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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간 겸영, 상생 혹은 지배
실명(失明) 위기의 지상파

 


지난 2008년 12월 3일, 현 여당인 한나라당의 17명의 국회의원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 허용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방송법 개정의 표면적인 목적은 ‘미디어 산업의 경쟁을 촉발하여 상호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세계 경제에 미디어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디어 산업은 국제적 역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부족한 역량을 극복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방송법,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DTV 특별법, 저작권법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특히 여야 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방송법과 언론법의 미디어 간 겸영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항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개정을 찬성하는 측은 다른 나라의 미디어 간 겸영 허용 사례를 내세워 설득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 예로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 4일자 신문을 통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한 나라는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유일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OECD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ECD 홈페이지는 오히려 콘텐츠와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미디어 회사 간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21개의 나라가 아직도 소유 지분에 제한을 두어 미디어 간 겸영을 막고 있다고 표기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의 ‘이유 없는’ 의견 변화이다. 이들 일부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반대했다. 특히 언론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미디어 간 겸영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던 정병국 의원은 100분 토론에 참석하여 이번 개정안이 언론의 독과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종전과 판이한 주장을 하고 있다. 야당과 언론인 그리고 국민들은 이러한 여당의 주장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정부의 숨겨진 목적을 위해 급조된 법안은 아닌지, 반문하고 있다. 
 
지지 측의 논리 중 다른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방송법 개정이 낳을 문제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거대 미디어 회사가 지상파 방송에 간섭할 경우, 자본의 힘에 의해 한 쪽으로 치우친 ‘의도적인 오보’가 방송될 수 있다. 일부 재벌들이 지상파 방송사의 대주주가 되어 일부 재벌 일가의 비리는 은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의도적 은폐는 지금도 문제시되는 정경 유착을 심화시킬 우려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사회 구성원 간의 중요한 소통 도구 중 하나이다. 또한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국민의 눈이기도 하다. 건강한 민주사회를 도모하기 위해 사회의 소통 구조로, 국민의 눈으로 제 역할을 해온 지상파 방송이 이번 방송법 개정으로 인해 목적을 잃고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온갖 논란으로 소모적인 논쟁거리가 되어버린 미디어 간 겸영. 현 정부와 여당은 미디어 산업 융성이라는 피상적인 경제적 목적만을 고수하기 보다는, 사회의 존립과 직결될 수 있는 ‘소통’ 도구로서의 본질적인 언론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노원철 기자/전남
<happyonecher@hanmail.net>



2월 국회 쟁점 법안, 악법 혹은 약법


 





"2월 국회 쟁점 법안."
 학생, 특히 속세에서 한 발자국 비켜나 있는 의대생이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단어일 터. 하지만 이들은 실제 지난 몇 개월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주인공님’ 이시다. 아무리 공부가 중요하다고는 하나 우리도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땅을 뒤흔든 사건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 의료관련법안

 의대생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료법의 경우 크게 ▲보험법 개정 ▲의료법 개정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보험법 개정은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 공단이 가지고 있는 개인 질병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발의되었다. 하지만 개인의 질병정보가 보험회사에 넘어가 보험 가입자의 선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의료법 개정은 의료 기관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 행위와 관광숙박업 등 부대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교적 값싸게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외국인들이 보다 쉽게 국내 의료 산업을 이용하도록 하여 이익을 창출해내고자 함이다. 하지만 병원들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외국인 환자나 고소득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에 집중하여 서민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이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제 자유구역에의 외국의료기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의료 시장이 다각화될 수 있다. 게다가 복잡했던 의약품 수입 규정이 완화되어 빠른 시간 내에 신약을 임상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건비가 비싸져 질 낮은 의료 인력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사전 검증 시스템이 간소화되어 철저한 검증이 불가능해진다는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2. 사회개혁법안

 사회개혁법안에는 ▲집시법(집회시위법-복면금지법)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 소송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일부 개정안 등이 있다.
 집시법은 마스크법으로도 유명하며, 집회시 마스크나 목도리 등 얼굴을 가리는 복면 도구 착용의 금지, 경찰의 영상 촬영 허용, 벌금형 증액, 소음제한, 도로교통소통을 위한 금지조항 신설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 소송법은 일명 ‘떼법방지법’이라고도 불리며, 불법시위 등 불법집단행위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50인 이상일 때, 집단 소송을 제기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위가 집시법과 유사한 조건들에 의해 불법시위로 규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시위를 제한하는 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의 내용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 감청장치를 갖추도록 하고 인터넷 사용기록을 보관하도록 하는 것이다. 범죄 수사에 용이한 면이 있지만 악용되었을 때에는 개인 사생활 노출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기존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법,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서 확장하는 법안이다. 경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 현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개인의 신원이 노출되어 과거와 같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등 인권 침해의 요소가 다분한 법안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3. 미디어 관련법

 미디어 관련법에는 크게 ▲신문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이 있다. 신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는 신문과 방송을 함께 소유한 경우에 미디어 산업 경쟁력이 커지며, 다양한 정보유통 경로가 확보되어 여론의 다양한 형성이 가능해 진다는 의도에서 발의되었다. 하지만 메이져 신문사(이른바 조중동)나 거대자본이 언론을 장악해 여론 독점이 심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언론의 공정성 및 독립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의 내용 또한 메이져 신문사나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그 맥은  신문법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4. 금산분리완화법
 금산분리완화법은 기존의 산업과 은행의 철저한 분리를 완화하는 것으로, 이 중 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에서 10%로 올리는 법안이다. 이러한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에의 접근을 쉽게 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일자리를 창출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예금, 거래 등을 담당하는 은행이 특정 산업자본에 귀속되어 모기업의 투자?경영실패가 고스란히 국민, 국가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미 기자 / 아주
<sci1113@naver.com>

블로그하는 의사들, 오프라인으로 나오다


 
 닥블(http://docblog.kr)은 현직 의사 및 의대생 블로거들로 이루어진 메타블로그다. 메타블로그란 여러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수집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블로그 네트워크로, 닥블은 2007년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2008년 제너럴닥터에서 열린 첫 오프라인 모임에서‘블로그를 통한 건강검진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성공적인 대담을 이끌어냈다. 이후 분기별로 오프라인 모임이 필요함을 느낀 의사블로거들이 2009년 상반기에도 다시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기로했다.

 이에 따라 2009년 2월 9일 토요일 홍익대학교 홍문관 14층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옥에서 두 번째 닥블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환자의 알 권리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모임에서는 의료정보를 인터넷 상에 공개하는 것이 가지는 장단점에 관한 대담이 이어졌다. 토론 발제자로 닥블 운영자인 비뇨기과 전문의 양광모 대표를 비롯하여 제너럴닥터의 김승범 원장, 세브란스 흉부외과 전문의 박성용 씨, 이화의전원 인문사회학과 권복규 교수, 의료와 사회 운영자인 내과전문의 한정호 씨 등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의대생, 기자 등 총 30여 명이 참석했다. 모임은 각각 다양한 관점에서 블로그 시대에 의료행위가 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식으로 확장될 지에 관해 발제를 하고 자유롭게 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제너럴닥터 김승범 원장은 질병 중심의 접근이 아닌 인간 중심의 접근을 통해 환자 소통해야 한다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어서 세브란스 흉부외과전공의 박성용씨가 잘못된 의학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외래 및 수술실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발제를 하면서 토론이 갑론을박의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3시간동안토론이이어지다가 20분정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이 때 여러 의사들과 의료계 관계자들간의 통성명 및 명함교환이 이루어지면서 의학 학회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외로운 중년 의사들의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휴식시간 이후 이화의전원 권복규 교수는 특유의 달변을 통해 전공분야인 의료법과 생명윤리에 대해서 심도 높은 강의가 이루어졌다. 이어서 블로그 '의료와 사회' 운영자인 내과전문의 한정호 씨가 노인환자의 알권리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두 강의와 함께 죽어가는 환자를 지켜보는 의사의 자세에 대해서열띤 토론이 이루어짐으로써 공식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홍문관 다음 사옥에서 자리를 끝낸 의사블로거들은 오후 9시 경 홍대 앞 제너럴닥터로 자리를 옮겨 뒤풀이를 시작했다. 뒤풀이자리에서 만난 한정호 씨는 이번 모임에 대해 블로깅을 하는 의사들이 깊이가 떨어지는 네트워크상의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기대했다. 이렇게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양질을 토론으로 깊이를 추구할 수 있고, 공론의 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번 모임의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또한 모임을 통해 공론화된 주제들을 가지고 의사블로거들이 각자의 블로그에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 공론이 확산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다만 블로거들간의 직접적인 대면이 이루어지는 만큼 네트워크상에서의 실명비판이 이전보다 힘들어질 수 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참관을 온 원광대 치대 본과 1학년 강민구 학생은 의료관련 포럼으로는 드물게 정치색이 배제된 자리여서 참석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웹2.0을 기반으로 제 3의 대안을 창출해내는 이와 같은 작은 움직임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로그를 하는 의사들 중 유명 블로거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과 전체적인 의료계의 판도를 보면서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모임을 통해 얻은 점이라고 하였다.

 모임을 주관한 닥블의 양광모 대표 역시 격식 없이 교수, 학생, 개업의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론을 할 수 있는 것이 모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임에 의대생이 참여할 경우 새로운 시야를 얻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대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양광모 대표에 따르면 닥블 오프라인 모임은 부정기적으로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진행될 예정이며, 의료와 관련되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형성될 때에도 언제든지 모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웹2.0과 관련해 의료현실이 어떤 식으로 급변하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의대생이라면 닥블(docblog.kr)이 나 코리아 헬스로그(healthlog.kr)를 주시하길 바란다.

이현석 기자/영남
<vandalite@naver.com>
사진_ 닥블 제공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용산 참사, 그 현장에서 

 


1월 20일 새벽, 용산은 불탔다. 세간에서 불법 농성자라고 부르던 하지만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였을 뿐인 다섯 분이 현장에서 명을 달리 했다.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 특공대 한 명도 사망했다. 20일 뒤 발표된 검찰의 수사는 경찰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 대신 불법 폭력집회를 벌인 혐의로 농성 가담자 5명이 구속 기소되었다. 나머지 15명은 불구속기소 되었다.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어 갔다. 그러나 유족들에게 사건은 여전히 미종결 상태다. 2월 25일, 기자는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한남동 순천향 병원을 찾았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여가 흐른 아직도 현장의 ‘참극’은 여전히 진행 중 이었다.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순천향 병원, 긴장감 감돌아  


 기자가 찾은 순천향 병원 주위는 삼엄했다. 병원 정문 앞 도로에는 전경버스와 순찰차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병원으로 들어오는 입구 곳곳엔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병원을 드나드는 차량은 경찰의 검문을 받아야 지나갈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 은신 중인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을 검거하기 위해서다. 장례식 장 앞에는 여러 단체에서 보내온 화환과 ‘근조’라고 쓰인 검은 플랜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노점노동조합연대’, ‘전국 금속 노동조합’이 쓰인 플랜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각종 노동조합들이 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장례식장 바깥에는 유족들과 전철연 회원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보이는 대형천막이 여럿 설치되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기자에게 사람들은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어디에서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를 물었다. 경찰의 경비가 삼엄한 만큼 유족들의 경계심에도 날이 서 있었다.  
 

유족 측, 진상 규명 전까지 장례식 무기한 연기 

 희생자들의 빈소는 장례식장 4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유족 및 철거민 관계자들은 장례식장 4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낯선 이의 접근을 꺼려했다. 조문을 하려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외부의 조문은 받지 않는다.”는 차가운 대답만이 돌아왔다. 사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희생자들의 장례식은 무기한 연기 중이었다. 용산 철거민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화재 원인 및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경찰 책임자 문책 ▲대통령 사과 및 구속자 석방의 요구가 관철될 때 까지 장례를 연기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과 유족들과의 대치 상태에서 정작 난처한 측은 병원이다. 현재 희생자들의 장례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에서 병원비를 포함한 장례식장 사용료가 1억 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순천향 병원 관계자는 “사태가 해결되면 장례비를 청구할 예정” 이라고 밝혔지만 사태해결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철거민과 경찰사이, 몇 발자국이었을 뿐  

기자는 무거운 발걸음을 용산으로 돌렸다. 용산 참사 현장도 한 달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경찰과 전철연 회원들과의 대치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신용산역 3번 출구. 지하철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대로변에 용산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이 있다. 대로변이라는 위치가 무색하게 건물은 흉물스럽게 변해있었다. 유리창은 모두 깨져있었고, 벽은 그을음으로 가득했다. 현장을 지키는 전철연 회원들이 때우는 불 때문인지 주위의 공기에도 화마의 냄새가 묻어나는 듯 했다. 건물 옆 편에는 당시 진압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경찰 버스가 놓여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난 한 달 동안 시민들이 만든 각종 작품과 추모의 메시지들이 경찰버스를 뒤덮고 있었다. 이 곳에도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빈소를 지키던 관계자는 “일이 처리될 때 까지는 계속 분향소를 유지할 것” 이라고 밝혔다. 현장 앞에서는 구속자 석방 및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분향소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엔 경찰 병력이 이열 종대로 대오를 맞추고 있었다. 경찰은 건물 안에도 배치되어 있었다. 건물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에게 경찰은 사진을 찍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조문을 마치고 뒤돌아 오는 길, 신용산역에 가까워질수록 건물들은 높아지고 화려해진다. 그럴수록 반대편 재개발 지역의 빛바랜 건물들이 유난히 더 퇴색되어 보이는 건 왜일까. 남일당 건물 이층에 걸려있던 분홍색 간판의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라는.  

이예나 기자 / 순천향
<lynar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