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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2012.03.02)/커버스토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3.04 아슬아슬 국가고시, 이슈별 내막 분석

아슬아슬 국가고시, 이슈별 내막 분석

처음으로 문제·답 공개, 복수정답 1개 인정
기출문제집 제작 P출판 및 3개 출판사 1000만원 벌금형
국시 실기시험 문항관리 보안강화 및 전산화하기로
전의련 조력으로 국시응원 금지 방침 무효화

제76회 2012년도 의사국가시험(국시)에서 전체 3446명의 응시생 가운데 3208명이 합격했다. 올해는 지난해 91.7% 보다 상승하여 합격률 93.1%로 집계되었다. 필기시험 합격률은 96.9%, 실기시험의 경우에는 95.3%의 합격률을 보였다.
 
문제 공개, 그러나
문제은행 방식의 고수

국시원은 그 동안 문제은행식 출제로 인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왔으나 사회 안팎의 요구가 커지고 지난 해 이른바 문제 유출 논란이 붉어지면서 제76회 국시 필기부터 문제를 전격 공개하였다. 시험 시행 직후 문제지를 수거하지 않아 시험 종료와 함께 문제가 공개되었다. 따라서 이틀간의 시험이 끝난 직후 6시를 전후로 답안을 확인하려는 응시생들이 폭주하면서 국시원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국시원’이 검색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는 등 진풍경이 목격됐다.
특히 ‘이의신청제도’가 신설되어 시험이 끝나고 3일간 접수된 이의신청 문제는 총 95개에 달했으며 심사를 거쳐 1교시 의학총론 1개 문제에 관해 4번과 2번 모두를 정답으로 인정했다.
서울의 한 의대생은 “이렇게 온 천하에 공개할 걸 지금까지 왜 공개 안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가채점이 훨씬 수월해져 합격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고 반겼다.
처음으로 국시 문제와 답이 공식 발표됨에 따라 문항 및 출제 관리 강화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생은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이 유지되지 않는 다면 문제를 공개해도 상관없겠지만 과연 의대 교수님들이 문제를 수능처럼 한땀 한땀 정성들여 새로 출제할 수 있을까?”하며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질 좋은 문제가 공개되고 난이도 조절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복지부는 “문제은행 보유 문항을 기출문항 수의 30배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시원도 “중복출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기출문제와의 비교검토를 강화하고 문제형식도 단순암기식 ‘A형’ 문제를 지양하고 의사면허에 필수적인 역량을 종합적인 사고에 바탕을 두어 푸는 ‘R형’ 문항”으로 바꾸는 방침을 마련했다.
익명의 의대생은 “기출문제가 공개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대거 등장할 텐데 어떤 식으로 대비해야할지 막막하다”며 “자격시험인 국시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닥칠 후폭풍이 두렵기 도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저작권법과 기출문제집 제작

문제 공개를 최종 결정하기 전, 국시원은 지난해 12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기출문제집을 낸 출판사 3곳과 편저자 8명을 저작권 침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었다. 그리고 1월 19일 검찰은 출판사 및 편저자들에게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응시자들에게 낮은 대가를 지불하고 기출문제를 복원한 후, 문제집을 출판하여 예비 응시생들에게 비싼 값에 파는 출판사의 행태는 과거에도 지적되어 왔었다. 국시원은 이제 문제가 공개 된 이상 기출문제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비영리 단체다 보니 국시원에서 직접 문제집 출판을 할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판권계약 등도 현재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예비 응시생들의 수요가 있는 한 기출문제집 발간이 다시 고개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P 출판사에 문의한 결과 올해 공개된 기출문제를 포함한 문제집이 출판될 것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작년 실기 문제복원 논란,
올해 실기 시험 보안 강화될 듯

작년 초 전국 의대 4학년생들이 조직적으로 국시 실기시험 문제를 복원·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시험이 3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치러진다는 점을 노려 먼저 실기시험을 치른 학생이 문제를 외워오는 식으로 문제 복원이 이루어졌다.
단순한 족보냐 조직적인 문제유출이냐를 두고 많은 공방이 오갔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세부적 술기기법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보공유라는 입장과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문제를 복원하는 것은 본연의 시험 의도를 훼손하는 것으로 질타 받아 마땅하다는 입장이 충돌했다.
“3개월 동안 시험을 치러야하는 상황에서 그 많은 사람들 간 비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재 시스템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되었다.
사건은 결국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마무리 되었지만 국시원은 ‘2012년 국시원 주요사업계획’의 일환으로 의사 국시 실기시험 문항관리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전산화를 할 계획을 수립했다. 또 실기시험 항목별로 평가목표를 수립하여 평가의 타당성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협소한 실기시험 센터장과 3개월이라는 긴 시험기간 등 현실적 제약을 간과하고서는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시 응원,
계속되는 민원으로 금지될 뻔

작년 8월 국시원은 전국 의과대학에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시험장 질서유지를 위한 대책 수립에 따른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본문에는 제76회 국가고시 △시험장 주변 단체응원 금지 △교통소통을 위한 시험장 및 주변 지역 주·정차 행위 금지 및 △시험장 내·외 쓰레기 투기 금지 등의 질서유지 대책 내용이 포함되어있었다. 지난 몇 해간 과열된 응원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은 있어왔지만 학생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갑작스러운 응원금지 통보였다.
국시원 측은 소음, 교통 혼잡 및 쓰레기 투기로 인한 주민민원이 직접 보건복지부를 통해 접수되는가하면 시험장소를 제공해주는 학교에도 각종 문제점과 민원이 접수되어 점점 시험장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향후 계속해서 쾌적한 시험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침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시원 측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문을 통보받지 못한 학교도 몇몇 있었고 이에 따른 상호간 불협화음을 조정하기 위해 전의련(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연합)에서 나섰다. 전의련 측은 국시원을 직접 방문하여 국시 응원에 대한 학생들의 순수한 의도를 설명하고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확립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현 의장 남기훈씨에 따르면 “국시원에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자제할테니 금지 공문을 거두어 달라는 협의안를 결국에는 받아들였다”고 한다.
전의련 전 의장 안치현씨, 현 의장 남기훈씨 및 의과대학 학생회장 8명이 함께 국시원을 방문하여 건설적인 국가고시 응원 정착을 위한 논의를 했다. 국시원 측과 합의를 본 국시응원 최종 가이드라인에는 △국가고시 응원 시험장소 별 책임자 선정 △국시응원 가능인원 20명 이내로 제한 및 사전 통보 △교문 내 응원은 가능하나 교문 밖 응원은 금지 △시험 당일 오전 6시 이후부터 응원 허가 △주전부리 및 선물 등의 제공 가능 △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응원도구 사용 금지 △서울 소재 가락중학교 및 용산공업고등학교에서는 학교 당 현수막 하나로 통일 △학교별로 사전 등록한 단체 차량만 고사장 내 주차 허용 △점심시간 도시락 제공 허용하되 책임자가 쓰레기 처리를 책임짐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남기훈의장은 “올해 처음 시행되어 대응이 늦은 감이 있었다”며 “내년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결과적으로 올해는 시험장소를 제공해준 학교에서도 별로 불만이 없었고 국시원 측에서도 만족했다”며 가이드라인의 성과를 높이 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합의안이 도출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이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생은 “8월에 공문이 왔는데 12월이 지나 1월이 넘어서야 최종 가이드라인이 도출되었다”며 “학교에서는 이미 12월에 국시응원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인 상황인지라 상당히 곤란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