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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2012.04.16)/의대의대생'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04.18 국가장학금, 어디까지 알고 있니?
  2. 2012.04.18 영국의 의대생
  3. 2012.04.18 칼보다는 펜, A+보다는 B-의 포텐셜을 믿는 의학기자 홍혜걸 2
  4. 2012.04.18 국시 공부가 비싸진다 1

국가장학금, 어디까지 알고 있니?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거를 두 번이나 치르는 2012년의 대한민국. 여당이든 야당이든 너 나 할 거 없이 반값등록금을 선거 공약으로 외치고 있다. 그래서 반값등록금 정책 공약이 혹여나 포퓰리즘적 공약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와는 별도로 정부는 가계부담 완화 대책 마련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장학금’이라는 사업을 신설해 올해 그 첫 시행에 들어갔다. ‘국가장학금’은 준 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총 1조 7,500억원 규모의 장학금이 지급되는 복지사업이다. 국가장학금 사업의 운영방식과 최근 불거진 문제점들을 집어보았다.

 

#1. 국가장학금은 어떻게 운영되나?
- 국가장학금 Ⅰ유형과 Ⅱ유형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저소득층의 고등교육 비용을 실질적으로 줄여주기 위해 등록금 기준지원액(450만원-국·공립대 연평균 등록금 수준)의 일정비율을 정부가 직접 지원해 주는 형식이다. 총 지원 금액은 7,500억원으로, 정해진 성적조건을 만족하는 소득 3분위 이하의 대학생이라면 소득 분위별 지급률(표 참고)에 따라 장학금이 지급된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정부가 지원율을 정하지 않고 대학이 스스로의 여건에 맞게 지원대상과 수준을 정하여 지원하는 형식이다. 총 지원금은 1조원 규모로, 소득 7분위 이하의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이 자체적 기준을 만들어 장학금을 지급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정부지원과 동일한 수준의 등록금 동결·인하 등을 실시하는 것을 전제로 정부와 MOU를 체결한 대학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Ⅰ유형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Ⅱ유형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등록금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복 수혜가 가능하다.

 

#2. 나의 소득분위는 어떻게 확인 할 수 있나?

소득분위는 성적과 함께 장학생 선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한국장학재단에서는 그것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고 있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학생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소득분위란, 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산정을 위해 적용되는 부과요소들을 활용하여 전국 가구 평균 소득 금액을 10개 그룹으로 나눈 일종의 등급제도라고 할 수 있다. 소득수준이 하위 10%에 해당하는 가구는 1분위에,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는 10분위에 분류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장학재단에서는 국가장학금 사정시 “▲소득확인대상 - (미혼인 경우) 본인+부모, (기혼인 경우) 본인+배우자 ▲소득합산범위 - 표준보수월액, 소득정보, 재산정보, 자동차정보, 경제활동지수 ▲소득분위기준 - 통계청발표 소득분위별 가계수위표를 활용”과 같은 3가지 소득분위별 산정기준을 정하여 판단한다.
소득분위기준은 매 분기마다 통계청에서 ‘월실질소득 10분위표’로 발표되는 반면, 한국장학재단에서 이용하는 소득분위자료는 통계청발표 자료에 표준보수월액, 소득정보, 재산정보, 자동차정보, 경제활동지수 등의 지표 등을 고려해서 만들기 때문에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표를 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소득 분위 산정 기준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현 기준은 부모의 소득과 부동산만 포함되고, 부채 부분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모두 공개되는 월급쟁이와 수입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서민들은 불이익을 보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 나는 학자금 부담이 오히려 더 늘었는데...?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장학사업 시행 이후 오히려 학자금 부담이 늘었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원인으로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인하 조치가 정부의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의 경우 대학이 얼마나 등록금을 인하했는지에 따라 정부 지원금의 지급률이 결정된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 인하율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달되는 2%에 그쳐 정부가 배정했던 예산 가운데 일부만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 배정되었다. 그에 따라 학생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다른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일례로,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국가장학금 사업의 시행으로 장학생 수가 늘었다며 교내 장학금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그런데 국가장학금을 통해 지원 받은 액수는 삭감된 교내 장학금 금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경우가 많아, 학생 한 사람이 실제 지원받은 전체 장학금 액수가 많게는 150만 원 정도 줄어든 사례도 있다. 이는 기존의 장학 사업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대학의 공조가 미흡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인식한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13일 ‘관계부처 복지 T/F(Task Force) 회의’를 열어 그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가장학금 사업은 항구적으로 도입된 중요한 복지제도이므로 제도가 성공적으로 착근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부 미비점은 추가 실태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원 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

영국의 의대생

86호(2012.04.16)/의대의대생 2012. 4. 18. 19:25 Posted by mednews

 

영국의 의대생

 

패션과 음악의 도시, 영국 멘체스터 의대 5학년 김민영양

 

세계 각지의 의대생들을 만나는 시간, 이번엔 elective program 차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를 돌고 있는 영국 멘체스터 의대 5학년 김민영양을 만나보았다.

 

Q. 요즘 어떻게 지내나?
2월 초에 한국에 와서 처음 2주 동안은 여기 학생들과 함께 순환기 내과 실습을 돌았고, 이후부터 교수님들 외래참관과 설문조사를 위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Q. 영국 의대의 대략적인 커리큘럼은?
영국은 5년제로 1,2학년은 한국의 예과개념에 해당하고 3,4,5학년은 본과 개념에 해당해요. 본격적으로 병원 실습을 도는건 3학년 때 부터지만 1,2학년 때도 환자와의 인터뷰를 위해서 일년에 두어번 정도 병원을 방문했어요. 본과 3학년부터 실습을 도는 한국을 보면 영국의 옛날 시스템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국도 예전엔 수업위주였지만 지금은 아주 실습 위주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죠.

Q. 예과시절엔 무엇을 어떻게 배우나요?
의대마다 다르지만 멘체스터 의대는 PBL을 중요시 하는 편이에요. 일주일에 두 번씩 총 세 시간의 PBL time을 가지죠. PBL 이외도 예과기간동안 생화학, 분자생물학, 생리학 미생물학, 약리학 등의 기초과목도 배워요. 기초과목을 배우는 동안 임상과목 강의도 함께 들어요. 1학년 1학기에는 "HLB (heart lung blood)"라고 해서 한국의 순환기 호흡기 혈종에 해당하는 과목을 배우고, 1학년 2학기에는 “NME(nutrition metabolism endocrinology)” 소화기 내분비에 해당하는 과목들을 배우죠. 2학년 땐 신경, 정신, 정형외과를 과목들을 배워요. 이런 기초 임상 강의 외에도 2주에 한번 씩 심폐 소생술, 응급처치, 혈압측정, 청력측정, 약 처방법 등 의사라면 당연히 알아야할 것들에 대해서 배우고, 일주일에 1시간씩 해부학 실습도 했어요.
이렇게 기초 임상 과목 강의를 듣는데 필요한 시간은 일주일에 총 7시간이에요. 하지만 이런 강의들도 꼭 들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고 출석체크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듣고 싶지 않으면 안 들어도 돼요. 하지만 학기가 끝날 때 마다 시험을 쳐서 하위 10% 정도는 재시를 쳐야 하고, 재시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제적을 당하기 때문에 공부는 해야 하죠. 하지만 본과 이후론 재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서 바로 제적을 시켜버리진 않고, 유급 처리를 해서 1년 더 학교를 다니게 해요. 영국 의대도 한국처럼 족보가 있어요. 인쇄해서 보진 않고, 서로 메일로 교환해요.

Q. 3학년이 되면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가는데 어떤 것을 배우게 되나요?
3,4학년 2년 동안, 4주 간격으로 과를 돌아가면 배워요. 한국처럼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게 아니라 선택권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을 잘 짜는게 중요해요. 다른 과 실습을 돌던 와중에도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과목은 학교에 신청해서 외래나 실습에 들어갈 수 있어요.
5학년 진급 전엔 다시 실습을 돌고 싶은 과 list를 적어내요. 이걸 학교에서 정리해 자신이 원하는 과 위주로 복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죠. 이렇게 본인이 부족하다 생각하는 과목의 실습에 더해 종양학 4주 실습을 도는게 5학년의 전반적인 일정이에요. 5학년 땐 1월과 5월에 큰 시험이 있기 때문에 이 시험 고려해 일정이 이루어지죠.

Q. 방학엔 주로 무엇을 하나요?
예과땐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각각 세달, 한 달이지만, 본과 여름방학은 한 달에서 한 달 반, 5학년 겨울방학은 고작 열흘이에요. 방학이 짧은 건 어느 나라 의대를 가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방학이라고 마냥 노는 건 아니고, SSC (student selective component) 과제를 해야 하는데,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간단한 논문을 작성하는 일이죠. 5학년 여름방학 땐 elective program이 있기 때문에 SSC는 안해도 되구요.
 
Q. 영국 의대생들은 여가시간을 어떤 식으로 보내나요? 미팅, 소개팅도 많이 해요?
영국의대에도 오케스트라, 스포츠, 자선단체 같은 동아리가 있어요. 저도 자선단체의 일종인 “medaidman-chester”를 운영하고 있구요. 친구들은 동아리활동 이외에도, 개인적인 활동이나 지역 활동도 열심히 해요. 사실 학교 동아리보단 지역활동에 더 열심히죠.
미팅, 소개팅 이외에도 대학에서 주관하는 ‘스피드 데이트’라는게 꽤 있는데 재미있어요. 미드를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알텐데, 작은 테이블 두 사람 좌석을 마련해놓고 이야기하다가 종이 “땡” 치면 옆 테이블로 옮겨가는 식이죠. 그리고 의대 내에선 CC가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CC로 지내다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처음에 입학했을 때 교수님도 이런 말을 하셨죠. “너희들 중 5%는 서로 사귀게 될꺼다”

Q. 영국에도 신입생 환영행사 같은게 있나요?
한국처럼 입학이전에 신입생들을 모아서 교육하는 OT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fresh year fair 라고 해서 입학한 뒤 1년 동안은 거의 매일 파티가 있다고 봐야 해요. 학교에서 주관하는 큰 규모의 파티도 있고, 개인이 주관하는 소규모의 파티도 있죠. 파티라고 해서 매일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건 아니에요. 멘체스터는 음악과 패션이 발달한 곳이라 다양한 분위기의 Bar가 많고, 그만큼 다양한 분위기의 파티도 즐길 수 있었죠.

Q. 영국의 의대와 한국의 의대를 둘 다 체험해보셨죠, 비교하면 어떤가요?
영국도 한국만큼이나 의대, 법대 인기가 높아요. 한국에 와서 여기 학생들과 짧게 나마 실습을 돌았는데 이쪽 학생들이 확실히 스마트한 것 같아요. 하지만 자유시간이 없다는게 너무나 안되었어요. 저는 빡세게 수업을 시키는 것 보단 널널하게 수업을 진행해서 본인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게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학생과 영국학생의 차이는, 한국 학생들이 더 단결력이 강하고 서로에게 친근하다는 것 같아요. 교수님들은 영국에 비해 권위적이지만 본인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신 것 같아요. 영국의 교수님들은 학생에게나 환자들에게나 친구 같은 분위기거든요. 아 그리고, 한국 교수님들이 수업을 굉장히 잘하세요. 영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열심히 수업을 듣고 간다니까요?ㅎㅎ

Q. 그럼 두 나라의 병원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교수님들이 외래환자들을 정말 많이 보세요. 영국에선 한나절에 20명 정도만 보거든요? 그런데 여기선 정말 환자들이 쉴새 없이 왔다갔다해요. 영국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때 돈을 한푼도 안낸다는거 아시죠? 그런데 여기 환자들은 돈을 지불해서인지 태도가 조금 erogant한편이에요. 의사 선생님들도 환자들에게 더 respectful하구요. 하지만 그 만큼 환자들의 병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저 말고도 다른 곳에서 elective program을 온 친구들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여기 교수님들이 술기가 훨씬 뛰어나데요. specialized treatment의 장점인 것 같아요. 시설 면에선 한국 병원이 정말 잘되어 있어요. 영국은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병원이 거의 없거든요. 이동하기가 정말 편해요. 그 외엔 병원 밥이 맛있다는 것과 간호사분들이 정말 예쁘다는거?ㅋ

Q. 영국의료는 국가에서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는 NHS(national health system)로 유명하죠. 본인이 생각하는 NHS의 장점과 단점은 뭔가요?
영국에선 VIP room은 꿈도 못 꿀 일이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진료를 받고, 병원에 돈을 지불할 일이라곤 없어요. 심지어 심장이식까지도 모두 공짜죠. 하지만 무료진료이다 보니 경미한 증상만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이 때문에 국가에서 부담해야할 빚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태에요. 환자가 많아서, 응급이 아닌 일반 외래는 1-2달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게 보통이구요. 그리고 환자의 선택권에도 제한이 있어요. 영국에선 본인이 진료 받고 싶은 의사를 지정할 수 없거든요.

Q. 앞으로 민영씨의 계획과 꿈은 뭔가요?
International cardiologist가 되는 겁니다! 그걸 위해선 일단 5월에 있는 시험을 잘 봐야겠죠?ㅋ (영국은 의사국가고시가 없고, 학교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7월에 졸업하고 8월부터 일하게 될텐데, 2년간의 foundation year(FY)을 거치고 나면 speciality training program(STP)을 거치게 될거에요. FY는 인턴, STP는 레지던트에 해당하는 개념이라 보시면 되요. STP는 한국처럼 3년 혹은 4년이라는 정해진 기간이 있는게 아니구 본인이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빨리 끝날 수도 늦게 끝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최소 5년, 외과라면 최소 6년이 보통이에요.

Q. 8주간의 elective program을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소감은...?
8주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것을 배워가는 시간이었어요. 영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보고 싶은 걸 보니 “이제 내가 갈 때가 되었구나” 싶은데, 떠난 뒤 여기 사람들을 못 볼 생각을 하니까 또 슬프기도 하네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음에 꼭 다시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

 

칼보다는 펜, A+보다는 B-의 포텐셜을 믿는 의학기자 홍혜걸

 

‘의학박사’, ‘국내 의사출신 의학전문기자 1호’, ‘중앙일보 최연소 논설위원’ - 모두 한 사람, 의학전문기자 홍혜걸에게 붙는 수식어들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92년부터 근 15년간 중앙일보 기자 및 논설위원을 지냈던 그는 현재 다양한 의학정보를 전달하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이같은 탄탄대로를 달려온 홍혜걸은 어떤 사람일까. 그의 진짜 이야기가 궁금해 직접 도곡동 사무실을 찾았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촬영기구들. 사무실 한 켠의 소파에는 노란 점퍼를 입은 홍혜걸씨가 앉아있었다. 예상했던 반듯한 엄친아가 아닌, 왠지 모를 ‘자유분방함’과 ‘거침없음’이 배어나왔다.

 

▲ 프리랜서로 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하시는 일이 궁금합니다.

중앙일보를 2006년도에 나왔어요. 그 이후로는 프리랜서죠. 이제 의학기자 일을 하지만 매체에 소속되지 않고 신문이나 방송에 자유롭게 출연해서 글을 기고하거나 방송출연도 하고 있습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예전에는 신문사나 방송국이 제왕적인 권력을 구가했지요. 그래서 정보가 왜곡이 되고 과장된 언론보도가 나갔는데 지금은 통신의 발달로 그 카르텔이 깨진 겁니다. ‘나꼼수’가 대표적이죠? 1인 미디어. 그런데 이제 의학도 이런 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고의 통신망을 갖추고 있고, 의료 면에서 비용대비 최고의 인력을 갖고 있는 나라에요. 이 두 가지를 접목해서 의료정보 분야에 훌륭한 미디어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비온뒤’* 라는 걸 통해서 전문가들의 인터뷰나 시술하는 장면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지금까지의 의학정보는 활자 위주였지만 우리는 동영상으로 직접 보여주는 겁니다. 원하는 정보를 디테일하게 지원하는 동영상의학백과사전, 또는 의학방송국 - 이런 역할을 하는 거죠.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볼 수 있게요.


▲ ‘비온뒤’는 메디컬 포털의 초석쯤이 되겠군요. 전망이 좋다고 보십니까.

지금은 몇 군데 안 되는데 앞으로 많이 생길 거예요. 진입장벽이 낮거든요. 왜냐면 봐봐. 우리 사무실에 카메라에 뭐 별거 없죠? 개인이든 병원이든 관심만 있으면 찍어서 동영상 올리는 거 어렵지 않아요. 문제는 이걸로 어떻게 머니메이킹을 하느냐지.


▲ 사실 그 부분이 궁금합니다.

 지금 돈 버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길게 보고 투자를 하는 거지. 아마 광고는 가능할 것 같아요. 메디컬포탈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와서 트래픽이 많이 걸리고, 동영상 시청이 올라가면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인터넷사이트가 우리 쪽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하고, 결국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기자인데 좋은 일 좀 해보자는 취집니다.


▲ 결국 취지는 어려운 의학지식을 일반인들한테 쉽게 알리려는 거군요.

그렇죠. 아직 덜 알려졌지만, 컨텐츠는 지금 300개 정도 만들었거든요. 앞으론 수만 개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들어와서 더 많이 볼 수 있게 할 겁니다. 그리고 꼭 일반인에게만 메리트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의사들을 위한 사업이기도 해요. 의사들은 자기가 하는 수술이나 약물이나 진단에 철학이 있는데, 막상 병원에 오는 환자에겐 똑같은 얘기를 해야 합니다. 대학교수나 개업의들은 그것에 대한 불만이 있어요. 우리가 그걸 해결해주는 거지. 그 다양한 철학을 위한 마당을 열어드리겠다는 겁니다. 양심과 실력 이 두 가지만 겸비가 되면, 누구나 와서 무료로 찍을 수 있고 또 우리 국민들은 그걸 다 보는 거죠. 선생님들도 와서 많이 봐봐(웃음). 포탈을 확대하면 의대생들을 위한 강연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하고 싶어 하는 교수님들도 많아서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결국 ‘비온뒤’는 의학기자 홍혜걸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칼보다 펜을 선택하고, 보통의 의사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그가 어떻게 ‘의사’와 ‘기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까.


▲ 남들과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걸어오셨는데, 학생시절도 그러셨나요?

나는 별명이 골동품이었어요. 학교에선 아주 케케묵게 그냥 조용히 살았지. 본과 2학년 때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학생을 만났는데 잘 진행이 안됐어요. 그래서 어린마음에 많이 상처 받던 기억이 나고. 그럴 때 괜히 분풀이를 하잖아요. 그냥 의사가 되지 말고 엄청나게 멋있는 모습으로 금의환향해서 나타나서 복수(?)하려고 했죠. 어떤 생각을 했냐면 우리나라 최초로 사법시험까지 합격하는 그런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해요.


▲ 그 시절엔 그런 의사가 없었나요?

없는 줄 알았지. 그래서 법학책 사서 실제로 공부를 했어요. 사시 준비를 했다고. 그런데 마음대로 안 되죠. 인턴 갔다가 군의관가가지고. 군의관 때도 계속 법학공부는 했는데 내가 허리를 좀 심하게 다쳤어요. 결국 1년 만에 의병제대하고 나왔는데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요. 실연당한데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는지.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는데 마침 중앙일보에서 의학전문기자를 처음으로 뽑는다고 공고가 났어요.


▲ 그게 국내 최초였나요?

의사출신 기자는 나보다 15년 전에 한명 더 있었어요. 의학전문기자 타이틀은 내가 최초야.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했어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재미있고 보람도 있고... 내가 술 마시고 사람만나고 글 쓰는 걸 좋아해요. 너무 적성에 맞아. 그렇게 시작한 게 계속 이어진거에요. 92년부터 2006년까지니까 거의 한 15년 정도 한 거지. 요약하면, 특별한 사명감이 있어서 한 건 아니고 우연히 중앙일보에서 의학전문기자 공고를 보고 시작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학교 다닐 때 한번 호되게 차였는데 열받아서 더 멋있는 모습으로 변신하기 위한 엉뚱한 행동이 동기가 됐다 -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네.


▲ 의외네요. 쉽지 않은 커리어인데, 우연히 입사하셔서 남부럽지 않게 쌓으셨네요.

내가 신문사 들어와서 거의 10년 다 돼서 방송 나오기 시작했죠. 반향이 좋았지. 시청률도 잘 나와서 여기저기 불려 다녔지. 한때 KBS, MBC, SBS 등등 다섯 개 채널에 짤막한 라디오, TV까지 합치면 11개를 방송을 한 적도 있어요.
사람들은 의사로 기자 들어가면 누구나 대접받고 TV 광고도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10년 동안 맨땅에 헤딩한 걸 몰라요. 그 과정이 있었다는 걸 알아야 돼요. 나는 수습도 똑같이 다 했어요. 사회부 동기기자들이랑 새벽4시에 경찰서, 병원 돌아다니고 그랬죠. 차별 없이 한 10년 치열하게 하니까 신문사가 나를 믿어준 거고. 그래서 나도 후배들에게 너도 신문사 들어오면 의사 프리미엄을 벗고, 똑같은 한 사람의 기자로서 적어도 몇 년 동안 너의 위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들어왔다고 바로 폼 잡고 다니지 말라고 했죠.


▲ ‘의학전문기자’에 대한 수요가 꽤 컸군요.

그때 사실은 다른 분야의 전문기자도 많이 뽑았어요. 법률, 외교, 음악, 철학, 또는 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박사급을 뽑았는데, 지금 다 사라지고 의학기자만 살아남았죠. 지금 보건의료비가 GDP의 6%정도 될 거예요. 미국은 한 15%정도 돼요.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자동차나 집보다 보건의료에 관심이 높아지니까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할 거라고 봐요.

지금 의학전문기자가 없는 매체가 없습니다. MBC, KBS, SBS도 다 있고 한겨레도 있고. 매일경제도 있고. 이건 나의 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언론사에 의사출신 기자가 한명쯤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건 나의 큰 자부심입니다. 다만 끝까지 언론사에 남지 못하고  뛰쳐나와 후배들을 못 챙겨준 게 미안하죠. 황우석 사건 때 하도 데여가지고. 지금 현업에 있는 의학기자들도 많잖아요. 그 사람들도 내가 잘 챙겨야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비온뒤’를 하는 것도 있어요.



그가 걸어왔던 길이 역동적이니만큼, 바라보는 세상 역시 역동적이다. 의학은 보수적인 학문이지만 의학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은 꽤나 유연하다. 그 경계에서 소통을 시도해온 홍혜걸이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 지금 주력하고 계시는 일반인과 의학의 ‘소통’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의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우리 의사들은 의대와 수련생활 10여 년 동안 의학에 대한 숲을 배웁니다. 반면에 일반인들은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의, 상당히 지엽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의사들이 할 역할은 여전히 많습니다. 미디어가 협조자라고 생각해야 돼요. 의사들이 미디어에 올바른 정보를 주고, 함께 힘을 합치는 거죠. 그리고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의사들끼리 작은 파이를 놓고 아귀다툼하는 건 매우 잘못된 겁니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디어, 인더스트리, 리서치 등등도 있고 다양해요. 화이자, MSD 이런 제약회사들이 시가총액이나 시장규모가 어마어마한데 디렉터들이 다 의사에요. 이지함 피부과라고 들어봤어요? 이 사람들이 레이저 같은 미용피부를 도입한 겁니다. 처음에는 의사들이 심하게 비난했어요. 돈밖에 모른다고,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이런 걸 하느냐 욕했죠. 그런데 요즘 피부과의사들 중에 미용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결국 그 사람들로 인해서 파이가 커진 거예요. 의사들이 자기 전문적인 영역에서 바운더리를 넓혀 가야지 이 작은걸 나눠먹겠다고 하는 건 잘못됐다는 겁니다.


▲ 시야를 넓히라는 거군요.

5년의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꼭 밟을 이유는 없어요. 여러분도 그냥 개업의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눈을 더 높이 뜨고 재밌게, 더 오래할 수 있는 일이 또 뭐가 있나, 의학과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뭔지 고민을 많이 해봐요. 지금까지는 플랫폼의 시대였죠. 플랫폼을 근사하게 만들고 포탈이든 통신회사든 그걸 장악하려고 피터지게 싸웠는데 이제는 플랫폼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은 ‘진짜 컨텐츠’의 시대고, 여기에 가장 어울리는 분야가 바로 의학이야. 발전분야가 무궁무진한 게 의학입니다. 포텐셜이 크잖아요. 여기는 앞으로 노다지에요.


▲ 보통 학생들은 학교에서 임상 공부를 하며 당연히 임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또 다른 길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접할 창구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한 사람의 임상의사도 지역사회에 충분히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의과대학 공부 졸업을 하고 나오면 의사면허를 따지. 일단 그건 하세요. 면허가 주는 안정감이 있으니까. 기본으로 영어는 잘 배워두고, 그 외에 컴퓨터와 관련된 오퍼레이션을 잘 다루도록 노력하고. 그 다음부터 이제 눈을 좀 돌려보세요. 여러분들한테 나도 구체적인 얘기를 못하겠습니다만, 분명한 건 우르르 몰리는 데로 가면 n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해마다 의사가 5천 명이 나옵니다. 임상의사만이 답이 아니고, 다른 분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제약회사로 들어간 친구도 있고, 방송작가가 된 후배도 있어요. ‘외과의사 봉달희’도 그 후배가 쓴 겁니다. 또 연구하러 미국에 가거나 대체의학 한다고 하는 친구도 있어요.


▲ 결국 학창 시절에는 ‘기본적인 능력’을 키우라는 말씀이신가요.

중요한 건 ‘포텐셜’입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항상 포텐셜을 중시하는 학창생활을 보내라는 겁니다. 퍼포먼스를 중시해선 안돼요. 지금 당장 시험을 잘보고, 학점을 잘 받고, 인기 있는 과에 들어가고 ? 이런 게 퍼포먼스 베이스 라이프에요. 퍼포먼스는 학생들이 취할 자세가 아니야. 학생은 무조건 포텐셜이에요. 지금은 더디지만 미래의 저력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것, 그런 걸 하세요. 그래야만 나중에 큰 열매를 얻습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많이 어슬렁거리고 기웃거려보세요.


▲ 마지막으로 당부해 주실 말씀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태도가 냉소적이에요. 조금만 이익이 되면 매달리고, 안되면 관심 없고. 그런데 그게 참 보기 안 좋습니다. 내 지론은 A+ 대신 B- 받으면서 포텐셜을 가진 학생이 되라는 겁니다. A+ 받으려고 시달리면서 완전히 고갈시켜버린 학생보다, B-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안목을 키우고 진짜 실력을 키우는 학생이 성공한다고 믿거든요. 공부든 연애든 학생답게 낭만적이고 순수하고 착한, 나이브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야만 소신 있게 창의적인 길을 갈 수 있어요. 손해 본다 생각하지 말고 우직하게. 그게 스티브 잡스의 이론 아니에요. Stay foolish, Stay hungry.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 비온뒤 (http://www.aftertherain.kr/) : 홍혜걸씨가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로 각종 생활의학정보에 대한 기사, 강연, 동영상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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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공부가 비싸진다

 

국시 문제집 가격 갑자기 큰 폭으로 인상


의대협 ‘합리적인 가격의 국시문제집 제작 계획 중’

 

매년 신학기가 되면 의대생들은 새 책을 구매하기 바쁘다. 해리슨 등의 원서도 필요하고 퍼시픽 매뉴얼같은 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시를 앞둔 본과4학년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국가고시 대비 문제집. 대한민국 의과대학 학생이라면 국시를 위해서 누구나 살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많은 문제집들 중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은 P사의 KMLE 예상문제풀이.
그런데 그 책의 가격이 올랐다.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학생들의 반발도 많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문제집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3.5% 대 38%

 

KMLE 문제집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문제집은 P출판사에서 나오는 KMLE 예상문제풀이. 이 문제집의 2010년판 전권 세트 정가는 21만 7000원이었다. 2011년에는 세트의 정가가 23만6000원으로 전년대비 인상률로 봤을 때 9%정도 인상된 가격이었다. 인상률이 그리 낮은 편은 아니지만 그 전년도보다 2만 원 정도 비싸진 것으로 학생들이 크게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2012년 세트의 정가는 32만5000원. 9만 원 정도 인상된 가격이며 인상률로 봤을 때는 대략 38%, 즉 4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당장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왜 이렇게 갑자기 많이 오른 것일까? 먼저 주요 원인이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이라고 생각해보자. 실제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거나 제작하는데 인건비가 추가되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2년 1월 생산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4%, 그리고 2월 생산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5%. 물론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자료가 실제와 차이가 있고 소비자물가상승률과도 차이는 있다. 하지만 38%에 맞추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전년도 문제집 가격상승률이 9%라는 것에 비춰봤을 때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덤핑은 끝내고 수익 창출?

 

또 다른 이유는 타 출판사와의 취재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경쟁출판사 중 하나인 K출판사는 확인 결과 KMLE 문제집 가격이 2008년에는 정가 기준으로 37만 원, 2009년부터는 40만 원 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P출판사의 문제집에 비해서는 상당히 비싼 편. K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이 사항에 대해 “문제집이 비싼 이유는 전권 올 컬러 출력이고 P출판사의 문제집에 비해 페이지수도 많다. 그리고 P출판사는 문제집의 점유율이 낮았던 당시에 덤핑 전략으로 점유율을 높여갔다.”고 말했다. 덤핑이란 이윤 창출보다 과잉생산 상품의 처분, 특정시장의 확보, 타인 시장의 탈취 등의 이유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즉 신생 출판사였던 P출판사에서 어느 정도 국시 문제집 시장을 확보했으니 지금까지의 손실을 메우고 앞으로의 이윤 창출을 위해 현재의 가격으로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서서히 가격을 올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P출판사의 문제집은 국시의 기본서라 할 정도로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졌고 학생들의 의존도도 높아 이렇게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려도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다른 의혹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은 2010년에 치러진 제74회 의사국시 문제를 복원해서 출판사에 제공한 8명과 제공받은 문제로 문제집을 만든 3개 출판사를 저작권 침해 및 업무 방해로 고소했다. 이전부터 국시원은 문제집을 제작하는 출판사들에 경고문을 보냈지만 출판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문제집을 발간해왔다. 결국 지난 1월 19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기소된 3개 출판사에 각 1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시장의 특성상 출판사들의 고객층이 그리 두텁지 않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 벌금형은 출판사들에 큰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벌금형으로 인해 국시 문제집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대생신문에서는 P출판사에 문제집 가격 상승에 대한 취재를 요청했지만 출판사 측에서 거부 의사를 밝혀 벌금형과 문제집 가격 상승 사이의 관계는 물론 문제집 가격 상승의 다른 이유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의대협 “의대협 차원에서 문제집 만들겠다.”

 

국시 문제 유출로 인해 학생들이 법원에 기소되는 일이 일어났고 국시 문제집의 가격이 뚜렷한 이유 없이 크게 오른 가운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은 자체적으로 국시 기출문제집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협 남기훈 의장은 “학생들이 고발당한 것과 국시 문제집 가격이 오른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니라 같은 문제”라며 “의대협 차원에서 기획하고 있는 기출문제집으로 이 두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남 의장은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의 도움도 받을 예정이며 문제집에 들어갈 문제는 공개된 문제, 기출 문제, 그리고 그 문제들을 변형한 문제를 추가로 싣는 방안을 고려중이다.”라고 했다. 문제집의 형식에 대해서는 이미 의대협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여기서 의대협에서 해결해야 할 점은 문제의 저작권과 문제집의 가격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현재 출판사들의 문제이자 의대협에서 국시 문제집을 기획하게 된 계기이다. 이에 대해 남 의장은 “기출문제의 사용 권한에 대해서는 국시원과 충분한 협의와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문제집의 가격에 대해서는 “가격 면에서의 이윤은 집필진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등을 위해 단순히 ‘인쇄비’만을 받을 수는 없겠다. 하지만 최근 일부 출판사에서와 같은 터무니없는 가격의 상승 등을 견제하기 위해 문제집을 기획하고 있는 만큼 이윤 추구가 아닌 실비에 가까운 가격을 책정할 것이며 퀄리티 면에서도 현 국가고시 문제집보다 더 높은 퀄리티의 문제집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품의 가격이 적정가격 이상으로 올라가면 그 수요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논리. 하지만 현재 국시문제집 시장과 같은 독과점 시장에서는 이 논리가 적용되기 어렵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물론 기업은 수익을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지갑은 출판사의 가격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봤을 때 의대협의 국시 문제집 제작이 앞으로 국시 문제집 시장 판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