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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판 마이너리티 리포트

정부도 외면한 극희귀·난치성 질환 환우들의 삼중고, “병고, 생활고, 가족고”

“태어나서부터 아팠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죠. 천식부터 시작하더라고요. 머리에 물이 차고, 눈과 귀에 이상이 생기고, 경기를 했어요. 상호작용도 안됐고요. 유명하다는 대학병원 다 찾아다녔지만, 병명을 모른대요. 약 2년 헤맨 끝에야 겨우 병명을 알 수 있었어요.”

올해 9살인 영남이의 진단명은 극희귀난치성질환인 ‘소토스 증후군‘, 일명 ‘대뇌성 거인증’으로 불린다. 생후 1-2년 동안의 신체의 과다발육으로 인해 큰 키, 커다란 머리 크기를 가지게 되는 이 병은 학습장애, 정신지체와 발달장애, 낮은 언어사회적응력을 특징으로 한다.

“확진 받은 직후에 이 병이 뭔가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더니 검색 결과가 없더군요. 2005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없는 단어였던 거죠. 하지만 미국 사이트에서는 검색이 되더군요.”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이었다. 설상가상 병원치료비와 특수교육비는 가정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머리 수술 3~4번, 척추 수술 2~3번, 구순열 수술, 눈이랑 귀는 자질구레하게 여러 번, 편도선, 요도하열수술 등 많은 수술비에, 특수 교육비 부담까지...”

소토스 증후군은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 대상이 아니며, 희귀·난치성 질환센터의 질명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국내에 몇 명의 소토스 증후군 환아가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적은 유병인구로 인해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있는 질환은 비단 소토스 증후군 뿐일까?

현재 약 54개 극희귀·난치성질환 환우들이 ‘질병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산정 특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통계청은 지난 6월 검토회의를 열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날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원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질병코드 없이는 환자 수 파악이 어렵다. 오는 11월 산정 특례 대상 심사 때 다시 검토 하겠다” 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질병을 ‘한국 표준질병사인분류(KCD)’로 코드화하고 있다. 모든 질병이 A에서 G까지 1만 2000여개의 코드로 분류된다. 138종의 희귀 난치성질환도 위 코드를 통해 분류되어 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약 54개 소토스 증후군, 윌리엄 증후군, 어셔 증후군 등 극희귀질환은 여기에 빠져 있다.

국가적 의료비 지원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에 등록하여 본인부담금을 10%로 경감 받는 혜택이며, 다른 하나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에 등록한 이후 보건소에 신청하여 소득 재산 기준을 만족할 경우 나머지 10%까지 면제 받는 방법이다. 그러나 위의 두 가지 지원 모두 상병코드와 질환명이 일치 할 때만 지원을 하고 있어, 병명 또는 코드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본인이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권익 증진과 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해 오고 있는 희귀 난치성 환우들의 대변자다. 그는 “환자수가 많지 않아 보험 재정에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며, “극희귀질환이라는 새로운 질병코드를 만들거나 질병별로 일일이 코드화가 어렵다면 비슷한 부류의 기존 코드에 포함시켜 지원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수진 기자/한양
<sujin87@e-mednews.org>

영리병원, 다시 이슈화된 이유는?

영리병원, 각 집단의 이윤 확보를 위한 각축장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20주년을 맞았던 2007년, 이 회장은 한국의 제조업 위기를 선언하며, ‘샌드위치 위기론’을 제시했다. 한국 제품은 품질에서는 일본에 뒤쳐지고 가격에서는 중국에 밀려 국제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 회장이 제시한 방향은 그동안 키워왔던 제조업이 아닌, 금융과 서비스 산업이었다. 그리고 지난 2월 삼성은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업체인 미국의 ‘퀸 타일즈’와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들 합작사가 만들 바이오위탁생산시설은 바로 인천 송도에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 또한 제조업 위기를 지적하는 삼성에 목소리를 같이 했다. 2005년 1월, 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교육과 의료 등 고도 소비사회가 요구하는 서비스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서비스산업 관계 장관회의’에서 영리병원 허용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의료 민영화에 대한 논의는 이명박 정부에 이르자 훨씬 노골적으로 진행되었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10월까지 추진 계획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계획안은 2007년 2월 삼성 경제 연구소에서 내놓은 ‘의료서비스 산업 고도화 과제’와 매우 유사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의 영향으로 의료 민영화에 경각심이 높았던 여론은 서명운동과 촛불 시위로 계획안 추진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출했다. 이에 정부의 계획은 무산되었고 이 대통령은 두 차례 사과문을 통해 ‘의료 민영화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해진 틈을 타 정부는 2009년 초 다시 ‘미래 한국을 이끌 신 성장 동력’에 ‘글로벌 헬스 케어’ 라는 변형된 이름으로 개별 법안을 추진시켰다. 네 달 뒤,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서는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 여부, 의료채권 발행, 의료기관 인수합병 근거 마련, 건강관리서비스의 산업화 등이 논의됐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와 제주특별자치도에 도입 예정인 영리병원은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의 본격적인 시발탄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이토록 강력하게 영리병원을 추진하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성장에 있다. 영리병원을 통해 산업 부가가치와 GDP 향상이라는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는 ‘영리병원 도입 배경과 대응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1년에 국민건강보험 총 진료비가 40조 원인데, 의료산업이 1년에 25% 성장하면 10조 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해 GDP 1% 추가 성장으로 반영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은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병원이 시장 논리 하에 놓이게 되면 의료 행위는 사고파는 거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수익이 낮은 보험진료는 2류 진료로 전락하게 되고, 병원이 권장하고 투자하는 일반진료가 주 진료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국민들에게 고액의 진료비로 돌아오게 된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도 바로 이 같은 의료비 폭등이다. 실제로 외국 324개 병원을 연구한 결과 영리병원 의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19% 높았고, 메디 케어를 비교한 대표적 연구에서도 영리병원 의료비가 16.5% 높았다. 뿐만 아니라 영리병원의 운영을 통해 매출이 성장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수혜는 국민이 아닌 대기업에 가장 먼저 돌아간다. 의료 민영화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특혜를 받게 되는 것이 삼성이다. 현재 송도에 입성중인 삼성국제병원(삼성증권·삼성물산) 외에도 각 곳에 포진해 있는 삼성 계열사들은 민간보험(삼성생명), 원격진료 정보망 구성(삼성SDS), 원격진료 단말기(삼성전자) 등 영리병원의 귀추를 향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SK, 현대 등 다른 대기업들 또한 헬스 케어 사업에 뛰어듦에 따라 정부의 법안은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강한 추진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의 사과문으로 잠잠하던 영리병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시 이슈화 시킨 것은 ‘보수 언론’이다. 2004년 참여 정부의 정책에 <조선일보>가 의료 관광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중앙일보>가 영리병원의 필요성에 대해서 본격적인 물꼬를 텄다. <중앙일보>는 지난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메디컬 코리아 해외서 배운다’라는 제목으로 영리병원 허용을 옹호하는 기획기사를 매일 1면에 배치했다. 이 기획기사는 영리병원의 필요성과 IT·BT 산업의 융합 그리고 원격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의 시급한 통과를 핵심으로 한 내용이었다. 언론의 보도에 화답이라도 하듯 같은 달 19일 청와대는 “제주도와 송도 영리병원의 차질 없는 실시”를 지시 했다.
이 같은 언론의 영리병원 옹호 기사에 대하여 각 시민 단체들은 “삼성의 홍보지 노릇을 하고 있다.”며 <조선일보>에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언론의 영리병원 지지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사업자들의 이해관계도 얽혀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주도 특별법’ 개정안에는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과 함께 방송에 의료 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업자들은 영리병원 허용을 통해 전문의약품·의료기관 광고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광고시장에서 병원이나 전문의약품 광고 분야는 마지막 블루오션이 아닐 수 없다.
중, 대형 병원들의 의료시장 변화 욕구도 영리병원 도입에 한 축이 되고 있다. 기업 병원의 도입 이후, 기업 병원에 대한 제도적 규제나 병원의 수가 인상도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환자들마저 재벌 병원으로 향하자 일반 병원은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기업 운영 형 병원의 경우 기업의 자본으로 병원의 시설, 장비 투자가 자유로운 데에 반해 일반 병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으로 책정되는 낮은 수가로 투자를 위한 자본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 일반 병원들에게 영리병원은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과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구미가 당기는 대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병원의 요구를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료 공급 시장이 자유 경쟁화 될 경우 병원들은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하여 보다 안정적인 자본 확보를 요구하게 되는데,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당연지정제로는 그런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원의 눈은 자연히 민간 의료 보험으로 돌아가게 된다. 즉, 병원의 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영리병원 도입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또한 필수적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의료 산업화’, ‘의료관광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추진된 의료민영화를 위한 핵심정책이고, 이명박 정부에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각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힌 의료 민영화 사업의 시작에 현재 인천 송도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험대에 올려져있다. 여, 야당의 치열한 공방으로 매 임시 국회마다 흐지부지 되었던 영리병원 도입. 오는 9월 정기 국회에서 논의될 도입 방향을 각 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개정된 한의약 육성법,
의료계-한의료계 분쟁소지 제공

지난 7월 14일 한의약 육성법 개정안이 국회회의의 의결을 거쳐 최종 공포되었다. 한의약 육성법의 변화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현행법 :: 1. “한의약”이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이하 “한방의료”라 한다)와 한약사(韓藥事)를 말한다.

■ 개정안 :: 1. “한의약”이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를 말한다.

개정안에는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라는 어구 하나가 추가되었을 뿐이지만, 이 작은 돌멩이 하나가 의료계에 퍼트릴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된 배경을 한의약 육성을 위한 정부의지의 결과로 설명했다. 한의약의 범위를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까지 확대함으로써 해당 산업의 발전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한의약 분야를 신규유망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한의약 육성법의 본래 목표에도 부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정부는 지난 5년간 1차 한의약 육성계획에 4천억원을 투자했고 다가올 5년간 1조 원을 재투자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노벨상 집중육성 지원금액인 200억을 훌쩍 뛰어넘는 매머드급 투자계획이다.

화답하는 한의료계와
반발하는 의료계사이
극명한 대비이뤄

이러한 법률 개정에 대해 한의료계는 모처럼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익명의 한 한의대생은 "개정 결과가 네거티브 언론 전략의 결실이며, 로컬 현실 개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았다. 한편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예상되는 의료계의 비난에 대해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넘보고 있다고 의료계가 주장하지만, 이번 법안은 한의학적 근거로 개발된 의료기기나 약제를 사용하기 위해 개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의사는 이미 한의학을 기초로 현대과학을 응용, 개발한 전자침술, 레이저침 등과 맥진기, 사상체질 진단기를 비롯한 여러 진단기기를 진료에 활용해 왔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개정 결과로 한의약의 현대적 응용과 신약 개발, 탕약의 제형 변화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한의약 육성법에 대해 명백한 반대의사를 비추고 있다. 지난 6월 16일 한의약 육성법 폐기를 위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의 일인시위가 있었고 21일 신민석 의협 상근 부회장도 시위에 뒤따랐다. ‘한의약육성법’은 두 집단 간의 갈등만 불러올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의료 일원화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므로 한의약 육성법은 그 뒤에 추진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 시위내용의 골자였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의사들의 현대의료장비 사용 가능성이다. 의료법상 한의사는 혈액검사기, 초음파진단기, CT, MRI 등의 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은 한의사들이 현대의료장비를 불법 사용해오고 있다. (표 참조)
겉으로는 개정안의 목표가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아니라 하지만, 막상 한의사들이 CT나 MRI등의 의료기기들을 사용하다 적발되었을 때 이번 개정안이 빠져나갈 구멍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문제제기다. 실제로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전면부정하고 나선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한의약 육성법 통과 후 한의신문에 올린 인사말에서 “X-ray, 초음파, CT, MRI 등과 같은 현대 의료기기를 한의학적 치료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률인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과 의료법, 약사법 개정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겠습니다.”라는 다짐으로 그전의 언행과 상반되는, 노골적인 현대의료기기 사용의지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한의사들의 의료기술사용권을 둘러싼 법정공방 또한 새 기류를 타고 있다. 지난 6월 한의사들의 초음파진단기 사용권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한의사들이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나선 것이다. 한의사가 진단기기 사용방법을 교육 받아 알고 있고, 한방이론에 근거해 (초음파)기기를 사용하면 적법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또 6월 28일 보건복지부의 한의약정책관이 IPL(Intense Pulsed Light, 피부 표피층에 빛을 방출함으로써 주근깨와 잡티, 안면홍조 등을 개선시켜주는 치료방법)이 한방의료행위라고 발언함으로 인해 대한 피부과 학회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한의사 IPL 의료법위반소송’ 공판에서 이 같은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싹을 튼 것이다.

이 외에도 지난 2006년 한의원의 CT기기 사용문제를 두고 법정공방까지 간 사례를 포함해서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권을 둘러싼 논란이 오랜시간 진행되온 만큼, 이번 개정안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협,
“한의사들의 월권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

결국 지난달 27일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한의약육성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그에 앞서 개정 방향과 추진 계획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알려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6월 30일 열린 의협 상임이사회에서는 “최근 한의약육성법 개정과 IMS 및 IPL 소송·초음파기기 관련 헌법소원 등 입법과 소송을 통한 한방의 의료영역 침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강력하고 종합적인 대응을 위해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한방대책특별위원회·IMS특별대책위원회를 통합, (가칭)범한방 특별대책위원회를 신설키로 의견을 모으는 등 대응책을 마련중에 있다.

한동석 의협 대변인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의약을 육성 발전시키겠다는 발상은 국민 건강과 재산을 담보로 특정 직역에 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로밖엔 비쳐지지 않는다"며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이 얼마나 많은 국민 혈세를 축내고 있는지 국민에게 고발하고, 비과학을 용인하고 있는 이원화된 의료체계를 바로잡는 데 역량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전영준 기자/중앙
<yjipnida@e-mednews.org>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누구에게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싼 공방

이제 편의점에서 약을 살 수 있을까. 작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에 대한 언급 이후로 6개월 넘게 이어진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뜨겁다. 일반의약품이란 의약품 중 수 십년간 사용되어 더 이상의 특이한 부작용 보고가 없는 약들로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 없이 환자에게 효능,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 스스로 선택하여 복용할 수 있는 약을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7월 20일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이들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의약외품 범위지정’ 및 ‘의약품등 표준제조기준’ 고시를 7월 21일부터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7월 21일부터 까스명수, 박카스 등 액상소화제ㆍ정장제ㆍ외용제 48개 의약외품이 슈퍼 및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것으로 논란이 일단락 될 것 같지는 않다. 보건 복지부는 48개의 일반의약품 이외에도 국민 수요가 많은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가정상비약을 약국 이외 장소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약사법 상 약사만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일부를 ‘약국 외 판매 의약품’으로 분류하는 ‘약사법 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일부 약사들은 ‘일반의약품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한 보건복지부의 고시를 무효로 해달라’며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처분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또한 약사회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약사법 위반과 직무유기 등의 사유로 검찰에 고발하고 약사법 개정 반대 서명운동을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토록 논란이 되고 있는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는 이미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1998년 이전에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전면 금지였지만 10년간 단계적인 논의 과정과 제도 개선을 거쳐 지금은 일반 의약품의 약 95%정도를 약국이 아닌 일반 소매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은 의약품을 위험 정도에 따라 세단계로 구분하고, 전체 일반의약품 중 약 5%를 차지하는 `안전상에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성분을 포함하는 의약품`인 1종을 제외하고는 약사가 아닌 등록판매원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의 일반의약품을 소비자가 자유로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되 일정한 자격을 갖춘 등록판매원이 판매하도록 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의약품이 처방약과 비처방약 두 가지로 분류된다. 미국 식약청은 위험성보다 이점이 크고, 남용 및 악용될 위험성이 적으며, 정확한 라벨이 되어있어 소비자가 전문 의료인의 도움 없이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자가처방에 사용할 수 있는 약품들을 비처방 의약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비처방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 된 약이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비처방 의약품이 자유롭게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마약사용에 이용될 소지가 있거나 미성년자의 남용이 우려되는 약품의 경우는 판매에 제약이 있다. 안정성의 문제로 영아용 감기약이 철수 된 경우도 있었다.
유럽의 경우, 독일과 영국은 의약품을 처방의약품, 약국용 의약품, 일반판매가능 의약품 세 가지로 분류하고 처방이나 복약지도가 필요 없는 일반판매약은 일반 소매점이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렇게 일반의약품을 약국 외에서 구입할 수 있는 나라는 독일, 영국을 포함 12개국이 있다. 반면 스페인, 프랑스 등 13개국은 약국에서만 약을 팔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의약품을 특별처방약, 처방약 list 1, 처방약 list 2, 비처방약의 4분류로 나누고 있지만, 비처방약도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문제는 국민의 편의성과 안전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다. 또한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머지않아 약사의 입장이 될 약대생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대부분의 약대생들은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반대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약국외 판매는 필요하다, 다만 대형마트 등의 의약품 판매코너에 약사가 배치되어 전문적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고 말했다.

서우림 수습기자/한림
<wr1208@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