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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의무를 법적 의무로, ‘설명의무강화법’ 시행


과거 병원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일방향적인 의술이 주로 이루어 졌다. 그러나 오늘날의 의료 환경을 보면 의술이라는 말 보다는 의료 서비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누구나 의학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요즘, 환자는 여러 병원 중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한 뒤 자신이 지불한만큼의 의료 서비스를 기대한다. 또한 의사 역시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환자에게 귀기울이고 환자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환자의 권리가 향상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의사의 여러 가지 의무가 강조된다. 그 중 최근 강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설명의 의무이다. 이는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에게 상세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의무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의료행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설명의무강화법’의 등장


오는 6월 21일부터 의사의 설명 의무를 강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발의된 일명 ‘설명의무강화법은 의사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을 시행하기 전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후유증, 부작용 등의 내용을 서면으로 동의 받도록 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의료진은 의료행위 시 환자에게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과 수술 처치의 필요성, 방법과 내용을 설명해야 하며 변경시에도 해당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 공지하도록 했다. 다만, 그 절차로 인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를 두었다. 그 내용이 보다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하위 내용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법과 의료 현실 사이에 놓인 ‘설명의무강화법’


일부 의료계에서는 법안과 의료 현실 사이의 괴리로 인해 야기될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먼저 법 규정만으로 진료현장 상호아에 대처할 수 없으며 기존에도 설명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던 의사들이 강화된 법적 제재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설명 과정에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되어 치료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의미 이상으로,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과 절차를 과도하게 제재할 경우 신뢰를 쌓기 보다는 의료 소송 남발의 여지만 만들어 낸다는 입장이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상업적인 수술을 위주로 하는 분과를 기피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개정법의 최초안은 모든 수술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심의과정에서 검사, 진찰, 프로포폴 수면마취, 투약, 시술 등 대부분의 의료행위가 제외되었다. 그에 따라 비보험진료를 주로 하는 미용성형시술 의료인은 보호받게 되고 오히려 중증 환자의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외과 의사들만 법의 감시 아래에 놓이기 된다는 의견이다.

아무리 의료 관련 정보의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환자들은 의사의 말 한마디에 희망을 가지기도 하고 낙담을 하기도 한다. 특히 수술 등을 앞둔 중증 환자일수록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 그렇다면 과연 의사들은 환자에게 어느 정도까지의 정보를 알려주어야 하는 것일까? 단순히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하여 극미한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까지 일일이 나열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설명의무강화법의 목적은 결코 의료인 단죄는 아닐 것이다. 의료 사고를 줄이고 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마련되었을 법안이다. 어떻게 하면 그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을지 법안이 시행되기 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임경예 기자/가천

<kyoungye888@gmail.com>

‘의료전달체계’, 조기대선 의료정책의 핵심이 될 것


대통령 탄핵에 따른 장미대선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대통령 선거에 대비한 보건의료 정책 과제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그중 7년 만에 다시 재조명 받고있는 ‘의료전달체계’공약이 세부적 합의 도출을 이뤄낼지, 과거와 같은 상징적 문구로 대체될지 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년전에도 동일 공약 발표…

아직도 환자 쏠림·의료기관 무한경쟁 여전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복지부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3월 진수희장관은 의료기관 기능 활성화를 위해 세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첫번째로 ‘업종별 권장 질환군’을 제시하였으나 의료기관과 학회간의 마찰로 인해 사실상 사문화되었고, 같은 해 11월 고혈압, 당뇨, 천식 등 52개 경증질환의 대형병원 외래환자 약제비 인상을 시행하였지만 환자들의 대형병원 선호로 이 방안도 사문화되었다. 마지막 고혈압과 당뇨 환자 집중관리를 위한 선택의원제는 신규 개원의 진입장벽, 총액계약제 사전작업 등 의료계의 반발로 실패했다.


2017년 다시 재정립된 ‘의료전달체계’

‘의원은 외래’, ‘병원은 입원’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선 공약의 대원칙 중 하나로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의료 양극화 해소로 설정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물론 병원 종별 간, 지역 간 의료기관 양극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현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정리하고 있는 ‘민주연구원’ 원장인 김용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19대 국회의원, 보건복지위원회)은 ‘일차의료 활성화’는 병의 조기진단 및 전체 의료비 급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 주장한다. 김용익 원장은 일차의료 활성화의 해결책을 단순히 수가를 높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많아지는 것을 핵심으로 하여 근본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였다. 

특히 흉부외과와 신경외과등 고도화된 환자 케어 시스템, 첨단 진단기기등이 필요한 개원이 어려운 진료과는 수급조절을 통해 봉직의를 유도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의료전달체계’ 협의체, 각론 이견

어떤 결론이든 이득과 손실 존재할 것 


하지만 현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안에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중소병원은 외래와 입원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사실상 중소병원 생존과 직결되는 규제라는 인식이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지속 6월중 개편안 발표예정


보건복지부는 실제로 10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예정대로 가동하고, 오는 6월 중으로 의료기관 종별 재정립을 골자로 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핵심 논의 과제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기관 종별로 외래와 입원 진료가 혼재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며, 수가 조정과 관련 제도 개편을 통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2주마다 개선 협의체 회의를 진행하고, 5월에 최종적으로 논의사항에 대한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6월 중으로 최종 권고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동네의원과 대학병원이 무한경쟁 상태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원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7년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원급과 병원급 이해상충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과 조기대선에 따른 발빠르고 구체적인 합의도출이 필요하다. 


황현화 기자/서남

<sally919919@naver.com>



건강보험 재정 축내는 실손의료보험

- 건강관리 수준 향상과 더불어 의료비 지출 증가 우려도


주변에서 흔히 가입하는 실손의료보험은 전국민의 60% 이상이 가입하여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인식될 정도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을 보강하고 비급여를 보장하는 보충적인 형태로 도입되었으나, 짧은 시간에 급속히 확대되어 2015년 말에는 가입자 수가 건강보험 실가입자 수보다 많아졌다. 이에 따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규모가 굉장히 거대해졌다. 이와 관련하여 의료비가 4.1배 증가하는 동안 실손의료보험은 무려 15배 이상 증가하였다는 통계자료가 있을 정도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손의료보험이 오히려 의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건강보험의 기능 위축과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실손의료보험으로 인한 의료이용 증가 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증가하고,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와 미가입자 모두에게 건강보험료가 추가 부담되어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더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재정 지출 증가, 통계로 입증


위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제8회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이 실질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통계적 결과가 도출되었다.

기존에도 실손의료보험이 의료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하나, 비급여 항목을 비롯하여 처방약값, 교통비 및 입원간병비를 포함한 총 의료비 변화에 대한 결과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손보험 가입자 총의료비 64만원 증가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비급여 진료비 지출은 약 26만원, 건보부담금 지출이 약 31만원 증가하였고, 총의료비 지출은 약 64만원 더 늘어났다. 또한 법정본인부담금도 증가하였다. 반면 정액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비급여 진료비 지출이 증가하나, 건보부담금과 법정본인부담금 및 총의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와 정액보험 가입자를 비교했을 때에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비급여 진료비 및 건보부담금, 법정본인부담금, 총의료비 지출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로 의료비 지출 수준이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여부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상관관계가 존재함이 파악되었다. 실손의료보험을 통한 의료비 보장은 의료서비스의 이용 증가를 가져와 건강관리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으며, 의료비 지출의 심화를 유발하고 결국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재정 건전성 위해 건강보험 개선 필요


의료서비스 이용자와 국가 측면에서 실손의료보험의 부작용을 드려다보자. 일단 의료서비스 이용자는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다양한 비급여 진료를 받기 위해 실손의료보험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실손의료보험으로 인해 의료공급자는 과잉진료를 할 수 있고, 건강보험의 재정이 과다 지출되는 것이다. 결국 증가된 재정지출은 국민에게 민간의료보험과 건강보험의 이중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노인의료비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위기가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하기 위하여 건강보험 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를 통하여 건강보험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해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혁 기자/가천

<hoiayp@naver.com>




※ 이 기사는 제8회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김관옥·신영전)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가상현실, 의료계를 이끌다

115호/의료사회 2017. 6. 11. 23:58 Posted by mednews



가상현실, 의료계를 이끌다

-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의료 현장, PTSD치료, 의료교육에서 폭넓게 쓰여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현실 세계를 모방한 가상의 3차원 디지털 환경이고,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은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물체나 정보를 합성하여 실제 환경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분야 외에 의료계 역시 AR, VR을 활용한 기기 및 콘텐츠 개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 정신치료


1)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PTSD) 

높은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는 ‘VR’와 지속적 노출 치료법’exposure therapy’을 결합한 ‘가상현실 노출 치료법(Virtual exposure therapy)’이 새로운 PTSD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알버트 스킵 리조 교수 팀이 제작한 ‘브레이브마인드(Bravemind)’는 주로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들의 PTSD 치료에 쓰이고 있다. 전쟁을 경험한 군인 중 일부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심리적 외상을 겪으며, 극심한 PTSD 증상에 시달린다. PTSD는 전쟁, 성범죄, 재난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겪은 후 나타나는 불안 증상으로 치료는 약물 요법이 아닌, 인지 행동 치료의 일종으로 안전한 상황에서 환자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상황과 기억에 오히려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스트레스와 회피 행동을 감소시키는 치료 방식이다. 전통적인 지속 노출 치료에서는 머리 속으로 그 기억을 상상하여 생생하게 떠올려보라는 요구를 받게 되지만 환자들이 그동안 회피하려고 했던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효과적으로 상상하지 못한다. VR이 지속 노출 치료를 위해서 효과적인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환자에게 스스로 해당 기억을 떠올려볼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아예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2) ‘키넥트’로 뇌졸중 환자치료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14년부터 미국 IT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개발한 3D(3차원) 동작인식카메라 ‘키넥트’를 뇌졸중 환자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뇌졸중으로 신체 일부를 잘 움직일 수 없게 된 환자들은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근육 재활치료를 받는다. 모니터 위에 달린 동작인식카메라가 환자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에 나타내기 때문에 치료가 아닌 게임을 한다는 생각으로 재활치료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


3) 시뮬레이터 교육

로봇수술, 복강경, 흉강경, 내시경, 심뇌혈관 조영술 등 다양한 술기를 배우지만 기존 대부분은 동물수술을 통해 술기를 익히고 카데바로 실습을 하였다. 최근에는 인체 내장기관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고 이를 의료기기를 통해 실제 수술하는 것처럼 훈련하는 시뮬레이터 교육이 많아지고 있다. 


4) 환자 & 의료진 교육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15년부터 ‘가상현실 교육시스템(Virtual Reality Education System)’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신규 의료진과 의과대학생 교육 등에 활용하고 있다. 예를들어 외과 강성범 교수가 집도한 고난이도 대장암 수술이 가상현실 교육콘텐츠로 제작됐고 직접 수술에 참여하는 외과·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간호사, 의과대학생 교육에도 시범 적용되고 있다. 

현재 VR은 정신치료 및  의료교육용으로 응용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별도의 VR용 헤드셋을 사용해야 하고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술에서의 실용성은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다면 VR은 의료 분야에서 VR은 가상체험을 통한 교육용으로 사용되는 것에 머물 것이다. 이 한계점을 보완한 것이 가상현실을 현실세계에 접목한 기술인 AR기법으로 예를들면 수술 중 실제 위에 2D,3D가 겹쳐 나와 비교가능하며 수술 할 수 있는 것이다. 


(2) 증강현실(AR) 기술- ‘captivew’ : ‘AR의 수술치료적 효과’ 


미국 뉴욕의 Mt. Sinai 병원의 ‘Joshua Bederson’ 박사는 Leica와 Brainlab와 함께 개발한 수술 증강현실 (AR) 시스템인 ‘CaptiView AR system’을 통해 세계최초로 뇌 동맥류 수술을 마쳤다. 이는 카메라와 현미경으로 유명한 Leica의 광학기술과 소프트웨어가 결합하여 신기술을 의료에 적용한 좋은 예이다. 현미경을 통해 보는 현재 뇌 화면 위에 수술전에 촬영된 뇌 2D/3D 영상이 겹쳐 나타나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수술할 수 있으며, 수술관련 의료 정보도 실시간 화면에 불러올 수 있으며, 집도의가 어느 곳을 보는지  파악하여 자동으로 초첨을 맞추어 주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AR/VR은 정신치료 및 의학교육, 수술적치료를 빠르고 편리하게 취득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보의 홍수나 무분별한 광고에 의해 개인정보노출의 위험이 생긴다. 또한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하에 의료계, 공학계, 콘텐츠업계가 협업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AR/VR 이 의료발전에 더욱 더 많은 기여를 할수록 더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신중한 사용이 필요할 것이다. 


황현화 기자/서남

<sally919919@naver.com>

4월부터 의무화 되는 의사 명찰 착용


2013년 4월부터 추진된 ‘명찰법’...

3월 한달 유예기간 이후, 4월부터 본격 시행


올 3월부터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가 전면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명찰에 들어갈 내용에 대한 혼선으로 보건복지부는 의무화 시행을 한 달 간 유예하기로 했다.

4월부터 시행하게 될 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 조치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기관의 장이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과 의대생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의료기사가 근무복장에 이름과 면허종류 명칭이 들어간 명찰을 달도록 지도,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격리병실과 무균치료실 등 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병원 감염 우려가 있는 시설이나 장소는 명찰을 달지 않을 수 있다. 의료인이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지도감독을 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장에게 시정명령이 이뤄지고, 그 후 개선되지 않으면 위반 횟수에 따라 30만원, 45만원, 70만원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시행되지 않은 의료인에 대한 명찰패용 의무화가 한국에서 법안으로 구체적으로 발의된 것은 13년 4월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경림 전 의원이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종사자의 위생복 착용과 명찰 패용을 의무화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이다. 

법안이 추진된 계기는 지난 수년동안 의료현장에서 의료기기 판매업자나 간호조무사가 불법 수술하는 등 무면허 의료인의 의료행위 사건이 일어나고 가명 진료, 대리 처방 등의 문제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자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명목으로 명찰패용 의무화가 입법추진되었다. 

의료인 명찰패용을 의무화를 찬성하는 측은 명찰패용을 통해 의료인의 신분을 명확하게 드러내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의료인에게 보다 더 강한 책임감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약사와 한약사의 경우 이미 약사법 시행규칙 제 10조 약국관리상의 준수사항에 따라 위생복 착용과 명찰 패용이 이미 의무화 되어 있는데 이들의 의무화 배경 역시도 무면허 약사와 한약사의 의약품 판매를 방지하여 환자 안전과 보건의료인의 책임성 제고가 목적이었다. 따라서 환자의 건강권 보호 및 약사와 한약사에게만 적용된 위생복 착용 및 명찰 패용 의무의 법적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도 의료인의 명찰 패용 의무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의사들은 수술실 CCTV설치, 설명의무강화 등 의사의 행동을 규제하고 의무화하는 법안들이 연이어 나오는 상황에서 명찰 착용 의무화 역시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역시 규제 강화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명찰패용 의무화를 ‘의료인 등이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아줄 것을 요청하며 활동 중인 의사들을 향한 규제가 아닌 무면허자 의료행위 방지나 비의료 의사 명찰 착용금지가 더 합리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자유와 자존, 명예와 전문가의 권위를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통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비판했고 현재 병원에서 면허증과 자격증의 비치로 환자들에게 의료인들의 자격유무를 충분히 고지하고 있으므로 명찰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명찰 패용의무화는 정부와 의료계간 대립 속에서 시행을 코압에 두고 명찰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 라인이 나오지 않아서 일선 현장에서는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 명찰법에 관한 하위법령이 아직 박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업계에서는 비공식적인 가이드라인까지 등장 했다. 

‘보건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 전면실시를 앞두고 해당 법령에 적용되는 의사 의외 다른 직역단체들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한의협과 간호협, 간무사협회 및 약사협회는 보건의료인의 명찰 패용 의무화를 통해 환자들의 혼란을 막고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법령 시행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치협은 명찰 패용에 따른 치과의료기관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과 우려상황 등을 전달하고 제도 시행을 최대한 유보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 개원가에서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간의 업무범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현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명찰 패용 의무화로 환자들의 오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민 기자/가천

<franky777min@gmail.com>



인공지능 의사 ‘Dr. Watson’의 A to Z


2012년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는 “미래에는 의사의 80%가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날이라면 코웃음을 치고 넘겼을 발언이지만, 이제 점점 이러한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 구글의 알파고(Alphago)가 엄청난 주목을 받은 이후, ‘닥터 알파고’에 해당하는 IBM의 왓슨(Watson)이 미래에 의사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년 가천대학교 길병원에 이어 올해 부산대병원에서 왓슨을 도입하며, 더 이상 왓슨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왓슨,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왓슨이 처음부터 ‘닥터 왓슨’으로서 데뷔했던 것은 아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통해 유명해졌듯이 왓슨은 2011년 <Jeopardy!>라는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을 압도적으로 이기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퀴즈 문제는 컴퓨터 언어가 아닌 사람이 사용하는 ‘자연어’로 출제되었기 때문에, ‘사람처럼 이해’하고, ‘사람처럼 사고’하는 능력을 보여준 인공지능 왓슨의 승리는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이후 IBM 왓슨은 암 진단 및 치료법 제시에 도전하겠다고 밝혔고, 방대한 의료 지식을 학습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 IBM은 왓슨이 60만 건의 의학적 근거, 42개의 의학저널과 임상시험 데이터로부터 2백만 쪽 분량의 자료를 학습했다고 발표했다. 왓슨은 세계 최대 사립 암병원인 뉴욕 MSKCC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수련도 받았으며 의사들은 왓슨을 가르치는 데 수천, 수만 시간을 투자했다. 그렇게 방대한 의료 빅데이터를 학습한 왓슨이 미국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다가 최근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불안한 의사들


이러한 인공지능의 의료에의 도입을 보는 시각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섞인 반감을 가진 시각이 많다. MD 앤더슨 암센터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왓슨이 부정확한 치료법을 내어놓은 경우는 2.9%에 지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매일 새로 발표되는 수 백 개의 논문을 읽고 ‘이해하는’ 왓슨의 성능이 점차 개선되면 곧 인간 의사를 훨씬 뛰어넘지 않겠냐는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과거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기계가 인간의 신체한계를 넘어서며 신체를 사용하며 일하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대량으로 잃었듯이, 이제 인간의 두뇌한계를 넘어선 인공지능이 ‘화이트칼라’ 지식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길병원이 지금까지 왓슨을 이용하여 진료한 백여 명의 환자 중 의사와 왓슨의 판단이 다른 경우가 4건 존재했는데, 놀랍게도 이 네 번의 사례에서 환자들은 모두 왓슨의 판단을 따랐다고 한다.

사실 의사가 하는 역할의 상당 부분은 대체될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이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암묵지나 직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데이터나 근거에 기반하여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내리는 진단, 판독 등의 의사결정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공지능이 제시한 치료법 중에 무엇을 선택할 지는 인간의 몫으로 남을 테니,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고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역할까지 인간이 뺏기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점점 의사의 역할을 인공지능에게 내주게 된다면 나중에 의사가 하는 일에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커져 가고 있다. 'Swedish Cancer Institute’의 잭 웨스트(Jack West)와 같은 전문가들은 ‘결국에는 왓슨의 권고안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때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다


지금까지 언급한 시선들은 인공지능을 잠재적으로 ‘의사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의사와 인공지능은 바람직한 협력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 의료영상 스타트업 뷰노코리아(VUNO)의 이예하 대표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언제까지나 진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사를 도와주는 보조수단으로서 존재할 것입니다”라고 하며, “청진기, 엑스레이로만 진단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CT, MRI 등의 진단법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MRI가 생겼다고 의사가 대체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환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고 진단이 정확해졌죠. 인공지능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또 다른 새롭고 정확한 진단방법이 등장한 것일 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의사의 진단을 도우며 그 혜택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왓슨을 인간을 대체할 존재로 보거나 경쟁 구도 양상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서울의대 의학과 김주한 교수는 “물론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겠지만, 의료 서비스에서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의료 분야만큼은 인공지능을 사람의 경쟁상대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IBM 왓슨의 CTO, 롭 하이(Rob High) 조차 “왓슨의 목적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강화하는 것이지 결코 의사결정과정에서 인간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왓슨은 어떤 측면에서 의사와 바람직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용될 수 있을까? 한 가지 측면은 왓슨의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 의사의 진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인간 의사도 방대한 양의 의료 정보, 쏟아져 나오는 최신 연구 결과들을 모두 소화하고, 진료에 응용하기는 힘들다.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는 데이터가 사이버공간에 범람하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일반 컴퓨터 2880대에 해당하는 성능을 가진 왓슨을 활용하는 것은 매일 발표되는 최신 연구 결과와 임상데이터를 의료 현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왓슨은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을 구현을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IBM 소속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마티 콘(Marty Kohn)은 소수의 정보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는 ‘닻내림 효과’가 진료실에서 항상 발생하며 의사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왓슨은 방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단 하나의 답만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답을 도출해 주기 때문에 이런 실수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 외에 왓슨이 하루에 수십명을 진료해야 하는 종양내과 의사들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줄여 의료의 질 개선에 기여하리라고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만의 ‘왓슨’이 필요하다


왓슨의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와 별도로, ‘인공지능 의사 = 왓슨’의 수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떠오른다. 인공지능 기술을 의학에 적용하는 사례가 IBM말고 국내에서는 없는 것일까. 최근 산업통상부에 의해 서울아산병원은 ‘폐, 간, 심장질환 영상판독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 원천기술개발’ 책임기관으로 선정되어 ‘인공지능 의료영상 사업단’을 발족했다. 사업단의 단장 서준범 교수는 “의료에도 주권(主權)이 있다. 외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국내에도 도입해 잘 활용하면 안되냐는 발상은 성급하고 위험하다”라고 하며, 국내에서도 독자적으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플랫폼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가 곧 힘이 되는 미래시대에 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국가 간의 경쟁이 심해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국내 환자들의 의료데이터를 지키고 미래 의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 학계, 연구 분야가 협력하여 제 2의 ‘닥터 왓슨’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뇨기과 의사 신태영 교수는 인공지능 왓슨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며 “나는 더 이상 국내 병원에서 왓슨 도입 기사를 보고 싶지 않다. 늦었더라도 국내 기업에서 왓슨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완성했다는 기사가 훨씬 기다려진다.”라고 남겼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암 분야의 왓슨 말고도 의학의 여러 다른 분야로 인공지능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 의대생들이 미래에 의사가 되었을 때 인공지능과 어떤 방식으로든 큰 영향을 주고받을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윗세대는 인공지능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은퇴해버리고 우리 아래 세대는 달라진 인공지능 의료 시대의 교육을 제대로 받게 된다면, 우리는 그 사이에 낀 불운한 ‘과거의 교육을 받고 미래를 살아가는’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의료인으로서 당당히 의료계를 이끌고 미래를 개척해나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인공지능은 의학의 모든 영역의 어제 나온 논문까지 모두 검색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 의사를 뛰어넘는 분석능력을 가지게 되더라도, 인공지능이 활용하는 재료가 되는 새로운 의학지식을 연구 및 생산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몫이다. 연세의대 전우택 교수는 “미래 의사는 완전히 두 종류의 직종으로 나뉠 것임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대로 환자에게 진료를 제공하는 의사 집단과 그 인공지능에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입력시키는 의사 집단”이라고 예측했다. 제대로 된 좋은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 능력과 더불어, 인간 대 인간으로 환자를 대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하다. 미래의료학자 최윤섭 박사는 “연구에 따르면 종양내과 의사는 평생 2만 명의 환자에게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한다고 한다. 하지만 의대에서는 환자에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전해야 할지는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기계 의사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 의사에게 인간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적었다. 질병과 죽음을 마주하고 나약해질 수 있는 환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왓슨을 대표로 하는 인공지능 때문에 의사의 역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지금과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여기에서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남을 인간의 고유한 역할, 그리고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인해 새롭게 생겨날 역할이 무엇일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의해 달라지는 이러한 미래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미래인 의료인인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선도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기계와 함께 달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김경훈 기자/울산

<gutdoktor@naver.com>






2018년도 의사국가고시 ‘1일 단축’ 시행여부, 아직은 ‘미정’


결정된 사항 없다, 한 발 물러선 국시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서 현재로써는 국가고시 1일 단축과 관련하여 정해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국시원은 17년도 국가고시 단축 시행이 무산된 이후 18년도 제 82회 의사국가필기시험부터 시행하는 안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이하 의대협)에서 본과 1,2,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고시 일정 변경관련 설문조사결과를 전달한 이후, 18년도 시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시험일을 1일로 단축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은 국가고시의 시험문제 수가 400개에서 360개로 축소되고,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에 걸쳐 진행하던 시험을 금요일과 토요일로 변경하면서부터다. 그러나 토요일에 모임을 갖는 일부 종교인들의 민원이 발생한데다가, 감독에 필요한 시도공무원들의 업무공백 문제가 크다는 이유로 요일변경이 무산되자 1일 시행안을 대체방안으로 내놓고 확정지었던 것이다. 임종규 사무총장은 “시험문제 수가 줄어 시간도 감소됐고, 이전부터 시험일정에 대한 개선 요구가 있었다. 출제위원장이 ‘어차피 2018년부터 1일 시험을 시행하려 했으니 한 해 앞당겨 2017년부터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시날짜를 확정 공고한 후 2주 만에 ‘1일 단축시행’으로 변경한데에다 시험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던 탓에 의대협이 크게 반발하였고 이에 국시원은 2018년도부터 시행하겠다며 급속하게 철회하였다.

국시원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2016년 10월 전국 의대생 본과 1-3학년 대상 의대협이 시행한 국시 날짜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1일 시행안을 반대하는 의견이 대략 80% (총 2212명, 반대78.8%, 찬성 21.2%)를 차지하였다. 이는 17년 국가고시 응시대상인 본과 4학년 대상으로 진행했던 찬반 설문조사(총 1752명, 반대 63%, 찬성 35.8%)보다 대략 16%나 높은 수치였다. 1일 단축안이 이러한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시원이 언급한 ‘1일 시험’의 장점, 설득력이 떨어져



국시원 측은 1일 시험체제로 변경함으로써, 응시료 인하와 응시생 편의 증진 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임 사무총장은“일부 대학 응시생들은 시험 지역으로 이동해 이틀 간 숙박하며 시험을 응시하는 상황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호소하며 지속적으로 ‘1일 시험’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출제위원과 감독관 확보에 대한 어려움도 있어 기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요 비용 절감에 따라 1만5,000원 정도 응시료 인하가 가능해 응시자들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의대협의 설문조사결과, 시험 응시를 위해 장거리 이동 및 숙박하는 6개교(강원대, 경상대, 단국대, 연세원주, 제주대, 한림대) 학생들 전체 응답자 277명 중 219명인 79%이 1일시험 체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거리 이동이 필요 없는 35개 대학 학생들의 반대지수 78.8%와 유사한 수치로, 장거리 이동과 국시일 단축은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국시원이 제시한 ‘시험 지역으로의 이동으로 인한 경제적·심리적 부담경감효과’ 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81회 의사국가고시 기준으로 실기시험 62만원, 필기시험 28만 7천원으로 전체 시험을 치르는 데 드는 비용이 총 90만 7천원임을 감안했을 때 ‘1만 5천원 가량 인하되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는 주장은 새로운 시험체계 도입을 위한 구색 맞추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장점이 설득력이 없어 기각된다면, 수험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일까? 조사문항에 찬성과 반대 이유를 각각 4가지씩 제시하고 2개 항목을 중복 선택하도록 한 결과 ‘체력적, 심리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이유가 가장 높은 86.5%(1507명)로 나타났으며, ‘갑작스러운 변화로 혼란스럽다(47.6%, 830명)’, ‘응시 수수료 인하 금액이 미미하다(45.7%, 797명)’, ‘숙박 및 교통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18.1%, 316명), ’기타(2.1%, 36명)‘로 집계되었다. 


응시료 임원 성과급 지출 논란·학생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불통행정


국시원의 의대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방식의 태도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박단 전 의대협 회장은 “국시원은 목요일과 금요일에 시행되던 국시를 금요일, 토요일로 변경·공고하면서 학생들과 한마디 논의도 없었다. 그 마저도 시험 일정을 공고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변경안을 내놓았다. 왜 2017년도부터 ‘1일 시험’을 추진했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작 시험을 치러야하는 학생들과는 충분한 소통이 없었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는 결론이다. 이후 국시원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의사윤리문제, 응시료, 시험일 축소 등의 현안을 지적 받았다. 가장 큰 화두는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지적한 ‘시험기간 단축 실시 계획에서 의대생 의견 수렴 최소화’와 김상희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제기한 ‘응시료 수입으로 임원 성과급 지출’ 논란이었다.

의사시험위원회의 ‘의사고시 일정 변경 추진 일정’에 따르면 16년 10월 중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의견수렴을 거친 후 보건복지부 보고 및 시행방안을 확정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이에 국시원은 ‘시험일 단축’ 추진에 있어 당초 9월에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9월 말이 될 때까지 의견 수렴은커녕 그 어디에도 해당 안건이 공개되지 않았고 그 점을 지적받자 국시원은 재빠르게 의견 수렴 일정을 10월로 변경했다. 그러나 정작 의대협은 의견수렴과 관련된 그 어떤 내용도 누구에게 전달 받은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소통문제도 심각한 사항이었지만, 김상희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제기한 ‘임원 성과급 지급’ 건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학생 의견 수렴과 경청은 둘째 치고 내부적으로 성과급 지급부터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으로 판명이 나자 국시원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바닥나버렸던 것이다. 박단 전 의대협 회장은 “국시원은 최근 통화에서 2017년 의사필기와 간호사 국시 응시료를 5%씩 인하하는데 약 5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해 다른 사업비를 줄여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언급했지만 며칠 뒤 국감에서 응시료 수입으로 성과급을 계속 지출하고 있던 것이 밝혀졌다.” 고 말했다.


납득할 수 없는 시험일자 변경 공고 시점


시험을 봐야 하는 당사자들인 의대학생들에게 시험 관련 변경건을 공고한 시점이 터무니없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윤 의원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미 내부 차원에서는 시험기간 단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가동 중이었다고 한다. 국시원은 2016년 9월 19일 의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의사시험위원회를 개최해 2018년부터 의사 국가고시를 하루로 단축하는 것을 미리 합의했고, 향후 의과대학과 의과대학생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공고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본과 4학년 간담회를 추진하면서 시험일을 하루 단축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불거졌다. 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제도를 바꾸려 한 것이다. 수험생들은 혼란은 가중되었고, 결국 반대에 부딪쳐 추진하지 못했다. 

윤 의원은 “국시원이 또 다시 의견 수렴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시험일을 2018년부터 하루로 단축시행 하고자 한다.”면서 “21년 만에 바뀌는 의사고시 일정을 단 11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를 제외하고 어떠한 공개과정도 의견수렴 과정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이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국시원은 의견수렴 추진일정을 예정된 일정의 한달 뒤로만 바꿔 다시 보내왔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시험일 축소에 대해 의견이 다양한 상황에서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계획을 세우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마치 모든 계획을 2018년에 시행을 시키기 위해 끼워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대생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공고 시점은 언제인가?



시험 제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문제가 줄어든다면 시험 일수가 2일체제가 1일체제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 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제도가 바뀌는 것은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에 있는 학생들에게 불공정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의대생들은 국시 제도 변경공지의 적절한 시기를 언제라고 생각할까? 설문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의사 국가시험 변경이 있을 시 최소 4년 전에서 2년 전 공지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설문대상자 2212명 중 880명(39.7%)이 국시 제도 변경 공지가 적어도 본과 진입시기인 4년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고 2년 전(24.3%), 1년 전(17.4%), 3년 전(8.2%), 6년 전 입학 당시(7.1%)가 뒤를 이었다. (그래프 참고). 시험 제도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다수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며, 교육 체계가 변화하는 본과 과정 진입 시기 혹은 실습 과정 진입 시기에 미리 공지받기를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는 의대협 측에서 공식적으로 국시원과 보건복지부에 의대생들의 설문응답결과를 전달했으며,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전 학교를 대상으로 별도의 추가 설문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2018년 1일 단축시행건에 대해 국시원은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못 박았으나, 향후에도 의대생-의대협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와 의견반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신윤경 기자/조선

<psyche12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