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보면 재채기를 한다고?
세계 어느 나라의 공항을 가본 사람일지라도 인천국제공항에 한 번 발을 무심코 해를 바라보았는데 재채기가 나온 적이 있다거나, 재채기가 나올락 말락 코를 간질일 때 일부러 밝은 빛을 찾아 재채기가 나오게 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빛 재채기 반사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빛 재채기 반사(Photic Sneeze Reflex)는 말 그대로 빛의 자극이 원인이 되어 반사적으로 재채기가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실내에서 맑은 하늘 아래의 야외에 나갔을 때 또는 태양 빛이 직접 눈에 들어갔을 때 눈부심을 느끼며 일어난다. 이 반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5% 정도에게서 나타난다. 빛 재채기 반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에서도 재채기를 유발하는 빛의 강도에는 현저한 개인차가 있다.
이 현상이 신체의 어떤 작용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인지는 아직 충분히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2300여 년 전 빛 재채기 반사를 처음 언급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태양열에 의해 콧물이 말라 콧속이 따끔거리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현대의 많은 학자들은 이 현상을 상염색체 우성 유전의 산물로 보며, 실제로 부모 중 한 명이 빛 재채기 반사 보유자일 때 자녀의 50% 이상에게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스웨덴 연구팀의 조사결과가 있다. 그래서 이 현상을 ACHOO 증후군(Autosomal dominant Compelling Helio-Ophthalmic Outburst syndrome, 상염색체 우성 유전자가 일으키는 돌발성 태양 시각 증후군; 영어로 재채기 소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순 메커니즘 수준에서 빛 재채기 반사를 뇌전기신호의 혼선이 초래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눈부심을 느끼는 순간 시신경이 강하게 활성화되면 광반사 중추는 홍채의 동공 괄약근을 수축시키는 동시에 코샘에서 콧물 분비를 일으킨다. 콧물 분비는 코 점막에 자극을 주고 이 자극이 삼차 신경(얼굴 부위의 감각과 일부 근육 운동에 관여하는 뇌신경으로 시신경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코의 염증에 반응한다)을 통해 재채기 반사 중추에 전달돼 재채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즉 밝은 햇살을 맞닥뜨릴 때 이삼차 신경이 작동하여 재채기가 나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빛 재채기 반사에 대한 비교해부학적 연구나 계통발생학적 연구가 이뤄져있지 않아 다른 동물들에도 이 반사가 존재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인류의 조상에게 진화적으로 필요했었던 반사 작용이 현재의 인류에게까지 전해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진화학적으로 오래된 동물에 존재하던 근육이나 신경이 사람에게 일정 비율로 출현하는 일이 있는데, 절반 이하로만 출현하는 경우를 변이라고 한다. 빛 재채기 반사 신경도 변이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증상이 그저 재채기일 뿐이므로 불치병이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비행기 조종사나 터널을 통과한 운전자에게 사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주의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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