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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the paramedics(준의료종사자) ①

병원에는 의사, 간호사 이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수많은 직업군이 존재한다. 앞으로 언젠간 마주치게 될 이들. 성공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paramedics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미리 알아놓자! Meet the paramedics!

 

수술방, 서전(surgeon)의 파트너

관동의대 명지병원 비뇨기과,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 황상원씨 인터뷰

 

Q. 우선 정식 명칭과 하시는 일에 관해서 여쭤 봐도 될까요.
“PA간호사, Physician Assistant의 약자에요. 비뇨기과 레지던트와 하는 일이 비슷하다고 보면 되요. 외래에서 교수님 지시 하에 검사를 시행하고, 수술에도 참여하면서,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기본적인 시술도 해요.”

 

Q.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 PA 간호사의 다른 점을 알려주세요.
“간호사 국가고시를 보고 간호사가 되면, 각 분야로 나뉘어져요. 병동간호사, 수술방 간호사, 응급실 간호사, 중환자실 간호사 등등 많아요. 전문 간호사는 해당 분야에서 3~4년 정도 실무 경력을 쌓은 후, 석사과정을 밟으며 전문 간호사 자격증 시험을 합격해야 되요. 예를 들면, 수술방 내 마취과의사 옆에서, 거의 모든 술기를 다하는 마취과 전문 간호사를 보셨을 거에요. 수술방 간호사를 하면서 마취 분야에 흥미가 생겨서 석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마취과 전문 간호사가 된 거죠. PA 간호사(Physician Assistant), SA 간호사(Surgeon Assistant)는 사실 의료법에 없는 직업이에요. 우리는 ‘전문 간호사’가 아니라 ‘전담 간호사’라고 하는데, ‘PA 간호사’라는 용어가 더 익숙할 거에요. 레지던트 부족 현상으로 인해, 여러 분야에서 일하던 간호사가 고용되어 PA, SA 간호사가 되는 거죠.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인력이 부족한 과에서 ‘PA, SA 간호사 직업공고’가 나면, 서류지원 합격 후 지도를 받는 식으로 양성하고 있어요. 교수님께서 기본적인 의료 지식을 가르쳐 주시고, 환자에게 필요한 술기는 레지던트에게 그때마다 배우는 식이에요. PA, SA 간호사만의 특별한 교육과정은 없는 거죠. 우리나라는 흉부외과에서 처음으로 PA 간호사를 고용했어요. 그 뒤 외과, 비뇨기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많이 늘어났죠. 아무래도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일을 지켜본 간호사,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출신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어요.”

 

Q. PA 간호사를 선택하신 이유를 알고 싶어요.
“간호사 집단의 특성이 여성 중심인 사회라서, 남자간호사들이 적응하기 힘든 면이 있어요. 대부분 남자간호사들은 이런 점으로 인해 PA 간호사를 많이 지원해요. 남자간호사의 많은 수가 PA 간호사, SA 간호사라고 보셔도 되요. 또한 개인적으로, 환자들이 보는 남자간호사라는 이미지가 장기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이 일을 하면서 언제 힘들고, 보람되신지 들려주세요.
“처음엔 일을 쉽게 생각했는데, 간호사와 달리 환자를 직접 봐야하고 레지던트처럼 당직도 똑같이 서면서 의사직을 간접 체험하고 있어요. 하지만 중환자실 간호사였을 때는 의사에게 환자상태만 보고하고 반복되는 일에 지루했었는데, PA간호사가 되고난 후 환자와 좀 더 의사소통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점에서 보람을 느껴요. 가끔 응급 상황일 때 내가 주체가 되어 기본적인 처치를 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정말 기쁘죠.”

 

Q. 마지막으로, 의대생과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솔직히 PA간호사는 직업의 경계가 애매해서, 의사와 부딪히는 경우가 생겨요. 의사랑 하는 일은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법적인 보장이 없으니 곤란할 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도, 레지던트 1년차보다 실무경험이 많은 동료가 ‘이 환자의 오더(의사의 처방)를 낼 때는, 보통 이런 식으로 하신다’라고 했는데, 아직 경험이 없는 레지던트가 ‘알겠다’고 해놓고 결국은 본인 원칙대로 오더를 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고 하더라구요. 계속 같이 일할 사이다보니, 부딪치기 보다는 대부분 그냥 말 못하고 넘어가지만, 우리 PA간호사들은 참 서운하죠. 물론 우리도 체계적인 양성과정이 없기 때문에, 의료적 지식은 비슷할 수 있어도 전문적인 의사 지식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하지만 실무에선 의사보다 더 잘 아는 부분도 있고 다르게 알고 있는 부분도 있으니, 상호 보완하고 배려하면서 서로 오해 없이 일을 잘했으면 좋겠어요. 결국은 환자의 신속한 쾌유라는 목적에는 의견이 같은 거니까요.”

 

임이랑 기자/관동
<famousier@e-mednews.org>

의료 정책, ★을 찍어드립니다

Chapter 4. 응급실당직법(응당법)

 

2010년 11월 휴일날 대구에서 장중첩증*으로 진단받은 4세 여아의 보챔에 부모는 다급히 큰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인근 3곳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모두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현재 응급실에 부재하여 빠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보호자는 인근 도시인 구미에 위치한 대학병원으로 급히 이동하였지만, 제 때 치료받지 못한 아이는 이송 중 사망하고 말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응급의료체계의 허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고, 특히 당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응급실에 부재하였다는 점이 조명을 받았다. 이는 이후 기존의 응급의료법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촉발제가 되었다.

 

기존 응급의료법, 전문의의
직접 진료는 자율에 맡겨

 

1995년부터 시행되어왔던 기존의 응급의료법률에서는 당직의사는 ‘전문의*또는 수련기관의 경우 3년차 이상의 전공의*(레지던트)’로 규정하였고, 당직전문의를 두어야 하는 진료과목의 개수는 권역·전문센터 8개, 지역센터 5개, 지역기관 2개로 지정하였다. 이러한 기존 응급의료법에는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가 환자를 ‘직접’ 진료해야 하는 의무는 없었다. 또한 법안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제제를 가하는 ‘처벌규정’을 명시하지 않아 강제성이 없었다. 따라서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는 레지던트가 연차에 제약 없이 응급실에서 진료를 하고, 전문의가 응급실당직을 서는 것은 각 병원의 자율적인 시스템에 따라 선택적으로 시행하였다.
이러한 기존의 응급의료체제 하에서 ‘대구 장중첩증 여아 사망사건’이 화두가 되었고, 이후 각 과 전문의들의 응급실당직과 이들의 신속한 응급환자진료를 위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리고 2011년 8월 4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의 개정안이 공포되고, 이후 1년 뒤인 2012년 8월 5일부터 이 법안은 시행되었다.


개정 법률, 전문의가
직접진료 요청에 불응 시 처벌

 

개정된 법률 조항에서는 ★응급의료기관이 모든 개설 진료과목마다 당직 전문의를 두어야 한다. 또한 응급실 근무 의사가 환자상태를 파악하고 해당 과의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호출할 경우(온콜,on call*), 당직 전문의는 병원으로 직접 와서 진료를 보아야 한다. ★이 호출에 당직전문의가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응급의료기관은 과태료 200만원을 내고 해당 전문의는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또한 환자 및 보호자는 응급실 내부 게시물 혹은 홈페이지 게시물을 통해 해당 과의 당직의 명단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당직전문의가 응급의학과 의사의 진료 요청에도 오지 않았을 경우 보건소에 해당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개정법 시행을 앞둔 공청회에서,
의료계 “현실성 없다” 반발

 

개정안에 대한 반발은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그치지 않고 의료계 전반에 걸쳐 일어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을 앞두고 2차례의 의견 수렴 공청회를 열었다. 의료계의 비판은 ★▲전문의의 업무량 증가에 따른 진료의 질 저하 ▲수가개선 및 추가예산지원 누락 ▲2차 지방병원의 실태 무시 ▲특정 과의 전문의부족 현실 미반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문의인력은 당장 늘어날 수 없고 전문의 한 명당 수행할 수 있는 업무량 또한 한계가 있다. 그런데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 주간에 외래환자 및 병동입원환자의 진료나 수술까지 담당하는 전문의가 야간에 당직까지 더 서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다음날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진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전문의의 응급실 당직업무를 늘리려면 이에 상응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비용에 대하여 추가로 예산을 지원하거나 응급실수가를 개정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응급의료개정법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고스란히 병원의 몫이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2차병원이나 지방병원의 경우는 특히 경영난과 구인난이 심각하다. 그런데 이 병원들이 전문의에게 야간응급실당직까지 요구한다면, 해당 전문의들이 사직하여 개원의로 전향하는 등의 집단 이탈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응급환자 수 대비 전문의 인력이 부족한 외과나 소아과와 같은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현실에 맞지 않는 개정법이라는 것이다.

 

개정법 시행 후, 행정처분
유예기간 3개월 두기로

 

개정법안을 두고 의료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일인 지난 8월 5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 ★당직전문의 비상호출(on-call) 불응에 따른 행정처분을 3개월간 유예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2012년 11월 4일까지는 개정법을 시행하기는 하되, 이를 위반 시 응급의료기관이 내야 하는 과태료 200만원이나 당직전문의의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유예기간 발표와 함께 이 기간 동안 응급의료기관에 개정법 준수를 위한 준비를 할 것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상당수의 응급의료기관들은 개정법 시행 두 달을 바라보는 현재시점까지 응급의료 체계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한달 후 계도기간이 끝나면 개정법망을 피하면서 기존의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편법을 공공연하게 마련하고 있다.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당직전문의를 부르지 않고 환자를 입원시켜 레지던트가 진료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 경우 응급실환자는 입원명령으로 인해 더 이상 응급의료개정법에서 규정한 ‘응급실 내 응급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망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레지던트는 응급실환자를 입원만 시키면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 개정법이 시행되어 전문의당직을 강제하여도 사실상 응급실에 상주하는 이는 여전히 레지던트인 것이다.

 

유예기간 만료 앞두고
응급의료기관 반납 등 혼란 예상

 

앞으로 약 한달 후 계도기간이 끝나 개정법안 시행을 강제하면, 문제점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콜을 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기존에는 필요하면 해당 과 전문의에게 연락을 취해서 자문을 구하였지만, 이제 자칫하면 해당 의료진은 면허가 정지되고 병원은 2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호출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중소병원에서는 행정처분을 우려하여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를 받지 않고 다른 대형병원으로 바로 이송하는 사례가 급증하여, 대형병원의 응급실 과밀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방의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했던 익명을 요구한 인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밤에 응급실로 온 환자는 ★아주 경증이 아닌 이상 (환자침대를 구급차에서 병원응급실로) 내리지 말고 인근 대형병원으로 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중소병원의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개정법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한편, 개정법 시행 이후, ★지방 뿐 만 아니라 수도권의 종합병원에서도 전문의 인건비 및 응급실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응급의료기관 반납을 고심하고 있다. 유예기간이 끝나면 응급의료기관 반납 도미노 현상까지 예상되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제 작년 말에 “응급의료수가 체계의 전면적인 개정을 위한 연구를 2010년 12월부터 1년간 진행하고, 2012년에 ‘응급의료 수가기준 전부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개정법을 시행한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정책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응급의료의 질 개선을 단순히 전문의의 당직강제화로만 일괄하는 성급한 법안 개정 때문에 의료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임준교수는 응급의료법 개정을 두고 “중증 응급환자가 전문의에게 신속한 진료를 받는 것은 필요하다. 이는 현재 정부가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과 합병률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중증외상센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응급실당직 전문의인력이 확충되어야 하는데, 당장 인력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전문의가 보아야 하는 응급환자의 수를 조절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를 보다 체계적으로 경증과 중증 환자로 구분하여, 소수의 중증 환자만 전문의가 신속히 보도록 하고 경증 환자는 응급실 내 야간진료센터를 따로 마련하여 일반의나 레지던트가 보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한 지역구에 분산되어 있는 소형 병·의원의 전문의인력을 지역거점병원으로 흡수시키는 보건의료체계의 개편이 요구된다. 이 경우 지역거점병원은 외과·산부인과 등 각 과별로 전문의 인력을 확충할 수 있어 어떤 응급환자에도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라고 제안했다.

 

이운지 기자/가천
<woonji@e-mednews.org>

 

* 장중첩증(Intussusception) : 3개월에서 6세 사이에서 장폐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상부 장이 하부 장 속으로 망원경같이 말려들어가는 질환. 사망률이 매우 낮다.
* 전공의 : 인턴 과정을 마친 뒤에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하여 임상 수련을 하고 있는 의사, 즉 레지던트 1·2·3·4년차를 말한다.
* 전문의 :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에 전문의 국가고시를 치러 이에 합격하였을 때 ‘전문의’라 한다.
* 온콜(on-call) : 전문의는 당직 때 병원에 남아있지 않고 밖에 있다가,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응급환자가 오면 호출을 받고 병원에 간다. 이 때 받는 호출을 온콜(on-call)이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레지던트의 당직은 응급실에서 상시 대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최신논문

 

어린이 CT스캔 향후 암 발생 가능성 경고

 

 

미 암협회 연구진은 ‘란셋(Lancet)’ 최신호에 발표된 논문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CT스캔이 추후 뇌암과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캐슬대학 연구팀이 영국 내 병원에서 1985년부터 2002년까지 CT 촬영을 받은 18만 명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5~10회 두부 CT 촬영을 받은 아이들은 CT 촬영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아이들보다 백혈병 발병 위험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CT 노출 후 암이 발병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아이들은 성인보다 방사선에 대한 감수성이 높으므로 가급적 초음파나 MRI 같은 다른 영상기기로 진단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소식과 장수는 무관

 

‘적게 먹을수록 오래 살 것’이라는 속설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립노화연구소(NIA)는 1987년부터 25년간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소식(小食)과 장수(長壽)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최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군 원숭이에게 일반 원숭이에 비해 30% 정도 칼로리가 낮은 식사를 제공했지만 이들의 수명은 다른 원숭이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노년기 수컷 원숭이의 경우엔 소식을 하면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가 떨어져 소식이 다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저자인 라파엘 드 카보 박사는 “칼로리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생존율이 높아지지 않았으며, 종양이나 심장병 발생 빈도도 낮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산병원 심장내과, NEJM에 논문 게재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심내막염’에 대한 새로운 치료기준을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최근 발표했다. 심내막염은 혈류에 섞인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손상된 심장판막에 달라붙어 심부전 등을 일으키는 병이다. 지금까지 심내막염 치료에서 조기수술은 감염된 심장판막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인식 때문에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 교수가 2006~2011년 심내막염 진료를 받은 환자 76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진단 후 48시간 이내에 조기수술을 한 경우 사망률 등 합병증 발생률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조기에 수술을 받은 환자그룹의 합병증 발생률은 2.7%에 불과했지만 기존 방법으로 치료받은 환자그룹에서는 같은 기간 뇌경색, 동맥협착 등의 합병증 발생률이 28.2%나 됐다.
 
사지마비 환자, 로봇 팔로 커피 마신다

 

생각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 팔이 등장했다. 미 연구팀은 15년 동안 신체 마비 상태에 있는 환자가 자신의 생각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물건을 잡는데 성공했다고 최근 네이처지 온라인 판에 발표했다. 미 브라운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사고로 15년 전 수족이 마비된 58세 여성과 5년 전부터 다리가 마비된 66세 남성 환자의 뇌에 알약 크기의 센서 칩을 이식하고 움직임을 관찰했다. 환자가 팔을 뻗고 싶다거나 물건을 쥐고 싶다고 생각하면 칩에 있는 96개의 미세한 전극이 뇌 세포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컴퓨터로 전송, 로봇 팔이 움직임을 재현하는 식이다. 특히 여성 환자는 로봇 팔로 커피 병을 잡아 입으로 가져온 뒤 빨대로 커피를 마시고 병을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는 동작까지 완수했다. 존 P. 도너휴 브라운대 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은 “뇌와 사지가 15년 동안 신호를 주고 받지 않았음에도 뇌가 여전히 유효한 신경 동작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환자가 이동할 수 있도록 장치의 크기를 줄이고, 뇌에 이식된 센서 칩의 잦은 고장 등을 해결해야 한다.
 
>>> 보건의료계 이슈
 
국내 의료기기 시장 4조3064억,
식약청 2011년 의료기기 현황 발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4조3064억 원으로 2011년에 비해 10.34% 증가하는 등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7.21%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지난해 규모는 2956억 달러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이어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생산실적 상위 품목은 초음파영상진단장치, 치과용 임플란트, 치과용귀금속합금, 시력보정용 안경렌즈 순이었다. 특히 치과용 임플란트는 전년 대비 35.6%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액 기준 상위 업체는 삼성메디슨(2347억 원), 오스템임플란트(912억 원), 한국지이초음파(806억 원) 등의 순으로, 상위 30개사가 전체 생산액의 42.6%를 차지했다.

 

사무장병원, 무더기 적발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빌려 불법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달 춘천지검 원주지청에 따르면 돈을 받고 비영리법인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도록 해 준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모 법인 전 대표 배모(58)씨와 법인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사무장 임모(60)씨 등 9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또 배씨와 공모해 개설한 병원을 실제로 운영한 사무장 이모(42)씨와 간호사 한모(45·여)씨 등 2명을 지명 수배했다. 검찰 조사결과, 사무장 이모씨는 의료인이 아님에도 배씨가 대표로 있는 비영리법인 명의를 빌려 강원 원주에 병원을 개설하는 등, 2010년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성형외과 환자들에게 내과 진료를 한 것처럼 보험관리공단을 속여 보험금 17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의사인 김모(43)씨는 자신 명의로 운영 중인 의료기관 이외에 비영리법인 명의를 빌려 또 다른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등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불법 운영하다 적발됐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org>

태극기 아래 모인 한인의대생들의 허브, GKMSO

세계한인의대생연합 사무총장 신현도 씨 인터뷰

 

우리나라 의대생은 총 몇 명일까? 의대생 신문의 독자라면 ‘2만명’을 상상할 테지만, 실은 그 이상이다. 미국, 호주, 유럽, 중국, 일본 등 외국 의과대학을 다니는 한인 의대생은 약 2800여명. 국내 의대생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다. 최근 전세계 각국의 몇몇 의대생들을 중심으로 ‘한국인’이라는 공통분모 위에 국내외 한인의대생들을 한데 엮어주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그 중심에는 2011년 한국에서 열린 KAMA-KUMSA 컨벤션에서 발족한 세계한인의대생연합(Global Korean Medical Student Organization, 이하 GKMSO)이 있다. 그 속사정이 궁금해 GKMSO의 현 사무총장인 신현도 씨를 인터뷰했다.    

 

Q. 먼저 GKMSO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려주세요.
A. 처음에는 호주에 있는 한인의대생을 중심으로 뉴질랜드, 한국 세 개 나라가 참여한 소규모 친목단체로 시작했습니다. 사람들끼리 자주 만나다 보니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싶고, 다른 나라 의대생이 어떻게 사는지, 또 한국의 의사생활은 어떤지 등등 더 잘 알고 싶어졌죠. 그러다 2009년 호주 퀸즐랜드 의과대학생인 안윤교 씨를 중심으로 세 나라 뿐 아니라 영국 의대생들까지 포함한 KUMSA(Korean United Medical Students’ Association)가 조직됐습니다. 2010년에는 KUMSA에 Meeting의 M을 덧붙인 KUMSAM이라는 공식 모임을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했구요.

 

Q. KUMSA가 GKMSO의 전신인 거군요. 호주, 뉴질랜드, 한국, 영국 네 나라에서 어떻게 전세계 한인의대생과 연결될 수 있었나요.
A. 우선 재미한인의사협의회(Korean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이하 KAMA)의 현철수 회장님이 KUMSA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그에 따라 2011년 한국에서 열린 KAMA 정기 컨벤션에서 KAMA-KUMSA 공동 컨벤션을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컨벤션에서 GKMSO가 공식 발족했고, 2011년 8월 5일에 첫 학생 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올해 7월에는 미국 LA에서 GKMSO-KAMA-WKMO 컨벤션이 열렸는데 세계한인의사연합(World Korean Medical Organization, 이하 WKMO)이 발족하면서 각 나라 의사선생님들과 컨택할 수 있었고, 이분들의 조언을 받아 GKMSO의 체계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 각국에 형성되어있던 한인의대생 단체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브라질에는 이미 한인의대생모임이 있었고 영국과 호주, 중국도 한인의대생연합이 있어 대표들간에 연락을 통해 하나로 합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세계 각국의 한인의대생 단체들과 KAMA의 도움이 있었기에 GKSMO가 미국, 남미, 유럽, 중국까지 포함한 체계적이고 큰 단체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거죠. 참고로  세계한인의사회와 연계한다는 의미에서, 내년부터는 GKMSO가 아닌 WKMSO로 이름을 바꿀 예정입니다.

 

Q. 발족한지 1년이 좀 넘었지만 규모는 상당히 크네요. GKMSO의 모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Connection, Empower, Outreach - 우리는 크게 세 가지 비젼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Connection은 말 그대로 ‘연결한다’는 취지인데, 현재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의대생과 의사선생님 간에 일대일 결연을 맺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입니다. 의대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국가나 지역, 특정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의사선생님을 멘토 삼아서 병원의 수술방이나 외래 참관 기회를 얻고 논문저술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매 총회마다 멘토가 되실 의사선생님을 모집 중이고, 의대생들은 GKMSO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지원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모토는 Empower로 의대생 스스로의 지적인 능력을 키우자는 의미입니다. 미국에서는 의과전문대학원 4년 중 2-3년 과정을 마친 후 1-2년 정도는 랩에서 연구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한인의대생들의 연구 활성화를 위해 컨벤션에서 Scientific forum을 개최하여, 학생들이 연구 중이거나 연구계획 중인 논문을 스스로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러한 강연을 통해 학생들이 학술적인 부분을 공유할 수 있고 다른 나라 학생들과의 co-work도 시도할 수 있겠죠.

마지막 Outreach는 앞선 두 모토와는 달리 ‘의대생, 의사’를 벗어나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입니다. 즉 사회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자는 거죠. 현재 힐링캠프, 시드니 프로젝트, 뽀로로 프로젝트 등을 추진 중입니다. 힐링캠프는 약 500여명 규모의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진행되는 의료강좌 및 간단한 의료검진 프로젝트입니다. GKMSO 뿐만 아니라 치대생 간호대생 및 의사선생님들도 같이 참여하는 큰 행사입니다. 현재 펀딩을 위해 미국에 있는 foundation에 재정요청 등이 필요한 상태로, 앞으로의 준비기간이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드니 한인타운에서 시행되는 시드니 프로젝트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 병원가기가 쉽지 않은 호주 거주 한인들이 주 대상입니다. 문진을 하여 간단한 약처방 및 소견서를 써줘서 병원에서 보다 진료 받기 쉽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현지 병원 및 시의회와 연계되어 거의 완성단계에 있는데, 다만 호주 시의회가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한인들에만 국한하지 말고 좀 더 규모를 키워 외국인 노동자까지 포함하길 바라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는 중입니다. 이외에도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인형극 형식으로 개인위생의 중요성을 알리는 뽀로로 프로젝트나, 열린의사회나 라파엘 인터내셔널 같은 한국의 해외의료봉사 단체들과 연계하는 의료봉사도 구상 중입니다. 

 

Q.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시군요. 아직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많이 기대됩니다. 현재 이뤄지는 활동은 어떤 게 있나요. 
A. 작년 여름에 발족한 이후 1년간은 체계를 잡는 기간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외부행사는 없었지만 매달 세계지부가 모두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올해는 여름과 겨울에 두 번 컨벤션이 열립니다. LA에서 열린 여름 컨벤션에서 제가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었고, 새로운 GKSMO 카운슬의 발대식이 있었습니다. 임기는 외국 의대의 학기가 시작하는 7월부터 그 다음 해 7월까지입니다. 이번 컨벤션에는 기존 나라들 뿐 아니라 브라질, 파라과이, 중국의 한인의대생들도 참가하여 다른 나라 의대생활에 대한 발표를 했습니다. 또 의료전문변호사가 오셔서 외국의 의사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측면에 대해 강연을 해주기도 하셨구요. 저녁에는 다른 나라 의사선생님들과 의대생들이 같이하는 갈라 디너 타임과 학생들끼리 해변가에서 놀고 술도 마시면서 서로 어울리는 Social Night 가 있었어요.

GKMSO-WKMO-KAMA가 공동 주최했던 여름 컨벤션과 달리,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겨울 컨벤션은 GKMSO의 단독 행사입니다. 한국지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이고, 1월경 4박5일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Students' Forum의 학생 논문 발표나 Outreach의 봉사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유명강사 초청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중이구요. 특히 외국의 한인의대생 중에는 일렉티브 실습을 한국에서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것을 고려하여 한국의 유명 병원을 중심으로 투어를 할 예정입니다. 또 하루정도는 스키장 여행도 갈 생각이구요. 현 기획단이 많이 속해있는 고려대나 연세대 교수님들도 컨벤션에 대한 관심이 많으셔서, 적극 지원해주고 계십니다. 참가자는 추후 모집할 거고요.

이런 컨벤션과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은 주로 KAMA, WKMO나 GKMSO에 관심을 가지는 의사선생님들의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의학서적, 의료기기, 의료 단체들 쪽과 컨택하여 펀딩을 받기도 합니다. 단 제약회사는 배제하는데, 우리나라는 제약이 없지만 호주 같은 경우 의료윤리지침에 학생단체는 제약회사의 펀딩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Q. GKMSO 카운슬 분들의 노력이 대단합니다.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여느 의대생 단체보다 큰 규모의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네요. 의대생들이 무엇을 얻어가기를 바라십니까.   
A. 말씀드렸다시피 GKMSO는 여러 나라의 한국 의대생들이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며 소통하는 기쁨에서 출발한 단체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한인의대생들만의 네트워크를 뛰어넘어 사회와 커뮤니케이션하는 Outreach, 즉 뻗어나갈 수 있는 허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보다 많은 한인 의대생이 GKMSO라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통해 Connection, Empower, Outreach를 스스로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 미국은 일년에 40-50시간 이상 학술대회나 컨벤션에 참가, 발표하여 크레딧을 받아야 의료면허가 유지된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에도 강연이나 총회에 연수 점수를 부과하는 제도가 있다.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해외의료봉사활동① 대구가톨릭의과대학

해외의료봉사, 궁금해요~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의과대학에서 해외의료봉사를 많이 실시하고 있다. 해외의료봉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기사를 기획했다. 우선 올해 제 3기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온 대구가톨릭의과대학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대구가톨릭의과대학에서는 2008년을 첫 시작으로, 2년마다 필리핀 ‘빠야따스’ 지역으로 해외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매번 10여명의 의료진들과 함께 20~30명의 의과대학 및 간호대학 학생들이 참가하여 일주일 간 의료 봉사를 하고, 현지 주민들과 문화교류도 한다. 이번 2012년 1월, 제 3기 해외봉사활동에 다녀온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Q. 의과대학 학생들 중 주로 몇 학년 학생들이 참가하고,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간단히 알려주세요.
A. 주로 본과 2학년, 3학년 학생들이 참가합니다. 본과 3학년 학생들은 주로 교수님들이 환자를 보기 전에 예진을 하여 각 과로 환자를 분류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본과 2학년 학생들은 치료를 위해 대기 중인 아이들과 레크리에이션 활동(딱지치기, 투호놀이,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율동, 마술 등)을 하거나, 약제실에서 약 조제 또는 교부를 담당하였습니다. 일부 본과 3학년, 2학년 학생들은 수술실에서 교수님을 보조하기도 했습니다.

 

Q. 본과 3학년 학생들의 예진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A. 현지 봉사자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현지 봉사자가 환자들이 말하는 따갈로그어를 영어로, 학생들의 영어를 따갈로그어로 번역하여 학생과 환자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실 영어 실력이 부족한지라 점점 단답형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갔지만…. (“Cough?” “Yes”, “Sputum?” “Yes” 이런 식이었습니다.) 1년간 실습을 돌면서도 제대로 해볼 기회가 없었던 예진을 하려니 머리가 하얘질 때도 많았고, 하루에 500명 정도의 환자가 몰려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Q. 가장 궁금한 것이 수술실 보조인데요, 어떤 경험을 했나요?
A. 이번 봉사활동에서 외과 파트는 비뇨기과와 이비인후과가 있었습니다. 비뇨기과에는 두 명의 학생이, 이비인후과에는 한 명의 학생이 교수님을 보조하였습니다. 그 중 아직 PK 실습을 경험하지 못한 본과 2학년 학생 한 명이 그 역할을 맡아 초반에 상당히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봉사 마지막 날에는 전공의 수준이 다 되었다는 교수님의 칭찬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포경수술에서는 봉합까지 해보았다고….

 

Q. 수술실 보조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수술실에서 가장 큰 적은 땀이었습니다. 수술실 환경 자체가 굉장히 습하고 더웠을 뿐 아니라 바짝 긴장하다보니, 얼굴에서 계속 땀이 흘러 보조 내내 오염을 걱정하였습니다. 소공포에 땀이 떨어져서는 안 되기에 속으로 끊임없이 ‘No contamination!’을 외치며 집중하였으나 교수님께 참 많이 혼났고 수없이 멘탈붕괴 상태에 빠졌습니다. 수술이 끝난 뒤에 교수님께서는 오염은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엄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그마한 방,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던 그 수술들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Q. 어떤 환자들이 많았습니까?
A. 그곳 주민들은 쓰레기 산 바로 옆에서 생활합니다. 그래서 호흡기 환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콧물과 기침을 호소하는 환자들뿐 아니라, 결핵이 의심되는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위생 상태도 불량해서 충치로 발치하러 온 환자나 기생충 감염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치통으로 온 환자들 중 많은 이들이 젊은 나이임에도 충치로 이가 듬성듬성 남아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다음 봉사 때는 위생 교육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Q. 정말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해외 의료 봉사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몇 마디만 해주세요.
A. 봉사 떠나기 한 달 전부터 문화교류나 약 포장 등을 준비하며 봉사는 단순히 몸만 가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준비가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또한 각자 역할을 맡아 봉사를 하는데,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역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제대로 의료봉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을 느끼는 우리 봉사단들에게 빠야따스 사람들은 끊임없이 “Salamat po(감사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빠야따스 사람들이 진료소에 찾아오는 이유는 단지 의사를 보고 약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필리핀에서도 무시 받는 자신들을 위해 한국에서 이곳까지 와준 것이 고맙고 신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과 미소를 보며 오히려 우리가 ‘감사함’을 느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빈 수레가 요란했던 피임제 재분류 논란, 왜 문제가 되었나?

 

사전피임제는 일반의약품,
긴급피임제는 전문의약품으로 3년간 현행유지

 

지난 8월 29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의약품 재분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12년만의 일이며, 2011년 6월 보건복지부에서 국민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 방안 관련 의약품 재분류 논의를 시작한지 약 1년 만이다. 지난 8월 29일에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재분류는 2013년 1월부터 시행되며 재분류 품목은 전체 의약품의 1.3%에 해당하는 504개이다.
이번 재분류 시행에서 세간의 이목이 가장 집중된 사안은 피임제였다. 과연 대중들은 피임제의 일반/전문의약품 분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웹을 이용한 설문조사(264명 참여)에서 약 53%(140명)가 사전피임제는 일반의약품이, 약 47%(124명)가 전문의약품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긴급피임제는 약 36%(96명)가 일반의약품이, 약 64%(168명)가 전문의약품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피임제의 재분류가 왜 논의되었고, 왜 결국에는 현행대로 유지되었을까? 그 이유들을 살펴보기 전에 피임제에 대해 알고 넘어갈 내용을 간략하게 아래 표에 제시했다.
사전피임제의 전부가 일반의약품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사전피임제 야즈정, 야스민정은 머시론정과는 달리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이를 두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사전피임제 전부를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주된 이유로 사전피임제의 부작용과 관련한 것을 들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사전피임제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사전피임제에 비해 정맥혈전증에 걸릴 확률을 다소 높인다는 사실이  미국 FDA에 보고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수 십년간 사전피임제가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됐지만 국내에서 커다란 부작용이 없었고  효능이 입증되었다는 점,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소비자의 부담이 3-4배 늘어난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계획은 약사계와 여성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정부는 사전피임제 구매자에게 반드시 복약안내서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사전피임제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단지 ‘사회적 이유’ 때문에 일반의약품으로 3년간 유지한 뒤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긴급피임제는 성관계 후 24시간 이내에 복용 시 약효가 95%, 48시간 이내 80%, 72시간 이내 58%이고 착상 후 효과는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신속함’이 약효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긴급피임제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긴급피임제는 사전피임제 대비 약 10배정도의 호르몬 관련 제제를 포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에 대한 임상 시험 자료에 따르면 긴급피임제를 한 달에 4회(주 1회) 복용할 경우 복용자 70%에서 월경 관련 부작용이 일어났다. 그 뿐만 아니라 전체 복용자 300명 중 약 33%가 지속적인 출혈증상을 보여서 임상시험 기간 6개월을 마치지 못했다. 결국 긴급피임제를 현행대로 전문의약품으로 3년간 유지한 뒤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 긴급피임제가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남용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약품의 재분류가 단지 2차례의 회의만으로 결론 지어 졌다.”면서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예정되었던 시기와 절차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과 행정처리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번 재분류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피임제와 관련해서는 “의학적·과학적인 분류가 아닌 사회적 판단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나, 이번 재분류 논의를 통해 사전피임제 부작용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점에 대해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에 대한약사회(대약)는 “이번에 분류가 유보된 의약품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반으로 의약품의 합리적 사용이라는 국민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긴급피임제 등 일부 품목에 대하여 최종 분류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실망감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긴급피임제(사후피임제)가 전문의약품으로 유지된 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응급약’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고 취약계층이 이용 가능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사후피임제(긴급피임제)의 일반약 전환을 통한 이용접근성 제고”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결과에 실망감을 나타내었다.
피임제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 121가지 가운데 1위로 선정될 만큼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손꼽힌다. 대신에 그만큼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종교계에서는 긴급피임제를 “낙태약”이라고 까지 주장하는 등의 윤리적인 문제와 피임제가 성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의 사회문화적 문제만 봐도 그러하다. 이 이외에도 피임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한 불법복제의 만연 등 피임제 관련 문제는 매우 많고 또 민감하기까지도 하다. 3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국민의 건강과 권익보호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