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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가 말랑말랑, 책 한 권 어때요?

 

늑대를 읽어보셨어요? 혹시 철학책은 키워보셨나요?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 저/강수희 역, 추수밭

 

이 질문만큼이나 늑대와 철학은 우리에게 어색하다. 미디어라는 체로 거른 후의 정제된 모습이 아닌 실제 모습은 더 그러하다. 때로는 낯설고, 심지어 겁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두 이질적인 대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그 시선을 따라가보면 독자들도 어느새 철학과 늑대에 친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철학교수인 저자 마크 롤랜즈는 어느 날 구멍이 난 삶의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개로 둔갑한 늑대를 입양한다. 그의 늑대 브레닌은 목줄 없이도 나란히 걸을 만큼 인간과 가까워졌고, 작가의 삶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그리고 늑대는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 세계에 어울려 살면서 거꾸로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우리는 동료 영장류를 바라보지 않는다. 예의주시한다. 계략을 짜고, 음모를 꾸미고, 확률을 따진다. 그러면서 상대를 이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관계가 이해득실에 따라 측정되는 것이다. 반면 늑대는 행복이 결코 계산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글쓴이에 따르면, 대표적인 인간의 가면은 ‘행복 추구’였다. 지금까지 행복의 비결을 알려 주는 책들이 무수히 만들어졌는데도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저자는 감각에 의존하여 만족스런 감정 상태를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게 인간이라는 데 착안하여, 인류를 ‘행복중독자’라 칭한다.
‘늑대에게 중요한 것은 소유의 사실이나 소유의 정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늑대가 되느냐는 것이다.’
반면 다른 동물들, 말하자면 늑대는 감정이 아닌 실체, ‘토끼’를 쫓는다. 마크는 브레닌이 먹이를 잡건, 못 잡건, 사냥시간이 끝나면 눈을 반짝이며 환희에 젖는 걸 발견했고, 그로부터 즐거움과 불편함이 하나 될 때 비로소 행복이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방에 갇힌 여행자들에게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빌 브라이슨 저/권상미 역, 21세기북스

 

책은 서론 없이 한 장의 차례를 지나 곧바로 시작되고,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난다. 보다 못한 역자가 후기를 끝에 남겨놓은 것으로 책이 마무리된다. 무슨 책인지 알기위해 차례를 훑어봐도, 이내 당황하게 된다. 각 챕터의 제목은 여행도시의 이름 하나뿐이다. 여행 가이드식 맛집 소개도 없고, 철학적 사유도 없으며 내용은 ‘발칙한 유럽 산책’이라는 제목에 충실하게, 저자가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느낀 감상일 뿐이다.
‘스페인 어는 매우 섬세하고 낭만적으로 들리는 반면, 같은 말이라도 독일어로 읽으면 포로수용소의 기상 점호처럼 들린다.‘
‘리히텐슈타인은 모든 게 우스꽝스러운데 그 중 하나가 소시지 껍질과 틀니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라는 점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유명한 저자 빌 브라이슨은 각각의 도시에서 며칠씩 머무르며 느낀 자신의 감상을 서술하고 있다. 파리, 벨기에, 로마, 스위스 등 친숙한 도시부터 예테보리, 함메르페스트, 소피아 같은 생소한 지역까지 다양하다. 비록 그의 눈으로 본 유럽의 모습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직설적인 유머로 묘사된 가장 인간적인 유럽의 모습일 것이다. 책은 묘한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난다.
‘어쨌든 상관없다.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이니까.’
「더 타임스」에서 일할 때 네덜란드 출신의 동료가 있었는데, 하루는 그에게 반 고흐를 ‘반 고’로 발음하는지, ‘반 고흐’로 발음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다소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아니, 빈센트 반….”까지 발음하더니 갑자기 나방이라도 목에 걸린 듯이 가래 뱉어내는 소리를 낸다.

 


세상만사는 다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저/임호경 역, 열린책들

 

소설의 주인공 알란 칼손은 낙천주의자에 두려움이 없는 100세 노인이다. 세계를 헤집고 다니며 심지어 자신을 잡으러 온 형사가 들이 닥쳐도 커피한잔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스스로 그것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이고, 학습에 의해 두려움은 극복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젊은 시절부터 범상치 않았던 알란은 24세의 나이에 스웨덴에서 폭탄제조로 자신의 집을 폭파시키며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 후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물리적 거세를 당하며 내전, 스파이, 원자탄 개발 등 세계를 들쑤시고 다니게 된다.
그런 알란이 100세 생일을 맞아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해프닝과 백 년의 세계사가 교차하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코믹 로드 무비와 세계사 다이제스트를 동시에 보는듯한 기분이 든다. 엄청난 사건과 고난이 끝없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는 알란의 모습은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과연 그 무엇이 억누를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정말이지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뭐, 인생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이따금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일이지……. 그가 좌석에 편안히 자리 잡으며 내린 결론이었다.

 

전영준 기자/중앙
<yjipnida@e-mednews.com>

솔깃해서 위태로운 소문의 심리학

 

자판기 효과라는 것이 있다. 2명 이상의 사람이 자판기 앞에 모여 비공식적인 대화를 나눔으로써 생기는 소문에 관한 이론이다. 자판기 주변뿐 아니라. 식당, 휴게실, 인터넷 블로그, 담배를 피우는 뒷길과 같이 사람들이 사는 곳, 일하는 곳 혹은 놀며 쉬는 곳이라면 어디든 소문은 만들어진다.
우리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매일같이 크고 작은 소문을 듣고 말하며 퍼뜨린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루머 전문가이자, “루머사회”의 저자 니콜라스 디폰조 박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도 소문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근본적인 상호작용이 흥미로우면서도 무서운 이유는 소문만큼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 간의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소규모 집단 내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한 취업 포털에서 직장인 1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회사에서 소문에 시달려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47.9%. 이 중, 소문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는 사람은 26.9%에 달했다.
이처럼 소문은 도처에 존재할 뿐 아니라 파고들어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까지도 쥐고 흔드는 힘이 있다.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기에 또 누구든 쉽게 찔려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칼, 소문. 그 힘에 대해 심리학적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소문은 어떻게 보편적인 인간의 특성이 된 것일까?

 

이는 인간의 핵심적인 본성 두 가지를 통해 해석이 가능하다. 심리학자인 수잔 피스케에 따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일한다는 점에서 동물과 쉽게 구별된다. 또한 인간에게는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맥락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특성이 있다. 주어진 상황을 헤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본능인 것이다. 소문은 이 두 가지 본성의 만든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소문을 믿을까?

 

사람들은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나 경험과 소문이 일치할 때 그것에 보다 더 확신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소문을 받아들일 심리적 공간이 있어야 소문은 설득력을 가지고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이다. 소문은 애매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내용이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에 부합할 경우에 사람들은 더 쉽게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한편 우리는 매일 듣는 모든 소문을 확인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없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소문에 대해서는 진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므로, 소문의 진위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소문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우리는 소문의 사실여부를 분명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럴 때는 소문을 들었을 때 그것이 사실로 판명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를 따져보도록 하자. 사건이 사실일 상대적 빈도가 높을 경우에만 그 소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주변의 소문들에 대한 다른 방면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왜 이런 소문이 나돌고 있는 지, 소문에 개인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악의가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내가 그 소문의 주인공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생각과 기분이 들지를 한번씩만 생각해 본다면 떠도는 소문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소문은 인류의 사회적 특성, 궁극적 이해에 대한 특성을 반영한다. 따라서 소문을 이해한다는 행위는 곧 소통이다. 소문의 행간에서 사람들의 근심과 신념, 그리고 두려움을 읽어 내는 것이다. 소문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나아가 세상과 인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현진 기자/중앙
<0355660@e-mednews.com>

사주로 건강을 점친다?

97호/문화생활 2015. 5. 15. 15:44 Posted by mednews

사주로 건강을 점친다?

 

유전공학과 의학의 발달로 건강과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미 예로부터 간단한 정보를 가지고도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해 왔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사주명리학’이 바로 그것이다. 혹자는 그게 무슨 얼토당토 않는 소리냐 반문 할 것이다. 그러나 당나라 말부터 발전해 온 사주명리학이 1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50세에 위궤양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라.” 시기와 질병까지 자세하게 예측하는 사주에서의 진단. 과연 어떤 과정과 근거로 진단까지 도출해 내는 것일까?


사주명리학이란 무엇인가

 

사주명리학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로 나타내고, 이것의 음양오행 배합과 상호관계로 그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는 동양철학의 한 분야이다. 하늘과 기둥을 뜻하는 천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의 10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땅과 가지를 상징하는 지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12자로 표현된다. 즉, 개인이 태어나는 그 시점에 우주(하늘과 땅)이 갖는 기운, 오행이 개인의 기질로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주(四柱)란 천간과 지지가 결합해 만들어진 육십갑자가 생년월일시 순서로 세로쓰기하여 적어 놓으면 4개의 기둥이 서 있는 형상과 같다 해서 붙여졌으며, 4개의 기둥에 각각 두 자씩 적혀 있다 하여 팔자(八字)라고 한다. 
이렇게 사주팔자는 생년월일시인 천간과 지지. 그리고 각각의 천간과 지지에 해당하는 오행(五行)을 바탕으로 해석된다.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로 만물을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요소로 각 성분에 따라 관장하는 인체의 부위도 다 다르다. 오행은 생극제화(生剋制化)의 원리에 따라 상호작용을 하는데, 생(生)은 성질을 돕는 것을 말하며, 극(剋)은 해당 성질을 자극하고 억누른다는 의미다. 제(制)는 극과 비슷하지만 적절하게 극이 되어 통제하는 것이고 화(化)는 성질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호 작용에 가지고 있던 오행이 합쳐지거나 충돌하기도 하며 오행의 성질이 변화하고 이는 사주 해석의 바탕이 된다.


오행의 과다와 고립이 질병을 만든다

 

특히 사주명리학에서 질병은 오행 중 특정한 성분이 고립되거나 과다할 경우 해당 오행이 관장하는 인체 부위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오행의 고립과 과다 또한 오행의 생극제화를 기본으로 각각의 성질 변화를 해석된 후 분석한다. 오행의 ‘고립’이란 사주 원국에서 어떤 오행이 다른 오행들에 둘러 싸여 있을 때를 말한다. 예를 들어 ‘火’가 3개의 ‘水’에 둘러 싸여 있으면 서로 상극인 물에 의하여 불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해 ‘火’에 해당하는 소장, 심장 쪽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오행이 ‘과다’할 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오행의 과다는 특정 성분이 4개 이상, 점수로 50점 이상일 때를 말한다. 같은 오행이라도 연령대에 따라서 개수에 대한 해석이 다르며 이는 연령에 높아질수록 신체 기능이 저하됨이 반영된 것이다.
오행의 점수는 ‘오행점수론’을 통해 자연의 성질과 내부의 상호 작용을 반영하여 매겨진다. 점수는 천간과 지지가 각기 다르게 매겨지는데, 천간은 지지와 달리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연간 10점, 월간 10점, 일간 10점, 시간 10점으로 모두 동일하게 점수가 배분된다. 반면 지지는 계절에 따라 다르고, 하루 동안에도 시간에 따라 태양과 달의 기운이 달라지기 때문에 점수 배분이 복잡하다. 변화가 가장 적은 연지는 10점, 사주팔자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차지하는 일지는 15점, 하루 동안 기온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시지는 15점을 할당한다. 사주에서는 계절 변화에 따른 오행의 변화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계절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월지에는 30점으로 가장 큰 점수가 배분된다.
월지의 점수 책정은 훨씬 더 복잡하다. 월지의 종류에 따라, 해당 월지의 날씨 변화에 따라서도 점수는 달라지는데, 일례로 월지가 신금(申金)이고 8월인 경우를 보자. 8월의 날씨는 중순까지는 덥고, 8월 하순에 들어서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가을이 시작된다. 따라서 월지가 신(申)인 경우 해당하는 오양의 성분은 금(金)이나 8월 15일까지는 화(火) 30점으로 계산을 하고, 8월 25일까지는 화(火) 15점, 금(金) 15점, 26일 이후 부터는 금(金) 30점으로 계산한다. 이처럼 사주에서는 시기 별 오행의 흐름과 오행의 상호작용까지를 고려해 건강 문제를 점친다.

 

질병은 언제 발생하는가

 

질병의 발병 시기는 오행 자체의 갖는 기질적인 특성 뿐 아니라 여기에 ‘대운’과 같은 전체적인 운세의 흐름도 더해져 언제쯤 특정 성분이 더욱 고립되거나 과다하게 되는가로 파악 하게 된다. 그 밖에도 사주 원국에 전혀 없거나 아주 약한 오행 혹은 지장간(地藏干, 땅과 하늘에 간직되어 있는 기)에 숨어 있는 오행이 대운에 들어오면서 사주 원국의 다른 오행들에게 극을 당하거나 공격을 받을 때에도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대운이란 인생에서 장기간 큰 영향을 미치는 운으로 10년을 주기로 변화하는 운의 흐름이다. 쉽게 말해 앞서 본 사주가 자동차라면 대운은 그 자동차가 주행하는 도로라고 할 수 있다. 즉 사주가 좋아도 대운이 나쁘면 어려움과 막힘이 있고 사주가 나빠도 대운이 좋으면 영향이 미미하게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존엄하지만, ‘덜’ 존엄한 생명들

 

 

 

▲ 이탈리아 동물 보호 단체 ENPA의 동물실험 반대 광고

 

생명은 존엄하다, 혹은 그렇다고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개발한 무수한 화폐 단위 중 그 어느 것도 생명의 가치를 매기지 못했고, 눈앞의 생명을 해치는 것은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더라도 여전히 비윤리적인 일이 될 것이다. 난자와 같이 심지어 생명이 될 가능성만 있더라도 생명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이다. 그 정도로 생명은 무겁다.
물론 지금까지 말한 ‘생명’은 인간의 생명만을 말한다. 동물은 그렇지 않다. 실험용 생쥐를 마음껏 조작하고 죽여도 되는 가격은 만원이며, 복제 양 ‘돌리’가 이 세상을 다녀간 지도 10년이 넘어 간다. 생명은 존엄하지만, 동물 생명은‘덜’존엄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러한 관념이 시작된 것일까?

 

벗어나기 힘든 갈레노스의 그림자

 

생체 실험 및 해부의 시초라면 갈레노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갈레노스는 동물로부터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생리학적 학설을 수립하고 인간에 대한 관찰로 연결시키는 데에까지 나아갔다.
그는 인간을 이용하여 연구를 해보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도 죽은 인간의 해부는 로마 주교에 의해 금지되어 있었다. 이에 갈레노스는 염소, 돼지, 원숭이 등에 칼을 대기 시작하는데, 이는 인간에 대한 연구를 동물에서 먼저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당연하다는 관념을 낳게 된다.
오늘날까지도 동물 실험 찬성론자들은 그가 동물을 이용해 의학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물론 갈레노스가 그 동물 연구들을 바탕으로 주장한 4 체액설과 그 체액의 순환에 대한 학설 등은 대부분 틀렸으며, 이후 르네상스가 오기 전까지인 약 1,500년간 의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역할을 했다는 점은 자주 간과된다.
베살리우스와 하비가 인체에 대해 올바른 설명을 제시하며, 드디어 의학이 갈레노스의 그림자를 벗어나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불행하게도 그러한 발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근대 실험의학의 시조로 불리는 베르나르는 어떤 병이 동물에게서 재현될 수 없다면 그 병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명제를 동료 과학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설득시켰다. 그때까지 축적된 임상 자료만으로도 그것이 말도 안 되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도 그는 “의사는 병원을 떠나 실험실로 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학이다”는 주장을 폈다.
갑작스럽게 동물 실험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의학 연구에 대한 투자금은 동물 연구비로 들어갔다. 에디슨은 결핵균에 의해 부신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을 관찰하고 오늘날의 에디슨병(Addison`s Disease)에 대해 기술하였지만, 연구자들이 동물의 부신을 아무리 떼어도 같은 증상을 찾아내지 못했기에 이 병은 30년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 받았다. 그렇게 동물 실험은 늘 의학의 퇴보와 함께 해 왔다.

 

동물의 권리를 낮게 본 서양 철학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물의 존재를 네 가지로 설명하였다. 형상인, 질료인, 목적인, 동력인 등이 그것이었는데, 여기서 목적인은 어떤 사물이 생성되는 궁극적인 목적을 뜻한다. 그리고 그는 식물이 동물을 위해 존재하며,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았다. 동물이 음식, 가죽, 뿔 등으로 사용되던 당시로써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 몰라도, 그 이후의 서양 철학사 전반에서도 동물의 권리는 낮게 평가된다.
프랑스 합리론의 대표 주자였던 데카르트는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을 찾기 위해 모든 존재를 철저히 회의하고 의심했고,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문장과 함께 근대 철학을 열었다. 그런 그가 동물을 정신이나 영혼이 없는 존재로 보았다는 것은 크게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동물의 고통이나 비명 등은 진정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마취 없이 동물 실험을 행하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데카르트의 뒤를 이어 독일 관념론을 시작한 칸트 역시, 이성을 가지는 인간의 이익은 그렇지 않은 동물의 이익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옹호했다. 다행히 그는 동물을 잔혹하게 대하는 것은 반대했는데, 사실 이는 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품위를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야 제기된 윤리 문제

 

그렇듯 서양 철학은 동물 실험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동물들의 생명을 희생해도 되는 정당한 근거로 더 크게 작용하는 가운데, 뒤늦게야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다윈은 진화론을 통해 동물은 인간의 불완전한 초안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잔인한 동물 실험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주도 하에, 1876년 동물 실험을 규제하는 동물 학대법이 최초로 제정되었다.
공교롭게도, 최초로 동물 생체 해부 반대 협회를 설립한 것은 베르나르의 아내와 딸이었다 (1883년). 베르나르의 끔찍한 동물 실험에 치를 떤 이들은 길거리를 헤매며 길 잃은 개를 찾아 다녔는데, 혹여 베르나르의 손에 들어가 실험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한편 영국에서는 1903년부터 1910년까지 ‘갈색 개 사건 (Brown Dog Affair)’을 통해 생체 해부에 대한 논란이 전국적으로 지속되었다. 의과대학 학생이 개를 해부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마취 없이 잔인하게 진행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동물 실험 반대론자들은 갈색 개의 동상을 세우고 기념물로 제정하였지만 의대생들은 반복적으로 이 기념물들을 파괴하곤 했다. 이 논란은 전국으로 퍼져 국론 분열을 야기하였으며, 동물 실험 반대론자들이 갈색 개 인형을 들고 행진을 하기도 했다 (갈색 개 폭동).

 

 

윤리적 문제이든, 실용적 문제이든

쿤데라는 그의 저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의 참된 선의는 아무런 힘도 지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순수하고 자유롭게 베풀어질 수 있다.”고 썼다. 인간이 정말 선한지 확인하려면, 아무런 대가가 없을 때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봐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류의 진정한 도덕적 실험, 가장 근본적 실험, 그것은 우리에게 운명을 통째로 내맡긴 대상과의 관계에 있다. 동물들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인간의 근본적 실패가 발생하며, 이 실패는 너무도 근본적이라 다른 모든 실패도 이로부터 비롯된다.”고 썼다. 그렇듯 우리가 인간의 건강을 위해 동물의 생명을 마구잡이로 희생하는 것은 인간의 추한 단면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상일 수도 있다.
윤리적인 고민을 떠나 현재 동물 실험이 과연 실용적으로 의미가 있는가 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동물 실험은 비참하리만큼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서도 실패하였으며, 인간에게 실제로 해롭기까지 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체 실험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는 동물과 인간이 전혀 다른 생명체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전히 많은 동물이 신약 개발에 사용 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단계적으로 화장품 등에 대한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해 나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세용 기자/연세
<2bleDOWN@gmail.com>

내 몸부터 체크하세요!

97호/문화생활 2015. 5. 15. 15:42 Posted by mednews

내 몸부터 체크하세요!

- 속옷 바르게 입기

 

여성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몸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김과 동시에 새롭게 경험하는 것은 바로 속옷 착용이다. 사춘기 이후에는 거의 평생 착용하게 되는 것이 바로 브래지어다. 몸과 가장 밀착되어 있으면서 일상생활의 많은 시간을 입고 지내기 때문에 ‘올바르게, 잘’ 입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생각보다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의 대해서 잘 모르고 이 때문에 잘못된 브래지어 선택으로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브래지어가 주는 고통은 호흡곤란에서부터 요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팬티는 어릴 때부터 입어서 익숙하겠지만 최근들어 팬티의 디자인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생식기와 바로 닿는 것을 고려하여 건강한 속옷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다시 한 번 사랑스럽게 관찰해보고 가지고 있는 속옷들이 나의 몸을 위한 속옷인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남성들도 이번 기회에 여성들의 몸에 대해서 이해해보고 여자 형제나 여자 친구를 진정으로 위한 좋은 속옷을 하나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1. 엉덩이와 가슴, 다시보기

 

브래지어 선택의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정확한 사이즈 측정이다. 국내에서 나오는 브래지어는 ‘75A’와 같이 숫자와 영어 문자가 같이 표기되어 있다. 이 때 숫자는 밑가슴 둘레, 알파벳은 컵의 크기, 소위 우리가 가슴의 사이즈를 얘기할 때 크다 작다고 하는 기준에 해당한다. 컵의 크기는 밑가슴 둘레와 윗가슴 둘레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일단 밑가슴 둘레는 봉곳하게 솟은 가슴의 바로 아래를 측정한다.이 때 정확히 수평이 되어야 하므로 사실상 혼자서 측정하는 것보다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국내에서의 브래지어 사이즈에서 밑가슴 둘레는 5cm 단위로 늘어나는 데 1-2cm 내외에 자신의 사이즈가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윗가슴 둘레는 쉽게 말해 가슴의 가장 큰 둘레는 재는 것이다. 턱의 중앙에서 자신의 머리크기만큼 아래의 위치에 유두가 위치하도록 가슴을 올리고 측정한다. 이렇게 해서 측정된 윗가슴 둘레에서 밑가슴 둘레를 빼면 자신의 컵 사이즈가 된다.
엉덩이의 경우 가장 큰 둘레를 재면 된다. 국내에 시판되는 팬티 사이즈의 경우 85cm 에서부터 5cm 단위로 커지게 되는데 이 때 자신의 사이즈가 1-2cm 내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2. 브래지어 첫걸음

 

<컵사이즈 표>

 

브래지어를 제대로 골랐다면 착용하는 것은 다음으로 중요한 단계이다. 제대로 착용해야 가슴의 모양도 예쁘게 유지될 수 있고 몸도 훨씬 편안하다. 일단 브래지어의 어깨끈을 넉넉하기 늘인 후 어깨에 걸친다. 45도 인사하듯이 가슴을 살짝 숙인 상태에서 가슴을 컵속에 모은 후 뒤에 후크를 채운다. 후크를 채울 때 거울을 보고 수평이 되는지 확인하자. 후크를 채운상태에서 컵 속에 가슴을 올바르게 위치시킨다. 이 때 밑가슴으로 빠져나오거나 겨드랑이로 빠져나온 가슴이 없도록 쓸어모아 컵속으로 넣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어깨끈의 길이를 조정한다. 너무 꽉 조이면 활동 시 브래지어가 올라가게 되며 어깨 결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조이면 된다. 참고로 불편함을 감소시키기 위해 수평이었던 브래지어를 뒤에서 살짝 아래로 잡아당기면 훨씬 몸이 가볍다.
밖에서 돌아와 집에서 쉴 때는 되도록 브래지어를 벗어두는 것이 좋은데 가슴 주변에 림프절이 많아 순환을 돕기 위함이다. 혹자는 브래지어를 하고 있지 않으면 가슴의 모양이 흐트러질 것을 우려하는 데 이는 아직 정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한다.

팬티의 기본적인 목적은 생식기를 외부 노출에서 보호하기 위함이므로 엉덩이를 충분히 감싸고 생식기와 닿는 부분이 부드럽고 적당히 넓은 것이 좋다. 여성들이 바지를 입을 때 힙 라인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자 Thong을 입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은 괜찮지만 잦은 착용은 생식기에 무리를 주어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한다. 힙 라인이 신경쓰인다면 심리스 라인을 입어보자. 엉덩이는 감싸주어 라인을 살리면서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편하면서도 아름답다.

 

3. 보정속옷

 

요즘에는 자신만의 속옷을 주문하여 제작하는 보정 속옷이 떠오르고 있다. 신체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여 결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부각시켜 전신 성형을 한 것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하고 가슴의 사이즈도 변화된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보정속옷의 기능성이 특화되면서 자세를 고려한 보정 속옷도 판매되고 있다.

 

♣  확인해 보세요.

 

·컵이 가슴을 중간을 파고들어요 ⇒ 컵 사이즈를 늘려보세요
·서 있을 때 컵의 위쪽이 떠 있어요 ⇒ 작은 사이즈를 착용하세요.
·브래지어 옆 겨드랑이 쪽으로 살이 삐져나와요 ⇒ 조금 삐져나온 것은 괜찮아요. 활동하다보면 살이 움직여 없어진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삐져나온다면 사이즈 측정을 다시하세요.
·브래지어가 자꾸 올라가요 ⇒ 어깨끈이 너무 짧게 조여져 있거나 밑가슴 크기가 실제보다 크게 측정되었을 수 있습니다.

 

조을아 기자/을지
<lovelyeac@e-mednews.org>

 

솔직히, 만화 좋아하시잖아요

97호/문화생활 2015. 5. 15. 15:39 Posted by mednews

솔직히, 만화 좋아하시잖아요

- 현실에 찌든 의대생의 가슴에 불을 지필 만화 3선

 

 

 

 

각종 영상매체에 의학 열풍이 불고 있다. 분기별로 하나씩은 꼭 나오는 의학 드라마는 시청률의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방영된 굿닥터, 골든타임, 닥터 진 등등에 빠져들어 시청한 의대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며, 그 이전에 방영되었던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브레인, 하얀 거탑 등 모두가 이름을 기억하는 명작 드라마들도 있다.
의학을 소재로 한 매체가 인기를 구사한다는 것은, 대중들이 의사에 대한 환상과 미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처음엔 서투르지만 여러 가슴 절절한 사건들을 겪으며 결국 인성과 실력을 겸비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나가는 훈남 의사라니,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필만 하지 않은가?
그러나 상대적으로 의료계의 현실에 가까이 서 있는 의대생들은 사실 드라마의 전개에 코웃음을 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에는 환자의 진심어린 감사보다는 욕설과 모욕이 가득할 것이고, 병원 안에서 미남미녀와의 풋풋한 로망스 그런 게 있을 수가 없으며, 앞으로 다가올 현실의 중압감은 가깝고 더욱 무겁다.
하지만 현실이 어떻건 우리에게도 취해 있을 마약이 필요하다.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그때 그 계기, 그리고 의대/의전원에 처음 발을 들일 때의 그 소중했던 인의와 패기를 잊어서야 이 힘든 생활을 성공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 그래서 여러분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펴줄 의학만화들을 이 자리에서 몇 편 소개하려고 한다.

 

최초의 의학 만화, 데즈카 오사무의 ‘블랙잭’

현실성★ 감동★★ 작품성★★★★

 

‘철완 아톰’ ‘불새’ 등의 작가로서 일본 만화의 아버지인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이다. 데즈카 오사무는 오사카 제국대학 의학전문부를 졸업 후 의사 면허를 취득한 실제 의사였고, 당시의 경험이 ‘블랙잭’이라는 희대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다른 만화들에 비해 현실성이 많이 약하지만, 허구에서 어떤 교훈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가장 만화답기도 한, 만화의 아버지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 보다는 의학 덕분에 탄생한, 온몸에 흉터가 가득한 무면허 의사 블랙?잭의 입체성이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등 허무맹랑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지만, 시대를 생각하면 의학적 고증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검은 망토를 두른 흉터투성이의 천재 외과의’ 캐릭터의 원조를 찾아보고자 하는 이에게, 혹은 만화의 아버지의 족적을 좇고자 하는 이에게 추천하는 만화. 1973년작, 전 10권 완결.

 

수염난 거구의 마초 의사, ‘Dr. 쿠마히게’

현실성★★★★ 감동★★★ 작품성★★★

 

대학병원 조교수 자리를 차버리고 신주쿠 뒷골목에서 없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주고 있는 마초의사 쿠마히게의 이야기. 블랙잭의 경우 어떤 사람이라도 무조건 살려낼 수 있는 신의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쿠마히게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인간이며,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죽음과 삶에 관한 인간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대적 배경 상 지금이라면 성차별이라고 난리가 날 대사와 행동이 가득하지만, 의사의 ‘휴머니즘’을 다룬 의학 만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만화이니 한 번 들여다볼 가치는 충분하다. 1986년작, 전 6권 완결.

 

Dr. 코토 진료소

현실성★★★ 감동★★★★ 작품성★★★

 

억울한 누명을 쓰고 섬으로 온 천재 외과의사 Dr. 고토의 이야기.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도서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보의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상상하면 되겠다. 실제 이름은 고토지만 섬의 아이들이 Dr. 코토 진료소라고 간판을 만들어준 뒤 그냥 Dr. 코토로 불린다. 명예와 부 모두를 포기하고 한적한 섬에서 인술을 펼치는 Dr. 코토의 이야기가 절로 감동을 지어내는 수작이지만, 의사 하나와 간호사 하나로 운영되는 열악한 섬의 진료소라기에 증례는 어지간한 대학병원에서도 어려운 수준이라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고증은 충실하다.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수작. 2000년 연재 시작. 현재 25권 미완.

모두 일본 만화라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의술에는 국적이 없는 법이다. 굳이 한국에서 의사, 의료를 소재로 한 만화를 보고 싶다면 현재 네이버 웹툰에 연재중인 고리타 작가의 <아프니까 병원이다> 그리고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같은 장소에 연재된 유성연 작가의 <나란의사 그런의사>를 추천한다.
의룡, Dr. 노구찌, 갓핸드 테루 등 여러 다른 테마의 의학 만화가 있지만 지면 관계상 소개하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솔직히 여러분 모두 만화 좋아하시지 않는가.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술 한 번 참아, 담배 끊어 아낀 돈으로 학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책장을 넘기며 마음을 다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