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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평 전격 시행, 너도나도 찍고 자는 시험…실효성 갖추려면

 

오는 28일 전국 41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중 29개 대학이 기초의학종합평가(이하 기종평)를 실시한다. 고려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학교가 지난해부터 시행했거나 올해 첫 시행한다. 하지만 배우지 않은 내용이 출제되거나 결과가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애초 취지와 달리 ‘찍고 자는’ 형식적인 시험에 그치고 있다. 24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들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종평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임상지식 복합된 문제 많아, 1등급 맞는 학생도 못 풀어

 

기종평 출제기관인 의학교육평가컨소시엄은 이 시험으로 ▲의대생들의 학력 상승효과 ▲대학별 학력 비교 ▲평가 시스템 향상과 기초의학 전문가 양성효과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방식으로는 이런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기종평을 치뤘던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준비 자체가 불가능하며, 설사 의욕적으로 준비한다 해도 손도 못 대는 문제가 상당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시험범위는 사실상 무한대나 다름없는 ‘기초과목 전 범위’인 반면 시험일자는 학생들이 기말시험 준비로 한창인 12월이라는 시험의 특성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험문제가 주 응시자인 본과1학년 학생들이 풀기에는 너무 고난이도라는 것도 문제다. 기종평은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병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총 7개 과목으로, 문제 형식은 크게 기초+기초형, 기초+임상형, 암기형 셋으로 나뉜다. 여기서 기초+기초형 문제는 그렇다 손치더라도 기초+임상형 문제는 이제 갓 기초의학교육을 마친 본과 1학년 학생들이 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례로 지난해 3교시 25번 문제<아래>를 보면 CT판독결과와 환자증상을 주고 어떤 질환이 의심되는지 묻고 있는데, 보기의 질환들에 대한 임상적 지식 없이 병리학적 지식만으로는 답하기 힘들다. 이런 문항은 국가고시문제와 큰 차이가 없어 이중평가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부 학교는 유출된 시험문제가 돌기도, 제대로 된 관리 없이 제대로 평가한다는 건 어불성설

 

의학교육평가컨소시엄은 문제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응시자들에게 시험 후 문제지를 회수하고 기출문제 역시 각 대학 관리자들에게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사 일정을 예정된 시험일에 맞추지 못해 다른 날짜에 시험을 보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개인적 경로를 통해 유출된 문제를 미리 보고 들어가는 등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응시대상은 본과1학년부터 본과3학년까지 다양한데 전국등수 등 성적이 산정될 때에는 학년 구분이 없어 저학년 학생들은 자연히 등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블록형식으로 기초교육이 이뤄지는 학교의 경우 기초교육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치러야 할 수 있고, 기초교육이 1학년 2학기 말이 아닌 2학년 1학기 말에 끝나는 학교 학생들은 막상 시험을 보는 12월이 되면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는 등 교과과정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도 적지 않다.  

 

제대로 된 피드백 없이 강제응시와 좋은 성적만 강요하는 학교 측

 

만약 기종평이 추후 ‘pre국시’ 개념으로 정착하게 된다면, 학교별 경쟁 양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상당수 학교가 올해부터 ‘기초의학종합평가’라는 독립된 과목을 개설하고 학점을 부과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이 일상인 의대생에게 시험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시험에 대한 사전정보와 피드백 등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무조건 ‘좋은 등수를 내라’는 압력만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실제 경북대는 시험성적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매년 재시험을 봐야 하고, 건양대의 경우에는 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기종평의 도입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박정원 전남대생은 “우리 학교의 경우 매년 시험은 보지만 막상 성적표도 안 나눠주고 성적에 반영되지도 않아 대부분 대충 풀고 잔다. 좋은 취지의 정책인 것 같은데 지금의 방식으로는 전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5월 토론회에서 향후 미국의사고시 방식으로 추진방향 논의

 

의학교육평가컨소시엄이 지난 5월 기종평의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한 결과, 앞으로 점차 응시학교를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미국의사고시(USMLE)의 STEP1처럼 이 시험을 통과해야 의사고시를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오갔다. 응시학년은 임상실습을 수행하기 전인 본과2학년 말이 유력하다. 채한정 전북대 약리학과 교수는 “현재 의학교육의 흐름인 ‘성과중심교육’에 맞춰 2009년 임상수행시험(CPX)이 도입됐고 기종평도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평가가 정착되면 학생들이 기초의학적 지식을 임상상황을 해결하는데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제도가 그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험일자와 응시대상의 통일, ▲시험문제 유출방지, ▲학교별로 제공되는 시험관련 정보의 일원화, ▲문제은행 등 기종평 관련 참고서 제작·배포 등 많은 과제들이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우 고려대 학생회장은 “기종평을 계기로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인 기초의학교육이 일원화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동등한 수준에서 시험을 치르므로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고, 연쇄작용으로 기종평만을 대상으로 한 문제집이 출판되는 등 기초의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

 

25.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국소적인 비정상 폐음영이 관찰된 환자가 있다. 이 환자에서 고혈압, 고혈당증, 피부 과색소 침착 증상나타났다. 혈액검사에서 부신겉질자극호르몬(ACTH) 농도가 170pg/mL (정상 범위; 6-76pg/mL)이었다. 환자에게 고농도의 덱사메타손을 투여한 후 소변의 스테로이드 배설 양을 측정했을 때, 투여 이전과 변화가 없었다. 다음 중 이 환자의 증상 발생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① 폐의 선암종
② 폐의 소세포암
③ 부신겉질종양
④ 폐의 편평상피암종
⑤ 부신수질의 갈색세포종

▲ 문제가 되었던 2011년도 기종평 문제

열심히 올라온 당신, 떠나라!

- 각양각색 학교별 졸업여행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입학한지도 어언 5년. 당신은 즐거웠던 예과생활을 거쳐(혹은 바로) ‘헬 게이트’ 본과에 진급하였을 것이고, 그 지옥과도 같은 본과생활을 무사히 견뎌냈다. 각 의과대학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의 노고를 치하하여 졸업여행을 준비한다(졸업여행이 없는 학교도 있지만...). 조사결과, 각 학교마다 졸업여행의 장소, 시기, 결정방법 등이 천차만별이었다.

 

계명대학교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졸업여행을 보통 본과 4학년 6월에 간다. 올해의 졸업여행 장소는 제주도. 졸업여행 준비는 과대 단에서 상의하여 결정한다. 우도에서 ATV 일주를 하거나,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등 타 학교에 비해 각종 관광 및 레크리에이션 타임이 잘 짜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수님은 동행하지 않는다.

 

영남대학교

영남대학교 의과대학은 본과 4학년 5, 6월 즈음에 졸업여행을 다녀온다. 여행 장소는 학생들끼리 투표를 하여 결정한다. 영남대학교 졸업여행의 특징은 여행 계획에서 하루는 자유여행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는 점이다. 올해의 졸업여행 장소는 제주도였다. 첫 날은 다 같이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서 관광을 하였고, 두 번째 날에는 친한 사람들끼리 자유여행을 하거나 교수님들과 같이 한라산 등반을 하였다. 마지막 날에는 다 같이 산행을 갔다. 여행에는 담임 교수님이 동행하고 그 외 참가의향이 있는 교수님들도 같이 참가한다.


울산대학교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다른 학교보다 조금 일찍, 본과 3학년 내과 실습이 끝나는 6월에 졸업여행을 떠난다. 울산대학교는 졸업여행 준비가 타 학교보다 좀 더 체계적이고 치밀한 것이 특징이다. 일단, ‘졸업여행 준비 팀’이 4-5명으로 따로 꾸려진다. 동기들한테 갈만한 장소를 추천받아서 몇 가지로 추린 후, 준비 팀이 각각의 경비를 계산하고 조사하여 학우들에게 공표한 후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여행 장소를 정한다. 최근 3년간 여행 장소는 캄보디아, 강릉, 코타키나발루였다. 여행은 담임 교수님과 주요 보직 교수님 몇 분이 같이 동행한다.  

 

중앙대학교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은 본과 4학년 2월 즈음에 여행을 다녀온다. 중앙대학교는 졸업여행이 작년부터 정식 학사일정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방학 때 시간을 따로 내어 가야 한다. 따라서 재작년에 비해 참여율이 조금 떨어진 점이 많이 아쉬웠다고 한다. 올해의 졸업여행 장소는 제주도였다. 늦겨울 또는 초봄에 여행을 다녀오는 터라 날씨가 추워 여행을 마음껏 즐기기에 다소 지장이 있었다.

 

한림대학교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은 본과 4학년 5월, PK 실습이 끝나기 전에 졸업여행을 떠난다. 특이한 것이,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다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각 병원 별로 같은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끼리 따로 여행을 간다. 여행에 앞서서 수련교육부장 교수님께 허락을 받고 각 과 교수님들과 의국에서 서포트를 받는다. 올해의 졸업여행 장소는 강동성심병원과 강남성심병원은 필리핀 세부였고, 본교 성심병원에서는 제주도를 다녀왔다. 춘천성심병원에서는 학장님이 실습일정을 비워주지 않아 강촌에 주말 1박 2일로 여행을 갔다.

 

오경택 기자/영남
<teddy5@e-mednews.com>

숫자로 보는 의대협과 의대생신문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출신 학생들이 다수 참여…
의학전문대학원생보다 의과대학생이 훨씬 많아

 

전국적인 규모의 의대생 단체로는 크게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 의대생신문 두 단체가 있다. 이 의대협의 집행부와 의대생신문의 기자들에 대해 간단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의대협 집행부
의대협 집행부는 현재 총 122명이다. 그 중 94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해주었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남녀 비율
94명 중 남성이 53명, 여성이 41명으로 전체 의학도 집단의 여성 비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행부 여성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 되었다.

 

2) 대학생, 대학원생 비율
94명 중 79명이 의과대학생이었고 15명이 의학전문대학원생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체 의학도 집단에 비하여 의과대학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이다.

 

3) 최다 출신 학교
94명은 각각 26개 학교 출신으로 구성되어있었다. 그 중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출신 학생이 14명으로 가장 많은 숫자가 집행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고려대가 10명, 서남대가 8명, 건양대, 관동대, 순천향대, 인제대가 각각 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4) 학년 구성
당초 예상과는 달리 학년별로 꽤 고른 분포를 보였다. 94명 중 예과 2학년생이 21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예과 1학년생과 본과1학년 및 의전원 1학년생이 각각 18명이었으며, 본과 3학년 및 의전원 3학년생이 16명이었다. 본과 2학년 및 의전원 2학년생이 15명이었고 본과 4학년 및 의전원 4학년생은 5명이었다. 기타에 응답한 사람도 1명 있었다.

 

의대생신문 기자
의대생신문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기자는 51명이다.(휴직기자, OB기자 제외) 의대생신문 기자 명단을 참고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남녀 비율
51명 중 남성이 25명, 여성이 26명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의학도 집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수치인 셈이다.

 

2) 대학생, 대학원생 비율
51명 중 42명이 의과대학생이었고 9명이 의학전문대학원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의할 점은 의대협과 의대생신문에서 활동하는 의과대학생의 비율이 약 84%로 거의 동률인 점이다.

 

3) 최다 출신 학교
51명은 각각 23개교 학생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울산대학교가 6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의대협에는 울산대학교 출신이 없는 점과 대조를 이루었다. 을지대와 전남대가 5명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중앙대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출신 학생이 4명으로 조사되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출신 학생들이 비교적 의대생 단체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4) 학년 구성
51명 중 본과 3학년 및 의전원 3학년생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본과 1학년 및 의전원 1학년생과 본과 2학년 및 의전원 2학년 생이 각각 10명이었으며, 본과 4학년 및 의전원 4학년생이 9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예과 2학년생은 6명, 예과 1학년생은 4명으로 집계되었다.
예과생이 주축을 이루었던 의대협의 구성과는 달리 의대생신문은 예과생의 비중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타사항
의대협이나 의대생신문에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 학교는 가톨릭, 강원, 경북, 경상, 건국, 동아, 부산, 제주, 충남대학교 총 9개 학교였다. (단, 의대협의 경우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만을 고려함.) 동아대를 제외한 나머지 8개 학교는 100%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운영하는 학교인 점이 특징이었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

의대생에게 크리스마스는 보장되나

 

한국의 4년제 대학교는 9월 초에 2학기를 시작하여 15주 혹은 16주의 수업 후, 크리스마스 전에 종강을 한다. 의대의 경우, 의예과는 다른 대학 단과대와 비슷한 시기에 종강을 하지만 의학과 및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은 학년에 따라 종강 시기에 차이를 보인다.
각 학교의 종강 날짜를 조사한 결과 의학과/의전원 1학년과 2학년은 다른 단과대 대학생들의 종강시기와 비슷하거나 늦는 반면, 의학과/의전원 3학년은 학교에 따라 종강을 하는 시점이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을 기준으로 의대 각 학년의 종강 여부를 살펴보면 의학과/의전원 1학년, 2학년은 크리스마스 이후에도 수업이 남아있는 경우가 각각 24%, 20%이고, 의학과/의전원 3학년은 47.83%이다.
의학과/의전원 1학년과 2학년은 크리스마스 전에 종강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의학 공부나 시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힘들다. 매해 12월에 보는 기초의학종합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기초의학종합평가는 29개의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병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등 7개 과목의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보는 시험이다. 이 시험의 응시자 분포는 1학년 1,531명(58.8%), 2학년 1,024명 (39.4%), 3학년 47명(1.8%)로, 1학년과 2학년의 응시자 비율이 높다. 올해 기초의학종합평가 날짜는 크리스마스 3일 뒤인 12월 28일이다.

 

윤주영 기자/울산
<cec1203@e-mednews.org>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낼까?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내면 좋을 지 <의대생신문>에서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전공 선택의 범위는?

 

일반적으로 의과대학학생에게 하고 싶은 전공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흥미를 가지고 잘 할 수 있는 전공이 무엇인지 알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생각 속에서의 고민이 아니어서 별 소득없이 시간을 보내고, 결국 인턴 때 급하게 우왕좌왕 하다가 전공을 선택하고 뿔뿔이 흩어지곤 한다.
생화학의 경우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대학원 교육과 기초의학 교육자 양성을 위한 기초전공의 과정이 있는데 대개의 경우 두 과정을 같이 하게 된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3년간 조교(기초전공의)로 근무하고, 이후에는 강사로 근무하면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교육에 참여한다. 기초전공의 수련을 받으면서 동시에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여 기초의학 연구자로서의 교육도 받게 된다. 대학원과정 동안 지도교수가 수행하는 연구과제에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생명과학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양성한다.
현재 내과학교실의 각 분과 수련은 수석 전공의 (전공의 4년차)부터 시작되는데, 전공의 3년차 시절까지는 내과 전반에 대한 수련이 이루어지고, 전공의 4년차가 되면서 하나의 특정 분과를 선택하여 수련을 받게 된다. 소화기 분과를 선택하여 수석 전공의 과정을 마치게 되면 내시경, 초음파 술기나 소화기학의 학문적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게 되기는 하지만 대형 병원의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내과 전문의 취득 후 최소 1년간의 전임의 수련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경우 소화기내과 분과전문의 및 내시경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다.
법의학은 인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의학의 한 분야이므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관, 법의학교실이 개설된 일부 의과대학의 법의학 교수 등 전국적으로 40여명의 의사만이 법의학업무에 종사하고 있고, 법의학에 관한 사회적 인식도 낮고 대우도 열악한 형편이나 부검에 관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법의부검을 시행하는 의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적정 인력 보충과 의과대학의 법의관 역할 확대가 이루어지려면 법의 전문의에 대한 대폭적인 충원이 필요하므로 수요도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졸업 후 전공선택을 계획하는 일은 쉬운 것도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은 의사로서 당신의 삶이 만족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세부 전공이 당신과 가장 잘 맞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부 전공선택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을 결코 혼자 할 필요는 없다. 멘토, 교수, 직원들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피드백을 받는 작업들은 당신의 전공선택에 대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최봄 기자/중앙
<chlqha45@e-mednews.org>

기증의 불모지, 인체조직기증

KOST에서 조직기증의 미래를 보다

 

 

올해 7월 유명 탤런트인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조직기증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가 된 바가 있다. 조직기증이라는 문화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의 조직기증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기기증 캠페인은 예전부터 오랫동안 진행되어왔고 사람들에게 인지도도 높지만 조직기증은 알려진지도 얼마 안 되었고 사람들의 인식도 부정적이라 누적 서약자 수가 아직 10만 명이 채 되지가 않는다. 물론 기증자 수도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조직기증 관련 민간단체인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를 통해 조직기증의 현실,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을 들어보았다.

 

조직기증

조직기증과 장기기증은 약간 개념이 다르다. 장기기증이 보통 공여자가 뇌사 혹은 살아있을 때 환자에게 장기를 제공해주는 것이라면 조직기증은 무조건 사후에 이루어진다. 인체조직은 조직손상을 입어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의 조직을 재건하고, 각종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이식된다. 특히 이식재 수요의 98%를 차지하고 있는 피부조직은 화상환자에게 제공되고 이 외에도 뼈, 각막, 심장의 판막 등이 있다.
국내의 조직기증 절차도 상당히 잘 짜여진 상태다. 환자 사망 시 환자가 생전에 조직기증에 대한 의사를 밝혔거나 의사의 조직기증 권유에 유가족이 동의를 하면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이하 KOST)로 연락이 온다. KOST에서는 24시간 코디네이터가 대기 중이며 연락이 오면 바로 출동해 유가족에게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유가족 1인의 동의서명을 받는다. 이후 병력을 체크해 건강한 환자였는지, 간염, 에이즈, 독극물에 의한 사망 등 조직기증에 부적절한 환자가 아닌지 등을 검사한다. 검사를 통과하면 국내에 운영 중인 조직은행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조직기증 절차를 시작한다. 이후 KOST 소속 장례지도사가 사체처리를 한다. 정결하게 염까지 한 후에 유가족에게 확인을 받고 유가족이 원하는 장례식장까지 모셔다 드리는 것 까지가 KOST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채 1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조직기증이 사후 12시간 내에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조직기증을 한 환자의 유가족에게 기증자 예우 차원에서 장례비, 치료비, 유가족 위로비 등 최대 54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을 해준다. 장례식장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근조화까지 전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식재는 살균, 냉동포장되어 유통된다. 의사가 지시를 내리면 바로 이식이 가능하며 최장 2년까지 냉동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이식처럼 시간이 촉박하지도 않다. 또한 장기이식 때처럼 공여자와 수혜자간의 매칭도 필요가 없고 수혜자가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필요도 없다.

 

녹록치 않은 조직기증의 현실

이렇게 체계적인 절차는 물론이고 조직이식 자체도 장기이식보다 많은 장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조직기증의 현실은 암담하다. 장기기증의 경우에는 지난 30년간 사랑의기증본부, 생명나눔실천본부 등 17개의 관련 민간단체가 있고 그동안의 누적 장기기증 희망서약자는 1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인체조직기증에서는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KOST가 유일할 뿐더러 KOST는 설립된 지 이제야 5년째다. KOST 설립 이전의 조직기증 희망서약자까지 합쳐도 누적 서약자 수가 1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적은 희망서약자 수는 적은 조직기증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현재 조직기증 후진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100만 명 당 4.7명만이 조직기증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식재 수요를 맞추려면 연간 1천 명 정도의 조직기증자가 필요한데 실제 조직기증자는 1년에 150명에서 200명 수준에 머물러있다. 자급률이 20%정도인 셈이다. 나머지 부족한 80%정도의 이식재는 오로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적은 기증자는 이식재의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조직기증을 위한 시설, 설비, 인력, 기증을 위한 여러 검사시스템, 유통 등 모든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은 큰데 기증자는 적어 이식재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또한 부족한 이식재 수요를 채우기 위해 이식재를 수입하는데 이 수입 이식재도 상당히 비싸다. 이식재 수요의 대부분인 화상환자의 경우 3D업종에서 근무 중인 사람이거나 부모가 맞벌이로 나가고 없어 혼자 집에 있다가 화재로 화상을 입은 소아 환자 등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비싼 이식재 가격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

왜 조직기증 숫자가 적을까. 장기기증도 그렇게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조직기증은 그보다도 훨씬 부족한 수준이다. KOST의 공헌사업팀 서윤경 팀장은 “일반인들 중 조직기증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은 열에 하나”라며 “설문조사를 해보면 막연한 두려움, 시신훼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젊은 여성분들은 인체조직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무섭다며 화제 언급조차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곧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식 부족이 문제인 것”임을 지적했다. 또 인체조직에서 연상되는 두려운 이미지뿐 아니라 전통적인 유교사상도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부모가 주신 신체를 어떻게 훼손하느냐'면서 거부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하지만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바닥이라는 뜻은 올라갈 것만 걱정하면 된다는 뜻이다. 서윤경 팀장은 "조직기증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낮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증가추이는 상당히 고무적이다."며  "장기기증이 100만 명 서명을 위해 2~30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그걸 더 단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장례나 매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70%가 화장이다. 화장도 일종의 시신훼손이 아닌가. 이 부분을 사람들에게 잘 설득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예전에는 나눔이라고 하면 돈, 연탄, 김치, 쌀 등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재능기부가 트렌드가 되더니 최근에는 생명나눔이 하나의 문화로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헌혈, 조혈모세포, 장기기증, 조직기증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늘었다. 우리는 여기서 희망 찾고 있다. 길게 보고 가려고 노력중이다."라고 했다.
정부에서도 조직기증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많은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유일한 조직기증 단체인 KOST에 지원금을 배정하고 있고 기증자에도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식재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헌혈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 보건복지부 산하 팀도 작업 중이다. 혈액의 경우 생산원가가 한 팩에 8만원이지만 정부 지원으로 4만원까지 내려가 있고 건강보험까지 포함하면 환자부담금은 7800원 수준이다. 이처럼 인체조직도 합리적인 가격에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사들의
의식개선이 우선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중요한 것은 인체조직기증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개선이다.  KOST 서윤경 팀장은 "KOST 설립이 2008년이었지만 일반인들에게 대한 조직기증 홍보 시작은 실질적으로 올해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병원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느라 일반인들에게 홍보를 할 여유가 없었다.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유가족에게 조직기증을 권유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의사이다. 하지만 유가족에게 권유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의사들도 많고 인체조직기증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의사들도 많다. 의사들이 조직기증에 대해 잘 알고 유가족에게 잘 설명해줘야 조직기증이 활성화되고 더 늘어날 수 있다." 라며 조직기증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팀장은 마지막으로 의대생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근 의대협의 조직기증서명 캠페인으로 의대생 중 조직기증 서명자가 많이 늘어나 상당히 기쁘고 고맙다. 앞으로 의사가 되어서도 조직기증에 대해 잘 알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의사가 되어주면 좋겠다."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우리에게는 iPhone 보다 iPS가 대세다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와는 다른, 새로운 다기능줄기세포, iPS cell

 

 

-올해 생리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존 고든 박사(위)와 야마나카 신야 교수(아래)

지난 12월 7일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가 이루어졌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존 고든 박사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각각 ‘난자와 핵 : 우위 대결’과 ‘규정된 인자들에 의한 다능의 유도’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였다. 이들은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미국 의학상인 ‘라스카 상’을 공동 수상한 이후로 3년 만에 다시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2007년에 마리오 카페키, 올리버 스미시스, 마틴 에번스가 ‘포유동물의 배아줄기세포와 DNA 재조합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이후로,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대한 시상은 두 번째이다. 기존의 줄기세포 연구가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면, 존 고든과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연구 덕분에 유도만능줄기세포라는 새로운 줄기세포 영역이 탄생하게 되었다.
iPS cell(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이라고 불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역사는 1962년에 시작된다. 정확히 반세기 전, 존 고든 박사는 대학원생으로서 성숙세포를 만능세포가 되도록 재프로그램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박사는 성숙한 세포의 유전물질은 난세포의 그것과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실험을 하였다. 개구리 난세포의 핵을 제거한 후, 올챙이로부터 얻은 세분화된 장 세포의 핵으로 치환하였다. 변형된 난세포는 정상적인 올챙이로 발달하였고, 클로닝(cloning)이라 불리는 이 새로운 기술은 돌리(Dolly)와 같은 복제된 포유동물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하게 되었다.
존 고든 박사가 클로닝에 대한 논문을 출간한 해인 1962년에는 iPS cell을 창조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태어났다. 정형외과 의사 자격을 취득하고 임상에서 일하던 야마나카 교수는 분자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기초연구자로 전환하였다. 그는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고 어떻게 이 세포들이 만능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했다. 그러던 중, 야마나카 교수는 존 고든 박사의 연구와 현대 줄기세포 연구에 영감을 받아 세포를 재프로그램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의 아이디어는 성숙한 세포의 발달에 역행을 유도하여 줄기세포로 되돌아 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만능세포의 특징을 결정하는데 전사인자들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야마나카 교수는 만능에 관여하는 24개 유전자를 쥐의 섬유모세포에 삽입하였고 그 결과 섬유모세포가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전환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그는 더 나아가 거듭된 실험를 통해 성숙한 세포를 만능줄기세포로 재프로그램화 시키는 특정 4개의 유전자를 추려내었으며 이러한 새로운 제조법으로 생성된 줄기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iPS) cells)라 명명하였다.
2006년, 야마나카 교수는 논문을 발표하였고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로부터 1년 후, iPS세포를 쥐가 아닌 사람의 피부세포로부터 생산하는데 성공하였고 이는 의학적 이용가능성을 한 층 높여 주었다.
성숙한 세포를 만능세포가 되도록 재프로그램화 할 수 있다는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위원회에 낙점된 두 박사의 연구가 세포와 유기체들의 발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존 고든 박사와 야마나카 신야 교수 공로 덕분에 최근에는 iPS세포가 루게릭병 환자의 신경세포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세포에서 병의 경과에 따른 세포의 기능에 대한 연구와 병든 세포에서의 다양한 약리학적 효과에 대한 연구에 이용되고 있다.
노벨생리의학상 편집위원회는 “아직은 iPS를 만드는데 암을 유발하는 전사인자가 관여하고 있고 의학적으로 응용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인체의 모든 세포가 줄기세포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과학계에 매우 고무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강수진 기자/전남
<pi1125@e-mednews.com>

의과대학에서 한의학을 논하다

한국 의과대학에서 현행되고 있는 대체의학에 대한 교육

 

지난달 19일 국내 모 의과대학에서 구당 김남수의 ‘뜸과 건강’을 주제로 한 특강이 있었다. 현재 ‘뜸사랑’ 회장인 구당 김남수는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수영선수 박태환 등 유명인들을 치료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남수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면허 뜸 시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강의는 대체의학 및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질의응답 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구당 김남수’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흥미가 없어서, 누구인지 아는 사람의 대부분은 들을만한 수업이 아니라 생각해서 의대생의 참여율은 매우 저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특강 말고도 정규 수업시간에 일회적인 대체의학에 대한 소개 강의가 포함되어 있는 학교가 다수 있다. ‘대체의학’이라는 과목이 따로 있기보다는 학부 6년 또는 대학원 4년의 교과과정 중 총 1-4시간 정도 할당되는 수준1)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이 가장 대표적인 대체의학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보통은 가정의학과에서 담당하여 한의학 전공자를 초대하고는 한다. 한의학 및 의학을 복수 전공한 현 의과대학 교수가 직접 강의를 하거나 실제 한의학 교수를 초청하기도 한다.
전공과목도 아니고 시험 부담도 거의 없는 강의라 강연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수업에 임하는 게 대부분 의과대학의 분위기이다. 강연자가 한의학 전공자가 아닌 경우에는 대체의학의 비과학성과 위험성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한의학에 대한 개론적인 설명과 함께 음양오행 등의 인문학적인 내용이 다루어진다. ‘IMS(IntraMuscular Stimulation)2)와 침술’에 대해 “마치 현대의학 쪽에서 열심히 땅굴을 파고, 반대편(한의학)에서 땅굴을 파다가 서로 만났는데 서로 자기가 판 굴이라며 싸우는 격”이라고 표현하신 분도 있었다. 신경외과 뇌수술 시에 침술로 마취를 하는 중국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 “정확히 알고 비판하는 것과 모르고 무시하는 것은 다르다”며 대체의학에 대한 강의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강연자의 태도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전반적인 한의학에 대한 소개를 한 경우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새로운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신선하고 좋았다”며 “무조건 배제할 것이 아니라 대체의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와서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면 서로 윈-윈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대체의학에 대한 소개에서 멈추지 않고 한의학 홍보나 옹호로까지 이어진 강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익명의 한 의대생은 “객관적인 사실 보다는 본인 경험담에 기초한 이야기들이 많았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강의 자체에 대해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도 꽤 있었다고 제보했다. 한의학의 애매모호한 표현에 넌더리를 치며 “한의대 안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내용을 떠나, 의학과는 관련이 없는 인문사회학적 내용이라고 생각하여 “이런 거 왜하지?”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의학에 대한 수업이 하루 종일 진행되는 곳도 있다. 학생들은 각각 다른 강의실에 번갈아 들어가서 전체론적 카이로프랙틱(holistic chiropractics), 바이오피드백 최면(biofeedback hypnosis), 한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요가, 및 에너지 치료 등을 접하게 된다. 선택실습으로 국립대체의학연구소(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NCCAM)에서 일정기간  대체의학을 실습하는 프로그램도 제공되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작년 6월 Virtual mentor(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에는 미국 내 몇 개 대학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대체의학 교육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글이 실렸다. 저자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존재할 수 있는 특별한 가치가 무엇이든지 간에, 과학적 평가를 통해서만 입증될 수 있기’ 때문에 대체의학에는 그 밖의 “다른 타당한 형태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대체의학에서 다루는 치료법들은 몇몇 생물학적 물질들만을 제외하고는 플라시보 효과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은 회의론적이고 철저한 생각을 하는 습관을 길러야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기’를 예로 들며, 초능력과 마찬가지로 ‘기’ 또한 감지가 불가능하고 측정이 불가능하며 반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리적이나 민족적인 기원을 떠나 과학적으로 검증해야할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의대생의 인문학적인 소양 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화제가 되면서 더불어 의과대학에서 ‘대체의학’에 대한 강의가 유행처럼 번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러한 수업이 진행되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의대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

 

1) 가천의전, 계명대, 관동대, 단국대, 대가대, 아주대, 영남대, 울산대, 서남대(생약학), 서울대, 전북대, 중앙대
2) 근육내주사(IMS) 만성 근육통증의 치료방법 중 하나로 통증유발점(trigger point)에 바늘로 자극을 주어 통증을 완화 시킴

예방접종에 대한 우려,
과연 득보다 실이 많은가?

 

자신의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예방접종은 감염 질환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 매우 유용하고 비용에 비해 효과가 매우 큰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은 백신이 개발되고 나서 어느덧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들 중에서 일부는 자신의 아이가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러한 부모들은 더 나아가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모임을 만들기도 하였다.
예방접종을 반대하는 모임 중 한 예로는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하 안예모)이 있다. 안예모는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겪은 부모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여,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겪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백신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어 만들어진 단체이다. 안예모에서는 백신에는 수은, 포르말린, 페놀, 알루미늄 등의 독성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근거로 백신은 병을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수많은 난치병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보건당국은 예방접종을 기피할까봐 부모들에게 이러한 독극물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예방접종 대신에 숯가루 요법, 풍욕, 냉온욕, 녹즙을 이용한 치료제 등 자연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안예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예방접종 후 발생한 수많은 부작용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예방접종 후 경련사례, 아토피 사례, 발달장애, 자폐 등의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환자는 모르고 의사만 아는 비밀이 있다든가, 의사는 백신에 대해서 더 공부해 근거 있는 답을 하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백신이 종교인지 과학인지 물음으로써 예방접종의 부작용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카페를 찾은 부모들에게 예방접종에 대해서 많은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예모에서 소개하는 예방접종 부작용의 여러 사례가 실제로 백신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예방접종의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크다. 성공적인 예방 접종의 결과로 오늘날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박멸되었으며, 멀지 않은 시기에 소아마비도 박멸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역도 발생 예가 현저히 감소하여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병 빈도가 1/1000,000 이하인 퇴치 단계에 이르렀으며, 그 외 대부분의 예방 접종 대상 질환들도 백신 사용 전에 비해 99% 이상 감소하였다.
홍창의 소아과학 교과서는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고,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있다. 근래에 사용되는 백신들이 효과적이고 안전하지만, 가벼운 증상으로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까지 다양한 정도의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백신 접종 후에도 해당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이상 반응은 여러 가지 기전에 의해 초래되며,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은 예방력을 유발하는 항원일 수 있으며, 미생물의 다른 성분, 백신 제조 중에 사용된 동물의 단백질, 항생제, 방부제, 젤라틴과 같은 안정제 등도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담마진 또는 발열과 같이 전신적 또는 국소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일부 반응은 시간적으로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하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가 있으며, 또 많은 경우에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 갓 태어난 금지옥엽과 같은 자식에게 예방접종을 하는 것에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의 효과는 지난 의학의 역사를 통해서, 그리고 과학적으로 규명된 인과관계에 의해서 증명되었다. 우리 아이에게 예방접종이 과연 득보다 실이 많은지에 대한 판단은 부모의 몫일 것이다.

 

진석환 기자/연세원주
<kwan@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