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산업장 유출 사고로 되돌아본 의학의 책임

 

 

구미 불산 가스 유출 사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불산 유출, 당진 현대제철소 가스 유출 청원 렌즈공장의 황 성분 가스 유출. 모두 작년부터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난 산업재해들이다. 작년 구미의 불산 유출된 사고로 공장근로자 5명은 목숨을 잃었다. 뿐만아니라 공장이 위치한 산동면 봉산리를 중심으로 농작물과 가축 피해, 지역주민들의 건강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사고가 잊혀질 때 즈음, 또 다른 공장의 누출 사고가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아르곤 가스 누출로 인한 산소부족으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삼성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누출로 1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사망자가 나온 3개월 뒤 또 한 번의 누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렌즈공장의 사고에서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220여명이 병원으로 후송되어 검사를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전에도 서너 차례나 가스유출로 인해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사실도 밝혀졌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 건강, 생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산업장 유출 사고. 이러한 사고들을 막기 위한 예방의학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살펴본다.
 
산업장의 이상과 현실
: 안전과 효율의 거리

 

예방의학의 한 갈래인 직업환경의학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산업장 안전관리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예방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운영되는’ 산업장의 모습을 살펴보자. 작업장의 유해인자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는 산업 현장에 존재하는 유해물질의 종류와 그것이 인체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다. 사업주는 그 평가를 수용하고 설계 단계 이전부터 영향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다. 공장시설이 완비된 후, 사람이 일하는 공정과정에서 미처 예측하지 못한 유해 물질이 발견될 경우 사업주는 해당 공정을 자동화하거나 폐쇄된 시스템으로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업장의 노동자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다. 이미 가동 중인 사업장이라면 원료물질을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교체하거나 장비나 공정을 바꾼다. 더불어 환기시설을 설치하고, 유해인자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작업할 수 있도록 원격자동조정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현실은 어떨까. 산업안전보건법 제42조는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작업환경측정을 규정 및 의무화하고 있다. ‘작업환경 중 존재하는 소음, 분진, 유해화학물질 등의 유해인자에 근로자가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지를 측정·평가하여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개선을 통해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서 근로자의 건강과 생산성의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법안에 따르면, 작업환경측정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면 사업주에게 알려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의무이다.
그러나 새로운 설비를 갖추거나 독성이 더 적은 원료로 변경하는 것은 모두 비용이 들어가는 일. 백 명 중 아흔 아홉 명의 사업주에게, 예방의학자들의 조언은 귀 기울여야 할 필히 검토해야할 위험요소라기보다 사소하고 성가신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위험물질이 분비되는 공장 인근지역의 주민들은 그런 위험을 알고 있을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며, 설령 알더라도 사고의 발생 가능성과 그 사고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그다지 촉을 세우지 않는다. 공장 하나가 들어서면 그 지역에는 일자리가 생기고, 인구가 유입되어 경제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현대와 삼성 같은 대기업이라면 완벽에 가까운 최첨단의 공장 설비와 안전시설을 갖추고 있을 법 한데, 가스 누출 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적지 않다. 어째서일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는 정교한 안전설비 구축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하청업체에 공정을 맡기는 것. 자본이나 시설이 대기업보다 훨씬 열악한 하청업체 역시 썩 달가울 리 없으나 먹고 살기 위해 대기업의 요청에 응하고, 안전에 대한 관리는 당연 소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다루고 있는 유해물질에 대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대부분의 누출사고가 대기업이 하청을 준 업체에서 발생하게 된다.

 

산업장의 근로자 안전,
직업환경의학이 담보할 수있을까

 

기업과 하청업체가 담보할 수 없는 산업장의 안전을 의학이 관리할 수 있을까. 최근 직업환경의학에서 그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직업의학(Occupational medicine)’과 작업 환경에 포함된 유해인자로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예방, 진단 및 치료를 담당하는 ‘환경의학(Environmental medicine)’으로 구성된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사는 사업장(회사, 기업)내에 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 또는 관리책임자에게 조언을 하고 근무 환경과 직장 생활이 임직원들의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지 연구를 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이 가장 집중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건강. 산업장에서의 직업성 질환의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와 기술적 문제 개선을 위한 자문 역을 맡는다. 최근에는 직업성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심혈관계 질환이나 만성질환, 정신건강에 이르기까지 근로자들의 체계적인 건강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단순한 질병예방을 넘어서, 사업장 전체의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Dead Space없는 100% 예방

 

근로자의 건강이 사업장의 생산성, 나아가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맡고 있는 일의 특성 때문에 직업성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이미 질병을 얻은 경우라면 산업재해에 의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산업장과 관련된 건강관리를 근로자의 건강에 국한시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록 급박한 대형사고는 아닐지라도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만성적 소형사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근로자 개인의 건강 및 산업장 안 물질의 평가는 직업환경의학, 공장기계의 설비 및 관리는 하청업체가 힘쓴다 하더라도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 가능성 자체를 봉쇄하는 예방의 영역은 현재 ‘사강(dead space)’으로 남겨져 있다. 예산과 기술의 부족을 이유삼는 공학과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기 버거워하는 기업과 환경부도 사강에 손대기 어려워 보인다.

사고의 발생을 막는 ‘진정한 의미의 예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직업환경의학의 정의와 책임을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

 

‘진짜 예방’의 열쇠,
우리가 쥐고 있다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은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 중 하나이다. ‘이상적 사업장’의 사업주는 안전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현실의 기업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인 안전문제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으로 하여금 안전문제관리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재화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절실한 것이다. 근로자 및 주변 지역의 주민 건강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에겐 그만한 인정과 가시적인 보상이 주어지고, 근로자의 건강과 공장 설비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전적으로 하청업체에 전가하며 그로인해 사고발생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기업에게는 그에 상당하는 대응이 필요하다.

전자의 예로 우리나라 산업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산업재해 예방의 달인’이 있다. 2011년 처음 도입된 이 포상제도는 기업, 재해예방단체 등 각계의 안전보건업무에 종사자 중 산재 예방에 적극적이고 지대한 공로를 한 사람을 매월 선정하여 시상하는 제도이다. 이는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반영하고 산재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도를 높여 산업안전보건문화를 정책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선정 대상이 적극적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도입한 기업이기보다는 관리책임자라는 개인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우나 산업재해 예방에 인센티브를 주어 인식 전환를 촉구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후자의 예로는 미국의 석유회사인 엑슨모빌(Exxon Mobil) 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있다. 1989년 3월 24일 유조선 엑슨 발데스 호는 알래스카 유전에서 채굴한 원유를 싣고 가다가 암초에 부딪혔다. 이 사고로 원유 25만 배럴이 알래스카 청정해역로 유출됐다. 큰 규모의 사고였음에도, 엑슨모빌은 본사의 사건을 자회사인 엑손선박의 책임으로 국한했다. 사실을 은폐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인 엑슨사에 국민은 심한 반감을 나타냈고 ‘반 환경적 기업’의 이미지가 형성되어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벌금과 정화 비용,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해 엑슨이 입은 손실은 약 70억 달러로 추정된다. 안전관리와 산업사고에 대한 책임회피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이러한 엑슨 발데즈 호 사건로 'Responsible care'운동이 제시되었는데, 세계의 화학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환경과 안전, 건강을 개선할 것을 약속한 것. 이후 관련 산업체들이 국제 화학단체 협의회(ICCA; International Council of Chemical Industry)를 창립했고 산하에 Responsible care 운동을 추진하는 조직인 RCLG(Responsible Care Leadership Group)을 만들어 적극 추진 중이다. 법이 요구하는 가장 최소한의 규정만을 지키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바탕으로 쌓인 자신감으로 대중과 근로자들에게 어필하며 환경이나 안전에 관한 산업체끼리의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책임과 권리의식의 부재, 병원의 ‘갑’과 ‘을’

전공의의 권리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소송을 한 이건홍 선생님 인터뷰

 

 

따뜻한 봄기운이 한창이었던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매년 그렇듯 기초의학 교수에게 는 의대 건물 내 연구실로, 임상교수에는 병원으로 의대 학생들이 선물이나 카네이션을 전달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도교수에게 매년 보냈던 카네이션을 보내지 못하고 속병을 앓는(속앓이) 전문의가 있다. 전공의 근무 환경의 개선에 대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이건홍 전문의를 흑석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년에 “전공의의 권리 찾기”를 주제로 전국을 다니면서 한 강연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보여주면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프리젠테이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올바른 의료제도의 항구적 정착을 위하여”

 

Q. 병원을 상대로 소송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들은 낮은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비급여 시술, 비 보험이 우세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러한 저수가 체계에서도 고수익을 내는 대학병원은 전공의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012년도 전공의 급여 현황을 보면 연봉이 3775천만원 정도 되는데 이는 시간당 833원 입니다. 이를 일반법정근로기준 주당 40시간 기준으로 보면 주당 평균 71시간 초과근무를 한 셈이니 한 달에 262만원을 더 받아야 합니다. 병원협회 권장인 주당 80시간으로 따지더라도 전공의 한 명당 114만원씩 더 받아야 합니다. 즉, 전공의 연봉은 최소 8000만원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병원입장에서도 당직비를 줄 수 없는 이유가 병원 한 군데 당 66억, 80시간 기준으로 26억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전공의 수련에 대한 비용을 대학이 떠맡는데, 일본은 100%국고 , 미국은 국고 70% + 메디케이드 및 민간보험부담 30%로 민간병원의 부담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Q. 소송의 진행 과정과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일단 예전 사례를 참고 했습니다. 1988년 인제대, 순천향대 의대 전문의를 딴 선생님들이 병원 상대로 소송을 벌였습니다. 2년이나 걸렸지만 결국 승소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소송으로 갈까 진정이라는 방식으로 갈까 고민했습니다. 진정은 고소의 전 단계로 고용노동부에서 추가로 일을 이렇게 했는데 돈을 못 받았으니 업주에게 돌려달라고 행정 명령을 내려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56명이 같이 시작 했다가 30 명 정도는 포기하고, 고소로 넘어간 사람은 저 포함 2명입니다. 진정 들어가니까 병원에서는 교육수련부장님과 총무과 직원이 전화하고 찾아오셔서 애원했다가 비웃었다가 협박도 했다가 짜증도 냈다가 했습니다. 특히 부모님께 전화해서 진정 취하를 안 해주면 전문의 시험기간 6개월 나가있는 동안 비용을 다 돌려받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청에서는 결과를 내기 주저했습니다. 지금까지 결과 나온 병원은 혐의 없음으로 나와서 저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아쉽습니다.

 

Q. 최근 이 사건과 별개로 인턴의 시간외 근무에 대한 소송이 승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한 인턴 선생님이 건양대 병원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시간외 근무에 대해 고소하고 승소를 했습니다. 인턴 선생님은 근무기간 전부가 3년의 공소시효 안에 포함되지만 저는 거의 365일 병원에 붙어 있었던 전공의 1년차는 반영되지 않고 당직 적게 선 2년차부터 해당됩니다. 그래서 소송이 어렵게 진행 될 것 같아 당직비 빼고 근로계약서 작성 문제와 휴가, 이렇게 두 가지만 일단 고발한 상태 입니다.

 

Q. 스승의 날에 선물을 보내기 주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의 심경은 어떠셨는지요?
 원래는 이 소송은 대한전공의협회와 대한병원협회라는 단체 간의 싸움이 되어야 하는데, 전공의협회의 힘이 너무 약해 개개인이 하는 사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 병원에서는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이용했습니다. 즉, 각과 교수님께 (진정을 낸 전공의들에게) 연락을 하라고 압박을 한 것입니다. 과장님들이 월요일 아침에 회의하는데 어떤 교수는 전화로 회유를 시켰다, 어떤 교수는 회유를 못시켜서 누구누구 교수는 대단하네, 당신은 뭐야 라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었다 합니다. 따라서 당시 싸울 때는 서로 원망했는데, 나중에는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는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스승의 날 선물은 매년 보내던 것이고, 시스템 문제이지 교수님과 나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선물을 보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교수님도 은근히 기다렸었나 봅니다, 나중에 교수님 모시고 회식한번 하려고 합니다.

 

 문선재 수습기자/중앙
<mgstoner@naver.com>

<판례로 알아보는 의료생활 속의 법 ③>

 

딱딱한 판례, ★을 위주로 말랑말랑하게 읽으세요!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의 정도 및 기준
[대법원 2011.11.10, 선고, 2009다45146, 판결]

 

<사건의 전말>

① 폐부종으로 망인이 된 A는 2006년 5월 23일 점심식사 후 발생한 간헐적인 복통과 구토증세로 5월 24일 15:55경에 B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당시 A의 활력징후(정상범위 표 참고)는 혈압 105/64㎜Hg, 맥박수 78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6.4℃이었고 내원 직후 실시된 응급혈액검사 결과, 혈중요소질소 51㎎/㎗ 및 크레아티닌 2.5㎎/㎗로 신장기능이 약간 저하되어 있었으나, 혈중 칼륨농도는 4.7mEq/ℓ, 백혈구(WBC)는 7.740K/㎕로 정상범위에 있었다.
② A는 5월 24일 17시경에 S자 결장부위에서 대장암으로 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장폐색 소견을 보였다.
③ A는 응급실 내원 후 약 1,860cc의 수액이 투여된 상태에서 5월 24일 20:18 시행된 흉부 방사선검사상 폐울혈 소견이 보였고, 장폐색 완화를 위한 스텐트 삽입술을 받던 중 혈압이 80/60㎜Hg까지 떨어졌으나 생리식염수를 공급받은 후 수축기 혈압이 120~130㎜Hg 정도로 회복되었으며, 5월 24일 22:00경부터 시간당 소변은 50cc 이상으로 정상적으로 배출되었다.
④ A는 5월 24일 22:30경 중환자실로 옮겨질 당시 활력징후가 혈압 154/72㎜Hg, 맥박수 95회/분, 호흡수 34회/분, 체온 36.4°C로 호흡수가 높은 상태였고, 이에 B병원 의료진은 산소를 마스크를 통해 8ℓ/분의 속도로 공급하였으나, A의 산소포화도는 86~90%로 낮고, 호흡수도 30~34회/분으로 높게 유지되었다.
⑤ B병원 의료진은 5월 24일 23:00 혈중 칼륨농도 등을 알기 위하여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하였고, ★A는 5월 24일 23:21경 시행된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폐부종 소견을 보였으며, 23:30경에는 산소포화도가 80~85% 정도로 낮아지고, 호흡수는 34회/분으로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청색증 소견까지 보였다.
⑥ B병원 의료진은 5월 24일 23:30 및 5월 25일 00:00경 동맥관 삽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다가 5월 25일 01:00경 동맥혈가스분석검사를 시행한 결과(이 때에도 동맥관 삽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pH 6.876, 중탄산염 8.3㎜q/ℓ로 심한 대사성 산혈증 소견을 보이자, 이를 교정하기 위하여 비본(중탄산나트륨)을 투여하였다.
⑦ A는 5월 25일 01:20경 활력징후가 혈압 122/61㎜Hg, 맥박수 49회/분, 호흡수 40회/분으로 심한 빈호흡 및 서맥 상태였다. ★한편 B병원 의료진은 그 무렵 5월 24일 23:00경 실시한 위 응급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였는데, 혈중 칼륨농도가 7.5mEq/ℓ로 고칼륨혈증이 있었고, 그 외에 나트륨 129mEq/ℓ, 혈중요소질소 56㎎/㎗, 크레아티닌 2.6㎎/㎗, AST 423, ALT 57 등으로 이상소견이 있었으며, 한편 백혈구(WBC)는 6.26K/㎕로 정상범위에 있었다.
⑧ B병원 의료진은 고칼륨혈증을 교정하기 위하여 인슐린과 포도당을 투여하였으나, A는 5월 25일 01:30경 호흡이 정지되었고,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5월 25일 04:25경 사망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⑴ 장폐색 환자에서는 고칼륨혈증 등의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고칼륨혈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임에도 불구하고 B병원 의료진이 위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한 지 약 2시간 20분이 지난 2006. 5. 25. 01:20경에 이르러서야 혈중 칼륨농도가 7.5mEq/ℓ로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고칼륨혈증을 진단하여 치료를 시작했다. ★고칼륨혈증의 응급성 및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 응급혈액검사를 통한 고칼륨혈증의 확인시간이 통상 1시간 이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B병원 의료진에게는 고칼륨혈증에 대한 경과관찰 및 치료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⑵ 폐부종 역시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서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 외에 폐부종 자체를 치료하기 위하여 산소, 이뇨제, 기관지 확장제 등을 투여할 필요가 있고, 단순한 산소공급만으로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 기관 내 삽관 및 인공호흡기 치료까지도 필요하다. A에게서 5월 24일 23:21 흉부 방사선검사에서 폐부종 소견이 발견되었고, 5월 24일 23:30 마스크를 통해 산소를 8ℓ/분의 속도로 공급받는 상황에서도 청색증을 보이면서 산소포화도가 80~85%로 낮았다면, ★B병원 의료진으로서는 그 무렵부터 이뇨제 등을 투여하고, 동맥혈가스분석검사를 시행하여 필요한 경우 기관 내 삽관을 통한 산소공급 등 적극적 치료를 고려하였어야 할 것이다.
⑶ 전산등록된 의사지시 및 처치기록지상 2006. 5. 24. 23:37경 ‘라식스(이뇨제) 필요시 주사’, 5월 25일 01:00경 ‘라식스 8시간 간격 주사’ 처방이 각 등록되었으나, ★전산등록된 중환자실 간호기록지뿐만 아니라 수기로 작성된 중환자실 간호기록지에도 이뇨제인 라식스를 실제 투여하였다는 기록이 없고 오히려 위 각 이뇨제 처방은 모두 취소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게 이뇨제를 투여하지 않았거나, 5월 25일 01:00경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투여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
⑷ ★뿐만 아니라 B병원 의료진은 5월 24일 23:30경부터 수회 동맥관 삽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자 5월 25일 01:00경에 이르러서야 동맥혈을 채취하여 가스검사를 시행하였으므로, B병원 의료진에게는 이뇨제 투여 및 동맥혈가스분석검사를 지체하여 산소공급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등 A의 폐부종에 대한 경과관찰 및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결론 : ★A가 사망 당시 중증 패혈증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B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A의 사망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과실과 A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

>>> 최신논문

 

척추디스크 수술환자 13%가 5년 내 재수술

 

척추 디스크 수술환자 10명 중 한 명이 5년 내 척추 질환으로 재수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재수술은 허리에 추가적인 수술(이전에 수술한 부위 포함)을 하는 것으로, 동일 부위에 병이 다시 생기는 재발보다 광범위한 개념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김치헌 교수팀은 2003년 처음으로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환자 1만 8590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5년 이내에 재수술을 받은 환자가 13.4%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재수술의 절반 정도는 1년 이내에 이뤄졌으며, 최근 5년간 매년 1.4%씩 척추 재수술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 척추수술 남용 문제가 심각함을 시사한다. 아무리 수술 성공률이 세계적이어도 수술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척추(Spine)’ 4월호에 실렸다.

 

한국인 간흡충 감염자 93만 명

 

국내 간흡충 감염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제8차 전국 장내 기생충 감염실태조사’ 결과, 국민 130만 명이 각종 장내 기생충 1종 이상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고 최근 밝혔다. 전국 602개 구역 약 2만 4천명을 대상으로 대변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2.6%에서 기생충알 양성 결과가 나왔으며, 장내기생충 11종 중 간흡충의 감염율이 1.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 다음은 편충알, 요코가와흡충 순이었다. 이 는 지난 2004년의 2.4%보다는 낮아진 수치이나 여전히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이원자 국립보건연구원 말라리아·기생충과장은 “민물고기를 즐기는 우리나라는 중국보다도 두 배 이상 간흡충 감염률이 높다. 간흡충 감염은 간암의 원인이 되므로 대변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되면 즉시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3배 이상 성공률 높은 불임 치료법 영국서 개발

 

 

체외수정에 의한 출산 성공률을 3배까지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영국에서 개발됐다. 영국 케어 불임치료 클리닉 그룹은 수정란이 배아로 자라는 모습을 ‘타임랩스(time-lapse)’ 영상으로 촬영해 불임을 치료하는 신기술을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제 이 방법으로 불임 여성 69명을 치료한 결과, 출산 성공률이 일반적인 불임치료를 받는 여성(25%)의 3배 이상인 78%였다고 밝혔다. 타임랩스 촬영이란, 인큐베이터에 넣은 수정란이 3~5일 동안 배아로 자라는 모습을 10~20분 간격으로 약 5천회에 걸쳐 촬영해 가장 빠른 속도로 자라는 건강한 배아를 골라내는 방법이다. 이렇게 선택된 배아는 이수성 염색체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자궁에 이식했을 때 착상이 잘 되며 유산위험이 없다고 연구 총 책임자인 사이먼 피셀 박사는 설명했다. 이 치료법은 현재 노팅엄, 노스햄프턴, 맨체스터, 셰필드 등 영국 4개 도시에서 시행 중이며, 일반적인 불임치료 경비인 3천~4천 파운드(510만~680만원)에 750파운드(128만원)가 추가된다.

 

>>> 보건의료 단신
 
서남의대 결국 폐과 결정…관동의대에도 경고

 

서남의대 폐과가 결정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7일 교비횡령, 의대 교육부실 등이 드러난 서남대에 대해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고 의대에 대해서는 폐과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질적인 폐과조치는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1심 판결 후에 이뤄진다. 교육부는 앞으로 15일간 감사처분이행 시정요구와 함께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계고하고 청문을 거쳐 전·현직 이사 9인 및 감사 3인의 취임승인을 취소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의과대학 폐과에 대해서 교육부는 “감사결과, 임상실습 교육과정 관리 및 운영이 심히 부당해 폐지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폐과조치 발표와 함께 의과대학 임상실습 부실 운영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도 발표됐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대학설립ㆍ운영규정’을 개정해 의과대학 임상실습 조치에 대한 교육부장관의 평가 및 법령 위반에 따른 제재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령 개정이 완료되면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한 다른 의과대학도 평가를 거쳐 학과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다음 타겟은 관동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전자검사기관 15%는 ‘못 믿을 수준’

 

유전자검사기관들 가운데 상당수는 친자확인 등의 분석 결과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에 위탁해 작년 6~11월 117개 검사기관을 대상으로 정확도를 평가한 결과, 85.5%만이 ‘매우 우수’ 해당하는 A등급을 받았다. 8.5%는 B등급, 6%는 C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는 친자확인 문제 등을 통해 검사의 적중률을 확인하는 동시에 인력 및 설비 수준에도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복지부는 기관별 평가 결과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복지부(www.mw.go.kr)와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www.kigte.or.kr)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org>

올 하반기 외과 세부 전문의 배출…
외과 르네상스의 신호탄 될까?

 

실효성 있는 개선안인가에 대한 의구심 제기돼

 

올 하반기에 외과의 4개 분과에 대한 세부 전문의가 270명 가량 탄생될 전망이다. 외과학회는 세부전문의 제도가 외과 기피현상에 대한 개선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부전문의 제도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세부전문의 제도를 기점으로
외과 ‘르네상스’ 꾀한다

 

대한외과학회는 2006년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해 간담췌, 위장관, 대장항문, 소아외과 4개 분과에 대한 대한의학회의 인증을 마친 상태다. 지난 5월 4일 대전에서 열린 춘계외과학술대회에서 최재운 세부 전문분과 이사는 외과 기피현상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세부전문 진료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처우 개선을 모색”할 수 있을 거라며 이 같이 밝혔다. 또한 5월 8일 외과학회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외과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부전문의제도 도입 ▲ 전공의 실기교육 강화 ▲ 외과재난대응팀 을 골자로 한 청사진이었다. 이를 통해 현재 외과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수한 임상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개원가, 중소병원에서는
무용지물인 세부 전문의 제도

 

그러나 세부전문의 제도가 외과기피현상에 대한 적절한 개선책이 아니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방 2차 병원의 외과 봉직의인 A씨는 “개원가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 얘기”라고 운을 떼었다. 그는 “수련기간 동안에는 암 수술을 비롯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수술을 주로 배우는데, 막상 개업을 하거나 중소병원 봉직의로 지내다보면 그런 것들 보다는 치질, 정맥류, 충수염 수술을 주로 하게 된다”고 했다. 전공의 수련이 끝난 뒤 몇 년 간 시간을 투자해서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큰 수술을 주로 하는 대형병원에 근무하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배운 것과 써먹는 것이 다른
현실, 표류하는 외과 전문의

 

실제로 대한의사협회의 회원실태조사보고서(2007)에 따르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난 뒤 약 50% 정도의 인원이 개원을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개원한 외과 전문의의 50%는 전문과목 표기를 포기한 채로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부전문의 보다는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는 진료역량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 개원가의 관점이다. 전담의대 외과학 교실의 김신곤 교수는 2009년 외과학회지에 외과 전공의가 처한 어려움에 대한 논문을 투고하면서,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배우는 것과 써먹는 것이 다른 현실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고가의 장비나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외과전문영역으로 개원하는 것에 대한 경제적 진입 장벽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개원하더라도 각종 의료사고에 휘말릴 위험이 증가하는데도 그에 합당한 보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 등의 문제를 외과 침체의 원인으로 꼽았다.

세부전문의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제도가 우수한 임상의사를 양성하는데 일조하고 외과 기피현상을 해소할 방안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혜란 수습기자/조선
<hr0616@naver.com>

약 대신 운동, 스포츠의학의 특별한 매력

피겨여왕 김연아 주치의 조성연 선생님 인터뷰

 

 

2013년 3월, 피겨여왕 김연아가 2년 간의 휴식기를 깨고 세계 선수권 대회의 여자 싱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우승에 열광하는 이유는 김연아가 피겨의 불모지에서 갖은 역경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선수생활 내내 뒤따랐던, 은퇴를 결심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과 부상은 가장 큰 고난 중 하나였다. 이같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데에는 김연아 자신의 굳은 의지와 경기장 뒤편의 의료진의 도움이 함께 했다. 김연아 주치의로도 알려져 있는 국가대표 주치의 조성연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Q.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개 먼저 부탁 드릴게요.
저는 스포츠 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하죠. 국내에서 인턴 후, 뉴질랜드에서 스포츠 전문의 자격을 수료했습니다. 귀국 한지 13년째 됐는데 초기에는 선수촌에서 2년간 있었고, 지금도 국가대표 주치의로 있어요. 대한 스포츠 의학회 이사로 있고, 아테네 올림픽 주치의였고, 현재 여러 스포츠단 주치의를 하고 있습니다.
 
Q. 스포츠 의학이란 어떤 건가요?
언뜻 생각하면 정형외과의 한 부류가 아닐까, 재활의학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엄연히 하나의 독립된 전공 분야입니다. 세가지로 설명드리자면 우선 스포츠와 관련된 손상과 질환을 치료하는 분야이고, 두 번째로는 대부분의 임상 질환을 스포츠와 관련해서 치료하는 분야, 세 번째로 더 깊이 들어가면 운동하는 분들, 일반인들 모두에게 performance를 높여주고 그와 관련된 심리, 영양, 역학 등을 연구하는 일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스포츠 의학 뿐만이 아니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등 임상 과들과 통합하여 치료가 진행되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Q. 재활의학이나 정형외과와 스포츠 의학의 차이는 어떤 건가요?
스포츠 의학에서 재활은 하나의 목표입니다. 재활의학에서의 ‘재활’이 정상 생활을 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라면 스포츠 의학의 재활은 선수의 기량을 높여주고 필드로 복귀하도록 책임지는 개념입니다. 또한 치료방법으로 주로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차이점이 되겠지요. 스포츠 기전도 정형이나 재활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구요.
또 스포츠 의학하면 스포츠 손상만 다룬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스포츠 의학이라는 것은 단순히 부상을 치료하거나 부상만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고, 운동을 통해 치료하고 재활을 돕습니다.
 
Q. 스포츠 의학을 전공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공부는 따로 있으신가요?
요즘 운동 좋아하는 의대생들이 스포츠의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데, 사실 운동 자체를 좋아하기 보다 운동 과학을 이해하는데 흥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석사로 운동과학, 박사로는 운동생리학을 했습니다. 나머지는 의사로서의 공부했고요.(웃음) 

 

Q. 스포츠 의학은 아무래도 계속 환자와의 유대가 중요할 거 같은데, 손연재 선수나 김연아 선수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선생님께 오랜 기간 치료 받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그 이유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분야 의사가 마찬가지겠지만 환자 입장을 이해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포츠 선수들과 전화를 하거나 행사를 하거나 개인적으로 접촉 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치료할 때, 유명한 선수이든 유명하지 않은 선수이든 그 사람에게는 100%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을 해요. 그 선수에게 운동을 한다는 것은 전부이니까요. 이런 점이 선수들이 저를 믿어주는 이유인 거 같습니다.

 

Q. 운동에 대한 이해 역시 종류가 많은데 모든 운동 종류에 대해 공부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기본 항목을 알면 다 적용이 되나요?
기본적인 운동 뿐만이 아니라 모든 운동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요새는 사람들이 점점 더 짜릿하고 흥분되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스포츠를 지향하고 있어요. 또 기술도 기계도 발달하면서 운동방법도 다양해지죠. 어제 뉴스를 보니 바나나 모양 당구대가 나왔다고 하는데 그러면 쓰는 근육이나 부상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러면 스포츠 의사들은 따라가야죠.(웃음) 어떤 새로운 스포츠가 나오는지 알고 있어야 해요. 또한 지역별로 많이 하는 스포츠가 다르기 때문에 역학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해야 해요.
스포츠역학은 예를들면 어디에 부상이 잘 오고, 어떤 근육을 많이 쓰고, 이 운동은 어떤 환자가 하면 안 되고, 어떤 환자가 하면 유리한지 등등에 대한 분야입니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그래서 스포츠 의학이 참 재밌긴 한데, 웃으면서 들어오고 울면서 공부해요. 중간에 많이 고생하죠. 사실 모든 분야가 그렇죠?

 

Q. 스포츠의학에 대한 생생한 소개, 잘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대생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은.
가끔, 의대생 시절 내과 pulmonology 첫 강의를 땡땡이 친 게 굉장히 아쉬워질 때가 있어요. 임상의사로 살다보면 그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학생 때 만큼 습득하기 위해선 2배 혹은 10배의 시간을 재투자해야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때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그 하나의 강의에 관련된 것도 많고 굉장히 아쉬워요. 어떤 길을 가도 자기에게 주어진 순간은 되돌아오지 않으니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박상아 기자/을지
<ann1208@e-mednew.com>

<DDx. 의료계 감별진단 ③>

Differential Diagnosis-감별진단.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해당되는 여러 가지 질병을 비교하여 환자의 상태에 가장 부합되는 질병을 찾아내는 과정.
의대생신문은 2013년 의료계의 이슈들을 보다 공정한 시선으로 전달하기 위해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찬반 의견을 심층 분석하는 연재기획을 마련해 보았다.

의약계, ‘처방전 2매 의무화’ 공방

C.C.(Chief Complain) : 처방전 2매 발행과 조제내역서 제공 의무화

Hx.(Past History) :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가 최근 처방전 2매 발행과 조제내역서 제공 의무화를 지키지 않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처방전 2매 발행은 지난 1999년 의약분업 시행 당시 의료법에 새로이 포함되었으나, 처벌규정이 없어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이를 무시하고 편의상 1매만 발행해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이를 문제 삼아 의무화 조항으로 법률을 개정하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2. 09.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80%가 약국제출용 처방전을 1매만 발행하고 있다. 환자보관용 처방전 발행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처방전2매 의무화를 처음으로 주장함.

2012. 12.  
남윤 의원은 ‘처방전 2매를 발행하지 않은 의사에게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

2013. 05. 08.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와 약사회를 불러 처방전 2매 발행과 조제내역서 제공 의무화에 대한 사전회의를 진행함. 두 단체 모두 직능발전위 상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

2013. 05. 09.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가 처방전 2매 발행과 조제내역서 제공 의무화를 지키지 않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함.

이후 현재  
복지부는 관련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강행 중이나, 의약계 모두 크게 반발하고 있음. 여기에 13일 대한의사협회가 직접 제작한 조제내역서를 발표함과 동시에,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처방전 2매가 아니라 ‘제대로 된’ 조제내역서” 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의료계와 약계의 갈등으로 번짐.


DDx.(Differential Diagnosis) :

의료계

“처방전 2매 발행보다 조제내역서 발행이 시급하며, 굳이 환자 보관용 처방전을 발행해야 한다면 환자가 요구할 경우에만 추가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

실제 환자들은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1매만 발행해도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으며, 2매 발행을 원하지도 않는다. 의사, 환자 모두가 원하지 않는 제도에 행정력과 비용이 들게 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다. 현재도 환자가 원하는 경우 2매의 처방을 발부하고 있다. 따라서 의무화 할 경우 오히려 비용만 늘어날 뿐, 환자의 알권리 충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자 알권리 보장이 근본 목적이라면 처방전이 아니라 조제내역서를 발급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

약국에서 의사 처방대로 조제하지 않고 다른 약으로 바꿔 조제하는 임의대체조제와 불법대체조제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의 처방전을 환자가 보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로 2011년 최영희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95개 약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5개 약국 모두 싼 약으로 바꿔 대체조제하고 비싼 약을 조제한 것처럼 부당하게 청구, 이중 93%인 88개 약국이 행정처분을 받았다. 약국에 실제 공급된 약과 약국에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약이 일치하지 않아 조사를 받고 있는 약국이 전체 80%에 육박한다는 소식도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우리는 의사협회를 통해 자체 제작한 샘플용 조제내역서를 공개했다. 이 조제내역서에는 처방의약품, 조제의약품, 대체조제 이유, 서면복약지도 등의 항목이 들어있다. 또한 약제비 계산서와 영수증에 약품비,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관리료 등의 항목을 담아 환자들에게 세부 약제비를 공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처방전 2매 발행 의무화 시, 환자의 사적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vs

약계

“이미 의료법에 명시된 처방전 2매 발행 원칙도 지키지 않으면서 조제내역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모순”

의협이 먼저 처방전 2매 발행을 허용하면 우리도 조제내역서 발행 의무화를 수용하겠다.  의료계가 비용문제로 처방전 2매 발행을 반대하는 것처럼, 모든 약국에서 조제내역서를 발행하도록 하는 것 역시 장비나 행정비용 등이 필요하므로 이 역시 낭비다.

처방전 2매 발행만 법대로 이행되면 환자 알권리 문제는 자연히 해소된다. 소비자를 위해 조제내역서 제작보다는 처방전 2매 발행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약국에서는 처방약 조제 시 환자에게 상세한 복약지도를 해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다. 약국은 환자나 환자 가족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조제내역서를 다시 발행하고 있으며, 조제내역도 5년간 보관하도록 규정화 돼 있다. 현재 조제내역서와 관련한 문제는 없다.

조제내역서를 약사회가 아닌 의사협회에서 미리 만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며, 이 샘플에는 법적으로 의무화된 사항이 없는 부분(대체조제 이유, 서면복약지도 등)에 대한 명시까지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

환자 관리 부주의로 발생되는 개인정보 노출 위험성은 비단 처방전에 국한 된 것이 아니므로 크게 걱정할 사항이 아니다. 더구나 처방전 내용 상 중요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지도 않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

plastic보다 EBM을 믿으세요!

EBM자료와 전문의 선생님의 의견을 곁들인 피부 건강 지식

 

날씨가 습해지는 초여름. OO의대 본과 2학년 김진영(23세, 가명)양은 피부가 고민이다. 여드름 많은 내 피부도 걱정인데 주변에서 피부에 좋은 음식이나 시술을 물어본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EBM(근거중심의학) 논문과 미국의 유명 병원 홈페이지의 정보로 피부상식을 검증해보자.
    

1. 의대생과 여드름은 관련성이 있다? 논문상의 근거가 약하지만 관련성의 근거가 있다

Punbmed(NCBI)의 “advanced search”에 “Title/abstract”에 키워드 “medical student”와 “acne”가 모두 들어가는 논문을 검색해 보면 7가지 논문이 나온다. 그 중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논문은 2개. 포르투갈에서 의대생 145명의 여드름 유병률을 자가설문으로 측정했을 때 68%의 여자 의대생과 32%의 남자 의대생이 여드름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였고, 이는 이전 연구의 일반 학과 대학생의 유병률에 비해 높았다(Goncalves et al., 2012). 하지만 215명의 호주 멜버른 대학교 의대의 졸업반 학생들의 자신의 여드름에 대한 원인에 대한 오개념들에 대한 조사를 했을 때 67%는 스트레스를 25%는 위생을 41%는 식단을 10%는 담배나 술 등 잘못된 생활습관을 여드름의 원인으로 꼽았다(Green et al., 2001).


2.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가 좋아진다? 건강한 사람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유명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과 피부의 수분 공급과는 관련성이 적은 것이라 한다. 피부의 최상위 층인 표피층에 수분 공급이 되지 않으면 탄력성 감소와 거친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마시는 물이 표피층까지 수분 공급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물 대신 다음 아래의 습관을 추천한다. ▲건조공기 노출을 피할 것 ▲뜨거운 물이나 수돗물의 오랜 접촉을 피할 것 ▲약한 비누나 클린저를 쓸 것 ▲알코올이 포함된 화장품의 사용을 피할 것▲샤워나 목욕 후 바로 수분 공급을 할 것.

 

3. 피부건강에 좋은 음식들
- 등푸른 생선, 베리(berry)류, 녹차, 키위 등

미국의 또 다른 대형 병원인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는 피부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해산물은 오메가-3지방산는 일반적으로 심혈관 질환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역시 피부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오메가-3지방산은 피부에서 수분을 유지하여 피부를 더 부드럽고 주름을 적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오메가-3지방산이 많은 해산물은 저온수에 사는 등푸른 생선이다. 만약에 신선한 물고기를 구하기 힘들다면 아몬드나 월넷 등을 대체로 섭취하면 된다. 베리류 등도 항산화 물질이 많아 세포의 라디칼을 줄여준다. 냉동 베리류도 얼리지 않는 베리류와 영양적 가치는 유사하다고 한다. 녹차에는 항산화 물질인 “epigallocatechin gallate (EGCG)”가 있으며 쥐로 실험한 결과 UV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막아준다고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키위는 비타민 C가 많으며, 미국임상영양학저널에 음식을 통한 고농도의 비타민 C 섭취가 주름을 줄여준다고 알려져 있다(Cosgrove et al., 2007).

 

4. 체계적 문헌 고찰 논문(Systematic reviews)에서 보는 피부와 경구 피임약

코크란데이터베이스 체계적 고찰 논문 사이트에서  “여드름“을 검색하면 가장 최신 논문은 경구 피임약과 여드름의 치료효과에 대한 논문이다. 몇 가지 에스트로젠 함유피임약은 여드름 치료에 FDA승인을 얻었다. 염증 있는 여드름에 의한 염증정도나 염증 없는 여드름을 피임약의 종류별로는 차이 없이 유의미하게 낮추어 준다(Arowojolu et al., 2012). 하지만 FDA 승인을 받은 약물과 승인 받지 않은 약물간의 효과 차이는 증거가 부족하다(Strauss et al., 2007).

 

문선재 수습기자/중앙
<mgstoner@naver.com>

한 지붕 아래 두 가족,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함께 사는법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보라 선생님 미니 인터뷰

 

암 센터 확충, 류마티스 센터 확충 등등-의료계 뉴스 전문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센터 설립, 확충에 관한 기사가 올 4월과 5월 2달 동안에만 총 8건이다. 민간병원들 간의 과열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건강센터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는 가운데, 도시 어딘가에 숨죽이며 자리 잡은 작은 공공의료기관은 위태롭다. 최근 지속적인 적자상태를 견디다 못해 폐업선고를 받은 진주의료원이 후자의 사례다.

같은 의료기술을 가지고도 어느 곳에선 최고의 흑자를, 다른 곳에선 적자를 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는 한국의 의료계의 무게중심은 과연 어디쯤에 놓인 것일까. 각기 시장 원리와 국가의 통제로 운영되는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다른 길을 걷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두 노선의 조화가 전제되어야한다. 현재 의료현장의 쟁점은 ‘부조화’로, 전자는 전후좌우 없이 앞만 보며 달리고 후자는 그저 주저앉아 있는 상황에 있다. 조화를 이루기 위한 두 의료의 지향점을 모색해보기 위해 인도주의 실천 의사 협의회 이보라 선생님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Q. 진주의료원 사태로 인해 그 동안 관심이 없었던 공공의료, 지방의료원의 역할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공공의료기관 자체의 문제도 조명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실제로 공공병원에 가보거나, 일해보거나, 실망했던 사람들로부터 공공의료기관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공공의료기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저는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에서 일한지 1년 되었고 그전에는 비슷한 규모의 민간병원에서 일했었습니다. 동부병원에 와서 놀란 점 중 하나가 응급실이 너무 한가하고 중환자실에 중환자가 없는 점이었죠. 그 전 병원에서는 주변 대학병원에서 밀려 들어오는 응급환자, 중환자들이 엄청 많았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 병원에서는 응급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군요. 응급 내시경도, 응급 혈관 조영술도 안합니다. 밤중에 중환이 응급실을 찾아와도 그들을 돌봐줄 인력이 없구요. 오랫동안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보니 중환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 됐고, 그래서 더욱 응급실에 환자가 안 오게 된거죠. 이런 상황의 책임은 병원 관리를 맡는 행정처의 관료주의와 비협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황을 타개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의사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죠.

 

Q.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병원의 의료서비스의 수준과 치료성과를 높이는 것이 공공의료기관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의사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료에 임하고 병원직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피드백을 주고받는 분위기로 바꿔가야 한다고 봐요. 또한 직접 정부에 지원 요청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수동적으로 사는데에 특히나 익숙해진 의사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요. 그럼에도 노력하는 수밖에요. 

 

Q. 그렇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과열 경쟁을 하고 있는 민간병원들 문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요? 
병리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독일의사 루돌프 비르효 (Rudulph Carl Virchow)는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의사는 천부적으로 가난한 이들의 변호사’라고 말했습니다. 의학은 인간의 생명활동에 관한 학문이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명활동은 언제나 사회적이므로 의학 또한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특히 가난이라는 사회적 조건이 각종 질병이라는 모습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의사는 더욱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의료만은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앞으로 의사가 될 의대생 여러분들이 기억한다면 더 이상의 피로경쟁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체제에 적응하여 편하게 돈을 벌기만 바란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요. 공공의료가 점점 무너지고 대한민국 의료가 시장 논리로 완전히 장악되면 그때서야 깨닫게 되겠지요. ‘국민에게 필요한 의사는 이런 의사가 아니었구나.’라고요.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hanmail.net>

의대생, 우리는 ‘을’이 아닌 ‘갑’이다

 

지난 5월 15일 보건복지부는 본래 2015년 실시 예정이었던 인턴제 폐지와 관련해 의대·의전원협의회(이하 의대협)와 시행시기에 대한 공동 설문조사와 정책 토론회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입법예고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의대생들에 적용되는 법안에 대하여 당사자인 학생들이 직접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른’들이 결정하는 정책 결정에 있어 대부분 갑이 아닌 을의 존재가 되어야만 했던 ‘학생’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학생들의 노력이 정책의 보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크게 시사하고 있다.

 

이미 ‘을’이 되어버렸거나
‘을’을 자초하는 학생들  

 

관료주의와 소통의 부재,
정치계에 의료 전문인 부족으로
학생들 답답함 느껴

 

물론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의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찾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목소리를 낸다 하더라도 복잡한 절차와 관료제에 가로막혀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서남의대 사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월, 재학생들은 개강을 앞두고 교육권 보장을 위한 요구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각 부서에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돌렸다. 재학생 대표는 8개 부서를 전전해야만 했고 결국 부서를 통한 직접 전달이 아닌 민원 접수로 신고가 들어가야만 했다. 신고에 대한 신속하고 명확한 응답 또한 들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사태 해결에 필요한 생산적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할 간담회에서는 기존 주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미 촘촘히 짜여 있는 판에 학생이 낄 수 있는 자리는 매우 좁았고 간담회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대체 우리가 무슨 논의를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라는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뿐만 아니라 지난 5월 4일 인턴제 폐지와 관련한 의대협 총회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학생들이 인턴제 폐지와 그에 따른 현재 PK 실습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으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기존의 설명회 보고서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었고’, 의대생의 실습 체계 등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해 보였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의료와 관련된 여러 정치 부서에 의료계 및 의대생 현실에 대해 잘 아는 전문인의 수가 부족한 것도 학생들과의 소통의 제약점으로 작용했다.

 

학생들의 관심 부족과
의견 수렴 과정에도 책임 있어

 

이번 외부적 한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턴제 폐지안 개정 요구처럼 학생들이 직접 정책 결정에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그와 같은 결과를 얻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원일 현 의대협 회장은 정부와의 문제보다도 의대생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어려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설문 조사를 실시하기 전 충분한 사전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학교 학생회장을 통해 설명을 할 것을 공지했으나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점이 있다. 이전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각에서 나오는 의대협의 대표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일부 동의하였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으로 인턴제 폐지 등과 같은 사안에서 의대생의 의견을 모으고 정부와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창구는 의대협이 유일함을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공부에 치이는 의대생들 모두가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란 어렵다”라고 언급하며 “의대협 집행부의 역할은 그와 같은 사안들에 대해 학생들이 관심을 갖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고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힘쓰는 것”임을 밝히며 의대협에 대한 신뢰와 관심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갑’이 되고 싶은 학생들,
우리가 ‘갑’이 될 순 없을까?

 

입법 과정에 의견을 투입하고 정책 피드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비단 정치인들만의 일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정치참여 방법인 선거로부터 정당의 청년비례대표까지 조금만 둘러보면 학생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도 투표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공약을 가진 후보의 당선을 돕는 참모로서 대선 캠프에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고, 각 각 당의 대학생 정책 자문단, 대학생 위원회의 위원이 되어 선거 유세원으로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 정당 내 대학생위원회 :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은 대부분 대학생위원회를 가지고 있다. 대학생위원회는 대학생 권리 증진을 위해 존재한다. 정당 내에 있는 모임이지만 당내 기구로서 자치적인 활동을 보장 받는다. 그리고 대학생, 청년을 위한 정책 연구를 하고 실제로 정당에 제안하기도 한다. 대학생정책자문단에서 발표한 정책 중 다수가 실제 입법이 이루어지거나 중요 참고 사항으로 쓰였다. 카드 수수료 인하, 마이스터 고교 설립 정책, 파생 금융 개정 정책, 대학생 부재자 투표 개선 방안이 이루어 졌다. 실제로 2010년 6월 지방 산거에서 대학생 부재자 선거 개선 방안이 수렴돼, 대학교에 부재자 선거 투표소가 설치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대표적인 대학생위원회로는


새누리당의 ‘블루엔진’
(cafe.naver.com/blueengine),
‘청년 정치 아카데미’
(cafe.naver.com/saenuriuniv),
민주당의 ‘가온’
(club.cyworld.com/gaoncouncil),
‘대학생 정책 자문단’
(club.cyworld.com/openup)
등이 있다. 

 

◇ 국회의원 인턴 : 대학생이 국회 인턴이 되기는 쉽다. 대학생은 ‘인턴보좌관’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실의 무급인턴을 할 수 있으며 인턴을 뽑는 것은 의원인 고유의 권한이다. 의대생의 경우 국회의원실로 선택실습이 가능하며 해당 의원실 측에 동기를 적어 보내 의결과정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 (92호 성역(聖域)없는 선택실습, 어디까지 가봤니? 참조)

 

◇ 국회 의정 모니터 활동 : 국회 의정 모니터는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주최하는 국정 감사 활동이다. 국회의 전반적인 일 중 특히 국회 상임위원회를 꾸준히 모니터하면서 상임위의 활동 자료를 분석·종합하여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활동 내용이다. 신청은 법률연맹 홈페이지(www.goodlaw.org) ‘봉사활동 신청’ 코너에서 받고 있다.

 

◇ 사회운동, 시민단체 활동 : 1인 시위나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사회 운동의 방법이다. 사회운동의 범위는 넓고, 시민단체 활동의 종류는 많다. 따라서 본인이 바꾸고 싶은 부분에 맞는 시민단체를 찾아 자신의 힘을 보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 확대, 반값등록금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대학생들이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주장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치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정책 결정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박형수 수습기자/아주
<peter10cjsw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