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사형제, 5 대 4의 근소한 차이로 합헌 판결

주요 쟁점에서 큰 의견 차이 보여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5인의 재판관은 합헌판단을, 4인의 재판관은 위헌판단을 내렸다. 재판관들은 여러 쟁점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사형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가?

 우리 헌법은 제 10조에서 국가가 국민의 인권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한편 제 32조 2항에서는 국가가 국가안정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기본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번 판결에서 헌재는 국가는 중대한 공익보호를 위한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며 이런 예외적 상황에서는 생명권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합헌판결을 내린 민형기 재판관은 사형은 인간의 본능을 이용한 가장 궁극적인 형벌로 범죄 억제력이 가장 크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사형제의 범죄예방효과가 많고 적음을 떠나,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헌을 주장한 김희옥 재판관은 사형제도의 범죄 예방효과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지난 12년간 범죄율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통한 범죄예방은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 유기징역형에서 형의 상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사형선고는 지나친 판결이라는 것이다. 범죄의 예방을 위해 사형을 실시하는 것은 국가의 목적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위헌론측은 법관이나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이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무관하게 국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존재하게 되며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합헌론측은 그들이 공직에 몸담고 있는 이상 공익을 위해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대응하였다.

헌법이 명문으로 사형제를 인정하는가?

 이번 판결에서 헌법 제 110조 4항의 해석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렸다. 헌법조문에서 ‘사형’이라는 단어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구절에서 단 한 번 등장한다. 합헌론측은 이를 헌법에서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는 근거로 해석하였다. 사형이라는 표현이 헌법 조문에 등장하고 있는 이상 헌법은 문언 해석상 사형을 인정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헌론측은 이 조항은 사형선고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오히려 사형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또 조대현 재판관은 군사재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사형선고만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라 해석하여 일부 위헌판결을 내렸다.

추가의견으로 입법부에 과제 남겨

 이번 판결에서 재판관들이 내놓은 추가의견도 많았다. 합헌 판결을 내린 민형기 재판관과 송두환 재판관은 사형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형제도의 남용 및 오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상 범죄를 극악한 범죄로 축소하고 점진적 제도개선으로 문제의 소지를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사형제도의 유지나 폐지의 문제는 국민의 의견을 모아 입법적으로 개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로 사형을 시행한 적이 없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우리나라를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동안 법조계의 의견은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쪽이었다. 그러나 유영철, 강호순, 조두순, 김길태 등의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사형제 존치론이 다시 힘을 얻었다. 현재 유영철과 강호순은 사형판결이 확정된 상태이다.

문지현 수습기자/중앙
<jeehyunmoon@naver.com>




 

A형 간염, 예방하기 쉽지 않네

보험 처리 되지 않는 백신, 급여범위 좁은 항체검사가 문제

 따뜻한 봄이 다가오면서 A형 간염 주의보가 대대적으로 발령되고 있다. 지난 3월 3일에는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2010년 A형간염 대유행 위험에 대비하여'라는 제목의 공청회가 열려 A형 간염 유행을 경고했다. 2002년 연간 환자 수가 300여명 수준이었으나 최근 급증하여 2008년에는 8000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어났고 사망자 또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A형 간염은 대부분 급성으로, 대부분의 경로는 감염자의 대변에 오염된 바이러스가 음식이나 물을 통해 구강으로 전파되는 식이다.  A형 간염에 걸릴 경우에는 먼저 30일 간의 잠복기 후 메스꺼움, 구토, 식욕부진, 발열, 우측 상복부의 통증 등의 일차적인 증상이 나타나고 일주일 이내에 황달 징후를 보인다. 그리고 검은 콜라색의 소변, 탈색된 대변 등의 증상과 전신이 가려운 증상이 차례로 나타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체력저하와 함께 큰 고통을 겪게 됨은 물론이다.

 B, C 형 간염이 만성으로,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이 높은데 반해 A형은 발병한지 3달만에 대부분의 증상이 사라지고 완치된다.  하지만 높은 완치율에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 A형간염의 치사율(0.3%)은 지난해 신문 보도면의 1면을 연일 장식했던 신종플루(0.007-0.045%)보다 10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또한 B, C형 만성 간질환자가 A형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에는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A형 바이러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위생상태가 급격히 개선되어 더욱 창궐하게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실제로도 청결한 환경에서 자라 면역이 되어 있지 않은 20~ 3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 신체 건강한 젊은이들이 오히려 위험에 더욱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한 예로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20대 환자가 A형 간염을 심한 감기몸살로 오인하고 있다가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위급한 상황직전까지 간 사례가 있다. 이는 A형간염에 대한 젊은 층의 낮은 인식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정부의 협조가 절실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면 우리가 A형간염에 직접 맞설 방법은 없을까. 아직은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것이 실정이다. 하지만 일단 백신을 맞는다면 감염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내과 전문의들은 만성 간 질환자는 물론, 20~30대의 젊은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비용은 예방접종을 하기 전에 항체가 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는 항체검사는 15000원 선이고 예방접종은 1회에 성인 40000원, 소아 20000원 선으로 약 6개월 간격으로 총 2회 접종해야한다.
 
 영유아나 20 ~ 30 대는 항체 보유율이 매우 낮으므로 항체검사를 하지 않고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항체 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장년층은 불필요한 예방접종을 막기 위해 항체검사를 실시하는 게 효율적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법규에 의하면 항체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일부 연령을 제외하고는 불법-과잉진료로 규정되어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자신이 항체가 있다고 믿거나 항체검사 없이 고가의 예방접종을 할 수 밖에 없다. A형 간염 백신은 수급이 불안정하고 그 비용도 매우 고가이다.

 20 ~ 30 대 인구에 간 질환자까지 더한 인구인 약 1500만명에게 2만원씩만 지급해도 30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상이 필요한 실정이라 정부에서도 뾰족한 수를 찾기는 힘들다는 데는 반박할 수 없지만 항체가 없는 40대 이상의 상당수의 국민을 위해서 항체검사의 급여범위를 확대해야 함은 분명히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정부의 보조가 부족한 현재로써는 개개인이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기모란 교수가 의사협회 공청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형 간염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50%의 영유아에만 해당하는 기존의 예방접종 대상을 90%의 영유아와 50 %의 19- 39세의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이 올바르다"라고 말했다. 

이선민 수습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의사가 가족을 진료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가족 중에 의사가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보통 ‘아파도 집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니 좋겠다.’ 라든지 ‘그 집은 누가 아파도 걱정 없겠다.’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물론 가벼운 감기나 몸살 정도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이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큰 병에 걸렸거나 심각한 질환에 걸린 경우에도 그럴까. 그런 경우에도 의사는 자신의 가족을 치료하거나 수술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의사가 가족을 진료하는 데 있어서 일종의 제약이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진료 및 치료에 제한 없어...
하지만 수술은 피해

 사실 의사가 본인이나 가족을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등에 있어 법적으로는 어떠한 제한이나 규제도 없다. 하지만 관행적으로 의사가 가족을 진료할 때 감기를 비롯해 가벼운 질병은 직접 진료하더라도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본인보다는 다른 동료 의사에게 수술을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제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전문의들도 대부분 심리적인 부담감 등으로 인해 자신의 가족을 수술하는 것은 꺼린다고 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족을 수술하는 것은 최대한 피한다. 다른 의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 실제 의사가 자신의 가족을 직접 수술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의사에게 아는 사람은 부담스러워...VIP증후군

 이와 관련해서 ‘VIP 증후군(VIP syndrome)’ 이라는 것이 있다. 유명한 사람이나 의사 본인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환자를 수술하거나 치료할 때 의사가 긴장하여 의외의 실수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를 말한다. 의사가 자신의 가족인 환자를 잘 치료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에 시달리면 의학적으로 냉정한 판단이 어려워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수술을 할 때 장기적으로 질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수술을 집도하다가 수술시간이 길어지면 과출혈을 비롯한 출혈문제와 수술 중 감염 등으로 인해 환자가 수술 후 회복이 느리다거나 기타 합병증을 앓을 수 있다. 이러한 VIP 증후군은 외과적인 수술에서 많이 나타나고, 그 밖에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정신과 영역에서도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의사가 본인을 진료하게 되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진료나 처방에 있어 무시하거나 넘기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 본인에게 힘들거나 귀찮으면 치료를 빼먹기도 한다. 이 경우에 의사의 질병이 악화되거나 개선이 더뎌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의사는 본인이 직접 진료하기도

 하지만 모든 의사가 가족을 진료, 치료하는 것을 기피하는 것만은 아니다. 제도적으로 규제된 사항이 아닌 만큼 일부 의사들은 자신이 수술을 비롯해 모든 치료 과정을 직접 집도하기도 한다.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는 ‘가족이라도 직접 수술한다. 다른 의사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수술하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며 모든 의사가 가족을 수술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의 모 안과에서는 병원 원장 의사가 가족을 직접 수술했다는 사실을 광고로 내걸은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가족을 진료 및 치료(특히 수술)하는 데 있어 본인이 직접 할 것이냐의 문제는 개인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감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의사는 본인이 직접 집도하는 것을 꺼린다.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고 했던가, 가족이기에 쏟는 큰 정성과 주의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에 의사들이 쉽사리 자신의 가족을 진료하지 못하는 셈이다.

조영탁 수습기자/울산
<pokytjo@e-mednews.com>




 

의협 회장 선거권 찾기 의사모임, 1심에서 패소

“간선제 전환은 회원 의견 반영도, 절차 준수도 안 된 결정”

 2009년 4월 26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선거 방식으로 기존의 직선제에서 간선제로의 변경안이 통과되었다. 의약분업을 거치며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뀐 지 8년만의 일이었다. 권계랑 씨를 필두로 결성된 선거권찾기의사모임(이하 선찾모)은 그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많았음을 지적했고, 의협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2월 4일, 선찾모는 1심에서 패소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의 고문이자 선찾모의 일선에서 활약 중인 이용민 씨를 만났다. 인터뷰가 예정된 날 아침, 권계랑 씨는 선찾모 커뮤니티의 시삽을 그만두겠다는 글을 올렸다. 개인 메일의 압수, 유출 등의 탄압으로 인격적 모멸감을 견디기 힘들다며 ‘어서 우리 의사사회에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고 적었다. 이용민 씨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선찾모에 대해 소개해 달라.
 대의원회에서 간선제 회귀가 결의된 후 의협 게시판에서 회원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며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후 권계랑 씨가 개설한 의협 내부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133명이 모였고 2009년 7월에는 45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 대의원회의 간선제 회귀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선제의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10년도 채 해보지 않고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가는 것은 몰라도, 적어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가는 것은 회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의원회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40초 만에 이 안을 통과시킨 것은 분명히 옳지 못하다.
 직선제 하에서 비교적 젊은 의사들이 승선하는 것을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Populism)’이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대의원회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무언가 맡기면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사실 유권자들의 표심은 연령, 지역, 직위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이 객관적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데 말이다.

 - 1심에서 원고(선찾모)측이 제시한 모든 이유에 대해 ‘이유 없음’ 판결이 내려졌다. 2심에서도 판결 뒤집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
 주위의 걱정과 달리 2심에서는 승소할 자신이 있다. 물론 우리들 생각이지만, 1심에서 재판부가 원고측(선찾모)의 주장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피고측(의협)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적용했다고 본다. 이는 판사 개인의 성향도 있을 수 있다고 보기에, 항소심에서는 자신이 있다.

 - 1심의 판결은 선찾모에서 ‘부적격 대의원’으로 지목한 사람들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 지난 5월 선찾모의 성명서에는 ‘정족수 부족’ 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소송 전 변호사 자문 결과에서도 정족수 문제를 위주로 다루면 더 쉬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 기회에 의협 대의원회를 바꾸어 보자는 의견이 많았고, 그래서 부적격 대의원 문제를 위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파견 대의원, 교체 대의원 선출은 판결문에서 지적된 바와 같지만 그것은 선출이라기보다는 관행적인 승계, 위임, 지명 등을 통한 것이었기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부적합한 것이 맞다고 본다.
 정족수 부족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의협측에 소명1)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협측이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판결이 내려졌고,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변호사의 평이다. 2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다룰 것이다.

 -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 직선제와 간선제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직선제의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고, 간선제는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직선제는 무엇보다 회원들의 의견이 왜곡되지 않고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투표율이 적어 지지율이 10%도 넘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간선제에서 뽑은 회장은 지지율이 높겠느냐. 그래도 직선제 하에서 당선된 회장의 경우, 투표자 중에서는 35~40%의 괜찮은 지지율을 보였다. 게다가 투표율 문제는 직선제 보다는 제한투표의 탓이다. 의협은 회비 미납자에게는 참정권이 없다. 국가에 세금 안 낸다고 투표 못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의협 역사 100년 중 90년 이상의 기간 동안 간선제를 써 왔고, 직선제를 채택한 지는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조금 더 연구하고 개선해 나가야지, 드러나는 문제점만 지적하며 간선제로 회귀하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만약 정말 간선제를 하게 된다면 일단 대의원을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 대의원도 뽑지 못하면 회원이 의사를 전달할 길이 없다. 선거인단을 구성한다면 의협회원중에서 무작위로 뽑아야 하며, 그 숫자는 가능한 많아야 한다.

 - 의협 게시판을 보면 선찾모 회원들의 표현들이 상당히 과격한데.
 그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회원은 20~30명, 읽는 회원은 100~200명 정도 뿐이다. 물론 그 외의 회원들이 보면 거부감이 일 테고, 선찾모 내부에서도 과격한 표현을 삼가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해서라도 알리자는 생각이고,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얼마든지 책임도 지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에는 게시판을 규제하지 않는 좋은 전통이 있었다. 포탈 운영위원회라는 자율적인 단체가 만들어져 회원들의 추천으로 관리자를 뽑았고, 자율 징계권이 있었다. 수없이 의협 회장 욕을 해대도, 의협 집행부는 그 게시판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것이 현 회장에서 깨졌다. 포탈 운영위원회를 해체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개설해 게시판을 규제하고 있다.
 선찾모 회원들에 대한 개인적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권계랑 씨는 선배, 후배, 지역 의사회 등 원로급 인사들로 부터 압력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모멸감을 느낄만한 일도 있었다. 나도 상당한 탄압을 받고 있고, 강철호 씨는 징계를 받아 2년간 회원 자격이 정지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에 굴하지는 않을 것이다.

 - 홍보가 부족하다 생각하진 않는가. 커뮤니티가 의협 내부에 있어 비회원은 접근할 수 없고, 기사에도 대표의 이름 등은 나오지 않는다. 좀 더 많은 의사나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 아닌가.
 대표를 따로 뽑은 것은 아니고 권계랑 씨가 커뮤니티를 개설하며 대표 역을 맡고 있다. 의협 내부에 커뮤니티를 개설한 것은 우리가 왜 의협을 나가서 커뮤니티를 개설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컸다. 또한 이 모임이 한시적인 모임이기에 현재로서는 외부로 나갈 계획이 없다.
 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세력을 늘리는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133(커뮤니티 가입자 수)과 45(소송 참여자 수)라는 숫자가 말해 주듯이, 의사 사회는 쉽게 모이기가 힘들다. 나 같은 경우도 어떤 일에 참여하고자 병원을 하루만 쉬는 것조차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133명 보다 더 많은 의사들이 우리 활동에 동의를 하고 있을 것이지만, 나서는 사람은 적다.
 현재로서는 소송이 진행 중이기에 무엇보다 승소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 2001년, 직선제가 결정된 것은 의약분업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약 10년 후, 간선제로 회귀하려 한다. 혹시 의약분업과 같은 사건이 또 일어나지는 않을지.
 중요한 현안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서도 ‘원격의료’가 가장 걱정된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료산업화, 의료민영화와 발맞추어 이를 시행하려 한다. 이 안이 통과되면 동네를 기반으로 한 병원들은 많이 힘들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약분업보다 더 큰‘핵폭탄급’이라 생각한다.

1) 소명 - 법관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하여 일단 확실한 것 같다는 추측을 얻은 상태, 또는 그렇게 하기 위하여 증거를 제출하는 일.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


 




 

건보, 총액계약제 이대로 강행?

“병원의 진료 수준만 떨어질 것”... 의료계 강력 반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정형근 이사장이 오는 2012년을 목표로 이른바 ‘총액계약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건보공단 주최로 열린 지난 3월 26일 조찬세미나에서, 정 이사장은 ‘현행 수가제는 공급자 입장에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을 부여해 질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제도지만 의료의 유인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이 치명적 단점’ 이라면서 현 건강보험 제도를 개편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총액계약제로 갈 경우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치료를 적절한 선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것을 시사했다.

총액계약제란?

 한국은 현재 건강보험 제도로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인이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후에, 각 의료행위마다 정해진 의료 수가를 건보공단에서 의사에게 지불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감기 환자 한 명을 진료할 때 환자는 의사에게 3천 원 정도만 내면 된다. 그러나 기본 상담, X-ray 촬영, 주사제 투약, 처방전 발행 등 환자가 받은 의료행위에는 각각 수가(가격)가 정해져 있다. 이 비용은 나중에 건보공단에서 의사에게 지급한다.
 총액계약제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일정액의 금액이 의료인에게 먼저 지급된다는 점에서 행위별 수가제와 차이가 있다. 총액계약제 하에서는 의료인은 선 지급된 금액만을 가지고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지금에 비해 건강보험 재정이 건전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의료인의 과잉 진료가 건보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총액계약제의 문제는?

 그러나 의료인들은 건보공단의 주장이 현실과는 다르다고 비판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의료수가는 평균적으로 원가의 90% 이하이다. 즉 과잉진료를 해도 의사가 이득을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면 병원에서 정상적인 진료행위가 침해당할 위험도 있다. 환자 수에 따라 계산된 진료수준이라는 것이 이상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며, 실제로 내원하는 환자 수와 처치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는데 총액계약제는 이런 점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의 원가에도 못 미치는 현행 수가를 기준으로 총액계약제가 실시되게 된다면 그것 또한 병원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무리하게 총액계약제를 도입한 대만의 경우 개원가의 절반 가량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의료계의 반응

 의료업 종사자들은 이런 이유를 들어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로 하여금 최선의 진료를 행할 수 없게 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강보험제도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총액계약제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이라고 밝혀 총액계약제는 절대로 실시되서는 안 되는 제도라고 못 박았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가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정부가 담당해야 할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대행기관일 뿐이다’라면서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와의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언론에 총액계약제의 실시 의지와 시기까지 흘린 것에 대해 경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관련 업무를 맡은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며 총액계약제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앞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 이라며 말을 아꼈다.

황인성 수습기자/연세
<gunter@e-mednews.com>

이 달의 보건의료

74호(2010.04.19.)/의료사회 2010. 4. 30. 09:46 Posted by mednews



 

보건-복지단체,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하라!”

 지난 4월 9일, 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 관련 29개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복지부의 복수차관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업무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므로 보건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로 분리하여 각각의 차관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보건과 복지가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기보다는 보건과 복지의 혼용으로 인해 효율성이 저해”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행정 수용의 증대 및 다양화 ▲국가신성장동력인 보건의료산업을 위해 구조개편 필요 ▲행정의 전문화·다원화, 복잡성 심화, 이익집단 및 시민단체와의 대화와 교섭 등 정책수행의 외연 확대로 장차관 업무 폭증 ▲분야별·기능별 차관으로의 변화 필요 등을 도입이유로 밝혔다. 이미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다른 부처를 언급하며 보건복지부에 제2차관직을 신설해 1차관은 사회복지정책을, 2차관은 보건의료정책을 전담토록 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리베이트 쌍벌죄” 이번주부터
국회 복지위서 본격 논의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의 일환으로, ‘리베이트 쌍벌제’내용이 포함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그동안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사람은 의료법과 약사법에 형사처벌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없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죄’에 대한 법안 통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재희 장관 역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의지를 밝혀와 이번 법안 통과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복지위  24명 의원들에게 리베이트 쌍벌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응답한 의원 11명 전원이 법안에 찬성의사를 보였고,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밝혀져 복지위 내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은 복지위 위원들에게 보낸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논의에 관한 서신’에서 “리베이트는 판매활동을 용이하게 하고자 지불대금의 일부를 되돌려 지급하는 행위 또는 지급하는 금품”이라며 “실질적인 가격할인으로서 가격경쟁의 중요한 형태이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보단 장려의 대상으로 분류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충만 기자/순천향
<chmane@e-mednews.com>


 

‘100년만의 개혁’…오바마 정부 건강보험개혁안 통과

美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 열려
퍼블릭 옵션은 제외

 지난달 23일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이 최종서명을 함으로써 美 진영의 오랜 숙원이던 건강보험개혁법안(이하 건보개혁안)이 통과했다. 건보개혁안의 통과라는 이 찬란한 영광 뒤에는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리멸렬하게 되풀이 되었던 잿빛 과거가 자리 잡고 있다.
 1세기에 달하는 미국 건강보험개혁 역사는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1912년 전 국민 의료보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낙선한 것을 시작으로, 193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의학 협회측의 반대로 인한 실패, 1945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건보개혁 10주년 계획 실패, 존 에프 케네디와 지미 카터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이 주도하던 건강보험 선택제도까지 모두 실패로 일단락됐다.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에 의해 고령자를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공무원 및 군인 의료보험 등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사회주의라는 극심한 반대와 전국민 보험의 꿈은 달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침내 지난 23일 오바마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라는 11자의 글자를 무려 22개의 펜을 이용하여 서명하면서 실패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전국민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Plan, 보편적 건강보험) 시대를 열었다.

전 국민 건강보험,
수혜율 95%까지 확대

 오바마 행정부의 건보개혁안은 향후 10년간 9400억달러를 투입해 현재 5400만명 가량 되는 무보험자 중 약 3200만명에게 보험 혜택의 제공을 가능케 함으로써 전 국민의 건강보험 수혜율을 95%까지 올리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이중 4인 가족 기준 연소득 2만 9327달러(3334만원)미만의 1600만명은 2014년부터 메디케이드에 가입되도록 하여 의료지원체계를 넓힐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과 민영보험사에 대한 보험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횡포와 부적절한 자본이 가진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하원을 1차 통과했던 건보개혁안의 내용인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도입 방안은 보수파의 반발과 보험회사의 로비로 포함되지 못했다.

왜 개혁인가?

 지난 30여년간 미국의 중산층 소득은 큰 변동이 없었으나 상위 1%의 고소득층의 수입은 두 배가 되었다. 레이건 아래의 탈규제와 감세, 복지 축소가 빈부격차를 낳았고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영화 ‘sicko’가 보여주었듯 인구의 15%인 5400만명이 의료보험이 없고 충수돌기염(맹장염) 수술 약 2000만원, 자연분만 약 400만원 등 엄청난 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또한 철저한 시장주의 의료제도를 기반으로 한 영악한 민간 보험회사는 보험가입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여 가입을 거부하거나 의료비 지급을 거부했고, 기업 역시 근로자에게 적용하던 보험을 줄여나가면서 전반적인 국민의 복지수준을 저하시키는데 일조하였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건강보험 수혜율의 확대와 보험사의 보험 가입 거부 불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건보개혁은 신자유주의 시대 속에 시행되는 제2의 뉴딜정책이라 할 수 있다.
 오바마 개혁에 대한 반대 역시 만만치 않다. 폴 라이언 공화당 의원은 이번 개혁을 일컬어 세금징수만 증가하고 재정적자는 늘리는 ‘재정적자 괴물, 프랑켄슈타인’이라 했으며 공화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 법을 철회시킬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민간 보험회사와 제약업계가 단단히 반대하고 있으며, 직장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기존의 중산층도 세금부담으로 인한 떨떠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법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22일 USA투데이와 갤럽의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지지하는 반면 40%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다. 10년간 9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확보하는데 있어 국민의 반발과 국가부채증가라는 부담부터 공화당과의 첨예한 대립, 13개 주의 위헌 소송제기 등 풀어야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개혁의 성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면서 재선 성공 여부에 대한 문제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준하 기자/가톨릭
<junha@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