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귀 기울여 듣기


얼마 전 컴퓨터를 정리했다. 방청소도 잘 하지 않는 나였기에 ‘컴퓨터 청소’ 역시 정말 오랜만이었다. 정리가 얼추 끝나갈 무렵, 오랫동안 열어보질 않아 먼지가 뽀얗게 쌓인 것만 같은 폴더 안에서 몇 년 전에 들었던 음악 파일들을 발견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았지만 아마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음악들일 것이라 짐작되었다.

너무나도 바빠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 노래들은 나에게 정말 소중했다. 입시 공부로 인해 닭가슴살처럼 마냥 퍽퍽하기만 했던 내 삶의 유일한 향신료였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그들을 꺼내왔다. 마우스 클릭도 신중히 하며 말이다. 오랜만에 세상 빛을 본 그들이었기에 혹시 재생이 안 될까 싶어 염려스러웠다.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들이 때때로 재생이 되지 않듯이 말이다. 물론 헛된 걱정이었다. 파일을 열자 예전 그대로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작은 잡음 하나조차도 서려있지 않았다.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잠시 노래를 감상하기로 했다. 스피커의 볼륨을 높이고 침대에 누웠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과학자들도 해내지 못한 시간여행을 노래들이 가능케 해주었다.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자니 그 때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공부하는 게 싫어서였을까, 사춘기에 접어 들어서였을까. 그때만 해도 모든 노래에 귀를 기울여가며 들었다. 가사를 곱씹어 보고 멜로디에 전율을 느꼈다. 한 음, 한 음 놓치고 싶지 않아 반복 재생을 하며 듣기도 했다. 시간을 내어 가사도 외웠었는데 가사를 전부 외운 곡이 수십 개에 달했다. 라디오에서 처음 들어보는 좋은 노래가 흘러나오면 잊지 않기 위해 제목과 가수를 노트에다가 적어 놓고 주말이 되면 컴퓨터로 다운로드를 받고는 했다. 노래를 듣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곡이 나온다 하더라도 꼭 한번은 더 들어봤다. 처음에 알아차리지 못한 그 노래의 매력이 두 번째 들을 때 튀어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갸륵한 정성이었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니 살짝 울적해졌다. 그 때와 지금 모두 엄청난 공부량에 치여 사는 것은 똑같지만 지금의 삶에는 한 스푼의 정성도 들어가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삶에 정성이 없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내며 하루하루를 버텨가다 보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정성의 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후회하는 나날들은 애정과 관심 없이 무심코 흘려보낸 하루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기에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진심 어린 삶을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가 ‘listen’을 했다면 근래의 ‘나’는 ‘hear’를 하고 있다. 더 이상 가사와 멜로디를 음미하지 않고 반복해서 듣지도 않는다. 가사 외우기는 고사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빨리 다음 노래로 넘어가 버린다. 길거리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좋은 노래가 들려와도 이 세상에는 그보다 더 좋은 노래들이 많다고 생각하며 관심을 꺼버린다.

이런 나의 모습이 비단 노래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전반적인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소중한 경험 하나하나를 너무나도 사소하게 여기며 시간이 지나면 쉬이 잊어버린다. 같은 일이 조금만 반복되어도 금방 지루해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하기는커녕 조금이라도 재밌지 않으면 더 자극적인 것을 찾으러 떠나버린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는 그보다 더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며 다음 사람을 찾는다. 세상의 소리를 ‘hear’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삶이 가벼워졌다. 한 곳에 진득이 머무르지를 못하고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휩쓸려 다니는 낙엽이 되어버렸다. 세상 사람들의 버스 기사가 되어 그들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다짐했던 내가, 어느새 가벼이 방향을 바꾸어 버리는 오토바이 같은 모양새가 된 꼴이다.

무엇이 나를 이처럼 만들었는지 고민해 본다. 너무도 바쁜 일상에 지친 탓일까, 아니면 모든 일에 대해 부질없음을 느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중독된 탓일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러다간 나중에 의사가 되어서도 아픈 이의 간곡한 이야기마저 흘려들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자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는 삶은 정말 무의미하다.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삶의 정성 한 토막이 앞날에 함께하기를 소원해본다.


윤명기 편집장

<medschooleditor@gmail.com>

'109호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주먹을 펴 내려놓아야 할 때  (0) 2016.07.10

주먹을 펴 내려놓아야 할 때


서울 양천구 D의원에서 C형 간염 집단 발병 사태가 일어난 지 3개월이다. 당시 K원장과 그 부인의 주사기 반복 사용, 주사액 재사용 등의 행태로 K원장 본인을 포함해 60여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D의원 방문자 중 C형 간염 발병자 수는 16년 3월 현재 97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일부 환자는 B형 간염에도 감염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지 두 달도 안 되어 원주의 H 정형외과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엔 규모도 더 커서 현재 217명의 감염자가 있다고 하며, 무려 주사 시술을 받은 환자 10명 중 3명에 이르는 높은 감염률을 보였다. 겨우 두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시민들이 받은 충격은 더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D의원에 대한 조사는 D의원에 방문한 적이 있는 2,266명의 환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로 이루어졌다. 그 중 검사가 완료된 환자가 1,672명이니 이환된 환자의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원주의 경우도 가장 위험한 PRP 시술을 받은 이들 중 2/3만이 검사를 받은 상황이라 백 명이 넘는 환자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충북 제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이 사건들이 모두 내부자의 신고에 의해 적발되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의료기관 내 종사자 혹은 환자에게 재사용 관련 공익신고를 요청하는 동시에 포상금을 제시하고 있으며, 건보공단과 심평원 내 자료를 통하여 의심기관을 정해 3~5월 사이에 현장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의로는 의료법 36조 의료기관 개설자 준수사항에 ‘감염관리에 관한 사항’을 추가해 1회용품 재사용으로 인해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나아가 면허 취소에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2천만원 이하의 벌금 규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과실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해법이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로만 진행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2월 17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치료재료에 대한 적정 수준의 수가 보전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00원도 되지 않는 주사기까지 아끼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현행 수가 체계가 기형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의료용 소모품들에 대한 수가는 원가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가체계 탓이 있다는 것이 정말 합리적인 주장일까? 몇몇 비싼 수술용이나 고급 술기용 소모품의 경우에는 한 번에 2~3만원 이상의 적자가 나는 물품들도 분명히 있지만,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D의원 측에서 얻었을 이익은 많아도 하루에 2천원을 넘지 못 했을 것이다. 수익이 섭섭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D의원 측에서 금전적인 이유로 주사기를 재사용했으며, 본인과 본인의 부인까지 C형간염에 감염되도록 했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추후에 발각된 두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입장 표명에는 의사들 사이의 견고한 카르텔이라는 배경이 숨어 있다. 고대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현대의 제네바 선언에는 모두 의료인으로서의 명예와 위엄있는 전통을 지킬 것이며, 의료인 동료 모두는 형제며 자매라는 내용이 있다. 이 부분은 의사들의 선서 내용들 중 가장 잘 지켜지는 항목이다. 한국과 같은 기형적인 의료시장에서는 이 따뜻한 형제애가 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안 그래도 다 같이 힘든데,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니 어지간히 심각한 것이 아니면 서로를 건들지 말자는 것이다. 이런 풍조 아래 묵인되는 윤리적이지 않지만, 불법은 아닌 일들이 어디 하나 둘인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면 당연히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의사들의 당연한 추론이 있다. 그래서 처음 이 주사기 사용 문제 제보가 나왔을 때 의사들의 반응은 ‘소설 쓰지 말라’였다. 합당하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제가 맞다면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렇지 못 한 주체에 의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D의원에서 왜 이런일이 벌어졌는지는 아직도 미궁 속에 있다. 금전적 추론도, 타인을 해치려는 의도도 없이 ‘그냥’ 일어나는 일이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와중 3월 4일, 원주의 H 의원 원장이 59세의 나이로 끝내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2월 29일 10시간에 달하는 경찰 수사를 받았고, 사체로 발견된 당일에 2차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비극이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고, C형 간염을 얻은 환자들에겐 더 이상 피해보상을 요구할 주체가 없다.

상자 속 주먹 하나 겨우 들어갈 구멍에 손을 넣어 사탕을 가득 쥐게 되면 손을 꺼낼 수 없게 된다. 다 내려놓지는 못 하더라도, 적어도 조금은 내려놓아야 여유가 생긴다. 지금 의료계가 마주한 현실도 이와 비슷하다. 오랜 노력으로 얻은 전문직의 권위와 명망을 몇 명의 이유도 모를 기행으로 포기해야 한다거나, 처벌이 강화된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그래서 의사들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면 어떨까? 의사의 처벌에만 집중되는 정부의 대처가 부조리하고 납득할 수 없다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대안을 의료계에서 직접 내 놓는 것이 더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한 의사의 비극적인 결말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9호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집자가 독자에게] 귀 기울여 듣기  (0) 2016.07.10

요리가 뭐 별건가, 편의점에서 도전하기


요리란 무엇인가. 불이 발견됨과 동시부터,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이다. 오직 인간만이 요리를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먹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이며, 그 요리를 먹는 사람, 혹은 그 시대의 문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18세기 프랑스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ㄸ?ㄴ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매일매일 무엇인가를 먹는다. 매일 먹을 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람이 세계 최하위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처럼 매일같이 먹어댐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누구나 먹지만, 먹는 사람 따로 있고 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이다.

백종원 신드롬의 영향으로 요리에 대한 장벽이 많이 내려갔지만, 그래도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스레인지나 핫플레이트, 조리도구 등이 필요하다. 기숙사에 살거나 몇몇 자취생들에게는 아직도 벽이 높은 셈이다. 그러나 요리라는 것은 결국 더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는 편의점 음식으로 조금 더 맛있게, 혹은 조금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들을 소개한다. 


1. 짬뽕라면!


짬뽕은 그 하나로 고유의 음식을 뜻하나 여기서는 온갖 것들이 잡스럽게 섞여 있는 관용적 의미의 짬뽕을 말하겠다. 서로 다른 라면을 섞으면 맛있어진다는 유구한 주장은 대학가 MT문화의 역사와 함께한다. 신라면+진라면, 신라면+안성탕면 등 온갖 학설들이 있었으나 학문으로서의 근대적 정립은 21세기에 와서야 이루어졌다. 그 시조는 김성주학파의 ‘짜파구리’라고 할 수 있겠다.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적절히 조합한 그 레시피는 전국에서 두 라면의 판매량이 급등하는 기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짜파게티를 베이스로 하여 최근 대세인 진짬뽕, 맛짬뽕 등을 더해도 좋고, 매운 맛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불닭볶음면을 베이스로 치즈라면류를 섞어도 좋다. 시도하는 사람 마음이겠으나, 일반적으로 다른 회사에서 나온 두 라면을 섞는 것이 더 맛있다는 주장이 있다. 


2. 간편 라볶이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컵 떡볶이에 물을 약간 더 넣어서 편의점 스트링 치즈, 라면을 넣고 전자렌지에 돌려 먹으면 된다. 면이 꼬들꼬들한 안성탕면이 제격이나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신라면도 괜찮다. 환경호르몬이 걱정이라면 전자렌지에 돌려도 좋은 대형 용기를 하나 구매해두자. 하나 있으면 여러모로 사용하기 편리하고 유용하다. 용기가 있다면 떡볶이에 삼각김밥을 한 두 개 넣고 치즈를 얹어서 데우면 매콤한 치즈 리조또가 된다. 여유가 있다면 삼각김밥 대신 최근 출시된 ‘스팸밥바’를 넣어보자.


3. 사골 만둣국


편의점 냉동실을 살펴보면 전자렌지로 즉석에서 데워 먹을 수 있는 6개들이 만두가 있다. 가격도 1,500원 선으로 저렴하고 맛도 괜찮은 편이나 차가운 냉동실 안에 꼭꼭 숨어 있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아는 음식이다.이 만두를 데워 사리곰탕면에 넣으면 훌륭한 사골 만둣국이 된다. 최근에는 떡국도 출시되었는데, 여기 넣어 먹으면 떡만두국이다. 


4. 오레오 빙수


CU에서 판매하는 우유빙수에 오레오를 부셔 넣으면 된다. 후식으로 제격. 


이외에도 다양한 레시피가 있으나 지면 관련으로 싣지 못한다. 맛있는 녀석들 47화에 편의점에서 만든 온갖 다양한 음식들이 있으나, 대부분의 레시피가 식당에서 사먹는 것보다 오히려 비싸게 먹히는 사파라 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모두 괴식 같아서 부담스럽다면 일반 완제품들도 일본이 부럽지 않을 만큼 다양하게 출시되는 중이다. 치즈 닭갈비, 마카롱, 올바른 샐러드 등도 체크해볼 만 하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하지 않는가. GS의 혜자 도시락을 필두로 하여 백종원 도시락, 혜리 도시락 등의 질은 한끼 식사로 크게 손색이 없다.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e-mednews.org>

여행, 보다 편하고 재밌게

109호/문화생활 2016. 7. 10. 11:49 Posted by mednews

여행, 보다 편하고 재밌게


인천국제공항 완전정복



세계 어느 나라의 공항을 가본 사람일지라도 인천국제공항에 한 번 발을 디디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비교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인천국제공항은 세계1위를 자랑할만큼 우수한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한국인의 서비스 정신을 한 공간에서 한껏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타국의 공항과 차별이 두드러진다. 아직도 단순히 공항을 버스터미널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공항이용료를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용해볼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 관련 부대시설 및 제도들을 꼼꼼히 확인하여 다음 여행때는 설레는 여행의 기분을 보다 더 업 시켜보길 추천한다.


■ 주차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공항에 오는 경우, 특히 혼자가 아닌 여럿이 오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여간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차를 가지고 오면 집앞에서 공항으로 바로 올 수 있는 편리함은 있지만 주차 때문에 또 한번 고민하게 된다. 이럴 때 그냥 내가 당연히 주차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주차대행(발렛)을 이용해보자. 사설 주차대행의 경우 발렛요금 무료일뿐더러 장기주차의 경우에는 세차도 해주는 경우가 있다. 인천 공항내 주차대행의 경우 제휴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발렛요금이 무료인데 자신의 카드혜택을 확인해보고 이용하도록 하자. 보통 월 3회까지 무료 적용이 되며 신용카드위에 플래티넘이라고 쓰여있는 경우 대다수 해당이 된다. 이는 공항에 배웅/마중을 나갈 때도 이용할 수 있으니 현명한 카드 사용자가 되어 보자.


■ 입국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제도이다. 공항에 가면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가 보안검색대와 출입국심사이다. 특히나 성수기에는 이용객이 많은 만큼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중 출입국 심사를 교통카드 찍듯이 쉽고 빠르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자동출입국심사는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제도로 여권,지문,얼굴 등의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여 신속하게 출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한 번만 등록해두면 여권 만료시까지 계속 이용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인천공항 3층 F 카운터에 있는 자동출입국심사 등록센터에서 신청하면 1분내에 등록이 완료되며 여행 당일 신청해도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 심사를 이용하면 보안검색대만 거치면 바로 기계를 이용하여 출국/입국이 가능하니 시간도 절약되고 편리함은 두배가 된다. 


■ 면세점


면세점은 브랜드 제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이자 여성들에게는 쇼핑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면세점에서 오프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바보라 할 만큼 인터넷면세점의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확실히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인터넷면세점을 이용하면 제공하는 쿠폰과 적립금을 이용하여 면세 가격의 50% 까지도 구매할 수 있으니 저렴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쿠폰과 적립금은 가입만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주기 때문에 금액대를 잘 맞추어 구매한다면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온라인에만 나오는 특별 한정기간 세일 품목을 활용하면 더욱 저렴하게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의 단점이라면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할 수 없으니 자신이 원래 알고 있던 제품이 아니라면 사기가 꺼려질 수 있다는 점. 이럴 땐 시내면세점을 이용해보는 방법이 있다. 항공권을 구매했다면 출국일로부터 60일 이전부터 시내면세점 이용이 가능하다. 백화점 내에 면세점이 있으며 이용할 때는 반드시 여권을 지참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항공편명과 날짜도 적어서 가도록 하며 물건은 출국 당일 공항 인도장에서 수령하게 된다. 미리 면세점 멤버십에 가입하면 현장에서 할인이 가능하니 챙겨가도록 하자. 


■ 공항 부대시설


- 라운지

출국심사를 받고 탑승동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면세점을 뒤로하고 위를 보면 유리로 된 곳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이곳이 공항의 부대시설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 중 라운지는 간단한 식음료와 휴게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라운지는 유료이용이 원칙이지만 이 역시 제휴카드를 이용하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스카이허브, 마티나, 아시아나, 대한항공 라운지가 있으며 라운지마다 음식의 메뉴는 조금씩 다르다. 라운지 이용에 필수적인 것이 PP카드인데 Priority Pass의 약자로 공항의 제휴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이다. 이 카드가 있으면 꼭 인천국제공항 뿐만이 아니더라도 전세계 600여 개의 공항의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독으로 PP카드 홈페이지에서 유료회원으로 가입할 수도 있지만 연회비가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보통은 신용카드 발급시 무료로 PP카드를 만들어주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카드들의 연회비는 10만원 안팎의 가격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보통 이런 연회비들은 상품권 등으로 돌려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해볼 만 하다. 

홈페이지 www.prioritypass.com에서 전세계 PP카드 이용가능 라운지를 알려주므로 여행전 확인은 필수! 


- 안마의자/인터넷카페

공항에 최소 3시간 전까지 오려면 부랴부랴 집에서 짐을 챙겨나와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바쁘게 이동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비행기에 오르기도 전에 녹초가 되어버리기 일쑤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무료 안마의자를 제공하고 있다. 탑승동 3층 24,41게이트 쪽에 인터넷 카페와 함께 안마의자가 8대 정도 마련되어 있다. 누구나 이용가능하며 한 번 이용하면 약 10-15분 가량 안마를 받을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만 없다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라운지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안마를 받으면 천국에 와 있는 듯 기분 전환이 된다. 


- 샤워실 

주간에 일을 보고 밤 출발 비행기를 타는 경우 딱히 옷을 갈아입을 곳도 마땅치 않고 찝찝한 몸을 단장하기에도 마땅치 않을 때가 있다. 이때 이용하는 무료 샤워실. 원래 이곳은 환승하는 승객들을 위해서 마련된 곳이지만 일반 이용객들도 1000원을 내면 이용이 가능하다. 간단한 샤워도구들을 제공하게 되며 개인 샤워부스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 


조을아 기자/을지

<lovelyeac@gmail.com>

달콤한 다이어트

109호/문화생활 2016. 7. 10. 11:47 Posted by mednews

달콤한 다이어트




따뜻해지는 봄철이 오며 옷이 얇아지니 자연스레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다. 또 새해를 맞아 시작한 다이어트를 계속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이어트 식단에 들어가야 할 음식이 무엇일까? 보통은 퍽퍽한 닭가슴살, 파릇파릇한 채소들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달콤한 음식의 대표주자인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면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여러 매체와 책을 통해 초콜릿 다이어트가 이슈가 되고 있다. 초콜릿이 실제로 얼마나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초콜릿을 주기적으로 먹은 사람, 체지방율↓ 


타임즈 2012년 4월호에서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초콜릿 소비량과 체질량 지수를 조사하였는데, 일주일에 5회 이상 정기적으로 초콜릿을 섭취한 사람들의 체질량지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1포인트 정도 낮다고 밝혔다. 실제로 초콜릿을 먹으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를 떨어뜨려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적절한 식사 후에 초콜릿을 비롯한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혈당치에 영향을 주어 과식을 방지하게 된다고 한다.


다크초콜릿 먹어야 다이어트 효과 있어


하지만, 모든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중에 파는 초콜릿은 설탕과 카카오버터의 함량이 높아 칼로리가 비교적 높다. 따라서 다이어트용으로 먹을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 함량이 평균 70%이상인 다크 초콜릿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루에 다크 초콜릿 30g씩 매일 섭취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무리 다크 초콜릿이라고 하도 저칼로리 음식이 아니므로 지나치게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노화 방지,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


초콜릿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이라 생각했다면 오해이다. 시중 초콜릿에 과도하게 들어있는 설탕이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이지,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득이 된다. 다크 초콜릿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폴리페놀은 항산화물질로 노화를 방지한다. 다크 초콜릿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춰주며 중추 신경을 자극해 우울증 완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초콜릿에 들어 있는 식물성 지방인 카카오 버터에는 불포화 지방산을 많이 포함해 피부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밋밋한 다이어트 식단에 지쳤다면 다크 초콜릿을 조금 추가해보는 것이 어떨까. 정확한 카카오와 설탕 함유량만 확인해 건강하게 섭취한다면, 달콤한 다이어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임채린 기자/가천

<cl_maker@naver.com>

떠나자! 나홀로 여행!

109호/문화생활 2016. 7. 10. 11:47 Posted by mednews

떠나자! 나홀로 여행!




의대생으로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어딘가 떠나고 싶을때,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여행도 좋지만, 오로지 나와 여행지에만 집중하는 ‘나홀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한번쯤은 가고 싶다 생각은 하겠지만 여러 걱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혼자서 밥은 어떻게 먹지? 나혼자 여행정보를 어떻게 다 모을까? 혼자 다니면 무슨 일을 당하진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걱정들로 여행 욕구를 막기에는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걱정을 줄여주는  혼자 여행을 다니기 좋은 국내외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통영, 거제도 : 여유를 즐기자!


나홀로 여행의 묘미는 바로 ‘여유’가 아닐까. 이런 여유를 맘껏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복잡하고 챙길 것 많은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그 중에서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 통영과 거제도로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파란 하늘과 바다, 그 사이 커다란 풍차가 돌아가는 초록빛 언덕.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푸른 바다를 혼자서 맘껏 느껴보자. 유람선을 타고 더 들어가면 동백섬이라 불리는 ‘지심도’가 있다. 동백꽃이 만개하는 지금 3월이 여행 적기이다. 바다를 낀 산책로를 걸으며 빨갛게 핀 동백꽃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부산 : 즉흥으로 떠난다면!


즉흥으로 떠나는 나홀로 여행이라면 부산이 적격이다. 국내 어느 도시와 연결되어 교통편도 편리한데에 비해,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버릴 도시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을 굳이 세우지 않아도 시티투어버스를 활용해 주요 관광지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또한, 나홀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라 게스트하우스도 잘 발달되어 숙소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짝이는 광안대교가 보이는 바닷가에서 혼자 앉아 바닷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마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일본 : 처음 떠나는 나홀로 해외여행이라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간이 조금 더 길다면 가깝지만 먼나라 일본으로 떠나보자. “라면 먹으러 일본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짧은 시간에 싼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저가 항공 특가를 이용한다면 부산 KTX 왕복 비용 정도로도 거뜬히 일본을 다녀올 수 있다. 201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 선정될 정도로 치안도 잘 되어 있다. 나홀로 여행자들이 특히 일본을 선호하는 이유는 ‘혼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다는 점이다. 한 명이 잘 수 있는 공간에 라디오, TV, 알람까지 필요한 것들은 모두 구비된 캡슐호텔, 주요 식당마다 구비된 혼자 밥을 먹는 식탁과 개인의 입맛에 맞춰 주문하는 시스템은 나홀로 여행자들의 큰 걱정인 숙소와 식사를 모두 해결해 준다. 햇살이 비치는 아침, 홀로 숙소에서 나와 기차 소리와 함께 골목을 걸으며 일본 특유의 청아한 분위기를 느껴보자.

  

대만 : 부담 없이 친절함 속에서!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안전한 국가가 바로 대만이다. 여자 여행객들도 혼자서 많이 방문할 정도로 안전하기로 유명하다. 더불어, 저렴한 물가로 부담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대만 관광지는 타이베이의 MRT를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어, 길찾기에도 무리가 없고, 혹시 길을 잃더라도 현지인들이 매우 친절하고 영어도 능숙한 편이라 질문을 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맛있는 음식 가게들이 즐비한 여러 야시장, 세계 5대 박물관인 국립고궁박물관의 수많은 전시물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었던 지우펀까지. 먹을 거리, 볼거리 빠짐 없이 오감을 즐겁게 한다. 


제시된 여행지 외에도 수많은 국가들도 철저한 조사와 경험만 있다면 나홀로 여행을 도전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여행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기쁨을 나홀로 여행을 통해 얻어보자. 낯선 다른 여행자와의 인연, 나홀로 여행을 성공했다는 자신감은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혼자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요?


임채린 기자/가천

<cl_maker@naver.com>

보편적 의료보장(UHC), 지속적인 인류 건강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는가




1월 14일부터 15일까지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국제회의’가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서 WHO, World Bank, OECD 등 국제기구와 세계 20여국 보건 전문가들이 모여 보편적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UHC)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면 UHC란 무엇이고 국제사회에서는 왜 보편적 건강보장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국제적으로 노력하는 것일까.

유엔과 국제보건기구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할 차세대 새천년개발목표(Post-2015)를 확정했다. ‘모든 형태의 빈곤종식’, ‘기후변화와 대응’ 등 17가지 차세대 새천년개발목표들 가운데 ‘건강한 삶의 보장과 모든 세대에 복지 증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이루기 위한 세부과제로 ‘보편적 건강보장(UHC)’을 제시하였다. UN총회에서도 보편적 의료보장은 건강향상과 사회적 화합, 경제발전의 지속성을 위한 중요요소이며, 건강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주요지표임을 밝히고 있다. 


보장이 되는 사람, 의료 서비스의 범위, 재정적 보호 범위라는 세가지 측면 고려 필요


국제보건기구 WHO에서는 UHC를'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큰 재정적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즉 모든 사람이 의료비 부담으로 인하여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을 제한받지 않아야 한다는 말하고 있다. 보편적 의료보장은 보장이 되는 사람, 보장이 되는 의료서비스의 범위, 그리고 재정적 보호 범위라는 세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보장이 되는 사람은 일부 계층에서 전국민으로 보장범위가 확대되어야 하며, 의료서비스가 보장되는 범위는 넓어짐과 동시에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재정적 보호는 본인 부담금 감소, 보조금 확대 등 진료비 보장 범위를 의미하는데 보편적 보장을 통해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비용부담 감소방안 마련이 요구 된다.  

보편적 의료보장은 평균수명의 증가, 아동사망율 감소, 빈곤율 감소 등의 성과를 가져왔으며, 서비스 전달과 의료시스템에 있어 성과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한국의 경우에는 1977년에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고 1989년에 전 국민으로 확대되어 누구나 쉽게 병원에 갈 수 있는 보편적 의료보장을 실현하게 되었다. 그 결과 1990년 71.3세이었던 평균 수명은 2012년 81.3세로 20년 사이 10세 가량 증가하였으며 영아 사망률은 1993년 인구 천명당 9.9명에서 2012년 2.9명으로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의료보장을 실시 혹은 확대하고 있는 브라질, 나이지리아와 같은 중, 저소득국가들은 건강수준의 향상 외에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향상과 빈곤율감소, 보건의료재정 및 보건의료인력 확보 등에 있어 성과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보편적 의료보장의 문제, 저개발국가 뿐만 아니라 선진국도 예외 아냐

보편적 의료보장을 시행 및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강하고 효율적이며, 잘 운영되는 의료시스템과 재정이 건전한 의료시스템, 필수적 의약품 및 기술에 대한 접근, 동기부여가 잘 된 보건의료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중심으로한 저개발국가들은 보편적 의료보장의 필요성 및 효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할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못해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노인인구 및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등으로 지속적인 보편적 의료보장 실현의 장애요인이 되고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보편적 건강보장을 이루지 못한 저개발국가와 이미 잘 시행중인 선진국 모두가 앞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보편적 의료보장에 관심을 가지고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번 UHC 국제회의에서는 보편적 의료보장 달성을 위한 재정 조달 방안, 효율적인 지출, 의료의 질 확보 등을 주제로 네덜란드, 일본, 에디오피아 등 회의에 참여한 국가들의 사례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 조언이 이루어졌으며, 국가를 초월하여 누구나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이번 UHC 국제회의의 좌장을 맡은 런던데 정치경제학과 Elia Mossialos교수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앞으로 유럽에서 3~5회 열릴 예정이며 UHC에 대한 논의와 함께 로드맵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 기자/가천

<franky777min@gmail.com>

토요일에 병원도 못 가요

109호/의료사회 2016. 7. 10. 11:45 Posted by mednews

토요일에 병원도 못 가요


지난 10월 첫 토요일 부터 ‘토요 전일 가산제’ 확대 시행...

동네 의원 본인 진찰료 500원 올라




토요전일가산제란 토요일 오후 1시 이후 의원과 약국의 진료비를 가산해주던 것을 토요일 오전까지 확대하여 전일 동안 가산료를 지급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에는 평일 오후 6시(토요일의 경우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또는 공휴일에만 30%를 가산해주고 있었다. 토요전일가산제가 시행되는 기관은 동네 의원(치과의원, 한의원 포함) 및 약국이며 대학병원, 종합병원 등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9월 ‘주 5일 근무가 일반화되어 토요일에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인건비와 유지비가 증가했기 때문에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료계 요구에 따라 토요휴무가산제를 도입하였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1차 의료기관의  재정난을 해소하고 '동네 의원 살리기'를 활성화 한다는 복안이었다. 당초 정부는 제도를 시행함과 동시에 가산금을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갑작스런 제도 도입 시 환자들의 민원이 클 것을 우려해 환자 본인부담금은 1년 단위로 조정되었다. 이에 제도가 도입된 2013년 10월 1일부터 2014년 9월 30일까지(시행 후 첫 1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가산금 전액을 지급하였다. 2014년 10월 1일부터 2015년 9월 30일까지는 환자가 가산금의 절반을 직접 부담하였으나 2015년 10월 1일부터는 공단의 가산금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환자들은 토요일에 의원급 의료기관에 내원했을 때 평일 진찰료보다 30%를 더 부담하게 되었다. 

토요전일가산제 시행 전 진찰료는 초진 진찰료 기준으로 평일 진찰료 4200원, 토요일 오전 진찰료 4700원, 토요일 오후(13시 이후)진찰료는 5200원 이었으나 가산제 시행 후에는 토요일 오전 진찰료가 토요일 오후 진찰료와 마찬가지로 5200원(재진 3600원)으로 인상이 된다. 또한 약국의 경우 조제료와 복약지도료 등 30%가 인상이 된다.

의료계 내에서는 토요휴무가산제 시행 이후 이 제도에 대해 안내 포스터를 제작 배포하는 등 꾸준히 홍보를 해왔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이 제도에 대해 몰랐던 환자들이 갑작스런 본인부담금 인상으로 불만을 제기하며 마찰을 빚지는 않을지 우려하였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토요휴무가산제와 관련해서는 의협에서도 포스터를 제작하고 개원가에 꾸준히 알리는 등 꾸준히 홍보를 해왔다”면서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그는 “홍보는 잘 됐다고 보지만 일부 언론에서 의료계가 진료비를 올리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오히려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진료비 상승이 병원 방문 환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복지부나 공단 등도 환자가 감소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할 방안을 함께 찾아내겠다.”고 전했다.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



가열되는 의사-한의사 간 공방

109호/의료사회 2016. 7. 10. 11:44 Posted by mednews

수그러들지 않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논란


가열되는 의사-한의사 간 공방




지난 1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골밀도 측정을 공개 시연해 의사단체로부터 의료기기 불법 사용으로 고소를 당한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2월 16일,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하여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의사와 한의사간의 분쟁에 불씨를 지폈다. 특히 김필건 회장은 자신의 골밀도 측정 시연에 대해 비방을 가한 의사 대다수를 향후에 고소할 방침이어서 의학계와 한의학계의 대규모 고소 고발 사태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이같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허용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20여년 전인 1995년, 의협에서 일부 한의원에서 X-ray 및 CT(컴퓨터단층촬영기법)을 들여와 부당 불법 진료를 하고 있다며 정부에 이같은 행위의 단속을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1년 한의사 출신의 새누리당 윤석용 국회의원이 한의약 육성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당시 윤 의원은 한의학의 정의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하거나 이를 현대적으로 응용·개발한 의료행위’로 수정하여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의사들만 이용 가능한 의료기기를 한의사도 써도 무방하다는 암묵적 합의안에 한의사들은 반겼고, 의사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 양측이 첨예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12월, 국무조정실에서 규제완화 정책 (규제기요틴) 114건을 발표하는데 여기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건강보험 적용을 허가한다는 내용을 공포한다. 2015년 1월에는 보건복지부에서 “2015년 상반기 내에 한의사에게 허용할 수 있는 현대 의료기기 범위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의사들이 외과 수술 거부와 의사면허증 반납과 같은 강공으로 맞받아쳤고, 그 과정에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이 논쟁은 국회에 상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이 논쟁이 수그러들었고, 이 논란은 해를 넘겨 올해 초부터 다시 재점화 될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 김 회장이 의료기기 시연을 공식적으로 보임으로써 곪았던 상처가 터져버린 것이다.


이에 대한 법조계의 판례들은 어떨까? 지난 2006년에는 CT를 사용한 한방병원 한의사에게 서울고등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내 의료체계는 이원적으로 구분돼 있고, CT와 관련된 규정들은 한의사가 CT를 이용하거나 한방병원에 CT를 설치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며 “한의사가 CT를 사용해 방사선 진단행위를 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근에는 서울지방법원에서 초음파진단과 카복시시술을 행한 한의사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각각 벌금 80만원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같은 의료 행위를 하는 직업군일지라도 각기 허가된 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은 허용할 수 없다는 저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규제완화 정책이 진행된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만큼, 이 논쟁은 현재진행형에 있다.


한의협 측에서는 의료기기 허용 가능 이유가 의대와 한의대의 교육과정이 70%정도 일치하여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최소한의 교육을 받았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결했다. 단순히 교육뿐만 아니라 임상적 경험 및 연구 또한 바탕이 되어야 올바른 평가 및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적 부분에서는 전문적으로 영상의학을 배우는 의대생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상황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이해 당사자들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해당 논란은 당분간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이영민 기자/한림

<leeyeongmin3@gmail.com>

약은 약사에게, 응급피임도 약사에게? 




언제부터인가 피임약이 대중매체 광고도 하는 등 우리 생활 가까이에 와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피임약 처방 건수는 총 274,612건이고, 4년간 4배 넘게 증가했으며, 응급피임약이 62%를 차지했으며, 이중 미성년자의 응급 피임약 처방 건수는 15,738건으로 전체의 9%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부를 제외하고 사전피임약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고, 응급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데, 응급피임약의 경우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낙태율을 줄이고 접근성을 향상시키고자 일반약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오는 8월이면 정부가 이 피임약 분류 논의를 종결지어야 해서 년 초부터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응급피임약과 사전피임약으로 나누어서 그 쟁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응급피임약과 사전피임약의 차이


쉽게 말하면 사전피임약은 난자의 배란을 막는 방법이고 응급피임약은 자궁내막을 변화시켜 이미 수정이 된 배아의 착상을 막는 방법이다. 2015년 WHO 자료에 따르면 사전피임약의 경우 92%, 응급 피임약은 99%이지만 사전피임약은 매 달 이틀 정도는 빠지지 않고 먹어야 하며, 응급 피임약은 성관계 5일 내에 먹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사전피임약은 정맥혈전증의 위험을 높이고, 응급피임약은 반복 사용 시 월경주기이상과 생리 불순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사전피임약은 1968년도에 들어와서 인구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었고, 응급피임약은 의약분업 후 2001년 처음 들어왔지만 오남용에 대한 위험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생각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었다. 


우리나라 피임의 실태와 해외 사례


2014년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까지 우리나라 피임에서 경구피임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3%미만으로 OECD국가 평균 20~40%보다 많이 낮은 편이다. OECD 회원국 중 응급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국가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체코, 칠레 등 26개국 중 8개국이며, 일반의약품은 18개국(69.2%)로 분류되어 있다. 청소년 구매제한이 있는 나라는 영국, 핀란드, 폴란드, 캐나다이다. 캐나다와 미국의 산부인과학회는 2013년 2015년 각각 응급피임약이 효과적이고 안전한 피임법이라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서구 선진국의 낙태율은 1000명당 12명 선인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29.8명으로 매우 높으며,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된 스웨덴, 영국 그리고 미국의 자료를 보면 모두 응급피임약 매출은 증가했지만 낙태율에는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피임약에 대한 인식


2014년 여성가족부 (이하 여가부)는 사전과 응급 피임약 분류에 대한 찬반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사전피임약은 여성(1,007명)의 79.3%, 남성(201명)의 74.1%가 일반의약품으로 두어야 한다고 응답하였고, 여성의 56%(564명), 남성의 59.7%(120명)는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두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두어야 하는 이유로 안전성을 66.8%가 선택했다. ‘응급피임약은 현재 의사 처방전이 없이는 약국에서 바로 구입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이다’에 대해 여성의 57.2%는 ‘알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남성은 여성ㅁ 보다 낮은 40.3%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식약처는 사전과 응급피임약 복용 후 유해사례를 경험한 비율을 조사하였는데, 사전피임약은 1,412명 중에서 371명(26.3%), 응급 피임약은 361명 중 67명(18.6%)이 경험하여, 사전피임약의 유해사례 경험 비율이 높았다. 


오는 8월,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논의 재 점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미 2012년 6월, 2차례의 내부 회의로 단독 결정하여 사전피임약의 부작용을 생각하여 전문의약품으로, 응급 피임약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는 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졸속 행정이며, 정부와 의약학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사위원회 (이하 중약심)의 자문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같은 해 8월, 중약심에서 응급피임약의 유해사례로 나타나는 부정출혈을 정상적인 생리로 오인해 임신 진단이 지연되고 차후에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를 제기하여, 식약처는 재분류 입장을 철회하고, 3년의 연구 및 유예기간을 가지고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오는 8월이면 정부가 피임약 재분류를 유예한 3년이 되는 시점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을 우려하는 입장


대한산부인과협회는 16년 1월 성명서를 발표하고 ▲ 응급피임약은 세계적으로 응급피임(emergency contraceptive)의 개념으로 합의되고 있는데, ‘사후’ 피임약으로 잘못 인식되어 남용 조짐을 보이며 ▲ 응급피임약은 제대로 복용해도 100명 중 5~42명은 임신되며 ▲ 10대를 겨냥한 TV광고를 하게 되면 반복적인 복용으로 호르몬 내성 커지면 피임실패율이 급증하며, 성병과 불임이 증가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와 일부 여성계는 접근성의 이유로 찬성하고 있다. 식약처는 각 단체와 국회의원실의 계속되는 정보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완료된 피임약 인식에 대한 연구 보고서 계속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문선재 기자/중앙 

<mgston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