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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2013.10.17)/의대의대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4.23 의과대학의 세 번 째 입학전형
  2. 2014.04.23 무엇이 의대생을 보수적으로 만드는가?

의과대학의 세 번 째 입학전형
: 수시와 정시, 그리고 군대!

 

국가가 선발한 의대생, 군위탁교육생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0조(군보건의료인의 확보)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군보건의료인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고등교육법」 제4조에 따라 설립된 의과대학에 위탁하여 군의관을 양성할 수 있다.’라는 항목이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법률에 근거하여 서울대학교 · 연세대학교를 비롯한 일부 의과대학에서 군위탁편입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2013년 군위탁편입학 모집요강에 따르면 군위탁편입학 전형에 지원하고자 하는 자는 ‘국내 · 외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장교’이거나 ‘법령에 의하여 학사학위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장교’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취학 추천을 받아야 한다. 연세대학교 경우 역시 학사학위 소지자만 지원 가능하며, 국방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서울대학교와의 차이점이다. 2012년 국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위탁교육은 위탁교육생들은 수학하고자 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고, 대부분 서울대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두 대학의 입학전형이 사실상 주요 군위탁편입학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군위탁편입학 전형은 정원 외 전형으로, 2013년 모집요강에는 두 학교 모두 모집인원이 ‘약간 명’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정확한 모집 인원은 해마다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김광진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2년까지 100명이 군위탁교육을 받아왔으며, 2012년에는 모집인원이 20명으로 증대되었다. 군위탁교육생들은 주로 사관학교에서 선발되었으나 최근에는 ROTC에서도 선발된 사례가 있었다.
군위탁교육생들은 의과대학 본과 4년의 위탁교육과정을 무상으로 지원받으며, 대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난 뒤에는 일정량의 의무복무 기간을 채워야 한다. 의무복무 기간을 모두 채우면 전역이 가능하다. 군위탁교육생들은 대개 초급 장교 출신으로 군의관 복무시 동기생보다 통상적으로 2, 3년 정도 진급이 빠르다. 군의관의 최고위직(의무사령관)은 소·중장급 장성이다.
의대 위탁교육은 선발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부대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선발심의위원회는 100점 만점으로 지휘관평가와 근무평정, 학사학위 성적, 수능성적, 면접, 선발심의의 항목으로 평가기준을 설정하여 군위탁교육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군위탁교육 선발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쟁률도 2~10:1로 해마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위탁교육생들은 의대생임과 동시에 군인이므로 군인으로서의 의무 역시 계속 유지된다. 군위탁교육생들은 해마다 정기 체력검정을 받아야 하며, 분기별로 국가안보관 및 군인복무규율에 대한 교육을 받을 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방학 중에는 해당 부대 및 국군수도병원에서 실무자 교육을 받게 된다. 의대 졸업 후에는 인턴 ·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나서 야전 군부대 의무대 및 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한다.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

무엇이 의대생을 보수적으로 만드는가?

 

보수성을 조장하는 일상 속 숨은 장치들

 

지난 대선기간, 의사들의 포털 사이트인 닥플닥컴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가’를 주제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69.4%의 의사들이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는다’ 에 투표 하였고, 이에 닥플닥컴 측은 의사들의 중도, 보수적인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하였다.

2009년 부산의사회 회장으로 취임한 정근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보수적인 단체로 꼽히는 의사회가 40대인 저를 회장으로 뽑아준 것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강한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로 취임 1주년이 된 노환규 의협 회장. 그는 인터뷰에서 “경제적인 의료보다 최선의 의료를 선택해야 하는 의사들의 속성상 진보보다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성향이 있다”고 의사 집단의 성격을 밝히면서 진보의 순가치조차 외면하지 않도록 촉구하였다.

인터넷에서 ‘의사’와 ‘보수(적)’를 키워드로 검색하였을 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보도 자료들이다. 굳이 언론 매체나 객관적인 수치에 의지하지 않고라도 의사와 보수성을 연결 짓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몇몇 진보 성향의 의사 단체의 활동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경우가 있었지만, 대중의 인식에는 “그래도 의사는 보수적이다”가 참인 명제 마냥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사전은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 라고 보수주의를 요약한다. 그럼 의사로 하여금 “변화를 피하고 현체제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갖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노환규 회장의 발언에서처럼 “경제적인 의료보다 최선의 의료를 선택해야 하는 의사의 속성” 때문 일 수도 있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 갖는 천성일 수도 있으며, 전문직의 공통된 특징이라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보수적인 의사는 의사라는 직업이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사회문화적인 시각에서 직업이란 공동체가 요구하는 역할을 그에 맞는 개인에게 부여한 것이다. 고로 직업을 선택한다는 능동적인 행위 이면에는 사회에 길들여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라는 산업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의 표현처럼 의사가 되어가는 사회, 즉 의대 내에서 우리는 보수성을 알게 모르게 배워가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하여 의대 생활에 있어 보수성을 조장하고 있는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 족보, 술자리, 의대 신입생 때의 인사 예절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시험기간은 타과와 구별되는 의학과만의 특징을 가장 두드러지게 살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차이가 바로 족보이다. 가깝게는 최근 3개년, 심하게는 그 이전의 족보까지 고이 물려받은 후 각 학년의 족보 편집단에 의해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답뿐만 아니라 자세한 해설이 족보에 추가되기도 한다. 족보의 유형도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기출 문제 족보에부터 시작해서 기출 된 내용을 정리한 정리족보, ‘호시탐탐 파트라슈’로 대표되는 암기족보도 있다. 이렇게 정리된 족보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학년 전체에 일괄 배포된다. 시험에 임하는 모든 학생들은 ‘최소한 족보라도 다 맞자’ 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며, 본1에게 ‘교과서보다 족보나 먼저 봐라’ 라는 선배의 조언 또한 누구나 인정하는 ‘족보’가 되어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족보는 ‘물려온 자료’ 라는 속성과 공부방법의 다양화를 막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인간의 보수성에 대해 발생학적인 접근을 했던 독일의 사회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르놀트 겔린은 천성적으로 다른 동물에 비해 신체능력이 떨어진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생존 가능하다고 증명된 습관을 수용하면서 공생한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획일화 되고 안정화 되며 관습이라는 이름을 거쳐 제도로서 정착된다. 이런 제도의 와해가 인간의 두려움이고, 보수적인 성향 또한 여기서 기인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을 의대 공부에 적용해 본다면, 족보는 엄청난 학습량이라는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나온 증명된 관습이라 할 수 있고, 이 관습 속에서 공생을 추구하는 점에서 겔린의 이론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보수주의자들은 사회적 현실은 역사적 접근을 통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현재란 과거가 도달한 가장 최근의 지점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전통적인 보수주의 관점이다. 반대로 진보주의자에게 현재는 단지 미래의 출발선일 뿐인 것으로, ‘타고난 상태 그대로를 존중하자.’는 루소의 말대로 천성적인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격이 강하다. 족보는 경험과 공생을 직관과 다양성보다 중요시함을 상징하는 의대생의 아이템이고, 이런 점에서 보수성이 의대생에게 스며들 계기로 작용했을 여지가 크다.

의예과에 입학 할 때부터 국가고시를 보고 의사가 되기까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대생의 눈과 귀에 수없이 많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로 시작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인류 봉사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구절로 시작된다.
“나는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그리고 6번째 항목은 동업자를 대하는 마음에 대해 언급을 한다.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대하겠노라”
기원전부터 선서라는 엄격한 형식으로 전해 내려온 사제관계와 동기애는 의대 문화를 군대에 비교되게끔 한다. 물론 군대에 비할 수 는 없겠지만 엄격하고 통제적인 의대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온 의전원생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배우는 ‘의학관에서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라’ 라는 문화,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술잔돌리기와 같은 특유의 술자리 문화 등은 의대와 다른 대학의 대표적 차이점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든, 의대생들의 술자리에서든 의대는 ‘우리’의식을 보여주는 문화가 많다. 이런 문화에서 짧게는 6년, 길게는 수십년간 부지불식간에 보수성을 배워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원민 기자/경희
<science50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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