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Search

'94호(2013.09.05)/커버스토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9.07 끝이 보이지 않는 관동의대 사태 5

끝이 보이지 않는 관동의대 사태
법인 간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관동의대생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 관동의대 ‘의과대학 기존 3년 인증’ 인증 잠정 유예 판정
그 이유는 ‘임의 교육병원의 변경 및 불법학습장 교육병원 논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의대 실습교육 의무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 5월 23일에 재입법예고했다. 부실의대 정리를 위한 법 개정의 포문이 열림으로써 서남의대에 이어 관동의대에도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평원은 관동의대가 학생의 임상실습 교육병원의 위치변경의 신청을 내고 허가를 받아야하지만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며, 올해 2월 27일에 열린 임시판정위원회에서 관동의대에 인증유예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30일, 70명의 관동의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명지전문대 정문 앞에 모였다. 부속병원 문제 해결 요구에도 명지학원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그 때문에 이와 같이 거리로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
관동의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에 명지재단 측이 대학 부속병원의 설립을 무기한으로 미뤄 임상실습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관동대학교 의과대학생 186명이 2주일간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 시위를 벌였다. 명지재단의 이 같은 약속 이행 거부는 1999년, 2001년에도 반복됐고 학생들은 재단을 상대로 지속적인 투쟁을 해왔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위가 계속 되자 재단 측은 부속병원을 짓기로 약속했고 강릉에 500여 병상 규모의 부속병원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강릉아산병원, 동인병원 등이 건립되면서 해당 지역의 병원 설립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부속병원의 건립은 또다시 미뤄졌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지금의 명지병원이다.

 

명지학원과 VS
명지병원 (명지의료재단)의
끝없는 싸움


본래 명지학원 측의 약속은 이렇다. 학원 소유의 부동산 매각 및 명지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기반으로 2000년 3월까지 병원 설립을 완료하고 2002년 9월 병원을 개원하기로 했던 것. 목표기한에서 다소 늦어진 2003년 11월에서야 명지병원이 완공되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명지학원이 1997년 별도의 의료재단인 명지의료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그리고 관동대학교가 아닌 명지의료재단에 새로 설립한 명지병원의 위임권을 주고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였던 유영구씨를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결국 명지학원과 명지병원의 법인이 분리되었는데 이는 관동의대 사태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명지학원은 산하에 여러 회사들이 존재한다. 그 중 ‘명지건설’이 부도위기에 놓이면서 명지학원재단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고 명지병원의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러한 상황에 현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인 이왕준씨가 명지병원의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명지학원과 명지병원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승계과정의 협약서에 따르면, 2012년 6월까지 차입금을 상환하고 2012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7년 동안 명지학원에 기부금형태로 금액을 납부하기로 하였고 또한 이 계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현 명지의료재단의 이사장인 이왕준씨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이 딸려있었다.
협약서에 명시된 기부금은 2012년 6월부터 미납되었고, 따라서 협약서에 명시된 대로 현 이사장인 이왕준씨가 물러나야한다는 것이 명지학원 측의 주장이다. 반면 명지의료재단은 2011년에 예상한 만큼 당기순이익이 나지 않아 명지학원 측과 기부금 액수를 협의하고자 했지만, 명지학원이 응하지 않아 지급해야 할 액수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급이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명지학원과 명지병원의 다툼이 본격화되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올해 2013년 2월 관동의대는 명지병원과의 협력병원 계약을 해지하였고 결국 두 법인의 싸움은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며 밑도 끝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힘겨루기 인해 학생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길거리로 내몰렸다. 실제로 2012년에 현재 4,5,6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명지병원에서의 실습을 원했으나, 결국 학생들의 의견은 존중받지 못했다.

 

 

관동의대의 의대생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서남의대에 이어, 관동의대가 교육부의 제재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임상실습교육을 할 부속병원이 없다는 점이다. 관동의대는 95년 개교 이래 부속병원 없이 협력병원의 위탁교육으로 의학실습과정을 이행해왔다. 특히 올해 초는 명지병원과의 협력병원 계약을 해지하면서 임상실습교육을 할 장소를 구하지 못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에 명지학원은 인천에 있는 프리즘 병원을 인수, 임상실습병원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관동의대 학생들은 이 같은 계획을 믿고 인천에 숙소를 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계획을 번복하고 경기도 광명시의 광명성애병원(현재 관동의대 수련병원)과 계약을 맺었고, 이미 인천에 숙소를 구한 학생들을 매일 아침 경기도 광명 행 전세버스에 태워 출근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학생들은 이러한 ‘전세버스 수련’의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버스통학은 그렇다쳐도, 더욱 큰 문제는 급작스럽게 임상실습교육을 도맡게 된 광명성애병원이 과연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가이다. 의대생들의 임상실습교육은 교육부 산하의 시행령인 ‘대학설립운영기준’에 기반하여 시행되고 있다. 이 시행령에는 부속병원에서 임상실습수련을 받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조항으로 협력병원에 교육을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그리고 그 위탁교육기관의 조건은 ‘인턴 수련병원’ 뿐이고 그 이외의 세부적 조항은 없다. 교과부의 시행령에 따르면,  현 관동의대의 협력병원인 광명성애병원의 위탁교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의평원 측의 잣대는 다르다. 의평원의 실습병원 평가인증 기준은 기초의학은 13개 분야 교수 25명, 임상의학분야 20개 이상 진료과에 전임교수가 85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전임교수 100명당 국내외 연구실적, 즉 논문은 최근 2년간 연평균 100편 이상 발표해야 하며 기초와 임상 전체 과의 90% 이상에서 교육경력 10년 이상인 전임교수가 1명 이상 있어야 우수 기준을 충족한다. 의평원은  이 같은 의평원의 엄격한 잣대와 교과부는 심플한 기준 간의 엇박자가 혼란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명지학원, 교과부 그리고 의료계
이제라도 대책을 찾아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풀기 쉽지 않은 오래된 싸움. 오효석 관동의대 학생회장은  “학생들의 교육과는 무관한 이 싸움에 더 이상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명지학원과 관동대학교 측이 올해 안으로 부속병원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 할 경우, 우리는 과거의 투쟁을 반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1990년대 관동의대생들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영동 세브란스병원에서 실습을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전세 버스로 연고(?)를 맺은 광명성애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의대생들.  학교, 재단, 의평원, 교과부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할 뿐 실습병원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학생을 위한 해결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동의대의 잃어버린 20년인 셈이다.  
매년 의료계에서는 수 십 조원의 의료비를 쏟아 붓고 최첨단 의료기기, 의료 기술의 발전을 독려한다. 그러나 정작 예비의사에게 최상의 임상실습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통일된 논의와 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실의대에 대해 제재와 구조조정을 촉구하기보다는 의료계가 적정한 의학교육의 구체적인 기준과 시행령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김승현 기자/관동
<pppa5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