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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사의 상중고

95호(2013.10.17)/커버스토리 2014. 4. 23. 01:04 Posted by mednews

여성의사의 상중고

결혼과 출산, 육아로 되짚는 리얼리티

 

XX 염색체를 가진 의사라면 누구에게나 세 개의 페르소나와 세 가지 책무(?)가 존재한다. 전자는 의사/여성/엄마, 후자는 결혼/출산/육아이다.
혹자는 ‘아니 요즘 같은 여성시대, 알파걸 시대에 이처럼 가부장적인 요소가 많아 보이는 책무라니, 조선시대입니까?!’ 싶겠으나 한국에서 사는 여성 중 그로부터 흔쾌히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책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우선 결혼과 출산, 육아의 관점에서 여성의사의 삶이 대체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결혼기│

 

 

레지던트 A씨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인턴 B씨. 원내에서 만나 바쁜 와중에도 알콩달콩 의지하며 정을 쌓아와 서로 어렵지 않게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예를 들면 언제 식을 올려야 할지, 날을 잡는 데 고민이 태산인 것.  
‘여름은 병원 바쁠 때니까 안 되고, 9월은 A씨가 도는 파트가 바쁜 달이고, 10월은 내가 응급의학과를 도니까 안 되고. 그런데 인턴 때 해도 괜찮은 걸까? XX과는 여자를 잘 안 뽑는다는데, 결혼하고 지원하면 더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년은 레지던트 1년차라 더 하기 힘들어질 텐데...’
결국 병원 일정에 맞춰 결혼식 날짜를 정하고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둘 다 시간이 부족해 모든 준비는 웨딩 플래너에게 맡겨두었지만 그래도 여유가 없는 탓에 A씨는 일주일동안 못 감은 머리로 양복을 맞추러 나갔다. 신혼여행 휴가를 얻는 대신 여름 휴가는 모두 반납했고, 결혼식 당일 새벽까지 당직을 서야한다. 예비부부의 설렘은 잠시 접어두고 그저 급한 중환이 오지를 않길 바랄 뿐이다.

인생에 한번뿐인,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식. 서로 의논하며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지만, 여의사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고학력군인 여의사들의 결혼 적령기는 20대말, 30대 초인데, 이 기간은 보통 인턴 혹은 레지던트 수련시기로 결혼을 ‘구체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기본적인 준비를 모두 웨딩플래너에게 맡겨두는데, 나머지 혼수 준비에서도 여자가 선택 및 고민, 결정해야하는 부분이 많아 남자의사보단 여의사에게 작지 않은 부담이 된다.
결혼 휴가는 보통 1주일 정도 인데, 역시 순수한 축하는 없다(?). 당직을 미리 당겨 서두고, 본인이 바쁜 파트를 돌 때는 피하는 것은 기본이요, 해당 연도의 기타 다른 모든 휴가는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반납하는 것이 상도덕이다.
여자가 인턴일 경우 지원할 과에서 결혼한 여성을 배제하는지 여부도 중요한 걱정거리다.  과에 따라 남녀 혹은 기혼 여부에 대한 차별은 암묵적으로 존재하나 점차적으로 완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출산기│

 

 

레지던트 1년차 C씨. 어젯밤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 ‘출산 휴가는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예정일이 바쁜 기간은 아닐까.’ 라는 고민부터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Maternity leave-induced work loading’을 설명해야하는 게 벌써부터 두렵다. 축하해주는 동료들 얼굴에, 출산 휴가 때 넘겨받을 일 걱정으로 어두운 표정이 스치는 걸 본 것만 같다.
여하간 출산예정일이 다가왔고 출산 휴가를 신청했다. 병원 측은 입장은 이러하다. ‘출산 휴가를 줄 테니 여름 휴가는 내어놓으렴,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덧붙여 모두가 바쁜 기간에 출산 휴가를 다 쓸 거냐며 슬쩍 압박도 준다. 힘들어서 퀭한 동기들 얼굴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C씨의 마음은 덤이다.
한편 레지던트 1년차 D씨. 단 둘이서 파트를 돌고 있던 동기 C씨가 출산 휴가를 떠났다. 축하할 일이지만, 일주일 100시간씩 근무하는 마당에 ‘왜 하필 나야!’ 솔직히 원망스럽다. 아기가 크는 열 달 동안 그의 걱정도 함께 컸다. 당직기간도 두 배, 주어지는 업무도 두 배. 3달 동안 혼자서 업무 담당할 생각은 네 배로 막막하다. 휴가를 다 채워 쉬면 C씨에게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 것 같다.

의사사회에서 출산은 오로지 여의사의 몫으로 돌아온다. 결혼과 육아에 비해 여자 혼자 부담할 몫이 큰 것이다. 과도한 업무를 최소의 인원으로 겨우 버티는 의료현장에서 한 사람의 빈자리는 비우는 사람과 채우는 사람한테도 모두에게 심적, 신체적으로 큰 로딩이다.
현재 출산에 대해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기간은 총 3개월. 하지만 실질적인 기간은 각 병원의 각 과마다 천차만별이다. 수도권 지역의 몇몇 대형병원이나 기업병원의 경우만 출산 휴가 3개월을 보장한다.
6개월 전 시행된 병원평가에 출산 휴가 등 복지나 법의 적용에 대한 평가도 들어가게 되면서 점차적으로 3개월을 완전히 채워주는 추세이긴 하나 대부분 지방 및 중소 병원에선 출산 휴가를 내도 1달만 쉬고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소아과처럼 출산 장려 및 여성의사가 많은 과는 출산 휴가를 잘 이해해주는 분위기이지만 외과계열 같이 남성위주 및 업무가 많은 과에서는 ‘출산’과 ‘산후조리’를 이해시키는 것이 어렵다.
또한 휴가를 받으면서도, 일을 넘겨받을 동료들의 눈치를 보고 걱정하는 마음도 만만찮은 로딩이다. 축복 받을 일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 불성실한 업무수행력의 하나로 여기는 병원 측과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현실에 산모는 힘들다.

 

│육아기│

 

“오늘도 당직이네. 몸을 두 개로 나눌 수 있었으면...”
엄마와 의사의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E씨. 영아기의 아이와 엄마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학생 시절 소아과 시간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법적으로는 1년의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다지만 꿈도 못 꾸는 일이다. 아이는 가사도우미가 맡아주고 있다. 퇴근할 수 있는 날에만 아이를 보는데, 매번 훌쩍 커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보다 미안함이 앞선다.

“그래도 다음주엔 아이를 보러 갈거니까, 한 주만 버텨보자.”
화창한 일요일, 부교수 F씨는 학교로 향한다. 반대편 차선은 교외의 놀이공원으로 향하는 차로 꽉 막혀 속도도 못 내고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어제 저녁 유치원생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장모님 댁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를 바꿔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 이름을 깜박했다는 사실에 한숨만 푹 내쉰다. 장모님 댁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차로 3시간은 걸리는 곳이라, 2주에 한 번 밖에 아이를 못 보는 상황.

결혼과 출산의 고단함은 육아의 고단함으로 이어진다. 법적으로는 0-6세의 아이가 있는 엄마라면 누구나 1년간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지만,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다. 아이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또는 가사도우미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고 싶은 마음이야 엄마나 아빠나 같겠지만,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미안함은 여성이 느끼는 바가 다소 크다.
인턴, 레지던트의 험한 시절은 다 지났지만 부교수와 교수의 삶도 녹록치 않다. 잠 자는 시간만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바삐 일하며 교수가 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삶. 고단할 수밖에 없다. 여자 의사라면 양육은 불가능에 가까워 친정이나 시댁에서 아이를 맡아주게 된다.  남자 의사도 마찬가지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아버지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외식 한 번 하려면 온 가족이 병원 앞으로 찾아와야 한다. 저녁 먹고 나서도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다른 아빠, 엄마들은 아이 손잡고 공원으로, 동물원으로 놀러 다니는데, ‘아빠, 엄마 보러 가자’ 며 병원 앞까지 와야 아이 얼굴을 볼 수 있는 현실이 아프다.

 

많은 여성 의사들이 출산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이익을 당한 쪽이 오히려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 현실. 병원이나 교수와 적대관계를 만들어서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내가 일할 동안만 어떻게든 버티고 말지’라며 체념한다.
의학과의 여학생 입학비율이 증가해 40%를 바라보는 학교도 있고, 의전원은 여학생 비율이 50%를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 의사 사회에 여성의 숫자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거기에 남녀평등과 인권에 대한 사회의 의식수준도 높아졌다.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여 대한병원협회에서도 병원신임평가 항목에 여성전공의(인턴 및 레지던트)의 90일 출산휴가사용 여부를 평가기준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2개월이었던 휴가를 3개월로 연장토록 조치했다. 쉬쉬하며, 또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던 레지던트 선발과정에서의 여성 차별도 예전에 비하면 줄어드는 추세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일주일 80시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전공의 특별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에는 여성전공의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사항이 포함된다.

 

박상아 기자/을지 <ann1208@e-mednews.com>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의과대학의 세 번 째 입학전형
: 수시와 정시, 그리고 군대!

 

국가가 선발한 의대생, 군위탁교육생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0조(군보건의료인의 확보)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군보건의료인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고등교육법」 제4조에 따라 설립된 의과대학에 위탁하여 군의관을 양성할 수 있다.’라는 항목이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법률에 근거하여 서울대학교 · 연세대학교를 비롯한 일부 의과대학에서 군위탁편입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2013년 군위탁편입학 모집요강에 따르면 군위탁편입학 전형에 지원하고자 하는 자는 ‘국내 · 외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장교’이거나 ‘법령에 의하여 학사학위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장교’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취학 추천을 받아야 한다. 연세대학교 경우 역시 학사학위 소지자만 지원 가능하며, 국방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서울대학교와의 차이점이다. 2012년 국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위탁교육은 위탁교육생들은 수학하고자 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고, 대부분 서울대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두 대학의 입학전형이 사실상 주요 군위탁편입학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군위탁편입학 전형은 정원 외 전형으로, 2013년 모집요강에는 두 학교 모두 모집인원이 ‘약간 명’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정확한 모집 인원은 해마다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김광진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2년까지 100명이 군위탁교육을 받아왔으며, 2012년에는 모집인원이 20명으로 증대되었다. 군위탁교육생들은 주로 사관학교에서 선발되었으나 최근에는 ROTC에서도 선발된 사례가 있었다.
군위탁교육생들은 의과대학 본과 4년의 위탁교육과정을 무상으로 지원받으며, 대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난 뒤에는 일정량의 의무복무 기간을 채워야 한다. 의무복무 기간을 모두 채우면 전역이 가능하다. 군위탁교육생들은 대개 초급 장교 출신으로 군의관 복무시 동기생보다 통상적으로 2, 3년 정도 진급이 빠르다. 군의관의 최고위직(의무사령관)은 소·중장급 장성이다.
의대 위탁교육은 선발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부대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선발심의위원회는 100점 만점으로 지휘관평가와 근무평정, 학사학위 성적, 수능성적, 면접, 선발심의의 항목으로 평가기준을 설정하여 군위탁교육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군위탁교육 선발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쟁률도 2~10:1로 해마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위탁교육생들은 의대생임과 동시에 군인이므로 군인으로서의 의무 역시 계속 유지된다. 군위탁교육생들은 해마다 정기 체력검정을 받아야 하며, 분기별로 국가안보관 및 군인복무규율에 대한 교육을 받을 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방학 중에는 해당 부대 및 국군수도병원에서 실무자 교육을 받게 된다. 의대 졸업 후에는 인턴 ·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나서 야전 군부대 의무대 및 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한다.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

무엇이 의대생을 보수적으로 만드는가?

 

보수성을 조장하는 일상 속 숨은 장치들

 

지난 대선기간, 의사들의 포털 사이트인 닥플닥컴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가’를 주제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69.4%의 의사들이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는다’ 에 투표 하였고, 이에 닥플닥컴 측은 의사들의 중도, 보수적인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하였다.

2009년 부산의사회 회장으로 취임한 정근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보수적인 단체로 꼽히는 의사회가 40대인 저를 회장으로 뽑아준 것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강한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로 취임 1주년이 된 노환규 의협 회장. 그는 인터뷰에서 “경제적인 의료보다 최선의 의료를 선택해야 하는 의사들의 속성상 진보보다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성향이 있다”고 의사 집단의 성격을 밝히면서 진보의 순가치조차 외면하지 않도록 촉구하였다.

인터넷에서 ‘의사’와 ‘보수(적)’를 키워드로 검색하였을 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보도 자료들이다. 굳이 언론 매체나 객관적인 수치에 의지하지 않고라도 의사와 보수성을 연결 짓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몇몇 진보 성향의 의사 단체의 활동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경우가 있었지만, 대중의 인식에는 “그래도 의사는 보수적이다”가 참인 명제 마냥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사전은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 라고 보수주의를 요약한다. 그럼 의사로 하여금 “변화를 피하고 현체제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갖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노환규 회장의 발언에서처럼 “경제적인 의료보다 최선의 의료를 선택해야 하는 의사의 속성” 때문 일 수도 있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 갖는 천성일 수도 있으며, 전문직의 공통된 특징이라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보수적인 의사는 의사라는 직업이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사회문화적인 시각에서 직업이란 공동체가 요구하는 역할을 그에 맞는 개인에게 부여한 것이다. 고로 직업을 선택한다는 능동적인 행위 이면에는 사회에 길들여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라는 산업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의 표현처럼 의사가 되어가는 사회, 즉 의대 내에서 우리는 보수성을 알게 모르게 배워가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하여 의대 생활에 있어 보수성을 조장하고 있는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 족보, 술자리, 의대 신입생 때의 인사 예절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시험기간은 타과와 구별되는 의학과만의 특징을 가장 두드러지게 살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차이가 바로 족보이다. 가깝게는 최근 3개년, 심하게는 그 이전의 족보까지 고이 물려받은 후 각 학년의 족보 편집단에 의해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답뿐만 아니라 자세한 해설이 족보에 추가되기도 한다. 족보의 유형도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기출 문제 족보에부터 시작해서 기출 된 내용을 정리한 정리족보, ‘호시탐탐 파트라슈’로 대표되는 암기족보도 있다. 이렇게 정리된 족보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학년 전체에 일괄 배포된다. 시험에 임하는 모든 학생들은 ‘최소한 족보라도 다 맞자’ 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며, 본1에게 ‘교과서보다 족보나 먼저 봐라’ 라는 선배의 조언 또한 누구나 인정하는 ‘족보’가 되어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족보는 ‘물려온 자료’ 라는 속성과 공부방법의 다양화를 막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인간의 보수성에 대해 발생학적인 접근을 했던 독일의 사회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르놀트 겔린은 천성적으로 다른 동물에 비해 신체능력이 떨어진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생존 가능하다고 증명된 습관을 수용하면서 공생한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획일화 되고 안정화 되며 관습이라는 이름을 거쳐 제도로서 정착된다. 이런 제도의 와해가 인간의 두려움이고, 보수적인 성향 또한 여기서 기인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을 의대 공부에 적용해 본다면, 족보는 엄청난 학습량이라는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나온 증명된 관습이라 할 수 있고, 이 관습 속에서 공생을 추구하는 점에서 겔린의 이론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보수주의자들은 사회적 현실은 역사적 접근을 통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현재란 과거가 도달한 가장 최근의 지점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전통적인 보수주의 관점이다. 반대로 진보주의자에게 현재는 단지 미래의 출발선일 뿐인 것으로, ‘타고난 상태 그대로를 존중하자.’는 루소의 말대로 천성적인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격이 강하다. 족보는 경험과 공생을 직관과 다양성보다 중요시함을 상징하는 의대생의 아이템이고, 이런 점에서 보수성이 의대생에게 스며들 계기로 작용했을 여지가 크다.

의예과에 입학 할 때부터 국가고시를 보고 의사가 되기까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대생의 눈과 귀에 수없이 많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로 시작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인류 봉사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구절로 시작된다.
“나는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그리고 6번째 항목은 동업자를 대하는 마음에 대해 언급을 한다.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대하겠노라”
기원전부터 선서라는 엄격한 형식으로 전해 내려온 사제관계와 동기애는 의대 문화를 군대에 비교되게끔 한다. 물론 군대에 비할 수 는 없겠지만 엄격하고 통제적인 의대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온 의전원생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배우는 ‘의학관에서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라’ 라는 문화,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술잔돌리기와 같은 특유의 술자리 문화 등은 의대와 다른 대학의 대표적 차이점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든, 의대생들의 술자리에서든 의대는 ‘우리’의식을 보여주는 문화가 많다. 이런 문화에서 짧게는 6년, 길게는 수십년간 부지불식간에 보수성을 배워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원민 기자/경희
<science50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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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폭행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의 전공의들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위한 “전공의특별법” 제정

 

지난 9월,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1년차가 투신했다. 정확한 사인은 나오지 않은 가운데, 그의 지인은 그가 “평소에 운동 좋아하고 성격 쾌활하고 공부 열심히 한 친구”라며 “지난 여름에 만났을 때 진짜 힘들다고 한번 하소연하긴 했었는데 그걸로 자살한다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최근 출산 휴가 등으로 인한 인력 공백 문제가 있었고, 상위 연차 슈퍼바이저가 없이 근무함에 따라 고인이 업무를 힘들어 했다”는 동료들의 진술을 전하며 “한 사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의료의 미래인 젊은 의사에게 일어난 비극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전공의특별법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발언했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마취과 전공의가 돌연사 했던 것. 이와 같은 전공의 사망사건들으로 인해 “전공의의 근무환경”에 자연스레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근무시간은 주당 40시간 근무 + 연장근로 주당 12시간이지만 휴일근로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 9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추진됐다.
그런데 유난히 전공의의 근로시간을 주당 80시간이하로 제한하겠다는 “전공의특별법”이 따로 추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전공의는 ‘보통’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공의는 굳이 정의내리자면 “수련받는” 근로자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유럽은 48시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법에는 이러한 피교육자이면서 근로자인 근무자들을 위한 내용이 명시되어있지 않다.
법으로 규제할 만한 조항이 없다보니 대다수의 수련병원은 “수련(교육)시간”을 핑계로 전공의들을 연장근로 12시간 이외에도 수십 시간이나 더 근무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윤수, 이하 병협)에서 지난 8월에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전공의 1인당 주당 평균 91.8시간씩 수련받고 있음을 인정했다. 또한 이는 인턴의 수련시간은 반영되지 않은 것인데, 2010년 대한전공의협회(이하 대전협)에서 조사한 설문자료에 따르면 인턴의 주당 평균 수련근무시간은 137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특별법에 대해 병협은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특별법 제정 시 필연적으로 수반될 대체인력 및 추가인력에 대한 비용보상 방안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병원들이 감내하기 어려우며, 진료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협은 전공의 수련근로시간을 주당 80시간 (교육적 인정 필요 시 추가 8시간) 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전공의특별법을 반드시 추진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전협(회장 장성인)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의료계 내부에는 전공의 특별법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은 현재 전공의의 인권뿐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전공의가 의술을 펼칠 미래 사회와 그 대상이 될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우려에 대한 부분도 조언과 도움으로 받아들여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이루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는 병협, 의학회, 대전협 등과 주당 최대 수련시간(4주 평균 80 시간+교육 목적 위해 8시간 연장 가능), 최대연속 수련시간(36시간 초과 금지, 응급상황시 40시간까지) 등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핵심항목에 대해 합의하고,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의료현장 인력 부족 예방을 위해 대체인력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TF를 운영해 금년 중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각종 폭행의 사각지대에 놓인
전공의들

 

지난 7월 11일, 부산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보호자가 전공의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보호자가 부인의 소변검사 처방을 요구했으나, 전공의가 절차상 맞지 않는다며 거절하자, 보호자는 수차례 폭언을 하며 전공의에게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가운데 전공의는 폭력적인 환자 및 보호자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전공의에 대한 폭력은 교수나 윗년차 전공의들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2007년 아주대 의료원, 2008년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 2012년 을지대병원 등 수련병원에서도 전공의 폭행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대전협에서 공개한 전공의 631명을 대상으로 한 폭언 및 폭행 경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련 받는 동안 직접 혹은 간접적인 폭언 및 폭행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려 45.01%의 응답자가 ‘있다’라고 답했다. 폭언 및 폭행을 행한 대상으로는 상급전공의가 39.1%로 가장 많았고 교수가 27.9%, 환자의 보호자가 21.5%, 환자가 10.3%로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0년 제18대 국회에서 전현희 의원이 ‘폭행방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으나,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대전협은 빈번하게 제기되는 폭행 민원에 관련하여 “환자의 가장 가까이 있는 의사가 바로 전공의다. 더 이상 이들이 맞고 욕먹고, 심지어 그에 대한 인간적인 사과와 보상조차 받지 못하게 강요받게 놔 둘 수 없다. 대전협은 앞으로 폭행 사건에 대하여 단호하게 법적 대응을 하고, ‘폭행사건 대응지침’을 만들어 전공의의 인권과 사회의 정의 실현을 도울 것이다”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

카레(Care)사건을 통해 본 의학 디스(diss)의 세계

 

▲ 과거 허현회 트위터 캡쳐. 허현회 작가는 얼마 전 트위터를 탈퇴하였다.

 

의학비평작가 허현회는 의학 내의 논리보다는 다른 패러다임 내에서 비판해야

 

몇 달 전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의학비평작가 허현회가 타임지 기사에 ‘health care’에서 ‘care(돌봄)’을 음절을 나누어 카레(ca-re)라고 해석을 해서 ‘health care’를 건강에 좋은 카레로 판단해서 자연음식인 카레가 관절염을 치료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 이후 허 씨의 글에 대한 네티즌들은 카레라는 단어를 이용해 디스(diss)를 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의학비평작가를 자처하며, 현대의학의 권력화와 병원과 의사들의 탐욕의 실체를 밝혔다고 주장하는 그의 책인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는 수 개월 동안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대한의학회 차원에서 반박하는 성명, 건강 서적 출판으로 대응하고 신문사에서 관련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 책의 몇 가지 대표적인 주장들 중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CT scan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책 내용을 먼저 소개한다.

 

CT 촬영 조영제는 발암물질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데이비드 브레너와 에릭 홀은 CT 촬영시 발생하는 방사선 때문에 암이 유발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들은 전체 암환자 중 2~3%정도는 CT촬영에 의한 방사선이 원인이라고 한다. 반면 CT 촬영으로 암 등 질병을 찾아낼 가능성은 1.5~2%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CT 촬영을 받는 사람 3명 중 1명은 촬영이 필요 없는데도 의사의 무지와 탐욕으로 CT 촬영이 시행된다. CT촬영 조영제는 CT 촬영시 복용하는 조영제도 백내장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를 일으키기도 하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암, 뇌졸중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병원을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p59).

위의 발췌한 부분의 글의 인용에 따라 근거가 된 자료를 찾아보았다. 먼저 ‘CT 촬영으로 암 등 질병을 찾아낼 가능성은 1.5~2%밖에 되지 않는다.’는 부분은 인용된 신문기사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It has been estimated that about 0.4 percent of all cancers in the United States may be attributable to the radiation from CT studies. By adjusting this estimate for current CT use, this estimate might now be in the range of 1.5 to 2.0 percent.”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과거 CT와 암에 대한 연구에서는 미국의 전체 암 중에서 0.4%가 방사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었고(be attributable to the radiation), 최근 CT 사용을 바탕으로 할 때 방사능에 의한 전체 암의 발생 중 1.5~2.0%정도 기여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허 작가의 글은 ‘CT의 방사선에 의한 암 발생의 기여가 1.5~2%로 추정된다’는 말을 ‘CT가 암 등의 질병을 CT촬영으로 찾아낼 가능성이 1.5~2%’라 잘못 해석하여 황당한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의 해석이 맞다 하더라도 그가 인용한 신문기사의 원 논문을 찾아보면 ‘저자들은 아직 생태학적 연구로 CT의 방사선과 암의 발생률과의 연관관계가 어떤 특정 연구 디자인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최근 발표된 CT에 의한 암 발생에 의한 사망의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역행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body CT scan으로 인한 암으로 사망할 위험률은 0.1%로 나타났으며 젊은 성인들의 body CT scan으로 인한 사망할 위험은 다른 사망요인에 비해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래의 표는 허 작가의 대표적인 책 2가지의 참고문헌에 제시된 인용 문헌의 분류를 해본 결과이다. 두 책 모두 인터넷 페이지가 40%이상, 단행본은 약 30%, 신문기사나 뉴스가 10~20%를 이루었다. 반면 의학 논문은 10%이내, 무작위 임상시험, 체계적 고찰 논문, 가이드라인 등은 약 1%에 불과하였다. 특히 인터넷 페이지를 인용한 경우 일부 인터넷 페이지는 현재 접속이 되지 않는 등 참고문헌으로서 부적격한 경우가 많았다.   

1) 21,945명의 환자를 5.5년 추적한 결과, (Zondevan et al., 2013)
2) 혈청크레아티닌(sCr) 증가율 >25% 기준,  sCr 증가> 0.5 mg/dL 기준으로는 2.77%

 

문선재 기자/중앙
<mgstoner@naver.com>

 

의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동성애

 

 

9월 7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결혼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영화감독 김조광수(48)과 영화사 대표 김승환(29). 수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에 참석해 새로운 커플의 탄생을 축하했지만, 예식 도중 동성결혼 반대자가 인분을 투척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또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인권단체와 종교단체가 동성애 지지/반대 집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성애’코드가 단연 화제다. 동성애 인권운동은 과거에 비해 훨씬 거세어지고 있고, 또 TV, 드라마 등의 각종 매체는 매일같이 동성애를 재조명하고 있다. 동성애에 관련된 쟁점이 부각될 때마다 인권계·예술계·종교계·학부모계는 연일 전혀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또 학문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예를 들어 법학분야에서는 결혼을 양성의 육체적·정신적 결합으로 정의한 헌법과 민법의 타당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고가고 있고, 또 사회학 분야에서는 이렇게 양성화된 동성애가 사회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과연 무엇일지를 활발히 탐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학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의 진단기준 목록인 DSM을 2판에서 3판으로 개정하면서 동성애를 정신질환의 범주에서 삭제했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므로, 의학이 다루는 문제가 아니라는 공식적 선언이었다. 그렇다면 의학은 정말로 동성애 문제에서 ‘손을 털어버린’것일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여러 동성애 관련 쟁점에서 의학적 지식과 판단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과연 동성애가 유전에 의한 것인가, 혹은 환경에 의한 것인가이다. 이 쟁점은 동성애 논란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왜냐하면 동성애가 타고난 것인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동성애의 음란성, 동성애의 이성애로의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한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계는 동성애가 환경에 의한 것으로서, 인간의 타락이 점점 심화되어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형태의 악행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그렇게 동성애가 후천적으로 획득된 형질이라면, 이성애로의 교정 역시 가능하다고 이야기해왔다. 반면 인권계에서는 동성애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각인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을 탓해서는 안 되고 이성애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동성애의 연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몇 가지 분명히 밝혀진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동성애는 크게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형태와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형태로 나뉘는데, 이 두 가지 형태의 동성애의 발생원인은 서로 다른 것 같다는 것이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성향의 경우 대단히 어린 나이에 결정되고 그것이 고정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유전적인 문제인지, 출산 전의 모체의 자궁 내에서 결정되는지, 혹은 출산 이후의 여러 환경적 요인의 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어렸을 때의 성적 학대를 받았는지의 여부, 그리고 부모가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여부는 성적 정체성의 결정과 관련이 없다고 밝혀졌다.

반면,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경우는 환경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동성애는 정치적, 사회적 이념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또 그들의 성적 정체성을 그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이성애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남자 동성애자들보다 큰 것처럼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남자 동성애자들은 이성 간의 성행위가 묘사된 포르노를 보고 흥분하지 않으나, 여자 동성애자들은 이성 간 성행위가 묘사된 포르노를 보고도 동성 간 성행위가 묘사된 포르노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흥분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만 여자 동성애자는 남자 동성애자들보다 그 수가 적고, 또 연구논문의 수도 적어 과연 이 연구결과가 신빙성이 있는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태이다.

둘째로 동성애와 에이즈의 연관성을 살펴보자. 2010년, 동성애를 다룬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방영될 때, 참교육 어머니 전국 모임은 “‘인생은 아름다워’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책임져라”라는 다소 선정적인 내용의 광고를 조선일보에 게재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흔히 동성애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동성애를 에이즈와 연관시키는 시도를, 반면 인권계에서는 동성애와 에이즈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계속 해왔다.

대부분의 의대생이 이미 알고 있듯 동성애와 에이즈는 근본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동성애를 한다고 에이즈가 걸리는 것도 아니고, 에이즈 환자가 전부 동성애자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남자 동성애자 집단이 에이즈 환자군중 상대적으로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한쪽이 에이즈 보균자일 때, 질을 통한 성행위로 에이즈가 전염될 확률보다 항문성교로 전염될 확률이 훨씬 더 큰 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0월 현재, 러시아 하원에서는 에이즈 감염 방지를 위해 동성애자들의 수혈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동성애자 수혈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동성애 문제는 지구촌 전반에 있어 뜨거운 감자이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동성애 문제의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박형수 기자/아주
<peter10cjswo@naver.com>

 

군대에 산부인과 의사가 필요한 이유

 

 

올 2월, 강원도 인제군에서 임신 7개월의 여군 이신애 중위(28)가 조산(早産) 끝에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주 사인은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뇌출혈. 조사 결과 이 중위는 만삭의 몸으로 하루 12시간 넘게 과로했으며, 평소 임신성 고혈압을 앓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의사들은 이 중위가 산부인과에서 기초적인 산전관리만 받았더라도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군의관 2,000명 중
산부인과 전문의 5명뿐

 

전국 16개 국군병원 중 산부인과가 설치되어 있는 병원은 5개에 불과하며 그나마 서울, 대전 등 대도시에 위치한 병원에 한정돼있다. 2,000명에 달하는 군의관 중 산부인과 전문의는 5명뿐이며 강원도 내에 위치한 4개의 국군병원에는 산부인과 군의관이 없다. 군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66개 민간병원과 의료협력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군 위수지역(군인이 복무 시 주둔하는 지역) 대부분이 외져 의료 취약 지구인 곳이 많아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중위가 근무하던 강원도 인제군의 경우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자체가 없다. 따라서 국군병원 이용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민간 산부인과도 군 위수지역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진료가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여군 의료에 대한 인식 부족 …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사후에도 과로 인정하지 않으려해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이 중위가 속한 대대의 인사이동이 이뤄지면서, 업무량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후임자도 없는 상태에서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1시가 넘어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분만이 임박하여 통증이 심해졌을 때, 이 중위는 우선 한 시간 거리의 속초에 위치한 작은 병원을 거쳤으나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해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춘천까지 이동해야 했고, 조치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중위는 679g의 남자아이 봄봄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군 당국의 여군 의료에 대한 부족한 인식은 사후 처리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육군본부는 이 중위의 죽음을 “군 복무와 사망의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결정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대째 군인의 길을 걷던 이 중위의 마지막은 쓸쓸했다. 잊혀지는 듯 했던 이 사건은 언론보도에 이어 권익위가 과로로 인한 순직으로 인정할 것을 군에 권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육군본부는 재심의 회의를 열어 이 중위의 순직을 인정하기로 결정했고, 국립묘지에 안장하기로 했다.

 

전국적인 ‘분만취약지’ 48곳…
대부분 외진 곳에 위치한 군
시설로 인해 현실적 해결 어려움

 

책임은 과연 군 당국에만 있는 것일까. 2012년 이루어진 조사에 의하면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인제군 같이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시,군,구는 55개에 달한다. 그 중 48곳은 분만이 가능한 병원에 가려면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이동해야하는 ‘분만취약지’로 분류됐다. 이런 현실은 바로 산모 사망 등의 부작용으로 연결된다. 2007-2008년 강원지역의 산모사망률은 10만 명 당 34.6명으로 중국, 우즈베키스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이후 이 중위를 분만취약지에 복무하게 한 군 지휘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으나, 국방부는 대부분의 군 시설이 분만취약지에 위치해 있어 현실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돼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2013년 전국 대학병원 산부인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78%에 그쳤다. 의사들이 날로 근무조건이 악화되는 산부인과의 지원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에 대한 국가의 시정노력은 전무한 상태다. 정부는 사고 이후 산부인과 군의관 확충, 산부인과 공중보건의의 군 위수지역 배치 등의 재발방지책을 마련했으나 산부인과 전문의의 배출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여군 1세대인 피우진 예비역 육군 중령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성 보호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의무’라며 여군이 여성으로서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촉구했다. 현재 3군내의 여군은 8300명에 이르고, 국방부는 여군의 비율을 현재보다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산부인과에 기피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피 중령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이 될 공산이 크다. 

 

박형수 기자/아주
<peter10cjswo@naver.com>

딱딱한 판례, ★을 위주로 말랑말랑하게 읽으세요!

 


의료법위반


[대법원, 2010도1388, 2013.4.11.]<사건의 전말>

① 피고인 의사 A는 몇몇 내원한 환자들을 진료한 후 ‘살 빼는 약’을 처방해주었다.
② 그 후 A는 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전화상으로 환자의 용태를 듣고 ‘살 빼는 약’을 처방해주었다.
③ 검찰 측에서는 ‘자신이 진찰한 의사’ 혹은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닌 자가 처방전을 발급하였다 판단하여 의료법위반으로 형사고발하였다.

 

<1심 및 2심의 판단>

①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만에 의한 진찰은 2007. 4. 11 개정 후의 의료법 제 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② 피고인 의사 A는 이전에 1회 이상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은 환자들에게만 ‘살 빼는 약’을 처방했다고는 하나 그 이후 ‘살 빼는 약’을 처방받은 환자들과 전화 통화를 통하여 진료하는 등의 행위는 ‘직접 진찰’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③ 위와 같은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피고인 의사 A의 의료법위반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① 피고인 의사 A의 처방전 발급행위는 개정된 이 사건 조항이 시행된 2007. 4. 28. 이전과 이후의 기간에 모두 존재하므로, 그 각 행위가 이 사건 조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의료법 개정 전후의 이 사건 조항을 따로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
② 2007. 4. 11. 개정 전의 구 의료법 제 18조 제 1항에서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처방전 등의 발급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③ 2007. 4. 11. 개정 후의 의료법 제 17조 제 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바뀌었는데, ★개정 전 ‘자신이 진찰한 의사’의 의미와 개정 후 ‘직접 진찰한 의사’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③-⑴ 그 이유는 개정 전 후의 의료법 동일 조항을 비교해 본 결과, 의료법 제 17조 제 2항과 제 3항 그리고 제 4항에서 쓰이고 있는 ‘직접’의 의미를 ‘자신이’ 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③-⑵ 또 다른 이유로 개정 후 제 17조 제 1항에서는 ‘직접 진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같은 의료법 제 34조 제 3항에서는 ‘직접 대면하여 진료’ 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같은 의료법 내에서도 두 용어의 의미가 서로 다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④ 위와 같이 개정 전 구 의료법 제 18조와 개정 후 의료법 제 17조 어느 것이나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⑤ ★따라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상 전화 진찰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⑥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전화로 1회 이상 내원했었던 환자를 진료하여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며, 원심에서 피고인 의사 A에게 의료법위반을 인정한 것을 파기하라고 명령하였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

 

1)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조산한 의사 등이 아니면 출생·사망 또는 사산 증명서를 내주지 못한다.
2) 의사 등은 자신이 진찰하거나 검안한 자에 대한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3) 의사 등은 자신이 조산한 것에 대한 출생·사망 또는 사산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4) 범죄와 형벌은 법률으로 정해진다는 원칙. 흔히 “법률 없이는 범죄와 형벌도 없다.”는 격언으로 회자된다.

 

 

>>> 최신논문

 

하루 만에 암 전이·진행단계까지 판별 가능


조만간 암 환자의 단백질을 키트(kit)로 분석해 암의 전이 여부와 진행단계, 예후까지 진단할 수 있게 됐다. 가천대 길병원 이봉희 교수팀은 단백질을 특수 염색해 세포 내 단백질의 위치와 앞으로의 경로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암의 진행단계와 예후를 판별하는 분자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조직검사를 통해 종양이 악성인지 양성인지 여부만 판별 가능 했으며 이마저도 결과를 알 때까지 약 일주일이 걸렸지만, 공동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키트를 활용하면 단돈 10만 원으로 하루 만에 암의 전이 가능성 여부와 예후를 비롯,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연구팀은 “뇌종양 환자 400명의 조직을 떼어내 키트로 특수염색을 해 본 결과, 염색된 단백질이 세포핵에서 세포막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통해 암세포의 위치와 예후를 판별해내는데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뇌종양 의심환자의 혈액이나 소변을 이용해 종양의 예후를 살피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죽음의 마을 ‘내기마을’
암 주범 드디어 밝혀내


암 환자가 속출했던 전북 남원시 내기마을의 식수에서 기준치의 최고 26배에 달하는 방사성물질 라돈이 검출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기마을 내 6곳의 지하수를 분석한 결과 최저 2478.27pCi/L(피코큐리·방사성물질 측정 단위)에서 최고 7663.71pCi/L의 라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환경청 음용수 권고 기준(300pCi/L)의 8~26배에 달하는 수치다. 라돈은 암반·토양·지하수 등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자연방사성물질로, 폐암과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내기마을은 29가구 57명이 사는 작은 시골마을로 2009년부터 폐암·식도암·방광암 등 암 환자 12명이 발생했다. 내기마을 내 잇단 암 환자 발생이 공개된 뒤 남원시와 전북보건환경연구원이 식수·토양 분석에 착수했지만 질병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실패했고, 뒤이어 보건복지부와 암센터의 정밀 역학조사도 진행이 불투명한 상태여서 그간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과 고통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근거로 정부가 라돈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국적인 조사와 대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보건의료 단신
 
삼성서울병원, 국내 첫 의료기술 수출


삼성서울병원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의료연구기술을 해외에 직접 수출하게 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왕립병원과 향후 10년간 기술이전을 포함한 연구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삼성서울병원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는 암(癌) 모사(模寫) 기술 ‘아바타 마우스’가 핵심이다. 아바타 마우스는 환자에게서 추출한 암 세포를 실험쥐에게도 똑같이 구현해 낼 수 있어 환자 대신 아바타마우스에게 미리 여러 가지 치료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기술은 환자에게 꼭 맞는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신약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산업적으로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는 뇌종양 분야에서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다. 실제로 올해 초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은 가장 치명적인 뇌종양으로 꼽히는 교모세포종에 아마타 마우스를 적용한 결과를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게재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은 오는 2015년까지 사우디 킹파드병원에 뇌조직을 각종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첫 단계인 뇌조직은행을 구축키로 했다.

 

토요전일가산제 국무회의 의결…이번 달부터 시행


의원과 치과, 한의원 등의 토요일 전일 진료분에 대해 기본진찰료의 30%를 가산하는 ‘토요전일가산제’ 시행령 개정령안이 지난달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전국 병·의원은 이번 달 1일 이후 토요일, 즉 5일 진료 분부터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진료한 내용에 대해 기본진찰료의 30%를 가산 받는다. 이전까지는 토요일 13시 이후 진료 분에 대해서만 가산 받았다. 건보공단은 토요전일가산제 시행으로 한해 1730억 원의 건강보험재정이 추가로 동네의원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동네의원 1곳당 연간 617만 원의 추가 수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org>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무엇이 달라졌나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3 자살 예방의 날’ 행사에서 당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발표했다. 행사가 있었던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제정한 ‘세계 자살 방지의 날’이다. 2003년 WHO는 이 ‘세계 자살 방지의 날’을 선포하며 자살자 증가의 원인으로 ‘베르테르 효과’를 꼽았다. 이에 WHO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설정할 것을 제안했고,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따라 2004년 처음으로 ‘자살보도 권고기준 1.0’을 발표했다.

 

2004년 1.0, 2013년 2.0 발표
항목은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의 항목은 총 9가지로, 1.0의 6가지에 비하여 항목은 3개가 늘었지만 그 내용은 더 간결해졌다. 항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인 표현을 피해야 합니다. △자살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자살보도에서는 유가족 등 주변사람들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합니다.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자살보도를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 합니다. △자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인터넷에서 자살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두 문장 이상으로 구성되었던 1.0의 항목들과 달리 2.0은 각 항목이 단 하나의 문장으로만 구성된 것이 눈에 띈다. 최근 일반인 대상 CPR의 교육이 흉부 압박 하나만으로 단순화된 것처럼, 최대한 간결하게 꼭 필요한 사항을 전달한다는 최신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의 주요 내용인 (1) 유족의 사생활 보호, (2) 자살 경위에 대한 상세한 보도를 자제할 것, (3) 자살을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 (4) 자살을 미화하지 않을 것 등은 2.0에도 그대로 계승되었다. 추가로 2.0에서는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의 사용을 줄일 것을 요구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는 최근 드라마 ‘모래시계’의 故김종학 PD 사건을 예로 들며 ‘김종학 PD 고시텔서 자살’을 나쁜 예로, “‘드라마 거장’ 김종학의 모래시계 멈추다”를 좋은 예로 들었다.

 

‘소극적’ 1.0 → ‘적극적’ 2.0
의료인의 역할 더욱 부각돼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보도 자제를 중시했던, 소극적이라고 볼 수 있었던 1.0의 항목들이 2.0에서 언론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1) 자살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알릴 것, (2) 자살 예방에 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의 항목이 있다. 이 부분에서는 의료 전문인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살 미수시 신체에 남을 수 있는 뇌 손상, 신체 마비 등의 후유증, 그리고 자살에 대한 잘못된 정신과적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6년 만에 자살률 ‘하향세’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OECD 1위

 

2006년 인구 10만 명 당 21.8명이었던 자살률은 2011년 31.7명까지 계속 증가하기만 했지만, 일부 치명적 농약의 판매 중지, 자살 보도 권고기준 발표, 그리고 유명인, 연예인 자살의 감소로 인하여 2012년 자살률은 28.1명을 기록, 6년 만에 최초로 하향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2013년 故김종학 PD, 남성연대 故성재기 대표 등의 자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등 이슈가 될 만한 사건들이 많아 전망은 밝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낮아진 자살률로도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돌발적인 자살 이어질수록 언론인,
의료인 역할 중요해져

 

유명인,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모방 자살이 많아진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나와 있다. 문제는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끊는 것은 그들이지만 그들의 선택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은 언론인이다. 같은 질병이라도 의사가 어떻게 말을 건네는가에 따라 환자의 예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언론인의 표현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운명을 달리 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은 언론인들에게는 펜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는 언론의 기본 자세를 성찰할 기회가, 의료인들에게는 자살의 부정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알려 사회에 대한 스스로의 책무를 다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준형 수습기자/가천
<bestofzone@gmail.com>

 

<자살보도 권고기준 1.0>

1. 언론은 자살 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중요한 인물의 자살과 같은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아닌 경우에는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합니다.
2. 언론은 자살자의 이름과 사진,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자살 등과 같이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 그러한 묘사가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경우는 예외입니다.
3. 언론은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를 하거나, 자살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됩니다.
4. 언론은 자살을 영웅시 혹은 미화하거나 삶의 고통을 해결하고 방법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해서는 곤란합니다.
5. 언론이 자살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확실한 자료와 출처를 인용하며, 통계 수치는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고,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6. 언론은 자살 사건의 보도 여부, 편집, 보도 방식과 보도 내용은 유일하게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하며,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됩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1.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2.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합니다.
3.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4. 자살 보도에서는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5.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합니다.
6.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자살 보도를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7.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 합니다.
8. 자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9. 인터넷에서의 자살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