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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속 편하고 몸 편한 연구실 생활을 접고 아프리카로 날아간 기생충학자가 있다. 그 주인공은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정준호 씨. byontae라는 아이디로 유명한 과학블로거이기도 한 그가 아프리카대륙의 남동부, 스와질랜드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한 약력과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국의 University of Bath에서 분자세포생물학을 전공하고 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에서 기생충학석사를 마친 정준호라고 합니다. 그냥 기생충이 좋아서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나와 지금은 스와질랜드에서 기생충 유병률 조사와 현지 클리닉 의료보조를 하고 있습니다. 기생충 오타쿠라 불러주실 때가 가장 기쁜, 그런 사람입니다.

 

-기생충학을 전공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공자로서 느끼는 기생충학의 학문적인 매력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기생충이란 생물에 처음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학부 때 영국건강보호국에서 나온 분의 강의를 듣게 되면서였습니다. 이전에 박테리아나 관련 감염성 질환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를 보다 포괄적으로 공부 할 수 있는 기생충이라는 생물의 매력이 참으로 대단하더군요. 처음에 기생충학을 전공하겠다고 학부 담당 교수님과 상의를 했을 때는 왜 그런 사양학문을 전공으로 삼겠냐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기생충에 대한 오해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기생충학 이라 하면 단순히 회충, 촌충 같은 선충들이나 말라리아 같은 원충들, 혹은 벼룩이나 모기 같은 체외기생충들만 다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기생(parasitism)을 포괄적으로 본다면 거의 대부분의 병원체들이 기생형 생활을 하고 있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기생충은 진화를 주도하고 성 발생을 유도한 중요한 생물이며, 최근에는 위생가설을 통해 단순히 기생충에 의한 감염질환 뿐만 아니라 숙주와의 면역반응을 통해 의학적 사용법을 연구하는 분야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 NGO 단체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떠나셨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단체이고, 또 그런 방법을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모임이라는 NGO에 파견 나와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기생충 연구를 위해 현장으로 나가는 일은 연구자로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생충 질환을 단순히 교과서를 통해 피상적으로 공부하기 보다는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현장에서의 경험 또한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구요. 단순한 진단장비조차 없는데다 자본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 나와 연구를 시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제너럴닥터 분들과 헬스로그의 필진 분들, 또 충북대 기생충학교실 분들, 질병관리본부 분들이 장비와 제반 지식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현미경과 같은 기본적인 장비를 마련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제너럴닥터에서는 트리파노소마 커피를 통해 수익금 전액을 지원해 주시기도 하셨구요. 이렇게 하나하나 준비해 가는 과정 또한 큰 경험이자 즐거움이었습니다.

 

- 아프리카에서의 계획하신 여정의 반이 지나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진행하시는 기생충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또 그동안 느끼신 의료봉사활동에 대한 소감은 어떠십니까? 활동 중 있었던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현재 클리닉 주변에 있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채변 및 기생충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 600여명의 학생들 채변검사를 했는데요, 감염률은 약 25%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여기서 채집한 샘플들은 이제 한국에서는 비교적 찾기 힘든 기생충들이라 현재 충북대 기생충학교실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생충자원은행으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흔히 아프리카에서 의료지원을 한다고 하면 말라리아 같은 열대질환들을 흔히 보게될거라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실 어디나 흔한 질병들은 감기, 설사, 소화불량, 가벼운 외상 같은 질환들입니다. 장비 부족으로 응급환자를 볼 수도 없어서 시골 보건소 같은 느낌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단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환자 한분한분의 병력,가족력을 꼼꼼이 물어가며 인간적 유대를 쌓고, 고맙다며 집에서 키운 고구마나 아보카도, 구아바 같은 것을 들고와 먹으라 손에 쥐어주시는게 제일 즐거운 순간입니다.

 

-아프리카의 무서운 질병이라면 흔히 '에이즈'를 떠올리고 단번에 기생충질환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 것 같습니다. 현황은 어떤지, 그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떠한 특정한 형태의 보건정책이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 또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현재 스와질랜드는 세계에서 HIV 감염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성인 중 약 40%가량이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HIV 감염이 가장 당면 과제임은 부정할 수 없지요. 하지만 단순히 사망률 기준으로 보지 않고 삶의 질의 측면에서 본다면 기생충 질환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구충이나 회충 같은 장내 선충의 감염자는 현재 20억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흔한 질병이지요. 하지만 장내 기생충으로 당장 사망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무시되고 있습니다. 여기 학생들의 감염률은 지금 25% 가량 되니 절대 적은 수치는 아니지요. 그나마 학교들을 기준으로 대량약물투여(MDA)을 통해 관리가 되어 이정도 수준이니 꾸준히 투약을 하지 않는 성인들의 감염률은 더 높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도 이제야 감염자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의료인력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HIV 감염자 확인으로도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때문에 채변검사를 통한 기생충 감염자 확인 보다는 대변에 기생충이 나온 사람들만을 클리닉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요. 사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의료인력의 절대 부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와지 인구가 100만 가량인데 의사는 170명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체계적인 보건정책이 수립되더라도 그를 진행할만한 의료인력이 부족하니 장기적으로 어떤 계획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지요. 궁극적인 해결책은 현지에서 진단을 할 수 있는 전문가나 간호사 같은 양질의 의료인력을 배출해 낼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겠습니다. 아마 단시간 내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요.

 

-의과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하고 싶은 말이 혹시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한국에서는 이제 의대에서 기생충학이 1학점짜리 과목이라 들었습니다. 기생충학을 전공하고 기생충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비록 임상적 중요성은 줄어들었다해도, 향후 기생충이 가지는 가능성은 무궁무진 하거든요. 그런면에서 많은 분들이 조금 더 기생충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기생충학이 단순히 충란 모양외우는 과목이 아니라 다른 매력도 충분히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끝으로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이 끝난 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일단 아프리카에서의 기생충질환과 열대의학에 대한 책도 집필하고 이에 대한 저변과 인식이 없는 한국에 열심히 알리는 일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학 공부를 좀 더 해서 보다 체계적인 의료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돌아오면 더 큰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배출되는 양질의 의료인력, 그러니까 이 신문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이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담 기자 / 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


검증이 아닌 발전을 위하여


의대생 분들께 묻습니다. ‘한의학’이라 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비과학적’, ‘스테로이드’, ‘민간요법’... 대다수 의과대학생들은 한의학을 ‘검증 안 된 철부지 학문’으로 여기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역으로 한의대생 역시 양의학을 ‘부분적이고 기계적인 의학’이라며 반기지 않지요. 굳이 학생들 간 의견대립이 아니더라도, 양-한방 갈등은 우리사회 전반에서 꾸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이런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 의학의 접점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작게나마 이뤄지고 있는데요. ‘한의학 탐사 여행’은 그러한 노력이 드러나 있는 책입니다. 2006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실시된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 강의 기간 도중 강의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의과대학생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교수의 답변을 모아놓았고, 이들을 크게 네가지 범주 - ‘한의학의 과학화’ ‘한방의료의 실제’ ‘한국 의료제도 속의 한의학’ ‘한의학을 이해함으로써 의사들이 얻을 수 있는 것’ - 로 나누어 수록해놓았습니다.

이 네 가지 중, 이번 기사에서는 ‘한의학의 과학화’에 초점을 맞춰볼까 합니다. 먼저 한의학의 과학화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본 후, 그 지향점이 정말 ‘괜찮은지’, 만약 아니라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의학의 생존수단, ‘과학화’

 

20세기 초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도입된 이래, 한의학이 계속해서 받아온 질문이 있습니다. ‘한의학이 과연 믿을만한 학문인가’ - 즉 한의학의 과학성에 관한 논쟁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끊임없이 질타를 받아온 한의학계는 한의학이 정말 믿을만한 의학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나아가선 ‘살아남기’ 위해 한의학의 과학화를 추진하게 됩니다. 그러니 한의학 과학화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자체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한의학의 생존방편으로써 외부적인 요구에 반응하기 위해 시작된 셈입니다.

 

현재까지 이뤄진 과학화의 방식은 다양합니다. 한의학에서 쓰이는 약재의 효능을 증명하기 위해 약재성분을 분석해보기도 하고, CT나 초음파 등 각종 진단 장비를 동원하여 치료경과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양방병원과의 협동연구를 통해 한의학과 의학을 접목시켜 보려는 노력도 하고 있지요. 오늘날 한의학의 과학화는 현대적 의미의 과학과 관련된 요소나 방법론 - 각종 진단 장비나 기계, 연구 방법론 등 - 을 차용한 것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전체적인 방향은 한의학의 과학성을 ‘검증’하는데 맞춰져 있는 듯합니다.

 

의학 & 실험과학의 ‘좁은 문’

 

한의학의 과학성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봅시다. ‘과학화’는 ‘과학적으로 체계화하다’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과학은 여러 층위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 정확한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와 한의사 분들은 이 ‘과학’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책에 나온 질문의 몇 가지 예를 살펴봅시다. 우선 많은 학생들이 한의학의 여러 가지 시술이나 각종 약제가 제대로 ‘증명’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서 증명은 현대의학에서 쓰이는 연구방법론 - 무작위배정 대조군 연구(RCT), 단면연구(CSS), 코호트 연구 등 -에 의한 검증을 가리킵니다. 음양오행이론이나 장상론 등 한의학의 근본 이론이 정말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묻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즉 한의학이 ‘서양 의학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연구, 검증방법론을 갖추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대다수였다고 볼 수 있지요. 만약 그러한 방법론으로 증명되지 못한다면, 한의학이 온전한 학문으로 인정받기는 힘들다는 뉘앙스도 들어있는 듯 했습니다.

 

질문 내용으로 짐작컨대, 학생들에게 있어 과학이란 ‘관찰-이론-실험-재현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된 지식, 이론체계’인 듯합니다. 이러한 의미의 과학은 ‘실험과학(experimental science)'이라고도 불리는데, 가장 좁은 의미의 정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의학의 과학성을 논하기에 적합한 수준의 정의일까요? 사실 의학은 과학 그 자체라기보다도 임상경험을 중시하는 영역입니다. 같은 약품이라도 그것이 투여되는 (실험상 통제되기 어려운)상황조건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고, 아직 작용기전은 불분명하지만 임상적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나는 시술이나 약품이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서 의학 자체도 비과학적인 측면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학이 ‘비과학적’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어째서 일까요? 위에 언급 했듯이, 과학에는 여러 층위의 의미가 존재합니다. 가장 넓은 의미의 과학은 ’믿을 만한 결과나 정확한 예측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체계적인 지식‘을 가리키는데, 이러한 의미의 과학에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나 기법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의학 역시 과학의 한 갈래로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한의학은 어떨까요. 한의학은 정精기氣신神혈血을 바탕으로 인체를 해석하고, 장부와 경락, 장상론을 이용하여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정기와 사기의 개념을 이용하여 병리기전을 설명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오랜 임상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한의학은 나름 ‘정확한’ 진단과 ‘믿을만한’ 치료법을 구축한 넓은 과학의 한 갈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한의학 그 자체로도 이미 과학성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지요.

 

양의학의 ‘과학화’, 한의학의 ‘과학화’

 

이제 한의학의 과학성을 검증하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양방의 과학성과 한방의 과학성의 성격이 각각 다르고,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 양의학은 과학적 연구방법론, 한의학은 음양오행설, 기氣이론 등이 되겠네요 - 또한 다릅니다. 이 언어 간 번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쪽의 언어로 다른 한 쪽을 정확히 해석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또한 그 부정확한 해석을 기준삼아 학문 간 비교우위를 논하는 것도 옳지 않겠지요. 다만 한의학계에서 이미 임상적 효능을 인정받은 시술이라든가, 특정 약재의 효능에 관심이 가지고 그것을 활용해보고자 연구하는 것은 양의학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의학의 과학화는 다른 학문의 성과를 활용하여 양의학을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의학자들 역시 과학화를 더 넓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현대적 연구방법론과 첨단 기기를 이용하여 한의학의 ‘이상 없음’을 증명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과학화입니다. 보다 넓은 의미 과학화는 한의학 본연의 과학성을 찾아나가는 일입니다. 현재 한의학의 이론이 오랜 기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그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긴 하지만, 근본이론에 관한 연구가 좀 더 체계화되어야 합니다. 한의학의 근간이 되는 음양오행 이론이나 기氣, 경락, 경혈 등의 실체에 관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한의학은 남의 언어를 빌려 자신을 설명할 수밖에 없지요. 한의학 스스로가 자신을 명쾌하게 이해, 설명할 수 있어야 ‘믿을만한가’라는 질문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록 과학화의 출발이 어느 한쪽의 비대칭적인 요구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양쪽 의학의 대등한 발전에 그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한의학의 과학화가 각자가 서로의 과학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꾸준한 성장을 도모하는 계기로써 받아들여지길 기대하며 스터디를 마칩니다.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스마트 폰이 없는 S 병원 실습생 A 는 오늘도 서럽다. 어제는 교수님의 질문에 A가 쩔쩔 맬 동안 스마트 폰을 가진 친구 B는 교수님 뒤에 숨어 재빨리 검색해 대답해버린다. 오늘도 수업자료 PPT 100장에 자신의 20년 업적을 고이 담아 오신 교수님. 과연 이 PPT를 뽑으면 볼 것인가, 또 이면지만 만드는 것은 아닐까, A가 고민하는 사이 B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스마트 폰에 수업자료를 가뿐히 담는다. 특히 본과생들을 위한 학습용 어플리케이션을 간단히 소개한다. 물론 전부 무료이다.

 

1. Wikipedia   


뭐니뭐니 해도 검색 엔진이 최고. 특히 Google 이나 Wikipedia Reference 의 질이 높아 참고 할 만하다.

2.                  NEJM this week 



의대를 다닌다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저널 NEJM. 매주 목요일 그 주의 요약 오디오 파일이 업데이트 된다. 술기에 대한 동영상도 포함되어 있어 OSCE 준비에도 참고할 수 있겠다.

3.                  NCCN guidelines  



각 종 암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있는 NCCN 홈페이지로 가입하면 무료로 암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볼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 이 가이드라인을 따라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실습을 도는 학생에게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되겠다.

4.                  LEXI COMP 



각종 약에 대한 정보, 약의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 진단검사의 의미와 방법에 관한 정보등 방대한 양의 정보가 무료로 제공된다.

5.                  Web MD 



증상으로 시작해서 감별진단, 질병에 대한 정보, 논문 검색까지 해주는 어플리케이션.

6.                  Stethoscope 



심음, 폐음, 장음의 청진 소리가 설명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7.                  ECHO



유용성을 좀 떨어지지만 아이폰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어플리케이션. 각종 질병에 대한 심초음파 동영상을 제공한다.

8.                  각종 File viewer들  



Discover, Goodreader 로 수업 PPT 자료를 보관할 수 있고 ichm으로 각종 e-book 을 넣어 다닐 수 있다.

9.                  각종 USMLE 대비 어플리케이션


usmle
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usmle buzz, usmle amnesia cure lite, Kaplan Qbank 를 추천.

      

이 밖에 3D Brain, Radiopaedia lite 등도 있다.

 

조원경 기자/순천향

loveee@e-mednews.com 


1994년 한국 의학드라마는 종합병원(1994)을 시작으로 해바라기(1998), 의가형제(1997)등이 방영되었다. 그 후 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 붐이 일어나면서 하얀거탑(2007), 외과의사 봉달희(2007), 뉴하트(2008), 종합병원2(2008)가 연달아 방송되었고 큰 인기몰이를 하였다.

이 드라마들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 ‘왜 의학드라마들은 다 OOO이지?‘라는 의문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과연 어떠한 공통점들이 있는지 지금부터 그 법칙을 찾아보자!

 

1. 까칠한 천재의사, 전국수석, 인턴수석인 그들은 외과의사이자 입체적 인물.

▶ 드라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천재의사, 전국수석, 인턴수석은 외과의사이다. 이들은 어려운 수술을 성공시키거나 위급한 환자를 능수능란하게 돌본다.

▶ 공부를 잘하고 실력이 출중한 인물들은 주로 입체적 인물이다. 냉혈하거나 무뚝뚝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가도 극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환자들과 부딪히며 인간미 넘치는 의사로 성격이 변한다.

<뉴하트>

남혜석

(김민정 분)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수능만점과 의대 수석 입학, 졸업 그리고 인턴성적 최고를 기록.

응급실 앞에서 자신에게 토하는 환자에게 접수부터 하라고 하는 등 환자의 생명보다 원칙을 우선시 했지만 점점 환자와 교감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뉴하트>

최강국

(조재현 분)

엘리트라는 자부심과 실력을 갖춘 흉부외과 간판교수.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수술에 주목하고 가족도 소홀히 하지만 후반에 이르면 환자를 위한 의사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외과의사 봉달희>

안중근

(이범수 분)

흉부외과 전문의. 소아심장 전공이지만 모든 GS수술을 완벽히 해내는 천재외과의사.

의대시절에는 이건욱(김민준 분)과 1,2등을 다투던 수재.

능력은 있지만 무뚝뚝하다가 봉달희(이요원 분)를 만나면서 다정다감한 면모를 발휘한다.

<종합병원2>

한기태

(이종원 분)

대학병원의 스타의사로 뛰어난 실력과 연구성과를 갖춘 외과교수.

최고의 연구로 논문을 쓰기 위해 환자를 가리던 사람이었으나 동료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의사는 자격이 없다며 스스로 반성한다.

<하얀거탑>

장준혁

(김명민 분)

뛰어난 수술실력과 연구성과를 가지고 있는 일반외과 부교수.

자신의 병을 알기 직전까지도 본인의 출세를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으나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뉘우친다.

 

2. 갈등구도.

▶ 갈등구도가 형성되지 않으면 드라마의 긴장도가 떨어진다. 의학 드라마에서는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 출세에 대한 욕구에 의해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이 형성된다.

<뉴하트>

▷ 김태준(장현성 분)은 흉부외과 교수로 최강국의 그늘에 가려 그 실력을 100%인정 받지 못한다. 성공가능성이 높은 수술만 집도하며 위험부담을 줄이려 하는 그의 태도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수술이든 집도하는 최강국과 부딪힌다.

▷ 병원장인 박재현(정동환 분)은 돈이 되는 진료를 우선하며 큰 수술이 있으면 매스컴을 이용하여 홍보할 생각부터 한다. 이 때문에 생명을 우선시하는 최강국과 대결구도를 형성한다.

▷ 최강국은 바쁜 스케줄로 인해 가족들에게 매우 소홀해 왔다. 하지만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는 그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외과의사 봉달희>

▷ 안중근과 이건욱은 봉달희와의 관계, 이건욱 부인과의 관계, 환자의 수술여부 등 대부분 사건에 있어서 의견차이를 보이며 대립한다.

<종합병원2>

▷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무얼하다가도 뛰어가는 김도훈(이재룡 분)은 실리를 따지는 눈이 어둡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한기태와 대립한다.

▷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메스를 잡은 정하윤(김정은 분)은 의료사고에 있어서 동료와의 의리와 환자에 대한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며 동료 의사들과 부딪힌다.

<하얀거탑>

▷ 이주완(이정길 분)은 자신을 뛰어넘는 실력을 갖춘 제자인 장준혁의 출세를 가로막으려한다. 그러나 장준혁은 이에 굴하지 않고 맞대응해 나간다.

▷ 최도영(이선균 분)은 내과의사이지만 의사로서의 이상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실 직시하는 외과의사 장준혁과 끊임없이 부딪힌다.

▷ 노민국(차인표 분)은 수술과 연구에 있어 장준혁과 비등한 실력을 갖춘 라이벌이다. 이들은 일반외과 과장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3. 의사도 환자.

▶ 드라마에서는 지병을 앓으면서도 의사가 되었다거나 과로로 쓰러지거나 에이즈 환자를 보다가 바늘에 찔리는 의사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의사들의 등장은 누구나 질병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뉴하트>

▷ 병원장 박재현은 병원운영에 있어 열을 내다가 쓰러진다. 심장기능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 심장이식을 하지만 이식거부 반응으로 사망하게 된다.

▷ 남혜석은 에이즈 의심환자의 혈액을 뒤집어쓰고 불안해한다. 그러나 후에 에이즈 환자가 아님이 밝혀진다.

▷ 조민아(신동미 분)는 마취과 의사이다. 임신 검사를 하러 갔다가 난소암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다가 혈관이 파열되어 위급한 상황에 처한다. 다행히도 혈관봉합을 위해 김태준과 이은성이 급히 파견되어 목숨을 건지게 된다.

<외과의사 봉달희>

▷ 봉달희는 어릴 때부터 심장이 약하였다. 이는 평범한 의사생활의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안중근에게 심장 수술을 받고 의사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된다.

▷ 안중근은 에이즈 환자의 복막을 봉합하다가 바늘에 찔리게 되고, 1차 검사결과가 양성이 나와 수술을 집도할 수 없게 된다. 다행히도 2차 검사결과는 음성이 나와 에이즈를 피하게 된다.

▷ 이건욱은 폐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지만 안중근의 수술 덕분에 회복되고 중근과도 화해한다.

<종합병원2>

▷ 최진상(차태현 분)은 맹장염에 걸리고 이는 정하윤의 첫 집도 기회를 제공한다.

▷ 정하윤은 과로로 인해 폐렴과 늑막염에 걸리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결핵을 의심받는다. 이들의 등장은 의사들의 몸 관리와 병원 위생 관리의 필요성을 재고시킨다.

▷ 김도훈은 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위암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수술을 받고 회복되어 다시 환자를 볼 수 있게 된다.

<하얀거탑>

▷ 출세를 위해 온 힘을 쏟아 붙던 장준혁은 담관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늘 대립하던 이주완이 그의 수술을 집도하지만 전이가 심하여 수술을 중단하게 된다. 결국 장준혁은 죽음을 맞이한다.

앞서 말한 3개의 법칙 외에도 의료소송에 관한 이야기, 의사들 간의 사랑이야기, 논문을 조작하거나 비리에 연루되는 의사의 이야기 등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또한, 최근에는 산부인과, 제중원 등 기존에 다루지 않던 소재를 다룬 의학드라마가 속속들이 제작되고 있다. 기존의 의학드라마 법칙과 비교하면서 새로운 의학드라마의 법칙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강수진 수습기자/전남

pi1125@naver.com




Seriously! 150년?!

1858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15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새로운 개정판이 나오고 있다. 2008년 발행된 150주년 특별 기념 40번째 개정판은 무려 1576페이지에 4.7kg이나 된다. 150년이 넘게 장수한 책인지라 ‘그래이 해부학’의 저자 닥터 그래이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의대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닥터 헨리 그래이의 삶에 대해서는 이상하려니 만큼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심지어 닥터 그래이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조차도 명확하지 않다. 단지 1827년 즈음되지 않을까하고 추측할 뿐이다. 1861년 천연두에 걸린 조카를 간병하다 자신도 천연두에 걸려 죽었는데 이 때 전염을 막기 위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닥터 그레이와 함께 ‘그레이 해부학’을 집필한 닥터 카터의 일기에 의해 알려졌다.

 

두 명의 저자

흔히들 ‘그래이 해부학’은 닥터 헨리 그레이 혼자서 집필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닥터 그래이는 각각에 대한 설명글만 작성하였다. 정작 큰 센세이션을 몰고 온 극사실주의적 그림들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닥터 헨리 밴다이크 카터가 그린 것이다. 당시에는 그림을 종이에 좌우가 뒤바뀌게 그리면 그 그림을 나무에 새겨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인쇄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그림이 왜곡되곤 했다. 그런데 닥터 카터는 자신이 직접 나무에 새겼기 때문에 그림이 더욱 사실적이고 정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의학을 공부했던 학생으로서의 경험과 교수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핵심이 한 눈에 들어올 수 있게 정리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었다. 학생들을 위한 개념서였기 때문에 초판은 들고 다니기 쉽게 작고 가벼웠다고 한다. 더불어 가격도 학생들을 위해 저렴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정판이 발행되면서 점점 초판의 의도와는 많이 달라져 이제는 방대한 양의 절대적 참고문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상 영어가 아닌 상류층의 고급 영어로 쓰여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해부학의 바이블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두 명의 저자 중에 유독 닥터 그래이 이름만 인용된 것일까. 아마도 닥터 그래이가 닥터 카터를 일러스트레이터로 고용한 것 추정된다. 책으로부터 나오는 인세 등의 모든 수입은 닥터 그레이가 취했고 닥터 카터는 그림을 그려주는 조건으로 한 달에 150파운드(약 30만원)을 받았다. 닥터 그레이에 비해 4살이나 어렸던 닥터 카터가 돈을 제때 받지 못해 마음고생을 한 흔적이 일기에 기록되어있다.

 

불사(不死)의, 불가지(不可知)의

원래 닥터 그래이가 31살에 낸 초판은 Anatomy, Descriptive and Surgical 이라는 제목으로 발행되었다. 초판부터 해부학 교과서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베스트 셀러였다. 그런데 3년 후인 1861년에 천연두로 사망하게 되면서 실제로는 제2판까지 밖에 집필을 하지 못했다. 그 후에는 초판의 편집을 맡아주었던 친구, 홈즈를 시작으로 152년 동안 저자와 편집자들이 여러 번 바뀌며 계속해서 개정판을 발행해왔다. 지금의 그래이 해부학(Gray's Anatomy)이라는 책 이름은 1938년에 정식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유명한 책의 저자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책의 머리글에는 닥터 그레이의 부고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닥터 그래이의 친한 친구였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유명세를 시셈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공동 저자였던 닥터 카터가 유명세와 인세를 공평하게 누리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인도로 떠나버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친구였던 홈즈도 우정보다는 라이벌의식이 강했던 것을 보면 닥터 그래이는 친구 복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의 소설가 싱클레어는 의사라면 꼭 읽어야 할 3가지로 성경, 셰익스피어 그리고 그래이 해부학을 꼽았다. 그 정도로 의학의 기본이 되는 해부학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는 명서라 할 수 있다. 의사나 간호사 같은 의료 기관 종사자들 외에도 그레이 해부학을 통해서 인체 구조에 대한 자세한 지식을 얻고 예술적 영감을 얻어간 예술인들도 있다. 지금까지 150년 동안 명실상부한 해부학의 절대적 교과서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왔듯이 앞으로도 닥터 헨리 그래이의 이름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불사조처럼 그의 생애는 계속해서 베일에 가려져 있을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문정민 기자 / 중앙 

<moon_jm@e-mednews.com>

 


숙취 해소 음료 3종의 주관적 비교 리뷰

입학 후 처음으로 갖는 선배들과의 술자리. 사발을 원샷 해야 한다던데… 걱정된다면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숙취 해소 음료를 사먹어 보라는 선배의 조언에 편의점을 찾은 새내기는 생각보다 넓은 선택의 폭에 놀란다. 어느 편의점을 가나 냉장고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숙취 해소 음료. 술자리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의대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고 간편하게 복용(?)가능해 인지도가 높은 음료 형태의 숙취 해소제를 소개한다.

사진

제품명

특징

여명808

오리나무 추출액, 마가목 추출액 함유

천연 차 성분으로 숙취 해소 효과

1캔 115ml, 5000원 → 42원/ml

후발주자이지만 우수한 효능에 대한 입소문

가격부담, 맛이 별로라는 평도 있음

모닝케어

밀크씨실 실리마린 추출액 함유

미배아 추출물(글루메이트) 함유

1병 110ml, 4000원 → 36원/ml

세 상품 중 선호도 낮은 편

컨디션파워

헛개나무 추출액 함유

미배아 추출물(글루메이트) 함유

1병 110ml, 4000원 → 36원/ml

숙취 해소 음료의 원조로 신뢰를 얻고 있음. 맛이 좋은 편

어떤 원리일까?

이 음료들은 크게 두 가지의 원리로 숙취 해소 효과를 나타낸다. 첫 번째는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억제하는 것. 모닝케어와 컨디션파워에 함유된 글루메이트라는 성분은 알코올과 결합하여 화학 구조를 변형시켜 알코올의 흡수를 막는다고 한다. 두 번째는 흡수된 알코올을 빠르게 분해하는 것이다. 오리나무와 마가목 추출물, 헛개나무 추출물, 밀크씨실 실리마린 추출물은 간에 작용하여 알코올 분해 대사를 돕고 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 음료에 포함된 당분과 비타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효과는 사람마다 달라 우열 가리기 어려워

이 중에 가장 효과가 뛰어난 제품은 어느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기자의 지인 40여 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 세 음료를 모두 마셔보았다면 어느 음료의 효과가 가장 좋았냐는 물음에 여명808의 손을 들어 준 사람이 많았다. 한편 여명808은 마셔도 메스꺼움만 심해지고 컨디션파워가 최고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컨디션파워가 숙취 해소 음료의 원조이고, 맛이 여명808보다 좋은데다가 가격부담도 낮아 컨디션파워를 찾게 된다고 했다. 모닝케어는 앞의 두 음료에 비해서는 선호도가 낮은 편이었다.

최적의 타이밍은 언제일까

숙취 해소 음료를 언제 마시든 체내의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여 숙취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원리는 동일하다. 다만 술 마시기 전에 마시면 평소보다 빠르게 알코올이 분해되어 더 천천히 취하게 된다. 술자리에서 취하지 않고 오래 있어야 한다면 술 마시기 전에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시면 좋다. 하지만 이런 경우 술에 잘 취하지 않아 평소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된다. 그러면 다음날 속쓰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숙취 해소, 이런 방법도

술을 마시기 전 제산제를 복용하거나 우유를 마시면 위를 보호해주는 막이 형성되어 위가 상하는 것도 막고 술도 덜 취한다. 단 제산제를 복용하는 것은 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는 중에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가수분해 되므로 체내에 수분이 충분해야 알코올 분해 대사가 빠르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신 후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이 많은데, 이 방법도 효과가 있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에는 당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알코올의 분해를 돕는다. 또 대부분의 아이스크림에는 유지방의 함량이 높아 위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문지현 기자 / 중앙

<jeehyunm@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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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의 역사

76호(2010.8.30.)/의대의대생 2010. 9. 2. 20:41 Posted by mednews



“Tidal C-0-2가 34에서 22까지 떨어졌습니다. 심장 잡음이 있어요. 심장에 공기가 들어갔습니다!!”

“왼쪽가슴을 열어야해. 간호사, 메스!”

- 그레이 아나토미 中 -

그레이 아나토미,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등 수많은 의학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도구는 바로 메스이다. 메스(mess), 영어로는 스칼펠(scalpel). 우리가 자주 쓰는 메스라는 용어는 네덜란드어로, 서양의 문물을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을 통해서 받아들인 일본의 영향을 받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메스는 외과학의 발달과 항상 공존해왔다. 인류가 행한 최초의 외과행위는 두개절제술로, 근대에 행해졌던 것처럼 경련, 간질발작 등을 치료하는 수술의 목적이 아니라 주술과 관련된 행위였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때 사용된 최초의 메스는 나무, 뼈, 사슴뿔, 조개, 돌 등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들은 1백만년 전 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기원전 2000년, 수메르의 함무라비 법전에 “의사가 청동 메스로 상처를 치료하여 환자가 나았을 경우, 또는 의사가 청동메스로 백내장을 치료하여 환자가 나았을 경우, 의사는 10시켈의 은을 받는다. (125조)” 와 같은 조항이 있는 것으로 보아, 4천년 전 고대 수메르 지역에서는 청동으로 만든 메스를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고대 인도에서는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외과의술이 발전하였으며, 이 중 깎여버린 코를 복원하는 조비술은 고도의 완성도를 보였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무엇보다도 우선 손상을 입히지 않아야한다’고 하여 아주 긴급한 경우에만 외과술을 허용하였고, 이후 로마의 외과의사 갈레노스에 의하여 경험주의 의학이 득세하면서 체계적인 외과술의 발전이 저해된다. 여기에 더해 중세에는 외과의술을 야만행위로 규정한 기독교에 의해 외과술은 더욱더 더딘 발전을 보였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기에 외과의학의 기초가 되는 해부학과 생리학이 진보하고, 18세기엔 임상의학이 발전해, 외과학은 마침내 체계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후 1846년 마취술의 발견, 1867년 소독법의 발견으로 폭발적인 외과학의 혁명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에 따라 외과용 기구도 다양해졌다. 이 시대 외과의 치고 신형기구를 고안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고, 파리 세브르 거리에 위치한 르클레드 가게에선 밤낮으로 살균된 외과용 기구를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_“블레이드 1”or “블레이드 2”)

현재 사용되는 철제 메스는 대부분 이때 고안된 형태의 변형으로, 모양과 용도에 따라 고유번호가 매겨져있다. 이중 10번 메스는 가장 자주 쓰이는 형태로 중간크기의 절개나 중간크기의 조직 절단 시 사용되며, 11번 메스는 깁고 좁은 절개나 신경 혈관과 같은 구조물을 절단할 때 사용된다. 12번 메스는 신경 혈관과 같은 구조물 절단 시 사용되며, 15번 메스는 섬세한 절개 시 유용해 성형수술에 많이 쓰인다. 20번 메스는 10번과 유사한 모양이나 크기가 크며, 대부분의 외과수술시 처음 피부절개를 할 때 사용되는 메스가 이것이다.

이러한 철제 메스 이외에도 현대에는 레이저 메스, 전기메스와 초음파 메스가 고안되어 사용되고 있다. 1970년대에 발명, 1980년대에 실용화된 레이저 메스는 전기메스에 비해서 초점이 미세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를 상하게 하지 않고 지혈효과도 커서 뇌 외과수술에서 효과가 크다. 전기소작기로도 불리 우는 전기메스는 전류를 통해서 금속판을 가열하여 그 뾰족한 앞 끝으로 조직이나 장기를 절단하는 외과 기구로 출혈하기 쉬운 부위의 장기 수술에 유효하다. 초음파 메스는 엄밀한 의미에서 메스는 아니지만 조직만 선택적으로 태우기 때문에 치료 후 사진을 보면 마치 칼로 도려낸 것 같아 메스라는 단어를 붙인 것이다.

박민정 기자 / 성균관

<cindy29@e-mednews.com>

※ 참고문헌 : 클로드 달렌, 처음 만나는 외과학의 역사


영광을 위하여

76호(2010.8.30.)/의대의대생 2010. 9. 2. 20:40 Posted by mednews

의대생들의 구기 종목 경합대회

 

올 여름, 전국 곳곳에서 각종 스포츠 대회가 열렸다. 대회의 주인공은 바로 의대생들. 공부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의대생들이지만, 스포츠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기는 의대생들도 많다. 이러한 ‘의대생 스포츠맨’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각종 스포츠 경합대회이다. 경합대회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고 그 실력을 겨룬다. 각 종목별로 많은 대회가 있지만, 그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대회들을 여기서 소개한다.

 

축구

 

축구는 의대생들의 축구 리그인 ‘전국 메디컬 리그’가 가장 유명하다. 지역 예선은 지역별로 나뉘어 진행되고 예선을 통과한 총 8개 팀들은 전국대회 본선에 진출하여 우승컵을 놓고 경합하게 된다. 올해는 7월 31일 하남종합경기장에서 전국 대회가 치러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치열한 지역예선을 뚫고 올라온 서울대, 연세대, 부산대, 연세대(원주), 한양대, 인제대, 충남대, 원광대 총 8개 팀이 전국 대회 본선에 참가하였다. 우승컵은 연세대(원주)가 가져갔고 준우승은 인제대가 차지하였다.

 

농구

 

농구는 몇 개의 대회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전국 의대생 농구대회’가 가장 규모가 크다. 전국 의대생 농구대회는 여름대회와 겨울대회가 있다. 대회는 보통 3일간 개최된다. 전국 의대생 농구대회는 예선과 본선으로 나뉜다. 예선은 2개의 조로 나뉘어 진행되고 각 조에서 상위 2팀이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에 진출한 총 4팀이 다시 경합하여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올해 여름대회는 8월 6~8일 동아대학교 하남캠퍼스 체육관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조선대, 대구한의대, 전남대, 고신대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하였다. 4팀 중에서 조선대가 우승을 차지하였고 대구한의대가 준우승을 하였다.

 

야구

 

야구에는 ‘전국 예비의료인 야구대회’가 있다. 전국 예비의료인 야구대회는 올해로 7회째를 맞고 있으며 야구로는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이다. 대회는 예선전 리그를 통해 8강을 선발하고, 8강부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어 최종 우승팀이 결정된다. 올해 대회는 7월 31일~8월 5일에 남해 대한 야구 캠프와 남해 군청 구장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은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이, 준우승은 대전한의대가 차지하였다.

 

오경택 수습기자/영남

<okt1226@hanmail.net>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선생님을 만나다

 올 여름,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월드컵도 여지없이 온 대한민국을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첫 경기인 그리스 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최초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그때의 여운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월드컵의 결과를 낙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첫 경기를 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들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선수들은 치료되었고, 대한민국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의 중심에 계셨던,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선생님을 만나보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그 화려한 기억

 선생님께 이번 월드컵에서 기억에 남는 사건을 질문하자 말씀해 주신 사건도, 그와 관련된 것이었다. 6월 10일이 그리스전인 상황에서, 조용형 선수의 대상포진을 발견하고 재빨리 조치를 취한 것이 6월 7일. 대상포진은 잠복기 때는 그냥 통증으로만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만약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치료하지 않고 넘어갔으면 바로 2,3일 후에 극심한 통증이 와서 출전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박주영 선수의 경우도, 그리스전을 앞둔 6월 5일 팔꿈치가 탈구되었었다. 팔꿈치 탈구는 요골, 척골 신경 손상이 동반된다면 팔을 못 쓸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빠른 응급조치와 정확한 치료로 완치되었고 때문에 이 선수들은 월드컵 동안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표팀 주치의로서 송준섭 선생님이 갖는 이번 16강에 대한 느낌은 남다르다. "이번 월드컵은 의료라는 측면이 얼마나 크게 강조되어야 하는 부분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기회였습니다. 16강 진출의 힘에 대한 여러 가지 말이 있었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공부하는 의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학문인가를 깨닫게 하는 이면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선수가 좋고, 감독의 전술이 뛰어나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선수가 망가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됩니다. 때문에 대표팀 주치의가 주목받고 부담을 느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이고요."

우리나라 대표팀 주치의가 하는 일은?

 하지만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조차 대표팀 주치의로서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생소한 영역이라 질문을 드렸더니 대표팀 주치의의 역할을 답해주셨다. 첫째는 진단으로, 부상선수가 발생되면 정확한 병명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선수가 게임에 참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참가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즉, 정확한 진단을 내려서 선수의 경기 참가여부를 판정하고, 참가여부 판정이 되면 어느 정도의 시간 내에 어떤 치료방법을 택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대표팀 주치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러한 대표팀 주치의의 역할이 정립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선생님은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가진 은사님 밑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으며 처음 축구의학에 관심을 가지셨는데, 그때는 축구의학이라는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전담 주치의라는 제도도 없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 부임 후 필요성이 제기된 후에서야 개념이 정립되고 점차 발전해가고 있는 영역인 것이다.


메디컬 프로필- 더 완벽한 시스템을 위하여


 송준섭 선생님의 작품인 메디컬 프로필도 이런 발전과 맥락을 같이 한다. 메디컬 프로필은 대표선수의 체력측정자료, 과거 부상 시 찍은 영상자료 등을 다 수집해 놓은 것이다. 이런 과거 자료를, 새로 발생한 부상의 영상자료와 비교해보면 진단의 정확도를 굉장히 높일 수 있다. 메디컬 프로필을 만드신 계기를 질문 드리자 그에 대한 답도 '발전'이다. "사회는 발전을 합니다. 축구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과거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습니다. 아프면 참고 뛰고. 하지만 축구도 선진국으로 다가갈수록 정확한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해요. 2002,2006년 김현철 박사님을 어시스트하면서 선진 축구도 접해보며 이번 월드컵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2006년 월드컵이 끝난 후부터 데이터 집적화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개선되어야 할 환경이 많다.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어떻게 보면 앞으로 보강해야 할 것이 인프라지요. 현재 대표팀 주치의를 정형외과가 혼자 맡고 있는데 더 많은 분야가 필요합니다. 특히 선수들은 큰 무대에 서기 때문에 중압감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sports psychology도 굉장히 필요한 분야인데, 아직까지는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취약합니다."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반드시 보강해서 다음 월드컵 때는 정신적인 측면과 육체적인 부분이 어울려져 잘 갈 수 있도록 하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꿈이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대표팀 주치의의 고난, 그리고 매력


 선수들이 주목받는 만큼, 그들을 담당하는 주치의로서 느끼는 중압감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또 경기를 다니면서 힘든 점도 있는데 장기간 외국에 나가있으면서 느끼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마치 군대처럼 굉장히 규칙적이고 꽉 짜인 일정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다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일에 대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희소성의 가치도 있고, 조그만 정성이 전 국민의 환호로 이어졌을 때는 일반의사로서는 느낄 수 없는 큰 감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치료를 한 선수가 골을 넣어, 오천만 국민이 환호할 때 '나 아니었으면 안 돼' 이러면서 뒤에서 웃고 있는 다든지(웃음).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기회가 제공되는 건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또 일단 내가 치료하는 선수들은 최고의 선수들이지요. 대한민국 최고, 세계 최고를 달리는 선수들을 치료하고, 그들이 나를 믿고 몸을 맡기고, 신뢰할 때 느끼는 자부심 또한 큽니다. 또 그러다 보면 웬만한 일에 두려움이 없어지면서 자신감으로 중압감 등도 이길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

 
꿈★은 이루어진다 


 이런 선생님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대표팀 주치의가 되기 위해 준비한 시간은 8년. 2002년 대표팀 주치의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하면서, 그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온 시간이다. 대표팀 주치의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위해 한마디를 해달라고 부탁드리자 해주신 이야기도 2002년부터 시작한다. 당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던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인 것이다.

 

 "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2002년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의 의미예요. 이번 월드컵에 참여해 보니, 세계 32개국의 의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 큰 무대에 가서, FIFA의무분과위원회에 참여하여 같이 의료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2002년에 김현철 박사를 옆에서 지원하면서 나도 한 번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과거 한국축구가 이 분야를 지원하지 않았고 사회적 관심도 부족한 상황에서 저도 이 분야에 대해 잘 몰랐었지만 대표팀 선수들을 진료하고, 조그만 의사의 시술하나도 힘이 보태져 온 국민이 저렇게 열광하고 환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지요. 그 당시 저렇게 되어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8년을 그 꿈을 위해 굉장히 노력을 하다 보니 그 꿈이 이루어 진거에요.

 결국 해주고 싶은 말은 꿈을 꾸라는 말입니다.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막연할 생각 말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기 위해 내가 공부를 하고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 꿈을 꾸고, 거기에 매진을 하면 나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이를 잘 몰랐을 때는 꿈을 가지라는 소리를 그냥 흘려듣곤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때 당시 내가 그런 꿈을 꾸지 않았다면 과연 내가 남아공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전 세계 의사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었을까요? 이제는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의 의미가 뭔지 알게 되었고, 항상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꿈꾸는 자만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팀 주치의는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지만 그 만큼의 큰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선생님은, 항상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과 꿈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해주시며 이번 인터뷰를 마쳤다.



강새미 수습기자/중앙
twklest@e-mednews.com
기자는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해외의료봉사를 위해 필리핀의 칼람바(Calamba city)를 다녀왔다. 말구유 나눔회(이하 나눔회)라는 의료봉사단체에서 이번 해외의료봉사를 함께 하였으며 그동안 나눔회는 캄보디아, 파푸아뉴기니, 몽골로 해외의료봉사를 실시했었다. 기자는 나눔회에서 지난 1월 캄보디아로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온 후, 계속적인 사랑나눔을 위해 이번 필리핀 해외의료봉사를 가게 되었다.


 필리핀의 칼람바는 수도인 마닐라처럼 도시화된 지역이 아니라 온천이 발달된 관광지로 더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눔회가 의료봉사를 위해 방문한 곳은 칼람바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우리가 진료를 하게 될 장소는 칼람바 내 마이야파 교구 소속인 한 수녀원이었다. 나눔회에서 기자는 진료팀의 약국 소속으로 투약 업무를 담당하였다. 약조제를 한 후 환자에게 직접 약품을 전달하는 일까지 수행하였는데, 여기서 원활한 언어소통을 위해 현지 자원봉사자가 필요했다. 왜냐하면 필리핀은 공용어로 타갈로그어와 영어를 함께 쓰고 있었기 때문에 환자가 영어를 잘 모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람바 지역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나 간호학과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각 진료팀에 투입되었고, 약국팀도 몇 분께서 도와주셨다. 그들 중 간호학과 졸업반인 롤란도(Rolando G. Deliva jr.) 학생이 기자의 인터뷰요청에 응해주었고, 나눔회와 함께한 봉사활동에 관한 짧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기자: 안녕하세요? 롤란도,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롤란도: 안녕하세요. 저는 롤란도라고 합니다. 20세이며(필리핀은 정규고등학교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대학 진학을 하면 17세라고 한다), 칼람바의 산 후한 대학(colegio de san juan de letran calamba)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중입니다.

 기자: 올해 졸업반이시군요. 그럼, 이번 의료봉사가 처음이신가요?

 롤란도: 아뇨, 재학중에 여러번의 의료봉사기회가 있어서 참여해왔었습니다. 이번에 나눔회와 함께 봉사를 하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기자: 저희야말로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곳 수녀원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많이 봤는데,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칼람바 지역내 무료 진료소가 있나요?

 롤란도: 한 곳만 있으며, 호세 피잘(Jose D. pizal) 병원입니다. 유일한 무료 진료소지만 교통편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고 병원 시설도 편리하지 못해, 이용하고자 하는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자: 아쉽네요, 무료 진료소가 앞으로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칼람바 혹은 필리핀 전체적으로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은 무엇인가요?

 롤란도: 심장질환과 호흡기질환이 가장 많으며, 또 그 질환들이 만성화가 되어 사망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칼람바 지역내에서나 필리핀 전체적으로 비슷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제가 한 의료봉사에서도 많은 환자들을 보았습니다.

 기자: 그러고보니 오늘까지 투약한 환자들은 감기, 고혈압 환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분들께 많은 약을 드리고나니 저또한 기쁘네요. 다른 질문드리겠습니다. 롤란도 학생은 이제 곧 간호사가 되실 건데요, 간호사가 된 이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나요?

 롤란도: 일단 졸업을 해야겠구요.(웃음) 졸업후 칼람바 지역내 병원에 취직을 꼭 할 것입니다. 거기서 경력을 쌓은 다음, 기회가 되면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를 가고 싶습니다.(필리핀에서 의과대학 의학과를 진학하기 위해선 간호학과의 졸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고, 학비는 우리나라 사립대 의학과 학비와 유사하다고 한다)

 기자: 의사가 되는게 꿈이시군요. 조만간 간호사가 되신 후,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진료팀과 함께 봉사해본 소감한마디 부탁드릴께요.

 롤란도: 이번 봉사를 함께 해보니, 한국의 자원봉사자들과 일하기가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눔회의 입장에서 볼 때 저희들은 외국인이라 활동하기가 불편할 수도 있었을텐데, 모두 친절하시고 저희가 통역을 잘 할 수 있게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감동적이었습니다.(인터뷰 후의 대화에서, 롤란도는 칼람바에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나라의 의료단체가 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스스로도 많은 봉사활동을 하였고,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기자: 말씀 고맙습니다. 롤란도를 비롯한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저희도 이번 의료봉사를 잘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진료는 8월 1일에서 8월 7일까지 실시되었다. 7일간 약 1200명의 환자가 우리를 찾아왔었고, 우리는 그분들을 대상으로 풍토병, 감염성 질환, 급·만성 질환 등에 대한 무료진료와 검사·처치·투약을 실시해주었다. 또한 진료업무 외에 지역내 방역 및 소독을 실시하는 환경개선봉사도 수행하였으며, 칫솔질·청결방법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위생교육도 실시하였다.

 

김성진 수습기자 /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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