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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2011.02.28)/의료사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11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논란
  2. 2011.03.11 구멍뚫린 응급의료 시스템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논란

시민단체, 의협 “국민의 편익을 고려” vs 약사회, 복지부 “부작용과 오남용 우려”


설날 아침, L군은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춥고 콧물이 자꾸 나와 감기약을 사기 위해 인근 약국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공휴일이라 문을 연 약국은 찾을 수 없었고, 편의점으로 가 보았지만 감기약은 판매하지 않았다. 좀 쉬면 낫겠지 하고 누워있으려니,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하는 설날을 이렇게 보내야 하나 싶어 맘이 상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8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관한 소비자인식 조사’ 결과에서 소비자들의 약 70% 가량이 야간이나 공휴일에 약국을 찾느라 불편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작년 10월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4%가 야간이나 공휴일에 약국이 문을 닫아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데 불편함을 겪었다고 11일 밝혔다(표 참조). 대다수의 의약품 소비자가 이러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의협,
약사회와 복지부의
첨예한 대립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던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문제에 대해 시민단체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일반의약품을 편의점, 슈퍼마켓 등 약국 외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판매하기를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는 지난 달 말에 국민권익위원회에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 대한 국민불편해소민원청원서를 제출했다. 의협은 역시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된 일반의약품은 국민의 편익을 고려해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이 문제에 가세했다. 공정위 박재규 시장구조개선과장은 “공정위는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런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해당부처인 복지부와의 협의 및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반면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와 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허용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약사회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약물오남용 뿐만 아니라 다른 처방약과의 복합투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해당부처인 복지부도 약사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일반 편의점이나 소규모 슈퍼에서의 판매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외국의 의약품 분류체계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는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에서 일반 잡화와 일반의약품을 같이 판매해 일반의약품의 접근이 쉽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1999년부터 드링크제와 비타민 같은 일부 의약품만 슈퍼 판매를 허용하다가 2004년부터 슈퍼 판매 의약품의 범위를 소화제, 정장제, 살균 소독약 등 15개 제품 371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2009년에는 고졸 이상 학력으로 1년간 약제사 밑에서 판매 경험을 쌓은 뒤 시험에 합격하면 일반 의약품 판매 자격을 주는 ‘등록 판매사’ 제도를 도입해 감기약, 해열제, 진통제까지 팔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차이는 이들 국가의 의약품 분류 및 관리체계가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현재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과 약사에 의해 판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으로 의약품을 분류하고 있다. 또한‘약사법’제44조 제1항에서 ‘약국 개설자(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포괄적인 규제를 하여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선진국의 경우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분류체계를 갖고 있지만, 대체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해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의약품과 일반 슈퍼에서도 판매 가능한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해당 부처와 전문기관을 통해 객관적인 분류기준을 세우고, 일반의약품의 약리학적 효과와 안정성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최근 다시 불거진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문제,
그 결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다시 불거진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문제에 대해 최근 진수희 복지부 장관이 “응급상황에서의 불편해소 차원에서 특정 인구 단위를 중심으로 접근성 있는 공공장소에서 의약품 판매가 이뤄지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진 장관은 “소방서나 경찰서 등에서 일반 약국이 영업하지 않는 시간대에 한해 의약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해 제한적인 약국 외 판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민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안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임경인 수습기자/가천
<4wooya4@e-med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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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응급의료 시스템  (0) 2011.03.11

구멍뚫린 응급의료 시스템

경북대병원 영아사망사건, 전공의보다는 시스템의 문제

지난해 11월, 대구 달서구에 사는 조 모양(4세)은 심한 복통증세로 부모와 함께 경북대 병원을 들렀다. 하지만 경북대병원은 18일부터 시작한 노조 파업으로 인해 응급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응급실 인턴은 “중증환자가 아니면 주말이나 야간 응급환자는 돌려보내라”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지시에 따라 이들을 인근에 있는 외과병원으로 돌려보냈다. 인근 외과병원에서‘장중첩증’이란 진단을 받은 조양의 부모는 치료를 위해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 두 군데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답답해진 조양의 부모는 경북대 병원 의료진에게 전화를 걸어‘구미 모 대학병원으로 가도 되냐’는 상담을 했고, 경북대 병원은 그 병원 정도이면 충분히 괜찮다고 답했다. 조양과 조양의 부모는 구미의 대학병원에 한밤 중에 도착했고 다음 날 새벽, 치료를 받는 동안 숨졌다.
조양의 목숨을 앗아간 장중첩증이란 어떤 질병일까? 장중첩증이란 망원경을 접을 때처럼 장의 한 부분이 장의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병이다. 응급환자 내원 시 소아과 전문의가 증상을 통해 장중첩을 의심하면, 영상의학과의 협조 아래 초음파검사로 확진하게 된다. 치료방법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장관 내 압력을 높여주는 정복술(reduction)이 일반적이다. 확진만 하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심각하지 않은 병이다. 하지만 조양은 대구와 구미의 6군데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했다.

대한민국 응급의료
시스템의 실태

경북대 병원 영아사망 사건이 이슈화 된 이유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은 전국 16개의 권역의료센터 중 대구권역의료센터를 담당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기능수행에 미흡한 점이 드러나면서 권역의료센터로부터 제외하는 것이 검토되었으나 대체할만한 의료기관이 없어 지정취소 방침이 철회되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은 현장출동 및 처치팀(119구급대), 응급의료정보센터(1339), 응급의료센터(이송병원) 및 병원 응급의료팀 간의 협력체계로 이루어져있다. 응급의료센터는 권역의료센터, 지역의료센터, 전문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권역의료센터는 심각한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최종단계의 응급의료기관으로 권역 별로 1개소씩 전국 16개소가 지정되어 있다. 응급의료정보센터는 응급의료시스템의 각 부처 간 유기적인 협조를 가능케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주요 업무는 일반인에 대한 병원안내 및 질병상담을 비롯하여, 119구급대의 업무를 보완하고 응급환자를 신속히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 다르게 현 응급의료시스템은 원활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수도권 지역과 지방의 의료격차를 들 수 있다. 권역의료센터의 하위개념인 지역의료센터는 전국 105개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개가 서울·경기지역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중에는 지방 권역응급의료센터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어떤 응급환자라도 응대할 수 있는 큰 병원이 많지 않고, 응급병상과 같은 의료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응급환자를 미룰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두 번째,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전원을 연결해주는 응급의료정보센터(1339)의 부실한 역할이다. 응급의료정보센터는 전국 16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12곳에 위치하고 있으나 시스템에 등록되어있는 병원이 많지 않고, 등록되어 있어도 사용가능한 병실이 사용불가능한 병실로, 사용불가능한 병실이 사용가능한 병실로 표기되는 전산상의 문제로 혼란이 초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시스템의 불능으로 지난 1월 1일 대구지역에서 49세 뇌출혈 환자가 세 시간 이상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뇌출혈이 악화된 사건도 있었다.
세 번째로는 응급의학과의 센터 장악력 부족이다. 대한응급의학회 임태호 홍보이사는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응급의학과의 통제가 안되면 각과에서 진료 외적인 오더가 내려오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에 대한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고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즉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다.

사건 덮기에만 급급한
보건복지부... 또다시 시작된
책임 떠넘기기

복지부는 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는 뒤로한 채, 담당 인턴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의사면허를 정지하여 사건을 무마시키려 시도했다.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조치에 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난 1월 21일 “인턴과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치 처분이 내려지면 전공의뿐만 아니라 교수진들까지 집단사표를 내겠다”며 반발했다.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파업과 같은 병원 시스템의 문제인데, 피교육생인 전공의와 인턴에게 벌을 묻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반발에 당황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1일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당직 교수에 대해 각각 15일간 의사면허 정지처분으로 처벌을 감했고, 이로써 3개월간 지속된 영아사망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면허가 정지될 뻔했던 인턴은 “청년의사”와의 문자 인터뷰에서‘의사면허정지 처분을 막막하게 기다릴 땐, 기자회견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분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렇듯 의료사고가 터질 때마다 언론의 사실 무근의 추측성 보도들이 줄을 잇고, 번번이 희생양이 되는 건 병원내 말단인 인턴과 전공의들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에 따르면, 사건 당시‘병원이 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환자의 위급성에 따라 제한적으로 접수 및 입원수속을 하라’는 병원 측의 지시가 있었다. 또한 당시 인턴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환자가 아니라는 진단 이후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확인되었다. 하지만 언론은 사건 정황에 대한 확인은 뒤로 한 채‘의사가 응급환자의 진료를 거부했다’는 식의 무책임한 보도를 이어나갔다. 언론의 보도만 접한 일반인들은 ‘돈이 안 되는 응급환자는 무성의하게 돌보는 의사들의 태도가 이러한 사고를 불렀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대전협은 지난 1월 21일 경북대 사건에 대해 애도를 표하며, 사건의 결정적 책임을 전공의에게 전가하여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보건복지부와 경북대병원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전협과 경북대 소아청소년과의 강력한 반발에 해당 인턴과 전공의의 면허정지는 피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시한폭탄을 가득 안고 있는 현재의 응급의료시스템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번의 경북대영아사망사건과 같은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그리고 사건을 손쉽게 처리하기 위해 몇몇 사람을 방패막이로 삼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선정적인 언론 보도를 막을 방도를 고안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인턴과 전공의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다분해보인다.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29@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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