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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2012.12.13)/커버스토리'에 해당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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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평 전격 시행, 너도나도 찍고 자는 시험…실효성 갖추려면

 

오는 28일 전국 41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중 29개 대학이 기초의학종합평가(이하 기종평)를 실시한다. 고려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학교가 지난해부터 시행했거나 올해 첫 시행한다. 하지만 배우지 않은 내용이 출제되거나 결과가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애초 취지와 달리 ‘찍고 자는’ 형식적인 시험에 그치고 있다. 24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들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종평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임상지식 복합된 문제 많아, 1등급 맞는 학생도 못 풀어

 

기종평 출제기관인 의학교육평가컨소시엄은 이 시험으로 ▲의대생들의 학력 상승효과 ▲대학별 학력 비교 ▲평가 시스템 향상과 기초의학 전문가 양성효과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방식으로는 이런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기종평을 치뤘던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준비 자체가 불가능하며, 설사 의욕적으로 준비한다 해도 손도 못 대는 문제가 상당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시험범위는 사실상 무한대나 다름없는 ‘기초과목 전 범위’인 반면 시험일자는 학생들이 기말시험 준비로 한창인 12월이라는 시험의 특성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험문제가 주 응시자인 본과1학년 학생들이 풀기에는 너무 고난이도라는 것도 문제다. 기종평은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병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총 7개 과목으로, 문제 형식은 크게 기초+기초형, 기초+임상형, 암기형 셋으로 나뉜다. 여기서 기초+기초형 문제는 그렇다 손치더라도 기초+임상형 문제는 이제 갓 기초의학교육을 마친 본과 1학년 학생들이 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례로 지난해 3교시 25번 문제<아래>를 보면 CT판독결과와 환자증상을 주고 어떤 질환이 의심되는지 묻고 있는데, 보기의 질환들에 대한 임상적 지식 없이 병리학적 지식만으로는 답하기 힘들다. 이런 문항은 국가고시문제와 큰 차이가 없어 이중평가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부 학교는 유출된 시험문제가 돌기도, 제대로 된 관리 없이 제대로 평가한다는 건 어불성설

 

의학교육평가컨소시엄은 문제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응시자들에게 시험 후 문제지를 회수하고 기출문제 역시 각 대학 관리자들에게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사 일정을 예정된 시험일에 맞추지 못해 다른 날짜에 시험을 보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개인적 경로를 통해 유출된 문제를 미리 보고 들어가는 등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응시대상은 본과1학년부터 본과3학년까지 다양한데 전국등수 등 성적이 산정될 때에는 학년 구분이 없어 저학년 학생들은 자연히 등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블록형식으로 기초교육이 이뤄지는 학교의 경우 기초교육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치러야 할 수 있고, 기초교육이 1학년 2학기 말이 아닌 2학년 1학기 말에 끝나는 학교 학생들은 막상 시험을 보는 12월이 되면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는 등 교과과정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도 적지 않다.  

 

제대로 된 피드백 없이 강제응시와 좋은 성적만 강요하는 학교 측

 

만약 기종평이 추후 ‘pre국시’ 개념으로 정착하게 된다면, 학교별 경쟁 양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상당수 학교가 올해부터 ‘기초의학종합평가’라는 독립된 과목을 개설하고 학점을 부과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이 일상인 의대생에게 시험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시험에 대한 사전정보와 피드백 등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무조건 ‘좋은 등수를 내라’는 압력만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실제 경북대는 시험성적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매년 재시험을 봐야 하고, 건양대의 경우에는 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기종평의 도입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박정원 전남대생은 “우리 학교의 경우 매년 시험은 보지만 막상 성적표도 안 나눠주고 성적에 반영되지도 않아 대부분 대충 풀고 잔다. 좋은 취지의 정책인 것 같은데 지금의 방식으로는 전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5월 토론회에서 향후 미국의사고시 방식으로 추진방향 논의

 

의학교육평가컨소시엄이 지난 5월 기종평의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한 결과, 앞으로 점차 응시학교를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미국의사고시(USMLE)의 STEP1처럼 이 시험을 통과해야 의사고시를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오갔다. 응시학년은 임상실습을 수행하기 전인 본과2학년 말이 유력하다. 채한정 전북대 약리학과 교수는 “현재 의학교육의 흐름인 ‘성과중심교육’에 맞춰 2009년 임상수행시험(CPX)이 도입됐고 기종평도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평가가 정착되면 학생들이 기초의학적 지식을 임상상황을 해결하는데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제도가 그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험일자와 응시대상의 통일, ▲시험문제 유출방지, ▲학교별로 제공되는 시험관련 정보의 일원화, ▲문제은행 등 기종평 관련 참고서 제작·배포 등 많은 과제들이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우 고려대 학생회장은 “기종평을 계기로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인 기초의학교육이 일원화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동등한 수준에서 시험을 치르므로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고, 연쇄작용으로 기종평만을 대상으로 한 문제집이 출판되는 등 기초의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

 

25.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국소적인 비정상 폐음영이 관찰된 환자가 있다. 이 환자에서 고혈압, 고혈당증, 피부 과색소 침착 증상나타났다. 혈액검사에서 부신겉질자극호르몬(ACTH) 농도가 170pg/mL (정상 범위; 6-76pg/mL)이었다. 환자에게 고농도의 덱사메타손을 투여한 후 소변의 스테로이드 배설 양을 측정했을 때, 투여 이전과 변화가 없었다. 다음 중 이 환자의 증상 발생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① 폐의 선암종
② 폐의 소세포암
③ 부신겉질종양
④ 폐의 편평상피암종
⑤ 부신수질의 갈색세포종

▲ 문제가 되었던 2011년도 기종평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