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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107호/오피니언 2015. 11. 14. 15:41 Posted by mednews

새로움은 요소가 아닌 배치에 있다

 

 

 

새로움은 요소가 아닌 배치에 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 모던 예술가들이 한 말입니다. 조물주가 아닌 이상에야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존재물을 탄생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과학의 발전과 예술의 번영은 모두 요소의 생산이 아닌 그 요소들의 재배치의 결과입니다. 화학에서는 자연에 존재하는 각종 원자들을 이용하여 더 복잡한 구조의 화합물을 생산해냅니다. 같은 요소들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조합 비율과 순서에 따라 다양한 화합물이 나옵니다. 같은 탄소(C)만 이용하더라도 어떻게 배치되느냐에 따라 값싼 흑연이 되기도 하고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합니다. 꿈의 나노 물질이라 불리며 영국 가임(Andre Geim)과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 연구팀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그래핀은 심지어 흑연의 일부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요소는 도, 레, 미, 파, 솔, 라, 시의 7개 음과 샵(#), 플랫(♭) 뿐입니다. 몇 안 되는 이 요소들을 이용하여 베토벤은 그 유명한‘운명 교향곡’을 작곡한 것입니다.

 

딱딱하기 만한 의학을 가지고 어떻게 새로운 배치를 할 수 있겠냐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두 발은 땅에 단단히 고정시켜놓되 두 눈은 언제나 저 높은 하늘을 바라보라. 의대에 온 이상 의학 공부에 소홀함은 없게 하되, 이리저리 다른 것들에도 관심을 기울이라는 뜻입니다.

 

의학 하나만 가지고는 힘듭니다. 의학의 테두리 안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기가 쉬운 일이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학의 풍미를 돋구어줄 색다른 요소입니다. 의학과 함께할만한 요소들은 많습니다. IT, 공학을 비롯하여 경영학, 경제학과 같은 학문들은 의학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기에 적합한 요소들입니다.

 

다른 많은 요소들과 함께 의학을 놓고 본다면 이전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우의 수가 보일 것입니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은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의학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다른 학문들과 함께라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의학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교과서 암기가 아닌 창조성입니다. 우리나라 의료계가 처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창조성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구시대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한국 의료계의 치즈는 오래전부터 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일부러 치즈를 옮기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찰나의 번영에 취해 그 추세를 읽지 못한 것입니다.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창고 한 구석에 치워 둔 운동화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두렵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치즈를 찾아 달려야 할 때입니다. 방법은 요소들의 새로운 배치입니다. 그것이 변화를 일으킵니다.

 

변화(change)는 아무도 모르게 기회(chance)를 낚는 법입니다.

 

윤명기 편집장
<medschooleditor@gmail.com>

서평: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장궁야오 저)

 

 

 

 

책 소개

 

제목 :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저자 : 장궁야오
역자 : 박혜은
출판사 : 전남대학교출판부

 

왜 키가 크지 않나요

 

친가 식구들이 키가 크지 않은 까닭인지 부모님은 우리 형제가 어릴 때부터 잘 자라게 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셨다. 그 중 가장 돈이 많이 든 것은 성장클리닉을 받으러 한의원에 다닌 것이었다. 아홉을 주고도 하나를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작은 한의원이 아닌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한의대의 대학병원 과장에게 클리닉을 받게 되었다. 최근에는 비만전문한의원, 성장전문한의원 등 다양한 ‘전문 한의원’이 존재하지만, 그 당시 대학병원 과장에게 받는 성장클리닉과 한약 값은, 모르긴 해도 둘을 합쳐 사회초년생 월급을 훨씬 넘는 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와 동생 모두 키는 크게 자라지 않았고, 심지어 동생은 몸살기운 같은 것을 계속 겪더니 붓고 부어 20kg 가량 체중이 불었다. 한의사는 사람에게는 크게 4가지 체질이 있는데, 체질에 따라 본인이 사용한 약물의 효과가 적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며, 대신 한약에 있던 좋은 성분으로 인해 우리가 그나마 건강하게 큰 것이라고 했다. ‘좋은 약을 받아들이지 못한’ 우리 형제의 체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의사가 사람에게 4가지 체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혈액형 검사처럼 미리, 그 ‘체질’이라는 광범위하고도 대략 생각해봐도 4가지는 넘을 것 같지만 4가지라고 이야기하는 그 특성을 알 수는 없는 것이었을까. 만약 우리의 ‘체질’이 그 약 성분에 적합지 않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다른 약재를 사용하거나 아예 우리가 비싼 돈 들여 클리닉을 받지 않는 등의 다른 선택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며 어린 나이임에도 다소 억울하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경험이 우리 형제의 ‘체질’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백보를 양보하여 우리 체질 문제였다고 해도, 그렇다면 그 ‘의사’는 본인이 처방한 약이 환자의 체질에 따라 큰 부작용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사전에 설명이나 체질검사 같은 것은 하지 않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해본 다음에야 ‘내 체질과 약이 맞지 않는다’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병원에 다닌 시간과 돈은 단지 ‘나는 그 약과 맞지 않는 구나’라는 것을 알기위한 검진비용이었던가.


이 책은 이러한 일들이 한의학 현장에서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 것이며,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를,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한 사람다운 명료하고도 체계적인 말투로 풀어가고 있다. 장궁야오 교수의 문체에서는 단 한걸음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함과,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뇌해온 학자로서의 확신이 담뿍 담겨있다. 다소 아쉬운 번역과, 오탈자나 같은 문장이 그대로 2번 씌어있는 ‘출판물로서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누구나 경험해보거나 암암중에 생각하고 있는 한의학의 존폐, 혹은 문제점이라는 주제에 대한, 명확한 규칙과 잣대로 일말의 반박의 여지도 없게끔 논리적으로 완전한 장궁야오 씨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홍성욱의 과학에세이’의 저자인 홍성욱이나 장궁야오와 같이, 과학사를 전공한 사람들의 기본입장은 ‘과학실증주의’이다. ‘나름의 복잡한 체계’가 있다고 해서 함부로 ‘과학’이라는 이름표를 걸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동양철학과 한의학의 경계에 대하여

 

동양철학은 서양철학에 비해 그 역사도 길고 내용도 심오한 것이 많다. 비트겐슈타인이 ‘거의 모든 철학적 문제는 인간의 언어의 모호성으로부터 나온다’라며, ‘말할 수 없다면 침묵해야한다’라고 한 것과 같이 서양의 학문이란 명확하고, 받아들이는 개인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없도록 직선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그에 비해 예로부터 한자문화권의 지식인들은 예로부터 ‘선문답’으로만 이루어진 대화를 주고받거나,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이해가능한’ 구름 위에 떠있는 듯한 강력한 비유들을 자주 사용하는 곡선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서양철학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 이것은 동서양철학의 성질이 다른 것이지 어느 것이 낫다라고 우열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되려 동양철학가 보여주는 사유의 깊이가 훨씬 깊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한 학문적 성향의 차이는 크게 2가지의 결과를 나았다.


첫째는 서로 다른 파생학문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서양철학은 객관성과 명확성을 중시하여 객체와 주체를 분리하여 다루다보니, 자연히 객관성이 핵심인 과학이 발달하게 되었다. 반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질 수 있고, 인생 전반에 대한 ‘통합적 고찰’을 다루는 동양철학으로부터, 유수의 ‘문화’들, 문학이나 정신수양법이 발달하게 되었다.


둘째로는, 서양의 학문은 명확하여, 하나하나의 명제들을 무기로 자연이라는 존재에 대해 한 층, 한 층 이해를 더해가는 등,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다’라는 도전정신을 길러주었다. 반면, 동양의 학문은 통합적이고 심오하여, 복잡한 시스템을 하나씩 해부해서 보려는 도전정신보다는 대중들로 하여금 ‘학문의 세계는 심오하여 선택된 몇 명의 성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구나’는 식이나, ‘자연을 탐구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문화’에 있어서 그러한 관점의 차이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전혀 어느 쪽이 우세하거나 열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과학이니만큼, 이 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문학과 같은 ‘개인적 해석’이 용인되는 여타의 문화와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는 바와 같이 고대의학의 한 부류인 한의학은 그 학문의 성격이 철학이나 문화와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초기 단계의 학문’이지 현대적 관점에서 독자적 학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의학임을 재창하면서도 문학이나 음악과 같은 여타 문화와 같은 모호함과 애매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의학의 모체라 할 수 있는 동양철학의 ‘심오함’과는 명확히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다. 심오함이란 탐구의 가치가 충만한 것이지만, 의학에서의 모호함과 애매함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할 요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나라이고 중국의 사상적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동양학문들은 다 심오해서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라는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심지어는 의사들도 몸이 허하거나 잠을 잘못자면 한의원을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일반 대중들에게 한의학의 애매함과 모호함은 ‘과학적 잣대로 비판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 ‘본인의 지적능력부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자연의 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 어떤 심오한 원리도 담겨있지 않을뿐더러, 설령 한의학의 원리가 실제로 ‘인간의 지적능력의 부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자연의 힘’을 포함하고 있다하더라도 의학에 있어서는 컨트롤 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힘이라면 배제하는 것이 맞다. 치료의 결과에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바람과는 달리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람은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목숨을 다루는 학문은 어떤 기준을 갖춰야 하는 가’를 잘 지적해낸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라고 하겠다. 의과대학생인 나조차도 ‘설명은 못하지만 4000년을 이어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왔는데, 단지 한의학의 내용상의 문제 뿐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한의학이 계속 존속해왔는지,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가 뒤얽혀있는지를 알려준 것도, 번역이나 편집 등의 출판물로서의 완성도가 낮더라도 내용에서 얻을 건 얻자는 곰 같은 독자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일 것이다.

 

이장원 기자/중앙
<wonwon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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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젊은의사포럼 현장 스케치

- “젊은의사, 세상과 통하다!”

 

 

 

10월 10일 토요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 5회 젊은의사포럼(“젊은의사, 세상과 통하다!)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새벽부터 옅은 비가 흩뿌렸지만 행사가 치러진 코엑스 오디토리움 안은 의대생들로 북적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750여명(행사 기획단 포함)의 의대생이 참가하였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본 행사에서는 1시간 30분 정도의 점심시간을 빼고는 계속해서 강의가 이어졌다. 오전에는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 김숙희 서울시의사회 회장,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축사를 시작으로, ▲ 정의화 국회의장의 ‘청년의 꿈이 나라의 미래를 바꾼다' ▲ 백승휴 사진작가의 ’사진, 세상을 치유하다‘ ▲ 송명제 대전협 회장의 ’대한민국 의료정상화의 첫 단추, 전공의 처우에서 찾다‘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이어서 오후에는 ▲송한섭 의사출신 검사의 ‘의사출신 검사 선배가 들려주는, 의료계와 법조계의 만남’ ▲ 이국종 교수의 ‘그래도 해야한다. 우리는 의사니깐.’ ▲ 권현옥 원장의 ‘꿈은 이루어진다‘ ▲ 홍석천 방송인의 ’편견 속 편견 없는 이야기‘등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이날 강연을 했던 연사들의 목적은 모두 같아보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의대생들이 보이지 않는 껍데기를 깨고 나와 인간다운 의사가 되어 더 큰 세상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강연을 들은 의대생들의 평은 한결같이 ‘매우 만족’이었다.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는 연사들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의대생들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피어났다. 처음부터 모든 강연을 함께한 김문찬(20) 씨는 “연사님들의 강의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의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남유진(22) 씨는 “간접적인 값진 인생 경험 통해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희소(21) 씨 역시 “여러 분야 명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연 시간이 다소 짧아서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각 강연마다 배정된 시간이 한 시간 밖에 되지 않아 준비한 말을 미처 다 하지 못하고 강연을 급하게 끝마쳐야 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은지(22) 씨는 “각 연사에게 배정된 시간이 10분 정도만 더 길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우(21) 씨는 “강연 시간이 짧다보니 질문시간도 부족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하였다.


강연장 바깥에서는 의대협 내에 있는 국제국, 대외협력국, 기획국 등 각 국별마다의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참가자들은 각 부스를 방문하며 교환학생 프로그램, 전공의 특별법, 인체조직기증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부스 행사 역시도 강연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알차고 유익했다는 평이 다수이다. 부스행사를 통해서 제공된 콘텐츠들이 대체로 의대생들의 현재, 혹은 미래와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스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이은지(22) 씨는 “강연과 강연 사이 쉬는 시간이 너무 짧아 부스를 충분히 보려면 강연 듣기를 포기하여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답하였다.


심대철(22) 씨 역시 “점심시간 이후에 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최 측에서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부스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다”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실제로 오전 시간에 비해 오후 시간에 더 많은 참가자가 행사장에 들어왔다.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5~10분 남짓의 쉬는 시간에 부스 행사에 참여하려다보니 행사장 한 쪽에서는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날, 포럼이 끝난 뒤에는 압구정로데오역 ‘아트비하이브’로 장소를 옮겨 행사 뒤풀이 형식으로 애프터파티가 진행되었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

전공의가 ‘장마당’을 세울 때까지

 

최근 닥터브릿지라는 커뮤니티가 이슈가 되고 있다. 오픈 5일만에 회원 1,0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 듯 하지만, 가장 이슈가 되는 서비스이자 창립처 측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최초의, 전공의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수련병원 평가사이트’라는 점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전공의를 둘러싼 천태만상이 있다. 과도한 업무에 내과 전공의들이 ‘환자를 버린 의사놈들’이라는 무지한 비난까지 감수하며 전국 병원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파업했고, 전공의 당직비를 정상화하라는 지시에 기본급을 낮춰 총액을 맞추는 시트콤 같은 일도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전공의간 폭행이 벌어지고, 병원의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닥터브릿지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으면 북한의 현실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온다.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이래 정부가 자신들의 생활을 책임져 줄 전망이 보이지 않자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섰다. 그것이 바로 현재 북한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장마당’이다. 사회주의 경제에서 사유물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어 북한 내에서는 태생적으로 불법이지만, 결국 북한은 2003년 이를 합법화했다. 자신들 스스로 주민들을 먹여살릴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북의 주민들에게 요구하는 자세는 너희들이 힘든 것은 알겠지만, 당과 수령을 위해 충성하는 주체사상을 몸에 다시 새겨서 해야 할 일을 다 해내라는 것이다. 물론 해내지 못하면 당에 충성하지 않는, 주체사상을 배신한 역적이 된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과 수령’을 ‘국민의 생명’으로, ‘주체사상’을 ‘히포크라테스 선서’ 정도로만 바꿔주면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의료정책을 국가에서 통제하는 나라다. 공산주의 국가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처럼 자비로 수학하는 의료 교육과정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비슷한 수준의 공공의료 통제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종사하는 의사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전공의, 수련의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적절히 개입해 줄 책무가 있다.


물론 지금도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 제한, 당직비 현실화 등 전공의들을 위한 여러가지 법안들이 존재하지만 저수가로 수익을 유지해야 하는 병원의 현실으로는 이를 지켜주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보면 병원도 피해자임을 보면 정부는 피해자 둘을 만들어 둘이 서로의 탓을 하며 싸우게 만드는 가장 치졸한 방식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건강은 국가를 위해 가장 먼저 지켜줘야 하는 목적이지, 의사들에게 죄책감을 부여해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는 목줄이 아니다. 사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조건이나 보수없이 후학들에게 의학을 가르치겠다는 내용은 있어도, 조건이나 보수없이 책임감만으로도 행복하게 일하겠다는 언급은 없다. 물론 전공의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어떤 집단에 확실히 속하지 못하면 양쪽 모두에게 배척받게 된다. 전공의들이 그렇다. 학생도, 전문의도 아닌 입장에서 교육과 합당한 보상 어느 한 쪽도 보장받지 못하는 그들이 만들어낸 ‘장마당’이 큰 파문이 되어 북의 그것이 그랬던 것처럼 큰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인지 기대가 된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될 때까지 정말 아무런 방책이 없었을까 하는 씁쓸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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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손 안의 변기

107호/문화생활 2015. 11. 10. 15:37 Posted by mednews

스마트폰, 손 안의 변기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에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세균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문손잡이 등 많은 사람들의 손이 거쳐 간 물건들에 하루 종일 노출된 손으로 우리는 일상용품들을 만지고, 이는 일상용품이 많은 세균으로 오염되는 원인이 된다. 우리가 손으로 자주 접촉하는 스마트폰, 화장품, TV 리모컨 등에 특히 굉장히 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먼저 사람들이 하루 평균 150회 정도 터치하는 휴대폰을 살펴보면, 휴대폰에는 약 7000가지의 세균이 살고 있다. 휴대전화를 사용한 후 턱이나 뺨, 귀 등에 뾰루지가 생겼다면 그 원인으로 휴대폰 터치스크린의 세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통화 시 핸즈 프리나 이어셋을 사용하거나 그것도 힘들다면, 휴대폰을 너무 얼굴에 바짝 붙이지 않고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휴대폰에서 발견된 세균에는 심각한 감염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장내구균, 슈도모나스 균 등도 포함되어 있다.


휴대폰 세균은 병원에서의 감염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원에서 환자나 환자 방문자의 휴대폰 중 40%에서, 의료관계자의 휴대폰 중 20%에서 감염성 세균이 검출되었다. 휴대폰에 화장실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이 살고 있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휴대폰 세균을 제거하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스마트폰 전용 소독제는 물 등으로 스마트폰을 닦다가 기기의 고장을 일으킬 염려도 줄일 수 있고, 효과적으로 세균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 소독에 효과적이다. 스마트폰 전용 소독제가 없더라도 일상에서 휴대폰 세균을 제거할 수 있는 간단한 팁을 알아보자. 방수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보호 케이스는 물 세척을 할 수 있으므로, 집에 돌아오면 집밖에서 오염된 휴대폰 보호 케이스를 물과 세제를 이용해 깨끗이 씻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소독용 알코올을 화장 솜이나 화장지에 흐르지 않을 정도로 적셔서 휴대폰을 닦아주고, 잘 닦이지 않는 부분은 면봉 등을 활용해 알코올 세척해주면 좋다. 알코올 소독은 유분 등을 지우는데도 효과적이다.


스마트폰 못지않게 화장품 역시 세균의 온상지이다. 오래된 화장품에서는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대장균, 포도상구균 등이 검출된다. 화장품은 얼굴과 몸에 직접 접촉하는 만큼, 화장품의 세균은 건강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화장품을 사용할 때는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얼굴에 직접 닿는 횟수가 많은 퍼프 등은 주기적으로 교체해주어야 한다. 또한 백화점 등에서 화장품 테스터를 사용할 때 역시 주의해야 한다. 피부 트러블이나 감염성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화장품 테스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화장품 테스터를 통해서 세균이 옮아갈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손을 거쳐 간 화장품 테스터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균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화장품 테스터를 사용할 때는 소독용 알코올 스프레이를 립글로스 테스터 위에 뿌린 뒤 사용하고, 짜서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오염의 가능성이 큰 윗부분의 화장품 내용물은 조금 짜내고 난 뒤 사용하는 등 세균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용품에 있는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청결이 중요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평소 생활을 할 때도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일상용품을 깨끗이 닦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윤희 기자/가천
<yoonh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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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메르스(MERS) 쫓는 탐정입니다.

- 역학조사관의 조사 기록 

 

 

 

이달 말 예정이었던 메르스 종식선언을 앞두고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양성반응을 보여 지난 12일 재격리 치료에 들어갔다. 이후, 완료된 것으로 잠정 판단되었던 메르스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대한민국을 공포로 밀어 넣었다. 지난 8월, 전체 확진자가 186명, 이 중 사망자가 36명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사례로 기록되었었다. Coronaviriadae에 속한 MERS-CoV는 RNA 바이러스로서 40%에 달하는 높은 치명률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검증된 백신이 없는 그야말로 ‘잘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였다. 발병의 특징은 발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동일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확산된 유행의 특징은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동한 감염 전파’ 라는 데에서 그 형태가 달라졌다. 1개의 병원에서 17개의 병원으로 퍼졌으며, 186명의 확진자 중 대다수(98.38%)인 183명이 병원관련 감염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도 원인이었지만,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과 문화적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렸고, 이로 인해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추가로 속출하였다는 데에 각종 학계와 언론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와 동시에 뒤늦게라도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키는 데에 고된 발품을 팔았던 일등 공신 ‘역학조사관’에 대한 찬사와 격려가 쏟아졌다. 더불어 조사관의 인력확충 및 양성소 관리의 절실함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대두되었다.

 


역학조사관이란, 각종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질병 전염의 원인을 수사하듯 찾아야 하기 때문에 ‘질병 수사관’이라고도 불린다.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역학적 특징을 조사하고, 기록한 역학 조사서를 토대로 질병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업무이다. 동시에 환자의 접촉력과 질병 확산을 추적하기 위해 확진자의 병원 방문기록, CCTV 자료를 확보하며 기저질환의 조사를 수행한다. 평택성모병원에서 36명(전체 확진자의 19.4%)을 감염시킨 1번 환자는 기저질환이 없었으며 평소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조건을 유지했던 평범한 사업가였다. 중동 바이어와의 컨택을 위해 5월 4일부터 11일까지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였으나 현지 바이어 중 메르스 관련 증상이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11일부터 발열과 기침 증상이 나타나 12일과 14일, 15일에 아산 서울병원에 방문하였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어 곧바로 퇴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 15일부터 17일까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후 17일 서울의 한 개인 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았다. 이후에도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삼성 서울병원으로 이동하였으나, 입원실이 없어 다음 날인 18일에 재방문하여 입원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발병 이후 긴 시간동안 곳곳의 병원을 전전하였으나 메르스 확진을 받은 것은 20일이었으며 이후 국립 중앙으료원으로 전원 되어 본격적으로 격리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병원으로 전전했던 기록은 환자의 구두 면담과 입원 신청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므로 간단한 자료조사로 해결된다. 그러나 1번 환자가 최종 확진을 받기 전까지 이동하며 발생시킨 수많은 전염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격리 대상자를 색출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내야하는 정보인 것은 자명하다. 바로 이 시점에서 ‘질병 수사관’이 투입된다.


메르스 창궐 당시, 발단환자(index case)였던 1번 환자와 2차 감염의 주축을 이룬 14번 환자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역학조사관들이 이 잡듯이 뒤졌던 것은 CCTV 자료화면이었다. 조사관들은 병원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24시간 녹화 카메라의 파일을 전문 분석업체에 의뢰, 협력하여 케이스 넘버링 한 환자들의 이동을 분석하였다. 1번 환자에 의해 감염된 14번 환자는 2차 감염으로 전체 메르스 확진자의 48.9%에 달하는 유행을 만들어 내었으므로 해당 환자의 동선을 확보하는 것이 격리 대상 확인을 위한 긴급 업무였다. 우선 14번 환자의 접촉력과 인적사항을 확인한다. 그는 오후 12시에 부인의 진료와 친인척의 수술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내원했으며, 지하 1층 대기실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진술했다. 이동 경로의 확인을 위해 녹화화면을 보던 중, 오후 1시 10분경에 14번 환자가 부인과 함께 산부인과 외래 진료실에 머물렀던 것이 확인되었다. 이어서 한 시간 정도 뒤인 오후 2시 13분, 14번 환자가 머물렀던 동일한 자리에 142번 환자가 앉는 것을 포착하였다. CCTV 상 14번 환자는 동일한 장소에서 마스크 없이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고 응급실 환경 검체상 오염된 환경이었다. 142번 환자는 오염된 시트의 의자에 앉아 30분 동안 머물렀다가 진료실을 나갔고 이후 메르스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모든 케이스의 환자를 넘버링하여 감염 루트를 분석하는 것은 분명히 고단한 수작업이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가설 설정과 폐기, 끊임없는 근거 요구 작업이 이루어진다. 작업 도중 부딪히는 현실적인 장애물들도 간과할 수 없다. 메르스의 최초 발원지였던 평택 성모 병원은 설립된 지 오래 되지 않은 신식 병원이었다. 설치된 CCTV의 기능이 우수한 덕에 수사에 원활한 도움이 되었다며 역학조사관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을 곤경에 빠뜨렸던 것은 확진자가 병원 밖으로 나갔을 경우의 행방이었다. 논의 끝에 서울시와 경기도 공무원들의 협조를 받아 특별 수사권을 요청, 환자들의 신용카드사용 내역을 조회한 결과 병원 외부 이동 경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분 단위의 사용 내역을 토대로 확진자가 병원에서 인근 편의점으로, 이후 카페로 이동한 것을 확인해 지도로 동선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확진자의 격리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시점에서 역학 조사관들의 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감염 곡선이 최고 수치를 기록했던 시점의 한 달 전, 1천250여만 명이 거주하는 경기지역에 소속된 조사관의 수는 단 3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마저도 정부 측에서 감원시킨 탓에 6~7월경 평택지역을 휩쓸었던 메르스 대란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지난 13일 확인됐다.

 

신윤경 기자/조선
<psyche2302@gmail.com>

의학의 투시경으로 바라본 그림

 

 

1. 미켈란젤로와 해부학

 

 

 

 - <아담의 탄생>, 미켈란젤로

이 그림은 인간의 창조를 보여준다. 아담이 신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부여받는 장면을 담고 있다. 신은 그를 향해 팔을 내밀어 무엇을 주려고 하는 것일까. 이 그림의 해부학 구조는 그 답이 ‘지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1990년 11월,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린 프랭크 린 메시버거Frank Lynn Meshberger의 논문 ‘An Interpretation Of Michelangelo’s Creation Of Adam Based On Neuroanatomy’은 학계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아담의 탄생>과 뇌의 해부학 구조 사이의 유사성을 밝혀냈다.

신과 천사들을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붉은 천은 세 겹의 층으로 이루어진 두개골의 형상이다. 중앙에 위치한 신의 하체는 뇌량의 단면과 뇌궁, 시상 등을 나타낸다.
뇌의 두정엽과 측두엽을 나누는 띠고랑singulate sulcus(a)은 신의 왼손에서부터 시작하여 어깨를 가로지르며 오른팔 아래로 내려가서 가장 왼쪽 천사의 엉덩이를 따라 연장된다. 아래쪽의 초록색 스카프는 척추동맥(b)을 형상화한 것이다. 또 스카프 왼쪽에 아래로 뻗어있는, 발가락이 두 개뿐인 발은 뇌하수체(c)를, 다른 쪽 넓적다리는 시신경(e)을 형상화한다. 신의 바로 아래쪽에 펼쳐져 있는 천사의 등은 교뇌(d)를, 엉덩이와 다리는 척수를 나타낸다.

 

 

 

- <피에타>, 미켈란젤로
<피에타>에는 도금이나 채색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미켈란젤로는 대리석으로 살아있는 인체의 온기와 죽어가는 육체의 차가움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조각상에는 그의 해부학적인 지식과 공간에 대한 비범한 관념이 발휘되었다.
성모 마리아의 오른팔은 예수의 몸을 강하게 부여잡고 있고, 왼팔은 그 슬픔의 감정을 함께 나누도록 관람객을 인도하는 것처럼 뻗어있다. 마리아의 오른쪽 다섯 손가락은 퍼져 있어 예수의 갈비뼈를 짚고 있다. 피에타 상을 오른쪽으로 90도 돌려보면 오른쪽 폐의 단면과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예수의 오른쪽 팔꿈치를 시작으로 바닥에까지 펼쳐져있는 마리아의 옷자락은 절개된 늑골을 감싸고 있는 흉곽을, 예수의 오른쪽 종아리는 횡격막을, 그리고 예수의 엉덩이 부분은 심장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나타낸다. 예수의 오른발 아래쪽에 있는 튜브 형태의 옷 주름은 두 개로 갈라진 늑골을 형상화하였다.

<아담의 탄생> 속의 뇌, <피에타> 속의 폐처럼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에서는 인체의 다양한 구조들이 발견된다. 인체의 소중한 부분들이 나타나있어 작품의 의미가 더 부각되기도 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예술과 해부학을 결합한 미켈란젤로의 독특한 철학과 전문성, 작은 곳에서도 섬세함을 놓치지 않은 투철함이 그를 지금까지 기억되게 하는 것 아닐까.

 

 

 

 

2. 모네와 백내장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오감 중 중요하지 않은 감각이 없지만 시각에 대한 사람의 의존성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잔은 “모네는 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나 대단한 눈인가.”라는 말로 빛의 효과를 탁월하게 잡아내는 모네에 대한 찬사를 대신했다.
여든여섯이 될 때까지 장수한 모네는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으로 고생했다. 1907년 예순일곱 살 때부터 시력이 저하되면서 사물이 뿌옇게 보이고 야외의 빛을 보기가 고통스러워졌지만 10여 년간 의사의 수술 권유를 뿌리치고 있다가 결국 수술을 받고 겨우 회복했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굴절되어 망막에 상을 맺는데, 백내장은 이러한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는 현상이다. 혼탁해진 수정체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고 시력이 감퇴하며, 빛이 산란되면서 빛이 퍼져 보이거나 눈이 부시고, 사물의 색깔이 붉거나 노랗게 왜곡되어 보인다.
백내장이 생기기 전후로 같은 대상을 그린 모네의 그림을 비교하면 백내장 환자에게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은 1899년에 그려진 <수련 연못>이라는 작품이고, 오른쪽은 20여년 후 같은 장소의 다리를 그린 <일본식 다리>라는 1922년 작품이다. 왼쪽은 백내장이 발병하기 직전에 그려졌고, 오른쪽은 그가 백내장에 걸려 실명하기 직전에 그려졌다. 왼쪽 그림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연못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만 오른쪽 그림은 대상의 윤곽이 불분명하고 붉은색 계통의 강렬한 색들이 주를 이루어서 그림 설명을 듣지 않으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화가들은 시대사조나 개인적인 이유에 의해 자신의 화풍을 바꾼다. 전 생애에 걸쳐서 한 스타일의 그림만을 남긴 화가는 드물다. 그런데 모네 그림의 변화는 그러한 화풍의 변화라고 말할 수 없다. 그는 백내장이 걸린 이후에도 자신의 눈과 빛이 만들어내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3. 비너스의 비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이야기할 때 그림 속 여인의 아름다움을 빼놓을 수 없다. 하얗고 가녀린 몸매, 그리고 흩날리는 머릿결과 양쪽의 신들이 신비감을 조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피렌체 최고의 미인으로 20대 초반에 결핵으로 요절한 시모네타 베스푸치가 이러한 비너스의 모델로 유력하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비너스의 왼쪽 어깨가 부자연스럽게 처져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 방향과 시선, 자세가 부조화를 이룬다. 왼쪽 폐가 심한 결핵으로 망가지면 그쪽 가슴이 오그라들고 어깨가 처진다.
보티첼리는 시모네타를 짝사랑했고 그녀를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여겨, 그녀가 폐결핵으로 죽은 이후에도 평생 그의 그림 모델로 그녀를 살려냈다. 창백한 얼굴과 뺨의 홍조, 가늘고 긴 체형으로 아름답게만 보였던 여인이 결핵 환자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앞으로 그림을 감상할 때 X선 찍듯 관찰하는 것이 어떨까.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

건강과 마음을 달래줄 가을 茶 삼총사

모과차, 국화차 감잎차

 

 

어느덧 풀벌레들이 울기 시작하고 아침 저녁으로 찬 공기가 느껴지는 가을이 오면 두 손과 함께 온 몸을 따뜻하게 해줄 차 한 잔이 떠오른다. 1인당 하루 커피 소비량이 2잔이라는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차보다는 아메리카노에 더 친숙한 우리지만 이번 가을, 제철 재료들로 우려낸 차 한 잔으로 익숙한 맛에서 벗어나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여유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못생긴 모과茶, 환절기 감기예방엔 최고

 

모과의 제철은 9월말부터 10월로 요즘과 같이 환절기, 특히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들에게 모과차 한 잔은 큰 도움이 된다. 모과는 구연산, 사포닌, 비타민 C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감기 증상 완화에 도움되고 면역력 강화에도 탁월하다. 비타민C는 항산화 기능으로 노화를 늦춰주며 피로해소에도 좋다. 모과는 과육이 딱딱하고 시고 떫은맛 때문에 생으로 먹기 쉽지 않은 과일이다. 먹기 힘들지만 몸에 좋은 모과를 먹기 쉬운 형태로 만든 게 모과차이다.
모과차는 모과가 잘 우러나오도록 최대한 얇게 썰고 씨를 제거 한 뒤 설탕과 잘 버무려준다. 설탕에 버무려놓은 모과를 유리 병에 옮겨 담을 때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설탕이나 꿀을 한번 더 재어주고 밀봉하여 서늘한 곳에 3~4주동안 보관하면 완성이 된다. 참고로 모과는 껍질 부분에 향이 나는 성분이 많기 때문에 껍질째 담그는 것이 더 좋다.

 

비타민 풍부해 호흡기 질환에 좋은 국화茶

 

가을을 대표하는 꽃, 국화는 개화시기가 9월부터 11월로 차로 마시기에 좋은 꽃이다. 국화에는 비타민 A,B와 함께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로 쓰이는 아데닌 등이 들어있어 눈과 간기능을 회복시켜주며 피로회복에도 탁월해 카페인 음료 대신 섭취하기에 좋다.
국화차는 3~5개의 말린 꽃송이를 넣어 꽃잎이 완전히 펴질 때 마시면 되며 국화꽃은 향이 진하기 때문에 여러 번 우려 마실 수 있다. 국화의 온전한 향과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뚜껑이 있는 주전자나 텀블러에 우려내어 향기를 머금어 두게 하고 녹차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인 90도 정도 찻물로 우리는 것이 더 좋다.

 

피부미용에 효과적인 감잎차茶

 

감잎은 열매인 감보다 10배 많은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어 감기예방 및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고 열에 의해 잘 파괴되지 않아 차로 마시기 좋다. 하지만 끓는 물에 감잎을 우리면 비타민 C가 열에 파괴가 되기 때문에 80도 이하의 찻물에서 우려먹는 게 비타민 C 섭취에 좋다. 감잎 속 비타민C는 세포재생과 미백, 여드름 완화를 돕고 칼륨이나 마그네슘 등 다량 함유된 미네랄은 피부트러블이나 잡티를 완화하는데 좋다. 또한 이뇨작용이 있으며, 혈압과 동맥경화 및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감잎차는 싱싱한 감잎을 그늘에 말린 후 잘게 썰어 만든다. 80도 정도 찻물에 감잎 1~2티스푼 넣어 우려내는데 다른 차보다 잘 우러나오지 않기 때문에 10~15분 지난 다음 걸러서 마신다.

 

김민 기자/가천
<franky777min@gmail.com>

 

'107호 >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폰, 손 안의 변기  (0) 2015.11.10

턱이 아픈가요? 장애일 수 있습니다

 

대학생 K씨(19)는 지난 6개월간 아침에 일어나며 턱의 근육 통증을 느끼며, 음식을 먹을 때마다 턱에 뻐근함을 느꼈다. 턱의 근육이 뭉쳤다고 생각한 이 모 양은 생각날 때마다 턱 근육을 문지르며 입을 크게 벌리는 등 자신만의 턱 스트레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통증을 느낀 지 6개월쯤 지난 후 이전과는 다르게 아예 턱을 벌릴 수 없었고 결국 치과에 방문해 턱관절염이라는 판단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K씨는 왜 입을 벌릴 수 없을 지경이 되도록 턱을 방치해둔 것일까? 현대인의 40%는 턱관절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변 사람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이는 턱관절 및 턱근육을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턱관절 장애는 턱관절과 주변 근육에 장애가 생긴 것을 말한다. 턱관절 장애의 초기 증상은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또는 좌우로 턱을 움직일 때 귀 앞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 증상을 현대인의 40%가 갖고 있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턱의 긴장을 지속하고 잘못된 습관을 계속해서 지속하면 턱관절 장애가 더 심각한 단계로 진행된다. 입을 벌릴 때 관절이 잘 벌어지지 않아 입을 옆으로 틀어 벌리게 되고, 심각한 경우 숟가락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턱이 벌어지지 않게 된다.

 

턱관절 장애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턱의 충격, 잘못된 저작습관, 스트레스, 치아의 부정교합, 턱 괴기 등이 있다. 턱에 충격을 가하면 턱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한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는 습관은 많이 사용한 쪽의 턱관절이 좁아져 양쪽 턱관절의 균형이 깨져 턱관절 장애를 유발한다. 스트레스는 뒷목의 근육을 경직시키고 이갈이 등의 원인이 되므로 턱관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습관을 오래 지속하면 머리뼈와 턱뼈 사이에 있어야 할 디스크가 빠져 나오게 하며 물리치료로는 치료할 수 없는 턱관절 디스크까지 이르게 된다. 허리에 디스크가 생기듯이 턱에도 디스크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이를 갈거나 악무는 습관이 있다면 지나친 근육의 긴장을 유발하여 주변근육까지 뭉쳐 복합적인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턱관절 장애를 치료하려면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올바른 습관을 가져야 한다. 양쪽 턱을 균형지게 사용하며, 턱을 괴거나 이를 악무는 습관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한 턱 근육이 아프다고 턱을 주무르고 손으로 문지르는 행위는 좋지 않다. 이는 턱의 근육을 오히려 더 뭉치게 하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턱을 스트레칭한다고 입을 크게 벌리는 행위도 좋지 않다. 턱이 아플 때에 가장 좋은 방법은 턱을 쉬게 하는 것이다. 윗니와 아랫니 사이를 2~3mm정도 떨어뜨린 상태가 턱근육이 쉬는 상태이다. 그리고 턱근육 스트레칭은 윗니와 아랫니 사이를 2~3mm상태에서 혀를 윗니에 대고 살짝 밀어올려 6초를 지속한 후 다시 이완하는 운동을 반복하여 하면 턱근육을 스트레칭 할 수 있다.

턱관절 장애가 턱을 벌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제와 근이완제를 사용해 근육이완제를 사용해 근육긴장을 해소하고, 물리치료로는 냉온요법을 사용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을 이완시킨다. 또한 액체파스를 바르고 초음파치료를 하는 등의 물리치료를 진행한다. 1주일 간 이 물리치료와 약물복용을 하고 턱을 최대한 쉬게 해주는 좋은 습관을 유지하면 천천히 정상적인 턱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심한 경우는 이정도의 치료로는 치료가 어렵고 턱관절 교정장치를 사용한다. 이 교정장치로도 효과가 없을 정도로 디스크가 많이 진행된 상태이면 수술을 진행한다. 전체 턱관절 장애 환자의 5%정도가 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턱관절 장애를 완치할 수는 없고 평생 안고 살며 관리를 해야 하는 병이다. 그러나 좋은 습관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면 아무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습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 턱관절 장애 여부를 알아보는 자가진단

 

1. 입을 최대한으로 벌렸을 때, 윗니와 아랫니 사이가 4cm 미만이다.
2.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딱’ 소리가 나고, 턱이 한쪽으로 쏠린다.
3. 음식을 씹거나 윗니, 아랫니를 맞댔을 때 양쪽이 조화롭게 닿지 않는다.
4. 치과 치료 후 턱관절 통증이 심하고 얼굴, 뺨, 턱, 목구멍에 통증이 있다.
5.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불편하거나 두통이 있다.
6. 항상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는다.
* 위 질문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턱관절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윤효은 기자/한림
<redcat621@naver.com>

 

 

배가 아픈데 여긴 우주네

107호/의료사회 2015. 11. 4. 15:00 Posted by mednews

배가 아픈데 여긴 우주네

- 우주에서는 수술을 어떻게 할까?

 

 

마전 화성에서의 생존을 다룬 영화 ‘마션’이 개봉했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폭풍속에서 날라다니는 파편에 맞아 홀로 화성에 남겨지게 된다. 깨어난 후 그는 화성기지에서 배에 박힌 파편을 적출한 뒤 상처부위를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봉합한다. 그런데 만약 사고가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이리 간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력이 없기에 장기들이 고정되지 않고 떠다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피다. 우주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장면이 물이 방울모양으로 떠다니는 장면이다. 그런데 만약 출혈로 피방울들이 우주선 내로 방출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주영역에서의 활동이 많아질 미래를 대비하려면 꼭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과학자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올해 6월 26일, Andrew Kirkpatrick이 이끄는 캐나다,미국 과학자들은 한 실험을 행하였다. 제트기가 포물선 모양으로 비행할 때 정점 부분에서 약 30초간 무중력 상태가 되는데 이 때 수술을 하는 실험이다. 캐나다 국립연구 위원회가 주관한 이 실험은 팔콘20 제트기에서 행해졌다. 환자는 진짜 사람이 아닌 cut suit를 사용하였다. Cut suit란 현장실습에서 자주 사용되는 실험기구로 인간의 복부를 플라스틱으로 재현한 슈트다. 평소에는 연기자가 이 슈트를 입고 진짜 환자처럼 소리지르거나 투덜거리는 연기를 하는데 이 실험에선 컴퓨터와 중력 감지 센서로 이를 대체하였다. 센서들은 비행정보,피의 손실, 외과의들의 생리학적 수치들을 기록하였고 카메라로 이 모든 과정을 녹화하여 후에 분석할 수 있게 하였다. 가정된 상황은 흉부 압박상으로 인한 내부출혈으로 배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실험에서 무중력 상황에서의 출혈을 팽창형 지혈 폼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무중력 시간이 짧다는 문제는 중력이 돌아올 때 모든 과정을 멈추고 다음 무중력 상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이 실험으로 두 나라의 과학자들은 우주에서의 수술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주 분야 연구를 이끄는 대표적인 기관 NASA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uman Research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외과수술 지원 로봇을 개발하였다. 이 로봇은 네브라스카에 기반을 둔 Virtual Incision이라는 기업과 NASA의 협력으로 개발되었는데 무게가 400g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로봇은 배꼽 부분을 살짝 절개해 체내로 삽입되어 맹장이나 감염된 기관을 절제하는데 사용된다. 삽입 시 로봇의 일부는 바깥에 남아 밀봉을 유지하고 특별한 접속구로 가스의 방출 또한 방지하기에 우려되던 피 유출 사고를 방지한다. 로봇은 몸통(torso)와 두 독립된 팔로 구성되는데 두 팔은 어깨 관절과 팔꿈치 관절을 가지고 있다. 각 관절은 직류 전동기로 작동하며 외과의는 리눅스로 구성된 유저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명령을 내리게 된다. 외과의는 Phantom omni haptic 장치로 로봇을 조종하게 되는데 이 장치는 모니터와 발로 밟는 페달로 구성되어 있다. 모니터는 로봇이 전달하는 복부 내부의 영상들을 보여주며, 발 페달을 밟음으로서 로봇의 팔을 조종해 움켜쥐거나 멈출 수 있게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 방출 또한 조절 할 수 있어 배에 이산화탄소를 채움으로써 더 잘 볼 수 있게 되고 움직일 공간 또한 마련해준다.


이 로봇의 프로토타입은 돼지로 실험되었는데 최소 칩입으로 맹장 수술,쓸개 제거, 내부출혈과 위궤양 방지 등 다양한 실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개발자들은 “이러한 질병들의 발생 확률은 낮아도 북극탐사나 해저탐사에서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대비해야한다.”라고 말했고 또 “아직 개발 초기이기는 하나 적은 침입으로 복부 질병들을 해결할 수 있기에 우주에서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NASA는 Human Research 프로그램에서 2차 연구로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 개복수술을 하는 Aqueous Immersion surgical system을 또한 개발 중이며 워싱턴 대학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해 배에 상처 없이 치료하는 연구를 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아직도 존재한다. 우선 수술 방법이 있더라도 수술을 할 주체가 필요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의사를 우주비행사로 훈련시켜 우주선에 탑승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두 전문과정을 수료한 사람의 숫자가 적거니와 매 탐사에 그 인력을 투입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방법은 원격조종을 통한 로봇수술이다. 이 방법은 지구에서 여러 비행선을 통제할 수 있기에 채택되었다. 그런데 지구 근거리에서만 유인탐사가 일어나는 현재와 달리 탐사의 범위가 넓어질 미래에는 시간차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화성 근처의 비행선에 절개한다는 명령을 지구에서 보내고 그 명령이 로봇에 의해 실행된 결과를 지구에서 보려면 약 20초가 걸리게 되는데 이는 긴급한 수술에선 엄청난 문제다. NASA에선 동행한 우주비행사들을 보조하게 하거나 로봇에 수술절차를 입력해 스스로 실행하게 하는 등 해결점들을 찾고 있다.

 

안제성 기자/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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