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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사람들



영남대학교 병원 호흡기 센터종양전문간호사 우혜덕 선생님


Q. 저는 ‘전문간호사’라는 직종이 있는지 몰랐었는데 아마 저를 비롯해 실습을 돌아보지 않은 학생들은 생소할 것 같습니다. 전문간호사는 일반 간호사와 다른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전문간호사를 하게 되셨나요?

A. 전문간호사는 73년에 마취 정신, 보건 분야의 간호원을 효시로 200년에 전문간호사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2005년에는 제 1회 전문간호사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 있는 종양전문간호사는 2006년부터 배출되었구요. 제가 종양 분야 전문 간호사가 되려고 할 쯤엔 우리나라에 전문간호사를 배출하는 간호대학원이 3군데 밖에 없었고 대구엔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계명대학교에서 전문간호사 과정이 개설된 거에요. 지원 자격이 최근 10년 이내 해당분야에서 3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저는 10년 동안 무균실에서 일했기 때문에 바로 지원했죠.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뽑는 거라서 총 5명을 뽑는데 30명이 지원했죠. 별 기대를 안했는데 운이 좋게 붙었더라구요. 나머지 동기 4명은 다 동산병원 출신이었어요.(웃음) 대학원을 2년 동안 다니면서 총 33학점을 이수해야 했어요. 암에 대해 각 분야의 의대 교수님한테 수업을 들었죠.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계속 듣고 듣고 하다보니 어느새 제 지식이 이만큼 늘어나 있던 거 있죠.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해요. 전문간호사의 취지는 임상 경험이 풍부하고 해당분야에 대한 높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환자, 보호자, 지역사회에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어요. 

지금 전문간호사를 고용하는 데에 정부의 지원이나 보험수가 적용, 업무 권한에 대한 것이 없어요. 그래서 일부 전문간호사들이 자기의 전공을 살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임상에서 일반간호사와 같이 일하고 있어서 딱히 차이가 이거다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일반 간호사들 역시 자기 업무에 열심히 하고 업무 효율성이라든가 자기 계발에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문간호사들은 임상을 하면서 본인의 필요에 의해 공부를 시작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이죠. 그런 분들이 많아지면 환자별 필요한 간호나 교육을 시행할 때 evidence base의 양질의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문간호사는 임상 실무 제공자, 교육자, 협력자로서의 업무를 합니다. 


Q. 그러면 ‘종양전문간호사’이신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저는 기관지 내시경실에 기관지 내시경과 초음파 기관지 내시경을 할 때 검사 assist와 환자 준비, 검사 전후 교육,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와 1대 1 교육, 응급상황 대비 물품 준비 및 확인, 내시경 장비 관리, 청구 등의 업무를 주로 보고요 항암호흡기 세미나실에서 시민과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폐암 강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보수교육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종양전문간호사로 일하시면서 이럴 때 정말 힘들다!/정말 보람을 느낀다! 언제인가요?

A. 보람을 느낄 때는 당연히 환자분들이 다 낫고 퇴원하는 걸 볼 때죠. Follow-up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실 때 ‘나 왔어~!’하고 인사할 때 정말 반가워요. 힘들 때는 병원이란 곳이 생사가 있는 곳이니, 특히 여기는 폐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많아서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전에 폐선암 4기로 진단받은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그 때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1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아주머니 딸들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본인도 살려는 의지가 강했죠. 아주머니 가족들을 만나서 병을 비록 되돌릴 순 없지만 열심히 항암치료 받고 본인 의지가 강하면 더 오래 사실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주머니 딸들이랑도 자주 그 뒤에도 만나서 이야기했어요. 결국 그래서 그 분 3년을 사셨어요. 어느 날 딸이 전화가 오더라구요, 자기 엄마 돌아가실 것 같다고. 그래서 병실로 갔는데 의식도 없고 바이탈도 불안정했어요. 그래서 아무머니 손 꼭 잡고 마음속으로 할 말 전하고 딸보고도 어머니께 작별 인사하라고 했죠. 나중에 딸이 전하는 말이 제가 내려가고 30분 뒤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대요. 저를 기다리신 것 같다고.. 그럴 때면 마음이 참.. 묵직하고 그런데 그럴수록 좀 더 제 마음을 다독입니다. 제가 너무 우울해지면 다른 환자분들을 볼 때 영향이 갈 수 있으니까요. 


Q. 의사선생님과의 협력이나 관계가 업무에 중요할 것 같은데 함께 일하시면서 갈등이 있던 적은 없으셨나요?

A. 이제껏 갈등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오히려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 것은 있었어요. 2009년에 격리다인실 설치가 감염률 감소와 병원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QI 활동을 했어요. 현재 혈종 김민경 교수님과 밤늦게 까지 통화하고 의견을 나누고, 소화기 센터 전임으로 계신 손세훈 교수님과 함께 모든 자료 준비부터 통계, 파워포인트까지 같이 만들고 연구발표에서 장려상을 수상했어요. 상금으로 이십 만원인가 삼십 만원을 받았는데 술  한잔 신나게 했죠(웃음). 지금도 참 반가운 사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간혹 파견을 가서 보면 환자치료와 관련해서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거나 또는 왜 말을 그렇게 하냐는 등 감정싸움이 발생하는 걸 봐요. 모두 지쳐있다 보니 사소한 일에 감정이 상하는 걸 많이 봤어요. 이건 결코 본인을 위해서나 특히 환자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아요. 힘들더라고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서로 말이 통하거든요. 저에게 아주 친한 병원 후배가 있는데 내가 말을 딱히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같은 사람이라 서로 힘이 많이 되요. 우리 학생도 공부하시면서 꼭 저와 같이 대화없이 통하는 친구를 만드세요. 아마 큰 힘이 될 겁니다.  



Q. 같이 일하면서 보니 이런 의사랑 나는 일하고 싶다! 어떤 의사인가요?

A. 우리 애들(선생님과 같이 일하시는 후배 간호사선생님들)에게 물어봤는데 이걸 꼭 좀 넣어달라고 하더라구요(웃음). 리더십을 가진 멋진 선생님, 환자와 보호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선생님, 끊임없이 연구하시며 최신 지견에 밝은 선생님,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예절을 갖추는 선생님, 까칠하지 않고 일은 힘들지만 서로 배려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선생님이 참 좋습니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은 배로 따지면 선장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선장의 지시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멋진 선장님들이 되어주세요. 


Q. pk실습을 도는 학생들 또는 예비의사들에게 현장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으신 점은?

A. 맹자의 삼락 중에 세 번째 득천하영재 이교육지란 말이 있습니다. 대학 병원 교수님들은 모두 이 세 번 째 군자의 락을 즐길 수 있는 분입니다. 병원이라는 사회에 첫 발을 디디면 많이 어색할 거예요. 그래도 본인이 직접 다가가서 물으세요. 그분들의 짧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의 소중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Broncho 전에 x-ray, CT 등등 미리 검사하시거든요, 그 때도 뒷전에 있지 말고 가까이 다가와서 교수님 옆에 슬쩍 붙어보세요.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최선을 다하세요. 최선을 다하면 나중에 후회가 적습니다. 아픈 환자를 위해 뛰어든 곳입니다. 평소 건강관리 잘하시고 학업에도 충실하시고 병원에 오시면 환자들에게 멋진 의사선생님이 되어주세요. 또한 Broncho방 지나시다가 냉커피 생각나시면 검사 중이 아니라면 대접할게요^^


이유정 기자/영남

<lyjeong81@nate.com>

구글 글래스로 수술하고, 3D 프린팅으로 이식 받고, 로봇으로 소독 한다


ECRI 선정 2015년 10대 유망 기술


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는 비영리 기구로 신 의료기술에 대한 분석을 하며, 매년 병원 경영자를 대상으로 10대 유망기술을 발표한다. 이 기구에서 2015년도에 발간한 해당 간행물에 소개된 10대 유망 기술에는 ▲소독 로봇 ▲3D 프린터 ▲미들웨어 ▲퇴원 후 진료관리 ▲구글 글래스 ▲비만 치료 장비 ▲조기 암 관리 ▲대변 이식술 ▲인공 췌장 기술 ▲원격의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친숙한 기술인 로봇, 3D 프린터, 구글 글래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유망한지, 의학적인 증거는 있는지,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기술에 대해서는 아래 표에 의학적 근거 수준과 비용에 대해서 정리하였다.





소독 로봇


최근 미국에서 내시경으로 인한 병원 내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이하 CDC)에 따르면 25명 중 1명의 환자는 병원 내 감염을 적어도 한번 이상 경험하며 미국에서 1년에 약 75,000명이 병원 내 감염으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독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될 뿐더러 소독하는 직원의 병원 내 감염 등 안전도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소독을 해주는 로봇이다. 

소독 로봇은 크게 두 가지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외선을 이용하고 다른 하나는 과산화수소 증기를 사용한다. 자외선을 이용한 방식(TRU-D™)은 병원균의 흔한 종류인 항생제내성포도상구균(MRSA)과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이하 C.difficile)을 각각 25분, 45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자외선에 제논(Xenon)을 추가한 제품은 5분 만에 C.difficile을 포함한 모든 병원균을 처리할 수 있다. 과산화수소 증기를 이용하는 방식(Q-10™)은 공기 중으로 과산화수소 증기를 냈다가 다시 흡인하는 방식으로 살균한다. 가격은 자외선을 이용한 방식(TRU-D™)은 대당 약 1억 360만원(125,000불), 과산화수소 증기를 이용하는 방식(Q-10™)은 대당 약 5,130만원(47,000불)이다. 

이 두 방식 모두 물질들이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방을 쓰고 있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자외선을 이용한 로봇은 CDC에서 지원받아 그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간 결과 90%이상의 살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의학적 효과를 뒷받침하는 높은 수준의 증거는 없고, 소독 후 어떤 방식으로 관리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위의 방법을 대체할 다른 옵션으로 나노 기술을 이용한 소독약 코팅이 있다. 특히 코팅이 된 표면은 화학물질에 잘 견디며 많게는 몇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비용측면에서 봐도 저렴하기 때문에 로봇을 대체할 만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3D 프린터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FDA)은 2014년 10월, 의료 분야에서 3D 프린터가 연구되고 있는 분야를 수술 전 환자 맞춤식 연습 모델, 환자 맞춤식 이식 장치, 세포를 이용한 장기 생성 분야를 꼽았다. 이 3D 프린터는 방식에 따라 단면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 있고, 재료가 되는 물질을 녹인 후 굳히면서 모양을 만드는 방식, 미세입자로 만들어서 공기 중에 스프레이 형식으로 뿌려서 만드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비용은 정교함의 차이에 따라 약 100만원(1000달러)부터 약 10억원(1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다양하다. 

2014년 11월 미시간 대학의 의료진은 기관기관지연화증(tracheobron chomalacia)에 걸린 2명의 환아에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만든 기관지 모형을 이식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존스 홉킨스 의료진은 3D 프린팅을 이용하여 외이를 만들고 전기적으로 소리를 감지하는 장비도 같이 이식하였다. Wake Forest대학 병원 연구진과 미군은 화상 상처에서 자가 줄기세포를 3D 프린팅에 이용하는 기술을 선보였고, 미국 국립 어린이 병원 소아심장내과,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들은 심장 기형에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중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의학적 근거수준은 아직 증례 보고들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의 증례보고는 얼굴이나 턱뼈 등 치과영역에서 많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FDA에서는 환자 안전의 위험성이 있는 재료나 감염 등을 막기 위해 규제안을 마련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글래스


구글 글래스는 2013년 이후 상품화 되지 않아 그 인기가 식었다. 그리고 2014년 11월 로이터(Reuters)에서 구글 글래스 상품화 사업에 참여한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구글은 의료 분야에서는 아직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의료 관리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아직 희망은 있다. 이 구글 글래스는 특히 손 없이 기록을 하거나 원격모니터링(수술 중) 두 가지 분야에 적용 될 수 있다. 구글 글래스는 단순히 안경과 카메라를 합친 것이 아니라 눈의 움직임을 파악 할 수 있으며 핸드폰과 블루투스 연결도 된다. 그리고 음성 인식 기술도 지원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어폰이 있어서 피드백을 들을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동작과 명령을 인식한다.  

2014년 1월부터 구글 글래스를 이용하여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병원 의무기록을 작성하게 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에서 환자의 관리는 35~70%로 증가하였고 의무기록 작성에 소요되던 시간이 33%에서 9%로 감소하였다. 같은 년도에 초음파-유도 중심정맥관 삽입에 구글 글래스를 이용한 군과 기존의 방식을 사용한 군간의 비교임상시험도 있었다. 또한 구글 글래스 장착시 컴퓨터 화면을 볼 필요가 없어서 환자를 직접 보면서 진료할 수 있었다. 수술 분야에서는 원격으로 실시간 지시를 할 수 있었으며 병리학 전문의에게 외과의사의 시선으로 저장된 사진을 전송할 수 있어서 바로 암 수술의 절제면에 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 뉴욕 Montefiore 소아 병원 의료진은 배터리 수명의 문제, 개인 정보 보호의 문제, 낮은 오디오 품질, 느린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을 문제로 꼽았다. 비용은 개당 약 163만원(1,500달러)로 추산된다.


문선재 기자/중앙

<mgstoner@naver.com>





▲자외선 소독 로봇(TRU-D™)                          ▲ 과산화수소 증기 소독 로봇(Q10™)














▲ 기관기관지연화증 환아에 삽입된 아 기관

재주는 의사가 부리고 생색은 정부가?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2014 한국의 의사상’에는 ‘사회적 책무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의료는 공공성을 가집니다. 의사는 봉사해야 하고, 때로는 희생도 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선의는 이용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공의 책임을 민간의사의 희생에 떠넘기는 것은 우리에게 퍽 익숙한 풍경이지만, 최근 의사의 도덕성을 볼모로 한 지도층의 선심쓰기성 공약의 남발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최근 이슈가 된 사건들을 되짚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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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덴만의 여명, 그리고 그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 대한 기록을 건조하게 돌이켜본다. 2011년 1월 15일, 화물선 삼호 주얼리호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당한다. 납치 6일 후 대한민국 해군은 청해부대 UDT/SEAL팀의 급습으로 해적 8명 사살, 5명 생포 후 인질 21명 전원을 구출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군과 정부는 이를 훌륭한 안보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분명 좋은 성과를 낸 작전이지만, 국민들은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항로를 지그재그로 설정해 시간을 끌고, 해적들 몰래 한글 통신으로 배의 상황을 알려 작전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석해균 선장이 작전 중 총알 6발을 맞아 중태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석 선장이 치료받던 오만에 급파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에어 앰뷸런스 긴급 이송을 주장, 석 선장은 국내 이송 후 4일간의 대수술 끝에 의식을 회복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아주대병원에 방문하여 ‘석 선장이 걸어 나와야 아덴만 여명 작전이 종료된다’고 그를 격려했고, 8개월간의 기나긴 회복기간을 거치고야 석 선장은 마침내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여기까지가 팍팍한 세상에 부족했던 영웅담을 더해준 아덴만 여명 작전의 밝은 부분, 즉 여명이다.


여명에 드리운 그림자


치열한 수술실에는 무영등이 구비되어 있지만 바깥세상에는 빛이 있으면 그만큼의 그림자가 있다. 4년의 세월동안 뉘엿뉘엿 진 해는 석양의 그것마냥 특히 더 긴 그림자를 남겼다. 지난 2월 26일, 학교법인 대우학원은 아주대병원의 대손상각 2억 4천만 원을 승인했다. 그 중 석해균 선장의 치료비가 2억 2천만 원이다. 아주대병원은 4년간이나 치료비를 지급받지 못했고, 결국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으로 분류해 회계상 손실처리를 한 것이다. 

이송 비용은 한 술 더 뜬다. 이국종 교수가 오만에서 ‘내 돈이라도 낼 테니 석 선장의 이송을 서두르자’고 강력히 주장할 때, 청와대와 외교부는 이국종 교수의 명의로 에어 앰뷸런스를 대여하되 대한민국 외교부가 비용지급 보증을 서는 것으로 일을 진행했다. 이 비용은 치료비보다도 많은 4억 4천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외교부에서는 이 돈을 지급하지 않았고, 스위스의 앰뷸런스 대여업체는 이국종 교수에게 비용 결제 독촉장까지 발송했다고 한다. 결국 그 비용은 한국선주협회에서 지불했다.

요즘 만화나 영화를 보면 옛날처럼 초인적인 육체와 초인적인 정신을 겸비한 무적의 영웅은 별로 없다. 딜레마에 빠져 고뇌하는 영웅이나, 영웅의 세계 뒤에 펼쳐진 어두운 정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인기다. 그런데 현실은 한 술 더 뜬다. 당시 이 교수가 ‘자신의 돈이라도 낼 것’이라고 했을 때, 그리고 수술의 좋은 경과에 환호하던 국민들 어느 누구라도 정말 그가 그 돈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물론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해줄 수는 없다. 분명 이 교수는 ‘자신의 돈이라도 낼 것’이라고 말했으니, 정부는 보증을 서되 그것을 꼭 지급할 의무는 없는 것이 맞다. 그러나 당시 군과 정부는 아덴만 여명 작전을 대대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고, 대통령은 ‘그가 걸어 나와야 작전이 종료된다’는 아주 멋들어진 말로 그가 퇴원하기까지 8개월 동안 많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국제적인 사고가 있을 때마다 국비를 지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집권당과 성질은 다르지만 김선일씨 피랍, 샘물교회 사건 등에서 국민은 지키지도 못하고 호구처럼 돈만 쓴다는 무능한 군과 정부의 이미지를, 외세로부터 국민을 믿음직하게 보호하는 방패로 바꾸어주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석 선장과 아주대병원측에 최소한의 성의는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의사의 사기에 관련한 것이다.


메스에 마지막 남은 명예까지


요즘 정부는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 가천대 길병원, 경북대병원, 단국대병원, 목포한국병원, 연세대 원주기독병원을 권역외상센터 기관으로 지정한 뒤 2013년 아주대병원, 을지대병원, 전남대병원, 2014년 경북 안동병원을 차례로 지정했고 2016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해 17개까지 권역외상센터를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각 권역 외상센터에는 시설 및 장비 설치에 80억원을 지원하고, 매년 의사 23명까지 최대 27억원의 인건비를 지급한다. 

유럽에서 성공한 모델인 권역외상센터를 국내에 도입하면 보다 많은 환자들의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니 참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근무할 외상 전문의가 없다는 것이다. 2015년 현재까지 대한외상학회가 배출한 전국의 외상 전문의는 201명인데, 앞으로는 2년간의 추가 수련을 거쳐야 외상 전문의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므로 전공자가 더 늘어날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또한 모든 외상 전문의들이 골고루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외상센터에 근무해 주는 것이 아니므로, 17개 권역외상센터의 전문의 TO를 모두 채우기도 긴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무엇이 200명의 외상 전문의조차 제대로 수급할 수 없게 만드는가? 비정상적인 수가에 대한 이야기는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적어도 한동안, 그리고 아마도 오래도록 개선을 기대하기가 힘들 것이니 다른 측면을 보고자 한다. 필자는 이번 아주대병원의 대손상각 처리에서 그 원인을 본다. 메스를 잡은 이에게 돈은 줄 수 없으니 ‘의사로서의 도리’ ‘명예’같은 것을 강조하지만, 그마저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15년 전, 법원은 보라매 병원의 평범한 집도의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15년이 지나 정부는 자신들의 홍보에 활용한 유능한 외과의사를 빚 독촉장에 고뇌하게 하는 빚쟁이로 전락시켰다. 척박한 환경에 억척스레 피어난 영웅담을 더 빛내주지는 못할망정, 굳이 구질구질한 이야기로 만들어버려야 할 이유를 상상하기 어렵다.

어쩌면 미담에 취해 메스를 쥘 사람들이 부조리한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수가를 정상화할 의지가 없으니,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는 따뜻한 배려. 그것마저도 다 좋으니 다만, 의로운 일을 해낸 이들이 비참한 기분만은 들지 않게 해 주도록, 자부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예를 먹고 살라 할 것이면, 명예는 주어야 할 것 아닌가.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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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청년의사, 중동으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3월 19일 열린 청와대에서 진행된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되어 위 같은 ‘깨알 지시’를 내렸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국내에 국한하여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청년들이 해외에서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라는 주문이다.


중동 진출의 선두는 의료계


젊은 의사들도 ‘중동으로 가는 청년들’에 포함되었다. 정부는 ‘전문인력의 현지정착’이라는 타이틀 아래 IT, 금융, 항공 분야와 함께 보건·의료 분야 인력을 중동에 보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부가 가장 먼저 손을 쓰기 시작한 부분은 보건·의료 분야다.

이에 이어서 지난달 27일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의 참여아래 ‘청년인력 해외진출 전담팀’을 꾸렸다.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 경제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후속대책이다. 전담팀의 추진내용으로는 언어교육, 정착지원, 교육비 및 정착지원금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있다.

박 대통령은 3월 초 중동 순방 당시 의료 분야에 관한 논의를 상당 부분 마무리 짓고 돌아왔다. UAE와 가장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데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UAE는 한국 의사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중동에서 별도의 자격인증 필요 없이 의료 활동을 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한국의 의료 인력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0년까지 국가적으로 병원의 수를 현재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간호 인력은 일정 수가 이미 파견된 상태이다. 3월 25일 9명의 간호사를 처음으로 파견한 데에 이어 조만간 4명을 더 파견할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여성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 간호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의료 환경 고려 안한 

시기상조 대책.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중동 정책을 두고 국내의 의료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외과 계열로 진출하는 젊은 의사들의 수가 턱없이 적은데 전부 중동으로 보내버리면 우리나라에서 수술은 누가 하겠냐는 것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 어느 누가 중동으로 가고 싶어 하겠냐는 이야기도 있다. 중동으로 파견될 시 보수가 한국에 비해 1.5배에서 2배 정도 많기는 하나 현장 물가가 비싼 만큼 한국에서의 생활수준보다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경력을 위해서 간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지원자수를 채울 수 있을까 염려스럽다는 의견이다.


현재 중동진출은 순항 중


여러 걱정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사들의 중동 진출은 단계별로 착실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은 미국 유럽 등지의 세계적 병원들을 제치고 UAE 셰이크 칼리파 병원의 위탁 운영권을 따냈고 올해 2월부터 정식진료를 시작했다. 현재 의사 35명을 포함해 간호사, 보건직, 사무직 등의 보건·의료 인력 170명이 파견되어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에 2016년 개원 목표로 150병상 규모의 병원을 건립 중이다. 서울 성모병원도 UAE 현지에 한국형 선진 건강검진센터 설립해 선발대로 22명의 의료진이 나가있는 상태이다.

올해 4월에는 순천향대병원이 한화와 손잡고 이라크 비스마야 지역에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계획을 밝혔다. 2018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약 150명의 의료진이 파견된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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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옆집의사는 ‘5분대기조’



서울시가 내년까지 응급환자나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재난 분야 교수, 전직 소방관 등 전문가 인력풀과 포크레인 등 중장비 정보를 전산망에 입력해 위급 시 한 번만의 연락으로 주위에서 신속히 도울 수 있도록 하는 민간 자원 관리시스템이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통합시스템을 통해 ‘옆집 의사’에게 응급상황을 알릴 수 있으면 면 구급대원보다 심폐소생술을 빨리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우리가 노예냐


그러나 의료계는 응급상황 발생 시 도의적인 차원에서 의료인이 자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민간자원 활용 방안을 제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의사는 24시간 365일 응급대기를 해야 하냐’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의사 A씨는 “탁상행정의 끝이다. 응급환자 발생 시 옆집에 의사가 산다는 이유로 이 사람에게 응급환자를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를 했을 때 법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응급환자까지 커버해야 한다는 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의사나 간호사, 소방관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염려가 있고 오히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CPR 교육 및 재난교육을 강화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통합자원관리시스템에 대해 민간과 일절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서울시의 관치독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이 시스템이 군사 독재 시절 민간 자원을 국가 마음대로 ‘징발’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민간 자원을 공무원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약탈하고 휘두르겠다는 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자원관리시스템 방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 방안을 제안한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서울시의 ‘통합자원관리시스템’ 계획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으로서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반강제적으로 민간인에게 떠넘기려는 몰염치한 발상”이라며 “세계 그 어디에서도 민간인을 강제 동원해 응급의료와 재난구호에 나서도록 하는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주거의 자유와 개인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서울시가 도시형보건지소에 쏟아붓고 있는 많은 돈을 응급의료센터에 투입하고 상시 대기하고 있는 응급의료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자발적 모집임을 강조


하지만 서울시는 이 사업의 목적은 1차적으로 재난상황 및 응급상황 발생 시 그 피해를 낮추는데 있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행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그 대상 중 의료인을 포함한 전문가가 포함되는 것은 희망자를 중심으로 통합자원관리시스템 가입 동의서를 받고 시행하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의사나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부각된 것 같은데 1차적으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전문가를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모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응급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초기 대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며 재난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소정의 교육을 시킨 후 동의를 얻어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을지

<kim_je@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