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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국회 통과

3월 11일 ‘의료분쟁조정법(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1988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건의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이는 공표 이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치고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의료분쟁의 유일한 해결책은 소송으로, 평균 26개월이나 걸리는 소송 기간과 만만치 않은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조정을 통해 4개월 안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환자가 조정을 신청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1회에 한해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어 길어야 4개월 안에 결론이 난다. 만약 조정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진다. 환자가 조정 절차를 원하지 않을 경우 바로 소송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법안의 핵심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의 무과실 보상(무과실 의료사고 보상)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형사처벌특례) △손해배상 대불제도 △의료배상공제조합 설치 등이다. 해당 법안은 의료사고에 따른 피해는 신속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에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뜻을 두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어떤 기관일까

의료분쟁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이다. 중재원에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와 ‘의료사고감정단’(이하 감정단)이 설치된다. 조정위는 5분의 2는 판사·검사·변호사로, 5분의 1은 비영리 민간단체 추천, 5분의 1은 보건의료인이 아닌 대학 부교수급 이상인 사람으로 구성된다. 의원들 중 실질적인 조사 활동을 위해 판사1명 그리고 변호사 또는 검사 1명을 반드시 포함한 5명이 조정부를 이룬다. 조정위는 의료분쟁의 조정과 중재, 손해액 산정 등을 맡는다. 감정단은 전문의 자격 취득 후 2년 이상 경과한 사람 또는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면허 취득 후 6년 이상 경과한 사람, 변호사 자격 취득 후 4년 이상 경과한 사람, 민간단체에서 2년 이상 임직원을 맡았던 사람들로 꾸려진다. 감정단은 의료분쟁 사실조사와 과실 유무, 인과관계 규명, 후유장애 발생 여부 등을 확인하는 일을 한다.

입증책임 전환 조항은 삭제,
형사처벌특례 조항은 포함돼

한편 시민단체는 의료분쟁조정법이 핵심은 빠진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송을 할 경우 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고인 환자에게 있지만 의료소송에서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병원이 폐쇄적이다 보니 증거자료 수집이 어렵고 병원에서 행해진 진료의 전체 과정, 의무기록의 내용 등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단체 등은 진료 과정에서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의사가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재원과 같은 독자적인 감정기구를 둔다고 해도 진료를 행한 의료인이 아니고서야 병원에서의 의료행위 과정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과실 유무와 인과관계를 규명하기는 어렵다는 것.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입증책임 전환 조항이 빠진 상황에서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의료사고 감정단의 주 역할을 맡을 의사들이 환자 보다는 동종업계인 의사에게 유리한 감정을 할 개연성이 크다”라 우려했다.
하지만 입증책임 전환 조항은 진료기피 현상이나 과잉진료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는 판단으로 폐기되었다. 의료계는 적극적으로 진료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며 환영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의료인과 환자의 불균형적인 상황이 악화될 뿐이라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쟁점 중 하나였던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최종 법에 포함되었다. 조정이 성립되거나 합의에 성공한 경우 보건의료인을 형사처벌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단 ‘피해자가 신체 상해로 인해 생명에 대한 위협이 발생하거나 장애 또는 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는 형사처벌특례 대상에서 제외했다. 피해자들이 고소를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조항이 포함된 사장 큰 이유. 형사 고소의 증가는 사고 위험이 큰 산부인과·흉부외과 등의 전공의 기피, 방어진료 경향 등의 현상으로 이어졌기에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포함된 것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금전적인 보상의 기회 확대될 듯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경우 미지급금에 대해 조정중재원이 이를 대신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비용은 의료기관이 부담하고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의 일부를 중재원에 지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고 보상에 의한 책임을 의사 개인이 모두 떠맡게 한 제도로 이는 안정적 의료 환경 조성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환자가 안정적으로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운전자보험이나 산재보험처럼 종합보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다고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중재원이 그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 분담비율, 보상 범위, 지급 기관 추가여부, 지급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예정. 현재 재원은 복지부와 의료기관이 분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천억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재원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피해보상이 가능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의 범위를 ‘분만’으로 한정한 것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며 “의료인의 과실과 무관하게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피해보상이라는 책무성을 고려할 때 ‘분만’ 이외의 의료행위까지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개원가, 먹고 살만한가

전국 41개 대학병원에서 매년 3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의사면허번호는 10만 번 대를 돌파하였다. 그중 극히 일부만이 대학 병원의 교수로 남고, 10%는 종합병원의 봉직의가 된다. 10% 정도는 병, 의원이 아닌 제약사, 보건관련 기관, 보건소 등으로 진출하며, 40%는 일반 병, 의원의 월급 의사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40%가 가는 길이, 현재 3만 명의 경쟁자가 있는 길이, 바로 개원이다. 그렇다면 이 개원가, 먹고 살만한가?

개원하는데 많은 비용 필요,
신용불량자도 상당수

개원을 하기 위해선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3~5억 원이 들고 작은 동네 의원을 차린다 해도 1~2억원은 필요하다. 수많은 경쟁 병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병원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실정.
하지만 이마저도 문 닫는 병, 의원이 많다 보니 은행권의 의사 상대 대출은 한도액이 줄어들고 이자율은 올라갔다. 씨티 은행은 닥터론 한도를 2년 전 5억원에서 3억원, 신한 은행은 3억원에서 2억5000만원, 하나 은행은 3억에서 2억원으로 줄였고, 국민 은행은 3억원의 한도를 유지하는 대신 가산 금리를 0.43% 올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확히 수치를 내보진 않았지만 의사와 한의사 중 20~30%가 신용불량자다.” 라고 밝혔다.

연평균 1700여개의 의원이 폐업

최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06~2010년 의원 표시과목별 개, 폐업 현황에 따르면 5년 동안 연평균 1700여개의 기관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2001개 의원이 개원을 하였고 1559개 의원이 문을 닫았다. 정신과와 산부인과의 경우에는 개원 의원보다 폐업하는 의원들이 더 많았다. 정신과의 신규 개원은 28개 기관, 폐업 기관은 34개였고, 산부인과도 개원은 50개 기관, 폐업은 93개 기관이었다. 의원급 의료 기관뿐만 아니라, 병원과 요양 병원의 폐업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병원의 경우 지난해 153개 기관이 폐업하였고, 요양병원의 경우 114개 기관이 폐업하였다. 이들 의료 기관들의 폐업 사유는 기타를 제외하고, 경영상의 이유가 750건으로 가장 많았다.

무너지는 영역 간 경계와
과별 정체성

이러한 상황 속에 각 과들이 진료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진료 영역의 절대적 기준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아과’에서 ‘소아청소년과’로, ‘진단방사선과’에서 ‘영상의학과’로, ‘마취과’에서 ‘마취통증의학과’로, ‘일반외과’에서 ‘외과’로, ‘임상병리과’에서 ‘진단검사의학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일례이다.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비뇨기과 개원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피부, 미용성형, 비만 등 비급여 진료에 뛰어들고 있다. 비급여 진료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수요가 끊임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원의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 내내 배운 전문 과목의 표기를 포기하고라도 일반 의원, 클리닉 등으로 개원하면서 비급여 진료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개원가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개원가 간에 진료 영역을 두고 다투는 일도 많다.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의 비중격만곡증 수술, 치과와 성형외과의 양악 수술, 이비인후과와 치과의 코골이 수술, 외과와 내과의 내시경 검사,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의 유방 질환, 요실금 수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개원의들의 이익 단체
설립될 예정

올해 4월 2일, 대한 의원협회 설립 추진 위원회(의원추)는 ‘대한 의원 협회 발기인 대회’를 개최했다. 의원추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개원의들의 이익 단체인 ‘대한의원협회’의 설립을 위한 위원회이다. 개인 의원의 열악한 진료 환경과 경영 수지의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전문 과목, 진료 과목별 이해에서 벗어나 대한 의원 협회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 자긍심을 되찾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자는 취지이다.

개원가 안정화가 가슴 뜨거운
의사들을 만들 것

어떤 이들은 국민 건강을 수호해야 할 의사가 자신들의 부만을 추구한다며 이러한 움직임을 비난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돈만을 바라고 의대에 온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환자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진정한 실력으로 환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러한 비전이 있기에 고된 수련 과정 속에서 온갖 혼란과 불확실함, 두려움, 무기력함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어질 때에도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양심적으로 환자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가슴이 뜨거운 의사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개원가의 진료 환경과 경제 상태가 안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당장의 적자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양심적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 의사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없애나가고 정부, 대중과 소통하여 더 내실 있는 파이를 만드는 것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공통 과제이다.

심유진 수습기자/단국
<jinshim@e-mednews.com>

변호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까닭은?

사법연수생 반대 성명에 이어 변호사들 집단 시위
사법고시와 로스쿨, 그 과도기에 선 법조계

법조계가 한창 뜨겁다. 법무부의 ‘로스쿨 졸업생 검사 임용안’을 둘러싸고 사법연수생들이 반대 성명을 낸 것에 이어, 변호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시국 관련 사안이 아닌 것으로 시위를 벌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로스쿨 학생들 역시 동맹 자퇴의 결의로 맞서는 등, 상황은 점차 가열되고 있다. 법조계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로스쿨 도입부터 한번 살펴보자.

시대적 흐름과 법조 일원화를
위한 선택, 로스쿨

로스쿨은 1920년대에 미국에서 자리 잡은 법학 교육 기관으로, 그 설립 요점은 법학을 배우기 전의 학부 4년간 다른 전공과목을 배운다는 점이다. 의료 소송에서는 의료에 전문가인 법조인이 필요하듯이, 사회의 다양화와 함께 새로 생겨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전공의 법조인을 만드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약 6~7년 전부터 로스쿨 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하여 2009년 첫 신입생을 받았으며, 내년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1기가 탄생한다. 한국 역시 사회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기 위함이었으며, 국가 인력 낭비를 초래하는 ‘고시 낙오생’을 줄이자는 취지도 있었다. 또한 변호사를 양산하여 대기업이나 부자 뿐 아니라 모두가 쉽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의 문턱을 낮추려는 계획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 법조계 내부에서는 지금까지도 큰 갈등요소가 되어온 법조일원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면도 있다. 현재 한국의 법조양성제도에서는 법과대학, 사법고시, 사법연수원을 거치며 성적이 좋은 소수의 연수생들만이 판검사로 임용되고 나머지는 주로 변호사 개업 쪽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는 판사-검사-변호사 간의 벽을 만들 뿐 아니라, 법조 경험이 없는 판검사의 무리한 재판이나 수사, 사법기관의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를 낳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그래서 판검사 임용 시 재조(사법부 및 검찰)와 재야(변호사) 등 법조계를 일원화 하는 것이 ‘법조일원화’이다. 법조일원화가 되면 풍부한 경력을 가진 변호사들이 판검사에 임용됨으로써, 다양하고 전문화된 사회적 요구가 사법과정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간접적 통제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법조계는
어디까지 왔을까.

 먼저 로스쿨 졸업생의 실무능력을 생각해 보자. 대개 사법고시생들은 4년의 법과대학 과정을 거치고, 평균적으로 3년 가량을 사법고시 준비에 집중하게 된다. 이후에도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의 강도 높은 실무교육을 받은 후 법조계로 나아간다. 하지만 로스쿨의 경우 법학과는 전혀 무관한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 3년을 거쳐 변호사 시험을 치면 된다. 9년과 3년, 양적으로도 차이가 나지만, 사법연수원보다는 법과대학과 비슷한 로스쿨을 졸업한, 기초법학도 배우지 못한 그들의 실무능력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도 다양한 전공분야의 사람들이 온다는 장점은 있지 않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 3년간 로스쿨 입학생 중 법학계열이 차지하는 비율은 34.38%, 37.65%, 심지어 올해에는 49.14%를 차지하여, 로스쿨은 사법고시 탈락자들의 패자부활전이라는 말마저 있을 정도다.
반절뿐인 비법학계열 출신도 자신의 전공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 전공 관련 경험이 많지 않은 학부 졸업자일 뿐이며, 많은 경험을 쌓고 로스쿨에 지원한 자에게는 “나이가 많은데 3년 후 변호사 시험까지 다 외워서 통과할 수 있겠느냐”와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로스쿨 입장에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전공에 경험이 많아도 나이가 많다면 애초에 로스쿨 합격 자체가 힘든 것이다.

그런데 법조일원화까지
지키지 않겠다고?

이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로스쿨화가 계속 진행되어 왔던 것은 그 도입 취지 때문이었다. 다양성의 추구와 법률의 문턱 낮추기 등, 시대적 흐름을 충실히 반영한 선택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결국 사법연수생과 변호사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은 법무부의 ‘로스쿨 졸업생 검사 임용안’이었다. 지난 2월 14일, 법무부는 로스쿨 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을 검사로 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젊고 우수한 인력을 판검사로 미리 선점하려는 법무부의 이 생각은 법조일원화에 위배될뿐더러, 원장의 추천을 받는다는 것은 권력이나 집안 등에 따라 추천되는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원장 추천제 대신 상위 10%로 기준을 바꾸었지만, 사법연수생들과 변호사들은 로스쿨 졸업생의 판검사 임용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직 5년 이상 지속될 갈등

로스쿨 졸업생 배출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이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로스쿨의 도입은 노무현 정권 말기에 정해졌지만, 사법고시와 로스쿨의 공존기간 동안 임용은 어떻게 할지, 새로이 생기는 변호사 시험은 어떻게 할지 등 세부적이지만 중요한 사항은 관련 당국이 모두 눈을 감았던 것이다.
의료계의 의전원화의 경우 2014년 이후 대학의 자율화에 맡김으로써, 사실상 의과대학으로의 회귀가 예상되고 있다. 그에 반해 아직 한창 전환이 진행 중인 법조계. 사법고시가 폐지되는 2017년까지는 사법고시 합격자가 나올 것이고 그 이후에도 2년간은 사법연수원생이 배출될 것이다. 동시에 내년부터는 로스쿨 졸업생이 나올 것이며, 결국 언젠가는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 로스쿨 출신이 맡게 될 것이다. 변화 후의 법조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

의료계 여풍당당, 그러나 현실은

의료계에 여풍이 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전공의 중 여전공의의 비율은 35.5%에 육박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의사협회 회원의 20% 이상을 여의사가 점유하고 있고,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의 여학생 분포 또한 30%를 넘어서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의료계 여성인구, 그러나 그들은 안녕한 것일까?

전공의 선발과정과 수련에서부터 출산, 육아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의사의 증가 비율에 비해 기본적인 시설, 처우 등 근무 환경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11월부터 3개월 간 대학병원 여전공의 3805명과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3·4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 1905명을 대상으로 한국여자의사회에서 실시한 전국 ‘의학전공 여학생과 여 전공의의 환경개선과 진로 결정을 돕기 위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문제를 절실히 보여준다.

기본적인 생활공간 조성 미흡…
성추행 위험까지

‘재학 및 수련 중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병원생활에 불편함을 느꼈던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70~8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여자 화장실, 수술실 내 여자탈의실, 여자 샤워실, 여자 당직실 부족 등 기본적인 생활공간 조성 미흡에 따른 것이었다.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일부 지방에서는 남녀 전공의의 생활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환경은 여성이 수련과정중 성희롱 또는 성추행에 노출되게 하는 위험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한 예방 교육 혹은 사후 상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서나 제도가 부실한 것도 문제이다. 조사 결과, 학생의 26% 그리고 전공의 20%가 본인이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하였고, 다른 사람이 성추행을 겪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역시 학생과 전공의 중 ‘그렇다’는 대답이 약 25% 내외였다.‘여성’과 ‘전공의’의 기로에 놓이는 여성 의료인 법정 출산휴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아, ‘다산=유급?’

‘여성’과 ‘전공의’의 기로에
놓이는 여성 의료인
법정 출산휴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아, ‘다산=유급?’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마취과 전공의였던 C씨(2년차)는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외과 수술 중 C-arm 등 방사선 노출이 심한 작업을 반복하는 일이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임신 4개월 무렵 병원에 스케줄 변경을 요청했다. 그러나 의국에서는 대체인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C씨는 건강한 출산을 위해 결국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전문의에게 주어지는 과중한 업무와 결원 발생에 대한 조처의 부재는 여성 의료인이 결혼과 임신, 출산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는 법정 출산휴가기간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법정 출산휴가기간인 3개월을 모두 채운 사람은 18.9%에 불과했고,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45~90일 미만의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도 채 쉬지 못했다는 응답 또한 6.7%나 됐다. 출산 휴가제도의 적용 횟수에도 문제가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출산을 장려하는 우리나라에서 ‘여성 의료인의 다산은 곧 유급’을 의미한다. 대한병원협회가 2009년 제정?공포한 현행 '전공의 수련규칙'에서는 여성 전공의의 출산휴가를 명시하면서도, 해당 여성이 피교육자라는 점을 감안해 1회 출산 휴가(90일) 기간만을 수련기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2회 이상 출산한 경우에는 1회 출산 휴가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만큼(최소 90일 이상) 추가 수련을 받아야만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이 같은 제도는 여성 의료인의 출산을 저해 하며, 이는 인구 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덴마크에서는 출산 휴가로 인한 공백으로 수련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병원의 상급연차로 이동하는 등 유동적인 전공의 수련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유동적 전공의 수련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여의사의 양육을 지원하는 병원,
약 7%에 불과해

출산 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병원에서의 주 1회의 당직 근무, 주말 출근, 진료 시간 외에 강의와 연구로 결국 지금은 입주 아주머니, 주 1회 살림만 하시는 아주머니, 주 3회 대학생 베이비시터 알바까지 동원해서 겨우 겨우 육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라는 여의사의 말은 병원에서의 과중한 업무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준다. 과중한 업무가 계속되는 병원 환경에서 개인이 양육에 대한 부담을 전부 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육 시설 관련 복지 정책을 진행 중인 병원은 단지 7%에 불과하다.  이들 병원에서는 병원 내에서 보육 시설을 직접 운영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타 업체에 위탁 또는 수혜 직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로 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북 마음 사랑 병원에서는 병원 내 ‘아이사랑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고, 대체 인력을 10% 마련하는 등 육아에 대한 뒷받침 노력을 시행 중이다.

제도 부실에 의해 나타나는
성차별 극복돼야

“출산포기 각서를 써도 좋으니 뽑아만 줬으면 좋겠어요.”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제도 미숙은 더 나아가 여성 의료인에게 ‘유리천장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여성의 전공의 선발과정에서 느끼는 성차별에 대한 조사에서 학생의 경우 94%가, 전공의의 경우 92%가 ‘그렇다’ 는 대답을 할 정도로 전공의 진입 시 성차별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전공의 선발 시 시험 성적이 좋다 하더라도, 면접시험에서 여성 응시생에게 결혼과 출산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캐어묻기도 하며, 이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전공의 선발 시 열외 시키기도 한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일부 수련 병원에서는 업무 공백을 우려해, 전공의 선발 시 여전공의들에게 ‘결혼 및 임신 금지 서약’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적이 좋아도 재수를 하고, 정원 미달인 소아과, 산부인과에 여성 의료인이 많은 것 또한 여성 기피로 인한 현상으로도 설명된다.

여성 의료인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 필요해

물론 현재의 병원 시스템 하에서 나타나는 도제식 의료 노동, 당직 등 초과 근무에 따라 여성이 갖는 체력적, 신체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여성 의료인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임신, 출산 시 제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 전문의에게 주어지는 병원 업무도 과중하며 임신, 출산 등으로 여성 의료인이 부재할 경우 업무를 맡을 대체 인력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곧 다른 의료인들의 상대적인 업무양 증가로 이어지며, 해당 업무의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지 않도록 한다. 이러니 병원 임원진이나 다른 의료인들이 신체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약이 없는 남성 의료인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여성 기피현상에 대하여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공의 업무량의 축소와 대체 인력 확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 여의사들의 근무 환경 개선, 설자리 마련을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에서의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의견 교환도 중요하다. 최근 제 3회 전국 여의사 대표 간담회에서는 ‘여의사 권익을 위한 결의문’을 통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관련 단체들의 여성임원을 30% 이상 확충하도록 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한국여자의사회에서는 여의사의 진로, 결혼, 학술활동 여건, 인권사항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설문조사 실시 후 대안 마련과 멘토링 제도 등을 실시할 예정에 있다. 소통에서부터 정책적 지원까지, 해마다 가하는 여성 의료인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 유지를 위한 체계적인 국가적 보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유라 수습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구제역 대란,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바이러스 기초연구에서부터 국내 축산업까지, 남겨진 과제 많아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126일 만인 지난 3일 사실상 종료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충남 홍성군을 끝으로 각 시·군 단위로 내려졌던 가축이동제한이 모두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번 구제역은 국내에서 사상 최장 기간 동안 발생했으며, 35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 되고 3조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등의 기록을 세웠다.
무엇이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만들었을까. 이번 구제역의 전개 과정 속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았다.

바이러스 습격사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에서는 구제역 뿐 아니라 신종인플루엔자, AI 등 바이러스성 전염병들이 전국을 강타했다. 그로 인해 전국민이 불안에 떨었고, 그 피해 또한 엄청났다. 가히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 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구제역 발생 기간이 길어진 원인 중 하나로 국내 바이러스와 백신 관련 연구 시스템의 부재가 지적되었다. 구제역 백신 생산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긴급 대응을 하려다 보니,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16% 정도 염기서열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외국 백신(O1 마니사)을 들여와서 사용한 것이다. 이 경우 바이러스 돌연변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백신의 효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감염인자들의 효율적인 예방, 통제, 진단,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연구 시스템과 독자적 백신생산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NIH(미국국립보건원) 관련예산 약 6조3000억원(2006년)인 반면, 한국은 239억원(2008년)에 불과하다. 또 고위험 바이러스연구에 필요한 Biosafety Level-3 시설의 경우 미국이 1400여개, 한국이 10개 내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바이러스 관련 연구기관 간의 R&D(Research and Development) 수행의 연계성 부족 및 바이러스 전문 연구기관 부재도 지적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작은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구제역 및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구제역 등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바이러스학 연구를 위해 Bio-safety level-4의 실험실과 ‘국립중앙미생물학 바이러스 연구소’를 건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하였다.

생매장, 그것이 최선입니까?

지난 달 CNN에는 우리나라에서 수천, 수만 마리의 돼지를 생매장 하는 영상이 보도되었다. 누리꾼들은 국가적 위상이 추락했다며 무자비한 살처분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었다. 국민들의 정서 뿐 아니라 이렇게 마구잡이로 살처분된 가축들은 2차, 3차 오염을 일으키며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매몰지 143곳에서 침출수가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악취를 발생시키며, 동물 기름은 지표로 떠올라 토양을 검게 오염시키고 있다.
이에 수의과학검역원 주이석 질병방역부장은 “감염동물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살처분)이 현재까지 알려진 안타깝지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80여 개의 지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된 후에야 살처분이 최선일 수 있다. 하지만 축산농가의 자율방역의식과 일관된 방역체계, 그리고 신속한 백신접종이 이루어졌다면 이렇게 많은 가축이 생매장 되는 일은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지난 12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구제역 및 AI 현황과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긴급 정책토론회를 열고 ▲축산 농가의 자율방역의식 정책수립 ▲살처분 및 백신접종의 상황별 병행 ▲구제역 확산 저지를 위한 군병력 조기투입 ▲검역검사청 설립 등 방역시스템의 일원화 ▲검역 검사청 내 전문연구소 설치 ▲가축 전염병 예방법 등 관련 법규 개정 ▲살처분 가축 매몰지에 대한 철처한 환경오염 관리 등의 사항을 강력히 건의키로 했다.

축산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이번 구제역 사건으로 뭇매를 맞은 곳은 또 있다. 바로 우리나라 축산업계이다. 문제가 제기된 가장 큰 이유는 가축 간 전염의 위험성을 높이는 벌집형 사육방식에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닭 한 마리를 키우는 평균 면적은 A4용지 3분의 2, 새끼돼지 1마리의 공간은 A4용지 2장 크기다. 어미 돼지들은 쇠파이프로 짠 케이지에 꼼짝도 못하고 갇혀서 새끼를 낳는 출산기계처럼 생활하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비좁은 공간에 많은 가축을 몰아 기르다 보니, 축사 환경은 최악이다. 축사 바닥에서는 가축들의 분변으로 인한 악취와 가스가 올라오고 축사 내의 온도도 높다. 이런 환경에서 운동을 하지 못한 가축들은 질환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전염병이 한 번 돌면 떼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점차적일지라도 꾸준한 축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제역이 남긴 사회적 메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구제역은 ‘인재(人災)’이며 그러므로 예방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예방, 예방이 최선이다. 어리석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그만 두고 바이러스 기초연구, 방역체계, 우리나라 축산시스템 등에 꾸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

하진경 수습기자/계명
<hajinkyeong@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