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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02 의사 시험 보는 데만 90만원, 정부는 1년 10개월째 묵묵부답

 

의사 시험 보는 데만 90만원, 정부는 1년 10개월째 묵묵부답

- 의대생, 국회의원실의 입법 시도에도 1년 넘게 가시적 성과 없어… 실기시험 시행 5년째 같은 문제 되풀이

 

지난달 15일부터 11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제 79회 의사 실기시험이 요즘 한창이다. 올해 의사면허 필기시험 응시료는 30만 2000원으로, 실기시험 60만 4000원까지 합하면 의사자격증을 따는 데 순수하게 드는 비용만 정확히 90만 6000원이다. 이에 의대생들이 1년 넘게 문제제기 중이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런 성과가 없다.

 

국시원 운영 국고 지원률 6%뿐, 타 전문직 시험에 비해 30배 비싸

 

법무부가 주관하고 법무부장관이 관장·실시하는 사법시험 응시수수료는 5만원 밖에 안 된다. 다른 전문직 시험인 변리사·세무사·감정평가사 등의 응시수수료도 평균 3~4만 원대. 의사 국가시험 응시료가 이들 응시료에 비해 30배 이상 터무니없게 비싼 이유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 국가시험을 위탁받아 시행·관리하는 기관인 재단법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이 타 국가시험 운영기관과 달리 국가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민간재단법인이기 때문이다. 국시원은 명확한 근거 법령 없이 민간재단법인 상태로 방치돼 있어, 현재 구조로는 국가시험 응시 수수료만으로 재단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시원의 총 수입예산 약 155억 원 가운데 145억 원(93.5%)이 시험 응시수수료 수입이고, 국고보조금은 9억6천만 원(6.2%)에 불과하다.

 

특수법인화 발의·국회 청원서 제출 했지만 1년 넘게 깜깜 무소식

 

‘국시원법’으로 통용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안’은 2013년 1월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의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재단법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을 ‘복지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시원이 다른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특수법인으로 인정받게 되면, 정부 출연금으로 국가시험을 운영하므로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국시 응시료가 낮아지고 실기센터 건립 등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같은 현안에 대해 최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도 나섰는데, 지난 5월 30일 전국 의대생 7000여 명의 동의를 받은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별 실효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문 의원의 법안은 발의 이후 세월호법 등에 밀려 별다른 진척 없이 1년 넘게 국회 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이고, 의대협에서 제출한 청원서 역시 국회로부터 약속된 기한(제정청원 처리기한, 청원 접수일로부터 90일)이 지난 지 2달이 다 되도록 청원 처리 여부에 대해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 법안 발의 당시 비서실 소속으로 문 의원과 함께했던 한중원(울산의대 본3)씨는 “처음 법안 을 발의했을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입법부 공무원 모두 긍정적인 의견을 보여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세월호 사건·국정활동 중단 등이 맞물리면서 시기를 제대로 못 탄 것 같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관련단체들의 의견 개진이 매우 중요한데, 의대생 외 대한의사협회나 타 보건의료직종 관계자들은 이 법안에 큰 관심이 없어 법안이 여론의 힘을 크게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협 부회장 김명식(순천향의대 본2)씨는 “지난달 28일 국회에 청원 처리지연 사유 등에 대한 진정서를 넣었다. 진정서 처리기한(1주일 이내)내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을 경우 행정심판까지 고려중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의대협은 국시원과의 정기회동, 대한전공의협의회와의 긴밀한 협조, 주요 언론사 독자투고, 보건복지부 정부입법 등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 중이다.

 

60만원 넘는 실기 응시료, 해결 위해 실기센터 건립 대안 내놨지만 매년 무산

 

지난 2009년부터 국시원은 의사 국가시험 항목에 아시아 최초로 실기시험을 추가했다. 하지만 시험 운영에 대한 정부지원은 전혀 없어, 6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응시료는 또 다시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국내 실기시험은 1000달러가 넘는 미국과 캐나다의 실기시험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의과대학 교수들의 시험감독료, 시험에 사용되는 기자재 구입비용 등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지 않는 한 응시 수수료는 낮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 운영자금만으로는 3000명이 넘는 응시자들이 한 번에 시험을 치룰 만한 충분한 시험장소 확보도 어려워 2달이라는 전례 없는 긴 기간 동안 시험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응시 순서에 따른 형평성·문제 유출 등의 문제가 매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부터 복지부 빈 청사를 활용해 실기센터를 건립하고 국시원 사업 예산도 기존 9억6천만 원에서 87억4천만 원으로 10배 가까이 증액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공공기관에 줄 예산도 모자란데 관련법령도 없는 민간단체에 예산을 마음대로 퍼줄 수는 없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 예산편성 대상에서 매년 밀리고 있다. 지난 9월 25일 실기시험을 치른 김정화(한림대 본4)씨는 “국시원 사무실을 개조한 허름한 건물에서 시험을 본다.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장치고는 매우 협소하고 어수선했다. 시험 전 서약서를 쓰긴 하지만 시험일자가 다른데 문제유출을 완벽히 차단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본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누가 먼저 시험을 볼지를 두고 혼란이 많다. 하루빨리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