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사람들
영남대학교 병원 호흡기 센터종양전문간호사 우혜덕 선생님
Q. 저는 ‘전문간호사’라는 직종이 있는지 몰랐었는데 아마 저를 비롯해 실습을 돌아보지 않은 학생들은 생소할 것 같습니다. 전문간호사는 일반 간호사와 다른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전문간호사를 하게 되셨나요?
A. 전문간호사는 73년에 마취 정신, 보건 분야의 간호원을 효시로 200년에 전문간호사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2005년에는 제 1회 전문간호사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 있는 종양전문간호사는 2006년부터 배출되었구요. 제가 종양 분야 전문 간호사가 되려고 할 쯤엔 우리나라에 전문간호사를 배출하는 간호대학원이 3군데 밖에 없었고 대구엔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계명대학교에서 전문간호사 과정이 개설된 거에요. 지원 자격이 최근 10년 이내 해당분야에서 3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저는 10년 동안 무균실에서 일했기 때문에 바로 지원했죠.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뽑는 거라서 총 5명을 뽑는데 30명이 지원했죠. 별 기대를 안했는데 운이 좋게 붙었더라구요. 나머지 동기 4명은 다 동산병원 출신이었어요.(웃음) 대학원을 2년 동안 다니면서 총 33학점을 이수해야 했어요. 암에 대해 각 분야의 의대 교수님한테 수업을 들었죠.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계속 듣고 듣고 하다보니 어느새 제 지식이 이만큼 늘어나 있던 거 있죠.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해요. 전문간호사의 취지는 임상 경험이 풍부하고 해당분야에 대한 높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환자, 보호자, 지역사회에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어요.
지금 전문간호사를 고용하는 데에 정부의 지원이나 보험수가 적용, 업무 권한에 대한 것이 없어요. 그래서 일부 전문간호사들이 자기의 전공을 살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임상에서 일반간호사와 같이 일하고 있어서 딱히 차이가 이거다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일반 간호사들 역시 자기 업무에 열심히 하고 업무 효율성이라든가 자기 계발에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문간호사들은 임상을 하면서 본인의 필요에 의해 공부를 시작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이죠. 그런 분들이 많아지면 환자별 필요한 간호나 교육을 시행할 때 evidence base의 양질의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문간호사는 임상 실무 제공자, 교육자, 협력자로서의 업무를 합니다.
Q. 그러면 ‘종양전문간호사’이신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저는 기관지 내시경실에 기관지 내시경과 초음파 기관지 내시경을 할 때 검사 assist와 환자 준비, 검사 전후 교육,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와 1대 1 교육, 응급상황 대비 물품 준비 및 확인, 내시경 장비 관리, 청구 등의 업무를 주로 보고요 항암호흡기 세미나실에서 시민과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폐암 강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보수교육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종양전문간호사로 일하시면서 이럴 때 정말 힘들다!/정말 보람을 느낀다! 언제인가요?
A. 보람을 느낄 때는 당연히 환자분들이 다 낫고 퇴원하는 걸 볼 때죠. Follow-up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실 때 ‘나 왔어~!’하고 인사할 때 정말 반가워요. 힘들 때는 병원이란 곳이 생사가 있는 곳이니, 특히 여기는 폐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많아서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전에 폐선암 4기로 진단받은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그 때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1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아주머니 딸들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본인도 살려는 의지가 강했죠. 아주머니 가족들을 만나서 병을 비록 되돌릴 순 없지만 열심히 항암치료 받고 본인 의지가 강하면 더 오래 사실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주머니 딸들이랑도 자주 그 뒤에도 만나서 이야기했어요. 결국 그래서 그 분 3년을 사셨어요. 어느 날 딸이 전화가 오더라구요, 자기 엄마 돌아가실 것 같다고. 그래서 병실로 갔는데 의식도 없고 바이탈도 불안정했어요. 그래서 아무머니 손 꼭 잡고 마음속으로 할 말 전하고 딸보고도 어머니께 작별 인사하라고 했죠. 나중에 딸이 전하는 말이 제가 내려가고 30분 뒤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대요. 저를 기다리신 것 같다고.. 그럴 때면 마음이 참.. 묵직하고 그런데 그럴수록 좀 더 제 마음을 다독입니다. 제가 너무 우울해지면 다른 환자분들을 볼 때 영향이 갈 수 있으니까요.
Q. 의사선생님과의 협력이나 관계가 업무에 중요할 것 같은데 함께 일하시면서 갈등이 있던 적은 없으셨나요?
A. 이제껏 갈등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오히려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 것은 있었어요. 2009년에 격리다인실 설치가 감염률 감소와 병원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QI 활동을 했어요. 현재 혈종 김민경 교수님과 밤늦게 까지 통화하고 의견을 나누고, 소화기 센터 전임으로 계신 손세훈 교수님과 함께 모든 자료 준비부터 통계, 파워포인트까지 같이 만들고 연구발표에서 장려상을 수상했어요. 상금으로 이십 만원인가 삼십 만원을 받았는데 술 한잔 신나게 했죠(웃음). 지금도 참 반가운 사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간혹 파견을 가서 보면 환자치료와 관련해서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거나 또는 왜 말을 그렇게 하냐는 등 감정싸움이 발생하는 걸 봐요. 모두 지쳐있다 보니 사소한 일에 감정이 상하는 걸 많이 봤어요. 이건 결코 본인을 위해서나 특히 환자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아요. 힘들더라고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서로 말이 통하거든요. 저에게 아주 친한 병원 후배가 있는데 내가 말을 딱히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같은 사람이라 서로 힘이 많이 되요. 우리 학생도 공부하시면서 꼭 저와 같이 대화없이 통하는 친구를 만드세요. 아마 큰 힘이 될 겁니다.
Q. 같이 일하면서 보니 이런 의사랑 나는 일하고 싶다! 어떤 의사인가요?
A. 우리 애들(선생님과 같이 일하시는 후배 간호사선생님들)에게 물어봤는데 이걸 꼭 좀 넣어달라고 하더라구요(웃음). 리더십을 가진 멋진 선생님, 환자와 보호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선생님, 끊임없이 연구하시며 최신 지견에 밝은 선생님,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예절을 갖추는 선생님, 까칠하지 않고 일은 힘들지만 서로 배려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선생님이 참 좋습니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은 배로 따지면 선장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선장의 지시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멋진 선장님들이 되어주세요.
Q. pk실습을 도는 학생들 또는 예비의사들에게 현장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으신 점은?
A. 맹자의 삼락 중에 세 번째 득천하영재 이교육지란 말이 있습니다. 대학 병원 교수님들은 모두 이 세 번 째 군자의 락을 즐길 수 있는 분입니다. 병원이라는 사회에 첫 발을 디디면 많이 어색할 거예요. 그래도 본인이 직접 다가가서 물으세요. 그분들의 짧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의 소중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Broncho 전에 x-ray, CT 등등 미리 검사하시거든요, 그 때도 뒷전에 있지 말고 가까이 다가와서 교수님 옆에 슬쩍 붙어보세요.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최선을 다하세요. 최선을 다하면 나중에 후회가 적습니다. 아픈 환자를 위해 뛰어든 곳입니다. 평소 건강관리 잘하시고 학업에도 충실하시고 병원에 오시면 환자들에게 멋진 의사선생님이 되어주세요. 또한 Broncho방 지나시다가 냉커피 생각나시면 검사 중이 아니라면 대접할게요^^
이유정 기자/영남
<lyjeong8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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