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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6 의전원에서 의대로, 변화의 징검다리 놓기

의전원에서 의대로, 변화의 징검다리 놓기





올해 의학전문대학원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의과대학(이하 의대) 병행체제를 택했던 학교들 중 5개교를 제외하고는 의과대학으로 학제를 변경한다. 의전원 완전전환이었던 가천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북대, 충남대, 가톨릭대, 경의대, 이화여대, 인하대, 조선대 11개교를 비롯해 병행체제였던 서울대, 전남대, 충북대, 고려대, 동아대, 성균관대, 아주대, 연세대, 영남대, 중앙대, 한양대 11개교까지 총 22개교는 의과대학으로 복귀를 택했다.  강원대, 제주대, 건국대, 차의과학대, 동국대는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중 몇 학교들은 정원의 30%를 편입생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러한 학제 변화에 따라 학교 안에 의전원생 선배-의대생 또는 편입생 후배 혹은 의대생-편입생 동기 등 불편할 수 있는 공존이 불가피해졌다. 어떻게 보면 행정적으로면 다르게 이름붙여졌을 뿐인 의대 선후배, 다르게 보면 따르는 커리큘럼도 나이대도 다른 낯선 집단. 그들이 만나는 연결고리가 되어야 할 현재 학생회의 어려움과 고민을 들여다본다. 또 만만치않은 의대 교육과정에 첫발을 내딛으며 적응해나가는 신입생인 예과생 또는 편입생 후배의 걱정과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의대생 후배를 맞이하게 된 학생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학번과 선후배 관계를 정하는 ‘교통정리’에 관한 것이었다. 예과는 본과로 진입하기까지 2년이 걸리기에 입학은 예과생보다 늦게 했지만 바로 본과1학년을 다니는 의전원생이 생기기 때문이다. 학번으로 보면 후배지만, 학년으로 보면 선배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학교에서 같은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의전원-의대 병행체제의 학교들에서 해오던 방식이기도 하다. 병원에서의의 연차는 졸업기수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입학한 학번보다는 졸업한 년도를  기준으로 선후배 관계를 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교수님들이나 선배 의사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늦게 혹은 동시에 입학한 의전원생이더라도 먼저 본과생이 되고 졸업한다다는 점에서 선배가 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이 어렵지 않게 내려진 예가 많이 있었다. 여기에 대해 학생회장들은 ‘한 해 늦게 입학한 의전원생들이라면 예과생이더라도 의대에서의 생활은 한해 일찍 시작한 선험자로 대우해주고, 예과생들은 입학이 자신들보다 늦었지만 병원에 먼저 나가는 선배임을 인정하고 대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의전원생들이 입학 전 대학 4년을 다닌 것이 예과2년과 동일하게 인정받고 있으니 예과생 후배들이 무리없이 선배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선배 재학생들과 신입생 후배들이 잘 어우러져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예과생들은 종합대학 본교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본과생들은 병원 근처의 별도의 캠퍼스에서 지내고 있어 물리적인 거리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걱정이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재학생들은 본교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었던 경험이 없어 후배들이 따르는 커리큘럼에 대해 잘 모르고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다보니 후배들을 챙겨주고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과 1학년이면서 동시에 대학 새내기이도 하기에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의 필요성은 가장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는 학교에서는 ‘서로 남이라는 생각보다는 하나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류 기회를 만들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종합대학 캠퍼스 내에서 예과생들이 운영하고 참여하는 행사나 동아리를 마련하는 것도 많은 학생회의 고민거리이다. 예과생들만의 자치기구가 존재한다면 그 안에서 구심점을 만들어 동기들간에 친목을 쌓으며 학교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동시에 선배 학생회와 교류를 통해 건의사항이 생겼을 때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에선 ‘아직은 현재 진행형이라 섣부른 평가는 어렵겠지만 지금까지는 계획한 방향으로 순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예과 학생회 개설을 계획중인 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서로 다른 행사들에 참여하는 학교의 경우 효율적이고 형평성에 맞는 운영을 위해 학생회도 따로 조직하고 학생회비도 따로 운영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학교의 이름으로 하나도 뭉치는게 맞는지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나아가 예과생들만의 동아리나 행사에 대한 지원에 대한 의욕을 보인 학교도 있었다. ‘의전원 위주의, 병원 주위에서  공간에서 열리던 학과행사나 동아리만을 유지할 경우 선후배가 만나 교류하는 데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예과생들도 자신들만의 동아리나 행사를 유치할 필요를 배려해야 한다’ 는 입장이다. 


의전원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교의 경우 예과생들을 위한 공간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해당학교 회장은 ‘지금은 타과의 강의실을 빌려 쓰면서 지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의대생들만이 쓸 수 있는 전용공간 확보가 가능하도록 의과대학 단과대 차원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 ’고 말했다. 

의대 교수님과의 접촉이 잦고 쉬운 본과와 달리 예과는 의과대학에 속해 있지 않거나 따로 행정실조차 없는 것은 이전부터 존재하던 고질적인 문제이다. ‘예과 담당 교수님과 담당 조교님이 계시기는 하지만 행정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본교 타과 사무실과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해법을 내놓았다.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예과생들도 걱정이 있다. 의대는 수직적인 질서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곳인데 여기에 본과 선배들이 나이차가 많이 나 친밀감 형성이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선배들이 새내기배움터 또는 대면식 자리에서 많은 신경을 써 주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행정적인 면에서는 ‘대학에서의 첫 학기인 만큼 타과 수업과 비교를 할 수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는것일지도 모르니 감안하고 들어달라’는 조심스러움을 내비치며 기존에 편성되지 않던 예과 강의이다보니 커리큘럼이 썩 만족스럽지 않게 구성된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한편 예과생을 맞이하며 강의실을 신축해주거나 장학금 혜택을 늘려 주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기존에 병행체제에 있다가 의대로 회귀하는 학교들의 경우 2018학년도까지 정원의 30%를 편입생으로 선발한다.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제 막 본과1학년을 시작한 만큼 공부 이외에는 다른 걱정을 할 시간조차 없다’면서 하나둘 고민을 털어놓았다. 


우선 편입생들은 예과생들과는 달리 선배나 후배들과 대면식 기회가 없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동아리활동으로 선후배간 친교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지만 공부에 항상 치이는 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다른 동아리에 있는 사람들과는 영영 알고 지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선후배간 인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한 소속감에 대해서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의대생 선배들은 의대생 후배가 있고 편입생들이 후배임에도 의대 재학생들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더 많기 때문에 우리를 어려워한다. 한편 의전원생 선배들은 편입생들을 완전한 자기 후배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입장인 것 같다.’ 는 식이었다. 선배에게 족보나 책을 받은 동기 의대생을 보면 부럽고 한편으로 저런것을 못 받는 자신이 뒤처질까봐 불안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한편 편입생과 의전원생의 차이를 거의 못 느끼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학생수가 줄어들었을 뿐이지 기존의 의전원생과 거의 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서 별다른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원래부터 의전원생과 의대생이 잘 섞이는 편이었다 평가하고 있다. 의전원생 선배들과 비교해봐도 편입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있어 다른 점은 찾기 어렵다. 그 수가 적어졌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학생회장들은 ‘예과 신입생들은 의전원생 선배들을 본과 선배들로 존중해주고, 의전원 선배들은 예과생들이 나이도 훨씬 어린 후배지만 역시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의대에서는 선후배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니 졸업하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양쪽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학생활이나 군대를 모두 경험하고 온 의전원생 입장에서 의예과 후배들을 바라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제 막 입학한 뜨겁고 열정이 가득해 실수를 저지르던  20살을 통해 배워왔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후배들을 아껴 줬으면 좋겠다.’ 라고 진심어린 바람을 전해왔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j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