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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2010.06.07.)/오피니언'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6.09 [기자수첩] 돌아다보기, 다짐하기
  2. 2010.06.09 사설
  3. 2010.06.09 PK 다이어리
  4. 2010.06.09 편집자가 독자에게
  5. 2010.06.09 독자의 목소리

돌아다보기, 다짐하기

 75호. 제게는 통산 6번째 신문입니다. 신문이 한 학기에 3번 발행되니, 제가 신문사에 들어온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셈입니다. 원로(?)기자분들에 비하면 아직 매우 어리고 매 호마다 어떤 큰일을 맡았던 것도 아니었습니다만, 1년이란 숫자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설렘은 ‘돌아다봄’으로 이어집니다. 신문사의, 신문사에 의한, 신문사를 위한 나의 1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가만히 떠올려보면 참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릅니다. 첫 기획회의나 제 자신이 쓴 첫 기사가 실린 신문, 몇몇 기자 분들과 같이 들었던 기사쓰기 강좌, 스터디 모임..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인터뷰입니다.
 저는 대한의사협회의 공보이사님과 첫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 주제는 원격의료 사업과 관련된 의한 의협의 입장이었는데, 인터뷰 요청부터가 그리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나름 정중한 인터뷰요청이 담긴 이메일을 의협에 보냈는데 좀처럼 답장이  오지 않더군요. 한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답장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메일에 표시된 인터뷰 날짜가 메일을 받은 바로 다음날이더군요. 발등에 불이 떨어져 정말 정신없게 인터뷰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가지도 않던 인근 구내 도서관에 가서 대출증을 만드는가 하면, 필사적인 구글링으로 원격의료에 관련된 자료와 인터뷰이에 관한 정보를 긁어모으고 암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워크샵에서 나온 인터뷰 방법론 자료를 활용해서 질문지를 작성하거나 주의할 점도 정리했었네요. 설상가상으로 인터뷰 당일 오전에는 동생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었는데, 저는 졸업식장에 가서도 인터뷰 자료를 읽고 있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시간과 아슬아슬하게 겹칠 것 같아 결국 동생에게 꽃만 안겨주고, 점심은 같이 먹지 못한 채 후닥닥 뛰쳐나와 의협건물로 향해야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동생한테 미안하네요. 인터뷰 시간에 늦진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면서 택시에 몸을 실었는데 다행히 좀 빨리 도착했습니다. 의협 건물은 생각보다 그렇게 크거나, 딱딱하게 생긴 편은 아니었습니다. 안쪽은 일반 회사의 사무실 비스무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사무실에 고개를 비죽 내밀자, 사무직원들과 인터뷰이인 이사님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가구를 옮기고 계시더군요. 사무직원들이 식상한 내부구조를 바꾸자고 했는데 이사님이 적극찬성하시면서 새로운 인테리어(?)를 위해 작은 소도구나 책상 등을 손수 옮기고 계셨습니다. 공식석상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내시던 것과는 또 다른 친근한 모습도 있으시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좀 편안해지기도 했네요. 이사가 끝난 뒤 이사님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과일음료수를 하나 가져다주시고,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니 만들어간 질문지의 순서와는 영 다르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질문의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고, 한 질문에 다른 질문이 포함되는가 하면 잘못 알고 있는 개념도 간혹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사님은 제가 초짜 기자라는 걸 아셨는지, 질문내용 정리도 해주시고 좀 어려운 개념에 대해선 차근차근 보충설명을 덧붙이시면서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치러진 인터뷰는 약 1시간 만에 끝이 났습니다. 그리 짧지만은 않은, 하지만 실제로 느끼기에는 매우 짧았던 1시간 이었습니다. 첫 인터뷰를 무사히(?) 마쳤다는 홀가분함을 안고 의협건물을 걸어 나왔지요. 하지만 계단을 다 내려선 순간, 무언가 아쉬운 생각이 스쳤습니다 - 낙후된 의사협회 건물이, 왜 그렇게 슬프게 보였을까요.
 군데군데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뼈대만 유지하고 있는 듯 한 의협의 건물. 마치 오늘날의 의료계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옛날 기사에서 보았던 구절 - ‘현대사회에서 의료행위의 전반을 좌우하는 것은 의사나 환자가 아닌, 제약업계나 정부, 보험회사, 즉 자본이다’ - 이 날카롭게 스쳐지나 갔습니다. 의협의 건물은 저로 하여금 자본이 빠져나간 뒤 앙상하게 뼈만 남은, 힘 없는 의사들의 모습을 연상시켰지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사님이 마지막에 하신 말씀, ‘의료계가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이 왠지 모르게 필사적으로 들렸던 것은 저만의 착각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재 의료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현안들에 대해 의료계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나 제약회사 혹은 시민단체의 함성에 푹 묻혔다가, 가끔 조그맣게 소리를 내면 석연찮은 눈총만 받고 말지요. 우리의 목소리가 옳든 그르든 간에, 소리 자체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것을 막으려면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목청을 키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과 입문을 반년 남짓 남겨놓은 지금, 나의 본과생활은 어떠할 것인가, 그 와중에 기자활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상념이 드는 때가 많습니다. 본과 4년간 의학공부에 매진하는 것은 의학도로서 가장 중요한 의무이지만 그 와중에 혹여나 장님이 되진 않을지, 목소리를 잃지는 않을지 걱정이 듭니다.
 지금의 저에게 있어 기자활동이란 ‘바깥’으로의  시선 통하는 몇 안 되는 통로 중 하나입니다. 본과생이 되어서도 예과 때보다 더 매진할 자신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놓아 버리지는 않으려 합니다. 머리가 찌뿌둥하고 눈이 침침해지는 느낌이 든다 싶을 때는 신문을 보면서 목청을 가다듬어보겠다고 조심스레 다짐해 봅니다. 1주년 기념으로요.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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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2010.06.07.)/오피니언 2010. 6. 9. 01:16 Posted by mednews

박지연, 이십대 다윗의 죽음 앞에서

 여기 한 죽음이 있다. 골리앗은 제 탓이 아니라 말하지만 누구도 골리앗 때문이 아니라고 믿지 않는 죽음, 삼성반도체 노동자 박지연의 죽음이다. 그녀는 자신이 죽어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 채 거대기업의 전횡 하에 신음하다 세상을 떠났다. 뒤늦게 이를 안 사람들이 분연히 일어나 불의에 맞서며 그녀의 죽음에 분노하며 재벌의 횡포를 비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누구도 그녀가 스물세 살, 우리와 같은 이십대라는 것에 대해서는 쉽사리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하라’, ‘학점보다는 인성을 보라’, ‘대학은 취업기관이 아니다’ 등 이십대를 둘러싼 수많은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중 대학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른바 '’이십대 담론’이라는 것은 학비, 학벌, 취업으로 구성되는 ‘대학생 담론’으로 환원된다. 이런 현상이 가진 치명적인 문제는 성인이 된 이십대가 스스로를 미성년이라고 규정하게끔 만든다는 점이다. 즉, 사교육의 수혜를 받으며 학벌투쟁으로 유년을 보낸 대학생들이 또 다른 시혜를 바라는 담론을 내놓으며 스스로를 미성년에 유폐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는 선언과 함께 고려대를 자퇴한 김예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석훈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대학을 그만두면서 성인(成人)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담론 역시 대학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여전히 ‘대학생 담론으로 환원된 이십대 담론’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녀의 선언이 명문대라는 학력자본으로 인해 유효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혐의는 더욱 짙어진다.

 대학입시 배치기준표에서 최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들의 경우는 어떤가? 소수를 제외하면 우리들은 계급투쟁의 장에서 무난히 세습에 성공했다. 복종에 익숙한 모범생의 습속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고민의 대부분은 재시와 유급에 있다. 대입이라는 학력자본 사수대회에서 가장 안정적인 자리를 점한 우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안이함에 시야를 좁혀간다. 의사가 되는 것이 성인이 되는 것을 담보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유예시킨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우를 찾아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와 같은 이십대였던 박지연이 처했던 상황과 대비해본다면 우리가 미성년에 유폐되어 있다는 것은 확연히 드러난다. 어쩌면 그녀는 우리와 함께 놀던 친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십대가 되면서 자신을 둘러싼 강퍅한 현실 때문에 일찍부터 노동시장에 몸을 맡겨야 했을 것이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우리보다 먼저 어른의 세계에 발을 디딘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불의 앞에 맞섰다. 그러나 골리앗 앞에서 쓰러진 수많은 다윗들처럼 그녀도 쓰러져야만 했다.

 그녀의 죽음은 유예된 미성년에 안주하는 우리가 삶을 유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성인이 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것은 좁은 의료계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획득한 시선을 통해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에서도 정의를 인지해내는 지평을 가진다면 준비는 다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정의의 지평에서 그들의 편에 설 때 비로소 우리는 성인이 될 수 있다. 그들의 편에 서야 하는 까닭은 간단하다. 그녀는, 골리앗 앞에 당당히 맞섰던 스물 세 살의 다윗은 다름 아닌 우리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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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2010.06.07.)/오피니언 2010. 6. 9. 01:15 Posted by med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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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2010.06.07.)/오피니언 2010. 6. 9. 01:15 Posted by mednews

앉아 쉴 것인가 춤 출 것인가

한 남자가 공원에서 웃통을 벗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아니, 춤이라기보다 몸짓에 가깝습니다. 주위에 앉아있는 많은 사람들은 ‘웬 미치광이지?’ 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봅니다. 그런데 얼마 후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한 사람의 남자가 처음의 남자 옆으로 와서 똑같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둘은 선구자와 추종자이지만 곧 누가 먼저이고 누가 다음인지 알 수 없게 똑같아 집니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가 와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이제 그들은 하나의 그룹이 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이들을 목격한 사람은 미치광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공연을 하고 있다거나 친구들끼리 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셋이 다섯이 되고, 다섯이 열이 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 없습니다. 처음의 남자가 춤을 추기 시작한 지 3분이 되지 않아, 공원에서는 앉아 있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움직임은 이렇게 빠르게 일어납니다. 위의 이야기는 실화로, 사회에서 운동(movement)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예로 사용됩니다. 모두가 앉아서 쉬고 있는 공원에서 웃통을 벗고 춤을 추는 일도 몇몇 조건만 갖추어 진다면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하물며 대학생의 두발을 규제한다거나 못 먹는 술을 억지로 먹이는 것에 반대하는 것과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세대에 ‘88만원 세대’의 딱지를 붙인 공포경제학자 우석훈씨는 며칠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대생에게 ‘자정능력 상실’ 판정을 내렸습니다. 우석훈씨의 그 말보다 더 슬펐던 것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저 자신이었습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앉아 있던 공원의 사람들을 일어서 춤추게 만든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처음 춤추기 시작한 웃통 벗은 남자일까요? 아닙니다. 그는 정말로 미치광이였을지도 모릅니다. ‘저 사람은 미치광이야’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 사람 참 즐거워 보인다. 같이 춰봐야겠어’라고 생각했던 두 번째 사람이야 말로 공원의 사람들을 움직인 사람이지요. 그 후에는 어렵지 않습니다. 더 이상 ‘내가 저기 가서 춤추면 사람들이 미치광이 취급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앉아서 쉴 건가요, 춤 출 건가요?

편집장 김민재/순천향
<editor@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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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2010.06.07.)/오피니언 2010. 6. 9. 01:14 Posted by mednews

독자의 목소리

 ‘테디의 의대정복’ 만화를 진짜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연재가 종료된다니 아쉽네요ㅠ 이후 시간날 때마다 박재범님이 만화 다시 그리셔서 매 호가 아니라 나올 때마다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다른 의대도 우리 의대랑 비슷한 생활을 하는지 혹은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74호의 커버스토리 ‘대한민국 의대생보고서’를 통해 다른 의대생들의 생활이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신문 읽고 푸는 퀴즈’의 정답과 함께
▲ 신문에 대한 독자의견, ▲ 의대생활 중 소개하고 싶은 사연, ▲ 독자 투고 등을
7월 20일까지 보내 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신문 읽고 푸는 퀴즈!
1. 책 ‘88만원 세대’의 저자 이름은 무엇일까요?
2. 칠흑같은 어둠 속을 체험하며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신촌에서 진행 중인 전시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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