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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교육의 역사: 더 좋은 의사로



의학은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 간단한 외과 수술은 이집트 시대에도 있었다고 생각되고 있으며, 의학을 마술의 범주에서 분리시켜 논리적 학문으로 진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00년대의 사람이다. 병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바로 의학이 되었고, 의학의 역사는 인류 문화의 역사와 같다고 평해도 될 것이다.


고대와 중세의 의학 과학적 방법론 부족해



의학은 현대에서 가장 중요한 학문 중 하나이며, 이런 인식은 과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대인들도 의학을 중시하였고, 영원히 살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후대에 넘겨주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의학 교육의 역사의 깊이는 의학 교육의 역사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고대의 의학이 현대의 의학과 다르듯, 의학 교육도 현재와 달랐기에 현대적인 의학 교육의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고대에는 세습을 바탕으로 한 도제식 교육이 주가 되었으며, 중세에는 중세 대학에서 법학, 신학, 철학과 함께 교육되었다. 르네상스 이전까지의 의학은 과학적 방법론이 주가 되지 않고, 주술적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당시의 교육의 형태 또한 체계적이지 못했다. 

중세까지만 해도 의사는 전문직이라기보다는 직업학교의 졸업생에 가까웠다. 철학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이 2년 정도의 직업교육을 거쳐 의사가 되었다. 요약하자면, 당시까지는 의사는 있었지만 의학은 없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2+4년, 혹은 4+4년의 대학 과정, 나아가 수련 과정까지 완전히 정립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해부학의 재조명, 그러나...


의학이 과학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은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로 넘어가서부터다. 이 당시에 현대의학에 와서도 의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해부학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원후 100년대에 갈레노스가 수행해서 정립해놓은 해부학에서 더 이상 발전이 없다가 1500년대 벨기에의 베살리우스에 의해 근대 해부학이 탄생했다. 

이 시기부터 실증적인 학문으로서의 의학이 발달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였다. 해부학이 발전했음에도 그것이 바로 의학의 발전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죽은 사람의 구조와 산 자의 구조가 일치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죽은 사람의 사인으로 인해 발생한 해부학적 변화 등이 특정 질병과 연결된다는 근거가 부족했던 것이다. 


과학 혁명으로 병원, 비로소 의학의 공간으로 


병원 실습은 근대적 의학 교육에서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이 시기까지는 의사들은 병원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었다. 의사들은 그저 이제까지 알려진 것들과 철학적 사유를 통해 신학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사유하는 연구인에 가까웠으며, 실제 병원에는 더 이상 상태가 호전될 가망이 없거나 요양을 제공받을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수녀와 신부들이 주축이 되어 식사와 침상을 제공하는 형태에 가까웠다. 

이 때까지의 의학은 그야말로 중구난방으로, 유럽의 의과대학(college), 병원, 대학교(university)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온 서로 다른 기관에 불과했다. 현미경의 발견, 세포의 발견 등은 조직학과 병리학을 탄생시켰고, 프랑스 혁명을 촉발점으로 하여 병원은 비로소 과학적 방법론의 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강의실에서 스승의 강의로만 진행되던 의학 교육이 비로소 병원에서의 임상 환자와의 조우를 도입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기초 + 임상 = 2 + 2, 그 근간은 플렉스너 보고서


그러나 18세기에 접어들어서도 유럽, 미국 양 측 모두의 의학교육은 통일성이 없었고, 학교마다 교육 과정도 상이했다. 졸업하고 나면 같은 의사가 되지만, 아는 지식은 모두 달라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수학과와 미국의 수학과, 한국의 수학과를 나온 사람들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배운 것 또한 모두 다르다면 그것을 진정한 학문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의학의 뿌리는 물론 유럽이지만, 현재의 표준화된 의학 교육의 뿌리는 미국이다. 당시 미국의 의과대학(College)들은 종합대학(University)에 편입되어 과학적 연구론을 통해 큰 발전을 이루었으나 병원과의 연계가 부족하여 재정난 등으로 충분한 연구를 하지 못 하는 상태였다.

이에 당시 미국의사협회 의학교육위원회는 카네기 교육재단에 미국 의대들의 실태조사를 의뢰했고, 카네기 재단이 선정한 인물이 바로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였다. 플렉스너는 현재 최고의 병원을 가진 것으로 손꼽는 존스 홉킨스 대학을 졸업한 인재였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의 의과대학들을 근대적 시선으로 평가했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바로 ‘플렉스너 보고서’였다.


플렉스너 보고서, 미국 의과대학을 절반으로 


플렉스너 보고서의 파장은 대단해서, 조사 당시 155개 의과대학이 조사 이후 76개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되었다. 적절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의대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현대의 2+2 의학교육은 이 당시에 정립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뒤의 +2에 해당하는 임상교육을 확실히 제공할 수 있는 의대만 남은 것이다.

플렉스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의사들의 과학적 소양이었다. 플렉스너의 모교였던 존스 홉킨스는 무려 1893년에 의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해 기초 교육과정을 수료한 학생들만을 입학시켰는데, 당시 다른 의대들은 기초 과학을 전혀 배우지 못한 학생들도 많이 입학시켰다. 또한 임상의학과의 조화도 중요하게 여겨 교육과 실제 임상에서 기초와 임상 양쪽 모두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학문의 교육을 넘어서 의사가 될 학생들은 통찰력을 갖추어야 하며, 환자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과 동시에 여러 문화적 경험 또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결국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 전문직이 되어야 한다는 현대에도 강조되는 가치는 플렉스너에 의해 정립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PBL, TBL, 다양한 시도, 전인의학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나라 의학과 의학 교육 또한 유럽이 그랬듯 당시 미국의 플렉스너가 정립한 방법론에 영향을 받았으나, 불행하게도 일본의 도제식 교육과 군사 문화가 섞여 부조리한 것이 더해지고 말았다. 교육과정과 수련과정에서 과학적인 의학은 충분히 강조되고 있으나 의학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 문화적인 측면은 무시되고 있다. 국민들은 의사를 정보 제공자와 술기 시행자 이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의사 스스로의 인식도 별로 다르지 않다.

PBL, TBL, 그리고 추가되는 수많은 도덕과 문화교육은 결국에는 이 이상적인 교육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의 의사는 직업학교 졸업생이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교육 방식들이 탁상공론을 거쳐 도입되는 만큼 학생들에게는 불편하고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플렉스너가 제시한 전인적인, 존경받는 전문직으로서의 의사가 되는 것은 교육받는 학생들 본인이다. 역사를 알고 나아갈 길을 생각한다면 스스로를 더 좋은 의사로 만드는데 길잡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e-mednews.org)

학기부터 블록까지, 의과대학 학제 알아보기


요즘 의대에는 ‘본0’이라는 학년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예과 2년+본과 4년’이라는 전통적 학제에서 점차 벗어나서, 지방 대학들을 중심으로 기존 예과 2학년의 수업을 전부 본과에서 배우는 기초 과목으로 변경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그리하여 명목상 의예과의 2학년이지만 생활은 본과나 다름없는 이 학생들을 ‘본0’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알던 예과 2년을 놀고, 본과 1학년 기초 공부, 본과 2학년 임상 공부, 본과 3,4학년 임상실습이라는 공식은 이제 훨씬 희미해졌다. 전국의 의과대학들은 학습의 효율성, 실습 일정, 국가고시 준비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놓고 저울질을 한다. 결국은 학생들을 더 좋은 의사로 교육하기 위해 나름의 학제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의대에서 접할 수 있는 학제들인 학기제, 쿼터제, 블록제에 대해 알아보자.


학기제


예과생들이라면 아직 학기제에만 익숙해있을 것이다. 의예과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우리나라 대학의 의과대학을 제외한 모든 과들은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1년을 2학기로 나누며, 한 학기 동안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본다. 학기제는 한 과목을 네 달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쭉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이 초반에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공부할 시간이 충분히 있고 교수님 별 수업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기초와 임상 과목을 모두 합치면 배워야 할 과목의 수와 각각의 공부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한 번의 시험 때마다 대비해야 하는 범위가 학생들의 능력을 벗어날 수도 있다. 또한 학기 별로 과목을 묶는 기준이 딱히 없다. 실제로 단과대별로 1년 실제 이수 시간(학점과 다름)을 비교해 보았을 때, 문과대 3학년 평균 주 18시간*32주 = 576시간, 공대 3학년 평균 주 21시간*32주 = 672시간 (실습 포함), 의대 3학년(본과 1학년) 평균 주 34시간*38주 = 1,292시간 (실습 포함) 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한 번에 배우는 과목간의 유기성을 확보하기 위해 쿼터제가, 더 이후에는 블록제가 도입되었다.


쿼터제


학기제와 달리 1년을 quarter, 즉 네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한 쿼터는 두 달로 이루어지고, 쿼터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본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의과대학이 아닌 과에서도 쿼터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학들이 꽤 있고, 한 쿼터의 길이도 4주에서 8주로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2004년도에 국내 최초로 쿼터제를 도입하였다. 현재도 다수의 의과대학의 본과에서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쿼터제의 장점은 학기제에 비해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과목을 접하기 때문에 서로 관련이 있는 과목들을 함께 배울 수 있고, 블록제보다는 한 과목을 배우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배운 내용을 시험 후에 바로 잊어버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 학기제보다 시험을 더 자주 보는데,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한 번에 공부 할 양이 너무 많거나 한 번의 시험으로 학점의 큰 부분이 결정되는 일은 없지만(예를 들어 해부학은 한 과목이 8~12학점이다), 한 쿼터동안 여러 과목을 배우는 경우 그 쿼터가 끝날 때 시험공부 부담이 매우 커진다. 실제로 모 대학 본과 1학년의 4쿼터 마지막 주에는 미생물학, 병리학, 기생충학, 약리학, 면역학 시험을 매일 하나씩 봤다.


블록제


쿼터제 이후로 최근 의과대학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학제는 블록제이다. 한 학기를 불규칙한 길이의 쿼터보다 더 작은 블록으로 쪼개서 한 블록에 한 과목을 배우는 방식이다. 블록 강의의 시간표에서는 한 번에 배우는 과목 수가 세 가지 중 가장 적다. 시험은 일주일에 한 번 치거나 해부학처럼 방대한 과목의 경우에는 2-3주에 한 번 친다. 현재 본과 1학년인 기자의 시간표는 월요일 1교시~4교시 해부학 총론 및 각론 강의, 5~8교시 해부학 실습, 화요일 1~2교시 해부학 각론 강의, 5~8교시 해부학 실습, ... 이런 식이다. 쿼터제에서 거의 1년에 걸쳐 배우던 해부학을 이런 방식으로 두 달 만에 끝낼 수 있다. 또한 임상 과목의 경우 한 과목의 공부량도 문제지만 과목의 수가 많기 때문에 몸의 계통별로 과목들을 묶어서 시간을 압축하여 배우는 블록 강의가 훨씬 효율적이다.


각 학제별 특징은 위와 같지만 이들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같은 쿼터제, 블록제라도 학교마다 시행하는 방식이 많이 차이날 수 있다. 우리 학교의 커리큘럼과 특징을 파악하여 효율적으로 의대 공부를 해보자.


이치원 기자/중앙

<1inamillion_@naver.com>

국시 수석 경북대 서민규씨 인터뷰





삼성서울병원 서초생활관 근처 카페에서 서민규씨를 만났다.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오히려 자기가 영광이라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겸손한 분이었다.


Q. 늦었지만, 수석하신 소감이 어떤가요?

A. 벌써 그때 감흥이 잊혀지고 있는데... 이전 수석 기사들을 보고 수석을 하면 국시원에서 전화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직접 전화를 받았을 때는 많이 놀랐죠. 제 점수가 (수석하신) 선배들의 평균적인 점수보다 높지 않은 것 같아서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서울 지역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설마 국시원인가?’ 싶었어요. 그 전에 합격했다는 문자를 먼저 받아서 아니구나, 했었거든요. 국시원에서 온 전화라는 걸 알았을 때 그 순간 심장이 터질 것처럼 놀랐어요. 그러고 나서 좋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어요. 전화 후에 바로 기자님들 전화가 와서 부담도 되더라고요. (수석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남들이 기대를 더 할 텐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Q. 국시가 실기를 먼저 보고 필기를 보니까 인터뷰도 그 순서대로 진행할게요. 국시 관련 기사들을 보면 실기 자체의 합격률은 작년보다 높아졌지만 몇몇 의과대학에서 필기보다 오히려 실기 탈락자들이 많았다는 자료를 봤어요. 합격률을 보면 실기 난이도가 올라갔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직접 실기를 치르시면서 느낀 점과 후배들이 주의해야할 점을 말씀해주세요.

A. 실기를 붙고 떨어지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하는 것이에요. 너무 긴장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나올 수가 있거든요. 저도 실기 전날 ‘떨어지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고 무서웠어요. 떨지 않을 만큼 능숙하게 실기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틀릴 수도 있지’ 라는 마음을 먹고 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Q. 실기를 위해서 따로 전부터 준비를 하셨나요, 아니면 평소 하던 그대로 공부하셨나요?

A. 다른 학교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학교는 실기 3~4주 전부터 올라가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따로 연습을 했어요. 그래서 그냥 그거대로 쭉 준비했어요.


Q. 실기를 일찍 치면 남은 기간 동안 필기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고 하던데, 실기를 언제쯤 치셨나요?

A. 10월 12일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실기를 빨리 끝내놓고 마음 편하게 있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필기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았어요. 물론 실기를 11월에 늦게 쳤으면 부담이 많이 되었겠죠.


Q. 이제 필기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이제껏 상승곡선을 그리던 국시 합격률이 이번에 낮아졌다고 들었어요. 필기 문제 유형이 달라져서 체감 난이도가 올라갔다는 해석이 있어요. 암기식 문제가 줄어든 대신 문제해결능력과 진료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문제가 늘었다고 해요. 또, 시험의 가이드라인이었던 기본항목이 삭제되었고, 새로운 사진을 보강해서 기존 사진 자료들을 배제했다고 해요.

A. 제가 4학년 초반 때 국시가 바뀐다는 공지가 있었어요. 문제 유형이 좀 더 실제적으로 변하고 문제 수도 바뀌었어요. 2교시에 R형이라고 확장결합형 문제를 푸는데 그 수가 늘었어요. 그리고 반드시 나오는 기본항목이 있었는데 없어지고 아무데서나 문제가 출제되었죠. 이번에 평균도 예전보다 많이 내려갔더라고요. 네, (필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첫날 2교시가 너무 어려워서 2교시 끝난 후 점심시간에 시험장 사람들 사이에선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렸어요. 사실 제가 작년 기출로 공부하면서 비슷한 문제를 본 기억에 쉽게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번 국시가 어려워진 건지 확신을 못했어요. 그런데 평균이 낮아서 어려워졌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Q. 필기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건 언제인가요?

A. 본과 3학년 때 국시 모의고사를 치기 한 달 전부터 중요한 과목들만 몇 개씩 보면서 공부를 했었고 4학년 때도 모의고사 전에 바짝 공부하는 건 항상 했었어요.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건 실기를 치고 나서예요. 3학년 때는 실습 돌기 바빠서 모의고사 직전에만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공부를 했었는데 아무래도 2학년 때처럼 완벽하게 공부를 하진 못했고 그때부터 KMLE 문제집을 통해서 공부를 시작했죠.


Q. 퍼시픽과 동화를 어떻게 활용하셨는지, 그리고 자세한 공부법을 말씀해주시겠어요?

A. 전 동화 위주로 공부했어요. 동화가 설명이 줄글로 되어있고 양이 많은 반면에 퍼시픽은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긴 해요. 저도 동화로 공부하다가 막판에 퍼시픽도 훑어보았어요. 두 책을 같이 보면 말이 서로 다른 내용이 있는데 이때는 교과서를 찾아서 공부하고 없는 내용은 서로 보완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공부할 양이 많아서 두 책을 다 보기가 힘든 게 사실이에요. 앞서 말한 것처럼 3학년 때 모의고사 전에 동화로 공부를 조금씩 해놓았기 때문에 4학년 때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의고사에 급급해서 공부하기보다, ‘이번 달에는 이 과목을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워서 궁금한 것들을 논문과 교과서를 통해 제대로 이해하며 공부하려고 노력했어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전체적인 내용을 훑되, 하나씩 집중적으로 팠던 거죠. 국시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반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주 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이해해 들어가는 거죠. 그냥 외운 거랑 한 시간을 찾아보는 데 공들여서 이해하는 거랑 정말 달라요. 이 과정이 처음에는 더딘 느낌이 있기 때문에 약간 답답한데, 그래도 눈앞의 상태에 얽매이지 않고 해서 결과가 좋았어요.


Q. 시험을 위해서 하루 일과를 어떻게 짜셨나요?

A. 솔직하게 말하면, 제가 오래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주의도 산만하고 집중도 오래 못해요. 그래서 잠깐 잠깐 공부를 해요. 하루 종일 공부를 짬짬이 하긴 하는데 저녁에는 많이 놀았던 것 같아요. 몇 달간 공부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이잖아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 이런 생각으로 친구도 많이 만나고 운동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Q. 시험이 가까워졌을 때는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A. 국시 1~2주 전까지는 항상 하던 대로 공부를 했어요. 얼마 안 남았을 때부터는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그때까지 공부한 것만 빠르게 훑으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작년 국시를 풀면서 문제 푸는 감각도 길러보고, 그렇게 준비했어요. 그런데 순식간에 많은 것을 복습하다보면, 막판에 자기가 하나도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갑자기 들어요. 기억도 하나도 안 나고. 그럴 때 정말 많이 당황해요. 그렇지만 막상 문제를 풀어보면 또 다 알아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준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전날 밤까지 한 권 붙잡고 있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면 컨디션도 나빠져요.

물론 내과나 외과 같이 이해가 충분히 필요하고 의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과목들은 빨리 끝내놓고, 막판에 마이너 과목들(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법규 등)을 위주로 외우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죠. 국시가 가까워졌을 때 모의고사를 쳐보면 내과나 외과 같은 과목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 선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내용을 몰라서라기보다 학생 수준의 한계가 오는 것 같아요. 그 때부터 그런 과목들은 성적 유지에만 신경 썼어요. 저 같은 경우에, 막판에 정신과와 예방의학을 열심히 하면 성적이 더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과목들 교과서를 다시 읽었어요. 전략이 잘 맞았는지 이번에 정신과에서 특이하게 원론적인 문제가 많이 나오고 예방의학도 어려웠는데 둘 다 성적이 좋았어요. 본인을 잘 이해하고 전략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해요.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그걸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걸 말해요. 확실히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지식이 많다기보다 그런 걸 더 잘 파악했던 것 같아요. 시험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계획을 잘 세워야 해요.


Q. 국시 전 모의고사에서도 성적이 좋으셨나요?

A. 4학년 때 전국 모의고사를 9월과 12월에 쳤어요. 9월에 1등을 했어요. 기분은 좋았는데... 그 때는 남들도 공부를 안 했을 때라, 순전히 운이었죠. 그랬는데 12월에 2등을 해서 저도 놀랐어요. 성적이 계속 잘 나왔지만 국시 수석을 기대하진 않았어요.


Q. 국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하신다면?

A. 자주 보면서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고 봐요. 사실 어렵긴 한데, 일찍 시작하면 여유가 있어서 다 해낼 수 있어요.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궁금한 것들을 계속 찾다보면 다른 내용을 공부 할 때도 도움이 되거든요. 이해하고 나면, 처음에는 시간이 걸려도 공부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여러 번 반복하면서 보는 게 가능해져요.


Q. 이제 의대 내신을 여쭤볼게요.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성적이 어땠는지 말씀해주세요.

A. 제가 본과 1학년 때 3등이었고, 2·3·4학년 때 1등을 해서 결국 1등으로 졸업했어요. 원론적으로 내신도 국시와 비슷해요. 확실히 이해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전반적인 그림을 알고 기초를 잘 닦는 게 중요하죠. 잡다하게 외울 내용은 기초가 되어있으면 자연스럽게 쌓이거든요. 주변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이해를 먼저 하고 그 바탕 위에 암기를 하면서 공부해야 해요.


Q. 서울대 바이오소재공학부를 마치고 경북대 의전원에 들어가셨는데, 다른 과에서의 경험이 의대생활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궁금해요.

A. 다른 과 생활과 의대생활이 확실히 비교가 되는데, 전 ‘이곳(의대)이 나에게 잘 맞구나’를 느꼈어요. 여기 와서 공부가 재미있다는 걸 처음 느껴봤어요. 재미가 있으니까 궁금한 것도 더 찾아보려고 한 것 같아요. 의대생활만 해봤으면 힘든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난 다른 것보다 이걸 더 좋아하지’라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바이오소재공학을 전공했다고 의대 공부에 유리한 점은 딱히 없었어요. 생명과학부를 나오신 분이라든지, 약대나 수의대 출신이라면 모를까.


Q. 인턴으로 삼성서울병원 오셨잖아요. 여기로 오신 이유와 앞으로의 포부, 꿈이 궁금해요.

A. 제가 하지 않은 무언가를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경북대병원도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는 훌륭한 병원이지만, 예전에 서브인턴도 서울 쪽에서 하고 좀 더 큰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저기 가서 배워보면 어떨까, 하는. 삼성서울병원에 전국에서 잘하시는 분들이 모이잖아요. 더 똑똑하신 분들 사이에서 많이 배우고 같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아직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전공으로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워요. 인턴 돌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학생 때 봤던 눈에서 벗어나 (의료현장) 가까이에서 실제로 경험하면서 뭐가 나에게 맞을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Q. 제가 이제 예과 2학년이 되는데요. 본과생활이 정말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본과 들어가기까지 남은 1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으신가요?

A. 본과생활이 정말 힘들지만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았던 것 같아요. 도망갈 수 없으면 즐겨야죠. 물론 저는 예과생활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제 대학생활을 돌이켜보자면 뭔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서 즐거운 것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닌다든지, 외국어 공부에 재미를 붙인다든지, 악기를 배운다든지, 운동을 열심히 한다든지... 전 대학생 때 남긴 게 없는 느낌이어서 후회를 많이 했어요. 예과를 돌이켜봤을 때 ‘내가 하나 했다’라고 할 수 있는 걸 뭐든지 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공부하다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미리 만들어놓으라는 거죠.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A. 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생명을 다루는 것에 대한 경외심 이런 거요. 그런데 본과 1학년 때 해부를 하잖아요? 처음에는 그분들한테 감사한 마음이 드는데 시간이 흐르면 도구가 되거든요. ‘이거 왜 이렇게 안 보이냐’ 이러면서. 아무튼 의대생활 재밌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

봄볕 따사로이 비치는 의대생 행사 소식



병원 밖의 의사들


병원 밖에서 환자 진료 이외의 일을 하는 의사들의 경험을 나누는 행사가 연세대학교 의과 대학 대강당에서 열립니다. 지난 1월 딴 짓하는 의사들의 후속 행사로 더 다른 다양한 의사들이 참여합니다. 일반적인 길을 가지 않는 의사분들의 경험을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제32회 국제의료기기 전시회


제32회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전시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개최된다. 

“Leading Technology, Better Healthcare”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통신을 통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환경을 생각하는 의료폐기물 시설 등 다른 산업들과 함께 융합하여 신기술,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참가비는 10,000원으로 사전 등록시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행사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청년의사 신문이 주최하는 ‘임상의를 위한 초음파 Hands on Workshop’이 열린다. 의대생도 참여할 수 있으며 선착순으로 모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