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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축제 시즌이다.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본교 축제를 피해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축제를 한다. 하지만 내일 축제가 열려도 다음 주 시험 준비 때문에 마음 편히 놀 수만은 없는 의대생의 서러운 사정 때문에, 타 학교와 교류가 드문 의대의 폐쇄적인 문화 때문에, 타교는 고사하고 우리학교 축제도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마른 땅에 더 예쁜 꽃이 피듯 학생들의 관심이 적을수록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재미있는 행사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몇 학교의 이색축제들을 소개한다.

 

전북대 ‘고기파티’

 

전북대학교는 축제 본 행사가 있기 전날 ‘전야제’로 야외 고기파티를 한다. 전북대학교의 캠퍼스 넓이는 전국 3위. 넓은 캠퍼스 부지를 이용해 야외에서 전교생, 교수님이 한자리에 모여 단체로 고기를 굽는다. 황량한 캠퍼스 앞 환경 때문에 평소 고기 구경을 하기 쉽지 않은 학생들에게 시가의 20%도 안 되는 가격으로 무한 제공되는 이 행사는 먹는 즐거움과 야외 파티의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작년에는 학생회에서 대패삼겹살 200근을 구매해 한 근에 천 원씩 판매했다. 전북대학교는 90%의 학생이 하나 이상의 동아리에 가입돼 있을 정도로 학교생활이 동아리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학교 측이 이런 끈끈한 문화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시작했다. 모처럼 야외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수님과 개원의 선배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다보니 행사 뒤처리와 소음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는 쓰레기차 한 대를 직접 캠퍼스로 들여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하고, 타 단과대에 미리 협조문을 보내는 것으로 해결한다. 올해 전북대 축제 ‘오라, 메디(meD)’는 9월 10~13일이며, 고기파티는 12일 저녁 7시부터 시작한다.

 

이화여대 ‘나눔 바자회’

 

이화여자대학교 축제는 살림살이를 장만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세일 마지막 날 백화점 판매대를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바자회가 열리는데, ‘바자회’라고 해서 폐수거함으로 직행해야 할 것 같은 유행 지난 옷이나 해묵은 탁상용 장식품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의대생에게 필수품인 독서대와 형광펜 세트에서부터 몇 십 만원을 호가하는 토끼털코트까지 100여점은 족히 넘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매해 진행방식이 조금씩 바뀌는데, 지난해에는 ‘경매방식’을 도입했다. 강당에 판매할 물건을 쫙 펼쳐놓고 학생들에게 원하는 물건을 ‘찜’하게 한 뒤 강당 출입문 앞에서 1인당 5장의 종이를 나눠주면서 원하는 구매가격을 비밀리에 적어내게 한다. 공연 등 메인무대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회에서 물건별로 최고가를 적어낸 학생을 골라 공연이 끝날 때 쯤 명단을 공개한다. 너무 비쌀 것 같아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헐값을 적어냈는데 아무도 살 엄두를 내지 않아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득템’할 수 있고, 반대로 인기가 좋은 물건은 괜한 경쟁이 붙어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불운’이 따르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 바자회는 예비주부인 이대생들에게 살림살이 장만의 기회와 경매의 재미까지 쏠쏠한 축제의 메인행사다. 학생회에서 ‘나눔’을 취지로 창안해 낸 행사로, 수익금은 모(母)병원 사회사업부에서 추천한 환자들에게 기부한다. 눈치싸움에 밀려 아무것도 구매하지 못한 학생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들을 위해 행사가 끝날 즈음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들로 ‘떨이’시장이 한 번 더 열린다. 올해 이대 축제 ‘행림제’는 9~10월 경 열릴 예정이며, 바자회는 저녁 6시에 시작한다.

 

전남대 ‘굴비조모임’

 

전남대학교는 이색적으로 지도교수모임을 축제 때 한다. 예과생부터 졸업한 선배들까지 줄줄이 엮는다는 의미에서 ‘굴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남대는 축제 때 출장뷔페와 맥주차를 불러 음식과 술을 무한 제공한다. 인당 2만원 상당의 고급음식은 축제에 격식을 더하며, 버튼만 누르면 쏟아져 나오는 맥주는 분위기를 띄운다. 교수님을 포함해 5~7명 정도로 구성된 한 굴비조가 중앙정원에 마련된 테이블에 모여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무대공연을 관람한다. 딱딱하고 형식적이기 쉬운 지도교수모임이 축제 때 이뤄지다보니 평소 하기 힘든 얘기를 쉽게 꺼낼 수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수님, 선배와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흥이 한껏 오른 교수님이 “너도 나가서 노래한 곡 부르고 와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자의(自意)와 무관하게 무대에 올라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갓 임용된 교수님들의 굴비조모임은 원로교수님들을 피해 교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본의 아니게 공연을 못 볼 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전남대 축제 ‘명학제’는 9월 7일이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

'88호(2012.09.10) > 커버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대축제는 왜 재미없을까  (0) 2012.09.10

의대축제는 왜 재미없을까

 

“진짜 오늘도 안 나오면 모두 집에 못갑니다.” 축제를 2주 정도 앞둔 어느 날 공지시간, 모 학교 1학년 총대(총학생대표)의 단호한 한마디다.

 

물론 학교마다 사정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명색이 축제 간판을 걸려면 공연동아리를 제외하고 자발적인 참가자가 3~4팀 정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매주 시험에 치여 살고 시험 때마다 유급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의대생들에게 축제를 위해 개인시간을 할애해 공연연습을 한다는 것은 억만금의 상금을 줘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서 많은 학교들이 축제 무대를 지각 등 벌점자에게 페널티의 기회로 쓰고 막내인 1학년에게 어떻게든 무대를 채우도록 시킨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가무(歌舞)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모여 오합지졸로 무대를 꾸미는 경우가 많고 타의(他意)로 무대를 서게 되므로 동기부여도 안 돼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의대축제는 타 단과대보다 본교의 지원금이 적고 격식을 따지는 의대사회의 고루한 분위기 때문에 연예인 등을 쉽게 부르지 못해 공연무대를 다채롭게 구성하기 어려운 태생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이는 곧 참여율 저하로 이어지는데, 실제로 학생회나 축제준비위원회 등에 소속된 학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의대생에게 축제는 ‘학생들의 축제’가 아닌 ‘축제를 위한 축제’로, ‘가고 싶은’ 축제가 아닌 ‘가야 하는’ 축제로 여겨진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는 수업과 시험이 없는 이 기간을 서울에 있는 집에 가는 기회로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아 참여율이 더욱 저조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제 때 출석을 불러 장학제도에 반영하기도 하고, 장기자랑 상금을 올리며, 컨텐츠를 다양화하는 등 학교마다 나름대로 다양한 자구책을 내고 있다. 일례로 전북대학교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축제일을 주말인 금요일을 피해 목요일로 옮기고, 어떤 프로그램이든 참가만 하면 꼴등을 해도 상품을 받을 수 있게 구성했다. 또 전남대학교는 3~4년 전부터 학생들이 운영하는 장터 대신 고급 출장뷔페를 부르고, 장기자랑 우승 상금을 이례적으로 20만원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전남대 학생회 홍보부장 박정원 씨는 “저희 학생회는 쓰레기 줍기 등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학교 측에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간담회 시간으로 대체하는 등 학생들이 축제를 의미 없는 시간으로 느끼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전북대 학생회 사무국장 강규성 씨는 “사실 프로그램도 재밌어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공연이 됐건 체육대회가 됐건 학교행사에 한번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면 생각보다 재밌기 때문에 다음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참여합니다. 한번만 열린 마음으로 축제를 즐겨보세요.”라고 말했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

SCOPE, 첫걸음 어땠나

88호(2012.09.10)/의대의대생 2012. 9. 10. 15:50 Posted by mednews

SCOPE, 첫걸음 어땠나

 

외국에서 공부하며 지식 이상의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는 도전, 교환학생. 주위 친구들은 너도나도 미국으로, 유럽으로, 일본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부러워 한 경험, 모두들 있을 것이다. 대부분 의과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 교환학생의 기회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가 교환학생 제도를 갖추지 않고 있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이제 한국에서도 IFMSA에서 실행하는 SCOPE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SCOPE, 어떤 제도일까

 

SCOPE(Standing Committee on professional exchange)는 1951년 IFMSA(International Federation of Medical Students’ Associations)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IFMSA의 가장 큰 분과이다. 현재는 매년 87개국에서 83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발전했다.
SCOPE는 4주 과정의 Clerkship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의 서브인턴과 같은 개념이다. 학생 교환은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상호교환계약(bilateral)의 경우 상대 국가로 한 명의 학생을 보내면 상대 국가의 학생 한 명이 우리나라로 오는 형태이고, 일방교환계약(unilateral)은 우리나라의 학생을 보내기만 하는 형태이다. 이와 같이 매년 8월 국가 간 계약이 체결되거나 갱신된다. 우리나라는 2012년 현재 13명은 상호교환, 1명은 일방교환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SCOPE는 국가별 물가의 차이로 인해 학생 교환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독특한 비용 지불 방식을 택했다. 상호교환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대 국가에서 오는 학생의 숙식비를 한국 학생이 지불하고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학생 A가 100만원을 내고, 영국 학생 B가 1000파운드를 지불하면 A는 영국에 가서 B의 1000파운드로 숙식을 제공받게 된다. 개발도상국의 학생이 선진국으로 가고 싶을 때 물가 차이가 크더라도 항공료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면 숙식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교환학생은 본인이 선택한 대학 및 전공분야에서 한 달간 병원 실습을 돌게 된다. 각 나라와 대학마다 실습이 가능한 과, 실습기간, 요구되는 외국어 능력 등에 차이가 있다. 상세 조건은 IFMSA 홈페이지(www.ifmsa.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도 SCOPE에 참여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학교가  SCOPE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5개 학교만이 시범적으로 SCOPE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교환학생의 기회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학교가 SCOPE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쉽지 않을 긴 여정은 SCOPE를 담당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담당자(Local Exchange Officer : LEO)를 선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LEO는 학교에 SCOPE를 소개하는 일부터 외국 학생이 방문했을 때 도우미(Contact Person : CP)역할까지 소화해야 한다.
각 학교가 SCOPE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학장, 병원장, 담당교수를 직접 설득하여야 한다. 한국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매년 6월 IFMSA Fair에서 제도를 소개하고, 설득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여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SCOPE 한국 담당자는 “SCOPE가 60년이 넘었지만 한국에서는 1년으로 역사가 짧고, 교환학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교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교에서 교수님을 설득 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LEO의 피나는 노력으로 교수님의 설득을 받아냈다면 가장 큰 산은 넘은 셈이다. 이후에는 교환 조건을 작성하고 비용을 계산한 뒤 해당 예산을 확보하면 남은 것은 해당 학교에 외국 학생을 맞아들이기 위한 짜임새를 갖추는 일 뿐이다.
각 학교의 LEO와 CP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보상도 뒤따른다. 해당 학교에서 교환학생을 선발할 때 우선순위를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교환학생에 참여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 LEO 또는 CP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온 이들의 제안

 

먼저 각 나라 의과대학의 커리큘럼에 따라 학생을 받는 기간이 다르므로 일정 확인부터 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나라에 지원하여 서류 전형에 합격하면 SCOPE팀 담당자와 영어 면접을 보게 된다. 최종적으로 합격하고 나서도 해야 할 일은 많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는 기본적인 예방접종 내역을 요구한다. 나라마다, 병원마다 준비해야 할 사항은 다르므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오스트리아를 다녀온 학생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본인이 실습하고자 하는 과에 자리가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지원한 과에서 갑자기 학생 받기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 나라에서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작은 일에도 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외국에서 SCOPE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온 학생들은 “다른 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을 고려하여 수술실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슬로베니아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학생들이 실습을 해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의학교육 및 의료제도를 경험해 봄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또한 정규 의학교육 외에도 특별한 활동 및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각 나라의 CP들과 문화체험을 갖거나 실습한 과의 교수님과 식사를 하는 경우이다. “대만에서 더운 여름날 온천에 발을 담그고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억이 좋았다.”며 회상하는 학생도 있었다. 체코를 다녀온 학생은 “SCOPE는 학생간의 교류 외에도 각 나라들을 여행하는 것에도 의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환학생들은 올해 첫 시작된 한국의 SCOPE가 올바르게 성장하길 기대했다. 특히 그들은 숙소 문제를 꼽았는데, 가령 대만에서는 교환학생들이 같은 유스호스텔에 모여 있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한국에 오는 외국 학생들에게도 좋은 프로그램이 제공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국을 찾은 이들의 목소리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생들은 주중에는 병원에서 한국의 의료를, 주말에는 한국의 문화를 경험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병원에 있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한국 학생들이 큰 도움이 됐다.”며 CP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른 학생은 “로봇 수술 장면을 처음으로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도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하루하루 배우는 지식들은 서로 연관성이 없고 단편적이어서 만족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 중에도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언어’였다. “우리도 영어권 사람이 아니고, 모든 스텝들이 우리를 위해 하루 종일 영어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한국어를 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상당히 많았다. 학생이기에 실습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보더라도 확실히 시간을 아깝게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체코 의대생은 학교에서 하루의 일정을 미리 정해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시간표를 만들어주는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해야 교환학생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학생은 “인도네시아는 학생 1명이 교수 1명만 따라다니게 되어 있어서 스케줄이 확실히 정해져 있어서 중간에 비는 시간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
앞으로는

 

현재 SCOPE에서는 각 나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통합 관리하는 인터넷 홈페이지(Wikipage)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 SCOPE 관리자 교육을 위한 캠프도 매년 열린다. 이로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학교에 도움을 주고, 학생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서울, 경기지역의 LEO를 맡고 있는 관동대학교 본과 2학년 최라윤 학생은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SCOPE는 외국 의대생과의 양방향 문화 교류가 가장 큰 장점이지만 CP의 노력 여부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다. CP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활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학교의 재정적 지원이 중요하다. 적정한 예산이 확보되어야 CP의 자발적 참여도가 높아지며 교환학생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 최라윤 학생은 “첫 시행된 학교들과 장단점을 공유하여 SCOPE가 우리나라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책과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학교에서 참여하길 기대했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김하연 기자/관동
<saladbowl88@e-mednews.org>

 

“저 역시 여러분과 같은 의사입니다.”

 

- 반기문 UN 사무총장 강연 스케치

 

박수가 쏟아졌다. 길게 이어진 축사들로 잠시 긴장을 놓던 사람들은 다시 자세를 바로 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강단을 바라보았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평범한 인사였지만, 청중들은 모두 강연자를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인사말부터 받아 적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었다.
2012년 8월 13일, 이종욱 글로벌의학센터 개소식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를 찾았다. 이날 연사 중에는 “의대생이여, 세계를 치료하라”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게 된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있었다.

“이종욱 박사님과는 인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은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과의 인연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되었다. 반기문 총장은 세계를 치료했던 이종욱 사무총장의 업적에 대해서 “한국인에게 무한한 긍지와 자랑”이라고 표현하며, UN에서 보건은 매우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라고 강조하였다. ‘사람의 몸은 한 나라와 같다.’라는 동의보감의 명제대로, 의학이란 개인뿐만 아니라 한 국가를 치유하는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 세계의 질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 故 이종욱 사무총장과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반기문 총장의 인연이란 결코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을 것이다.

 

“세계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UN 사무총장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전염병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대륙 한 구석에서도 ‘세계의 병’들은 충분히 접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봇물처럼 쏟아져 오는 ‘세계의 병’들이 벌인 참혹한 결과물에 날마다 경악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 아니었던가.
반 총장의 언급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이었다. 반 총장은 금년 UN 총회에 ‘세계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제출한 다섯 가지 계획 중 하나가 ‘5 major killer'를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5 major killer란 ‘소아마비, 에이즈, 파상풍, 홍역, 말라리아’로, 이 중 말라리아만 해도 1년에 65만명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5개의 질병들을 퇴치하는 것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반 총장은 이미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질병 퇴치를 위한 ‘특사’로 위촉하여 질병 박멸을 위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나이지리아의 종교 지도자에게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호소를 서신으로 보내기도 했다. 질병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은 질병 퇴치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언급하면서, 반 총장은 ‘한국은 에이즈 환자에 대해 모범적인 인식 개선을 이루어냈다’고 평가했다.

 

“의사는 휴머니티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병원에서 고통받는 환자를 보고 울적함을 느꼈다는 반 총장은 의료 시설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저도 사실 병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병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삶에 대한 믿음을 이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에 속한다. 병원은 어느 규모 이상의 도시라면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비교적 저렴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수준이 조금만 낮은 곳으로 시선을 돌려 보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의료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반 총장은 여기서 ‘Health post'를 언급했다. Health post란 전문적으로 의학 교육을 받은 의료인 대신 몇 가지의 기술만 익힌 사람들이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봤을 때는 ‘돌팔이’에 지나지 않는 그들도, 병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국가에서는 환자들이 항상 긴 줄로 가득하며, 기다리는 환자들의 표정에서는 희망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의사란 “휴머니티의 결정체”라는 것이 반 총장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휴머니티에서 나오는 Compassion(동정)은 Passion(열정)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추진될 수 있어야 비로소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날마다 팍팍해져가는 현실 속에서 버텨 나가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에서 Passion의 흔적을 다시 한 번 찾아보았다.

 

“인류 보편적 가치는 결코 양보할 수 없습니다”

 

시간 관계로 질문은 한 사람만 가능했다. 귀중한 질문은 “반기문 총장의 원칙”에 헌정되었다. Universally Accepted Principle. 인류 보편타당한 가치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반기문 총장의 원칙이었다.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지만 인류 보편의 가치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단호한 원칙이었다.
강단에서 내려오는 반기문 총장. 그 옆에서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경호원들과 함께 강연은 끝났다.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

KMLE 검색 엔진 운영자, 박용구씨를 다시 만나다

 


국시를 준비하는 의대생이라면 한 번쯤 접속해 보게 되는 사이트가 있다. KMLE 검색 엔진(www.kmle.co.kr)이다. 의대생신문이 KMLE 검색 엔진 운영자인 박용구씨와 2004년 41호 신문 이후로 8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박용구씨는 가톨릭의과대학 본과 4학년에서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상의학과 임상강사가 되었다.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8년 전 박용구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기다리는데,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의 박용구씨를 보고 놀랐다. 8년 전과 같이 보쌈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자(이하 김)_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데 의학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용구씨(이하 박)_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실 의대에 입학할 때도 컴퓨터공학과 의학 사이에서 고민을 했었죠. 아는 분이 해주신 ‘열심히 할 수 있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사다.’ 라는 말씀이 의학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김_ 대학 입학 전에도 웹 프로그래밍 사업을 하고 계셨던 건가요?
박_ 대학교에 들어오기 이전까지는 컴퓨터에 관심은 있었지만 제작 경험은 없었어요. 웹 프로그래밍을 실제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예과 2학년 당시 후배와 함께 갔던 코엑스 컴퓨터 전시회였죠. 그 이후, 저는 친구와 함께 도메인 회사를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본과 1학년 들어가면서 가가도메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었어요. 시험 기간 사이사이마다 바쁘게 일을 하고 메일로 고객 관리를 했죠. 그 후 본과 2학년 올라가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고, 마침 회사 인수 제의가 들어와서 다른 회사에서 인수했습니다. 손이 많이 갔고 애착도 큰 사이트인데 안타깝고 아쉬웠어요. 사이트는 다른 회사에서 인수한 뒤 서버는 이제 비게 되었는데, 결국 그 서버에 KMLE 의학 검색 엔진을 만들고 운영하게 된 거예요. 덕분에 본과 2학년 3쿼터 전 과목 망쳤죠, 뭐. 하하. KMLE 의 경우에는 가끔 업데이트를 해주고 문제가 생길 때 해결하는 것 외에는 혼자 굴러 가는 사이트라서, 운영에 별로 시간이 들어가지는 않아요.

 

김_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박_ 경험을 그 동안 굉장히 많이 쌓았죠. 올해의 저와 작년의 저는 달라요. 제가 아는 거나, 할 수 있는 거나요. 또 다른 점이 어떤 일을 했을 때, 투자할 수 있는 금액도 달라졌죠. 학생 때보다 할 수 있는 건 늘었죠. 시간이 부족하다는 단점은 있지만요. 마음을 먹고 한다면 학생 때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요.

 

김_ 소아과나 내과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영상의학과를 선택하셨네요?
박_ 특히 내과와 영상의학과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영상의학과가 IT-oriented거든요. 데이터 분석이나 검색 등 컴퓨터와 관련된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제 관심사나 지식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과라고 생각해서 선택했고, 실제로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지금도 관련 연구를 하고, 논문도 써내고 있어요.

 

김_ KMLE 의학 검색 엔진을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_ 제가 쓸려고 만들었어요. 그래서 요새 발전이 좀 더딘 게, 제가 전보다 이용을 덜 하기 때문이죠.(웃음) 제가 쓰기 위해 만들었는데 ‘남들도 유용하겠다.’ 생각해서 써봐라 하고 공개를 했죠. 어느 날 보니 열 명이 오고 백 명이 오더니, 이제는 삼만여 명이 방문하고 있죠. KMLE 의학 검색 엔진은 제가 제 사이트를 이용할 때까지 만들었어요. 제가 의학용어 검색사이트를 많이 아는데,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제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건 제 사이트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훌륭하다는 증거가 되죠. KMLE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외래진료 지침서도 있는데, 여긴 ‘사이트를 통해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참 보람 있겠다.’는 제 철학도 담겨있어요.

 

김_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고 의학을 전공한 점에 후회는 없는지?
박_ 후회라기보다는 어느 쪽으로 갔어도 잘 되긴 했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을 순 없어요. 제가 컴퓨터를 전공해서 배웠으면 훨씬 잘 할 거거든요.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아니고, 그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미 선택한 것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도 최대한 활용하고, 컴퓨터경험이나 의료 경험을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뒤를 바라보고 살기보다 저는 앞을 바라보고 살아요.

 

김준혁 기자/중앙
<silmarllion@e-mednews.com>

개인정보 유출의 사각 지대 - PK를 믿습니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리 및 인식 부족

실습생도 사람 - 실습생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

 

드라마 ‘유령’이 성황리에 종영했다. 작년 네이트 해킹, 지난 달 KT 전산망 해킹사고를 비롯하여 곳곳에서의 개인정보 유출로 민감한 때에 드라마 ‘유령’이 현실화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있음직한 주장들도 나온다. 병원이야 말로 민감한 ‘개인정보’가 수집되어 있는 판도라의 상자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에 맞는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의사도 일반인도 아닌 애매한 경계선상의 실습생에게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주제 자체가 다소 생소하기만 하다. 실습생에게 부여되는 준 의사 수준의 개인정보 접근권한과 그에 비해 부족하기만 한 관리 및 인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강화된 규제 …
환자 개인정보보호법 도입

 

일단 의료법 제 19조 (비밀 누설금지), 제 21조에 의거, 의료인은 환자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사본을 내어주거나 열람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2012년 3월 30일부터 전면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의료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하여 더욱 강화된 규율을 적용시켰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면 ‘민감정보’인 환자병력정보를 유출할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편, 개인정보보호법의 도입으로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에 대한 제도적인 규제가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외국 사례에 비교 해보았을 때 한창 늦은 대처였다.
미국은 HIPAA(The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ountability Act, 1996 연방법)에 의해 개인의 의료기록은 환자와 당국의 공식허가 없이 유출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에는 벌금 및 의사자격을 박탈당하게 되며 환자가 소송을 할 경우에 의사는 엄청난 금전적 손해와 명예회손 또한 감당해야 한다. 또한 환자가 요청하면 본인의 의무기록 접속 로그 기록을 제공 받을 수 있다.
그 밖에도 일본은 2003년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었으며 자문목적일지라도 다른 진료의에게 환자의 정보를 통보하는 경우 환자의 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다.

 

현장노트 … 한 명의 무지에서
실수로 유출되는 개인 정보


지난 8월 20일 국립암센터에서 환자 병력정보를 이면지로 활용한 정황이 노컷뉴스에서 단독 보도되었다. 건강검진 과정에서 다음 검진 장소 안내를 위해 전달받은 쪽지 뒷면에 다른 환자의 병력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병원은 접수 직원의 무지로 인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였지만 더 많은 유출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접수 직원의 실수에서 야기된 이번 민감정보 유출 사건으로 많은 환자 및 보호자들이 언짢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유명 연예인이 입원했다는 소문이 나면 수십 명의 직원들이 매의 눈으로 의무기록을 면밀히 살펴보기 일쑤다. 로그 기록이 남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줌으로써 이제는 불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부끄러운 과거는 오점으로 남았다.
모든 병원의 엘리베이터, 화장실, 복도에서는 절대정숙하라는 선배들의 신신당부는 절대 진리이다. 엘리베이터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심코 어느 조폭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수군대다가 같이 타고 있던 조폭 부하에게 된통 당했다는 이야기는 전설로 전해져온다.

 

실습생 교육은 어디서? …
학교와 병원 사이, 어디도
속하지 못하는 회색분자

 

중앙대학교병원 의무기록 조윤정 팀장은 “보통 다른 곳에서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수집하지만 의학에서는 환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 수집합니다. 정신과의 경우에는 사돈의 팔촌까지도 다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며 의무기록의 ‘민감성’에 대해 피력하였다.
또, 그녀는 실습생들도 이러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중심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워낙 민감한 정보라 관리한다고 철저히 움직이고 있지만 어느 틈에 샐 수도 있지요. 직원들의 경우 절차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경우 징계를 내린다든지 사유서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또 면밀하게 관찰하고 교육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실습생들은 병원 소속이 아니다 보니 병원 차원에서 관리하기 힘들어요.”
의대 실습생들 뿐 아니라 간호대, 영상 및 진단검사실에도 많은 실습생들이 배치되는데,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관리를 굉장히 철저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던 국립암센터에서도 최근 고발기사가 났었죠. 한명이라도 소홀해도 그런 정보 유출 사태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라고 되물으며 실습생들이 주의 해줄 것을 다시 한 번 부탁하였다.

 

실습생 인식 조사 …
9개 대학 설문

 

지난 8월 의과대학 실습 중 환자들의 개인정보보호 관리 현황과 이에 대한 학생들에 인식에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총 9개 학교의 실습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설문 항목에는 실습중인 병원에서 실습 전 환자개인정보에 대한 교육 및 서약서 작성 여부, 환자기록 접근 및 처리, 개인정보관리가 잘 되고 있는가, 개인정보 노출경로라 생각되는 부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 등이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먼저 대부분의 학교에서 환자개인정보관리에 대한 교육은 실시하는 듯하다. 병원마다 의무기록팀이 존재하고, 이들이 항상 환자정보의 관리 및 이에 대한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약서 작성은 9개 학교 중 단지 4개의 학교에서만 하고 있었다. 물론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개인정보 유출 자체는 분명한 위법행위다. 하지만 서약서는 소송 시 법정에서 근거자료로 쓰일 수 있으며, 작성자에게 각성과 교육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강화가 필요하다.
EMR 사용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9개 학교 중 3개 학교만이 학생마다 개인 아이디를 발급받았고 나머지 학교에서는 학생 전체 공용 아이디나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아이디를 이용해 EMR에 로그인하고 있었다. 개인 아이디를 사용하지 않으면 환자 개인정보 유출 시 유출자 추적이 어렵고 학생들도 덜 신경 쓰게 된다. 학생마다 개인 아이디를 지급해야 학생들도 EMR 사용 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혹시 모를 환자정보 유출 시에도 수월하게 대처를 할 수 있다.

 

접근 방식보다 더 문제되는 것이 출력물 폐기 방법이었다. 9개 학교 모두 학생용 문서분쇄기가 따로 비치되어있지 않았고 병동 문서분쇄기가 있다하더라도 자주 쓰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 문서를 찢거나 그대로 휴지통에 버린다고 응답했다. Safety box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는 두 학교뿐 이었다. 고의가 아니라 우연히 환자정보가 노출되기 가장 쉬운 경로가 출력문서인데 이 출력문서의 처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8월 국립암센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고의적인 정보유출은 법적으로 상당한 중죄에 해당한다. 그런 서류를 휴지통에 그냥 버리는 행위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병원에 문서분쇄기나 Safety box가 있다면 반드시 이를 통해서 처리하고 아니면 의무기록팀 직원을 통해 문서를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자신이 실습중인 병원에서 환자정보 관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대해선 9개 학교 학생들 중 여섯 학교의 학생이 잘 안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병원 시스템에 깊게 관여하고 있지 않은 실습생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들이 정보 노출의 경로로 꼽은 항목들 중 가장 많이 선택된 것은 당연 휴지통에 버려진 문서였다. 그 외에도 수기의무기록, EMR, PACS 등이 있었다. 그리고 환자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강화해야 할 부분으로는 안전한 출력물 폐기 처리가 가장 많았고 그 외에 조회권한 관리, 개인정보관리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이 있었다. 개인이 더 주의해야 할 부분으로  EMR 패스워드 관리, 이석 시 로그아웃 등도 있었다. 서약서를 받지 않는 학교의 학생들은 서약서 징구를 강화해야할 부분으로 꼽았다.

 

의대생활과 병원에 대해 많이 알아갈수록 학생입장에서 본교 병원에 입원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아는 사람에게 치료받아 주어지는 많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꺼려지는 이유는 아마 개인정보 유출의 민감성 때문이 아닐까. 어떤 인턴 선생님이 누구 폴리(foley catheter, 소변줄)를 꼽았다더라하는,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개인정보와 비밀보장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환자’에 적용되면 다소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불편한 진실.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려는 병원 측에 반해 그들의 손이 닿기 힘든 사각지대에 있는 실습생들, 그들을 위한 철저한 교육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

주경야독의 메청캠에 다녀오다

 

Chapter 0
들어 보셨나요? 메청캠

메청캠은 ‘삼성메디슨-청년의사 자원봉사활동 체험캠프’(이하 메청캠)의 줄임말로 2007년 1회를 시작으로 2012년 올해 6번째를 맞이했다. 메청캠은 전국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만 참가할 수 있는 4박 5일의 캠프로 이번 참가자들은 국내 유일의 중증 장애 아동 전문 병원인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과 ‘청풍호노인사랑병원’에서 봉사활동을 체험했다. 캠프 총괄자인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은 메청캠을 “낮에는 열심히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밤에는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자원봉사활동에 관한 공부를 하는, 즉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캠프”라고 소개했다.

 

Chapter 1
의대생, 봉사를 체험하다

 

필자는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에서 중증에 속하는 환우들의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 때문에 환우들과 눈을 마주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무기력함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봉사 활동과는 차원이 다른 체험이었다. 일례로 뇌성마비로 수 십년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누워있기만 했던 환자를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이러한 식의 연명치료가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또한 필자는 이미 의료인인 선배들의 진료행위와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 등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일례로 ‘청풍호노인사랑병원’에 봉사활동을 오신 한 비뇨기과 의사선생님께서는 할아버지 한 분을 진료하는데 거의 20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시며 환자와 소통하시고 진료기록부 한 장을 빼곡히 기록하셨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10분 이상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던 필자는 ‘앞으로 저 분처럼 진정으로 환자와 교감하면서 진료할 수 있을까. 본받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경외감마저 느꼈다.


Chapter 2
의대생, 다양한 분야를 모색하다

 

메청캠에 강의를 하러 나오신 분들 중에는 색다른 이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남들은 공보의나 군의관일 때 ‘국제협력의사’로 군복무를 해결하신 안과 의사 선생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시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 종양내과를 하시다가 인권의학을 연구하시는 선생님, 의사 대신에 신문사 일을 선택하신 선생님, 파워블로거로 활동하시는 선생님, 매년 수차례 해외로 봉사활동을 나가시는 안과 의사 선생님 등이셨다. 대다수의 의대생은 의대를 졸업하면 대학병원의사 혹은 개원의사로 살아갈 것을 생각하지만 필자는 그렇지 않은 다양한 삶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분들의 강의를 듣고서 자원봉사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었고, 의사이지만 의사가 아닌 다른 삶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Chapter 3
의대생, 의대생을 만나다

 

메청캠을 통해 공부하느라 바쁜 의대생들이 다른 의대생들을 만나서 서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은 필자를 즐겁게 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있겠는가! 처음 만남은 어색함 그 자체였지만 함께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함께 어르신들을 위해 재롱잔치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촛불의식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친해질 수 있었다. 캠프 해단식 후에도 참가자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었던 뒤풀이도 있었고, 이후 각 조별모임, 전체모임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4박 5일간의 짧은 만남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Chapter 4
의대생,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번 캠프에 참여한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2학년 서희경 씨는 “우리나라에 중증 장애 환우를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예비의사로서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하여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 소중한 계기였습니다. 앞으로 삶에서 제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캠프였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서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1학년 김경철 씨는 “어린이 병원이나 노인 병원은 학교실습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메청캠은)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과 말벗도 해 드리면서 노인 의료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습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메청캠 해단식을 하면서 캠프 참가자가 1% 기부 서약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물론 이 서약을 잘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서약서에 사인을 한 것만으로도, 아니 이 메청캠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필자는 우리 예비의사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어떤 식으로라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그것이 메청캠이 필자에게 준 교훈이기 때문에.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wes.org>

의대생스포츠 단신

88호(2012.09.10)/의대의대생 2012. 9. 10. 15:38 Posted by mednews

의대생스포츠 단신

 

축구


의대생들의 축구 리그인 ‘전국 메디컬 리그’는, 지역별로 지역 예선이 진행되고 예선을 통과한 총 8개 팀들이 전국대회 본선에 진출하여 경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회이다. 2012 메디컬리그 전국대회는 8월 11일 하남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우승은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이 차지하였고, 준우승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3위는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이 차지하였다.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의 32번 선수는 대회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농구


농구는 몇 개의 대회가 있지만, 그 중에서 ‘Medibasket 전국 의과대학 농구대회’가 가장 규모가 크다. 2개의 조로 나뉘어 예선이 진행되고 총 8팀이 본선에 진출하여 토너먼트를 치루는 방식이다. ‘2012 하계 Medibasket 전국 의과대학 농구대회’는 8월 3,4,5일에 걸쳐 부산 사직체육관 보조구장과 민석체육관에서 열렸다. 총 15개 참가팀 중 우승은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이, 준우승은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이, 3위와 4위는 각각 원광대학교 치과대학과 부산대학교 치과대학이 차지하였다.
※ 덧붙임 : 본 기사에서 소개한 대회 이외에도, 매 해 겨울에만 열리는 ‘성균관대의과대학 학장배 전국의과대학 농구대회’도 또한 가장 규모가 큰 대회 중 하나이다.

 

야구


‘전국 예비의료인 야구대회’는 작년부터 새로운 리그 방식이 도입되었다. 리그A와 리그B로 나뉘어서 진행되는데, 리그 A는 1부 리그, 리그 B는 2부 리그라고 생각하면 쉽다. 리그A는 16개 팀이 4팀씩 조를 이뤄 예선을 치른 후 총 8팀이 본선 진출후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이다. 리그 A 각 조에서 꼴찌한 팀은 리그 B로 강등되고, 대신 리그 B에서는 상위 4개 팀이 리그 A로 승격되는 시스템이다. 올해 대회에서는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이 우승을 차지하였고, 준우승은 전남대학교 치과대학이, 3위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이, 4위는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이 차지하였다.

 

오경택 기자/영남 <teddy5@e-mednews.com>

Meet the paramedics(준의료종사자) ①

병원에는 의사, 간호사 이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수많은 직업군이 존재한다. 앞으로 언젠간 마주치게 될 이들. 성공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paramedics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미리 알아놓자! Meet the paramedics!

 

수술방, 서전(surgeon)의 파트너

관동의대 명지병원 비뇨기과,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 황상원씨 인터뷰

 

Q. 우선 정식 명칭과 하시는 일에 관해서 여쭤 봐도 될까요.
“PA간호사, Physician Assistant의 약자에요. 비뇨기과 레지던트와 하는 일이 비슷하다고 보면 되요. 외래에서 교수님 지시 하에 검사를 시행하고, 수술에도 참여하면서,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기본적인 시술도 해요.”

 

Q.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 PA 간호사의 다른 점을 알려주세요.
“간호사 국가고시를 보고 간호사가 되면, 각 분야로 나뉘어져요. 병동간호사, 수술방 간호사, 응급실 간호사, 중환자실 간호사 등등 많아요. 전문 간호사는 해당 분야에서 3~4년 정도 실무 경력을 쌓은 후, 석사과정을 밟으며 전문 간호사 자격증 시험을 합격해야 되요. 예를 들면, 수술방 내 마취과의사 옆에서, 거의 모든 술기를 다하는 마취과 전문 간호사를 보셨을 거에요. 수술방 간호사를 하면서 마취 분야에 흥미가 생겨서 석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마취과 전문 간호사가 된 거죠. PA 간호사(Physician Assistant), SA 간호사(Surgeon Assistant)는 사실 의료법에 없는 직업이에요. 우리는 ‘전문 간호사’가 아니라 ‘전담 간호사’라고 하는데, ‘PA 간호사’라는 용어가 더 익숙할 거에요. 레지던트 부족 현상으로 인해, 여러 분야에서 일하던 간호사가 고용되어 PA, SA 간호사가 되는 거죠.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인력이 부족한 과에서 ‘PA, SA 간호사 직업공고’가 나면, 서류지원 합격 후 지도를 받는 식으로 양성하고 있어요. 교수님께서 기본적인 의료 지식을 가르쳐 주시고, 환자에게 필요한 술기는 레지던트에게 그때마다 배우는 식이에요. PA, SA 간호사만의 특별한 교육과정은 없는 거죠. 우리나라는 흉부외과에서 처음으로 PA 간호사를 고용했어요. 그 뒤 외과, 비뇨기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많이 늘어났죠. 아무래도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일을 지켜본 간호사,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출신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어요.”

 

Q. PA 간호사를 선택하신 이유를 알고 싶어요.
“간호사 집단의 특성이 여성 중심인 사회라서, 남자간호사들이 적응하기 힘든 면이 있어요. 대부분 남자간호사들은 이런 점으로 인해 PA 간호사를 많이 지원해요. 남자간호사의 많은 수가 PA 간호사, SA 간호사라고 보셔도 되요. 또한 개인적으로, 환자들이 보는 남자간호사라는 이미지가 장기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이 일을 하면서 언제 힘들고, 보람되신지 들려주세요.
“처음엔 일을 쉽게 생각했는데, 간호사와 달리 환자를 직접 봐야하고 레지던트처럼 당직도 똑같이 서면서 의사직을 간접 체험하고 있어요. 하지만 중환자실 간호사였을 때는 의사에게 환자상태만 보고하고 반복되는 일에 지루했었는데, PA간호사가 되고난 후 환자와 좀 더 의사소통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점에서 보람을 느껴요. 가끔 응급 상황일 때 내가 주체가 되어 기본적인 처치를 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정말 기쁘죠.”

 

Q. 마지막으로, 의대생과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솔직히 PA간호사는 직업의 경계가 애매해서, 의사와 부딪히는 경우가 생겨요. 의사랑 하는 일은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법적인 보장이 없으니 곤란할 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도, 레지던트 1년차보다 실무경험이 많은 동료가 ‘이 환자의 오더(의사의 처방)를 낼 때는, 보통 이런 식으로 하신다’라고 했는데, 아직 경험이 없는 레지던트가 ‘알겠다’고 해놓고 결국은 본인 원칙대로 오더를 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고 하더라구요. 계속 같이 일할 사이다보니, 부딪치기 보다는 대부분 그냥 말 못하고 넘어가지만, 우리 PA간호사들은 참 서운하죠. 물론 우리도 체계적인 양성과정이 없기 때문에, 의료적 지식은 비슷할 수 있어도 전문적인 의사 지식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하지만 실무에선 의사보다 더 잘 아는 부분도 있고 다르게 알고 있는 부분도 있으니, 상호 보완하고 배려하면서 서로 오해 없이 일을 잘했으면 좋겠어요. 결국은 환자의 신속한 쾌유라는 목적에는 의견이 같은 거니까요.”

 

임이랑 기자/관동
<famousier@e-mednews.org>

의료 정책, ★을 찍어드립니다

Chapter 4. 응급실당직법(응당법)

 

2010년 11월 휴일날 대구에서 장중첩증*으로 진단받은 4세 여아의 보챔에 부모는 다급히 큰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인근 3곳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모두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현재 응급실에 부재하여 빠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보호자는 인근 도시인 구미에 위치한 대학병원으로 급히 이동하였지만, 제 때 치료받지 못한 아이는 이송 중 사망하고 말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응급의료체계의 허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고, 특히 당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응급실에 부재하였다는 점이 조명을 받았다. 이는 이후 기존의 응급의료법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촉발제가 되었다.

 

기존 응급의료법, 전문의의
직접 진료는 자율에 맡겨

 

1995년부터 시행되어왔던 기존의 응급의료법률에서는 당직의사는 ‘전문의*또는 수련기관의 경우 3년차 이상의 전공의*(레지던트)’로 규정하였고, 당직전문의를 두어야 하는 진료과목의 개수는 권역·전문센터 8개, 지역센터 5개, 지역기관 2개로 지정하였다. 이러한 기존 응급의료법에는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가 환자를 ‘직접’ 진료해야 하는 의무는 없었다. 또한 법안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제제를 가하는 ‘처벌규정’을 명시하지 않아 강제성이 없었다. 따라서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는 레지던트가 연차에 제약 없이 응급실에서 진료를 하고, 전문의가 응급실당직을 서는 것은 각 병원의 자율적인 시스템에 따라 선택적으로 시행하였다.
이러한 기존의 응급의료체제 하에서 ‘대구 장중첩증 여아 사망사건’이 화두가 되었고, 이후 각 과 전문의들의 응급실당직과 이들의 신속한 응급환자진료를 위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리고 2011년 8월 4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의 개정안이 공포되고, 이후 1년 뒤인 2012년 8월 5일부터 이 법안은 시행되었다.


개정 법률, 전문의가
직접진료 요청에 불응 시 처벌

 

개정된 법률 조항에서는 ★응급의료기관이 모든 개설 진료과목마다 당직 전문의를 두어야 한다. 또한 응급실 근무 의사가 환자상태를 파악하고 해당 과의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호출할 경우(온콜,on call*), 당직 전문의는 병원으로 직접 와서 진료를 보아야 한다. ★이 호출에 당직전문의가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응급의료기관은 과태료 200만원을 내고 해당 전문의는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또한 환자 및 보호자는 응급실 내부 게시물 혹은 홈페이지 게시물을 통해 해당 과의 당직의 명단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당직전문의가 응급의학과 의사의 진료 요청에도 오지 않았을 경우 보건소에 해당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개정법 시행을 앞둔 공청회에서,
의료계 “현실성 없다” 반발

 

개정안에 대한 반발은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그치지 않고 의료계 전반에 걸쳐 일어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을 앞두고 2차례의 의견 수렴 공청회를 열었다. 의료계의 비판은 ★▲전문의의 업무량 증가에 따른 진료의 질 저하 ▲수가개선 및 추가예산지원 누락 ▲2차 지방병원의 실태 무시 ▲특정 과의 전문의부족 현실 미반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문의인력은 당장 늘어날 수 없고 전문의 한 명당 수행할 수 있는 업무량 또한 한계가 있다. 그런데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 주간에 외래환자 및 병동입원환자의 진료나 수술까지 담당하는 전문의가 야간에 당직까지 더 서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다음날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진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전문의의 응급실 당직업무를 늘리려면 이에 상응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비용에 대하여 추가로 예산을 지원하거나 응급실수가를 개정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응급의료개정법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고스란히 병원의 몫이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2차병원이나 지방병원의 경우는 특히 경영난과 구인난이 심각하다. 그런데 이 병원들이 전문의에게 야간응급실당직까지 요구한다면, 해당 전문의들이 사직하여 개원의로 전향하는 등의 집단 이탈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응급환자 수 대비 전문의 인력이 부족한 외과나 소아과와 같은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현실에 맞지 않는 개정법이라는 것이다.

 

개정법 시행 후, 행정처분
유예기간 3개월 두기로

 

개정법안을 두고 의료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일인 지난 8월 5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 ★당직전문의 비상호출(on-call) 불응에 따른 행정처분을 3개월간 유예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2012년 11월 4일까지는 개정법을 시행하기는 하되, 이를 위반 시 응급의료기관이 내야 하는 과태료 200만원이나 당직전문의의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유예기간 발표와 함께 이 기간 동안 응급의료기관에 개정법 준수를 위한 준비를 할 것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상당수의 응급의료기관들은 개정법 시행 두 달을 바라보는 현재시점까지 응급의료 체계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한달 후 계도기간이 끝나면 개정법망을 피하면서 기존의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편법을 공공연하게 마련하고 있다.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당직전문의를 부르지 않고 환자를 입원시켜 레지던트가 진료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 경우 응급실환자는 입원명령으로 인해 더 이상 응급의료개정법에서 규정한 ‘응급실 내 응급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망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레지던트는 응급실환자를 입원만 시키면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 개정법이 시행되어 전문의당직을 강제하여도 사실상 응급실에 상주하는 이는 여전히 레지던트인 것이다.

 

유예기간 만료 앞두고
응급의료기관 반납 등 혼란 예상

 

앞으로 약 한달 후 계도기간이 끝나 개정법안 시행을 강제하면, 문제점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콜을 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기존에는 필요하면 해당 과 전문의에게 연락을 취해서 자문을 구하였지만, 이제 자칫하면 해당 의료진은 면허가 정지되고 병원은 2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호출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중소병원에서는 행정처분을 우려하여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를 받지 않고 다른 대형병원으로 바로 이송하는 사례가 급증하여, 대형병원의 응급실 과밀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방의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했던 익명을 요구한 인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밤에 응급실로 온 환자는 ★아주 경증이 아닌 이상 (환자침대를 구급차에서 병원응급실로) 내리지 말고 인근 대형병원으로 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중소병원의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개정법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한편, 개정법 시행 이후, ★지방 뿐 만 아니라 수도권의 종합병원에서도 전문의 인건비 및 응급실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응급의료기관 반납을 고심하고 있다. 유예기간이 끝나면 응급의료기관 반납 도미노 현상까지 예상되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제 작년 말에 “응급의료수가 체계의 전면적인 개정을 위한 연구를 2010년 12월부터 1년간 진행하고, 2012년에 ‘응급의료 수가기준 전부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개정법을 시행한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정책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응급의료의 질 개선을 단순히 전문의의 당직강제화로만 일괄하는 성급한 법안 개정 때문에 의료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임준교수는 응급의료법 개정을 두고 “중증 응급환자가 전문의에게 신속한 진료를 받는 것은 필요하다. 이는 현재 정부가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과 합병률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중증외상센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응급실당직 전문의인력이 확충되어야 하는데, 당장 인력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전문의가 보아야 하는 응급환자의 수를 조절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를 보다 체계적으로 경증과 중증 환자로 구분하여, 소수의 중증 환자만 전문의가 신속히 보도록 하고 경증 환자는 응급실 내 야간진료센터를 따로 마련하여 일반의나 레지던트가 보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한 지역구에 분산되어 있는 소형 병·의원의 전문의인력을 지역거점병원으로 흡수시키는 보건의료체계의 개편이 요구된다. 이 경우 지역거점병원은 외과·산부인과 등 각 과별로 전문의 인력을 확충할 수 있어 어떤 응급환자에도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라고 제안했다.

 

이운지 기자/가천
<woonji@e-mednews.org>

 

* 장중첩증(Intussusception) : 3개월에서 6세 사이에서 장폐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상부 장이 하부 장 속으로 망원경같이 말려들어가는 질환. 사망률이 매우 낮다.
* 전공의 : 인턴 과정을 마친 뒤에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하여 임상 수련을 하고 있는 의사, 즉 레지던트 1·2·3·4년차를 말한다.
* 전문의 :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에 전문의 국가고시를 치러 이에 합격하였을 때 ‘전문의’라 한다.
* 온콜(on-call) : 전문의는 당직 때 병원에 남아있지 않고 밖에 있다가,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응급환자가 오면 호출을 받고 병원에 간다. 이 때 받는 호출을 온콜(on-call)이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레지던트의 당직은 응급실에서 상시 대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