간을 역행하는 결정을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74호(2010.04.19.)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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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소식

74호(2010.04.19.)/문화생활 2010. 4. 30. 10:17 Posted by mednews


가톨릭의대

■ 노란 봄꽃이 화창한 가운데 도서관엔 누런 얼굴만 둥둥 떠다니는 가톨릭 의대의 4월입니다. 본과3학년 여러분 드디어 실습 나가기 전 마지막 고비인 대박시험, 무사히 통과하시길 바랍니다. 본과2학년 여러분들도 어여 시험 끝나시고 즐거운 브레이크 즐기시기를... 아~ 맞다. 그전에 달콤한 꽃동네 봉사활동이 기다리고 있군요. CC탄생 ♡ 기원합니다. 본과1학년 여러분들은 이제 겨우 6-7개의 시험을 치르시곤 힘들다고 힘들다고 하시는데 앞으로 일년 동안 기다리고 있는 시험이 수십개네요. 더욱더 절망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본과 4학년 여러분, 즐거운 졸업여행 다녀오세요 ^^

김지은 기자/가톨릭
<jieunf@e-mednews.com>

계명의대

■ 본과 3학년 선배님들의 PK 실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예년보다 앞당겨진 실습일정 때문에 올해는 PK 진입식이 4월이네요^^
■ 본과 1학년 학생들의 해부소풍~*^^* 올해는 성서캠퍼스 한학촌으로 간다는 소문이..

구현담 기자/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

고신의대

■ 예과생들의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고있군여 ~_~ 대학 들어와서 처음치는 중간고사인 만큼 쏟는 열정이 남다......를까요? 나날이 시험인 본과생에게 중간고사 기간이 있는 예과생활은 행복한거에요!!
■ 본과 진입식이 3월 29일에 있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하고 이제 본과생이 된 본과 1학년 학우들에게 본과생활의 건투를 비는 바입니다.
■ 벚꽃도 만발하고 봄이 다가오면서 마음도 므흣해지네요. 본 2 선배님들께는 심장학을 넘어서 신장학이 기다리고 있는데 화이팅입니다! ㅠ 본 1 동기분들도 함께 생리학과 미생물학과 기생충학을 넘어 무사 진급하길 기원합니다! ㅠ

김태윤 기자/고신 
<brokethedevil@e-mednews.com>

대구가톨릭의대

■ 3월 한달간 신입생과 본1, 2, 3, 4학년이 대면식을 하였습니다.
■ 3월 26일 흰가운 착복식을 했습니다. 본3 선배님들이 병원실습을 시작하셨습니다~
■ 멘토링 사업을 기획하여 곧 시작예정입니다. 자원한 학생들이 멘토가 되어 남구에 거주하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습 봉사를 하는 것으로, 멘토 신청자는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 3월 28일 학교에서 지원자를 받아 1차 봉사활동을 하러 칠곡 성가 요양원에 갔습니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서남의대

■ 4월 11일부터 23일까지 본과 및 예과의 중간고사가 치뤄집니다. 홧팅!!
■ 4월 24일 체육대회가 있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기대됩니다!
■ 남원에 춘향제랑 허브축제가 열리고 있네요. 솔로는 뭐 그렇지만 커플분들은 많이 다녀오시겠죠?^^

이혜미 기자/서남
<manar@e-mednews.com>

성균관의대

■ 지난 3월 26일날 청평으로 학교 총 엠티가 있었습니다. 새로 온 신입생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재미있는 자리였습니다.
■ 삼성 의료원 주변에 봄기운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벚꽃이 만발한 가운데 지하에 갇혀있는 학생들에게서 우울증이 돌고 있습니다.
■ 각종 향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고향 후배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신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병찬 기자/성균관
<blackskay@e-mednews.com>

순천향의대

■ 일년 중 신창이 가장 아릅답다는 4월이 돌아왔습니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상관없이ㅋㅋ) 예과생 분들은 신창의 벚꽃을 만끽하시길...
■ 예과1학년 부터 본과 2학년들은 오늘 부터 시험기간입니다. 일주일 후의 꿀맛 같은 휴식을 생각하며 조금만 버티세요~~  
■ 마이너 참, 좋다.

이예나 기자/순천향
<lyna@e-mednews.com>

연세의대

■ 본1들 조직학 근골격계 기초신경과학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레이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 본2 1분기말부터 시험을 컴퓨터로 보는 시스템인 CBT(Computer Based Test)가 도입되네요. 시험 종료 직후 자신의 성적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네요.

황인성 수습기자/연세
<gunter@e-mednews.com>

영남의대

■ 4/19일 부터 시험이 있습니다. 하...
■ 꽃이 핍니다. 예쁘군요. 웁니다.
■ 4월 8일과 9일 예과생 엠티가 있었습니다.

오경택 수습기자/영남
<teddy5@e-mednews.com>

울산의대

■ 지난 3월 27일, 예과 2학년 및 본과 학생들이 울산을 방문해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5월 8일에는 예과 1학년이 서울로 올라와 선배들을 만나고 체육대회도 함께하는 본과방문 행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 울산의대에 댄스 동아리가 새롭게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최성욱 기자/울산
<palpitation@e-mednews.com>


을지의대

■ 신입생과의 친목을 빙자해 주(酒)님과 함께하는 광란의 한달이 지나가고 모든 학년이 시험기간에 들어갔습니다. 다들 좋은 성적 받으시고 봄방학을 즐겁게!
■ 학교 앞길에 꽃도 피었는데, 불라는 봄바람은 안불고 느닷없이 CC 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추운데 날이라도 얼른 따뜻해졌으면 좋겠군요.
■ 본과 1학년 M모군이 공개적으로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키는 180이 넘는 위너에 성격 좋고 매너 있는 훈남입니다. 관심있으신 여학우 분들은 아래의 주소로 사진과 함께 메일을 보내시면 본인이 직접 확인한다고 하네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4월 20일 중구청과 을지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교수님들이 봉사활동 협약을 맺습니다. 지역 내 의료취약가구를 방문하여 1년간 보건의료 후견인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 5월 4,5일에 을지대학교 대전캠퍼스 연합엠티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승현 수습기자/을지
<toypotato@e-mednews.com>

이화의대

■ 1학년 중간고사가 4월 26일~4월30일 이라고 합니다. 입학 후 첫 중간고사 힘내서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 2학년 중간고사는 5월 3일~5월 14일 입니다. 첫 블럭은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할 정도지만 차근차근 열심히 준비합니다.
■ 지난 3월 19일, 2학년 white coat ceremony가 있었습니다. 대표 선서는 과대인 김나루언니가 해주셨습니다.
■ 생협 따뜻한 까페라떼는(우유 데우는 것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줄줄이 줄을 서는 아침시간에는 따뜻한 까페라떼보다는 아이스 까페라떼 혹은 다른 커피를 주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박소현 수습기자/이화
<lamia31@e-mednews.com>

전남의대

■ 올해부터 의예과가 의과대학소속으로 변경되었는데요, 덕분에 어두컴컴했던 학동에도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이 자주 보이는군요. 파릇파릇한건 좋은데 인사하기에 좀 신경써줬으면 한다는 의견이 있네요. 우리 모두 인사 잘합시다.
■ 3월 26일 본1은 집도식이 있었습니다. 의학의 첫 관문을 무사 통과하시길...
■ 3월 29일 전남대 농구반과 오사카시립의과대학 농구반의 친선 농구경기가 있었습니다. 2년마다 한번씩 광주와 오사카를 오가며 열리는 꽤 커다란 행사인데요. 교수님들께서 친히 수업까지 옮겨주시는 ‘배려’를 배풀어주셔서 본과 1학년과 예과 2학년 전원이 응원을 다녀왔습니다. 비주전선수들의 연습이 엄~청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던 경기였습니다.
■ 작년에 새로생긴 CPX시험에서 전남대가 피를 좀 봤다는 소문과 함께 예과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강의가 진행중입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시간이긴 하지만 학장님께서 힘쓰셔서 만든 자리인 만큼 학생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박정원 수습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

중앙의대

■ 예과 1년생들과 의전원 1년생들이 3월 한달동안 상면식을 가졌습니다. 끝나고 나니 그립습니다.
■ 동아리별 신입생 환영회와 진입식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동아리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와 같은 곳에서 환영회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소녀시대 유리와 수영을 만나고 ‘중앙의대 여러분’ 앞으로 사인을 받았습니다. 빅뱅 승리와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 문화생활팀장 정환보 선배가 본과학생회장이 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문지현 수습기자/중앙
<jeehyunmoon@e-mednews.com>

충남의대

■ 본과 3학년이 기나긴 블록 강의를 마치고 제주도로 3박 4일 졸업여행을 갔다왔습니다. 빡빡한 일정 덕분에 몸은 좀 피곤했지만 동기들 간의 우애를 다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입니다. 유성 캠퍼스나 테미 공원으로 벚꽃놀이를 가는 학우들이 많을 것 같네요.
■ 의행회관 앞에 의행정이 새로 생겼습니다. 그동안 밖에서 쉴 곳이 없어서 고민했던 학생들에게 많은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최연주 기자/충남
<gooddaytowin@e-mednews.com>

한림의대

■ 본3분들 시험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본2 분들은 5월 4일에 보시는 시험 화이팅이요^^
■ 예과생들은 19일에서 23일까지 중간고사를 보는군요. 예과 2학년은 셀이 끝나서 도저히 공부할 마음이 안나겠지만, 좀만 더 힘을 내 보아요.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전의련 소식

■ 전국의과대학/의학대학원학생연합 8기(의장: 백정욱)가 출범하였습니다.
■ 전의련(KMSA)이 지난 3월 방콕총회를 통해 IFMSA의 National Member Organization으로 가입하였습니다. 이번 태국총회에는 60여 나라에서 700여명의 전세계 의대생이 함께 하였습니다.
IFMSA(International Federation of Medical Student’s Association)는 1951년 4월에 설립되었으며, 의대생들에 의해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로서 UN과 WHO가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의대생의 국제 Forum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단체입니다.
■ 전의련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으로 아이티지진현장에 의료봉사단 일원으로 참가하였습니다. WHO 백신 프로그램, 모바일진료, 캐나다, 쿠바 의료팀과 함께 병원진료을 하였습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우인형만들기 관련 세부사항 조정 중입니다.

전의련 사회참여국장 여현철

'74호(2010.04.19.) >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자의 목소리  (1) 2010.04.30
니체적 환자와 레비나스적 의사의 만남  (0) 2010.04.30

독자의 목소리

74호(2010.04.19.)/문화생활 2010. 4. 30. 10:15 Posted by mednews



 

독자의 목소리

이번에 의대생신문을 읽으면서 변화된 점에 많이 놀랐습니다. 일단 신문이 좀더 체계적으로 틀이 잡힌 것 같았어요. 그리고 많은 기사들이 유익했지만 (사회적, 정치적으로 본 의사관련 이슈 등)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건 ‘수상한 의대생’이었습니다. 의대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던 시를 쓰는 일이 너무 멋있어 보였거든요^^. 저도 문학에 관심이 많은데, 이렇게 등단까지 한 의대생이 계신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낸 용기도 부러웠어요. 앞으로 더욱 더 이상한(?) 의대생 많이 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당.ㅎ

- 영남의대 박주연

'74호(2010.04.19.) >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소식  (0) 2010.04.30
니체적 환자와 레비나스적 의사의 만남  (0) 2010.04.30




 

니체적 환자와 레비나스적 의사의 만남
『어느 의사의 고백』

 의학과 철학. 정말 연관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어떤 의사가 이 두 학문 사이에 슬금슬금 다리를 놓으려 하네요. 여기에 ‘아니 의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학문이고, 철학은 머리만 굴리는 주관적인 학문인데 무슨 연관이 있느냐’며 반문하실 분도 많겠지만, 과연 그럴까요?
 『어느 의사의 고백』은 철학적인 관점에서 의학을 바라본 책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학에 있어 윤리적인 토대를 마련해 보려는 노력이 담긴 책이지요. 저자인 알프레드 토버는 의사이자 철학자입니다. 토버는 과학에 삼켜진 현대의학이 환자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을 잃어가는 것을 매우 염려했습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그는 대인관계에서의 윤리가 의료의 기초로 확립되어야 하며, 임상과학은 의학의 도구로써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대인관계의 윤리-여기서는 의사-환자간 윤리-를 세우는 데에 있어, 토버는 니체와 레비나스를 롤모델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스터디에서는 이 두 철학자의 사유가 어떠한 것이며, 이것이 어떻게 의사-환자 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레비나스의 얼굴

 레비나스는 1905년 리투아니아의 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유태인에 대한 박해를 경험했고, 세계 1,2차 대전을 겪는 와중에는 가족을 잃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로부터, 레비나스는 어째서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는 그 원인을 ‘타자에 대한 진정한 존중의 부재’에서 찾았습니다. 당시 유럽사회에 만연해 있던 전체주의적 사고는 타자를 자신의 마음대로 이해되는 대상- 즉 내 자신의 사고체계로 ‘환원된’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이런 세계에서는 타자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에 대한 대항으로, 레비나스는 타자를 올바르게 존중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러한 그의 관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얼굴의 현현’이라는 개념입니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우리는 타자와 마주할 때 ‘얼굴의 현현’을 경험하게 됩니다. 여기서 얼굴은 타자에게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때 타자는 고통스러운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노숙자나 집을 철거당한 철거민들, 가난해서 밥을 굶는 어린학생들을 볼 때 ‘불쌍하다’ 혹은 ‘저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데는 논리적인 사고과정이 필요하지 않지요. 따라서 얼굴이란 ‘고통 받고 있는 사람에게서 내 자신이 느끼는 어떤 감정’과 비슷합니다. 또한 그런 약자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속 한 구석에는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얼굴의 현현은 일종의 윤리적인 명령이며, 연민이나 동정과 같은 감정보다 나와 타자 간의 윤리적 관계를 훨씬 더 견고하게 엮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째서 이런 타자의 철학을 강조했을까요? 실증주의적 과학에 기반한 현대의학은 종종 환자를 ‘질병’으로 환원시켜 연구의 대상으로 여기곤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세태에 반감을 표합니다. 그는 레비나스를 통해서 의사가 환자와 마주할 때 보아야 할 것은 질병이 아닌, ‘얼굴’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특히 관계 설정에 있어 타인의 고통을 큰 요인으로 여긴 것을 감안하면,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은 의사-환자 관계의 윤리모델의 적절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니체의 자아, 니체의 몸

 이제 저자가 주목한 또 다른 관념 - 니체의 자아에 대해 알아봅시다. 니체의 자아관념은 참 특이합니다. 근대까지만 해도 자아는 어떤 실체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나 자신의 배후에는 어떤 일관된 자아가 존재하며, 이 자아가 나의 말과 행동, 삶 전체를 좌우한다고 보았지요. 니체는 이러한 전통적인 자아 관념을 부정합니다. 그가 생각했던 자아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의식과 의지, 혹은 감정들의 복합적 활동에 대한 개념적 총합’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기분 좋을 때의 나, 나쁜 생각을 하는 나, 분노하는 나 등 다양하지요. 하지만 이들은 나의 자아를 구성하는 한 조각들일 뿐, 그 중 어느 것도 참다운 ‘나’는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니체는 어떤 행위나 현상을 만들어내는 일관된 자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쯤 되면, 이런 의문점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주체란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주체는 소멸되어 버린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 니체는 ‘몸’을 제시합니다. 니체는 있어서 몸이란, 자아를 구성하고 있는 힘들 간의 내면적 투쟁과 경쟁이 발현된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힘들 간의 투쟁과 경쟁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을 그는 ‘건강하다’라고 말했지요.
 이러한 니체의 자아관념에는 타자에 대한 설명, 특히 상호 간 윤리적 책임에 대한 요소가 빠져있습니다. 때문에 그의 자아관념을 의사-환자 관계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것을 의료윤리와 관련짓기 위해서는 좀 다른 길을 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니체의 건강

 위에 언급했던 니체의 몸 개념을 건강과 관련지어서 확장해봅시다. 니체의 몸은 다양한 행위를 유발하는 힘들의 복합체입니다. 이런 다양한 힘들을 적절히 조절하느냐는 몸의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요. 니체는 그 힘들 간의 균형이 유지되는 것, 혹은 그렇게 노력함으로써 다양한 균형의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건강으로 정의합니다. 그는 ‘병이 있다’거나 ‘병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질병과 건강 모두 어떤 균형점을 찾아가는 선상에 놓인 것으로 간주하고, 본질적으로 같은 것으로 보았던 것이지요. 이러한 니체적 관점에서는 환자가 질병을 지닌 객체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다만 잠시 몸이 평정을 잃었을 뿐, 자기 자신의 의지로써 다시 조화로운 몸으로 돌아 갈 수 있는 ‘다소 불균형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여겨질 뿐입니다. 이러한 건강개념은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요즘 환자들의 인식과 잘 맞아들어가는 면이 있지요.
 그런데 이러한 자율성을 이유로 니체의 관념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환자는 스스로의 컨트롤의 부재로 인한 발병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올바르지 못한 식습관이나 방탕한 생활, 건강유지를 위한 노력의 부재 등에 대해 환자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거나, 특히 전염병 환자의 경우 벌을 받은 사람, 즉 죄인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니체와 레비나스, 환자와 의사

 그런데 이 시점이 바로 니체의 주체적인 건강개념과 레비나스의 관계론이 융합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스스로의 몸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환자의 자율성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 자율성을 빌미로 질병의 책임을 전적으로 환자에게 지우는 것은 타인, 즉 환자의 ‘얼굴’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레비나스가 제시한 다른 모든 자아-타자의 관계에서처럼, 의사가 환자의 ‘얼굴’을 보는 것은 환자에게 어떤 책임을 묻는 것에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니체적 건강을 잃은 환자가 레비나스적 의사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니체의 ‘주체의 해체’ 개념은 의사-환자 관계의 전제(건강과 질병의 정의)를,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은 의사-환자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틀을 제시해주는데, 결국 둘 다 의료윤리의 기반으로써 중요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겠지요.

 니체와 레비나스. 언뜻 보면 의학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사람을 끌어들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인간적인 의학을 위해서이지요. 환자를 단순히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질병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는 현대의학은 의학의 본질-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에 도전장을 내밀음으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반세기가 넘게 의사로 살아온 저자 역시 이를 절실하게 느껴왔겠지요. 의학의 윤리적 토대를 마련해 보려는 그의 노력은 비인간적인 의학에 대한 대항입니다. 의학의 핵심 중 하나인 의사-환자 관계가 어떠한 철학에 기반 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그는 니체와 레비나스라는 원석(原石)을 조심스레 내어놓았습니다. 매우 거친 형태이긴 하지만, 의학의 윤리적 기반으로써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원석 그 자체로는 단단한 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돌을 균형에 맞추어 수많은 각도로 깎았을 때에야 비로소 눈부신 빛을 발하게 되지요. 글을 읽으시는 모든 독자 분들께 엄숙하고 아름다운 세공을 부탁드리면서 스터디를 마칩니다. 

■ 포럼 참가자_ 김정화(한림), 정세용(연세), 이예나(순천향), 김민재(순천향)
■ 포럼 일시 및 장소_ 3월 28일 강남역 유익한 공간   ■ 정리_ 김정화 기자/한림 <eudimonia89@e-mednews.com>

'74호(2010.04.19.) >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소식  (0) 2010.04.30
독자의 목소리  (1) 2010.04.30




 

의학서의 저자들 : 2회 - 닥터 턴슬리 해리슨

 해리슨, 로빈스, 가이톤, 그리고 홍창의...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봐야 하는 교과서들의 제목을 장식한 이 분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의대생신문에서는 올해 6회에 걸쳐 의학교과서의 저자들의 생애와 업적을 파헤칩니다. 지난번 가이톤에 이은 그 두 번째 순서로 내과학 교과서의 저자, 해리슨을 만나봅니다.

해리슨가(家)의 정신은 계속될 것이다

 닥터 틴슬리 해리슨(Dr. Tinsley Randolph Harrison)은 미국 알라바마 의과대학의 수호성인으로 불린다. 그를 기리는 동상도 있고 그의 이름을 딴 건물 또한 학교의 명물이다. 이러한 신적인 존재 닥터 해리슨이 바로, 50여년간 전 세계 의학도들의 필수 지침서인 『해리슨 내과학(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의 편집자이다.
 이렇게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은 그 혼자만의 노력과 열정에 의한 당연한 결과라 볼 수도 있지만 닥터 해리슨의 경우에는 한 천재의 영감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해리슨가(家) 대대로 지켜온 의사 집안이라는 자부심과 자식들을 훌륭한 의사로 키우겠다는 정신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대로 새로운 지식을 갈망했던 해리슨가는 선대에서 갖지 못했던 환경을 후손들에게 제공해 주려는 노력이 대단했다. 자식을 능력 있는 의사로 키워내려는 해리슨가의 정신이 닥터 해리슨과 그의 업적, 해리슨 내과학을 탄생시켰다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닥터 해리슨은 6대에 걸쳐 자자손손 의사생활을 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해리슨가 초대 의사인 그의 증조할아버지부터 소개해나가겠다.
 그의 증조할아버지 닥터 틴슬리 해리슨(John Tinsley Sr.)이 살던 때에는 체질설이 만연했다. 즉, 피, 점액, 황담, 흑담의 4가지가 균형이 흐트러지면 병에 걸린다고 믿었다. 따라서 의사들이 일부러 출혈이나 구토를 유발시켜 질병을 치료하려 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러한 치료는 도리어 환자에게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 시기에는 물론 정식 의사 자격증도 없었다. 해리슨의 증조할아버지 역시 의사 자격증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버지니아 의과대학에서 짧게나마 수련을 받은 적이 있었다. 수련과정을 마치는 것보다 결혼 생활을 택하였기 때문에 미처 공부를 마치지 못했다고 한다.
 의사로 활동한 것 외에도 목화 농장의 소유주로 부를 축적하였다. 이 덕에 두 아들들(닥터 해리슨의 할아버지)을 의과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19세기 초반 당시 대부분 미국 의과대학은 등록금만 내고 마지막 학기말고사만 출석을 하면 졸업장을 줄 정도로 허술했다. 닥터 해리슨의 할아버지들 또한 이런 식으로 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하지만 닥터 해리슨의 할아버지, 존 틴즐리 주니어(John Tinsley Jr.)의 경우에는 형과 같이 의과대학을 다니다 미국 남북전쟁 때 남부 연합군 편에 지원하였다. 그런데 곧 북부 연합군에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에게 천운이 따랐다. 북부 쪽에서 그의 뛰어난 의술을 알아보고 북부 쪽 군의병으로 일 해줄 것을 부탁했던 것이다. 처음에 그는 남부 연합군을 향한 충성심으로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하지만 의사로서 의술을 펼치고 싶은 욕망이 컸기 때문에 결국 두 가지 조건 하에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 그 첫째 조건은 1) 양키들(북부 연합군)보다 남부파 쪽 환자들을 먼저 치료할 권리였고 둘째는 2) 남부 연합군의 상징인 회색 바지를 입고 일할 수 있는 권리였다.
 남북전쟁 이전만 해도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를 뽑거나 종기를 째는 것 같은 간단한 작업 외에는 수술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전쟁이 발발하면서 닥터 해리슨의 할아버지같이 의사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수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수술경험이라는 의사로서의 귀중한 자질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전쟁은 참담했지만 덕분에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가진 능력 있는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아들 그로스 해리슨(Groce Harrison)- 닥터 해리슨의 아버지- 또한 의사의 길을 걸었다. 1893년에는 존스 홉킨스 대학 1기로 입학하였다. 하지만 존스 홉킨스대 졸업장 보다는 사랑을 택하였다. 또, 나중에 볼티모어에서 좀 더 심도 있는 수련과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자신은 가족을 3년이나 내팽겨 칠 수 없다며 포기하였다. 그 정도로 가정을 중시했다. 대신 아들이 ‘의학계의 대부’가 되도록 모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20세기 의학에서는 황금의 시기에 드디어 틴즐리 란돌프 해리슨(Tinsley Randolph Harrison)이 태어났다. 그동안 청진기, 검안경이 발명되고 미생물학, 방사선, 면역학과 화학치료 요법 등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또한, 학부생 실습제도가 도입되고 병원에는 과별로 세분화된 레지던트제도가 시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존스 홉킨스와 같은 몇몇 큰 학교에서 재단의 후원이 상당해 지면서 교육과정이 탄탄해지기 시작했다. 의과대학, 수련과정, 의료과학기술 등 모든 면에서 황금의 시기였다.
 그리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1922년에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다시 홉킨스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바로 펠로우쉽을 거쳐 부교수로, 또 교수로 임명되었다. 록펠러 재단의 후원을 받아 해외 리서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알리바마 대학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기도 하였으며 거기서 첫 의과대 학장을 맡기도 했다.
 방대한 양의 내과학을 정리하여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이 바로 현재 총 12종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내과학의 정석이라 불리는 해리슨 내과학이다. 의학 전 역사를 통틀어서 이 책만큼 많이 팔린 내과관련 교재가 없을 정도이다. 1978년 그가 운명하고 나서 편찬된 제9판에서부터 원래 ‘내과학의 기본원리’(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이었던 책 이름을 해리슨 내과학(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내과학 개념서로서 ‘해리슨’을 손꼽는다.
 건물과 동상 등 닥터 해리슨을 위한 기념비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가 갈고 닦아 온 의학의 역사를 닥터 해리슨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들의 피와 땀과 노력을 아는 그에게 뭇 기념비들보다도 다음 세대의 닥터 해리슨, 다음 세대의 의학 혁신자들이 펼칠 의술 들이 더 기대되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위대한 해리슨가의 정신은 계속 될 것이다.

문정민 기자/중앙
<moon_jm@e-mednews.com>




 

테디의 의대정복 - 연재종료 셀프 인터뷰

지난 1년 반 동안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리에게 공감과 웃음을 주었던 ‘테디의 의대정복’이 이번 호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컷 속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셀프 인터뷰를 통해 들어봅니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충남의대 본과 4학년 박재범이라고 합니다. 87년 12월생입니다.
‘테디’라는 닉네임으로 일부 인터넷상에서는 알려져 있고,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갔던 것으로도 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 같네요. 혼자 그린 만화를 게재하는 게 취미이구요. ‘테디의 우주정복’, 그리고 블로그에서 연재중인 ‘테디의 의대만화’ 등 이 대표작입니다. 의대생 신문에서는 1년 반 동안 의대생 신문에 ‘테디의 의대정복’을 연재했습니다.

▶ DC에서부터 처음 연재하신 걸로 아는데, 연재하게 된 계기는?
- 아... DC에서는 원래 이런저런 부끄러운 짓들을 하면서 살았었습니다. 사진 같은걸 올리고... 그러다가 원래 어릴 때부터 취미였던 만화그리기를 올렸는데, 이게 생각보다 일부 계층에서 인기가 좀 있어서, ‘테디의 우주정복’ 이라는 조악한 웹툰을 연재했었습니다.
특별히 계기랄 것은 없고 원채 만화를 그리는 걸 좋아해요. 그때그때의 감정 같은 거나, 그날 있었던 일 같은 것도 만화의 한 컷으로 슥슥 그리는 버릇이 있을 정도니까요.

▶ 테디는 뭔가요? 왜 테디인가요. 그 외의 캐릭터도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 테디는 제가 어릴 때부터 집에 있던 곰 인형을 본 따서 그리던 게 이어져 온 거구요. 어릴 적에 생각없이 지은 이름인 탓에, 저렇게 특징없는 이름이 되었네요. 네이버에 테디를 검색해도 가수가 나오고, 박재범을 검색해도 가수가 나와요. 오타쿠 의대생이라고 치면 그때서야 나오는 것 같아요.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캥거루 같은 거는 제 의대 동기 캐릭터입니다. 만화에서 테디의 절친한 파트너인 머리에 풀 난 호빵같이 생긴 거는 제 고등학교 후배가 그려주셨던 캐릭터입니다. 몇 년간 잘 쓰고 있습니다. 을지의대 본과 2학년 백재원 양에게 오랜 감사를 표합니다.

▶ 1년 반 동안 전국 의대생 신문에 연재하시면서 소감은?
-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맨날 이런 거 질문할 때마다, ‘정말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식상해 죽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의미 있었는데 뭐라고 하나요. 네, 아무튼 3일전에서야 아이디어를 짜고 그렸습니다. 첫 화는 재미없다고 하시는 분도 많았지만, 점점 반응은 괜찮아졌던 것 같아서 응원도 많이 받고 그랬습니다.
전국 의대에서 제 테디를 봐주신다고 생각하니까 좋았어요. 그치만 PK 실습을 돌면서부터 바빠졌고, 졸업반 되면서 만화를 그릴 시간이 점점 적어졌네요. 그만둬서 넘 아쉬워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
- 의대만화라는 것도 블로그에 연재를 했었으나, 몇 달 전부터 다 잠정적 중단 상태입니다. 인턴 끝날 때까지는 당분간 그리기는 불가능해보이네요.
그 때가 되면 테디라는 캐릭터는 다 잊혀지겠지만, 그냥 지금까지라도 재밌게 봐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 앞으로의 꿈, 하고 싶은 말씀은?
- 일 잘하고 똘똘한 좋은 의사가 될게요. 의대생 신문사, 사실 MT도 한번밖에 안가고, 지방이다 보니 모임도 못가서 항상 만화만 보낼 뿐이어서 죄송스러운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신문 만드는 거 진짜 노력 많이 하시고, 열성적으로 하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요. 저는 졸업반이라 떠나지만, 의대생 신문 번성했으면 좋겠어요. 독자 여러분들, 신문사 여러분들 다 자비 털어서 발행하는 신문이에용ㅠ 재밌게 봐주시고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감사합니다. 의대생 신문사 사랑해요.

※ 저의 더 많은 만화를 보고 싶으신 분은 블로그를 방문해주세요.
※ 작가 작품 블로그 : http://blog.naver.com/teddylisk

박재범 기자/충남 <teddylisk@e-mednews.com>


 

일차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제너럴 닥터’ 정의식 선생님 인터뷰

 까페 클리닉으로 유명한 홍대 앞 제너럴 닥터에 새로운 의사가 왔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정의식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다. 정 선생님은 우리나라에 최초로 가정의학과를 도입하신 윤방부 선생님 밑에서 펠로우십을 마치고 전주 예수병원, 영동세브란스 등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지난 20년간 대학에서 그리고 개업의로서 우리나라에 바람직한 일차 의료 도입을 위해 노력했던 그가 제너럴 닥터에 오게 된 사연을 들어보았다.

 가정의학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의과 대학 재학 시절 본과 3학년 때 실습을 도는데 평생 하고 살 정도로 마음에 드는 과가 없었어요. 그런데 당시에 윤방부 선생님이 미국에서 가정의학과 수련을 하고 한국에 돌아오셨어요. 그 분이 예방의학 시간에 들어오셔서 가정의학 강의를 하셨는데 그때 가정의학과가 상당히 장래가 불투명한데도 불구하고 ‘아 이거라면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정의학과는 ‘primary care’를 하는 곳인데, 이걸 굳이 한국말로 하자면 '일차의료' 정도가 되겠죠. 저는 이 일차의료라는 것에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일차의료에 대해서 설명부탁드려요.
 - 일차의료를 하는 사람은 일단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환자를 만나요. 환자의 상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에서 문제를 발견해내서 도와주고 내가 다 못 도와주면 내가 속한 팀의 도움을 받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큰 병원으로 보내죠.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 일차의료랑 이차, 삼차의료의 구분이 잘 안 되어 있어요. 일차의료라고 하면 이차, 삼차 의료와 비교해서 하등하고 굳이 진료를 안 받아도 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죠. 일차 의료를 하는 의사와 각 세부 전공의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에 환자를 도와줘야 되는데 현실은 개인병원과 종합병원들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학병원에 가보면 일차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우루루 가 있고 전문가 집단의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개인 병원을 진전하고 있는 경우도 볼 수 있죠. 그러다보니깐 비용, 시간적인 면에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고요.

 개업의로 근무하셨을 때 경험이 제너럴 닥터에 오게 된 계기 중의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 일차의료에서는 환자에게 접근하는 바람직한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지속적인 의료인데 환자하고 한번 관계를 맺으면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는 겁니다. 정보도 주고 교육도 하고 예방접종도 하고 정기검진도 하고.
두 번째는 포괄성입니다. 내, 외과를 아우르는 포괄성을 포함해서 생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할 수 만 있다면 영적으로도 즉, 모든 면을 통합해서 환자를 보는 겁니다.
 지난 10년 동안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두 가지 시도를 해 봤어요. 처음에는 포괄성을 염두에 두고 개업을 했죠. 장비들을 갖춰놓고 모든 질병을 두루 다루려고 했는데 결국은 환자들이 개인병원보다는 주위에 있는 큰 종합병원을 선호했어요. 다음에는 지속성을 목표로 했습니다. 처음에 가족 주치의로 일하고 싶다고 써 붙이고 시작했는데 꼭 아플 때가 아니어도 정기검진이나 상담,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 개념이 생소해서 그런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전문의로서 의원인 제너럴 닥터에 오게 되신 이유는요?
 - 앞서 말했듯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해봤던 두 가지 노력이 성공적이지 못해서 가정의다운 진료를 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해야 하나 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승범 원장이 까페 클리닉이란 걸 열었는데 같이 해보자는 뜻을 전해왔어요. 처음에는 의아했죠. 까페 클리닉이라고 하니까. 엉뚱하죠? 여러 번 방문해서 의논하고 진료하는 모습도 보니까 이렇게 기발한 방법으로 환자들에게 새롭게 접근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제너럴 닥터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있고, 일반의도 있는데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요?
 - 특별히 역할 분담이랄 것은 없습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보다는 효율적으로 환자를 볼 수 있죠. 일반의는 전문의와 비교해서 처음에 환자를 볼 때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고요.

 고령화가 이슈인데, 노인들을 위한 일차진료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 좋은 질문입니다. 남녀노소를 구분하는 것은 일차 진료가 아닙니다만 혼란스러운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에서 노인들은 일차진료를 경험해 보지 않았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썩 내키지 않아합니다. 당연한 것이 우리나라에 일차의료가 제대로 자리 잡힌 적이 없는데 어느 누가 그렇게 진료를 해 왔겠어요. 노인들은 다른 병원들처럼 아픈 데를 묻고 약 처방해주고 끝나는 익숙한 진료를 원합니다. 하지만 가정의들은 다른 병원들처럼 진료하려고 가정의가 된 것이 아닙니다. 일차의료라는 개념을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노인들에게는 그게 힘들다는 점이 안타까운 현실이죠.

 의사가 될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여러 종류의 의사가 있어요. 의과 대학 졸업할 때쯤 부딪히는 문제가 기초에 남을 것인가 임상을 할 것인가 이고 만약 임상을 하기로 정했다면 일차의료를 할 것인가 전문의를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하죠. 일차의료하고 다른 단과들 사이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요. 환자를 보는 시각도 다르고 추구하는 목표도 다르고 접근 방법도 다르죠. 우리나라가 각 세부 분야별로는 꽤 발전이 잘 되어 있는데 일차의료 부분은 불모지 상태입니다. 일차의료는 illness를 care하는 곳이고 다른 단과들은 disease를 cure하는 곳입니다. 의사가 될 사람들로서 일차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혜미 기자/서남
<manar@e-mednews.com>




 

모두에게 유익한, ‘유익한 공간’

 스터디, 동아리 모임을 할 장소를 찾고 있는 A씨, 편안한 분위기의 북카페를 찾고 있는 B씨, 번잡한 강남역에서 조용히 공부할 공간을 찾고 있는 C씨, 기부를 해보고 싶은데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D씨, 제3세계 어딘가에서 배고픔에 눈물짓는 어린이 E. 남자친구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지만 장소가 없어 고민하던 F씨. 이 모두에게 유익한, ‘유익한 공간’이 있다. 
 유익한 공간은 ‘유익(有益)한’ 이란 의미 외에도 ‘UHIC(유익한 공간을 운영하는 아동구호사업 NGO 국제아동돕기연합의 영문약자)+an(~한 사람을 의미)’을 담고 있다. 이곳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모든 수익은 ‘국제아동돕기연합’의 기아 및 질병퇴치활동, 아동 지원 활동, 아동 교육 지원 활동,성병 및 약물남용 방지 사업등의 복지사업에 쓰이고 있다.
 마당과 2층으로 이뤄진 이곳은 세미나와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세미나룸과 2~3명이 가볍게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친구와 조용한 공간을 찾기에도, 여러 명이 모이기에도 적당하다. 스터디 모임은 별도의 공간 이용료 없이 예약만 하면 음료나 식사에 대한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용된다.
1층 한쪽 벽면은 사람들의 기부를 통해 구입한 책들이 가득 차있어 이용 도중 자유롭게 읽어볼 수 있다. 또 키친 스튜디오를 예약하면 친구들과 따뜻한 느낌의 작은 부엌에서 직접 요리도 할 수 있다. 유익한 공간에 방문한다면 ‘국제아동돕기연합’이 발행하는 월간 잡지 <Ue>도 만나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 강남역 7번 출구 CGV 옆 까페골목을 따라 직진 후 ‘유나이티드 문화재단’ 옆 분홍색 마당 이 있는 2층 건물(02-3453-0744, 02-3446-8442)
·요금안내 : 커피와 차(리필가능) 3000원, 아이스티, 탄산음료, 카푸치노, 까페라떼 등 3000원부터 5000원. / 카레류 : 5000원부터 8000원. / 파스타와 피자 : 10000원부터 13000원. / 키친 스튜디오 : 3시간 이용 시 7만원(조리도구, 식사도구, 기본양념 제공)

박소현 수습기자/이화
<lamia31@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