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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 호들갑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호들갑2 _의전원 새식구 되기>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설레는 2월 나기
의학공부의 출발점에 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09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생을 새로이 맞이하는 학교들이 유난히 많다. 2003년을 시작으로 의전원제도가 도입된 지 어언 6년 만에 올해 처음 학제를 시행하는 학교는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총 15곳이나 된다. 이 중 13곳이 의전원과 의학부 병행체제를 택했고 완전전환을 결정한 학교가 2곳이다. 올해부터 이들은 학부생과 함께, 같은 건물에서 같은 교수님들의 수업을 듣게 될 것이다. 설렘과 걱정, 기대와 흥분으로 물든 오리엔테이션 현장을 찾아가보자.

다가온 ‘새로운 시작’

올 3월 의전원 입학을 앞둔 K군은 요즘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할 준비로 하루하루가 설렌다. 합격자 발표가 난 지난해 12월 이후 온라인 상으로 같은 학교 합격자들이 모이기 시작해 지금까지 2~3번 정모를 가졌고 최근엔 시간되는 사람들끼리 엠티도 다녀왔다. 다같이 밥 먹고 술도 마시는 친목모임일 뿐이지만 다양한 나이대의 동기생들을 미리 만나보고, 학교에서 마련한 간담회와 오티에 참석하면서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시작’을 실감하고 있다.

“오늘 간담회에선 주로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선후배 관계 같은 것에 대해서요. 학년과대도 선출했어요.”  (성균관대 A양)

“의학부와 어떻게 잘 지낼 것인가가 화두였습니다. 통합교과식 수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멘토-멘티 모임을 구성했고요, 학내 공부장소 등에 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중앙대 B군)


기다리던 합격 후엔 학교생활이 걱정 … “잘 해나가야죠”

처음 대학에 붙었을 때만큼, 아니 그보다 더 기쁜 ‘의전원 합격’이라는 결실을 맛보았지만 막상 개강이 다가오니 마냥 좋기보다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스스로 나이가 많은 편이라 밝힌 C군은 “학부 땐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젠 제가 할 수 있는 양을 아니까 두렵기도 해요. 인간관계 면에서도 어린 친구들은 학부생들 중에 재수한 친구들이랑 나이가 비슷하지만 저는 아니니까요.”라고 말한다.
“오티 기간 5일 동안 해부학을 하는 줄은 몰랐다”는 A양은 생소한 의학용어를 외울 일이 걱정된다며 “이제 피똥 쌀 일만 남았죠, 뭐”하고 걱정어린 소감을 밝혔다. 의전원과 의학부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하기로 한 성균관대의 경우 기존 커리큘럼을 조정해 G1과 M3 가 한 강의실에서 기초강의부터 같이 듣는다. 해부학오티 또한 마찬가지로 함께 듣는데, 75년생부터 86년생까지 분포한 의전원 학생들과 상대적으로 앳띤 얼굴의 학부생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신선했다. 동문회나 교수학생모임 등도 완전히 섞이는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해부학 강사로 참여한 본과 2학년 학생은 “아마도 그럴 것 같다”며 “아직 결정 안 된 것들이 많지만 차근차근 잘 해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해치지 않아요’ … 원활히 지내고 싶어

의전원과 의학부가 각각의 강의실에서 다른 커리큘럼을 따르게 된 중앙대의 경우에는 의전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골학 강의가 없다. 학부생은 3월부터 해부학이 시작되는데 반해 의전원생은 여름방학 이후에 ‘기본근골격학’과 ‘해부학’을 같이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강 전까지는 학부생과 의전원생이 마주할 일이 없다.
B군은 학부생을 향한 자신의 모토가 ‘해치지 않아요’라며 “학부생들과 정말로 원활히 지내고 싶어요. 저희가 괜히 ‘굴러들어온 돌’이 되진 않을지 걱정이에요. 교수님들도 자꾸 ‘너희는 선배가 없으니까’라는 표현을 쓰시는데 왠지 저희만 떨어진 느낌을 받기도 하고..”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무슨 동아리가 있는지 아직 잘 모르지만 취미에 맞는 것이 있으면 활동하면서 사람들과도 더욱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은 A양과 B군의 공통의견이었다.

생명과학 전공이 대다수
다양한 전공만큼 진로계획도 다양

이들 의전원생의 50~60%는 생물학 관련 전공자(2007년 10월 교육부자료 기준)이다. 올해엔 그 비율이 더욱 증가해 특히 생명과학 전공자가 눈에 띄게 많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기초의학 과목과 학문적 연관이 있는 내용을 배우고, MEET에 나오는 용어가 익숙해 시험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자연대, 공대 출신도 많았으며 그밖에 한의대, 약대, 경영대 그리고 외국대학을 졸업한 경우 등이 있었다.
학부 때의 전공이 다양한 만큼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생각도 예상 외로 다양했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나중에도 회사에 입사 할 생각이에요. 제약회사 같은데요.”
“미국에서 pre-medical course로 생화학을 전공했어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기초의학을 다시 할 생각도 있어요.”
“저는 그냥 임상의사를 하고 싶어요.”
“M.D.-Ph.D.과정 으로 입학했거든요, 앞으로 학교 다니면서 학위 따고 공부 더 해야죠.”
기초의학은 홀대를 하고 임상의학 중에서는 ‘못 하겠는’ 과를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자신의 성적에 맞춰 과를 지원하는 것이 현실인 풍토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답변들이었다.

다른 현실, 같은 미래
 
이제 전체 의과대학/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 중 의전원에 속한 학생이 52.6%에 이른다. 어떤 학교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대학원 특성에 걸맞은 커리큘럼 계발, 강의 환경 개선, 양질의 학생 유치에 힘쓴다. 또 어떤 학교는 두 제도의 병행에서 예상되는 충돌을 감안, 현 체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의전원생을 학부생과 한 강의실에 앉히기도 한다. 이에 따라 같은 의학전문대학원이라도 연간 등록금 차이는 무려 900만원에 육박한다.
아직 진행형인 의전원제도를 두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피똥 싸게’ 공부해야 할 앞날에 한숨이 푹 나오는 것은 학부생이나 의전원생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며, 훗날 일 잘하는 인싸(insider)로 자라나고 싶은 마음도 같지 않을까.

 

정다솔 기자/중앙
<astronova@naver.com>

취재에 응해주신 성균관대와 중앙대 의전원 학우 여러분, 감사합니다.

  ■ G1, M3: 의전원 1학년과 의학부 3학년(본과 1학년)
  ■ M.D.-Ph.D. 복합학위과정: 탁월한 연구능력의 의과학자, 기초의학 연구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제도. 전 학위과정 6~7년(기초의학 2년, 학술학위(박사)과정 3년, 임상의학 2년) 동안 등록금 전액과 일정액의 생활보조금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졸업과 동시에 의사자격(M.D.)과 이학박사 학위(Ph.D.)를 함께 수여한다.


 

 

 커버스토리_ 호들갑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호들갑 3 _ 새내기 의사되기>


학생 끝, 의사 시작!

2009년 의사국가시험, 그 생생한 현장을 찾다

 2009년 1월 8일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아침 7시, 2009년 의사국가시험이 치러지는 전국 7개 시험장 중 하나인 송파구 가락중학교를 찾았다. 2009년 의사국가시험은 총 550문제에 538점 만점으로 치러졌으며, R type 문제 비율의 증가로 시험 시간이 예년에 비해 다소 조정되었다. 올 국가시험은 OSCE시험이 없는 마지막 시험이었고,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이 치르는 첫 의사국가시험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겨울의 한 가운데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체감온도는 그리 추운 편은 아니었다. 6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선배들을 축하라도 하듯 시험장 앞은 벌써부터 마치 축제인양 들뜬 분위기였다.
교문부터 운동장, 시험장 앞까지 학교별로 늘어선 응원행렬은 수능시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마다 선배들의 ‘대박’과 ‘만점’을 기원하는 현수막과 플랫카드를 들고, 선배들이 나타나면 목청껏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또 새벽의 추위를 녹여줄 따뜻한 차 한잔과, 초콜렛, 손난로 등 시험 때 필요한 소소한 물건들을 나눠주는 모습도 수능시험장을 연상케 했다. 학교에 따라 교수님들이 나오셔서 수험생들을 직접 격려해 주시기도 하였다.
 
시험장 입실 시간인 8시 30분까지는 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았지만 일찍부터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들도 간간히 보였다. 수험생들의 본격적인 행렬은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 7시 30분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수험생들이 들어올 때 마다 응원단의 환호가 이어지는 탓에, 수험생들의 출신학교를 바로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독특한 응원 구호와 율동을 준비해 온 이화여대와 가천의대의 응원이 사람들의 이목을 가장 많이 끌었다. 가천의대의 경우 쉬지 않는 응원으로 수험생들뿐 만 아니라 다른 학교 응원단들 까지 즐겁게 해주었다. 동아리 단위로 응원을 온 한 학생들은, 개인별로 플랫카드를 만들어 수험장 까지 따라가는 등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피켓이나 현수막 등에 재치있는 구호도 많았다. '왔노라, 보았노라, 붙었노라!', '난 중앙대 다니고 있고... 국시 만점 받았을 뿐이고..', '정답과 싱크로율 100%' 등이 눈에 띄었다.


 
수험생들은 대부분 시험기간 때처럼 청바지나 츄리닝 등의 편안한 차림이었다. 공부할 거리를 많이 가져오기보다는 간단한 가방 하나정도에 필기구 등 필요한 물건 정도만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장이 서울 외곽 지역에 위치해서인지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교통이 불편한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문 쪽에 대부분의 응원단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버스는 운동장에 주차해 학생들을 내려준 탓에, 선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의 버스가 들어오자 모든 학교의 응원단이 한목소리로 환호를 보내 웃음을 자아냈다.
 
입실 마감시간 10분 전인 8시 20분 경이 되자 수험생들의 행렬이 뜸해지고, 응원하던 학생들도 하나 둘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몇 학교에서는 수험생들의 점심 도시락도 준비해, 점심시간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밤새 자리를 잡고 응원을 하느라 지친 학생들은 선배들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단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점심 도시락을 받아 든 수험생들은 버스 안이나 수험장 교정 곳곳에서 식사를 하였다.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한 수험생은 의료법규 문제 중 하나가 문제집과 똑같았지만 문제집의 답이 틀린 것이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험생들이 다시 수험장으로 들어간 후에야 응원단 학생들은 한숨 돌린 모습이었다. 이틀 모두 응원에 참가했다는 박상민 학생은 ‘며칠간 밤을 새다 시피 해 힘들지만, 선배들의 시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 것 같아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재 기자/ 순천향
<telemax@nate.com>


 커버스토리_ 호들갑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호들갑 1_ 의대 새내기 되기>

지금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습니다.
의대 신입생 세 명 전격 인터뷰

 


얼마 전 입시가 끝나고 의대라는 험난한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 예비 의사들이 결정이 되었다. 이때만 되면 입학을 앞둔 그 시절의 겨울이 생각나 내심 설레기도 하고 그리워지기도 하는 게 대부분 의대생들의 마음일 터. 이 풋풋함을 의대생 신문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입학을 앞둔 신입생 세 명과 전격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자, 성균관 의대 합격생 김주환씨, 순천향대 의대 합격생 고승연씨와 우혜영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자) 안녕하세요. 이렇게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다들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신 거 같은데 나와 주셔서 감사해요. 합격발표가 언제 났죠?

(우혜영) 저는 수시 합격자에요. 수능 전에 조건부 합격자로 합격자 발표가 났었고 완전히 합격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은 수능 성적표 나온 날이었어요. 수능에 아주 자신이 있었던 게 아니라서 수시를 여러 개 썼는데, 다른 학교들은 떨어지고 있다가 합격했다고 발표 나니까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김주환) 1월초에 발표가 났습니다.

(기자) 그러면 합격하고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김주환) 무엇보다도 합격 발표가 나니 고등학생 시절 내내 목표로 하던 것이 이루어져서 뿌듯했습니다.
(고승연) 전 정시로 들어왔어요. 낮잠 자고 있다가 발표가 나왔다는 문자보고 알았죠. 당연히 기뻤죠.

(기자) 아 예. 의대생,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뭐죠?

(고승연) 지금도 저는 임상의사보다는 기초의학자가 되고 싶어요. 전 처음엔 사실 생물학을 하고 싶었어요. 생물학이란 분야 중에서도 진화론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공부를 더 하다 보니 진화뿐만 아니라 양자, 물질 이런 거대하고 기초적인 것을 다루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것들을 하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부모님은 철없는 생각이라고 하시면서 고등학교 내내 부모님과 다퉜습니다. 하지만 의대의 기초 의학 쪽은 생물학과 관련이 매우 깊은 것을 알고 의대를 지원하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도 학교에 남아 임상의학자보다는 기초의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김주환) 좀 더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우혜영) 아.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의사라는 직업이 저의 천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꿈이 의사였죠.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님의 권유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저 자신도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의사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고,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램도 있었죠. 그래서 저는 저에게 맞는 과를 선택해 임상의학 쪽을 공부하고 싶어요.

(기자) 그렇다면 어떤 의사가 되고 싶어요?

(김주환) 권위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환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좀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고승연) 전 대다수의 의대생과 달리 기초의학자가 꿈이에요. 일단 학점관리를 열심히 해서 학교에서 보내주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요. 또 꿈이 기초의학자이니 만큼 학부생이지만 교내의 랩이나 외부 실험실의 연구에도 참여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활동을 해서 기초의학자의 꿈을 차근차근 펼쳐나가겠습니다.

(기자) 그러면 의사가 되기 위해선 일단 의대 생활을 유익하게 끝마쳐야 할 것인데 1,2년 뒤 더 나아가서 6년 뒤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김주환)  1년 뒤에는 열심히 놀고 있을 것 같아요. 2년 뒤에는 본과들어가기 전에 더더욱 총력을 다해서 놀겠습니다. 그리고 6년 뒤에는 유럽일주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대학 오면 제일 해보고 싶었던 것이 뭔가요?

(우혜영)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나 학원 스케줄에 맞춰 살았고, 고등학교 때에는 놀아도 공부가 중심이었잖아요. 대학에서는 공부도 중심이 되겠지만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제가 스스로 제 시간을 계획해서 살아보고 싶어요. 특히 자취 생활을 하게 되니까 나 스스로 자신을 관리하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계획적으로 꾸려보고 싶어요. 또 저는 대학생이 되면 공연동아리에서 공연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동아리에 들어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김주환)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입니다.
(기자)  그러면 한 번도 없었어요? 이참에 광고 어때요?
(김주환) 하하. (웃음)

(기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새내기가 되었는데 의대생이 되는 포부를 한번 말씀해주세요.

(우혜영) 이제 고등학생 시절도 끝나고 대학생이 되었으니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시간표가 아닌 스스로 제가 시간을 직접 계획해서 살아보고 싶어요. 또 대학생이 되었으니 많이 꾸며보고 예뻐지고도 싶네요.
(김주환) 대학생 되었다고 풀어지지 않고 매일매일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해 병원에서도 훌륭한 의사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승연) 저는 대학생활에 대한 설렘보다는 걱정이 좀 되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가게 될 거니까 앞으로 대학생으로서 제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고민돼요. 지금의 성격과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 건지. 처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하구요.

(기자) 아.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모두 새내기 생활 충분히 잘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고해주셨습니다. 그러면 세분 다 의대 생활동안 그 포부 잃지 말고 잘 이어가세요. 감사합니다.

새내기들을 인터뷰를 하면서 본 기자도 1학년으로 잠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의대생들 모두 어색하지만 설레는 맘으로 첫걸음을 떼던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1학년으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한 법. 대신 그 때 가졌던 포부, 꿈들을 되새김질 해보고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바쁜 의대생활 속에서도 하나둘씩 자기계발 활동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신학기를 시작하는 모두의 마음 가운데 새내기 같은 설렘과 호들갑이 자리 잡길 감히 기원한다.

남승완 기자 / 성균관
<wanmin2000@hanmail.net>


 


커버스토리_ "호들갑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호들갑4 _ 본 1의 3월 견뎌내기>

3월의 밤을 하얗게 지새는 학년이 있습니다.

새내기 맞이다, 신학기다,  들떠있는 3월.
그들의 손에는 족보와 뼈가 들려 있지요.
각 학교 별 본 1들은 어떤 3월을 보내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 볼까요.


 

순천향대, Welcome to 본1

본1 예방 백신, 골학   
솔로의 아픔을 학구열로 승화시키기 위함이었을까. 12월 26일, 순천향의 골학은 시작된다. 허나 26일 오후에 찾아간 천안 순천향의대 주변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그렇다. 순천향대에는 ‘스터디’라고 불리는 골학을 위한 모임이 따로 조직되어 있어 스터디별로 조용한 골학이 이뤄진단다. 그래서 전 학교적인 행사로 골학을 하는 학교와는 달리 이리도 고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골학방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땡소리와 함께 재시, 삼시, 사시, 오시를 보면서 늘어가는 예비 본1들의 한숨. 하루, 이틀 지나면서 ‘과연 내가 골학방에서 나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하지만 골학 방의 시계에도 끝은 있는 법. 대략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뒤 감격에 겨워 바깥 땅을 밟은 예비 본1의 손에는 두툼한 매뉴얼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골땡의 추억
 자, 이제 3월이다. 비몽사몽간의 골학이 끝난 지도 꽤 시간이 흘러, 골학은 대뇌피질에 흐릿한 자국만 남겨놨을 뿐 radius와 ulna의 구분도 헷갈리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지금부터 3주간의 골학 실습시간과 스터디 골학 리뷰를 통해 해마 저편속의 기억을 불러오기 해야 한다. 처음 경험하는 본과가 호락호락 하지는 않다. 매일 매일의 빡빡한 수업스케줄과 수업이 끝나면 약속한 듯 강의실에 모여 복습 하는 이 어색한 모습. 마지막 골학 실습 날엔 9시가 넘은 시각까지 해부학 실습실에서 뚫어져라 진골을 쳐다보며 눈과 머리에 꾹꾹 눌러 담는다. 본과의 첫 시험인 골학을 치러내면 이제 정말 본과생이 된 것만 같다. 마침 이날 우리는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본과 진입 기념’ 사진을 찍는다. 그 뿐인가. 이날은 신입생부터 본과 2학년까지 정장을 차려입고 참여하는 ‘컨벤션’ 행사가 있는 날이다. 
 
본과 진입식
 아, 본과에 진입하는 길은 이다지도 멀단 말인가. 아직도 본과진입식이 남았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다. 골땡을 본 일주일 후 본과 1학년 학생들은 첫 카테바 실습을 한다. 1년 동안 함께할 그 분을 경건한 마음으로 영접한 그날, 충격을 술로 씻으려는 듯 스터디 별로 일제히 본과 진입식 행사가 이뤄진다. 후배들은 독서대와 색연필, 필기도구 등 각종 공부장비를 선배들의 품안에 안겨준다. 게다가 술도 한아름 안겨주니 이날은 천안 쌍용동 골목에서 얼큰히 취해있는 동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본 1의 앞날에는 무수한 시험들과 땡시가 놓여있다. 야마를 벗삼아 옆자리의 동기를 벗삼아 다들 무사진급에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파이팅이다.

이예나 / 순천향
<lynarim@hanmail.net>


정열고 동문 재수레벨 허새만의 영남의대 본1 입성기


1월 초, 동문골학이 시작된다. 경일장 옥탑방.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선배들이 길게는 일주일부터 짧게는 3일 동안 운기조식하여 뼈의 고수로 탄생했다는 그 곳. 악마 같은 골학강사 김상운 선배는 13foramen을 20분 만에 외우라고 하고 성인채널을 풀볼륨으로 틀어놓고 낄낄거린다. 동기 정열맨은 눈으로 슥 읽더니 20분만에 다 외워버린다. 그렇다. 성적은 이미 DNA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재시, 삼시, 사시를 친다. 폭풍 같은 속도로 상하지가 지나가면서, '별 거 없네'라는 공허한 생각을 하던 찰나에 닥치는 두 번째 시련, Cranial Nerve. 하얗게 다 태워버리고 마지막 날 Head and Neck 파트가 되면 못해먹겠다는 학동들의 원성이 하늘에 닿는다. 골학강사는 중대한 결심을 한 듯 제비뽑기를 실시한다. 점수는 뽑기에 따른 랜덤. 과연 본과는 다르다.

2월 초, 2주에 걸쳐 진행되는 학생회 골학. 열의에 가득한 여학생들부터 '그까이꺼 대에충' 마인드에 투철한 남학생들까지 모두 초반 러쉬는 뜨겁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고 하지파트 들어갈 때 쯤, 사람들이 오지 않기 시작한다. 역시 이 자식들 남다르다. 벌써부터 포기한 것인가? 라고 비웃지만 Cranial Nerve에서 다시 열폭한 나 허새만 역시 포기 먹고 잠수타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될 거야..

개강 전 날, 오랜만에 모든 동기들이 정장차림으로 학교를 온다. 신입생 OT 때 아버지 양복, 어머니 정장 스타일의 후줄근한 복장에서 진일보해서 나름 트렌치코트와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고 '나, 본과생이야'라는 티를 낸다. 교수님들이 연단에 사열하시고 본과 1학년이 되는 학생들의 이름을 교수님께서 호명하신다. 학장님께서 본과 진입을 선언하면 과대가 선서를 하고 우리는 본과생이 된다.

동기들은 약속이나 한 듯 본1이 된 순간부터 3월 말까지 계속 밤에 남아 CIBA와 골학책인 영의보감을 들고 공부를 한다. 드디어 골학시험. 0.2학점짜리 필기시험과 0.2학점짜리 오랄테스트가 2회에 걸쳐 실시된다. 오랄 전 날 밤을 샌, 나 허새만. 절대 정열맨에게 질 리 없다. 그러나 제비를 뽑는 순간 patella가 나오고, 47초를 말하고 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더 할 말 없어?' '네.' 눈 앞에서 성적체크란을 가르는 알파벳 C. 전날 와우하면서 밤 샌 정열맨은 상하지 싹 다 버리고 들어갔는데 Norma Frontalis가 걸렸다. 교수님께서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셨다면서 쑥쓰러워 한다. 영남의대 허새만의 본1은 그렇게 시작되어가고 있었다.

이현석 기자 / 영남
<vandalite@naver.com>


아주의대의 본격 의대생 되기 

2월의 첫날, 예년보다 1주 일찍, 아주의대/의과대학원 (이하 아주의대) 본과 1학년의 골학은 시작되었다. 우선 골학 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한 후, 새로 바뀌는 교과과정에 대해 의과대학원생들에게 설명하고 의대생활이 익숙치 않을 의과대학원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편입한 선배들을 초청,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학부생 20 여명, 대학원생 20 여명이 하나 되기 위해, 언제나처럼 아주의대의 놀이 문화를 책임지는 기획부가 나선다.

실질적인 골학의 첫날이 밝았다. 골학에 참여하는 본과 1학년들은 모두 9시까지 지정된 강의실로 모였다. 한명이 늦으면 지각 및 그 사람을 챙기지 않은 죄목으로 한 사람 당 3장의 깜지가 나갈 것이므로 아마 본1 과대 소문승 군은 뜬눈으로 밤을지새며 새벽부터 모두에게 문자와 전화를 날렸을 것이다. 

 갑자기 강의가 시작된다. 강의자는 문을 열고 들어온 후 아무 얘기도 없이 칠판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머리 방향까지 다 그리고 나면, 강의는 시작된다. 우리말 강의, 영어 강의 등 다양한 형태의 강의가 끝난 후, 자리를 실습실로 옮기고 4조로 나누어 척추 강의가 시작된다. 각 조에 2명씩 배치된 본2 강의자들은 골학 책을 바탕으로 실제 마른 뼈를 보며 해부학 강의에 필요한 골학 지식을 설명한다. 그룹 과외와도 같은 강의가 끝나면 대부분의 본1들은 이제껏 배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엄청난 양 앞에 한차례 좌절을 맛본다. 그나마 내용이 적은 척추에서는 웃으며 지나갔다하더라도 하지의 골반, 샅, 나아가 skull에서는 아주 기억력이 비상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게 막막해 하기 마련. 

 시간이 지나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1년간 양식의 주공급원이 될, 의대건물 지하 선인재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본1들은 식사 앞에 포맷되어 버린 자신에게 놀라며 오랄 테스트를 맞이한다. 강의에서와 마찬가지로 한 조에 본2 2명씩 들어가 돌아가면서 뼈에 대한 문제를 내고 맞히는 일을 반복한다. 한 조당 한명도 틀리지 않고 3바퀴 도는 것이 한번 통과로, 총 3번 통과해야 그 조는 밤새도록 이어지는 오랄 테스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두가 통과하는 시간은 새벽. 인생은 역시 고달픈 것이었다.
 척추가 끝나고 나름 간단한 상지가 끝나고 나면 미지의 세계 하지와 skull이 남게 된다. “왜 나의 머리는 이것들을 다 외우지 못하는 걸까.” 회의감이 밀려온다. skull 오랄 테스트가 끝나고 나면 전체 뼈를 모아 놓고 오랄 테스트를 또 한번 한다. 마지막 날인만큼 다 같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정신없는 오랄 테스트는 거의 정오까지 이어진다. skull 본시 후 드디어 골학 땡시. 짜릿하다! (‘올해 골학장님’이 땡시를 무사히 끝내고 집으로 귀가했길 바란다.) 상콤하게 땡시가 끝나고 나면 드디어 체력과 머리의 한계를 마음껏 맛보게 했던 골학이 끝나고 달콤한 휴식이 기다린다.휴식이 끝난 후 싸이에 서로의 수면시간을 경쟁적으로 자랑하게 될 것이다.

어느 새, 2주가 흘렀다. 이제 개강도 코앞이고, 내일이면 새터다. 오늘은 본과 진입식. 골학의 마지막 행사이기도 한 본과 진입식은 골학장의 주도하에 선인재에서 뷔페를 먹으며 진행된다. 한명씩 나와 골학의 소회를 풀기도 하고, 앞으로 본과 생활에의 다짐을 하기도 한다. 새것의 티가 나는 정장을 갖춰 입은 본1들은 다투어 사진을 찍어댄다. 선인재에서의 행사가 끝난 뒤 본1과 본2들은 2차 술자리로 이동한 후, 마음껏 축하해주고 축하받으며 술잔을 주고 받는다. 내일의 새터는 늦지 않고 갈 수 있을지. 이 자리를 빌어 본1에 올라가는 분들께 건투를 빈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장 미 기자/아주
<sci1113@naver.com>


중대 예비 본1의 임무

성장 배경
예과생활 2년 동안 선배들에게 본과에 대한 각종 경험담을 주워듣고 자란 그들, 우리의 주인공 예비 본1. 한량한 학교생활을 영유하던 그들은 예과 2학년 말 무렵부터 ‘너 이제 죽었다’는 경고메세지를 주위로부터, 지속적으로, 대놓고 받게 된다. 이에 슬슬 삶의 위태로움을 느낀 그들은 더욱 열심히 노는 한편 자기 살 길 마련에 고심하기 시작한다.

물밑 작전
야마(족보)를 건네 줄 선배를 물색한다. 해부학 레포트부터 각종 시험문제, 정리자료, 책 등으로 이루어진 야마세트는 일단 많으면 많을수록 안도감과 자신감을 선사한다. 풀세트는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챙겨 받으려면 평소 친하면서 정리내공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선배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친한 선배가 없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친한 선배가 없으면 없는 대로, 친구의 야마를 빌려보거나 착한 학우들이 중대복사에 복사본을 걸어놓길 기다렸다가 기쁜 마음으로 복사하면 되니까.

통과의례
본과생으로서의 전격출동에 앞서 각 동아리, 동문회, 향우회별 본과 진입식은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 진입식은 각 모임에서 예비 본1을 위해 마련한 술자리를 말하는데, 보통 사발에 부은 술을 예비 본1끼리 나눠 마시고 축하선물을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선물은 본과생활에 필요한 것들 (색연필, 실습가운, 책대 등) 중에 각자 골라서 받기 때문에, 여러 모임에서 진입식을 하게 되는 학생이라면 여러 아이템 모두를 획득할 수 있게 되겠다. 이후 자리에서 책대를 돌려가며 팍팍한 본과생활에 한줄기 웃음을 선사할 멘트들을 서로 적어주고, 선배로부터 본과 교수님들, 배우는 과목들, 공부방법 등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듣는다.

예비충격, 골학
해부학의 폭풍에 맞서기 위해 본1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골학듣기’와 ‘골학 안 듣기’ 뿐이다. 폭풍전야를 최대한 즐기기 위해 골학을 안 듣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보통은 동아리별로 마련된 골학을 듣는 쪽을 택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 골학은 동아리에서 강사를 한 두 명 정도 정해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진행한다. 장소는 의대건물 여기저기, 시간대는 보통 오전이다. 학교에서 골땡을 따로 보지는 않기 때문에 골학 참여 역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며 공부 범위도 팔다리 정도로 가볍게 하기도 하는데 동아리에 따라 해부학총론과 영상땡시 준비까지 해주는 경우도 있다. '짧은 설명->각자 암기->시험' 식으로 진행해서 하위 몇 등은 재시험을 보기도 하고 보통 벌금도 내는데, 이렇게 얻어진 수익은 그날의 밥값으로 유용히 쓰인다. 이러한 피드백 시스템은 동아리에 따라, 또 그 해의 강사가 누구냐에 따라 유동적이다.

정다솔 기자/중앙
<astronova@naver.com>

미디어 간 겸영, 상생 혹은 지배
실명(失明) 위기의 지상파

 


지난 2008년 12월 3일, 현 여당인 한나라당의 17명의 국회의원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 허용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방송법 개정의 표면적인 목적은 ‘미디어 산업의 경쟁을 촉발하여 상호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세계 경제에 미디어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디어 산업은 국제적 역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부족한 역량을 극복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방송법,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DTV 특별법, 저작권법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특히 여야 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방송법과 언론법의 미디어 간 겸영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항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개정을 찬성하는 측은 다른 나라의 미디어 간 겸영 허용 사례를 내세워 설득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 예로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 4일자 신문을 통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한 나라는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유일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OECD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ECD 홈페이지는 오히려 콘텐츠와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미디어 회사 간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21개의 나라가 아직도 소유 지분에 제한을 두어 미디어 간 겸영을 막고 있다고 표기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의 ‘이유 없는’ 의견 변화이다. 이들 일부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반대했다. 특히 언론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미디어 간 겸영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던 정병국 의원은 100분 토론에 참석하여 이번 개정안이 언론의 독과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종전과 판이한 주장을 하고 있다. 야당과 언론인 그리고 국민들은 이러한 여당의 주장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정부의 숨겨진 목적을 위해 급조된 법안은 아닌지, 반문하고 있다. 
 
지지 측의 논리 중 다른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방송법 개정이 낳을 문제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거대 미디어 회사가 지상파 방송에 간섭할 경우, 자본의 힘에 의해 한 쪽으로 치우친 ‘의도적인 오보’가 방송될 수 있다. 일부 재벌들이 지상파 방송사의 대주주가 되어 일부 재벌 일가의 비리는 은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의도적 은폐는 지금도 문제시되는 정경 유착을 심화시킬 우려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사회 구성원 간의 중요한 소통 도구 중 하나이다. 또한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국민의 눈이기도 하다. 건강한 민주사회를 도모하기 위해 사회의 소통 구조로, 국민의 눈으로 제 역할을 해온 지상파 방송이 이번 방송법 개정으로 인해 목적을 잃고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온갖 논란으로 소모적인 논쟁거리가 되어버린 미디어 간 겸영. 현 정부와 여당은 미디어 산업 융성이라는 피상적인 경제적 목적만을 고수하기 보다는, 사회의 존립과 직결될 수 있는 ‘소통’ 도구로서의 본질적인 언론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노원철 기자/전남
<happyonecher@hanmail.net>



2월 국회 쟁점 법안, 악법 혹은 약법


 





"2월 국회 쟁점 법안."
 학생, 특히 속세에서 한 발자국 비켜나 있는 의대생이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단어일 터. 하지만 이들은 실제 지난 몇 개월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주인공님’ 이시다. 아무리 공부가 중요하다고는 하나 우리도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땅을 뒤흔든 사건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 의료관련법안

 의대생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료법의 경우 크게 ▲보험법 개정 ▲의료법 개정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보험법 개정은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 공단이 가지고 있는 개인 질병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발의되었다. 하지만 개인의 질병정보가 보험회사에 넘어가 보험 가입자의 선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의료법 개정은 의료 기관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 행위와 관광숙박업 등 부대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교적 값싸게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외국인들이 보다 쉽게 국내 의료 산업을 이용하도록 하여 이익을 창출해내고자 함이다. 하지만 병원들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외국인 환자나 고소득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에 집중하여 서민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이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제 자유구역에의 외국의료기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의료 시장이 다각화될 수 있다. 게다가 복잡했던 의약품 수입 규정이 완화되어 빠른 시간 내에 신약을 임상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건비가 비싸져 질 낮은 의료 인력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사전 검증 시스템이 간소화되어 철저한 검증이 불가능해진다는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2. 사회개혁법안

 사회개혁법안에는 ▲집시법(집회시위법-복면금지법)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 소송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일부 개정안 등이 있다.
 집시법은 마스크법으로도 유명하며, 집회시 마스크나 목도리 등 얼굴을 가리는 복면 도구 착용의 금지, 경찰의 영상 촬영 허용, 벌금형 증액, 소음제한, 도로교통소통을 위한 금지조항 신설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 소송법은 일명 ‘떼법방지법’이라고도 불리며, 불법시위 등 불법집단행위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50인 이상일 때, 집단 소송을 제기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위가 집시법과 유사한 조건들에 의해 불법시위로 규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시위를 제한하는 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의 내용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 감청장치를 갖추도록 하고 인터넷 사용기록을 보관하도록 하는 것이다. 범죄 수사에 용이한 면이 있지만 악용되었을 때에는 개인 사생활 노출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기존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법,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서 확장하는 법안이다. 경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 현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개인의 신원이 노출되어 과거와 같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등 인권 침해의 요소가 다분한 법안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3. 미디어 관련법

 미디어 관련법에는 크게 ▲신문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이 있다. 신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는 신문과 방송을 함께 소유한 경우에 미디어 산업 경쟁력이 커지며, 다양한 정보유통 경로가 확보되어 여론의 다양한 형성이 가능해 진다는 의도에서 발의되었다. 하지만 메이져 신문사(이른바 조중동)나 거대자본이 언론을 장악해 여론 독점이 심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언론의 공정성 및 독립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의 내용 또한 메이져 신문사나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그 맥은  신문법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4. 금산분리완화법
 금산분리완화법은 기존의 산업과 은행의 철저한 분리를 완화하는 것으로, 이 중 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에서 10%로 올리는 법안이다. 이러한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에의 접근을 쉽게 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일자리를 창출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예금, 거래 등을 담당하는 은행이 특정 산업자본에 귀속되어 모기업의 투자?경영실패가 고스란히 국민, 국가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미 기자 / 아주
<sci1113@naver.com>

블로그하는 의사들, 오프라인으로 나오다


 
 닥블(http://docblog.kr)은 현직 의사 및 의대생 블로거들로 이루어진 메타블로그다. 메타블로그란 여러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수집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블로그 네트워크로, 닥블은 2007년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2008년 제너럴닥터에서 열린 첫 오프라인 모임에서‘블로그를 통한 건강검진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성공적인 대담을 이끌어냈다. 이후 분기별로 오프라인 모임이 필요함을 느낀 의사블로거들이 2009년 상반기에도 다시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기로했다.

 이에 따라 2009년 2월 9일 토요일 홍익대학교 홍문관 14층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옥에서 두 번째 닥블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환자의 알 권리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모임에서는 의료정보를 인터넷 상에 공개하는 것이 가지는 장단점에 관한 대담이 이어졌다. 토론 발제자로 닥블 운영자인 비뇨기과 전문의 양광모 대표를 비롯하여 제너럴닥터의 김승범 원장, 세브란스 흉부외과 전문의 박성용 씨, 이화의전원 인문사회학과 권복규 교수, 의료와 사회 운영자인 내과전문의 한정호 씨 등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의대생, 기자 등 총 30여 명이 참석했다. 모임은 각각 다양한 관점에서 블로그 시대에 의료행위가 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식으로 확장될 지에 관해 발제를 하고 자유롭게 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제너럴닥터 김승범 원장은 질병 중심의 접근이 아닌 인간 중심의 접근을 통해 환자 소통해야 한다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어서 세브란스 흉부외과전공의 박성용씨가 잘못된 의학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외래 및 수술실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발제를 하면서 토론이 갑론을박의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3시간동안토론이이어지다가 20분정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이 때 여러 의사들과 의료계 관계자들간의 통성명 및 명함교환이 이루어지면서 의학 학회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외로운 중년 의사들의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휴식시간 이후 이화의전원 권복규 교수는 특유의 달변을 통해 전공분야인 의료법과 생명윤리에 대해서 심도 높은 강의가 이루어졌다. 이어서 블로그 '의료와 사회' 운영자인 내과전문의 한정호 씨가 노인환자의 알권리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두 강의와 함께 죽어가는 환자를 지켜보는 의사의 자세에 대해서열띤 토론이 이루어짐으로써 공식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홍문관 다음 사옥에서 자리를 끝낸 의사블로거들은 오후 9시 경 홍대 앞 제너럴닥터로 자리를 옮겨 뒤풀이를 시작했다. 뒤풀이자리에서 만난 한정호 씨는 이번 모임에 대해 블로깅을 하는 의사들이 깊이가 떨어지는 네트워크상의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기대했다. 이렇게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양질을 토론으로 깊이를 추구할 수 있고, 공론의 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번 모임의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또한 모임을 통해 공론화된 주제들을 가지고 의사블로거들이 각자의 블로그에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 공론이 확산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다만 블로거들간의 직접적인 대면이 이루어지는 만큼 네트워크상에서의 실명비판이 이전보다 힘들어질 수 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참관을 온 원광대 치대 본과 1학년 강민구 학생은 의료관련 포럼으로는 드물게 정치색이 배제된 자리여서 참석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웹2.0을 기반으로 제 3의 대안을 창출해내는 이와 같은 작은 움직임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로그를 하는 의사들 중 유명 블로거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과 전체적인 의료계의 판도를 보면서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모임을 통해 얻은 점이라고 하였다.

 모임을 주관한 닥블의 양광모 대표 역시 격식 없이 교수, 학생, 개업의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론을 할 수 있는 것이 모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임에 의대생이 참여할 경우 새로운 시야를 얻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대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양광모 대표에 따르면 닥블 오프라인 모임은 부정기적으로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진행될 예정이며, 의료와 관련되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형성될 때에도 언제든지 모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웹2.0과 관련해 의료현실이 어떤 식으로 급변하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의대생이라면 닥블(docblog.kr)이 나 코리아 헬스로그(healthlog.kr)를 주시하길 바란다.

이현석 기자/영남
<vandalite@naver.com>
사진_ 닥블 제공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용산 참사, 그 현장에서 

 


1월 20일 새벽, 용산은 불탔다. 세간에서 불법 농성자라고 부르던 하지만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였을 뿐인 다섯 분이 현장에서 명을 달리 했다.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 특공대 한 명도 사망했다. 20일 뒤 발표된 검찰의 수사는 경찰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 대신 불법 폭력집회를 벌인 혐의로 농성 가담자 5명이 구속 기소되었다. 나머지 15명은 불구속기소 되었다.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어 갔다. 그러나 유족들에게 사건은 여전히 미종결 상태다. 2월 25일, 기자는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한남동 순천향 병원을 찾았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여가 흐른 아직도 현장의 ‘참극’은 여전히 진행 중 이었다.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순천향 병원, 긴장감 감돌아  


 기자가 찾은 순천향 병원 주위는 삼엄했다. 병원 정문 앞 도로에는 전경버스와 순찰차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병원으로 들어오는 입구 곳곳엔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병원을 드나드는 차량은 경찰의 검문을 받아야 지나갈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 은신 중인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을 검거하기 위해서다. 장례식 장 앞에는 여러 단체에서 보내온 화환과 ‘근조’라고 쓰인 검은 플랜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노점노동조합연대’, ‘전국 금속 노동조합’이 쓰인 플랜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각종 노동조합들이 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장례식장 바깥에는 유족들과 전철연 회원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보이는 대형천막이 여럿 설치되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기자에게 사람들은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어디에서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를 물었다. 경찰의 경비가 삼엄한 만큼 유족들의 경계심에도 날이 서 있었다.  
 

유족 측, 진상 규명 전까지 장례식 무기한 연기 

 희생자들의 빈소는 장례식장 4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유족 및 철거민 관계자들은 장례식장 4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낯선 이의 접근을 꺼려했다. 조문을 하려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외부의 조문은 받지 않는다.”는 차가운 대답만이 돌아왔다. 사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희생자들의 장례식은 무기한 연기 중이었다. 용산 철거민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화재 원인 및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경찰 책임자 문책 ▲대통령 사과 및 구속자 석방의 요구가 관철될 때 까지 장례를 연기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과 유족들과의 대치 상태에서 정작 난처한 측은 병원이다. 현재 희생자들의 장례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에서 병원비를 포함한 장례식장 사용료가 1억 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순천향 병원 관계자는 “사태가 해결되면 장례비를 청구할 예정” 이라고 밝혔지만 사태해결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철거민과 경찰사이, 몇 발자국이었을 뿐  

기자는 무거운 발걸음을 용산으로 돌렸다. 용산 참사 현장도 한 달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경찰과 전철연 회원들과의 대치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신용산역 3번 출구. 지하철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대로변에 용산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이 있다. 대로변이라는 위치가 무색하게 건물은 흉물스럽게 변해있었다. 유리창은 모두 깨져있었고, 벽은 그을음으로 가득했다. 현장을 지키는 전철연 회원들이 때우는 불 때문인지 주위의 공기에도 화마의 냄새가 묻어나는 듯 했다. 건물 옆 편에는 당시 진압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경찰 버스가 놓여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난 한 달 동안 시민들이 만든 각종 작품과 추모의 메시지들이 경찰버스를 뒤덮고 있었다. 이 곳에도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빈소를 지키던 관계자는 “일이 처리될 때 까지는 계속 분향소를 유지할 것” 이라고 밝혔다. 현장 앞에서는 구속자 석방 및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분향소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엔 경찰 병력이 이열 종대로 대오를 맞추고 있었다. 경찰은 건물 안에도 배치되어 있었다. 건물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에게 경찰은 사진을 찍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조문을 마치고 뒤돌아 오는 길, 신용산역에 가까워질수록 건물들은 높아지고 화려해진다. 그럴수록 반대편 재개발 지역의 빛바랜 건물들이 유난히 더 퇴색되어 보이는 건 왜일까. 남일당 건물 이층에 걸려있던 분홍색 간판의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라는.  

이예나 기자 / 순천향
<lynarim@hanmail.net>


 

[67호] 똑똑한 즐겨찾기_1회

67호/2009 연재 2009. 8. 2. 20:55 Posted by mednews

똑똑한 즐겨찾기_1


 의대생의 가장 친근한 도구는 뭐니뭐니 해도 컴퓨터, 헌데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건져내는 정보는 얼마나 될까요? 싸이월드가 시시해지고 네이버의 검색이 신통치 않다고 해도 좌절하지 마세요. 의대생 신문사는 올 한해 기획연재로 다양한 웹 사이트 들을 소개합니다. 더불어 사이트 운영자와의 인터뷰와 그들의 즐겨찾기도 함께 전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이 직접 사이트에 접속하고 필요한 정보를, 때로는 즐거움을 얻어가는 것이 똑똑한 즐겨찾기의 완성입니다. 물론, 자신만의 즐겨찾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소개해주셔도 좋습니다.


1. 당신의 두뇌를 개척하세요 (http://www.lumosity.com)

분류: 게임/해외
한마디로? 집중력,기억력 등을 높여주는 플래쉬 게임
누구에게 추천? 두뇌 트레이닝은 하고 싶지만 닌텐도 DS가 없는 사람.
언제 추천? 실습 도는 PK 친구끼리 함께해서 밥 내기 할때. 자취방에서 심심할 때.
이것만은 꼭! 아주 약간의 영어 실력만 있어도 회원 등록과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7일까지만 무료이고 그 이후는 정식판으로 결제해야 이용할 수 있다.




2. 재미있는 광고가 한자리에 (
http://ad.blackfeel.net/)

분류: 이미지/국내
한마디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해외 광고 사진 모음
누구에게 추천? 본방보다 CF가 더 재밌다고 느끼는 사람.
이것만은 꼭! 화면 왼쪽 상단에 Medialog 를 클릭하면 훨씬 많은 광고를 볼 수 있다.




◀ 광고사진과 함께 운영자의 코멘트를 볼 수 있다. ‘이 마스크를 쓰고 거울을 한 번 보세요’라는 카피와 함께 실린 구호단체 Child Surgery Vietnam 의 광고.



3. 외우는 백과사전 메모라이 (
http://memori.co.kr)

▲ 메모라이 게시판에 올려진 자료

분류 : 의학학습정보/국내
한마디로? ‘딱 한번 찾아보고 기억해버리는' 새로운 개념의 의학백과사전
누구에게 추천? 평소에 외우는 게 쥐약이라 말을 만들거나 그림을 보면서 외우면 능률이 팍팍 오르는 본과생
이것만은 꼭! 올려진 자료는 모두 회원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정리한 것. 누구나 자유롭게 올릴 수 있고 추천수를 통해 랭킹이 공개된다.


... 메모라이 편집장 안상진 씨의 즐겨찾기

기자 :  누구나 공부하면서 자기만의 암기비법으로 말을 만들어서 외우곤 합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남과 공유하고 싶어도 너무 주관적이라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 매년 학생들은 같은 수업을 듣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선배에서 후배에게 족보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이상의 것도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주관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암기법이라도 그것을 많이 모아놓으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골라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많은 지식이 후대에게 전해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양이 방대해진 만큼 그 지식을 압축해서 기억하는 방법도 같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사이트를 만든 이후에는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내가 필요한 것만 가져가는 '의대적 얌체주의'를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4년 동안 같은 집단 내에서 비교당하고 점수로 진로가 결정되는 현실에서 그런 자세가 적절한 생존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홈페이지에서는 공유를 통해 공생하는 분위기를 만드려고 합니다.


 

기자 :  메모라이를 제외하고 즐겨 찾는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웹서핑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제가 관리하고 있는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국시 직전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만든 의대생 학습 커뮤니티 MDstudy.net, 제 개인 블로그 bomool.net, 웹 프로그래밍 커뮤니티 sir.co.kr, 논문 검색을 위한 pubmed 정도가 즐겨찾기에 등록된 사이트네요.


 이지영 기자 / 고신
<lemonf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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