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PK와 닥터의 달콤쌉싸름한 썸타기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3개국 의학 드라마 비교

 

 

미드 : 의사가 나오면 진료를 한다.
일드 : 의사가 나와서 교훈을 준다.
한드 : 의사가 나와서 연애를 한다.

이는 어떤 소재를 다루든 연애가 꼭 빠지지 않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비꼬듯이 비교한 내용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병원에서 의사들은 진료도 하고, 교훈도 주며 연애도 한다!! 학교에서도 숱한 커플들이 만났다 헤어지기도 하고 설레임에 얼굴을 붉히기도, 애증에 몸서리를 치기도 한다. 이번 난장판 특집에서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연애에 성공/실패한 PK들의 리얼한 증언을 통해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썸의 실체를 파헤쳐본다.

 

사례1. 배움을 위장한 작업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첫 학기. 미모의 A양은 어딜 가나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대시를 받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그 대시의 실체를 조사해봤다. “나한테 케이스를 봐주겠다고 그렇게 전화가 오더라고.” 그렇다. 전공의는 엄연한 선배의사. 지식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적극 이용하여 실습 때 PK에게 주어지는 과제인 케이스를 봐주겠다는 핑계로 잠시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지식도 쌓이고 썸도 쌓이는 일타이피의 작업방법 되겠다. 순진한 남자 전공의 선생님들은 간혹 불여우들에게 역이용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사례2. 시공초월한 클래식한 방법, 물량공세로 첫 인상 남기기
전공의 B군과 C양은 현재 2달이 되어가고 있는 커플. B군은 잠깐 짬이 나는 시간에 첫 인상이 좋았던 PK B양에게 커피를 사줬다. C군은 이를 계기로  B양의 관심 끌기에 성공한다. 그 후로 후배를 통해서 다시 B양을 정식으로 소개 받아 사귀게 되었다는 정말 간단하고 훈훈한 결말.

그러나 끝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D양은 실습 도중 뜬금없는 타이밍에 자신에게 주스나 커피 등을 사주는 E군과 친해지게된다. 그 뒤로도 개인적인 일로 연락을 자주 하는 전공의 E군의 속내가 내심 궁금했다. E군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고 생각했던 D양은 E군과 사석에서 만나 밥을 한 끼 먹었으나 그 뒤로 연락은 더욱 뜸해졌을 뿐더러 태도도 퉁명스럽게 바뀌었다. D양은 E군에게 실망하고 이제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적극적인 대시가 동반되지 않는 물량공세는 자칫 오해와 삽질의 구렁텅이로 당신을 몰아넣을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사례3. 아프냐....? 내 안에 처방전 있다ㅋ
내과 전공의와 사귀고 있는 F양. 그녀는 감기 걸릴 때 마다 남자친구를 찾곤 한다. 데이트를 하면서 간단하게 병력청취를 한 뒤에 다음 날 병원에서 처방전을 작성해서 약을 타다 주는 식으로 여자 친구의 건강을 챙긴다. 때가 되면 독감 백신을 챙겨주는 것도 역시 남자친구의 몫. 아프냐...? 나도 아프다. 가 아닌, 다정함과 프로페셔널함을 무기삼아 애정을 돈독히하고 있다는 말씀.

 

사례4. 내 애인 돌리도...사귀어도 데이트는 딴 나라 이야기
반면, 전공의 1년차와 사귀고 있는 두 명의 취재원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이렇게 말한다. “물어봐도 해줄 얘기가 별로 없어. 남자친구가 바빠서 거의 못 만나거든.”  지못미...ㅠ_ㅠ 바빠서 만나지 못하겠다는데, 무슨 얘길 더 물어보랴. 하지만 사귀는 사이니 만나긴 할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귀뜸한다. “일이 한가할 때 내가 병원에 찾아가서 남들 눈피해서 잠깐 만나거나 오프 때 겨우 몇 시간 만나는 게 다야...” 갑자기 낯빛이 어두워진 그녀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덧붙인다. “4년차 되면 잘해주겠대” 음... 그래요... 힘내세요.

 

사례5. 나는 학생이고, 너는 선생이야!
전공의 G와 사귀고 있는 H양은, 처음에는 비밀연애를 하려고 했다. 실습이 채 끝나지도 않은 타이밍에 전공의와 사귀고 있다는 것이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지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친분관계를 이용해서 성적과 관련한 부당한 이득을 받은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 싫었기 때문. 하지만 전공의 G는 자신과의 관계를 알리려하지 않는 여자 친구의 태도가 내심 서운하다. 전공의가 실습생의 평가에도 관여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 선생과 제자 사이 연애라면 당사자도, 주변사람도 조금은 눈치가 보이는 것이 현실.  

 

솔로인 기자가 ‘병원에서 연애하기’를 취재하는 것이 보통 인내심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듣고 보니 그들 나름의 희로애락이 있고,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빚어지는 훈훈하면서도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었다. 그러나 GRD ASKY(그래도 안생겨요)라는 명언을 남기신 유희열님의 명언대로 생길 놈은 생기고 안생길 놈은 안 생긴다. 남치니 여치니 다 때려치고 라면이나 먹어요.

 

면...먹고 가실래요?/후후불어드릴게요
<ramyeon@gugongtan.com>

'96호(2013.12.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인이 필요할 때  (0) 2014.04.24
그 남자의 욕망 vs 그 여자의 욕망  (0) 2014.04.24
기생충은 내 친구  (0) 2014.04.24
얘들아 Smile!  (0) 2014.04.24
미국의료를 위한 과감한 메스 - 오바마케어  (0) 2014.04.24

애인이 필요할 때

96호(2013.12.11) 2014. 4. 24. 00:14 Posted by mednews

애인이 필요할 때

인생 선배가 말해주는 쓰라린 현실

 

 

요새 유행하는 모 개그프로그램에는 동생이 만나보고 싶은 남자 스타일을 말하면 언니가 그 스타일의 단점을 위트 있게 짚어내어 환상을 깨어주는 코너가 있다. 현실 속 자신의 이상형이 얼마나 “이상적”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고 만난다면 누구나 크게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나름 인생의 선배로서 순진무구한 “동생”들을 위해 준비했다. 이 언니가, 이 형이 만나봤는데 말야.....
(기사의 내용은 세상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의하기 바람)

 

잘생긴 남자, 예쁜 여자

 

성격이 쓰레기인데 진짜 외모가 끝내주는 사람과 성격은 끝내주는 데 외모가 형편없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누굴 선택하겠는가.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즐거우려고 만나는 건데, 시각적인 게 크니 성격은 참고 넘어가면 된다 주장한다. 그러나 우월한 외모로 인해 이성의 관심을 끄는 데 어느 정도 유리해서 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얼굴 값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외모에 강점이 있는 사람들이 외모 빼고 다른 매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악세서리로서 연애 상대를 찾고자 한다면 말리지 않겠으나 연애가 어찌 그냥 악세서리를 찾기 위함이던가.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러한 사람들은 이성을 쉽게 만나는 만큼 당신에 대한 애절함도 적다는 점을 유념해두길. 하지만 다른 것도 훌륭한데 외모까지 출중하다면 당신은 분명 전생에 세계평화를 위해 큰 기여를 했음에 틀림없다. 이번 생애에 받은 상이라 생각하고 꼭 잡을 것!

 

경제력

 

“나 남자친구가 명품 백 사줬어”, “내 여자친구는 데이트비용 자기가 다 내”
이런 자랑을 듣고 있으면 나는 무능해서 그런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것 같고 미칠 것 같은 부러움에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필자도 한 때 이런 친구들을 엄청나게 질투했지만 생각을 바꾼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애인은 알만한 대기업의 자제였고 데이트는 늘 외제차를 타고 백화점 명품관에서 한도 없는 카드를 그어주기. 그 친구가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내가 좋아보이니? 그런데 세상엔 공짜는 없더라. 내가 이렇게 받는 만큼 나도 무언가를 줘야 한다는 거 아니?” 받은 만큼 나도 명품선물을 주거나 다른 방식으로 그 사람의 욕구를 채워주어야 한다는 것. 폭력, 폭언을 남발하고서는 카드를 던져주고 떠날 때의 비참함. 친구는 그게 정말 원하는 삶이냐고 내게 물었다. 갖고 싶은 게 많다면 연애할 시간에 재테크 공부를 더 하기를 바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친구의 말을 꼭 명심하라.
상대와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려면 경제적 수준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 문화적인 수준, 성장 배경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사람을 만나라는 것이다. 드라마 속 재벌집 며느리, 부잣집 데릴사위가 환상적일 것 같지만 격차가 클수록 남모를 갈등이 더 커지게 마련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은 상대를 배려하다가 수준이 안맞아 답답해하고, 열위에 있는 사람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지다가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비슷한 사람이 사랑으로 만나 함께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기쁨을 맛보는 것도 꽤나 의미 있는 일이다.

 

세상이 좋아하는 사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적극적이고 인맥이 넓은, 사회성이 좋은 사람을 칭송하고 저렇지 않으면 뒤쳐진 사람처럼 취급되고 있다. 활달한 사람이 우월해보이고 세상이 좋아하는 완벽한 사람인 것 같지만 나와 맞지 않는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세상이 좋아해주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오히려 누구의 반쪽도 아닐 수 있다. 남들이 바보 천치라 하면 어떻고, 남들이 못났다고 하면 어떤가. 그 사람이 나와 같이 살아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때로 우리는 바보처럼 인생에 단 1%의 영향도 끼칠 수 없는 사람들의 말에 삶의 결정권을 내어주곤 한다. 인생도 연애도 당신의 것. 당신이 선택한 사람을 최고로 생각하면 그가 바로 “최고의 사람”이다. 세상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만큼 당신이 경쟁해야 할 상대가 많지만 당신에게만 최고인 사람은 오로지 당신만 차지할 수 있는 “블루 오션”이라는 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나만 바라봐주고 나에게 주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고 있는 나는 무언가 모자라서 그런 건가 싶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해바라기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가 모르는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사는 듯한 느낌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한 번의 실수로도 나에게 크게 실망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이다. 물론 서로가 오로지 서로에 대해서만 눈과 귀를 열어두었다면 이런 환상의 커플도 없겠다. 상대가 나만 바라보는 일방향성이면 기대를 맞추려고 개인적인 삶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과 만나다가 헤어지게 되면 상대방은 나를 위해 희생하고 살았던 시간에 대한 억울함과 후회가 증오로 바뀌어 후한이 두렵게 될 수도 있다. (언론에서 간간히 보도되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복수로 인한 사건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나보다 다른 사람이나 일이 소중한 것처럼 보여 서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자신의 삶에도 열심인 사람들이 당신에게도 열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 가지 더, 받는 사랑보다는 주는 사랑이 더 가치 있고 행복하다는 것, 세월이 지나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연애학 박사/페로몬시
lovelyeac@e-mednews.org

그 남자의 욕망 vs 그 여자의 욕망

 

 

“너 마녀 사냥 봤어?”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이야기 나오는 TV 프로가 ‘마녀사냥’이다. 성에 관해 서스름없이 이야기하는 패널들이 주는 재미와 더불어 시청자의 사연을 남심, 여심, 게이심이라는 다양한 시각으로 파헤친다는 것이 이 프로의 큰 매력이다. 한 가지 사연을 놓고도 다른 반응을 내놓는 남자와 여자. 우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각적 신호에 약한 남자. 최고의 신호는 ‘젊고 섹시한 여자’

 

남자의 뇌는 성적 자극에 더 시각적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남자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외관을 접하면 바로 성욕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시상하부로 흥분이 이어진다. 과학자 도널드 시먼스는 그런 남자들에 가장 최적화된 시각적 신호는 바로 ‘젊음’, 그리고 큰 가슴과 엉덩이로 대표되는 ‘섹시한 몸매’임을 밝혔다. 그는 나이가 젊을수록 해당 여성을 신경써줄 수 있는 친척이 더 많이 생존해 있을 것이며, 아이가 스스로 생존해나갈 수 있을 때까지 엄마가 살아 있는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이를 설명한다. 동물에서 또한 매력적인 암컷일수록 건강하고 가임능력이 좋으며, 새끼의 생존 확률이 높다.
남성들이 매력적으로 여기는 신체 부위-큰 가슴과 엉덩이, 작은 발, 여성스러운 생김새 등은 모두 에스트로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에스트로겐은 건강과 에너지 유지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건강의 척도, ‘미래의 가임 능력’을 의미한다. 가슴과 엉덩이에는 여자들에게만 있는 특이한 성분인 ‘지노이드 gynoid fat'으로 구성되어 임신과 수유 시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해 준다. 가슴의 지노이드 지방의 양은 임신 가능성, 자녀의 상태 등을 비롯해 여자 평생의 생식 능력과 전반적으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여자들의 로망 ‘중저음의 목소리, 키 크고 스타일 좋은 까칠한 오빠’

 

그러나 에스트로겐과 달리 테스토스테론은 향후 생식능력의 지표가 되지 못한다. 남자는 평생에 걸쳐 정자를 일정한 수준으로 생산해 내며, 병이나 영양 상태에 따라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크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이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배성’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자들이 경쟁에 필요한 생리적 상태 즉, 근육의 형성, 중저음의 남성적 목소리, 냄새, 남성스러운 생김새에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과 관계없이 여성들에게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시각적 신호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큰 키’와 ‘제복을 입은 남자’ 혹은 ‘옷을 잘 입는 남자’이다. 큰 키는 여성에게 지배성 뿐만 아니라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여성들은 제복을 갖춰 입거나 옷을 잘 입는 남자들을 보며 세부적인 시각적 정보를 분석하여 그 남자의 됨됨이를 심리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외관으로 나타나는 지배성 뿐 아니라 여성들은 능력이 출중하며,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갖고 있고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남자의 사회적 지배성에도 성적 매력을 느낀다. 여자들이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도, 나이 많은 파트너에 대해 남성보다 여성이 더 관심을 갖는가도 같은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OR GATE’ 남자 vs ‘AND GATE’여자

 

무엇보다도 남성과 여성의 가장 큰 성욕의 차이는 신호 처리 과정에 있다. 남성은 시각적 신호에 의해 성욕이 즉각적으로 활성화 되면 얼마 있지 않아 생리적, 심리적 흥분을 경험한다. 그리고 한 번 성욕이 일어나게 되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는 여성에 비해 성적 동기의 경로가 피질 하부의 보상 시스템과 더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마음의 의식적인 흥분과 몸의 무의식적인 흥분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것이 남자와 여자가 가지는 두뇌 소프트웨어의 근본적인 차이이다. 단순히 신체를 자극한다고 해서 의식적인 마음까지 자동적으로 성욕이 불붙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용 비아그라’가 왜 번번히 실패했는지는 이로써도 알 수 있다. 독일의 한 제약회사는 ‘플리반세린 flibanserin' 이라는 효과 빠른 항우울제를 만들려 했으나, 이 약은 여성의 성욕을 급격히 향상 시킨다는 부작용으로 임상 실험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플리반세린이 목표로 삼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감정의 ‘의식적’처리와 관련된 부분들이었다.
왜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불일치가 일어나는 것 일까? 여성은 임신을 하여 아이를 낳아 젖을 먹이고 10년이 넘게 양육에 매달려야 한다. 성적인 결정을 내릴 때 늘 장기적인 결과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여자의 성욕은 모든 잠재적 위험성을 신중히 감안해 조심히 걸러지도록 만들어졌다. 
여자의 성욕 시스템은 ‘신체, 감정, 사회성, 문화’로 나뉘어 평가를 내린다.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은 물리적 환경 변화에 민감한데, 따라서 신체 상태가 좋지 않거나 신변에 불안을 느낄 때는 성욕이 감소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감정적인 기억을 저장하고 복구하는 뇌섬엽피질과 해마가 발달되어 있어 더 감정적이고 분위기를 잘 탄다. 여성들은 또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규칙이나 기대, 태도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이는 여성들의 뇌가 언어 기능이 발달되어 있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으며, 어떤 행동이 적절하고 적절하지 못한가 하는 사회적 평가가 이루어지는 중추 기관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성은 자신이 세워놓은 다양한 기준(신호)이 충족되지 않으면 심리적 흥분이 일어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성적 욕망을 체로 거르는 여자, 그러나 ‘마성의 여자’가 되고 싶은 여자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피질 하부의 비의식적인 회로에서는 여성들이 원초적으로 스스로 ‘이성이 거부할 수 없는 성적인 매력’을 갖고 싶어 하게 만든다. 이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몸의 이미지에 대한 자의식이 훨씬 강하며, 외모를 통해 힘을 얻으면 성관계의 만족도도 훨씬 높아지는 것으로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여성들의 의식적인 대뇌 피질에서는 끊임없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내보내는데,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식으로 질투를 느낀다는 사실에도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다. 남자의 두뇌는 성관계를 질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남자는 자기 여자가 누구와 잤는지, 얼마나 성관계를 가졌는지 캐묻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여성은 감정적인 질투를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여자는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가 누구였는지, 몇 명이었는지 알기 위해 몰아댄다.


남자와 여자는 성적인 신호도 다르고,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며, 신호에 반응하며 나타나는 행동도 다르다. 이 같은 성적 심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나타내는 성적 욕구의 차이는 긴 세월 쌓여진 사회문화적, 생물학적 산물임에는 틀림없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96호(2013.12.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PK와 닥터의 달콤쌉싸름한 썸타기  (0) 2014.04.24
애인이 필요할 때  (0) 2014.04.24
기생충은 내 친구  (0) 2014.04.24
얘들아 Smile!  (0) 2014.04.24
미국의료를 위한 과감한 메스 - 오바마케어  (0) 2014.04.24

기생충은 내 친구

96호(2013.12.11) 2014. 4. 24. 00:12 Posted by mednews

기생충은 내 친구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네이버캐스트’를 연재하고 컬투와 함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의대 교수가 있다는 사실, 알고들 있었는가. 발랄하고 센스넘치는 글,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대세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서민 교수를 만나보았다.

하고 많은 전공 중, 기초의학이라니. 그 중에서도 기생충학이라니. 어떻게 해서 그 길을 가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역시 그는 ‘그 당시 만연한 기생충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 따위의 판에 박힌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돋보이는 것은 기생충에 대한 애정. “보통 학생들이 기생충을 보면 징그러워하고 미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거울로 항상 나를 봤기 때문에 전혀 징그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좀 귀엽다고 해야 하나.”
기생충에 대한 연민에 가까운 애정, 거기에 연구에 대한 열의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물살에 휩쓸리듯이 살던 학생시절의 어느날 찾아간 연구실. 그 광경에 매료되었다고.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요즘 학생들이 기초의학을 잘 안 하려고 하는데 기초의학이 뭐 하는 곳인지 알면 많이 할 것 같다. 해부라고 해서 평생 시체 해부만 하는 게 아니니까.”라며 아쉬워했다.

그가 네이버캐스트에 연재했던 기생충 시리즈는 과학을 주제로 한 다른 연재물에 비해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댓글 100개는 우습고 400개를 넘어가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베스트 댓글을 보면 ‘허 내가 기생충 글을 정독하다니 ㅋㅋ 교수님 쩌십니다ㅋㅋ’ ‘이런 것좀 작작 올리세요. 진짜 징그러운데 계속 보게되요’ 같은 것. 역시 4쇄에 빛나는, <기생충 열전>의 작가답다.
“외모가 안 되니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하지 않아서 말로 무언가를 하기는 어렵더군요. 여자들한테 ‘저..’ 만 해도 도망가고 그랬어요." 결국 글로 자신을 전달할 수 있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전략 변경. 그의 글쓰기의 시작이다. 
거기에 유머를 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초창기 글들을 지금 보면 이불에 하이킥을 날리게 된다고. “유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독서에서 와요. 글이 세련되어지거든요. 한동안은 글쓰기 지옥훈련을 했죠. 하루에 2,3편씩, A4 1페이지 정도 쓰는 것을 계속했어요. 그러다보면 생활 속에서 글쓰기 소재 포착하는 게 절로 훈련이 되더라구요.” 이 말을 하며 소재를 포착하려는 듯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빛은 하루키의 그것이 부럽지 않았다.

이어 그는 의대생과 의사들이 글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을 꼬집었다. “엄마들이 육아 정보를 교류하는 유명한 사이트에 들어가 봤어요. 애가 열난다고 해서 해열제 먹이면 안 된다는 댓글이 있더라구요. 그러면 그 밑에 ‘정말이요? 나도 그래야 되나’ ‘난 먹였는데 어떡하지.’ 댓글이 올라오는데, 모르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있는 수준이죠.” 결국 해열제에 대해 알려주마! 하며 장편의 글을 하나 써서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번 책은 소아과에 대해 쓰게 될지도 모른다고.
“인터넷에는 거짓과 진실이 섞여 있어요. 의사들이 책을 써야 해요. 글을 안 쓰는 게 바빠서는 아닌 것 같거든요. 주말마다 골프를 가지 말고, 골프를 한 달에 두 번만 치고 두 번은 글 쓰면 충분할 텐데. 책을 써서 수 천 명을 개도한다는 마음도 필요해요.”
평소에 환자에게 말 하는 대로 써라. 남편이나 부인, 딸한테 보여주면서 어려운 부분을 고치면서 쓰면 된다. 서민이 밝힌 글 쓰는 비결이다.
“내가 모든 분야의 책을 쓰고 싶어요. 아까 말 한 것처럼 소아과 책도 쓰고, 그 다음은 감염내과 책도 쓰고 싶은데 그때쯤이면 책이 너무 많이 나와 있어서 내가 안 써도 되면 좋겠어요. 요즘의 의대생들에게 인터넷은 글쓰기 좋은 환경이에요. 글을 혼자만 보는 일기장이 아닌 블로그에 쓰고, 댓글이 달리고 누가 봐준다는 것. 그 사실이 내가 글을 더 잘 쓰게 만들고 동기 부여가 되는 거에요.”

후학 양성에 대해서는 묻자 괜시리 눈이 그윽해지고 목소리에 한숨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이전의 대답들이 너무 발랄했기 때문일까. “자신이 없어요. 기생충 하라고 했는데 교실이 없어질까봐.”
지금의 교수들이 의대 출신으로 기생충을 전공한 마지막 세대인데, 20년쯤 후의 기생충학의 미래를 점치기는 힘들다는 것.
“이렇게 된 데는 기생충을 연구하기보다는 박멸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가지고 뭘 더 해보려는 생각은 안 한거죠. 외국을 보면 좀 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제 기생충 없는데 뭐하려고 하냐, 그런 좁은 마인드는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의 유쾌한 에너지가 의대생신문 독자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하며 한 마디를 부탁했다.
“의사면허라는 타이틀은 법의 방망이 같은 거에요. 그것만 흔들면 다 쓰러지죠. 아무리 한 물 갔다고 해도 아직도 그래요. 힘들어도 일단 의사면허 따서 흔들 생각을 하세요.” 수틀리면 우동집이라도 열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의사가 개업한 우동집’ 으로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뻔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정 아니다 싶으면 임상을 하다가 기초로 와도 되고, 기초를 하다가 임상을 해도 되니까 자기가 뭘 하겠다는 방향성을 잘 찾으세요.”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얘들아 Smile!

96호(2013.12.11) 2014. 4. 24. 00:11 Posted by mednews

얘들아 Smile!

소아병동을 위한 따뜻한 아이디어

 

여기저기에 누워있는 아픈 사람들, 바쁘게 돌아다니는 의사 간호사 선생님, 병원 특유의 약 냄새... 병원에 가던 걸음이 멈출만한 그림이다. 어른들도 병원에 가는 걸 꺼리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난 어릴 때 의사선생님의 하얀 가운만 보고도 무서워 울었다고 한다. 감기로 병원에 오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한창 뛰어놀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에 병동에 입원한 아이들은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하다.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부모님과 의사, 간호사 선생님 모두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하루 빨리 낫기를 매일 기도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병원이란 공간이나 치료를 덜 무서워한다면 아마 더 빨리 낫지 않을까?’ 란 생각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곳곳의 소아병동에서 아이들을 위한 작은 시도를 하고 있었다.    
부산 백병원에서는 최근 톡톡 튀는 ‘직렬 오기통 춤’으로 인기몰이를 한 크레용팝이 병동 공연을 다녀갔다. 아마 크레용팝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을법한, 병원 내 교수님을 포함한 직원들이 ‘웃어용팝’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아이들과 보호자에게 공연과 큰 웃음을 선사했다고 한다. 대구의료원 어린이 병동에서는 치료진들과 아이, 보호자가 병동에서 매일 ‘사랑해요^ㅇ^’ 라고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낮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율동으로 ‘웃음 치료’가 이루어진다. 웃음의 효과로 아이들이 전보다 덜 겁을 내고 편안히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 외에도 소아 병동의 벽에다 아이들과 같이 예쁜 동화 그림 그리기, 일주일에 한 번씩 유니폼 대신 하트가 그려진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기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다. 또 많은 병동에서 실내를 알록달록하고 안락하게 꾸미고, 귀여운 무늬의 소아환자복과 이불을 마련하고 병상에서 무료하게 누워있을 아이들을 위한 병동 내 어린이 서점이나 놀이터를 두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 있는 소아병동에서도 아픈 아이들을 위한 배려는 많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중 이색적인 사례 4가지를 모아보았다. 

 

슈퍼 히어로 마크가 그려진
링거 통 ‘Superformula'

 

 

이 링거 통은 브라질의 A.C.Camargo 암센터와 JWT 광고회사의 협력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암 투병중인 아이들이 항암 치료를 잘 견뎌내길 바라면서 고안했다고 한다. 외형에서 볼 수 있듯이 링거 통에서 슈퍼 히어로 기운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병원에서는 링거 통과 같이 슈퍼 히어로가 이 링거 통에 든 링거를 맞고 암을 이겨내 적을 무찌른다는 내용의 만화도 제작했다. 아이들도 링거 통을 신기해하면서 실제로 약물 치료를 더 잘 견뎌낸다고 한다.

 

해적선이 된 CT 스캐너

 

미국의 뉴욕 어린이 병원에서는 GE사가 제작한 해적 모티브의 CT 스캐너를 구입했는데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청소년 환자에게도 좋은 평을 듣는다고 한다. CT 촬영 전 준비과정부터 촬영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5-20분. 짧지만 환자에게는 길게 느껴질 시간 동안 어린 환자들이 받을 거부감과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배려의 결과물이다. 벽에 그려진 귀여운 해적들과 시원스런 바다를 구경하다보면 촬영이 순식간에 끝날 것만 같다.


MRI 영화 고글

 

개인적으로 가장 체험하고 싶은 병원 아이템이다. 단순히 CT가 진화한 버전으로만 생각했던 MRI의 촬영 시간은 알고 보니 40분-1시간. 귀마개에다 기계로 둘러싸인 좁은 터널 안에 있으면 답답함과 같이 스트레스도 엄청 받을 것 같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MRI 검사를 할 때는 아이들이 움직이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제를 많이 사용한다. 아이들이 MRI 검사를 잘 견디도록 제작한 MRI 고글은 약 1.5m 앞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제품이고 실제로 직접 체험해 본 아이들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또 그 전보다 안정제도 적게 소비한다고 한다. 

 

아기들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는 헤드폰

 

 

슬로바키아의 Kosice-Saca 병원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아파서 엄마와 떨어져있는 신생아들에게 모차르트와 비발디 음악을 들려준다. 아기들에게 헤드폰을 씌워서 들려주는데 아기들이 음악을 들을 때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때처럼 호흡도 고르게 하고 심장박동도 안정적이라고 한다. 사진 속 아기의 모습이 증명하듯이 자는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게다가 클래식 음악이 아기들의 머리도 좋게 한다니 일석이조다.

 

위의 사례 이외에도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달려있는 청진기, 붕대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그려주기, 아이들이 병원 치료에 익숙해지도록 인형과 병원놀이를 하는 프로그램, 수술실 탐방 등 아이들이 병원과 치료과정을 덜 무서워하고 자신을 치료해주는 선생님들을 신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안들이 많다. 아픈 치료과정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입원해 있는 동안 생길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이러한 작은 배려가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병원의 작은 배려로 아이들이 웃고 점점 나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보호자와 치료자도 기쁘게 된다면 소아 병동은 누구에게나 치유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유정 기자/영남
<lyjeong81@nate.com>

 

 

미국의료를 위한 과감한 메스 - 오바마케어

‘식코’는 이제 옛말이다

 

 

현지시간으로 9월 30일 자정, 미국 국회가 예산안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연방정부가 일시 셧다운(페쇄)되었다. 17일 만에 합의를 보기는 했지만 정부의 일시적 폐쇄로 인한 손실액은   240억 달러(약 25조5000억원)에 이른다. 예산안 통과를 둔 정당간 협상의 주요 쟁점은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호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으로 흔히 오바마케어(Obamacare)로 불린다. F-35 전투기 150대 값에 해당하는 손실을 미국 정부에 안겨준 오바마케어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자.

모든 국민이 주정부나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보험상품 거래소)에서 상품을 반드시 구입해야하며, 구입하지 않은 사람은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이 오바마케어의 주요 골자다.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되는 모든 보험상품은 정부의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정부의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10대 필수의료혜택(외래환자서비스, 응급서비스, 입원, 산모 및 신생아 진료, 정신건강 및 약물남용 이상 관련, 처방약, 재활, 재활 훈련 서비스와 기구 등)을 제공하여야 한다.

 

실제 혜택을 받는 미국인은?

 

오바마케어의 주요 목적은 한마디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법안으로 영향을 받는 대상을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부의 지원도 없고 사설 의료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람(16%)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보험상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임금수준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플래티넘플랜(치료비의 10%만 본인부담), 골드플랜(20%), 실버플랜(30%), 브론즈플랜(40%). 연소득이 9만 4천 달러가 넘는 가정(4인 기준)은 개인의료보험에 가입되어있는 것으로 보고 정부에서 보조해주지 않는다.

 

·정부의 기존 의료보험정책(메디케어, 메디케이드)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30%)
정부는 기존의 정책으로 빈곤층과 노년층의 보험료를 보조해주고 있었다. 이 정책의 수혜자에 해당되는 사람은 marketplace를 이용할 수 없다. 기존의 보험정책은 유지, 확대된다.

 

·고용주를 통해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49%)
일정 규모이상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고용주는 의무적으로 근로자에게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된 보험을 제공해야하며 제공하지 않는 경우 벌금이 부과된다.


·자기 소득으로 사설 의료보험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사람(5%)
기존의 상품을 그대로 이용하여도 벌금이나 혜택이 없으나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된 상품을 구입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기존의 상품을 유지하면 된다.

 

찬반논란

 

오바마 대통령이 의원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건 오바마케어는 뜨거운 논란 속에 2010년 3월 통과되어 점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도 못한 채 지금까지도 보수, 진보진영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오바마케어 실행에 관한 찬반논란의 주요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전종욱 기자/관동
<jjw7544@naver.com>

'96호(2013.12.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생충은 내 친구  (0) 2014.04.24
얘들아 Smile!  (0) 2014.04.24
관동의대, 강릉에서의 외침  (2) 2014.04.24
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0) 2014.04.24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하는 걸까요?  (0) 2014.04.24

관동의대, 강릉에서의 외침

96호(2013.12.11) 2014. 4. 24. 00:09 Posted by mednews

관동의대, 강릉에서의 외침

 

지난 10월 31일 관동대학교 의학관 앞, “명지학원의 송자 이사장과 관동대학교의 이종서 총장은 석고대죄 하라!” 도대체 무엇이 또다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길거리에 나오게 하였을까?
오후 2시 관동대학교 의학관에서 관동의대 학생들은 관동의대 학생들과 학부모대표단은 지난 7월에 이어 이번에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관동대 캠퍼스를 거닐며, 항의집회를 가졌다. 지난 7월 서울의 명지전문대 앞 재단사무실에서의 항의 집회에 이어, 이번 10월 31일 강릉시 내곡동에 위치한 관동대학교 강릉캠퍼스에 관동의대 학생들과 학부모 대표단 3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였지만 마음만은 하나였다. 그들은 하루라도 빨리 부속병원 문제의 해결을 바라고 있었다. 지난 7월 항의 집회로 관동대학교 이종서 총장과 명지학원 현 이사장인 송자 이사장에게 약 20년 동안 계속 논란이 되었던 부속병원 문제 해결에 대한 관동대학교와 명지학원의의 확답을 들으려했지만 답변을 준다던 10월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아 이와 같이 학생들과 학부모 대표단이 대규모로 모여 항의집회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20여년 동안 반복해온 시위, 부속병원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원한다.

지난 20년 동안 관동의대 학생들은 부속병원의 문제로 여러 차례의 시위와 집회를 해왔다. 분명히 명지학원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아직까지 부속문제 병원이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명지학원과 관동대학교 측이 시간을 끌어온 것으로 밖에 생각되어질 수밖에 없다고 관동의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말한다. 현 관동의대 학회장인 오효석 학회장은 “지난 7월에 명지전문대 앞에서 시위를 하였다. 하지만 재단은 실질적 교육기관이 아니므로 교육적 책임을 지는 관계자의 우두머리인 이종서 총장과 직접 학부모와 학생들이 기약 없는 답을 들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다가, 지난 4,5월부터 강릉에서의 항의 집회를 생각하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제 6대 관동대학교 총장인 박희종 전 총장은 학생회 간담회에서 명지병원과의 교류로 지속적인 명지병원에서의 학습을 약속하고 부속병원문제에 대한 해결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지만, 명지병원과의 관계가 틀어지며 상황이 악화되자 현 총장인 이종서 총장은 최후의 경우로 정원반납까지 각오를 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상황을 수습하려하였다. 하지만 부속병원 문제에 대한 해결의 진척이 보이지 않았다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답답해하였다

부속병원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학생들의 학습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관동의대의 부속병원 문제는 오늘만의 문제가 아닌 무려 20년 전부터 지속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부속병원이 제일 우선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역설하였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현재는 학생들의 수업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당장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힘들지만, 명지학원 측에서 계속 미루고만 있다가 11월을 넘기면 등록, 수업 거부 등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조차 교육권을 보장해달라고 하면서 등록, 수업 거부하는 것은 자가당착인 생각을 인정하지만, 당장 눈앞의 불만을 끄려는 재단의 처사를 언제까지나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1년 넘게 미인가 시설에서 학생들을 교육 받게 한 명지학원에 대응하기 위해 관동의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지난 11월 11일 수업거부를 예고하였으며, 학생들은 관동의대 역사상 4번 째 수업 거부의 기로에 놓여있다.

지난 11월12일 교육부는 국무회의에서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의 실습교육 의무 위반 시 제재처분의 기준을 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및 ‘대학설립, 운영규정 일부개정법류안’이 통과되어 부실한 의과대학 운영을 막아 학생의 학습권이 보호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관동의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기존의 학부모들만이 앞장서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학생과 학부모가 같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미지를 심기 새 협의회명칭을 관동의대 의학과 비상대책 협의회로 개정하는 등 부속병원 문제와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김승현 기자/관동
<pppa50@e-mednews.com>

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진짜 옵세와 우리 사이의 넘.사.벽.

 

이번 기사에서는 「난장판」 컨셉에 걸맞게 평소에 옵세들에 눌려 있던 여러분의 열등감을 적극적으로 자극하고자 한다. 즉, 여러분을 ‘열폭’시킬 생각이란 말이다. 만약 지금 시험 점수가 시원찮거나 학점이 땅바닥에 붙어 있다면 이 기사를 읽지 말 것을 권한다. 자칫 없던 공부 의욕이 아예 사라져 비싼 학비를 1년 치 더 내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학점이 좋은 사람이
옵세일 필요는 없다

 

옵세란 무엇인가. 한 포털 사이트 사전에서는 옵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공부만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대상에 대한 비난의 의미가 다소 포함되어 있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옵세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부류이지, ‘잘 하는’ 부류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옵세로 생각되는 동기들의 학점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의외로 높지 않아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실제로 옵세가 아닌 경우가 있겠다. 의대생 A씨는 처음에 이미지를 잘못 잡아 옵세라 불리고 있다. 사실 그의 공부시간을 따져 보면 평균 수준인데도, 남들이 보이는 곳에서 공부를 하는 습성 때문에 공부하지 않는 시간도 공부하는 것으로 집계되어 버린 것이다. 억울하지만 찾아보면 꽤 발견되는 경우이다.
옵세의 기질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있다. 학점은 시험 점수에 의해 결정되지 공부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많이 아는 것은 오히려 시험에 독이 될 수 있다. 지나친 공부량 때문에 단순한 시험 문제를 어렵게 생각해서 틀리는 옵세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무튼 옵세성(性)과 학점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학점이 좋은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으며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경우다. 혹시 주변에 정말 잘 노는 친구들이 있다면 안심하지 말라. 그 친구들은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진짜 옵세는 깔끔한 정리본에
시간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면 옵세이면서 학점도 좋은 진(眞)옵세의 공부법은 무엇인가. 많은 학생들이 깔끔한 정리본을 만드는 친구를 진옵세로 생각하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주변의 여러 제보에 따르면 ‘정리본의 달인’들은 정작 정리본 만드느라 힘이 빠져서 본인은 정리본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좋은 일 하는 이들의 노고를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학점 측면에서는 실속 없는 짓이다.
진짜 옵세는 정리본이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 강의록을 다 알면 되는데 무슨 정리본인가. 대표적 진옵세 B씨는 정리본 따위 읽지 않는다. 시험 기간에 그가 보는 것은 필기가 되어 있는 강의록이다. 참고로 그는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말하는 모든 내용을 ‘정리된 상태’로 타이핑한다. 그의 필기만 보면 모든 교수님의 강의는 명강의가 된다. 시험 기간에 그가 정리본을 보는 경우는 잘 보이지 않고 대신 ‘12포인트 빨간색 맑은 고딕’으로 빡빡하게 필기된 강의록을 읽는 모습은 자주 보인다.
정리본을 만드는 것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신 정리본을 만들더라도 자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고, 자신이 있다면 강의록을 확실히 외워도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주변의 학점 괴수들을 살펴봐도 필기 스타일에는 일관성이 없으며 필기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부터 모든 것을 필기하는 것까지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혹시 필기나 정리에 과도한 시간을 쏟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너링’ 또는 ‘페리퍼리’의
해석 차이

 

옵세에게는 코너링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코너링은 옵세들에게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옵세들이 말하는 코너링은 우리는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모르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들은 몇 번째 강의록 어디에 있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깜짝 놀라서 찾아보면 슬라이드 오른쪽 구석에 있는 이상한 그림에 쓰여 있는 조그만 글씨가 보인다.
사실 이들의 적중력은 철저한 수업 집중에서 기인한다. 수업 시간에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한 것은 볼 필요가 없지만, 이름만 언급하고 넘어가거나 읽어보라는 것은 시험에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들은 강조한 것 보기에도 급급하지만 평소부터 착실하게 공부를 해 온 옵세들은 읽어 보라는 것 다 읽어 보고, 수업 때 한 번이라도 언급된 것은 다 살펴보는 것이다. 그림에 작게 쓰여 있는 글씨, 그래프 옆에 붙어 있는 범례, NEJM 논문의 결과 수치는 당연히 공부해야 할 대상들이다.

 

‘족보(아마)’는 최소한의
‘도덕’이다

 

옵세들에겐 족보(야마)란 최소한의 도덕이다. 시험 기간에 족보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평민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족보는 수업이 끝난 즉시 머릿속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들이다. 쉬는 시간에 몰래 볼 수 있다면 수업 끝나고 5분이면 족보 공부가 되며 그렇지 못하더라도 당일 족보 학습은 끝내야 한다.
족보는 잊히기 마련이므로 수시로 복습해야 한다. 옵세들은 족보 답을 외우고, 족보에 나온 모든 보기들을 분석하며, 족보에 언급된 것이 어떻게 바뀌어 출제될지도 미리 예상한다. 그리고 족보에 없는 강의록 내용까지 공부한다.

 

예습보다는 복습을,
진정한 1독의 의미

 

한 옵세 선배는 예습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였다. 예습을 3시간해도 수업 한 시간 듣는 것만 못하며 어차피 쌓이는 속도가 예습하는 속도보다 빠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대신 그날 배운 것은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냥 한 번 보는 게 아니고, 세세한 내용까지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이것은 옵세들이 말하는 흔한 1독의 의미이다.
1독의 의미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시험을 보더라도 7독을 했다는 사람이 나오고 2독밖에 못했다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옵세 중에서도 회독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라 2회독을 한 경우도 있고 7회독을 한 경우도 있다. 회독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차이일까? 답은 회독의 밀도에 있다. 회독 수가 적은 옵세들은 밀도가 낮은 회독은 계산하지 않는다. 즉, 쉬는 시간에 잠깐 읽어보거나 자투리 시간을 내서 복습하는 것은 회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회독은 강의록에 있는 모든 내용을 집중하여 샅샅이 공부하는 것으로, 그 상태에서 시험을 봐도 되는 수준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 집중된 1회독에 스마트폰 보는 것, 딴 생각하는 것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알맹이가 꽉꽉 찬 1독인 것이다.

 

넘사벽을 넘으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주변의 옵세들의 몇 가지 특징을 분석했다. 물론 여기서 다루지 않은 특징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옵세들과 우리들의 학점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된 원인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기타 특징들 역시 이 안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옵세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학점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다. 그도 그럴 것이, 의대에 온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 기본적인 학습 능력 및 의지를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남은 것은 머리뿐이다. 머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받아들이고 암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같은 시간, 또는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해도 점수가 좋지 않은 것이 꼭 노력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고 그것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옵세들의 독특한 공부법을 무리하게 따라하기보다, 나의 공부법이 비효율적인지는 않은지, 그리고 제대로 수행이 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자. 답은 우리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괜히 의대 성적이 유전자에 코딩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유전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주지도 않지만.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루케도니아
<editor@e-mednews.com>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하는 걸까요?

 

 

아침부터 시작해서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는 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수업을 매일 들어야 하고, 그 수업이 끝나면 또 도서관으로 향해야 하고, 저번에 시험 본 것 같은데 또 시험봐야 하고, 시험 보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일어나면 해지고 뭐 하기는 애매한 시간이고.이렇게 몇 달 살다 보면 드는 생각. ‘도대체 나는 왜 공부하는 거지?’
의대생신문 기자 4인의 공부에 대한 수다를 공개한다.

 

낭이 : 공부하기 싫어지는 때는 언젠가요?
오랜드 : 할 게 너무 많아. 그렇다보니 왠만해서 공부해서는 해도 몰라. 내가 열심히 한 것에 비해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뭐 했는지도 잘 모르는 느낌.
낭이 : 족보를 보면서 이것만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공부 시작하고 열흘에서 일주일 후면 시험을 봐야 하니까 결국 족보에서 맴돌고 있어요.
오랜드 : 우리 학교에는 학습부가 있어. 학습부 해서 힘들게 자료 만들었는데 학교 안나오고 그것만 복사해서 보는 애들이 나보다 시험 잘보고 그러면 짜증나지.
카레매니아 : 연애할 때, 아니면 정말 친한 친구들이 모일 때 못 나갈 때 그렇더라구요. 나가서 술 먹으면 공부 못 할 것 같고, 중간에 나오면 또 공부도 안되고. 애인이 이 공연 같이 보러 가고싶다 하는데 내 시험일정 때문이 어렵고 그러면, 공부하고 있으면서도 자꾸 생각나고.
낭이 : 생활 속에서 항상 시험에 집중하는 애들이 있잖아요.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간에. 여기서 뭐 찍어줬지? 뭐 나온다고했지? 이런 거 항상 찾고. 그런 애들이 늘 주변에 있으니까 나도 그래야 하나 싶기도 하고.
오랜드 : 공부랑 시험은 약간 다른 거니까. 그런데 시험에만 너무 포커싱 되는 게 있지.
낭이 : 항상 시험을 보면 드는 생각이, 족보 타면 알고, 족보 안타면 모르고.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살고 있는건가 하는 고민이...
오랜드 : 시험보는 기계야? 그런 기분. 본2때까지는 맞는 거 같아 시험 보는 기계.
낭이 : 요즘 생활을 보면 이게 나아지지 않을 거 같은 기분이에요. 적어도 레지던트 끝 날 때까지는 매일 피곤하고, 매일 할 게 산더미같고, 이런 생활이. 어른들은 그때만 지나면 된다고 하지만 그런 말이 실질적으로 위안이 되지는 않아요.
오랜드 : 그때 젊은 의사 포럼에서 정제닥선생님이 그런 말씀 하셨어. 그분은 목표가 좋은 의사가 되어서 주변에 도움 주는 사람이 되는 거였대. PK때 간호사랑 싸우거나 환자랑 싸우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되더라는 거야. 본래 목표를 생각해보면 저렇게 화낼 필요가 없는 건데. 왜 저럴까 싶어서 자기는 수련 받을 때 간호사랑 안 싸우기, 환자랑 안 싸우기 이걸 목표로 잡고 수련을 받으셨대. 그래서 딱 한 번 씩밖에 안 싸웠는데 자기가 열 받는거 다 참고 사는 거 보고 사람들이 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했다는 거야. 생활자체도 자기가 수술하는 기계 같고. 주변을 돌아보면 10년 뒤에 내 모습이 저 조교수님, 20년 뒤의 내 모습이 저 기러기아빠. 나도 똑같이 그러고 있겠다. 수술에 치여가지고 살고, 논문 때문에 바빠 죽겠고, 그런게 싫어서 자기는 새로운 걸 해야 되겠다 생각을 하셨대. 삶에 대한 근본적이 고민이나 고찰 같은 게 없이 이걸 이어나가다보면, 사람들이 하던대로 따라가다 보면 막 피곤한 인생을 살다가 끝날 거 같아. 
카레매니아 : 그래도 중간중간 재미있는 공부가 있는데.
낭이 : 모든 공부가 시험을 향해 가고 있잖아요. 그래서 재미를 느낀다고 동기부여가 되기에는 부족해요.
오랜드 : 공부가 뭔가를 충족시켜주지를 못하니까. 난 실습생이라 환자들 보니까, 그래도 아픈 사람들보면 아 그래도 공부해야지 그런 생각 들어.
낭이 : 해도 모른다는 생각에 팽배해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건 맞지만 그래도 똑똑하다는 사람들 모여 있는데 정말 해도 모를까? 끝까지 해서 진짜 모르면 곤란하잖아요?? 의사도 해야 되는데.
오랜드 : 그렇게 여겨 버리는 건 그 순간을 넘기는 합리화의 방편이라고 생각해. 공부에 의미 부여를 나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태까지 다니고 있는데 그래서 더 동기들이 좀 유별난애로 보는건 있어. 비꼬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해도, 나한테는 좋아. 힘들 때 더 잘 견딜 수 있는 것 같아. 뭐 교수님이나 레지던트한테 혼날 때 공부하면서 내가 배우기 위해 한 실수니까 내 스스로 용서가 되는 느낌. 내가 잘 못하고 그러면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더 잘 배우라고 혼내는 거겠지, 그렇게.
낭이 : 고등학교때도 사실 크게 고민을 안 하잖아요. 습관된 것 같기도 하고. 공부하다가 어떤 흥미로운 주제가 있을 때 그걸 확장시켜 갈 열의나 의욕이 시험 반복으로 인해서 다 사그러드는 것 같아요. 전 예과때 선배들 보면서 왜 저렇게 사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아무리 공부가 바빠도 그렇지, 운동 같은것도 안하고, 취미생활 하나 없고, 책도 안보고, 시사같은 데도 관심없고.
오랜드 : 아 진짜 매몰되어있는거.
낭이 : 저렇게 왜살지? 아무리 그래도 짬내서 지킬 수 있는 것들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본과생이 된 제가 그래도 하고 있더라구요. 선배들 하던 것처럼. 또 후배들 만날 때 하는 대화 내용이라거나 말투라거나 생활태도라거나 그런게 ‘난 절대 저렇게 안 될 거야!’ 라고 했던 그대로 제가 하고 있는 거에요. 저는 그게 너무너무 슬펐어요. 그걸 자각한 순간부터  자신이 너무 싫고 자기와의 약속을 못 지킨 것 같은 느낌. 그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카레매니아 : 그럼 저는 마음 맞는 친구랑 이야기해서 풀어요.
오랜드 : 그래. 나만 힘든거 아닌데 다른 사람도 다 힘든데, 그런 생각으로 정리되는게 수다 힐링의 핵심인 것 같아.
낭이 :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면 늘 결론은 ‘망했다.’로 끝나던데.
오랜드 : 그런데 이야기해보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안 바뀐다 이거. 그래서 의사가 되더라도 제네럴닥터같은 새로운 모델, 자기 삶을 많이 침해받지 않으면서도 자기 직업적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의대를 들어오기 전이든 예과때든 꿈꿔 본 적 있는 모습. ‘해리슨을 끼고 도서관에 앉아서 학문적 열의에 불타며 진지한 표정으로 밤을 지새우며 공부하는 본과생’.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살아가는 유니콘 같은 본과생이다. 현실은 시험에 치어 형광펜 잔뜩 문대놓은 족보만 들고 반쯤 감긴 눈으로 공부를 한다. 무엇이 현실과 이상의 거리를 이토록 멀게 한단 말인가.
가장 큰 이유는 의학의 방대한 양. 그로 말미암아 배운 내용을 알기도 전에 시험장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자주 반복되는 시험. 거기에 ‘성적으로만 말해요’ 식의 의대 특유의 분위기. 이 둘이 합쳐져서 자신의 가치를 시험지에 써낸 답의 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무의식중에 믿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하기 싫어도 공부하고, 공부해야한다는 자각이 없이도 어느새 공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는건 아닐까.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이런 구질구질한 생활이 1,2년 내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 앞으로 남은 본과생활, 인턴, 레지던트, 헤아려보면 까마득하기만 한 시간이 남아있는 것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다. 의대와서 공부하고 졸업해서 의사되면 폭풍간지나는 삶을 영위할 줄 알았건만.
완전한 해답이 되진 못하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극복법은 공부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내가 공부를 해야 할 궁극적인 이유- 돈, 결혼, 삶의 질, 적성, 뭐든지-를 찾고 내가 이 재미없고 궁금하지도 않은 사실들을 왜 머릿속에 넣어야 하는지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다. 최소한 ‘남들이 하니까’ ‘성적이 떨어지면 안되니’ ‘공부는 원래 해야 되는 거니까’ 같은, 스무살 넘은 사람이 대기에는 슬픈 이유를 대지는 않아도 되지 않은가.

 

만신창이맨탈/오늘도 지긋지긋한 차안(此岸)

진급에 실패한 당신, 떠나라 템플스테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연말, 모두들 크리스마스다 겨울 여행이다 들떠있는 동기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는 현민이가 눈에 들어온다. 해부학 C, 신경학 D, 생화학 D+…이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성적이다. 고딩 때는 나름 잘나갔던 자신감과 술과 술과 술로 보냈던 예과1학년때의 버릇이 믹스되어 나타난 유급이라는 이름의 사자(死者). 재수 끝에 그 좋다는 의대에 떡하니 입학하였는데 여기서 미끄러지다니…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자괴감이 목을 조여오는 것 같다. 작년에 유급하면서 군대를 갔던 준형선배가 생각난다. 나도 군대나 가버릴까... 그러기엔 인생의 황금기라는 공보의를 놓치고 싶진 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현민, 우연히 MDC 프로그램 ‘압지 어디가’에서 다섯 아빠와 아이들이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에 있는 현덕사에 템플스테이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이것다!’ 싶었다. 어차피 1년간 백수로 지낼 신세, 한 달 정도 절에서 마음을 다잡고 1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도 한일 월드컵 때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문화 관광 프로그램이 되었다. 사찰소개, 참선, 명상, 발우공양 등의 기본 프로그램에 특색 있는 테마를 준비한 사찰도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는 템플스테이 공식 사이트 www.templestay.com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현민이처럼 관광이 아닌 자기수련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없을까? 혹은 자기수련이 아니어도 조금은 특별한 템플스테이를 원하는가? 조재민 기자가 정리해 보았다.

경북 경주의 굴곡사. 이곳은 매년 2만 7천여 명이 다녀갈 만큼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템플 스테이이자 동시에 한국 전통 불가 무술인 선무도의 본산이기도 하다. 아침 공양을 마치면 선무도 수련 중 하나인 요가와 기공을 하고 108배로 나태한 삶을 돌아보며 참회하는 시간을 시작으로 굴곡사의 템플 스테이는 좌선중심인 다른 사찰과 달리 다양한 수련 과정이 준비되어 있다. 실제 1달 이상  골굴사에 머물며 선무도를 수련하는 이들도 10명을 상회하고 있는 부분은 선무도의 인기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광화문에서 약 1시간거리에 떨어져 있는 경기도 양주에는 숲 속 호수로 둘러싸인 천연(天然) 요새도량인 육지장사가 있다. 사찰 주변 수림(樹林)에서 품어 나오는 풍부한 피톤치드로 이미 유명한 육지상사는 1700년 전통의 다양한 건강비전을 일반인에게 보여주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소식과 단전호흡, 풍욕, 쑥뜸온구 체험, 뇌경락 추나 요법, 옥동회랑에서의 걷기 명상 등 체내의 맑은 기운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게르마늄 맥반석 옥돌과 쑥뜸 온구체험, 옥돌보행 및 모유정 체험 등 육지장사만의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에 있는 송광사처럼 조용한 템플 스테이가 또 있을까? 이곳에서의 템플 스테이 첫날. 모든 사람들은 이름이 아닌 ‘묵언’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목에 달게 된다. 4박 5일 동안 귀에 들리는 건 왁자지껄한 말소리나 웃음 대신, 공양 그릇에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조계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소리, 계곡 건너편 관광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정도이다. '오로지 입을 지켜라. 무서운 불길같이 입에서 나온 말이 내 몸을 태우고 만다. 일체 중생의 불행은 그 입에서 생기나니 입은 몸을 치는 도끼와 몸을 찌르는 칼이다.' 라는 법구경의 가르침을 느끼고자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송광사를 찾는다. 0년대와 2000년대에는 '서울대 들어간 사람도 송광사 수련법회에는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경쟁률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전남 해남 미황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찰에서 묵언수행 프로그램이 생겨 다행히 문턱이 낮아졌다고. 
진정한 하드코어버전의 수련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평창 월정사로 떠나라. 여기는 몇 박 며칠 수준의 템플‘스테이’가 아니다. 이곳은 학교다. 한 달 운영되는 월정사 단기 출가 학교는 시작부터가 하드코어다. 남자는 무조건 삭발을 해야 입학할 수 있고, 여성 행자의 경우는 선택적으로 삭발을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1800명 가까이 졸업생을 배출 하였고, 그중 10%는 졸업 뒤 실제로 출가하였다. 주지 정념 스님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은 본디 고락이 반반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밖으로 치닫는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울 때가 분명 있습니다. 그런 어려운 순간과 마주할 때마다 행자로서 새벽을 열었던 순수한 마음, 삭발염의 할 때의 간절했던 첫 마음을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라며 단기출가학교를 소개하였다.

 

박준형 기자/군대                                                                 
싸랑한다@동생들.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