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의ㆍ치의학 교육제도 개선계획’이 발표된 이후로 많은 의과대학들이 전문대학원 체제를 버리고 예전처럼 순수 의대 체제로 돌아간다고 공표했다. 특히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최근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의학전문대학원 폐지 후 의학 교육학제 운영계획안’을 논의함으로써 의대로의 전환 방침을 확정지었다.
의ㆍ치의학 교육제도 개선계획을 위해 구성된 개선위원회는 의사양성체제 종합평가 실시,병행체제 문제점 해소대책 마련 및 새로운 의학교육학제 검토를 목적으로 의․치의학계, 이공계,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17인으로 구성(위원장 :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되었다. 이들은 총 9번의 회의와 공청회를 통해 개선안을 확정지었다. 위원회는 제1안(대학자율로 의대, 의전원 중 하나의 학제를 선택하는 안), 제2안(새로운 의사양성학제로 통일하는 안) 중에서 제1안을 우선 건의하였다. 1안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각 대학에게 선택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2안은 의학교육과정 4년으로 하고 고졸자와 대졸자 모두에게 입학자격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안이었다. 위원회는 이 중 1안을 우선 건의한 것에 대해 “의․치전원은 다양한 학문배경을 가진 의사양성, 학생선택권 확대 등의 장점이 있으나, 교육기간 연장, 등록금 상승, 군의관 부족 및 이공계 대학원 기피 현상 심화 등의 문제점이 있고 다양한 의사양성학제가 의학발전에 도움이 되므로 전문대학원과 의․치과대학 중 대학 자율로 선택”하게끔 했다고 밝혔다. 또 두 안 모두 인턴제도 폐지를 통해 의사양성기간을 1년 단축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교과부는 개선계획에 따라 현재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대학은 8월20일까지, 의전원만 운영하는 대학은 오는 10월 22일까지 학제전환 여부, 학제전환 시기, 정원조정 계획 등 학제운영계획을 제출하게 했다. 현재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대학은 전체 41개의 의대ㆍ의전원 중 12곳이다. 의대-의전원 체제를 병행할 때부터 의대 복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던 서울대, 연세대 등을 비롯한 10개 대학은 의대로 돌아가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이 되지 않은 곳은 동국대와 충북대 두 대학인데, 동국대는 8월 말까지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교과부에 요청했고 충북대는 정원 문제 등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한 15개 대학 중 충남대와 강원대, 경북대가 의대로 복귀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으며, 가톨릭대와 조선대, 인하대 등도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끝나버린 정책... 도입 배경은?
의ㆍ치의학전문대학원 체제 도입의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1996년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의ㆍ치의학전문대학원을 명명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이돈희 교육부 장관이 법학·의학전문대학원 도입을 보고하며 의전원의 본격적인 도입 준비가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 의전원 첫 신입생을 받았다.
도입 준비 당시에도 각계의 반발이 많았다. 이공계에서는 학부생들이 모두 전공 이탈을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고 의학계에서도 입학 연령 상승, 기존 학부생들과의 갈등, 군복무 문제 등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BK21 사업 등의 연구비 지원, 법학전문대학원 인가 등을 빌미로 소위 반강제 전환을 유도했다. 결국 일부 대학들은 도입 초기부터 완전 전환을 하여 긍정적 결과를 바라기도 했고, 서울대를 필두로 한 다른 대학들은 50% 병행이라는 방법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앞으로의 남은 과제와 책임은?
의대로의 회귀 과정이 아주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교과부가 지난 3일 입법예고한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 개정안'에 따른 ‘의ㆍ치전원에서 의ㆍ치대학으로 전환하는 대학은 기존 입학정원 2명을 줄이고 학부 정원 1명만을 늘릴 수 있게 한다’는 내용으로 인해 정원 문제로 다시 차질이 생겼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하며 교육계를 비난했다. 또 최근 국방의학전문대학원 문제로도 교육계와 의료계는 다시 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반면 국회는 교육계말고 의료계도 의전원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정환규 박사는 의학계에 대해서 "의전원 단일화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뒤늦게 명문대학을 중심으로 의대 복귀론을 제기했다"며 "의학교육에 대한 스스로의 전문적 입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중원 기자 /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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